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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월 17일 일요일

자연 학대 사진촬영은 이제 그만


이글은 한겨레신문 환경전문 조홍섭기자 블로그 물바람숲 2013-0213일자 기사 '자연 학대 사진촬영은 이제 그만'을 퍼왔습니다.

둥지 노출, 새끼 유괴에 모성애 악용까지…전정가위와 톱, 사다리까지 동원
사진은 '기다림의 미학', 전문가 도움 받아야 

» 사진작가 김아무개씨가 지난해 11월 서울에서 연 개인전에 전시한 '새의 선물' 연작의 하나. 날지 못하는 오목눈이 새끼 새를 꺼내 인위적으로 나뭇가지에 매달고 어미의 모정을 이용해 촬영한 사진이다. 발을 살펴 보는 어미 새의 행동이 접착제를 바르지 않았나 하는 의심도 든다. 어미 새가 어리둥절 영문도 모르는 채 새끼를 바라보고 있고 새끼는 겁을 먹고 있다. 사진=<한국사진방송> 갤러리

지난해 한 사진가가 전시회에 내놓은 새 사진이 동물학대 논란에 휩싸였다. 작가가 새의 모습을 멋지게 담기 위해 날지 못하는 어린 새를 둥지에서 꺼내 연출했다는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또 장면을 보기 좋게 담기 위해 둥지 주변의 나무를 꺾어 주변 자연을 파괴했다는 지적도 받았다. 하지만 해당 사진작가가 자연을 훼손했다는 증거가 없는데다 대상이 멸종위기종에 해당되지 않아 유아무야됐다. 해당 작가는 “법적인 하자가 없는 행동”이라며 “예술로 봐 달라“라고 말해 더 큰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 앞의 작가가 촬영한 멸종위기야생동물 2급 보호종인 긴꼬리딱새(삼광조). 이 새는 천적을 피하기 위해 둥지를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짓는데, 이 사진에서는 둥지 주변의 나무를 다 자르고 정리해 둥지가 훤히 드러났다. 또 새끼는 다 자라면 둥지 밖으로 날아가는데 이 사진에선 날지 못하는 새끼를 꺼내 가지 위에 올려 놓은 것으로 보인다. 긴꼬리딱새는 은밀하고 그늘진 곳에 둥지를 틀기 때문에 둥지가 있는 가지엔 이끼가 끼기 마련인데 사진에서는 이끼가 메말라 버렸다. 이는 둥지 주변 가지를 자르고 훼손한 뒤 오랜 시간에 걸쳐 촬영을 했다는 증거이다. 사진=<한국사진방송> 갤러리

» 정상적인 긴꼬리딱새의 이소 모습. 자연의 순리 따라 둥지 밖으로 나온 새끼는 천적을 피해 나무 잎이 무성한 안전한 곳에 숨는다, 중지에서 떨어진 나뭇가지에 숨어있는 새끼에게 어미가 먹이를 주고 있다. 사진=윤순영

이 사진을 접한 사람들은 새를 학대한 것이 분명해 보이는 촬영기법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일부 몰지각한 사진가의 행위로 다른 많은 정상적인 자연 사진가들도 같은 취급을 받을까 걱정스럽다는 의견이 많았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을 촬영해야 할 사진가가 오히려 자연을 훼손해 가며 사진을 찍는 것은 모순된 행동이다. 사실 야생 동물과 자연경관 촬영지에서 드러나는 비윤리적이고 몰상식한 행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자연에 대한 그릇된 인식이 안타깝다.

» 날지 못하는 새끼를 잡아 매발톱꽃 가지에 올려 놓고 어미새의 모성본능을 유도해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앞의 작가 사진. 어린 새끼가 얼마나 시달렸을지 눈에 선하다. 포토 샾으로 새의 깃털 색을 과장되게 처리해 무슨 종인지 알기도 쉽지 않다. 딱새로 추정된다.

사진은 빛을 그리는 예술이자 기다림의 미학이다

기다림 끝에 동물과 교감하며 자연스러운 모습을 포착하는 것이 자연 사진이다. 기다림의 미학인 사진을 통해 자연과 교감하 것이다. 사진은 자연과 인간이 만난 결과물이다. 기다림은 한 장의 사진을 얻기 위해 사진가가 오롯이 감수해야 할 몫이다. 하지만 요즘 온라인 사진 클럽에 올라오는 생태사진을 바라보면, 자연과 그릇된 교감으로 만들어 낸 사진을 종종 만나게 된다.

