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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2월 12일 일요일

'1박2일’이 몰랐던 것…탐조의 미학은 ‘추적’ 아닌 ‘기다림'


이글은 한겨레신문 조홍섭기자 블로그 물바람숲 2012-02-07일자 기사 ''1박2일’이 몰랐던 것…탐조의 미학은 ‘추적’ 아닌 ‘기다림''을 퍼왔습니다.
방송 뒤 탐조객 몰려 두루미 먹이 못 먹고 잠자리서도 쫓겨
하루 낱알 6000개 먹어야 체온 유지, 한 번 날면 300개 보충해야

며칠 전 전춘기 한국두루미보호협회 철원군 지회장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지난 연말 KBS 2TV의 '1박2일' 프로그램에서 김종민이 두루미 가족의 사진을 찍는 내용이 방영된 뒤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려 두루미 힘들어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기온이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지면 두루미는 뒤로 쭉 뻗고 날던 다리를 보온을 위해 배에 묻고 날기도 한다.

문제가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생각이 들어 2월2일 철원으로 향했다. 영하 20도의 맹추위가 위세를 떨치고 있었다. 전춘기 지회장은 만나자마자 탐조인과 사진가 등이 철원평야를 헤집고 다녀 두루미 보기가 힘들다고 말을 건냈다. 두루미가 먹이를 먹을 기회를 주지 않아 해질 무렵에야 사람들이 없는 틈을 타 먹이를 먹는다고 하였다.

▲전춘기 한국두루미보호협회 철원군 지회장.
▲두루미에게 먹이를 주고 밀렵을 감시하는 차량.

기온이 영하 5~10도 정도이면 두루미는 아침 7시40분께 먹이터로 향하지만 영하 20도 이하로 내려가면 오후1시나 돼야 잠자리에서 먹이터로 나온다. 가뜩이나 강추위에 먹이를 먹을 시간도 줄어든데다 사람들에게 쫓겨 다니니 두루미에게는 고달픈 겨울나기이다.

▲잠자리에서 일어나 먹이터로 향하는 두루미 가족.

두루미는 아주 예민한 조류이다. 한번 방해를 받으면 지속적으로 사람이나 차량까지 피한다. 그런데 `1박2일' 프로그램에서 말로는 기다림을 강조했지만 짧은 제작기간 때문인지 사실상 두루미를 쫓아다니는 내용이었다. 전문가가 보기에 이 프로그램은 두루미를 가지고 놀이를 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과연 오락프로에서 두루미를 추적하는 장면들이 잘 된 일일까? 추적이란 도망치는 동물의 뒤를 밟거나 자취를 더듬어 가는 행위이다. 두루미 네 마리 가족을 촬영하는 미션은 사실상 추적이었던 것 같다.
두루미가 아무 영문도 모르고 사람들의 눈요기로 추적당할 이유가 있었을까. 두루미 앞 위장텐트에 숨어 걸어가며 하는 장난기 어린 행동에서 두루미에 대한 배려는 보이지 않았다.


▲먹이터에 내려 앉는 두루미.

두루미는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하루에 곡식 낱알 6000개를 먹어야 한다. 그런데 한 번 날 때마다 낱알 300개 정도의 열량을 소비한다고 한다. 따라서 사람에 쫓겨 한 번 날아갈 때마다 그만한 낱알을 먹어 열량을 채워야 한다. 해 짧고 추운 이 겨울에 낱알 6000개를 하루에 찾아 먹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몸을 내밀고 사진을 찍는다.
▲차량을 보자 바로 날아가는 두루미. 이들의 추적은 계속된다.
▲차량에서 내려 두루미에게 '돌진'하는 탐조객들.
▲놀라 날아오르는 두루미 무리.
▲덩달아 놀란 고라니가 달아난다.

현장을 둘러보았다. 차량 수십대가 철원평야를 이리저리 두루미를 찾아 다닌다. 심지어 두루미를 보면 차에서 내려 달려가기까지 한다.
철원평야의 모습은 예전과 달랐다. 두루미는 사람과 차량을 두려워하는 빛이 역력했다. 얼마나 귀찮게 했으면 저리도 예민해졌을까?


▲아침마다 한탄강 여울 두루미 잠자리에 몰려들어 사진을 찍는 사람들.

