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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7일 일요일

가창오리 어디 갔나 했더니…삽교호서 32만마리 확인


이글은 한겨레신문 환경전문 조홍섭기자 블로그 물바람숲 2013-0402일자 기사 '가창오리 어디 갔나 했더니…삽교호서 32만마리 확인'을 퍼왔습니다.
탐조객 기다리던 천수만 건너뛰어 남해로 직행…`실종' 논란 일어
지난 4~11일 삽교호서 집결 무리 확인, 먹이와 기후변화 영향 받아

» 가창오리 무리. 얼굴 무늬를 따 태극 오리라고도 부른다.


해질 무렵 가창오리가 펼치는 환상적인 군무를 볼 수 있는 곳은 세계에서 단 한 곳, 우리나라뿐이다. 전 세계 가창오리의 95%가 한국에서 겨울을 난다. 그 중요성과 가치를 잊어버린다면 가창오리가 빚어내는 장관을 더는 볼 수 없을지 모른다.
» 삽교호에 큰 산을 만든 가창오리 떼.


가창오리는 국제적 멸종위기종인데도 우리 정부는 한반도에 도래하는 개체수가 많다며 최근 멸종위기종에서 제외했다. 많고 적다는 걸 무슨 기준으로 판단했을까. 또 소중한 것과 가치 없는 것은 무슨 차이가 있는 걸까?

이 지구상에 있는 35만여 마리의 가창오리가 과연 많은 것일까? 해제의 타당성이 무척 궁금하다. 다른 조류와 달리 군집성이 강한 가창오리의 습성때문에 전염병이나 독극물에 노출될 경우 한 번에 절멸할 수도 있지 않을까.



지난해 11월30일 탐조가인 김신환 서산태안환경운동연합 의장은 페이스북에 ‘가창오리를 찾는다’는 글을 올렸다. 여기저기서 가창오리에 대한 화제가 만발했다. 가창오리가 우리나라에 오지 않았다거나 가창오리 수가 줄었다는 등의 보도가 잇따랐고, 가창오리에 대한 위기감까지 조성되는 상황이 되었다. 하지만 천수만에 머물지 않고 그곳에서 관찰되지 않았다고 실종된 것은 아니다.
» 늦은 저녁 삽교호 위를 먹구름처럼 덮고 있는 것이 가창오리 무리이다.


» 구름 띠처럼 보이는 가창오리 무리.


천수만에서 새를 관찰하는 사람들은 천수만을 중심으로 이야기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예전에도 가창오리가 천수만과 금강을 버리고 남해안으로 향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올해는 바로 해남까지 내려간 것이다. 가창오리의 이동은 기후변화와 특히 먹이 터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본다.

몹시 추운 해에는 철새들이 시베리아에서 우리나라에 일찍 도래하곤 한다. 철새의 월동을 알리는 첫 손님 기러기가 그런 예이다. 야생동물들은 사람이 갖고 있지 못한 자연변화에 대한 예측 능력이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천수만을 비롯해 삽교호, 남양호 등에 머물던 가창오리는 11월 말~12월 초 남쪽인 충남 서천과 전북 군산의 금강하굿둑 주변으로 터전을 옮기는 것이 보통이다. 기온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 좀 더 따뜻하고 먹이가 있는 곳으로 이동을 하게 된다.

더 남쪽으로 전북 고창의 동림저수지, 전남 영암의 영암호, 해남의 고천암호, 경남 창원의 주남저수지에서 1~2월까지 머무르다가 번식지 시베리아로 돌아간다.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철새들은 중북부 지방에서 보름에서 한 달 정도 머물다 남쪽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있다. 북상할 때는 내려갔던 길을 되짚어 그 장소마다 징검다리 식으로 들르며 10여 일씩 머물다 간다.

이때는 경계심도 적고 인가 근처의 농경지에서 남아있는 낱알을 먹는 습성을 보인다. 조류의 이동 경로 변화는 벼를 베는 시기가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고 먹이와 지역 기온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 수면에서 날아 오르는 가창오리 떼.


우리나라의 중북부와 산간 지역은 이른 벼(조생종)를 일찍 모내기하고, 남부로 내려갈수록 늦은 벼(만생종)를 늦게 모내기하므로 지역적으로는 중북부 및 산간 지역은 일찍 벼를 수확하고 남부지역으로 갈수록 벼를 늦게 수확한다.