» 허전하기 짝이 없는 동박새 둥지. 주변의 잎과 가지를 모두 제거한 혐의가 짙다 원래 둥지는 사진 찍기 좋으라고 만드는 게 아니라 주변에서 보기 힘들도록 최대한 위장한다. 사진을 찍겠다고 천적에게 노출되기 쉬운 '살아있는 박제'를 만들었나. 앞의 사진가 작품의 하나다. 사진=<한국사진방송> 갤러리

얼핏 보면 자연의 숭고함과 경이로움에 감탄이 절로 나오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잘못된 촬영자세가 그대로 사진 속에 드러난다. 아무리 멋진 사진이라도 본인의 비양심적인 행동을 드러내 보이는 우를 범하는지는 모르고 있는 것이다. 사진은 진실을 숨기지 않는다. 사진 속에는 촬영자의 양심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 둥지 밖에 나와 나뭇가지에 몸을 숨긴 긴꼬리딱새 새끼의 정상적인 모습. 여유롭게 기지개를 켠다. 사진=윤순영

꺾고, 자르고, 얼리고, 돌 던지고, 파내고…

완벽한 빛과 구도로 만들어진 아름다운 조류사진 한 장이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이내 사진의 촬영과정에 의구심이 들기 시작한다. 새는 주변의 환경을 이용해 잘 보이지 않는 곳에 둥지를 트는 습성이 있다. 매와 황조롱이, 뱀, 삵 등 천적으로부터 새끼를 지키기 위해서다. 일부 사진 작가들은 이런 새들의 생태적 조건을 무시한 채 자신들의 욕심을 위해 새를 고스란히 노출시킨다.

» 천적에 노출된 둥지에서 심기가 불편한 어미 꾀꼬리와 새끼들, 금방이라도 매가 달려 들 것 같다. 사진=<한국사진방송> 갤러리

» 어미도 앉기 불편할 만큼 굵은 배롱나무 가지에 새끼들이 나란히 앉아 있다. 날지 못하는 새끼를 둥지에서 꺼내 일렬로 앉힌 것 같다. 보통 때라면 먹이를 가져온 어미에게 서로 먼저 달라고 아우성일 텐데 사람 손에 시달려서인지 먹이에는 신경 쓸 겨를이 없이 불안에 떠는 표정이 역력하다. 앞의 사진가 의 작품이다. 사진=<한국사진방송> 갤러리

촬영에 방해가 되는 둥지 주변의 나뭇가지를 전정가위로 자르는 것은 기본이며, 사다리와 톱까지 동원된다. 둥지를 떠날 시기가 안 된 어린 새를 강제로 꺼내 촬영하기도 한다. 둥지가 노출되면 어린 새는 날개도 한번 펴보지 못하고 천적의 먹잇감이 되고 만다.

어미 새는 위험을 무릅쓰고 모성본능에 따라 강제로 둥지 밖으로 끌려나온 새끼에게 먹이를 주기 위해 접근하게 된다. 사진가는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멋진' 사진을 촬영한다. 동물의 모성애를 악용한 촬영인 것이다.

» 먹이인 뱀을 잡아온 호반새. 그릇된 사진가들은 새의 자세가 맘에 들 때까지 돌을 던져 촬영을 하기 일쑤이다. 사진=서규문

또 촬영을 위해 차를 타고 철새들의 움직임을 하루 종일 쫓아다니는가 하면 버스를 대절해 단체로 출사를 나가기도 한다. 이런 행동은 새들에게 극심한 스트레스를 주는 행동으로 직접 돌을 던지는 행위와 마찬가지다.

단체로 야생화를 촬영 할 땐 그 주변의 생태가 쑥대밭이 된다. 일부 야생화 사진가는 촬영 후 다른 사람이 찍지 못하도록 꽃과 나무를 꺾어 버리는 일도 있다고 한다. 자신이 그토록 아끼는 자연을 스스로 탐욕과 소유의 대상으로 만드는 셈이다.

