레이블이 창원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레이블이 창원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2012년 5월 11일 금요일

‘진보정당 1번지’는 왜 줄줄이 무너졌나


이글은 시사인 2012-05-10일자 기사 '‘진보정당 1번지’는 왜 줄줄이 무너졌나'를 퍼왔습니다.
울산ㆍ창원ㆍ거제 등 ‘진보정치 1번지’라 불리는 남동 임해권 ‘노동벨트’에서 통합진보당은 단 한 석도 얻지 못했다. 고질적인 정파 간 자리다툼과 원칙 없는 공천이 가져온 결과다.

전멸이다. 전국 최초로 진보정당 출신 지역구 국회의원을 배출해 ‘진보정치 1번지’라 불리는 울산·경남 창원을 비롯해 대단위 산업단지인 남동 임해권 ‘노동벨트’에서 통합진보당(통진당)은 단 한 석도 얻지 못했다. 자리만이 아니다. 명분도 잃었다. 진보 단일 후보를 둘러싼 정파 간 갈등과 잡음이 불러온 결과다. 

선거운동 개시일을 앞둔 지난 3월28일, 이 지역을 두고 “어떻게 해도 우세인 지역이다. 시작하면서부터 앞서나가는 곳으로, 큰 실수를 하지 않으면 안정적으로 가지 않을까 한다”라던 조준호 통진당 공동대표의 호언장담이 무색한 상황이 되었다. 텃밭으로 여겼던 지역을 새누리당에 몽땅 내준 셈이다. 

조짐은 있었다. 3월28일 이정희 공동대표는 울산 현대자동차 공장 앞에서 열린 비정규직 집회에서 마이크를 잡을 수 없었다. 비정규직 노조가 이 대표의 연설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현대자동차의 한 관계자는 “현장에서는 통진당이 노동자를 외면했다는 정서가 강하다. 솔직히 지금 통진당은 노동자에 대한 전략도 고민도 없는 ‘민주통합당(민주당) 2중대’ 아닌가. 우리가 새누리당은 못 찍을 걸 아니까, 막 대하는 것 같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김흥구 울산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이 출근 및 근무 교대를 위해 공장에 들어서고 있다.

통진당을 지지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정파를 둘러싼 이해관계와 셈법이 복잡하다. 현대자동차가 있는 울산 북구에서 야권 단일후보로 나선 이는 통진당의 김창현 후보였다. 김 후보는 새누리당의 박대동 당선자에게 3634표 차이로 석패했다. 원래 이 지역구는 울산 남갑으로 지역구를 옮겼다가 단일화 경선에서 탈락해 본선에는 나가지도 못한 조승수 후보의 지역구였다.


창원ㆍ거제, 통진당과 진보신당 갈등

울산 동구청장 출신인 김 후보를 두고 지역에서는 “여기가 더 당선 가능성이 높아 보이니까 자기 지역구(동구)는 ‘2인자’에게 넘기고, 북구로 밀고 들어온 거다. 곱게 보일 리가 있나”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통진당 내 울산연합의 수장 격인 김 후보에 대한 좌파 계열의 반발도 컸다. 선거 기간 중 ‘한나라당(새누리당)은 찍어도 김창현은 찍지 말자’라는 문자가 노동자들 사이에 돌았다.

울산 동구에는 김창현 후보의 핵심 측근이 배치됐다. 김 후보가 옛 민주노동당 사무총장을 지냈을 당시 정책실장을 역임한 방석수씨의 부인인 이은주 후보가 야권 단일후보로 나선 것. 동구는 합당 당시 심상정·노회찬과 함께 통합연대 출신으로 합류한 노옥희씨가 출마를 준비하던 지역구였다. 그러나 최종 낙점된 후보는 이은주씨였다. 울산 지역에서 통진당 내 PD그룹 후보인 노옥희·조승수는 출마조차 해보지 못한 셈이다.

게다가 이은주 후보는 임기가 2년6개월 남아 있는 시의원이었다. 

통진당 전국운영위원회는 지난해 12월 ‘당의 승인 없이 총선 출마를 위한 선출직 공직자 사퇴는 적절치 않다’는 원칙을 정했지만, 허울뿐인 원칙이었다. 무엇보다 이 후보는 2011년 동구청장 재·보궐 선거 당시 새누리당에 보궐선거 비용을 부담하라고 압박한 전력이 있다. 그랬던 이 후보가 시의원을 사퇴하고 국회의원에 출마한 것이다.