평균적으로 벼 베기 적기는 품종에 따라 다른데, 이른 벼는 9월12~20일 사이, 늦은 벼는10월5일~30일 사이에 수확한다. 특히 강원도 산간 지역이나 철원은 기후 관계로 이른 벼를 심고 9월에 벼를 베기 시작한다. 쇠기러기는 이 시기를 맞춰 도래하기도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농촌일손 부족과 수확용 장비 일정에 따라 이보다 늦게 수확하는 농가도 많이 있다. 농기계가 부족하던 시절에는 11월 하순까지 벼를 베는 농가도 종종 있었다. 철새들이 먹이 터를 선택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벼 재배 일정이나 방식과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기후나 벼 베는 시기의 변화는 한반도를 찾아오는 철새들에게 매우 중요한 이동경로나 서식지 변화를 언제든지 가져올 수 있다. 물론 먹이 터 감소와 주변 환경변화로 인한 영향도 있다.

과연 가창오리 수가 줄어들었는지, 북상 이동경로가 바뀌는지 지켜보았다.

» 삽교호 다리 위를 먹구름처럼 지나가는 가창오리 무리.


지난 3월3일 천수만을 거쳐, 3월4일부터 11일까지 8일 동안 삽교호에서 가창오리를 관찰하였다. 그 결과 관찰된 가창오리의 개체수는 3월4일 15만 마리, 3월6일 18만 마리, 3월9일 25만 마리, 3월10일 28만 마리로 점차 늘다가, 마침내 3월11일에는 32만여 마리로 최대를 기록했다.

북상 이동경로는 예전처럼 경남, 전남에서 전북을 거처 충북 삽교호에 북상 중 집결한 것이 확인되었다.



가창오리를 둘러싼 이번 혼란은 추정을 단정적으로 보도하면서 불거졌다. 민감한 조류의 생태는 지속적인 생태 관찰을 통해서만 정화한 변화를 판단할 수 있다. 철새들의 이동경로와 증감을 파악하는 분석 기법이 새롭게 마련되었으면 한다 .

평야에는 비닐하우스, 볏짚 수확, 소여물로 쓰는 볏짚 말이, 논갈이 등 철새도래를 저해하는 요인들이 널려있다. 이들은 좀 더 넓게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조류가 환경의 건강성을 가늠하는 지표가 되는 것은 환경변화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먹이 사슬에 상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 가창오리의 군무가 새 모양을 이뤘다.


인간 중심의 판단보다는 새들의 본능과 행동을 세밀하게 살펴본 바탕에서의 판단이 요구된다. 특히 환경문제를 다루는 방송과 신문은 정확성에 좀 더 신경을 써 주었으면 한다. 화제가 되면 앞다투어 보도하는 행태가 오류를 낳는다. 오류가 사실이 되고 사실이 오류가 되는 혼란을 막아 주었으면 한다.

글·사진 윤순영/ 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김포의 재두루미 지킴이. 한강 하구 일대의 자연보전을 위해 발로 뛰는 현장 활동가이자 뛰어난 사진작가이기도 하다.
이메일 : crane517@hanmail.net      
블로그 : http://plug.hani.co.kr/crane

2013년 2월 17일 일요일

자연 학대 사진촬영은 이제 그만


이글은 한겨레신문 환경전문 조홍섭기자 블로그 물바람숲 2013-0213일자 기사 '자연 학대 사진촬영은 이제 그만'을 퍼왔습니다.

둥지 노출, 새끼 유괴에 모성애 악용까지…전정가위와 톱, 사다리까지 동원
사진은 '기다림의 미학', 전문가 도움 받아야 

» 사진작가 김아무개씨가 지난해 11월 서울에서 연 개인전에 전시한 '새의 선물' 연작의 하나. 날지 못하는 오목눈이 새끼 새를 꺼내 인위적으로 나뭇가지에 매달고 어미의 모정을 이용해 촬영한 사진이다. 발을 살펴 보는 어미 새의 행동이 접착제를 바르지 않았나 하는 의심도 든다. 어미 새가 어리둥절 영문도 모르는 채 새끼를 바라보고 있고 새끼는 겁을 먹고 있다. 사진=<한국사진방송> 갤러리

