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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19일 일요일

헌신 없는 종교


이글은 한겨레신문 종교전문 조현 기자 블로그 휴심정 2013-05-15일자 기사 '헌신 없는 종교'를 퍼왔습니다.

소백산 산위의마을 촌장 박기호 신부 사진 조현

자신의 명예와 소유 안내려놓고 
대물림까지 하려드는 종교인들
인간 삶에 기여 망각하면 ‘사회악’ 
희생과 헌신, 근본으로 돌아가자


종교인들의 문제나 교회 내 갈등이 종종 세간의 화제다. 그 때마다 필자는 김수환 추기경이 생존 시 사제피정에서 했던 말씀을 회상하곤 한다. 
“세계적으로 한국만큼 사제생활 하기 좋은 나라가 없다고 해요. 외국인 선교사가 내게 말하기를, ‘한국은 성직자 생활의 파라다이스다!’ 하더라고. 정말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무엇이 부족해서 온전히 헌신하지 못하는지를 반성해야 합니다.” 우리 국민들의 종교에 대한 공경심과 교직자에 대한 우대의 정서는 남다른 전통이다. 그것은 종교다원주의에서 마치 종교 엑스포를 이룰 만큼 성장하게 만든 배경이자 동시에 다종화 대형화 기업화 하는 부정적 현상의 환경이라고도 생각된다.
근래 한국의 종교사회는 지성의 뭇매를 맞고 있다. 종교 자체가 아니라 정확히 말해서 종교 교직자, 지도자들의 생활과 운영과 이념적 태도들이 그 대상으로 보인다.  인터넷 등 새로운 환경으로 불특정 다수의 견해가 여과도 예의도 없이 출몰되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원천적 사실들까지 관면 받을 수는 없다.  폭로와 질책으로 상처받고 권위가 망가지는 것은 물론 두려움의 위협도 될 것이다. 그러나 생각건대 비판하고 질책한다는 것은 애증을 전제로 한 것이니 무관심보다 더 무섭기야 하겠는가? 종교인에 대한 지탄을 넘어 종교 자체에 대한 무관심의 계절이 올 것만 같다. 이 준엄한 죄업을 무엇으로 감당할 것인고. 두렵다! 
동서고금의 종교 역사가 늘 그런 질곡과 부침의 궤적을 가지고 있다. 민중 혁명의 불세례를 받아 개처럼 패대기 당해 쫓겨나기도 했고 더러는 처형도 당했다. 교단에서는 ‘증거와 순교의 역사’로 미화할 수야 있겠지만 그건 궁색하다. 종교가 권력과 부자의 편에서 억압과 불평등을 동조 방관했던 태도에 대한 심판이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더러는 민중의 희망과 신뢰의 유일한 의지처가 되어준 역사도 있다.  
마하비라, 공자, 석가, 예수, 모하멧에서 현대 종단까지, 종교의 숭조들은 역사의 실존 인물이면서 동시에 시대가 낳은 정신이기도 하다. 사회적 삶이 도탄에 빠지고 순리가 부정되는 현상이 지속될 때는 어김없이 예언자와 성현과 선각과 큰 스승들이 나타났었다.  종교 지도자라면 모름지기 시대 현상에 나타난 영적 정신적, 문화적 징표를 읽는 영성의 눈을 가져야 대안의 지혜를 내놓을 수 있을 것이니 그 영성을 얻으려는 것이 수행의 목적이다. 무욕과 청빈에 담긴 영성의 삶은 재물이나 권력 명예와는 공존불가의 물건이다.
신도들은 자기 신앙을 향도하는 교직자들이 오로지 영성의 삶에 전임 진력을 요구하며 대신 수행과 증거사업에 필요한 재정을 부담하겠다는 의무감으로 예물을 봉헌한다. 청원기복의 제물이건 건축기금이건 감사예물이건 성격은 동일하다.
시대의 징표를 읽고 회개를 외치는 예언자 기능이 종교에서 지성들에게로 옮겨가고 있다. 그러려고 돈 들여 공부한 것이니 마땅하고 옳은 현상이다. 문제는 시대를 읽어야 할 종교인들의 눈에 실명이 오고 있다는 것이다. 수행에만 너무 전념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세상의 향유에 정신 팔고 있기 때문일까?  따악! 내리치는 죽비 소리가 크다.  
종교인이 신도의 예물을 받을 때라면 늘 자신이 받은 돈의 성격을 관상(觀想)해볼 의무가 있다. 돈에는 초상화의 눈이 있고 혼이 담겨 있다. 신자가 땀 흘려 노동하여 내는 예물의 혼과 부정한 재물에서 떼어내 바치는 돈의 혼이 결코 같지 않다. 부와 권력을 가진 상류 인텔리 계층의 신자가 내는 예물에는 그들의 혼과 소망이 담겨 있고 비정규직 노동자와 파출부와 편의점 알바를 하는 젊은이가 내는 예물에는 그들의 눈물과 희망이 담겨 있는 것이다.


