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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0월 14일 일요일

안달난 ‘철도민영화’ 뒤에 외국자본 숨어 있다


이글은 한겨레21 2012-10-15일자 제931호 기사 '안달난 ‘철도민영화’ 뒤에 외국자본 숨어 있다'를 퍼왔습니다.
[초점] WTO 정부조달협정 개정의결서 최근 공개 국회가 비준 거부해도 한-미 FTA에 따라 미국 자본은 진출 가능

거센 반대 여론에도 이명박 정부가 ‘철도산업 민영화’를 강행하고 있다. 정권 말기에 왜 국가 기반시설을 민간에 넘기지 못해 안달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다들 고개를 갸웃거린다. 지난 3월 체결한 세계무역기구(WTO) 정부조달협정(GPA) 개정의결서가 최근 공개돼 그 의문이 다소 풀렸다. 역시, 외국자본이 숨어 있었다.

전국 광역 자치단체의 지하철에도 진출

박원석(무소속) 의원실이 공개한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의 WTO 정부조달협정 번역 초안을 보면 △일반 철도시설의 건설 및 조달 △일반 철도의 설계 등 엔지니어링 서비스 △일반 철도시설의 감독 및 경영의 조달 계획을 개방 대상으로 명시했다. 철도의 설계·건설·감독을 비롯해 시설 경영·관리 등 거의 모든 분야에 외국자본이 진출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2015년부터 서울메트로·도시철도공사·인천메트로 등 전국 광역자치단체의 지하철 등에도 외국자본이 진출하도록 새로 길을 터줬다. 외국자본이란 정부조달협정에 참여한 유럽연합(EU), 일본 등 총 42개국의 철도산업체들을 말한다.
철도시장 개방을 왜 확대했을까? (한겨레21)이 박주선(무소속)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외교부와 국토해양부, 행정안전부에서 주고받은 2011년 11∼12월 정부조달협정 관련 공문들을 분석해보면 궁금증 퍼즐이 맞춰진다.

» 지난 4월 서울 세종로에 모인 ‘KTX 민영화 저지와 철도 공공성 강화를 위한 범대위’ 회원들이 KTX 민영화 정책 전면 폐기를 촉구하는 100만인 서명 용지를 청와대에 전달할 채비를 하고 있다. 사진 한겨레 김태형

2011년 11월25일 외교부가 먼저 공문을 띄운다. ‘정부조달협정 4차 양허(개방)안’에 대한 검토의견을 보내달라고. 핵심 내용은 외국자본에 코레일 입찰과 지하철 산업을 추가로 개방할지를 국토부와 행안부가 결정해달라는 거였다. 이는 세계 철도산업을 주름잡고 있는 유럽 국가들의 요구 사항이기도 했다. 한 해 300억달러 수준으로 추산되는 세계 철도시장의 50% 정도를 현재 프랑스 알스톰, 독일 지멘스, 독일과 스웨덴의 합작기업인 아드트란츠 등 유럽 철도산업체들이 나눠먹고 있다. 이들은 시베리아횡단열차를 한반도로 이어, 일본까지 연결하는 대륙횡단철도 물류산업에 2000년대 초부터 눈독을 들여왔다.
국토부는 2011년 12월1일 회신을 보냈다. “고속철도(KTX)는 개방하지 않고 일반 철도와 도시철도(지하철)는 상호 동등한 수준에서 개방한다.” 개방 범위는 차량·부품·장비조달을 포함한 물품, 서비스, 건설서비스 등으로 정했다. 다만 운영 부문은 제외하기로 했다. 외국 업체가 철도를 운영하면 추석과 설 명절 때 비상수송 대책을 세우기 어렵고, 고령자 등의 무료 승차를 국가가 메워 추가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행안부는 지하철 개방에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첫째, 지하철의 운영·청소·경비 용역은 개방할 수 없다. 둘째, 지하철 산업을 개방하면 부품이나 애프터서비스(A/S)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셋째, 국제 입찰로 전동차의 국산화 노력에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자 ‘개방 전도사’인 외교부가 설득에 나선다. 12월7일 외교부가 보낸 공문은 이렇다.