한탄강 여울 두루미 잠자리에는 사진 찍는 사람들이 수십 명씩 몰려들어 두루미는 아예 상류 쪽으로 잠자리를 옮겼다. 두루미도 민통선 경계지역에는 일반인이 접근하지 못하는 것을 아는 듯했다.

▲한탄강 여울의 기존 잠자리에 몰려들던 두루미.
▲지금은 잠자리에 겨우 10마리 이내의 두루미가 자고 있다.

오락 삼아 두루미 추적 방송이 나간 이후 사람들이 몰려들자 두루미들은 먹이도 제대로 먹지 못한 채 이리저리 쫓겨 다니고 잠자리마저  편하지 않은 상태이다.
공영방송으로서 좀 더 깊이 생각하여 프로그램 내용이 두루미에게 끼치는 영향이 무엇인지 검토했어야 했다. 일반인들은 두루미의 습성이나 관찰수칙을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탐조의 미학은 추적이 아니라 기다림이다.


▲잠자리는 불편하지만 아예 사람을 피해 상류쪽으로 잠자리를 옮겼다.

■ 두루미를 배려한 탐조 요령

▲사람들이 접근하자 놀라며 긴장하는 두루미와 재두루미.

조용하면 더 많이 봅니다새들은 소리에 민감해 이상한 소리가 들리면 매우 불안해 합니다. 정숙한 관찰자가 더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시끄럽게 떠들거나 함부로 뛰어다니면 안 됩니다.

옷은 녹색이나 갈색이 좋아요새는 사람보다 8~40배 높은 시력을 갖고 있습니다. 원색의 옷은 새를 자극하고 스트레스를 줍니다. 주변 환경과 잘 어울리게 여름에는 녹색, 겨울에는 갈색의 옷을 입어야 합니다.

너무 가까이 접근하지 마세요새들은 우리들이 가까이 가면 갈수록 위협을 느낍니다. 산새류는 20m 이상, 물새류는 150m 이상 떨어져 있어야 합니다. 새를 자세히 보고 싶으면 미리 쌍안경을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쌍안경은 배율이 8*42, 10*42 정도가 사용하기 편합니다. 배율이 너무 크면 어지러워 탐조하기가 힘듭니다.

망원렌즈를 사용하세요
새를 촬영할 때는 300mm 이상의 망원을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새들과 먼 거리에서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철원평야의 경우 일반 카메라 렌즈로 촬영하다 보니 가까이 접근하여 두루미를 놀라게 하고 있습니다.  두루미는 150m 이내로 접근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차량으로 탐조하거나 촬영 할 때는 되도록 차량에서 내리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사진 찍을 때 조심하세요플래시를 사용하면 새들이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좋은 사진을 찍으려는 욕심에 너무 가까이 가면 안 됩니다. 사진을 찍을 때는 몸을 숨기고 조용히 찍어야 합니다.

우르르 몰려다니면 무서워요사람들이 몰려 있으면 새들이 금방 알아차립니다. 함께 움직이는 인원은 3~5명 정도가 적당합니다. 사람들이 많을 때에는 여러 그룹으로 나누어 움직입니다.

쓰레기를 버리지 마세요우리가 버린 쓰레기는 새들에게 해를 줍니다. 무심코 버린 줄에 발이 묶이거나 쓰레기를 먹고 죽는 새도 있습니다. 쓰레기는 봉투에 담아 집으로 되가져 가세요.

윤순영/ 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2012년 1월 26일 목요일

숨 죽였던 2030세대가 움직인다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01-24일자 기사 '숨 죽였던 2030세대가 움직인다'를 퍼왔습니다.
“이번엔 다를거에요. 이젠 다 알아요. 정치가 우리 스트레스의 근원이라는 것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시장을 만들어냈던 2030세대의 분위기가 심상찮다. 여.야 정치권 모두 2030세대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 정치권은 지난 10.26 보궐선거 이후 그 동안과 달리 능동적으로 변한 2030세대 유권자들을 향해 ‘세레나데’를 부르고 있다.