» 솜털이 아직 가시지 않아 둥지에 있어야 할 어린 새끼들이 둥지 밖 나뭇가지에 나란히 서 먹이를 보채고 있다. 영문도 모른채 '유괴'되어 끌려나온 혐의가 짙다. 지나친 후처리로 인해 구분하기 어렵지만 노랑할미새로 추정된다. 앞의 사진가 작품의 하나이다. 사진=<한국사진방송> 갤러리

나비나 잠자리 같은 곤충류를 촬영하기 위해 미리 잡은 곤충을 냉장고에서 살짝 얼려 휴면 상태에 빠뜨린 뒤 원하는 위치에 올려놓기도 한다. 또 먹이를 물고 온 어미 새를 멋지게 촬영하려고 수차례 돌을 던져 다시 앉게 하는 행위도 적지 않다. 낭떠러지에 지은 호반새 집 뒤편을 삽으로 파내 굴 안으로 들어오는 모습을 촬영하기도 하고, 조명을 위해 보조광 스트로보를 단체로 터뜨리기도 한다.

» 사진 찰영을 위해 불필요한 나뭇가지는 다 잘라 버리고 그 위에 꺼내 온 새끼를 올려 놓은 것처럼 보인다. 앞의 사진가 작품. 사진=<한국사진방송> 갤러리

한 장의 사진을 위해서 목숨이라도 걸어야 할 사진가가 나약한 자연을 상대로 무자비한 행동을 하고 학대하는 것은 사진가 이전에 사람으로서 자연을 대하는 기본적인 도덕성에 관한 문제이다. 

특히 조류 사진 촬영에 지식이 없다면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촬영에 임하는 것이 자연에 대한 배려이다. 동물의 모성과 사람의 모성이 무었이 다를까? 법정 보호종이 아니더라도 유괴되어 학대받는 동물들을 보호 할 수 있도록 동물보호법이 개정되어야 할 것이다.

» 붉은머리오목눈이 집을 차지하여 자라난 뻐꾸기 새끼. 천적을 피하기 위해 둥지가 나뭇잎에 가려 얼굴만 살짝 보인다 사진=윤순영.

탐조는 추적이 아닌 기다림

자연에 대한 몰이해는 일부 사진가만의 문제가 아니다. 공영방송이 그런 일에 앞장선 일도 있다.(■ 관련기사 '1박2일’이 몰랐던 것…탐조의 미학은 ‘추적’ 아닌 ‘기다림')

지난해 이 프로그램에서 철원군의 대표적인 철새인 두루미를 소개했는데, 출연자가 위장막 안에서 경계심 강한 두루미 가족을 촬영하는 미션을 수행하는 내용이었다. 방송이 방영된 뒤 철원군의 두루미 서식지는 이를 탐조하기 위한 수많은 관광객들로 홍역을 앓았다. 이처럼 귀한 손님인 두루미가 졸지에 사람들에게 쫒기는 신세가 됐다.  

» 두루미를 향해 논으로 돌진하는 차량에 기겁해 날아 가는 두루미 무리. 사진=윤순영

차를 타고 쫒아다니며 사진을 찍는 사진가들과 탐조에 대한 기본적인 자세를 모르는 사람들의 잘못된 행동 때문이다. 아름다운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것도 좋지만 동식물의 생활환경을 침범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물론 국내 서식지 주변의 무차별한 개발이 매년 찾아오는 철새 수를 줄어들게 만드는 근본 원인이다.

» 사진 촬영을 위해 계속 두루미를 추적하는 차량. 사진=윤순영

선진국에선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을 살리기 위해 정부와 지역 주민의 적극적인 보호와 감시 아래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또 탐조 및 촬영을 위한 시설을 따로 만들어 운영한다. 하루 빨리 국내에도 야생동식물보호 차원에서 올바른 탐조 인식운동과 함께  탐조 시설을 만들어 이를 보호해야 한다. 지금 같은 추세라면 몇 년 안에 더는 국내에서 철새를 보기 힘들게 될지도 모른다.

윤순영/ 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김포의 재두루미 지킴이. 한강 하구 일대의 자연보전을 위해 발로 뛰는 현장 활동가이자 뛰어난 사진작가이기도 하다.
이메일 : crane517@hanmail.net       블로그 : http://plug.hani.co.kr/crane

2012년 9월 2일 일요일

설악산 대청봉은 유원지인가


이글은 한겨레신문 조홍섭기자 블로그 물바람숲 2012-08-30일자 기사 '설악산 대청봉은 유원지인가'를 퍼왔습니다.