물레를 돌리는 간디

그들은 신의 제단 앞에서 공평하다. 모두가 한 분 아버지의 자녀이고 형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정적으로는 다른 것은 예물의 금액이다. 교직자들은 과연 그들 모두를 형제로서 공평하게 대할 수 있을까? 누구를 편들게 되어 있을까? 정답은 ‘평소에 누구와 더 자주 만나고 식탁에 자주 앉고 값진 선물을 자주 받는가?’ 이다. 두 형제 중에 누구의 소망과 정서가 교직자의 마음을 얻고 뼈 속까지 차지할 것 같은가? 이것은 종교인들의 불편한 진실이다.
이렇게 해서 같은 교단의 교직자로서 운명이 갈라지는데, 어떤 이는 체육관처럼 모인 신도들 앞에서 진보 좌파를 신앙의 적으로 선포하는 열광적인 설교를 하고, 외제 승용차와 고급 레스토랑의 고품격 식사를 대접받고 최고 상류층과 교재 한다. 그들은 교직자의 기념일을 잘 기억하고 축하해 주는 정성도 있다.  반면에 어떤 교직자는 주일인데도 겨우 얼마 안 되는 소수의 신도들과 예배를 드리며 북녘 동포 돕기 저금통을 돌리고, 잔치국수를 나누어 먹고 헤어진다.  그런데 신자들 사이에 정치적 논쟁이 생기고 선거 때가 되면 교회는 누구 편을 들어야 하는가? 단, 예수에게는 중립이 없었다!
아무래도 “나는 분열을 일으키러 왔다!”는 예수의 말씀이 씨가 된 듯하다. 바오로 사도는 “대사제는 자기 자신을 제물로 바친다.”고 했다. 사제는 자신의 몸을 제물로 내어놓는 자다. 그래서 예수를 ‘대사제’라고 부른다. 세상과 하늘을 화해시키고자 자기 목숨을 제물로 내어 놓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종교인들은 자신의 결정권과 명예와 소유는 결코 내려놓지 않고 외려 대물림까지 하려 든다. 신도들에게는 헌신과 헌납을 독려하지만 스스로는 자신을 내어 놓지 않는다.
인도의 간디는 “나는 그리스도는 좋지만 그리스도인은 좋아하지 않는다!” 하면서, 희생 없는 제사, 헌신 없는 종교를 ‘사회악’이라 지탄하였다. 예수와 그 추종의 집회 사이에 큰 간극이 벌어져 있음을 통박하는 말이다. 이미 70여 년 전 간디의 생각일진데 오늘날 우리 종교 사회의 모습을 성찰하는데 왜 이렇게도 낯부끄럽고 민망스러운가?
우리 사회는 정신세계의 붕괴로 인한 중증 질환으로 신음하고 있다. 글로벌 시대의 착취와 압제가 진군한다. 성과주의 사회의 피로 누적과 좌절감으로 살아있어도 산 것이 아닌 집단 우울증과 자살이 집단 증후군을 이루고 있다. 물신의 우상과 향락과 명품주의 소비문화로 영혼과 정신을 포박하고 가위 누르는 악령의 손길이 바이러스처럼 창궐하고 있다.
대가족과 노동의 삶은 해체되어 집은 있어도 삶이 없고 가족은 있어도 가정이 없다. 시민의 권리와 자유는 있으되 책임은 없다. 공동체적 가치들이 샅샅이 해체되고 있다. 남북분단에 동서로 갈라지고, 보혁 빈부(保革 貧富)로, 명문 학벌주의와 지역우월주의로 갈라져 투석전을 벌이는 시대, 이념도 사상도 아닌 막연한 편견과 감성적 선정적 호불호의 아집으로 정치의식이 파멸을 맞고 있다. 천명을 받든 종교인이라면 잠을 이룰 수 없는 시국일진데 기껏 생활 태도를 놓고 다툼이나 하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 참담하지 않는가? 이건 정말 낭패다!