개방 결정 합의에 걸린 시간 고작 17일

“행안부가 (첫 번째로) 우려한 도시철도의 운영·청소·경비 용역은 정부조달협정의 개방 분야가 아니다. 새로 개방할 계획도 없다. (둘째) A/S 문제는 입찰 심사 기준과 낙찰 후 계약에 반영해 대응할 수 있는 사안으로 판단된다. (셋째) 국제 입찰은 외국 제품을 의무적으로 조달하는 게 아니다. (정부) 발주처가 제시한 합리적 제반 조건에 가장 근접한 응찰자를 선정하는 거다. 정부조달협정 회원국 중 도시철도 조달에서 우리나라보다 가격경쟁력이 우위에 있는 나라가 없다. (마지막으로) 국내 조달 체계를 국제 기준에 맞춰 정비한 결과 2008년 공공부문에서 10억달러, 민간부문에서 60억달러의 비용이 절감됐다. 도시철도공사도 상응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12월8일부터 스위스 제네바에서 정부조달협정 개정 협상이 열린다며 회신을 재촉했다.
닷새 만인 12월12일 행안부의 태도가 바뀌었다. “동유럽의 개발 수요 증대 등 우리 기업의 국제시장 진출 기회 확보, 국제 경쟁을 통한 비용 절감 효과, 조달 절차의 투명성 제고 등을 고려해 지방 도시철도 개방을 허용하는 게 국익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 다만, 서울 및 부산의 의견을 반영해 2014년까지 개방을 유보하는 조건으로 신규 개방에 동의하는 의견을 제출한다.”
국가 기간산업인 철도산업을 외국자본에 열어주는 데 정부 부처가 합의하는 것에 고작 17일이 걸렸다. 외교부가 그려놓은 밑그림에 다른 부처는 ‘거수기’ 노릇만 한 탓이다. 이제는 마지막 관문인 정부조달협정에 대한 국회 비준 동의 절차만 남은 상태다. 철도 민영화를 가로막을 희망이 아직은 남아 있는 것일까?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정부조달협정을 국회가 통과시키지 않으면 유럽 자본이 한국 철도산업에 진출할 길은 좁아진다. 하지만 지난 3월 발효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탓에 미국 자본은 여전히 남아 있다. 정부조달협정에서 제외한 KTX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한-미 FTA 부속서를 읽어보자. “한국철도공사만이 2005년 6월30일 이전에 건설된 철도 노선의 철도운송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다. 경제적 수요 심사에 따라 (주무부처) 장관의 면허를 받은 법인만이 2005년 7월1일 이후에 건설된 철도 노선의 철도운송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다.” 2005년 6월30일까지는 철도공사가 운송서비스를 독점하지만 그 이후 건설된 철도 노선에 대해서는 ‘경제적 수요 심사’를 거치기만 하면 미국 자본도 자유롭게 철도산업에 참여할 수 있다는 약속이다.
미국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계획을 이명박 정부는 이미 내놓았다. 서울 수서에서 출발하는 KTX 운영권을 민간 기업에 넘기겠다는 계획이다. 명목은 경쟁체제를 도입해 코레일의 독점을 깨고 요금을 인하하겠다는 거다. 하지만 김성희 고려대 교수(경제학)는 “영국은 민영화 이후 철도 요금이 107% 인상돼 유럽 평균에 비해 30∼40%나 더 내고 있다”고 지적한다. 여론도 부정적이다. KTX 민영화 추진에 반대하는 의견(65.6%)이 찬성(22.6%)보다 3배다.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헐값으로 넘겼다가 큰코다친 경험이 낳은 학습효과인 셈이다.