지난해 한 사진가가 전시회에 내놓은 새 사진이 동물학대 논란에 휩싸였다. 작가가 새의 모습을 멋지게 담기 위해 날지 못하는 어린 새를 둥지에서 꺼내 연출했다는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또 장면을 보기 좋게 담기 위해 둥지 주변의 나무를 꺾어 주변 자연을 파괴했다는 지적도 받았다. 하지만 해당 사진작가가 자연을 훼손했다는 증거가 없는데다 대상이 멸종위기종에 해당되지 않아 유아무야됐다. 해당 작가는 “법적인 하자가 없는 행동”이라며 “예술로 봐 달라“라고 말해 더 큰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 앞의 작가가 촬영한 멸종위기야생동물 2급 보호종인 긴꼬리딱새(삼광조). 이 새는 천적을 피하기 위해 둥지를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짓는데, 이 사진에서는 둥지 주변의 나무를 다 자르고 정리해 둥지가 훤히 드러났다. 또 새끼는 다 자라면 둥지 밖으로 날아가는데 이 사진에선 날지 못하는 새끼를 꺼내 가지 위에 올려 놓은 것으로 보인다. 긴꼬리딱새는 은밀하고 그늘진 곳에 둥지를 틀기 때문에 둥지가 있는 가지엔 이끼가 끼기 마련인데 사진에서는 이끼가 메말라 버렸다. 이는 둥지 주변 가지를 자르고 훼손한 뒤 오랜 시간에 걸쳐 촬영을 했다는 증거이다. 사진=<한국사진방송> 갤러리

» 정상적인 긴꼬리딱새의 이소 모습. 자연의 순리 따라 둥지 밖으로 나온 새끼는 천적을 피해 나무 잎이 무성한 안전한 곳에 숨는다, 중지에서 떨어진 나뭇가지에 숨어있는 새끼에게 어미가 먹이를 주고 있다. 사진=윤순영

이 사진을 접한 사람들은 새를 학대한 것이 분명해 보이는 촬영기법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일부 몰지각한 사진가의 행위로 다른 많은 정상적인 자연 사진가들도 같은 취급을 받을까 걱정스럽다는 의견이 많았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을 촬영해야 할 사진가가 오히려 자연을 훼손해 가며 사진을 찍는 것은 모순된 행동이다. 사실 야생 동물과 자연경관 촬영지에서 드러나는 비윤리적이고 몰상식한 행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자연에 대한 그릇된 인식이 안타깝다.

» 날지 못하는 새끼를 잡아 매발톱꽃 가지에 올려 놓고 어미새의 모성본능을 유도해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앞의 작가 사진. 어린 새끼가 얼마나 시달렸을지 눈에 선하다. 포토 샾으로 새의 깃털 색을 과장되게 처리해 무슨 종인지 알기도 쉽지 않다. 딱새로 추정된다.

사진은 빛을 그리는 예술이자 기다림의 미학이다

기다림 끝에 동물과 교감하며 자연스러운 모습을 포착하는 것이 자연 사진이다. 기다림의 미학인 사진을 통해 자연과 교감하 것이다. 사진은 자연과 인간이 만난 결과물이다. 기다림은 한 장의 사진을 얻기 위해 사진가가 오롯이 감수해야 할 몫이다. 하지만 요즘 온라인 사진 클럽에 올라오는 생태사진을 바라보면, 자연과 그릇된 교감으로 만들어 낸 사진을 종종 만나게 된다.

» 허전하기 짝이 없는 동박새 둥지. 주변의 잎과 가지를 모두 제거한 혐의가 짙다 원래 둥지는 사진 찍기 좋으라고 만드는 게 아니라 주변에서 보기 힘들도록 최대한 위장한다. 사진을 찍겠다고 천적에게 노출되기 쉬운 '살아있는 박제'를 만들었나. 앞의 사진가 작품의 하나다. 사진=<한국사진방송> 갤러리

얼핏 보면 자연의 숭고함과 경이로움에 감탄이 절로 나오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잘못된 촬영자세가 그대로 사진 속에 드러난다. 아무리 멋진 사진이라도 본인의 비양심적인 행동을 드러내 보이는 우를 범하는지는 모르고 있는 것이다. 사진은 진실을 숨기지 않는다. 사진 속에는 촬영자의 양심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 둥지 밖에 나와 나뭇가지에 몸을 숨긴 긴꼬리딱새 새끼의 정상적인 모습. 여유롭게 기지개를 켠다. 사진=윤순영