일러스트레이션 이강훈

어디서부터 문제일까? 바둑에는 복기라는 것이 있다. 수를 잘못 읽은 지점을 찾는 것이다. 존경도 받고 제물도 받는 것에 익숙해지고 관성에 빠져 자기다움과 목적성을 잃어버린 문제로 보인다. 종교가 종교다움을 잃어버렸다는 것은 더 이상 존재이유가 없는 사형선고다. 존재할 이유도 없는 것이 성장을 계속하면 괴물 밖에 더될까? 어떤 이는 영상에 등장한 모습이 실제 괴물로 보였다는 이도 있다.  창세기에 보면 하느님이 낙원을 창조하시고 사람을 살게 하였는데, 아담과 하와는 불만족의 유혹에 넘어가 파라다이스의 완성을 추구했고, 즉시 추방당했다. 바벨탑도 소돔과 고모라 도시도 모두 자신들의 천국을 누리고자 함에 내린 재앙이었다. 종교인은 종교를 파라다이스로 여기는 순간 타락이란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간디의 일곱 가지 사회악, 그 어떤 사회적 가치도 인간 삶의 발전에 기여하는 목적성을 잃어버리면 악의 기능만 남는다는 훈화를 기억해 두자.
근본으로 돌아가자!  자신을 제물로 내어놓는 희생과 헌신에 종교의 정체성이 빛난다.  거듭남을 위해 살을 깎는 각오는 그 자체로 고행이다. 그러나  고행 극기란 모든 종교의 필수적 전통이며 존재방식이기도 하다. 한국 사회 종교의 거듭남의비방(秘方)으로 ‘100일 동안 쑥만 먹어야 한다!’ 면 그렇게라도 하는 것이 사는 길이다.

박기호 신부

박기호 신부1991년부터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1998년 ‘소비주의 시대의 그리스도 따르기’를 위해 예수살이공동체를 만들어 실천적 예수운동을 전개했다. 소비주의 시대에 주체적 젊은이를 양성하기 위한 배동교육 실시했고, 5년 전 충북 단양 소백산 산위의 마을에서 일반 신자 가족들과 함께 농사를 짓고 소를 키우며 살아가고 있다.
이메일 : sanimal@catholic.or.kr     

2013년 3월 20일 수요일

새 교황이 던지는 사랑과 겸손, 봉사의 메시지에 귀를…


이글은 노컷뉴스 2013-03-20일자 기사 '새 교황이 던지는 사랑과 겸손, 봉사의 메시지에 귀를…'을 퍼왔습니다.
[3월 20일 하근찬의 아침뉴스] 탐욕과 증오, 질투, 시기심 만연한 사회에 큰 울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3월 20일 수요일 아침뉴스 하근찬입니다.

새 교황 프란치스코의 소탈하고 겸손한 행보가 새삼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하고 있습니다.

그는 어제 20만 명의 인파가 몰린 즉위 미사에서도 "가난하고, 약하며, 가장 덜 중요한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봉사하겠다"면서 다시 한 번 몸을 낮출 것을 다짐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손가락에 끼워진 교황권의 상징 '어부의 반지'도 전임자들의 것처럼 순금이 아닌 금이 도금된 은반지였습니다.

새 교황이 던지는 사랑과 겸손, 봉사의 메시지가 탐욕과 증오, 질투, 시기심이 만연한 우리 사회에 연일 큰 울림을 주는 것 같습니다.

하근찬의 아침뉴스 다시 듣기 1하근찬의 아침뉴스 다시 듣기 2

오늘의 주요 뉴습니다.

▶ 김병관, 현오석 두 장관 후보자에 이어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의 자질 문제가 불거지면서 청와대가 고심에 빠졌습니다.

▶ 박근혜 정부가 사전 검증 소홀에 따른 잇따른 인사실패를 제도 탓으로 돌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 사회 고위층 성 접대 의혹을 내사 중인 경찰은 성 접대 동영상을 봤다는 진술을 토대로 관련자들을 소환해 조사하고 있습니다.

▶ 자녀에게 물려준 재산을 돌려 달라는 부모들의 소송이 늘고 있습니다.

▶ 국가부도위기에 빠진 키프로스 의회가 예금에 과세하는 내용의 구제금융 협상안 비준을 거부했습니다.

▶ 춘분인 오늘은 전국이 대체로 흐리고 비나 눈이 오다 오후에 점차 개겠습니다. 영동지방에는 최고 20cm가량 눈이 오겠습니다. 


한만수도 부적절, 靑 고민

▶ 자질과 도덕성 논란으로 김병관, 현오석 두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이 미뤄지고 있죠.