이러한 논란에 대해 김창현 후보는 전국운영위원회에서 “인재풀이 부족한 진보정당은 선거에 이기기 위해 어떤 사람도 내세울 수 있다”라며 이 후보를 방어했다. 그러나 결과는 기대에 어긋났다. 이 후보는 새누리당 안효대 당선자에게 6362표 차이로 패했다. 이 후보가 물러나 치른 시의원 보궐선거 자리도 새누리당에 내줬다.

똑같은 상황은 권영길 의원의 지역구인 경남 창원 성산에서도 반복됐다. 통진당 손석형 후보는 도의원직을 사퇴하고 국회의원에 출마했다. 애초 창원 내 야권 단일 후보를 만들기 위해 결성된 야당과 민주노총, 시민사회단체 모임인 ‘진보 후보 발족위원회’ 내부에서는 현직 선출직 공직자의 출마를 반대해왔다. 그러나 통진당 내부 정리가 되지 않은 채 손 후보가 출마를 강행했고, 이후 민주당과 단일화 경선을 치렀다.



상황은 울산보다 더 복잡했다. 진보신당의 김창근 후보가 손 후보 출마에 강하게 반발하며 선거를 완주했기 때문이다. 김 후보는 “손 후보는 4년 전 새누리당 강기윤씨가 도의원직을 버리고 출마했을 때 재·보궐 선거 비용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던 사람이다. 본인 스스로 선출직이 임기 중간에 그만둘 수 없게 하는 조례를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세우기도 했다. 상식적으로 용납할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김 후보는 손 후보에게 ‘페널티’를 줘야만 단일화 경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김 후보의 요구는 거부됐다.

통진당 한 관계자는 “창원에서 손 후보가 사퇴할 경우 울산 동구의 이은주 후보까지 영향이 미칠 거라는 당권파의 계산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당권파의 복잡한 셈법이 가져온 결과는 참담했다. 새누리당은 어부지리 효과를 톡톡히 봤다. 손 후보(4만6924표)와 김 후보(7630표)의 표를 합치면 새누리당 강기윤 당선자(5만2502표)보다 2052표가 많다. 단일화가 성사됐다면 이길 수도 있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지역 역시 손 후보가 사퇴하면서 치른 도의원 재·보궐 선거에서 새누리당이 당선됐다.

창원 성산에서 불거진 통진당과 진보신당 간 갈등의 여파는 경남 거제까지도 영향을 미쳤다. 거제는 전국에서 드물게 진보신당까지 포함해 야3당 단일화 경선을 치른 지역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생가가 있는 지역구로 새누리당의 텃밭이라 분류되는 지역이었지만, 단일화 성사로 야권의 당선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던 곳이다. 

그러나 야권 단일 후보인 김한주 진보신당 후보는, 새누리당에 이기고도 당선되지 못한 유일한 지역구 후보가 됐다.

민주당과 통진당 거제시위원회는 거제 단일후보 확정 뒤인 3월20일 “진보신당 거제시위원회와 야권 단일후보로 선출된 김한주 후보 측이 경남 전역에서 성공적인 야권연대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줄 것을 촉구한다”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창원 성산에서 손석형-김창근 후보 간의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김한주 후보의 선거운동을 돕지 않겠다는 결의였다.

거제에서 통진당은 ‘창원과 상관없이 우리라도 약속을 지키자’라는 쪽과 ‘창원이 단일화되지 않았으니 도울 수 없다’라는 쪽, 둘로 갈렸다. 결국 통진당 거제시위원회는 개인 자격으로 선거운동에 참여하는 것은 허용하되, 통진당을 상징하는 보라색 점퍼는 입을 수 없도록 방침을 정했다. “심지어 일부 통진당원은 무소속 김한표 후보를 돕기도 했다”라고 한 지역 관계자는 전했다.

김한주 후보는 “거제는 옥포에 대우조선해양, 고현에 삼성중공업을 비롯해 그밖에 하청업체들이 있는 조선소 도시다. 금속노조를 중심으로 한 현장 조직의 선거가 10월에 예정돼 있다. 단순히 지역구 국회의원을 뽑는 것만이 아니라, 선거 결과가 사내 노조 선거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단일화가 됐어도 복잡한 구도로 치러질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결국 거제에서는 무소속인 김한표 후보가 당선됐다. 김 후보는 친(親)새누리 성향으로 분류된다. 