꺾고, 자르고, 얼리고, 돌 던지고, 파내고…

완벽한 빛과 구도로 만들어진 아름다운 조류사진 한 장이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이내 사진의 촬영과정에 의구심이 들기 시작한다. 새는 주변의 환경을 이용해 잘 보이지 않는 곳에 둥지를 트는 습성이 있다. 매와 황조롱이, 뱀, 삵 등 천적으로부터 새끼를 지키기 위해서다. 일부 사진 작가들은 이런 새들의 생태적 조건을 무시한 채 자신들의 욕심을 위해 새를 고스란히 노출시킨다.

» 천적에 노출된 둥지에서 심기가 불편한 어미 꾀꼬리와 새끼들, 금방이라도 매가 달려 들 것 같다. 사진=<한국사진방송> 갤러리

» 어미도 앉기 불편할 만큼 굵은 배롱나무 가지에 새끼들이 나란히 앉아 있다. 날지 못하는 새끼를 둥지에서 꺼내 일렬로 앉힌 것 같다. 보통 때라면 먹이를 가져온 어미에게 서로 먼저 달라고 아우성일 텐데 사람 손에 시달려서인지 먹이에는 신경 쓸 겨를이 없이 불안에 떠는 표정이 역력하다. 앞의 사진가 의 작품이다. 사진=<한국사진방송> 갤러리

촬영에 방해가 되는 둥지 주변의 나뭇가지를 전정가위로 자르는 것은 기본이며, 사다리와 톱까지 동원된다. 둥지를 떠날 시기가 안 된 어린 새를 강제로 꺼내 촬영하기도 한다. 둥지가 노출되면 어린 새는 날개도 한번 펴보지 못하고 천적의 먹잇감이 되고 만다.

어미 새는 위험을 무릅쓰고 모성본능에 따라 강제로 둥지 밖으로 끌려나온 새끼에게 먹이를 주기 위해 접근하게 된다. 사진가는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멋진' 사진을 촬영한다. 동물의 모성애를 악용한 촬영인 것이다.

» 먹이인 뱀을 잡아온 호반새. 그릇된 사진가들은 새의 자세가 맘에 들 때까지 돌을 던져 촬영을 하기 일쑤이다. 사진=서규문

또 촬영을 위해 차를 타고 철새들의 움직임을 하루 종일 쫓아다니는가 하면 버스를 대절해 단체로 출사를 나가기도 한다. 이런 행동은 새들에게 극심한 스트레스를 주는 행동으로 직접 돌을 던지는 행위와 마찬가지다.

단체로 야생화를 촬영 할 땐 그 주변의 생태가 쑥대밭이 된다. 일부 야생화 사진가는 촬영 후 다른 사람이 찍지 못하도록 꽃과 나무를 꺾어 버리는 일도 있다고 한다. 자신이 그토록 아끼는 자연을 스스로 탐욕과 소유의 대상으로 만드는 셈이다.

» 솜털이 아직 가시지 않아 둥지에 있어야 할 어린 새끼들이 둥지 밖 나뭇가지에 나란히 서 먹이를 보채고 있다. 영문도 모른채 '유괴'되어 끌려나온 혐의가 짙다. 지나친 후처리로 인해 구분하기 어렵지만 노랑할미새로 추정된다. 앞의 사진가 작품의 하나이다. 사진=<한국사진방송> 갤러리

나비나 잠자리 같은 곤충류를 촬영하기 위해 미리 잡은 곤충을 냉장고에서 살짝 얼려 휴면 상태에 빠뜨린 뒤 원하는 위치에 올려놓기도 한다. 또 먹이를 물고 온 어미 새를 멋지게 촬영하려고 수차례 돌을 던져 다시 앉게 하는 행위도 적지 않다. 낭떠러지에 지은 호반새 집 뒤편을 삽으로 파내 굴 안으로 들어오는 모습을 촬영하기도 하고, 조명을 위해 보조광 스트로보를 단체로 터뜨리기도 한다.