이번에는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의 자질 문제가 불거지면서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가 고심에 빠졌습니다. 

임진수 기자가 보도합니다.

= 20년 넘게 국내 굴지의 로펌인 김&장 등에서 변호사로 활동한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의 재산은 예금 90억 원을 포함해 무려 109억 원에 이릅니다.

가뜩이나 대기업 변호를 맡아온 경력이 문제가 된 마당에 100억대 재산을 가진 '부유층' 딱지까지 붙으며 부정적인 기류가 더욱 확산되고 있습니다. 

민주통합당이 한 후보자를 향해 '결격자'라며 낙마를 벼르고 있는 것은 물론 여당 내에서조차 "부적절한 인물"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한 후보자가 인사청문 절차를 마치더라도 임명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습니다. 

여기다 인사청문회 이후 조금 잠잠하던 김병관 후보자에 대해서는 문제의 소지가 있는 기업의 주식 보유 사실을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뒤늦게 밝혀져 사퇴요구가 다시금 커지고 있습니다.

또, 현오석 후보자에 대해서도 이미 민주통합당은 "재벌 중심 성장을 추구한 재벌 대변론자"라며 내정 철회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이들의 임명, 혹은 임명 철회에 대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박 대통령이 이들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할 경우 야당의 거센 반발은 물론 여당 일각의 비판도 불 보듯 뻔한 상황이어서 정국운영에 부담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임명을 철회하자니 안보와 경제 분야 수장이 다시금 오랫동안 공석이 되면서 오는 부담 역시 만만치 않은 등 박 대통령이 장관 임명의 딜레마에 빠졌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인사 실패하면 제도 탓
 

▶ 황철주 중소기업청장 내정자가 사퇴한 이후 여당이 주식백지신탁과 인사청문회 제도를 개선하자고 나섰습니다.

인사의 실패를 제도 탓으로 돌리면서 공직자 윤리제도가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조근호 기자의 보돕니다.

= 황철중 전 중소기업청장 내정자가 주식백지신탁 때문에 자진 사퇴하자 새누리당은 제도를 손보겠다고 나섰습니다.

정부도 주식을 팔지 않아도 되도록 보관신탁하고, 주가의 상승분은 해당 공직자에게 귀속되지 않도록 하는 내용으로 바꾸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비상장주식의 경우 객관적인 가치 평가가 어렵고 장부가치를 조작할 수 있는 다양한 수단이 있다는 등의 반론도 적지 않습니다.

또 지난 2005년 여야 합의로 입법한 주식백지신탁 등 공직자윤리제도를 후퇴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인사에 잇따라 실패하자 정부·여당이 그 원인을 제도 탓으로 돌리려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앞서 박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김용준 전 총리 후보자가 자진 사퇴하자 인사청문회 자체를 문제 삼은 바 있습니다.

우리 제도의 모델인 미국은 직무와 관련된 주식의 처분 또는 백지신탁을 의무화하고 있고, 캐나다는 직무 관련성이 없더라도 백지신탁을 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너는 말로만 효도하냐?
 

▶ 자녀들이 잘 모시겠다고 해서 재산을 물려줬는데, 정작 제대로 돌보지 않는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요즘 자녀들에게 물려준 재산을 돌려달라는 부모들의 소송이 늘고 있다는데요,

김수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아내가 세상을 떠난 뒤 2년째 홀로 생활하던 69살 A씨에게 아들이 찾아온 것은 지난 2010년.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로 들어가려던 아들은 매월 용돈을 드리고 아버지를 편안하게 모시겠다며 재산을 증여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쓸쓸한 생활을 하고 있던 A씨는 아들에게 갖고 있던 식당과 주택 등을 처분한 돈 3억 5,700여만 원을 준 뒤 아들의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돈을 받고 난 뒤 아들은 용돈은 고사하고 A씨의 끼니도 제대로 챙기지 않았고 아픈 A씨가 사용하던 전기장판마저 꺼버렸습니다. 

결국, A씨는 아들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증여금 반환 청구소송을 냈습니다. 

부모가 자녀를 상대로 소송을 내는 씁쓸한 상황은 A씨 가족만의 특별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최근 경제위기와 노인빈곤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효도 약속을 한 뒤 재산을 물려받고, 약속을 지키지 않는 자녀를 상대로 소송을 내는 부모들이 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행법상 이미 증여가 이뤄진 경우 부양의무 불이행 등을 이유로 증여를 해제할 수 없는데다 자녀가 효도를 조건으로 재산을 물려받았더라도 조건을 이유로 증여했다는 점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아 부모가 승소하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효도를 조건으로 재산을 물려주고, 약속을 지키지 않았을 경우 증여를 해지하겠다는 내용을 서면으로 기재하라고 입을 모읍니다.