노동자 정치 블록은 이렇게 도미노처럼 와르르 무너졌다. 현대그룹노동조합총연합의 기반인 울산과 금속노조의 근거지인 창원, 조선소가 위치한 거제까지. 내부 권력싸움은 단일화에도 악영향을 미쳤고, 조정할 전략과 정치력은 부재했다. 통진당 한 관계자는 “2004년 원내 진출 이후 권력 지향이 정파 대립으로 나타나면서 선거 때마다 자리다툼에만 바빴다”라고 평가했다.

장일호 기자 | ilhostyle@sisain.co.kr

2012년 4월 12일 목요일

통합진보당 '원내 3당' 발돋움, '절반의 성공'


이글은 프레시안 2012-04-12일자 기사 '통합진보당 '원내 3당' 발돋움, '절반의 성공''을 퍼왔습니다.
[분석] 원내교섭단체 실패…'정체성 혼란' 비판도

13석. 19대 총선에서 통합진보당이 받아든 성적표다. 통합진보당은 지역구에서 7명의 당선자를 배출했으며, 정당투표 결과에 따른 비례대표 의석은 6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통합진보당은 이번 선거를 통해 제3당이자 제2야당으로 도약했다. 야권 전체의 패배에도 통합진보당은 비교적 선전했다는 평도 나온다. 그러나 민주통합당과의 야권연대에도 불구하고 두 당을 합쳐도 과반 의석을 확보하는데 실패해 다소 빛이 바랬다.


진보진영 내에서는 통합진보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재벌개혁, 노동정책 등 주요 민생사안 뿐 아니라 대북정책 방향 전환 등 주요 외교안보 사안에서도 선명한 진보야당으로서의 존재감을 내보이게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지역구 12석, 비례대표 8석 이상을 얻어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한다는 당초의 공식 목표에는 미치지 못했다. 진보정당사상 가장 많은 의석수를 달성하는 성과를 올렸음에도 원내교섭단체 구성에는 실패했다는 면에서 '절반의 성공'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는 11일 밤늦게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수도권에서 변화의 열망과 야권연대에 대한 지지가 확인됐지만 국민 여러분이 기대한 결과는 이루지 못했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부족한 점을 보완해 정권교체로 기대에 부응하겠다"고 말했다.


왜 '절반의 성공'인가


현재의 통합진보당은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내 통합 찬성파였던 심상정·노회찬 등 새진보통합연대, 국민참여당 등 3개의 정파의 결집체다. 통합진보당의 한 갈래 뿌리인 민주노동당은 2004년 17대 총선에서 지역구 2석과 비례대표 8석 등 총 10석의 의석을 얻었다. 유시민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도 당시에는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원내에 진입해 있었다.


2004년 총선에서 민노당이 거둔 성적과 비교하면, 통합진보당은 이후 8년 동안 3석의 진보를 이룬 셈이다. 다만 민주통합당과의 야권연대 효과로 전체 34곳에서 단일 후보를 낸 것까지 생각하면 그리 높은 성과라고만 보기도 어렵다. 2004년 총선에서는 야권단일화 없이 민노당 단독으로 이룬 성과였기 때문.


손호철 서강대 교수는 "지지율이라는 측면에서는 13%를 얻은 2004년 17대 총선보다도 못한 수준"이라며 "게다가 과거의 13%가 순수한 진보정당 지지였다면 이번 선거는 유시민으로 대표되는 자유주의 세력과의 연합을 통해 얻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도서출판 '후마니타스'의 박상훈 대표 역시 "결과가 나쁘지는 않지만 크게 성과가 있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애매하다"면서 "민노당 때보다 의석은 늘었지만 유시민 등이 들어온 것을 감안하면 있는 힘이 그것밖에 안 된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통합진보당 대표단이 11일 오후 당사에서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며 자당 후보의 선전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왼쪽부터 이정희, 유시민, 심상정 공동대표. ⓒ뉴시스

20석 달성 실패 원인은? 내·외부 요인 복합 작용

목표였던 원내교섭단체 구성에 실패한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물론 진보의 정치세력화에 대한 보수 및 수구세력의 결사적 저항도 분명한 이유 중 하나다. 등 보수언론은 선거기간 내내 노골적으로 색깔론을 부추기는 행태를 보였다. 서울 관악을 지역구의 여론조사 조작 사건이 빌미가 된, '경기동부 사태'라고 명명해야 마땅할 파문이 대표적이다.