추석 연휴에 상정된 ‘자산처리계획’

그래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명박 정부는 철도 민영화 절차를 차근차근 밟아가고 있다. 추석 연휴를 앞둔 9월25일, 국토부 산하 철도자산위원회는 ‘철도자산처리계획 변경안’을 상정했다. 전국 각지의 역사와 차량기지 소유권을, 철도 민영화를 반대하는 코레일에서 국토부로 회수한다는 내용이다. 민간 기업을 철도 운영자로 선정할 경우, 역사와 차량기지 등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국토부가 사전 작업에 나선 것이다. 결국 5조원에 이르는 역사 소유권을 빼앗긴 코레일은 역사 사용료를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그만큼 늘어난 비용은 열차 운임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통상 관료가 자랑하던 한-미 FTA로 인한 ‘외국자본 유치’ ‘제도 선진화’의 참모습이 드러나고 있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2011년 12월 22일 목요일

'뼛속까지 친미' 쇠고기로 우려낸 '가카새끼 짬뽕'?


이글은 프레시안 2011-12-22일자 기사 ''뼛속까지 친미' 쇠고기로 우려낸 '가카새끼 짬뽕'?'을 퍼왔습니다.
[긴급 기고] 김종훈 "한미 FTA 발효 후, 美 쇠고기 협상"
박상표 국민건강을위한수의사연대 정책국장·건강과대안 연구위원 

한미 FTA 발효 후 쇠고기 개방 사실로 드러나

2012년 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 '뼛속까지 친미' 쇠고기로 국물을 우려낸 '꼼수면'과 '가카새끼 짬뽕'이 한국 시장을 점령할 것 같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12월 15~17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8차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 마지막 날 미국 통상 전문지 와 인터뷰에서 "미국 정부가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생 조건에 근거하여 (30개월 이상 쇠고기 전면 개방을 위한) 협의를 요청한다면, 한국 정부는 일단 한미 FTA가 발효된 다음에 미국산 쇠고기 수출의 시장 접근을 증대시키기 위한 협의에 적극적으로 응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김종훈 본부장의 인터뷰 내용을 통하여 미국 쪽에서 여러 차례 흘러나왔던 한미 FTA 발효 후 6개월 이내에 쇠고기 재협상 논의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내용이 사실로 드러났다. 한미 정부의 쇠고기 물밑 협상에 부응이라도 하는 것처럼 미국 육류수출협회 한국 지사는 "이달 15일부터 공중파 텔레비전 방송 3사와 케이블 채널을 통해 미국산 쇠고기를 홍보하는 새 광고 '월드 클래스 비프(World Class Beef)' 편을 내년 2월까지 방송한다"고 밝혔다. 미국육류수출협회의 캠페인 이름은 '신뢰를 위해(To Trust)'이다.

론 커크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는 2011년 5월 4일 미국 상원 재무위원장 맥스 보커스 상원의원에게 서한을 보내 "한국 측에 공식적으로 쇠고기 수입 위생 조건 협의를 요청한 후 7일 이내에 한국 측이 협상에 응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생 조건 25조에 근거한 것이다.


2011년 5월 12일 미국 하원 농업위원회 청문회에서 톰 발색 미국 농무부 장관은 "한미 FTA 발효 후 공격적 쇠고기 마케팅"을 약속했다. 그리고 보커스 의원은 2011년 10월 "한미 FTA가 발효되고 6개월 안에 한국의 쇠고기 시장 개방을 위한 재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천기를 누설했다.

보커스 의원은 더욱 구체적으로 "한국과의 협상은 론 커크 무역대표부 대표가 주도할 것이며, 매우 영향력이 세고, 한국은 사실상 동의했다"고 밝혔다.

"어떠한 경우에도 국민을 속이면 안 됩니다"

미국 정부의 고위 관료와 의원이 수차례에 걸쳐 한미 FTA가 먼저 발효된 이후에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재개될 것이라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는 그동안 우리 국민들에게 "한미 FTA와 쇠고기 수입은 별개"라고 홍보했다. 심지어 정부의 홍보 동영상에는 "어떠한 경우에도 국민을 속이면 안 됩니다"라는 뻔뻔스러운 문구까지 적혀 있다. (☞바로 보기 : 한미 FTA와 쇠고기 수입은 별개입니다)

그러나 김종훈 본부장의 인터뷰 내용을 통하여 "한미 FTA와 쇠고기 수입은 별개"라는 정부의 홍보가 거짓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대통령직 인수위원으로 활동하던 2008년 1월 17일 당시 버시바우 미국 대사와의 면담에서 "이명박 당선인은 쇠고기 이슈에 대한 정치적 민감성을 알고 있다. 그러므로 그의 미국 방문에 앞서 미국산 쇠고기가 한국 시장에 개방될 것"이라고 보증했다.