자녀가 부모를 모시는 당연한 도리조차 문서로 남겨야 하는 현실은 씁쓸하지만, 전문가들은 철면피 자녀들에 대한 마지막 제동장치로 조건증여계약서를 권하고 있습니다. 

진주의료원 강제폐업 위기, 연쇄폐업으로 번지나
 

▶ 진주의료원이 강제 폐업 위기를 맞고 있는데요.

이 사태가 다른 지방 의료원의 연쇄 폐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공공 병원을 늘려도 부족할 판에 서민들이 기댈 곳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 진주의료원 사태가 악화 일로를 걷고 있습니다. 

환자들이 병원에 그대로 남아 반발하고 있고 보건단체와 노조의 저항이 거세지면서 정면충돌 양상까지 보이고 있습니다.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만성 적자 때문에 폐업을 결정했다지만 이는 진주의료원의 문제만이 아닙니다. 

전국 34개 지역의 공공의료원은 대체로 적자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이는 병원이 주로 수익을 내는 선택 진료비 특진비 검사비 등 비급여 항목이 적기 때문.

뒤집어 생각하면 이곳에서는 저소득층 환자들이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필수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단순히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진주의료원이 강제로 문을 닫는다면 비슷한 고충을 겪고 있는 다른 지방 의료원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공공의료병상 비중은 OECD 국가 중 최하위. 

유럽은 70% 미국도 30% 정도가 공공병원이지만 우리나라는 보건소나 국공립대 병원을 합쳐도 10%가 안 됩니다. 

공공병원이 씨가 마른 가운데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지방 의료원들도 지자체의 눈치를 보며 구조조정의 압박에 시달리는 겁니다. 

이 같은 모순 때문에 적자를 몽땅 지자체에 떠넘기지 않고 정부가 함께 보존해주는 법안이 국회에 발의돼 있지만, 정부와 여당은 여전히 소극적입니다. 

103년 전통의 진주의료원의 존폐가 의료 공공성을 둘러싼 상징적인 사태로 인식되면서 진통은 계속될 전망입니다. 


'가격-영업-출점' 끝없는 규제
 

▶ 영업시간과 신규출점 규제에다 새 정부의 소비재 가격 억누르기까지 겹쳐 유통·식음료업계가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만만한 게 유통·식음료라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이재기 기자의 보돕니다.

= 양극화의 그늘이 심해지던 MB정부 말기.

정부와 정치권은 유통업체에 대한 영업규제를 통한 '골목상권 살리기'에 나섰습니다.

지난해 실시된 대형마트의 주 2일 휴무가 올해 초부터 3일로 늘어났습니다.

상권영향평가서와 지역협력계획서 첨부, 출점예고 의무화로 대형마트와 SSM의 점포확장은사실상 불가능해졌습니다.

동반성장위원회는 제빵과 외식 등 16개 업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하고 신규출점을 제한했습니다.

업계에는 비상이 걸렸습니다.

업계 관계자의 말입니다. 

"대책을 당장 세우지는 못하는데 상황을 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3, 4월 지켜보고 예견한 대로 공백이 생기거나 매출이 예전만 못할 경우 다른 방법을 찾아야겠죠"

정부규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올 초 박근혜 정부는 소비재 가격인상 억제에 나섰습니다.

물가를 억누르는 이명박 정부의 물가정책을 그대로 이어받은 것입니다.

정부의 엄포에 가격을 올렸던 업체들은 잇따라 인상을 철회했습니다.

정부의 보복조치가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업계는 합리적인 인상요인도 반영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식품업체 직원입니다.

"과연 식품기업이 무한탐욕이냐 그게 아니다. MB정부 때 진짜 제대로 가격인상요인이 있었는데 못 올리게 한 게 너무 많다"

갖가지 규제에 숨 막힌 업계는 정부가 손쉬운 규제에만 매달려 힘없는 유통식품업계만 옥죈다고 불만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금융소비자 위한 독립기구 설치 시각차 뚜렷, 갈등 예고
 

▶ 새 정부의 금융정책이 금융소비자 보호를 더 강화하는 방향으로 바뀌게 됩니다

하지만 이를 위한 독립기구 설치에 대해서는 시각차가 뚜렷해 갈등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구병수 기자의 보돕니다.