» 사진 찰영을 위해 불필요한 나뭇가지는 다 잘라 버리고 그 위에 꺼내 온 새끼를 올려 놓은 것처럼 보인다. 앞의 사진가 작품. 사진=<한국사진방송> 갤러리

한 장의 사진을 위해서 목숨이라도 걸어야 할 사진가가 나약한 자연을 상대로 무자비한 행동을 하고 학대하는 것은 사진가 이전에 사람으로서 자연을 대하는 기본적인 도덕성에 관한 문제이다. 

특히 조류 사진 촬영에 지식이 없다면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촬영에 임하는 것이 자연에 대한 배려이다. 동물의 모성과 사람의 모성이 무었이 다를까? 법정 보호종이 아니더라도 유괴되어 학대받는 동물들을 보호 할 수 있도록 동물보호법이 개정되어야 할 것이다.

» 붉은머리오목눈이 집을 차지하여 자라난 뻐꾸기 새끼. 천적을 피하기 위해 둥지가 나뭇잎에 가려 얼굴만 살짝 보인다 사진=윤순영.

탐조는 추적이 아닌 기다림

자연에 대한 몰이해는 일부 사진가만의 문제가 아니다. 공영방송이 그런 일에 앞장선 일도 있다.(■ 관련기사 '1박2일’이 몰랐던 것…탐조의 미학은 ‘추적’ 아닌 ‘기다림')

지난해 이 프로그램에서 철원군의 대표적인 철새인 두루미를 소개했는데, 출연자가 위장막 안에서 경계심 강한 두루미 가족을 촬영하는 미션을 수행하는 내용이었다. 방송이 방영된 뒤 철원군의 두루미 서식지는 이를 탐조하기 위한 수많은 관광객들로 홍역을 앓았다. 이처럼 귀한 손님인 두루미가 졸지에 사람들에게 쫒기는 신세가 됐다.  

» 두루미를 향해 논으로 돌진하는 차량에 기겁해 날아 가는 두루미 무리. 사진=윤순영

차를 타고 쫒아다니며 사진을 찍는 사진가들과 탐조에 대한 기본적인 자세를 모르는 사람들의 잘못된 행동 때문이다. 아름다운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것도 좋지만 동식물의 생활환경을 침범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물론 국내 서식지 주변의 무차별한 개발이 매년 찾아오는 철새 수를 줄어들게 만드는 근본 원인이다.

» 사진 촬영을 위해 계속 두루미를 추적하는 차량. 사진=윤순영

선진국에선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을 살리기 위해 정부와 지역 주민의 적극적인 보호와 감시 아래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또 탐조 및 촬영을 위한 시설을 따로 만들어 운영한다. 하루 빨리 국내에도 야생동식물보호 차원에서 올바른 탐조 인식운동과 함께  탐조 시설을 만들어 이를 보호해야 한다. 지금 같은 추세라면 몇 년 안에 더는 국내에서 철새를 보기 힘들게 될지도 모른다.

윤순영/ 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김포의 재두루미 지킴이. 한강 하구 일대의 자연보전을 위해 발로 뛰는 현장 활동가이자 뛰어난 사진작가이기도 하다.
이메일 : crane517@hanmail.net       블로그 : http://plug.hani.co.kr/crane

2012년 11월 25일 일요일

재두루미가 어린 흑두루미를 '입양'한 사연


이글은 한겨레신문 환경전문 조홍섭기자 블로그 물바람숲 2012-11-21일자 기사 '재두루미가 어린 흑두루미를 '입양'한 사연'을 퍼왔습니다.

'피부색'은 달라도 우린 한 가족…아무르강서 월동길에 가족과 헤어진 어린 흑두루미
따뜻하게 받아준 재두루미, 먹이도 함께 먹고 잠자리에 데려가 한 식구처럼 생활

» 재두루미 사이에서 먹이를 쪼는 흑두루미 새끼. 재두루미와 똑같이 행동한다.

아침 7시20분 경기도 김포 홍도평을 향해 재두루미 무리가 어김없이 날아든다.

» 장항습지의 잠자리에서 일어나 홍도평으로 향하는 재두루미들.

» 홍도평에 도착하는 재두루미.



» 선회를 반복하다 조용하고 안전한 자리에 앉는 재두루미.

홍도평이 과거처럼 재두루미가 먹이를 먹기엔 좋지 않은 상황이지만 어쨌든 이들은 홍도평과 오랜 약속을 변함없이 지키고 있다.