보수세력은 정계와 언론계를 넘나들며 '경기동부'를 악마화하는데 성공했다.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에 '경기동부'가 자동완성 검색어로 등록될 정도였다. 구 민노당계의 한 정파는 삽시간에 조선노동당의 지령을 받아 대한민국을 김정은에게 봉헌하려 하는 종북세력의 대명사가 됐다.

다만 보수파의 공격이 아무리 거셌다 해도 이런 공세만으로는 완전히 설명되지 않는 부분도 있다. 이정희 공동대표 등은 보수파의 공세에 대해 '경기동부 같은 것은 없다'는 태도로만 일관했다. 어느 정당이나 내부에 정파 내지 의견그룹의 존재가 없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이런 상식에 반하는 설명을 납득하는 사람이 얼마나 됐을지 의문이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 등 진보세력 내의 비판이든 의 적대적 비난이든 쓴 약과 독약을 구분하지 않고 자신에 대한 '공격'으로만 받아들인 편협함이 일부 진보성향 지지자들에게 실망을 안겨줬으리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은 그래서다.

총선후보에 대한 내부검증이 부실했던 등 통합진보당이 겪어야 했던 '성장통'도 만만치 않았다. 민주노총 성폭력 사건에 부적절하게 대처했다는 비판을 받아온 비례대표 정진후 후보, 언론사 대표 시절 계열사 기자를 성추행했다는 전력 때문에 결국 후보직을 사퇴한 윤원석 전 후보, 기초의회 의원직을 내던지고 여의도행에 나선 손석형·이은주 후보 등을 스스로 걸러낼 시스템은 부재했다. (☞관련기사 보기) 그나마 손·이 두 후보는 당선되지도 못했다.

진보정치 1번지 울산·창원에서 뼈아픈 참패

두 후보의 낙선이 미친 영향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통합진보당은 노동자들이 많이 거주해 '진보정치 1번지'로 불렸던 울산과 창원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냈다. 손 후보의 창원성산, 이 후보의 울산동구 뿐 아니다. 통합진보당의 김진석(울산 남을), 김창현(울산 북구), 이선호(울산 울주), 문성현(창원의창) 후보들은 줄줄이 고배를 마셨다. 울산과 창원은 2004년 권영길(당시 창원을), 조승수(울산 북구) 의원을 배출한 이후 8년 만에 처음으로 진보정당 의원을 배출하지 못하게 됐다.

이는 단순히 의석 한두 개를 넘어서는 상실의 의미를 갖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자 정당'이라는 정체성과 관련된 부분이기 때문이다. 한귀영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인터뷰에서 "울산과 창원에서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면 통합진보당이 노동자를 대표하는 정당이라는 위상이 부정된 것"이라고 말했다.

우위영 통합진보당 대변인도 "결과로 보면 노동자, 전통적 지지기반인 노동자들의 투표를 결집하지 못한데서 부족한 측면 없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부족함을 자인했다. 우 대변인은 "긴장감이 이완된 측면이 없는 건지 평가를 섬세히 해야 할 것"이라며 "전통적 지지층 더 단단히 끌어안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수도권에서 최초로 진보정당 출신 국회의원을 배출한 성과는 눈여겨볼 만하다. 우위영 대변인은 "수도권 돌파한 것은 대중적 진보정당으로 가는데서 중요한 변곡점"이라고 의미를 평가했다.

'필승카드' 야권연대 효과도 기대 못미쳐

승부의 최대 카드였던 민주당과의 야권연대도 기대했던 만큼의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미 지난달 10일 야권연대 타결 직후부터 민주당이 후보를 내지 않은 지역 중에는 사실상 당선이 어려운 지역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관련기사 보기)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이런 우려가 현실화됐다. 민주당이 후보를 내지 않은 지역 16곳 중, 민주당을 탈당한 무소속 박정 후보로 단일화한 경기 파주을을 제외한 15곳에서 통합진보당 당선자가 나온 지역은 경기 성남중원과 광주 서구을 2곳에 불과하다.