= 2011년 저축은행사태 등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데 대한 금융당국의 자성 목소리가 금융소비자보호라는 메아리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 후보자와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금융정책 방향을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금융소비자보호 강화를 약속했습니다.

무엇을 할 것인가에는 이견이 없지만 어떻게 할 것인가에는 시각차가 뚜렷합니다.

신제윤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현행 금감원의 금융소비자 보호처를 별도로 떼어내 소비자 보호기구 설립을 추진할 것을 분명히 했습니다.

금융감독원이 둘로 쪼개시는 셈입니다.

반면 최수현 금감원장은 금융소비자 보호처를 중심으로 소비자보호를 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금융소비자 보호처를 격상시켜 역할을 더욱 강화하되 금감원 내에 두겠다는 겁니다.

감사원의 감사청구제도와 같이 국민이 직접 금융회사에 대한 검사를 요구할 수 있는 국민검사 청구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점도 이 같은 배경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됩니다.

여야는 지난 17일 정부조직개편안에 합의하면서 금융소비자 보호처를 별도 기구인 금융소비자보호원으로 독립시켜 운행하는 방안을 정부가 올해 상반기 중 제출하기로 합의했습니다.

그러나 두 기관이 금융소비자 보호기구에 대한 시각차를 드러내면서 향후 공청회 등 의견수렴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됩니다.


신문으로 보는 세상, '아침 신문 읽기' 이희진 기잡니다

▶ 헌법재판소 운영에 비상이 걸렸다고요…

= 한국일보가 3면에 '헌재 소장 대행마저 22일 퇴임 '초유의 7인 체제''라는 기사를 실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이동흡 헌재 소장 후보자의 낙마로 현재 소장이 공석인데다 소장 대행을 맡고 있는 송두환 재판관마저 오는 22일이면 퇴임합니다.

이렇게 되면 전체 9명 재판관 가운데 2명이 공석이 되는 '7인 재판관 체제'가 되는데 이는 1998년 헌재 출범 이후 처음 벌어지는 사태라고 합니다.

▶ 7인 체제가 되면 큰 문제가 생기는 모양이죠?

= 헌법재판소법상 재판관 7명 이상이면 최고의결기구인 평의를 열 수 있고 결정 선고도 진행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위헌 결정을 위해서는 6명 이상 재판관 동의가 필요합니다.

'따라서 7인 체제에서는 사실상 전원 일치나 다름없는 합의가 나와야 위헌 선고가 가능하다'는 얘깁니다.

이 때문에 헌재에서는 '7인 체제면 헌재 심판이 사실상 마비되는데도, 청와대가 '7명 이상이면 충분히 운영이 가능하다'며 현 사태를 방관하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답니다.

▶ 박근혜 대통령 리더십과 관련해 재미있는 표현이 눈에 띄는군요.

= 한겨레가 1면에 '박 대통령의 '깨알 리더십'… 공직 사회 속앓이'라는 기사를 올렸습니다.

"박 대통령이 각 부처 주요 업무는 물론 세부 현안에까지 구체적인 지시를 내놓는 '깨알 리더십'을 보여주면서 공직 사회가 후속 대책 마련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는 겁니다.

해빙기 안전이나 주가조작 근절, 농협을 통한 농산물 직거래 확대 주문 등이 깨알 같은 지시의 대표 사례로 제시됐습니다.

한겨레는 '박 대통령의 깨알 리더십 배경에는 '모든 행정활동 초점은 '공약 실현'에 맞춰져야 한다'는 생각이 깔려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 동아일보는 깨알이 아니라 '담임선생님'으로 표현했네요.

= 5면 기사 제목이 '공약 꿰뚫는 박 대통령 '담임선생님 리더십''입니다.

박 대통령이 책상 먼지까지 점검하는 꼼꼼한 여성 담임선생님 같은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는 겁니다.

'이는 ''그만큼 공약에 대한 믿음이 확고하고 모든 공약의 내용을 꿰뚫고 있다'는 자신감의 발로'라는 게 내부 해석'이라고 동아일보는 전했습니다.

일각에서는 '담임선생님 리더십이 책임장관제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한다는데, 깨알이든 담임선생님이든 공약만 잘 지켜진다면 국민은 큰 불만이 없겠죠.

▶ 한국전쟁 중 벌어진 '장진호 전투' 영화 제작을 두고 미국과 중국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고요.

= 중앙일보와 동아일보가 전한 외신입니다.