» 재두루미가 않아있는 곳엔 황오리 떼가 찾아온다.


늘 그렇듯이 황오리는 재두루미가 자리를 잡으면 약 30분 뒤 어김없이 그곳으로 찾아든다. 이것은 먹이를 쉽게 얻기 위한 행동인 것으로 보인다. 황오리는 주둥이가 짧아 벼이삭을 헤치기가 힘들다. 하지만 재두루미가 긴 부리로 볏짚을 헤집어 주면 쉽게 낱알을 주워먹을 수 있는 것이다. 

대신 황오리는 재두루미의 경계를 서 주는 것처럼 보인다. 위험에 놓이면 황오리는 언제나 재두루미보다 먼저 날아오른다. 아무런 말도 주고받지 않지만 둘 사이엔 서로 돕는 관계가 있는 것 같다.

» 재두루미가 않아있는 곳엔 황오리 떼가 찾아온다.


이번 재두루미 무리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어린 흑두루미 한 마리가 끼어 있다는 점이다. 흑두루미는 재두루미와 똑같이 먹이를 먹고 잠자리에서 잠을 자고 아침에는 홍도평으로 날아왔다.

재두루미와 흑두루미는 엄연히 다른 종이다. 하지만 재두루미 어미는 어린 흑두루미를 쪼거나 내쫓지 않고 자기 새끼처럼 돌보고 있었다. 마치 입양한 것 같았다. 사실 2001년에도 홍도평에 흑두루미 유조가 재두루미 틈에 끼어 월동한 적이 있다. 이런 입양이 드물지만 종종 일어나는 모양이다.

재두루미와 흑두루미는 극동 러시아의 아무르강 습지에서 내려온 것들이다. 아마도 월동을 하러 내려오다 악천후나 맹금류를 만나 무리가 피하다가 어린 흑두루미는 가족을 잃었을 것이다. 대신 재두루미를 따라 나섰는데 따뜻하게 받아준 것이다. 이처럼 한 번 입양된 개체는 이듬해에도 자기 무리로 돌아가지 않고 다시 찾아오는 예가 많다. 

» 재두루미가 않아있는 곳엔 황오리 떼가 찾아온다.

글·사진 윤순영/ 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김포의 재두루미 지킴이. 한강 하구 일대의 자연보전을 위해 발로 뛰는 현장 활동가이자 뛰어난 사진작가이기도 하다.
이메일 : crane517@hanmail.net       블로그 : http://plug.hani.co.kr/crane

2012년 7월 29일 일요일

"후손에 부끄럽지 않도록 고향 자연 지킬랍니다"


이글은 한겨레신문 조홍섭기자 블로그 물바람숲 2012-07-26일자 기사 '"후손에 부끄럽지 않도록 고향 자연 지킬랍니다"'를 퍼왔습니다.
골프장 건설 맞서 자연 지킴이로 나선 홍천 갈마곡리 이재순씨
하늘다람쥐, 까막딱따구리 사는 곳 후대에 남길 터

» 강원도 홍천군 갈마곡리의 자연을 골프장에 내줄 수 없다는 고향 지킴이 이재순씨가 해맑게 웃는다.

강원도에는 골프장이 많다. 2011년 기준으로 운영 중인 골프장이 41곳, 건설 중이거나 추진 중인 곳이 41 곳으로 여의도 면적의 18배나 된다. 경기도 다음으로 골프장이 많다. 특히 경춘고속도로가 뚫리면서 서울과 가까와진 홍천군에는 운영 중인 골프장 2곳, 공사 중인 골프장 4곳, 인허가 추진 중인 골프장 9곳 등 그야말로 골프장 군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 갈마곡리 계곡에 펼쳐진 농경지

골프장 건설 과정에서 수많은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환경성 검토와 산림 조사의 부실, 주민들의 수해 위험, 하천의 건천화. 친 환경 농업의 어려움, 마을 공동체의 파괴 등등….
이런 문제를 제기하며 골프장 반대운동을 펼쳐오고 있는 곳이 홍천군 갈마곡리이다. 지난 6월19일 이곳 지킴이 이재순씨의 요청으로 조류 조사차 들렀다.

» 갈마곡리의 까막딱따구리.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이다.