취약한 고산 정상 밟혀 무너지는데, 정상 증명사진 행렬 이어져
상처 위에 깔판 깔고 삼겹살 굽기…유원지 갈 사람을 정상 올린 등산로 개수도 문제

» 대청봉 정상에 오른 등산객들. 정상 비 옆에서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긴 줄을 서기도 한다.

대청봉으로 가는 산길을 조심스럽게 오른다. 수많은 등산객들의 발길에 속살을 훤히 드러낸 산길을 차마 성큼거리며 오를 수 없다. 돌계단조차 무너져 내리면서 정상이 가까워질수록 상처는 더욱 깊고 넓다.

대청봉을 덮었던 산풀꽃들이 사라진 지 오래고 돌무더기조차 흔들려 빠져나간 자리에는 부슬거리며 흙이 쓸려 내리고 있다. 상처를 딛고 서서 할 말을 잃은 채 오래도록 침묵에 빠진다.

» 출입금지 팻말이 무색하게 고산식물 보호구역 안에서 식사를 하는 등산객들.

상처를 딛고 서서 우리들이 할 일은 고작 정상 비석을 붙들고 증명사진을 찍는 일 뿐일까? 상처 위에 깔판을 깔고 술판을 벌이는 일 뿐일까? 상처를 덮고 아물기를 기다리는 자리에 들어가 도시락을 먹는 일 뿐일까?

주말이면 대청봉은 정상 비를 붙들고 사진 찍느라 길게 줄을 서고 여기저기 깔판을 깔고 앉아 밥을 먹는 등산객들로 북적인다. 밥을 먹도록 되어 있는 중청대피소까지는 채 20분이 걸리지 않지만 막무가내다. 취사금지라는 팻말이 여기저기 붙어 있으나 불만 피우지 않으면 된다는 생각인 것이다.

아예 출입금지 구역 안으로 들어가 둘러 앉아 밥을 먹는 등산객들도 많아서 10여 년 전에 복원공사를 마쳤지만 고산식물이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아고산지역은 복원이 더디거나 안 되는 곳이어서 우리들의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지만 편리함만을 찾는 등산객들의 눈에 설악산은 유원지일 뿐이다.

일일이 쫒아다니며 말을 해도 남의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흘려 버린다. 흙은 쓸려나가고 바위가 드러난 대청봉은 돌무더기처럼 황량한 모습으로 누워 있지만 그런 것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 장터처럼 붐비는 중청대피소 부근. 해마다 8월의 주말은 가장 많은 탐방객이 찾는 때이다.

대청봉을 떠나 깊게 패이고 돌들이 빠져나오면서 무너지는 산길을 따라 중청대피소 앞에 이르면 대청봉을 넘어온 사람들과 중청대피소에 예약을 하고 일찌감치 올라온 등산객들이 뒤섞여 밥을 해먹느라 장터처럼 붐빈다.

삼겹살 굽는 냄새가 코를 찌르고 시끌벅적한 것이 유원지에 와 있는 듯한 착각 속에 빠지게 한다. 삼겹살과 소주, 막걸리에 상추와 곁들여 먹는 먹거리는 물론이고 무쇠불판까지 지고 올라온다. 이렇게 벌어지는 술판은 늦은 저녁까지 이어지고 대피소 안까지 삼겹살 굽는 냄새로 가득 찬다.

» 고산 등반객의 밥상이 푸짐하다. 이들은 산에 왔을까, 유원지에 왔을까.

등산로에 돌계단이 깔리고 나무데크로 자연방해물을 없앰으로써 사람들을 정상부에 오르도록 부추겼다. 유원지에 갈 사람들이 이제는 고산 정상부를 찾는다. 그래서 이제 대청봉은 유원지가 되었다.