장진호 전투는 1950년 11월 함경도 개마고원 장진호에서 미 해병 1사단을 주축으로 한 연합군 1만 5,000명과 이들을 포위한 중공군 12만 명 간에 벌어졌습니다.

당시 전투에서 미군 3,600명, 중공군 2만 5,000명이 전사한 한국전쟁 중 가장 처절한 전투 중 하나였는데요, 이번에는 미국과 중국이 '스크린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미국이 먼저 '혹한의 17일'이라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제작에 나서자, 중국도 같은 소재의 초대형 영화 제작을 추진으로 맞불을 놓았습니다.

서로 '우리가 승리했다'고 주장하는 건데요, 우리 땅에서 벌어져 우리가 가장 참혹한 피해를 겪은 전쟁을 영화로 만드느라 남의 나라들이 벌이는 신경전이 씁쓸하네요.

◈ CBS 라디오 '하근찬의 아침뉴스(월~금 07:30~08:00)' 아이폰 팟캐스트https://itunes.apple.com/kr/podcast/hageunchan-ui-achimnyuseu/id600378282?mt=2(안드로이드폰에서도 '팟드로이드' 등 팟캐스트용 앱을 설치하신 후 '하근찬의 아침뉴스'를 검색해 다시 들으실 수 있습니다.)

CBS 하근찬 기자

2013년 2월 24일 일요일

절망에 빠졌던 암환자를 살린 수산나 수녀의 지극한 사랑


이글은한겨레신문 종교전문 조현기자 블로그 휴심정 벗님글방 2013-02-21일자 기사 '절망에 빠졌던 암환자를 살린 수산나 수녀의 지극한 사랑'을 퍼왔습니다.

안나 수녀의 고백  


암환자였던 안나 수녀는 어느 날
수산나 수녀에 대해 이런 고백을 했다. 

“그녀의 방은 새벽 4시에 불이 켜집니다
그리고 조심조심 분주하게 움직이지요
아침기도를 바친 후  
환자인 나에게 필요한 음식을 준비하고  
내 방을 청소합니다.  

6시 10분. 
선잠에 비몽사몽인 나를 달래 깨워 
굳어진 다리를 마사지로 풀어주고 
특수 스타킹을 신겨 주고 
지금보다 건강하게 살라고 주사를 놓아주고 
오늘 하루 살아가는데 필요한 사항을 
조곤조곤 알려주고선 6시 45분. 

또 다른 환자 자매를 살피기 위해 
아침식사가 든 가방을 들고 그녀는 
병원을 향해 나섭니다. 

6개월 동안 내가 
중환자실에 누워있을 때  
그녀는 매일
나의 대소변을 치우고  
욕창을 막기 위해 수시로 
나를 옆으로 세워 등을 확인하고 
부채질을 했습니다

움직일 수 있는 부분은 
오직 발가락 뿐
목도 구멍을 뚫어 말을 못하는 
내 표정과 눈빛으로  
그녀는 
나보다 더 나를 알았습니다

밤이면 어둠 속에서 내가 
무엇이 보인다고 놀래면 
그녀는 헛것이라 말하지 않고  
그래, 그러면 불을 켜볼까? 하면서 
새처럼 가볍게 일어나 
불을 켜 확인시킨 후 
늘 내 스스로 안심할 때까지 
기다려 주었습니다 

차라리 죽기를 선택하고 싶을 만큼의 
고통과 절망에서 일어나 
중환자실 문을 열고 퇴원하던 날 
의사, 간호사 모두 울었습니다 
피를 나눈 형제도 베풀 수 없는 사랑이   
나를 일으킨 것입니다.”


안나 수녀를 살린 수산나 수녀 
나는 지금 그녀와 함께 산다
새벽이면 가장 먼저 일어나 
기도하는 
그녀의 몸무게는 42kg 
심한 관절통으로 무릎과 손가락이   
많이 아프다.

나는 아침마다 냉동실에서  
관절에 좋다는  
뼛국물 한 봉지를 꺼내어 
그녀가 낫기를 바라는 
간절함을 담아 끓인다.

혹, 잊을까하여 
혼자 시간을 정했다 
아침식사가 끝나면 바로 
냄비에 끓여놓자고 
하루 중 
그녀 좋은 시간에 먹을 수 있도록.