우선 이재순씨를 만나기 전에 까막딱다구리 둥지로 가 보았다. 지난해와 다름없이 2마리의 새끼를 기르고 있었다. 정상적인 번식을 하고 있는 것을 확인하였지만 앞으로 골프장이 추진되면 번식지가 온전할까 걱정이 된다.

» 야산과 논 습지는 다양한 생물들이 번성하는 터전이 된다.

홍천군청 정문에서 이재순씨를 만났다. 아들과 함께 기다리고 있었다. 화장기 없이 검게 탄 얼굴에 반가운 미소를 지었다. 지난해 3월에 하늘다람쥐 조사를 하고 1년만이다. 이재순씨는 평범하게 가정을 꾸리고 사는 소박한 산골 여인이다.

» 갈마곡리의 하늘다람쥐.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이다.

무관심하게 지내던 어느 날  골프장 반대운동을 하는 노인분들을 목격하면서 자연경관 훼손에 대한 심각성을 깊게 느끼게 되어 여린 여인의 몸으로 갈마곡리 지킴이로 본격 나서게 되었다.

» 2011년 3월17일 삭발을 하고 시위에 나선 이재순씨와 주민들.

그는 후손한테 부끄럽지 않게 사는 것이 최종 선택이라며 자연보전에 대한 확신을 가졌다. 2011년 3월17일 삭발과 단식 농성시위를 하였고 그 과정에서 집단폭행죄, 퇴거 불응죄로 홍천군으로부터 고발을 당한 상황이다.

» 갈마곡리 농경지에서 쉬고 있는 원앙.

» 골프장 건설을 막아내기 위해 상의 중인 주민들.

» 주민들은 인근 야샨의 새둥지들이 지속적으로 훼손되고 있다며 사업자를 의심하고 있다.

이재순씨는 강원도청 앞에서 시위를 하며1~2시간을 자면서 고통을 견디었을 때와 80~90대의 노인분들을 고생시키면서 춘천경찰서에 끌려갔을 때가 힘들었노라고 말한다.

» 마을 개울의 다슬기

» 물달팽이

» 물두꺼비

» 물자라

또한 이 일을 하면서 공직자들이 주민 편이 아니라 골프장 사업자들의 입장에 서 있는 것 같아 가장 안타깝다고 말한다. 또 싸움 과정에서 가정을 돌보지 못한 일도 가족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한다.

» 대륙종개

» 버들치

» 산개구리

» 무당개구리

갈마곡리의 자연 훼손을 막기 위해 가족 모두 1년간 농사를 포기를 했다. 하지만 남편과 아들들이 적극적으로 지지해 주었다. 남편 이만석씨는 부인의 일에 무조건 협조적이다. 건강을 해칠까 우려하고 있을 뿐이다. 과로한 탓에 쓰러진 일이 있기 때문이다. 아들 둘은 어머니의 신념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 일을 마치고 돌아온 남편에게 소주 한잔으로 피로를 푼다.

» 장독대도 갈마곡리 계곡에서 자연의 일부로 다가온다.

» 무쇠솥 손잡이에 앉은 딱새 암컷.

» 이재순씨 집 신발장에 딱새가 둥지를 틀어 암수가 먹이를 나르고 있다.

» 딱새와 신발, 먹이를 먹이는 수컷

» 먹이를 보채는 딱새 새끼.

그는 다시 말한다. 자연을 지키고 싶은 마음과 후손들한테 좋은 자연을 물려주고 심은 마음 뿐이라고. 골프장사업은 개인 사업인데, 이 사업으로 후손들들을 망치게 할 수는 없다고. 

» 갈마곡리의 물까치

» 곤줄박이

» 갈마곡리 계곡에 서 있는 가로등 틈새에 둥지를 만든 곤줄박이.

그는 골프장 인허가 취소를 요구하는 소송을 하고 있는 중이다. 8월24일 재판이 열린다고 한다. 힘겹고 외로운 싸움이지만 고향을 지킬 수 있다는 강한 의지가 그에게 있었다.

글·사진 윤순영/ 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김포의 재두루미 지킴이. 한강 하구 일대의 자연보전을 위해 발로 뛰는 현장 활동가이자 뛰어난 사진작가이기도 하다.이메일 : crane517@hanmail.net       블로그 : http://plug.hani.co.kr/cra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