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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7일 일요일

가창오리 어디 갔나 했더니…삽교호서 32만마리 확인


이글은 한겨레신문 환경전문 조홍섭기자 블로그 물바람숲 2013-0402일자 기사 '가창오리 어디 갔나 했더니…삽교호서 32만마리 확인'을 퍼왔습니다.
탐조객 기다리던 천수만 건너뛰어 남해로 직행…`실종' 논란 일어
지난 4~11일 삽교호서 집결 무리 확인, 먹이와 기후변화 영향 받아

» 가창오리 무리. 얼굴 무늬를 따 태극 오리라고도 부른다.


해질 무렵 가창오리가 펼치는 환상적인 군무를 볼 수 있는 곳은 세계에서 단 한 곳, 우리나라뿐이다. 전 세계 가창오리의 95%가 한국에서 겨울을 난다. 그 중요성과 가치를 잊어버린다면 가창오리가 빚어내는 장관을 더는 볼 수 없을지 모른다.
» 삽교호에 큰 산을 만든 가창오리 떼.


가창오리는 국제적 멸종위기종인데도 우리 정부는 한반도에 도래하는 개체수가 많다며 최근 멸종위기종에서 제외했다. 많고 적다는 걸 무슨 기준으로 판단했을까. 또 소중한 것과 가치 없는 것은 무슨 차이가 있는 걸까?

이 지구상에 있는 35만여 마리의 가창오리가 과연 많은 것일까? 해제의 타당성이 무척 궁금하다. 다른 조류와 달리 군집성이 강한 가창오리의 습성때문에 전염병이나 독극물에 노출될 경우 한 번에 절멸할 수도 있지 않을까.



지난해 11월30일 탐조가인 김신환 서산태안환경운동연합 의장은 페이스북에 ‘가창오리를 찾는다’는 글을 올렸다. 여기저기서 가창오리에 대한 화제가 만발했다. 가창오리가 우리나라에 오지 않았다거나 가창오리 수가 줄었다는 등의 보도가 잇따랐고, 가창오리에 대한 위기감까지 조성되는 상황이 되었다. 하지만 천수만에 머물지 않고 그곳에서 관찰되지 않았다고 실종된 것은 아니다.
» 늦은 저녁 삽교호 위를 먹구름처럼 덮고 있는 것이 가창오리 무리이다.


» 구름 띠처럼 보이는 가창오리 무리.


천수만에서 새를 관찰하는 사람들은 천수만을 중심으로 이야기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예전에도 가창오리가 천수만과 금강을 버리고 남해안으로 향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올해는 바로 해남까지 내려간 것이다. 가창오리의 이동은 기후변화와 특히 먹이 터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본다.

몹시 추운 해에는 철새들이 시베리아에서 우리나라에 일찍 도래하곤 한다. 철새의 월동을 알리는 첫 손님 기러기가 그런 예이다. 야생동물들은 사람이 갖고 있지 못한 자연변화에 대한 예측 능력이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천수만을 비롯해 삽교호, 남양호 등에 머물던 가창오리는 11월 말~12월 초 남쪽인 충남 서천과 전북 군산의 금강하굿둑 주변으로 터전을 옮기는 것이 보통이다. 기온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 좀 더 따뜻하고 먹이가 있는 곳으로 이동을 하게 된다.

더 남쪽으로 전북 고창의 동림저수지, 전남 영암의 영암호, 해남의 고천암호, 경남 창원의 주남저수지에서 1~2월까지 머무르다가 번식지 시베리아로 돌아간다.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철새들은 중북부 지방에서 보름에서 한 달 정도 머물다 남쪽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있다. 북상할 때는 내려갔던 길을 되짚어 그 장소마다 징검다리 식으로 들르며 10여 일씩 머물다 간다.

이때는 경계심도 적고 인가 근처의 농경지에서 남아있는 낱알을 먹는 습성을 보인다. 조류의 이동 경로 변화는 벼를 베는 시기가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고 먹이와 지역 기온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 수면에서 날아 오르는 가창오리 떼.


우리나라의 중북부와 산간 지역은 이른 벼(조생종)를 일찍 모내기하고, 남부로 내려갈수록 늦은 벼(만생종)를 늦게 모내기하므로 지역적으로는 중북부 및 산간 지역은 일찍 벼를 수확하고 남부지역으로 갈수록 벼를 늦게 수확한다.

평균적으로 벼 베기 적기는 품종에 따라 다른데, 이른 벼는 9월12~20일 사이, 늦은 벼는10월5일~30일 사이에 수확한다. 특히 강원도 산간 지역이나 철원은 기후 관계로 이른 벼를 심고 9월에 벼를 베기 시작한다. 쇠기러기는 이 시기를 맞춰 도래하기도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농촌일손 부족과 수확용 장비 일정에 따라 이보다 늦게 수확하는 농가도 많이 있다. 농기계가 부족하던 시절에는 11월 하순까지 벼를 베는 농가도 종종 있었다. 철새들이 먹이 터를 선택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벼 재배 일정이나 방식과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기후나 벼 베는 시기의 변화는 한반도를 찾아오는 철새들에게 매우 중요한 이동경로나 서식지 변화를 언제든지 가져올 수 있다. 물론 먹이 터 감소와 주변 환경변화로 인한 영향도 있다.