지역구에서 당선된 노회찬, 심상정 등 후보의 지역은 민주당 무공천 지역이 아니라 민주당 후보와의 단일화 경선을 뚫고 올라온 지역이다. 민주당은 협상 과정에서 경선 지역을 늘리는 데 강한 거부감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연대를 향한 민주당의 의지도 겉보기만큼 강하지 않았던 게 아니냐는 분석이 가능하다.

하지만 단일화 예외 지역이었던 호남에서도 민주당과 일전을 겨뤄 2명의 당선자를 내는 저력을 과시하면서 앞으로의 정치연대에서는 좀더 큰 영향력을 획득한 것은 적지 않은 성과로 평가된다. 우위영 대변인은 "호남 민심이 대안으로 보기 시작했다는 좋은신호가 아니겠나"라고 자평했다.

남은 숙제는?

이처럼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통합진보당이 거둔 성취도 적지 않다. 따라서 통합진보당에 남겨진 과제는 성과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진보 야당으로서의 존재감을 확보하는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의회 내에서 진보세력이 확보한 공간을 지키면서 앞으로 이를 더 넓혀 가기 위해서라도 19대 국회에서의 의정활동과 대선 등 주요 정치과정에서의 역할이 요구된다는 주문이다.

박상훈 대표는 "전체적으로 보면 양당제가 심화되는걸 보여준 선거"라며 "진보가 제3당으로 등장했다는 사실은 중요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박 대표는 향후 방향에 대해 "제3정당으로 할 수 있는 역할을 보여줘야 한다"면서 "대선 과정에서도 전략적 야권 단일화를 하더라도 독립적 역할을 늘여 가는 것이 숙제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 박 대표는 "통합진보당도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공천과정에 대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면서 "공천관리 자체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정희 대표가 사퇴하면서 본인들은 '희생'이라고 하지만 (관악을 사태) 그 자체가 통합진보당에 정당투표를 많이 못 주게 만드는 요인이 됐다고 본다"면서 "리더십 등 당의 구조 자체가 바뀌지 않는다면 오히려 지금부터가 시련일 것"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손호철 교수는 "지금까지 최고였던 10석보다 조금 더 갔다는 데서 위안을 찾을 지점이 있다"면서도 "문제는 질적인 내용"이라며 훨씬 엄격한 평가를 내놨다. 손 교수는 통합진보당의 TV광고 '웃음' 편을 예로 들면서 "이정희 대표가 여고생 분장을 하고, 노회찬 대변인이 엘비스 프레슬리 분장을 하는 등 기업들이나 하는 가장 부르주아적이고 코믹한 이미지 광고"라고 혹평하며 "가장 탈진보적인 선전을 했음에도 표를 못 얻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손 교수는 "진보를 버리고 우경화했다면 표라도 얻거나 그게 아니면 이념이라도 지켰어야 하는데 대중을 진보적으로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대중에 야합하는 정치행태를 보였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통합진보당에 남겨진 숙제에 대해 "당 노선에 대해 근본적으로 생각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진보정당이 어떻게 새롭게 탈바꿈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곽재훈 기자 

2012년 1월 30일 월요일

욕망과 변절 사이, 손석형과 박용진의 경우


이글은 대자보 2012-01-30일자 기사 '욕망과 변절 사이, 손석형과 박용진의 경우'를 퍼왔습니다.
지금 창원 지역은 손석형 전 경남도의원의 중도사퇴 가지고 말이 많다. 진보정치의 대의를 져버렸다느니, 도민과의 약속을 어겼다느니 하는 비난이 턱없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왜 내 마음을 울리지는 못하는 걸까. 나는 총선 출마를 위해 지방의원직을 내던진 사람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마 나라도 그렇게 할지 모르겠다. 

끝까지 현 직분을 완주하는 것이 박수 받을 만한 일이긴 하겠지만 다음 총선을 기다리기에는 시간이 너무 길고 개인으로서 손해 봐야 할 것이 많다. 지방의원직을 사퇴하는 것이 누구에게 해를 입히는 일일까. 재선거 비용? 비용을 따지자면 선출 제도만큼 낭비적인 것은 없다. 