버시바우 대사가 2008년 3월 25일자로 라이스 국무장관에게 보고한 비밀문서에도 "한국의 무역 팀은 이 대통령 방미까지 미국 측 요구에 맞춰 결과를 발표할 수 있도록 물밑에서 열심히 협상을 하고 있다"고 명시했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한국의 무역 팀 대표라는 사실은 누가 봐도 자명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 국민들은 그동안 이명박 정부의 행태와 위키리크스 폭로 문서를 통하여 이 문구의 진실은 "어떠한 경우에도 국민을 속여야 됩니다"로 해석해야 한다고 이해하고 있다.



▲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 후 이명박 대통령과 만난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 ⓒ연합뉴스

'사료 금지 조치에 대한 과학적 평가'는 김종훈의 꼼수

김종훈 본부장은 와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는 궁극적으로 미국 쇠고기 수출의 (한국 내) 시장 접근을 증대시키기 전에, 소 사료에 대부분 동물의 부산물 사용을 금지하는 미국 정부의 규제 조치가 광우병의 전염을 통제하는데 효과적인지를 확인하기 위한 과학적 연구가 추가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을 암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러한 과학적 평가는 한국 소비자들이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에 대한 신뢰를 완전하게 회복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정부의 사료 규제 조치와 한국 소비자의 신뢰를 연계시키는 김종훈 본부장의 꼼수는 미국산 쇠고기 전면 개방을 위한 명분 만들기에 불과하다. 게다가 과학적 평가는 미국 정부의 요구 사항이다. 머랜티스 미국 무역대표부 부대표는 2011년 4월 7일 미국 하원 세입위원회 무역소위 청문회에서 한미 FTA의 조속한 의회 비준을 촉구하면서 쇠고기 문제와 관련해 "국제적 과학 기준에 부합하게,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에서 쇠고기 시장의 추가적인 개방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의 사료 규제 조치는 광우병 교차 오염을 막을 수 없으며, EU 일본 캐나다 등과 비교하더라도 불충분하다. 국제수역사무국(OIE)은 2006년 미국 정부에게 동물 사료에서 광우병 위험 물질(SRM)의 사용을 금지할 것을 권고했지만, 2008년 4월 공포된 미국의 사료 규제 조치는 광우병 위험 물질중에서 30개월 이상의 뇌와 척수만을 규제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뇌와 척수를 제외한 광우병 위험 물질을 돼지, 닭, 칠면조의 사료로 사용하고 있다.


▲ 유럽연합(EU), 일본, 캐나다, 미국의 사료 규제 조치 비교. ⓒ프레시안

미국 소비자 연맹은 현행 미국 정부의 사료 조치가 3개의 커다란 허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첫째, 소의 피를 여전히 소의 사료로 사용하고 있는 허점이 있다. 둘째, 닭장 쓰레기를 소의 사료로 사용하고 있는 허점이 있다. 닭장 쓰레기 중 30퍼센트는 사료인데, 닭 사료에는 광우병 위험 물질이 포함된 쇠고기가 섞여 있다. 셋째, 광우병 위험 물질 10퍼센트가 사료 원료로 사용되는 허점이 있다. 왜냐하면 소의 뇌와 척수는 전체 광우병 위험 물질의 9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렌더링 업계도 2008년 1월 11일자로 관리예산국(OMB)에 보낸 의견서에서 "30개월 이상 소에서 뇌, 척수 제거는 비현실적이며, 업자들이 30개월 이상 소를 구분할 만한자료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연령 구분이 곤란하다. 미국은 현재 동물 개체별 식별 시스템을 의무화하지 않고 있다. 치아 식별법은 소의 대략적인 나이를 판단하는데 사용되고 있으나, 규제 용도로 사용하기에는 좋은 지표가 아니다. 또한 제품(육골분 등)에 뇌와 척수가 포함되어 있는지를 검사하는 방법도 없고, 설사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30개월 이상 소의 것인지를 아는 방법도 없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현행 사료 규제 조치는 결코 과학적 평가의 대상이 되지 못하며, 이를 한국 소비자의 신뢰 회복 근거 지표로 삼는 것은 난센스에 불과하다. 오히려 미국 의회조사국이 2011년 3월에 제시한 쇠고기 전면 개방 5가지 꼼수 시나리오 중 하나일 뿐이다. (☞관련 기사 : '구제역 재앙' 눈 감았나? 韓·美 '쇠고기 전면 개방' 추진 '꼼수')