최근 전문가들은 입 모아 올해 총.대선 선거에서 2030세대가 ‘캐스팅보트’를 쥘 것으로 전망한다. 지금의 20대는 2000년 이후 정치에 등을 돌린, 투표율이 가장 낮은 세대란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지난해 재보궐선거 이후 이들의 정치의식과 열기를 보는 눈이 사뭇 달라졌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특히 “2002년 대선(56.5%) 이후 처음으로 20대 투표율이 50%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목소리 냈더니 정책이 변하더라”

이들의 변화된 모습은 2030세대가 봉착한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들은 취업, 등록금, 결혼 등 현실적인 문제부터 여기에서 파생된 막연한 불안감과 자괴감까지 느껴왔다. 이 때문에 혼자서 문제를 풀어보겠다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스펙을 올리고, 틈틈이 저축까지 해왔지만 이제는 부모 도움없이 등록금을 내고 결혼을 하기란 불가능하다는 것을 느낀 것. 전문가들은 각자 발버둥치던 이들이 “정치가 곧 이 문제들의 시작”이라고 판단하며 정치로 눈을 돌렸다고 입을 모았다.


ⓒ이승빈 기자 14일 저녁 서울 청계광장에서 '한미FTA폐기! 부폐정치심판! 범국민촛불대회'가 열렸다.
서울의 모 사립대에 재학중인 정모(26)씨는 취업준비생이다. 그는 지난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서 처음으로 투표를 했다. 정씨는 “그동안 정치인들을 바라보며 그저 남의 일인 것만 같았다”며 “투표도 하고 싶지 않았다. 어차피 뽑고 나면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기 바빴던 것이 정치인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취업 준비, 영어공부만 열심히 한다면 될 것으로 생각했다”면서 “하지만 지난 10.26 서울시장 선거를 본 뒤 그 생각이 바뀌었다. 우리가 목소리를 내면 바꿀 수 있고, 그 속에서 우리는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다”고 전했다.

모 대기업에 근무하는 최모(28.여)씨 역시 “취업을 하고 나서도 불확실한 미래, 불안감은 변하지 않았다”면서 “서울시장 선거 이후 바뀌는 서울의 모습을 느끼면서 깨달은 것이 하나 있었다. 결국 정치가 우리 삶의 스트레스의 근본이라는 것을 느꼈다”라고 말했다. 또한 “이번 총.대선에서도 적극적으로 투표를 하고, 주변에도 많이 알릴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시중의 한 은행에서 근무하는 우모(33)씨는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열일을 제쳐두고 투표소로 갔다. 우씨는 “학자금 대출에 전세 대출까지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주변 지인들을 많이 봤다”며 “정치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2030세대 문제는 우리가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에 투표했고, 올해도 반드시 투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2030세대가 세상의 중심될 것”

지방 사립대 대학원 졸업을 앞 둔 이모(27.여)씨는 지난해 말 석사 논문을 발표한 뒤 서울로 올라왔다. 열심히 해 왔던 공부를 마치고 얻은 성과에 기뻐해야할 때지만 이씨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씨는 “박사 학위까지 마치는 것이 목표지만, 들어갈 돈이나 미래 등을 생각해 취업준비에 나섰다”고 말했다. 하고 싶은 공부가 있어 대학원을 진학했지만 대학원 졸업을 앞둔 현재 그 길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

이씨는 “정치인들은 20대가 정치에 관심없어 문제가 있다는 듯이 말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20대를 그렇게 만든 것은 다름아닌 기존 정치인들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원하는 일을 하고 싶어도 현실에 치이며 사는 동안 정치 문제에 관심을 갖지 못하게 됐다는 뜻이다. 

이씨는 정치인들이 심각한 청년 실업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지 못하고 20대만 비판하는 게 더 나쁘다는 평가했다. 이씨는 “지난해 반값등록금 시위도 새로울 것은 없다. 그동안 20대의 고민 중 하나였던 등록금 문제가 곪았다가 터진 것일 뿐이다. 정치인들이 이를 통해 20대의 폭발력을 깨달았으면 한다”면서 “올해 총.대선에서는 그 동안과 다른 20대의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씨는 “20대가 정치에 눈을 뜬 이상 엄청난 폭발력을 가지고 행동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증권사에 근무하는 권모(33)씨도 “결혼 이후 삶이 더 팍팍한 것은 사실”이라며 “그 동안 정치권이 이런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한 것에는 무관심했던 우리의 책임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솔직히 ‘나꼼수’로 정치에 다시 관심을 가지게 됐다. 하지만 이젠 ‘나꼼수’ 없이도 정치가 우리의 삶을 바꿔줄 것을 누구나 다 안다”면서 “올해 선거에는 그 어느때보다 청년층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의견을 전했다.

조한일 기자jhi@v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