더 근사한 자리, 더 큰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자리를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바탕에 자리한 기본적인 욕구일 것이다. 지방의원과 국회의원의 처지는 하늘과 땅 차이다. 자신의 그릇이 국민의 대표라고 믿는 사람을 굳이 뜯어말릴 필요는 없을 것이다. 더 월등한 책임과 능력이 요구되는 일에 도전하겠다는데 그런 부분까지 비난할 이유가 있을까. 어차피 성공이든 실패든 전적으로 자신이 감당할 몫일 터. 정치인은 도덕군자를 뽑는 것이 아님과, 인간에게 내재한 욕망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 도리어 정치의 수준을 높인다고 생각한다.

큰물에 도전하기 위해 도의원직을 물러나는 것이 욕먹는 일일 정도로 정치를 순백무결한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는, 어쩌면 지금의 정치판이 워낙 지저분하고 더럽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진보신당 창당 주역이 총선을 앞둔 정치적 격변의 기회를 틈타 몇 단계 건너 뛰어 민주통합당으로 향하는 세상은 이익 앞에 지조도 원칙도 없는 한국 정치의 수준을 잘 보여준다. 

진보주의자가 하루아침에 보수기득권 세력에 투항하는 것이야 한두 번 보는 것은 아니지만, 정치가 순결할 필요가 없다고 믿는 내가 보기에도 이런 장면은 어리둥절하다. 박용진 전 진보신당 대변인은 한나라당과 싸잡아 민주당을 보수정당으로 그렇게 손가락질할 때는 언제고 민주통합당에는 왜 갔을까. 

탐욕이 많은 자는 가치관보다 이익이 꾀이는 곳을 택하기 마련임을 안다면, 박용진의 선택은 이해가 간다. 자신과 아무리 색채가 맞더라도 그에게 통합진보당으로 다시 가는 건 무리였을 것이다. 통합진보당 전신인 민주노동당에서 나올 당시 감정적 앙금이 여전히 남아 있는데다 비슷한 사람들 천지니 자신이 돋보일 것이 없는 반면, 민주통합당에서는 진보진영 출신으로 희소성을 요구할 수 있는 지분을 기대했을 것이다. 과연 대표 경선에도 도전해 봤고, 공천 1순위라는 말도 들린다. 이전의 늙은 민주당 같으면 들어가고 싶어도 입당할 명분이 안서겠지만, 이제는 달라졌다는 핑계를 내세울 수 있다. 

박용진은 민주통합당은 민주당과 다르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민주통합당이 되면서 색깔을 완전히 갈아치웠다고 믿는 걸까. 믿고 싶었거나, 믿고 있는 것처럼 보이고 싶을 것이 아닐까. 그 당에 참여정부를 망하게 한 자들은 그대로 남아 있고 친노의 색깔을 덧입은 것밖에 더 있는가. 민주통합당이 자유무역주의를 반대하나. 비정규직을 반대하나. 한미 FTA는 반대한다고 하겠지. 참여정부가 했던 FTA는 잘한 것이고, 이명박 정부가 하는 FTA는 틀렸다고 하겠지. 

내 아무리 인간의 욕망을 있는 그대로 이해해 주고 싶어도 꿋꿋이 지탱해 온 가치관마저 손바닥 뒤집듯 하는 행위까지 너그럽게 대해 줄 생각은 없다. 김문수나 이재오, 뉴라이트 출신들이 그랬듯이 그건 변절이요 훼절일 뿐이다. 양지를 차지하고서도 배신자 소리를 듣기 싫다면 범 잡으러 소굴에 들어간다는 ‘기명삼’ 어법을 관두고 총선 후에도 살아남을지 알 수 없는 가난한 정당에서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고 솔직히 인정하는 것이 그나마 연민이라도 부르는 모습일 것이다.

어쩌면 정치야말로 인간을 잘 이해할 수 있는 교과서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 교과서는 중도사퇴는 몰라도 신념 체계를 뒤집는 것까지 용인할 아량을 말해주지는 않는다. 변절이 아닌 한, 인간의 약점과 욕망을 최대한 용인하는 방향으로 정치가 나아간다면 좋겠다. 

* 1.27.경남도민일보에 게재한 칼럼을 손본 것임.


* 필자는 <대자보> 편집위원이며, 문학평론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