김종훈 본부장, WTO 사무총장 꿈꾸나?

WTO 각료회의에서 미국산 쇠고기 개방 의지를 천명한 김종훈 본부장은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 맸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미국 백악관과 무역대표부 고위 관료들은 지난 2010년 12월 한미 FTA 재협상 당시 김종훈 본부장에게 2013년 임기가 만료되는 파스칼 라미 WTO 사무총장 후임자로 출마해보라고 권유한 바 있다고 한다.

국익을 두고 협상하는 상대국 대표에게 이러한 권유가 어떤 의미일까. 이러한 권유를 자랑스럽게 언론에 흘리는 정부 고위 관료가 과연 애국자와 매국노 중 어느 편인지는 독자의 상상에 맡긴다.

김종훈 본부장은 와의 인터뷰에서 "한미 FTA가 내년 2월 1일자로 발효될 것으로 예상"했으며, 미국의 업계에서는 "김종훈 본부장이 한미 FTA 발효를 급하게 서두르는 것에 대해 놀라움을 표시"했다.

12월 9일자 는 "업계에서는 미국 정부 관료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내년 3월 26~27일 서울에서 개최되는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하는 것이 한미 FTA의 비준 작업을 완료할 마지노선이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보도한 바 있다.

는 한국 정부와 여당(한나라당)이 정치적 이유 때문에 가능한 한 빨리 한미 FTA를 발효시키려고 한다는 업계의 분석을 전했다. 이러한 분석은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문서를 통해 익히 알려진 바 있다.

버시바우 대사가 2008년 3월 25일자로 라이스 국무장관에게 보고한 2급 비밀문서를 보면, 이명박 대통령은 4월 16일 한미 정상 회담 참석차 워싱턴에 도착하기 전에 쇠고기 시장 전면 재개방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이 대통령 참모진은 4월 9일 총선 전까지 협상 타결이 정치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통상 팀은 이 대통령 방미까지 미국 측 요구에 맞춰 결과를 발표할 수 있도록 협상을 물밑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2008년 5월 29일자 3급 비밀문서를 보면, 이상득 의원은 주미 대사를 만나 "만약 쇠고기 협상이 6월 4일 재보선 전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허용되는 것으로 결론이 난다면, 그것이 선거의 주요 이슈가 되어 한나라당 후보들이 패배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역사는 2012년에도 반복될 것 같다. 위키리크스 문서의 표현을 차용하여 "한미 FTA 비준을 최대한 서둘러 2012년 총선의 주요 이슈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나라당 후보들이 패배하지 않을 수 있다. 2012년 총선 전까지 쇠고기 협상의 타결은 정치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통상 팀은 미국 측의 요구에 맞추기 위해 쇠고기 협상을 물밑에서 열심히 하고 있다"고 주장하면 괴담이 될까.

이처럼 2012년 반복되는 역사는 결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에 희극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김종훈 본부장의 기대와 희망대로 2012년 2월 1일 한미 FTA가 발효되고, 한미 FTA가 2012년 총선 이슈가 되지 않고, 총선 이후에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가 전면적으로 개방되는 희극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그와 같은 상황은 난파선에서 쥐들이 빠져나가듯 이명박 정권의 몰락을 재촉하는 신호탄이 되리라 본다.

'뼛속까지 친미' 쇠고기로 국물을 우려낸 '꼼수면'과 '가카새끼 짬뽕'의 흥행은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기대처럼 결코 쉽지 않으리라.



/박상표 국민건강을위한수의사연대 정책국장·건강과대안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