과연 가창오리 수가 줄어들었는지, 북상 이동경로가 바뀌는지 지켜보았다.

» 삽교호 다리 위를 먹구름처럼 지나가는 가창오리 무리.


지난 3월3일 천수만을 거쳐, 3월4일부터 11일까지 8일 동안 삽교호에서 가창오리를 관찰하였다. 그 결과 관찰된 가창오리의 개체수는 3월4일 15만 마리, 3월6일 18만 마리, 3월9일 25만 마리, 3월10일 28만 마리로 점차 늘다가, 마침내 3월11일에는 32만여 마리로 최대를 기록했다.

북상 이동경로는 예전처럼 경남, 전남에서 전북을 거처 충북 삽교호에 북상 중 집결한 것이 확인되었다.



가창오리를 둘러싼 이번 혼란은 추정을 단정적으로 보도하면서 불거졌다. 민감한 조류의 생태는 지속적인 생태 관찰을 통해서만 정화한 변화를 판단할 수 있다. 철새들의 이동경로와 증감을 파악하는 분석 기법이 새롭게 마련되었으면 한다 .

평야에는 비닐하우스, 볏짚 수확, 소여물로 쓰는 볏짚 말이, 논갈이 등 철새도래를 저해하는 요인들이 널려있다. 이들은 좀 더 넓게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조류가 환경의 건강성을 가늠하는 지표가 되는 것은 환경변화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먹이 사슬에 상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 가창오리의 군무가 새 모양을 이뤘다.


인간 중심의 판단보다는 새들의 본능과 행동을 세밀하게 살펴본 바탕에서의 판단이 요구된다. 특히 환경문제를 다루는 방송과 신문은 정확성에 좀 더 신경을 써 주었으면 한다. 화제가 되면 앞다투어 보도하는 행태가 오류를 낳는다. 오류가 사실이 되고 사실이 오류가 되는 혼란을 막아 주었으면 한다.

글·사진 윤순영/ 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김포의 재두루미 지킴이. 한강 하구 일대의 자연보전을 위해 발로 뛰는 현장 활동가이자 뛰어난 사진작가이기도 하다.
이메일 : crane517@hanmail.net      
블로그 : http://plug.hani.co.kr/crane

2012년 11월 25일 일요일

재두루미가 어린 흑두루미를 '입양'한 사연


이글은 한겨레신문 환경전문 조홍섭기자 블로그 물바람숲 2012-11-21일자 기사 '재두루미가 어린 흑두루미를 '입양'한 사연'을 퍼왔습니다.

'피부색'은 달라도 우린 한 가족…아무르강서 월동길에 가족과 헤어진 어린 흑두루미
따뜻하게 받아준 재두루미, 먹이도 함께 먹고 잠자리에 데려가 한 식구처럼 생활

» 재두루미 사이에서 먹이를 쪼는 흑두루미 새끼. 재두루미와 똑같이 행동한다.

아침 7시20분 경기도 김포 홍도평을 향해 재두루미 무리가 어김없이 날아든다.

» 장항습지의 잠자리에서 일어나 홍도평으로 향하는 재두루미들.

» 홍도평에 도착하는 재두루미.



» 선회를 반복하다 조용하고 안전한 자리에 앉는 재두루미.

홍도평이 과거처럼 재두루미가 먹이를 먹기엔 좋지 않은 상황이지만 어쨌든 이들은 홍도평과 오랜 약속을 변함없이 지키고 있다.

» 재두루미가 않아있는 곳엔 황오리 떼가 찾아온다.


늘 그렇듯이 황오리는 재두루미가 자리를 잡으면 약 30분 뒤 어김없이 그곳으로 찾아든다. 이것은 먹이를 쉽게 얻기 위한 행동인 것으로 보인다. 황오리는 주둥이가 짧아 벼이삭을 헤치기가 힘들다. 하지만 재두루미가 긴 부리로 볏짚을 헤집어 주면 쉽게 낱알을 주워먹을 수 있는 것이다. 

대신 황오리는 재두루미의 경계를 서 주는 것처럼 보인다. 위험에 놓이면 황오리는 언제나 재두루미보다 먼저 날아오른다. 아무런 말도 주고받지 않지만 둘 사이엔 서로 돕는 관계가 있는 것 같다.

» 재두루미가 않아있는 곳엔 황오리 떼가 찾아온다.


이번 재두루미 무리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어린 흑두루미 한 마리가 끼어 있다는 점이다. 흑두루미는 재두루미와 똑같이 먹이를 먹고 잠자리에서 잠을 자고 아침에는 홍도평으로 날아왔다.

재두루미와 흑두루미는 엄연히 다른 종이다. 하지만 재두루미 어미는 어린 흑두루미를 쪼거나 내쫓지 않고 자기 새끼처럼 돌보고 있었다. 마치 입양한 것 같았다. 사실 2001년에도 홍도평에 흑두루미 유조가 재두루미 틈에 끼어 월동한 적이 있다. 이런 입양이 드물지만 종종 일어나는 모양이다.