» 대청봉에서 케이블카 반대 일인시위를 벌이는 필자. 케이블카가 설치되면 설악산은 더욱 유원지처럼 변할 것이다

글·사진 작은뿔 박그림/ 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설악녹색연합 대표

고산 희귀식물의 보고 대청봉

» 대청봉의 눈잣나무. 사진=한겨레 사진 디비

한라산, 지리산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세 번째로 높은 설악산의 대청봉(해발 1708m) 일대는 각종 희귀식물의 보고이기도 하다.
아한대 기후에 속하는 이 일대는 연평균기온이 2도이지만 8월 평균 최고기온은 17.1도, 1월 평균 최저기온은 영하 14.7도로 기온차이가 아주 심하다. 또 비와 안개가 잦고 1년에 대여섯 달은 눈에 덮여 있다. 이런 고산 기후에 더해 바위지대와 고산초원지대가 발달한 독특한 지형이 더해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든 식물이 자란다. 
기껏 4~5m 높이로밖에 자라지 않는 눈잣나무는 대표적 예이다. 멸종위기종으로 북한과 일본, 러시아 고산지대에 주로 분포하는 희귀식물이다. 이밖에 기생꽃, 만주송이풀, 노랑만병초, 월귤, 장백제비꽃 등 북방계 식물이 이 일대에 자라고 있다.
또 바위 봉우리와 능선 주변에는 눈향나무, 들쭉나무, 땃두릅나무, 만병초, 산솜다리, 털진달래 등 희귀 고산식물이 다수 분포한다.
현진오 동북아연구소장은 “1990년대 말까지만 해도 대청봉 눈잣나무 군락지 옆 등산로에 멸종위기종 기생꽃이 지천으로 깔려 있었지만 탐방객들이 밟고 지나다니면서 사라져 버렸다”고 밝히기도 했다.
설악산에는 우리나라 전체 식물의 4분의 1쯤에 해당하는 1000여 종의 고등식물이 설악산에서 자라며, 특히 우리나라에만 분포하는 특산식물은 전체 400여 종 가운데 60여 종이 설악산에서 자라 지리산보다도 많다고 현 박사는 밝혔다.
전문가들은 고산생태계는 기후조건이 가혹한데다 식물 생산성이 낮아 일단 훼손이 시작되면 진행속도가 빠르고, 일단 파괴된 식생은 회복이나 복원이 거의 불가능하거나 아주 느리다고 지적한다.
설악산은 천연기념물, 국립공원, 유네스코 생물권보존지역으로 지정돼 있는 등 우리나라에서 가장 보존 등급이 높은 지역의 하나이고 대청봉 일대는 그 핵심구역이다.

그러나 연간 설악산 탐방객은 지난해 376만 명에 이르렀고, 특히 8월에만 43만 명이 몰렸다. 탐방객의 6~17%는 정상을 밟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2012년 7월 29일 일요일

"후손에 부끄럽지 않도록 고향 자연 지킬랍니다"


이글은 한겨레신문 조홍섭기자 블로그 물바람숲 2012-07-26일자 기사 '"후손에 부끄럽지 않도록 고향 자연 지킬랍니다"'를 퍼왔습니다.
골프장 건설 맞서 자연 지킴이로 나선 홍천 갈마곡리 이재순씨
하늘다람쥐, 까막딱따구리 사는 곳 후대에 남길 터

» 강원도 홍천군 갈마곡리의 자연을 골프장에 내줄 수 없다는 고향 지킴이 이재순씨가 해맑게 웃는다.

강원도에는 골프장이 많다. 2011년 기준으로 운영 중인 골프장이 41곳, 건설 중이거나 추진 중인 곳이 41 곳으로 여의도 면적의 18배나 된다. 경기도 다음으로 골프장이 많다. 특히 경춘고속도로가 뚫리면서 서울과 가까와진 홍천군에는 운영 중인 골프장 2곳, 공사 중인 골프장 4곳, 인허가 추진 중인 골프장 9곳 등 그야말로 골프장 군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 갈마곡리 계곡에 펼쳐진 농경지

골프장 건설 과정에서 수많은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환경성 검토와 산림 조사의 부실, 주민들의 수해 위험, 하천의 건천화. 친 환경 농업의 어려움, 마을 공동체의 파괴 등등….
이런 문제를 제기하며 골프장 반대운동을 펼쳐오고 있는 곳이 홍천군 갈마곡리이다. 지난 6월19일 이곳 지킴이 이재순씨의 요청으로 조류 조사차 들렀다.

» 갈마곡리의 까막딱따구리.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이다.

우선 이재순씨를 만나기 전에 까막딱다구리 둥지로 가 보았다. 지난해와 다름없이 2마리의 새끼를 기르고 있었다. 정상적인 번식을 하고 있는 것을 확인하였지만 앞으로 골프장이 추진되면 번식지가 온전할까 걱정이 된다.

» 야산과 논 습지는 다양한 생물들이 번성하는 터전이 된다.

홍천군청 정문에서 이재순씨를 만났다. 아들과 함께 기다리고 있었다. 화장기 없이 검게 탄 얼굴에 반가운 미소를 지었다. 지난해 3월에 하늘다람쥐 조사를 하고 1년만이다. 이재순씨는 평범하게 가정을 꾸리고 사는 소박한 산골 여인이다.

» 갈마곡리의 하늘다람쥐.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이다.

무관심하게 지내던 어느 날  골프장 반대운동을 하는 노인분들을 목격하면서 자연경관 훼손에 대한 심각성을 깊게 느끼게 되어 여린 여인의 몸으로 갈마곡리 지킴이로 본격 나서게 되었다.

» 2011년 3월17일 삭발을 하고 시위에 나선 이재순씨와 주민들.

그는 후손한테 부끄럽지 않게 사는 것이 최종 선택이라며 자연보전에 대한 확신을 가졌다. 2011년 3월17일 삭발과 단식 농성시위를 하였고 그 과정에서 집단폭행죄, 퇴거 불응죄로 홍천군으로부터 고발을 당한 상황이다.

» 갈마곡리 농경지에서 쉬고 있는 원앙.

» 골프장 건설을 막아내기 위해 상의 중인 주민들.

» 주민들은 인근 야샨의 새둥지들이 지속적으로 훼손되고 있다며 사업자를 의심하고 있다.

이재순씨는 강원도청 앞에서 시위를 하며1~2시간을 자면서 고통을 견디었을 때와 80~90대의 노인분들을 고생시키면서 춘천경찰서에 끌려갔을 때가 힘들었노라고 말한다.

» 마을 개울의 다슬기

» 물달팽이

» 물두꺼비

» 물자라

또한 이 일을 하면서 공직자들이 주민 편이 아니라 골프장 사업자들의 입장에 서 있는 것 같아 가장 안타깝다고 말한다. 또 싸움 과정에서 가정을 돌보지 못한 일도 가족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한다.

» 대륙종개

» 버들치

» 산개구리

» 무당개구리

갈마곡리의 자연 훼손을 막기 위해 가족 모두 1년간 농사를 포기를 했다. 하지만 남편과 아들들이 적극적으로 지지해 주었다. 남편 이만석씨는 부인의 일에 무조건 협조적이다. 건강을 해칠까 우려하고 있을 뿐이다. 과로한 탓에 쓰러진 일이 있기 때문이다. 아들 둘은 어머니의 신념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 일을 마치고 돌아온 남편에게 소주 한잔으로 피로를 푼다.

» 장독대도 갈마곡리 계곡에서 자연의 일부로 다가온다.

» 무쇠솥 손잡이에 앉은 딱새 암컷.

» 이재순씨 집 신발장에 딱새가 둥지를 틀어 암수가 먹이를 나르고 있다.

» 딱새와 신발, 먹이를 먹이는 수컷

» 먹이를 보채는 딱새 새끼.

그는 다시 말한다. 자연을 지키고 싶은 마음과 후손들한테 좋은 자연을 물려주고 심은 마음 뿐이라고. 골프장사업은 개인 사업인데, 이 사업으로 후손들들을 망치게 할 수는 없다고. 

» 갈마곡리의 물까치

» 곤줄박이

» 갈마곡리 계곡에 서 있는 가로등 틈새에 둥지를 만든 곤줄박이.

그는 골프장 인허가 취소를 요구하는 소송을 하고 있는 중이다. 8월24일 재판이 열린다고 한다. 힘겹고 외로운 싸움이지만 고향을 지킬 수 있다는 강한 의지가 그에게 있었다.

글·사진 윤순영/ 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김포의 재두루미 지킴이. 한강 하구 일대의 자연보전을 위해 발로 뛰는 현장 활동가이자 뛰어난 사진작가이기도 하다.이메일 : crane517@hanmail.net       블로그 : http://plug.hani.co.kr/cra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