재두루미와 흑두루미는 극동 러시아의 아무르강 습지에서 내려온 것들이다. 아마도 월동을 하러 내려오다 악천후나 맹금류를 만나 무리가 피하다가 어린 흑두루미는 가족을 잃었을 것이다. 대신 재두루미를 따라 나섰는데 따뜻하게 받아준 것이다. 이처럼 한 번 입양된 개체는 이듬해에도 자기 무리로 돌아가지 않고 다시 찾아오는 예가 많다. 

» 재두루미가 않아있는 곳엔 황오리 떼가 찾아온다.

글·사진 윤순영/ 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김포의 재두루미 지킴이. 한강 하구 일대의 자연보전을 위해 발로 뛰는 현장 활동가이자 뛰어난 사진작가이기도 하다.
이메일 : crane517@hanmail.net       블로그 : http://plug.hani.co.kr/crane

2012년 2월 12일 일요일

'낚시 금지' 철새 낙원 철원 저수지, 철원군이 낚시대회 후원


이글은 한겨레신문 조홍섭기자 블로그 물바람숲 2012-02-10일자 기사 ''낚시 금지' 철새 낙원 철원 저수지, 철원군이 낚시대회 후원'을 퍼왔습니다.
‘처벌’ 팻말 붙여놓은 농어촌공사, 서울낚시연합회에 허가
 민통선 안 두루미, 흰꼬리수리 등 멸종위기종의 보금자리 

수만마리의 철새가 모여드는 강원도 철원군 동송읍 양지리 토교저수지는 사람들 등쌀에 쫓기던 철새가 민통선 안에서 겨우 안식을 취하는 곳이다. 그런데 철원군이 이곳에서 1천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얼음 낚시대회를 12일 연다고 한다. 이런 기막힌 일이 어떻게 가능한지 확인하기 위해 지난 2일 현장을 찾았다.

▲떼지어 날아가는 쇠기러기.

▲청둥오리 무리.

▲1급 멸종위기종인 흰꼬리수리.

토교저수지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보존 등급이 높은 멸종위기야생동식물 1급 두루미와 흰꼬리수리,  2급인 재두루미 400여 마리가 잠자리로 이용하는 곳이다. 또 멸종위기 2급인 독수리, 큰고니가 서식하며 쇠기러기,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 등10만여 마리의 터전이다. 특히 지구상에 남아있는 두루미와 재두루미의 절반 이상에 해당하는 2000여 마리가 철원평야에서 월동하는데, 이 저수지는 이들에게 꼭 필요한 곳이다.

▲토교저수지에서 휴식을 취하고 평야로 이동하는 쇠기러기 무리.

▲토교저수지의 얼음이 얼지 않은 곳에 몰려있는 철새들. 

▲토교저수지 제방에서 휴식하고 있는 독수리.

토교저수지에서는 오는 12일 서울시 낚시연합회가 주최하고 서울시 생활체육회와 철원군 등이 후원하는 ‘제6회 서울시 연합회장 배 생활체육 얼음낚시대회’가 열린다.
서울시 생활체육회는 ‘건강과 행복에 길라잡이’라는 표어를 내걸고 있다. 과연 자연환경을 훼손하면서까지 건강과 행복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일까? 한국농어촌공사는 '자연과 생명, 미래를 위한 노력'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다. 누구나 공감이 가는 말이지만, 토교저수지에선 거짓말이다.


▲토교저수지와 인근의 하갈저수지, 한탄강 여울이 두루미 잠자리이다.

토교저수지의 낚시를 허가한 곳은 한국농어촌공사다. 토교저수지에 세워둔 안내판에는 "물놀이, 얼음치기, 낚시, 어망, 유해물질, 수질오염행위 등을 한 사람은 농어촌정비법 제130조에 따라 처벌받게 된다"고 적혀 있다.

한국농어촌공사는 제멋대로 법을 어길 수 있는 막강한 힘을 가진 기관인 것 같다. 그 옆에는 "철새들에게 영향을 주지 않는 가운데 질서 있는 탐조관광을 해 달라"고 적혀있는 철원군의 철새관광 안내문이 서 있다.

▲토교저수지 제방 위에에 설치된 안내문과 '철새보호 출입 통제선'.

12일 열리는 낚시대회는 누가 봐도 낚시와 수질오염 행위에 해당된다.
철원군은 청정지역에서 재배한 '철원 오대쌀' 광고로 많은 사람에게 알려져 있다. 철원을 찾으면 들머리부터 '철새 보러 오세요' 하는 문구가 먼저 손님을 맞는다. 철새를 보러 오라며 철새를 쫓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철원군은 이 낚시대회가 지역경제를 살리고 외래어종인 블루길과 배스를 퇴치하는 효과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지역경제에 얼마나 보탬이 될지, 그리고 사전에 아무런 검증도 없이 외래종 퇴치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오히려 저수지 환경과 철새에 악영향을 줄 것은 누가 봐도 분명해 보인다. 보전과 지역발전이 상생하는 발상의 전환이 아쉽다.

글·사진 윤순영/ 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