살레시오 수녀원

김인숙 수녀청소년 교육에 헌신하는 살레시오회 수녀이다. 현재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마자렐로센터'에서 돈보스코 예방교육영성을 바탕으로 10대 소녀들의 교육에 힘쓰고 있다. 저서로는 (둘째오빠) (어머니 당신이 희망입니다) (버림받은 사람들의 어머니 테레사) (너는 젊다는 이유 하나로 사랑받기에 충분하다) ( 너는 늦게 피는 꽃이다)가 있다.
이메일 : clara212@hanmail.net

2013년 2월 17일 일요일

정교회 암브로시오스 대주교 인터뷰


이글은 한겨레신문 종교전문 조현기자 블로그 휴심정의 2013-02-13일자기사 人터치 '정교회 암브로시오스 대주교 인터뷰'를 퍼왔습니다.

정교회 암브로시오스 대주교 인터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NCCK)에서 교단장들이 모일 때 유독 눈에 띄는 이방인이 있다. 정교회의 암브로시오스 아리스토텔레스 조그라포스(53) 대주교다. 그리스 에게해 에기나섬에서 태어난 그는 한국외대에서 그리스어를 가르치는 교수이기도 하다. 산타클로스처럼 긴 수염을 늘어뜨려 ‘뿌리 깊은 나무’ 처럼 점잖은 모습의 그가 최근 모처럼 목소리를 높였다. 오는 10월 말 세계교회협의회(WCC) 부산 총회를 앞두고 교회협 김영주 총무와 준비위원장 김삼환 목사,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전·현회장 길자연·홍재철 목사가 △‘개종 전도 금지주의’ 반대 △종교다원주의 배격 등 4개항을 내세워 한 ‘공동선언’을 “쓰레기”라고 질타한 것이다.

그의 말대로 ‘공동선언’은 교회협 소속 다수 교단들과 에큐메니컬 진영의 반발에 부딪혀 파기돼 버려졌다. 이번 사태를 통해 정교회의 성격을 보여준 그를 지난 7일 만났다. 서울 마포구 아현동 성니콜라스 주교좌대성당에서였다. 그는 부드러운 음성으로 ‘개종을 겨냥한 전도’의 문제점부터 조목조목 짚었다.

“한 학생의 아버지가 (개신교) 목사인데, 사도 요한이 요한계시록을 썼던 파트모스섬(그리스 에게해)에 선교를 하기 위해 갔다고 했다. 그래서 물었다. ‘그곳 주민들이 사도 요한 당시부터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있다는 것을 네 아버지는 모르느냐’고”

 그는 “개신교인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있는 사람들조차 전도의 대상으로 삼고, 가톨릭이 정교회국가들에 정교회수도자 같은 복장을 하고 들어가 개종 전도를 하는 것은 하느님의 뜻이 아니다”고 말했다.

“하느님은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주었다. 강압적으로 개종을 재촉하는 것은 인간 본연의 가치를 존중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정교회는 초대교회 때부터 신자수를 늘이기 위해 남의 집 문을 두드리는 식의 전도를 금하고 있다. 하느님께서는 스스로 원치 않는 이를 강압하지 않고 자유의지를 존중하며 기다리시는 분이다.”

그는 개신교인들이 불상이나 단군상을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전쟁을 일으키는 것과 같은 그런 짓은 그리스도를 거스르는 행위다. 그런 선전포고가 그리스도의 참모습이라면 나는 그리스도인이 아니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민주적이면서도 일치를 이루는 정교회에 대한 자부심을 내보였다. 가톨릭이 교황 1인에게 권력이 집중되고, 개신교는 분열해 교단이나 개인이 성서를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짙은 데 반해 정교회는 자율권을 가진 각 나라의 정교회 지도자들이 모인 시노드(공의회)를 통해 민주적으로 일치를 도모한다는 것이다.


그는 가톨릭의 경우 50년 전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전까지만 해도 전세계 모든 성당에서 라틴어로 미사가 집전된 것과 달리 정교회의 경우 이미 10세기 말에 슬라브지역에 전파된 초기부터 슬라브어 성서를 쓰고 슬라브어로 성찬예배를 드리도록 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초기 성서인 ‘70인역성서’가 그리스어로 번역되고, 사도 바울과 교부들의 글이 대부분 그리스어로 쓸 만큼 초대교회부터 그리스어가 보편언어였는데도 정교회는 다른 나라에서 그리스어와 그리스문화를 강요하지 않고 현지 언어와 문화를 존중하는 전통을 지켜왔다는 것이다.

아테네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예술의 역사’를 공부한 그는 석굴암 불상에서 그리스 조각을 보고, 한국의 무속에서 그리스 신탁을 엿본다.

영국 옥스퍼드대학의 교수 초청을 마다하고 지난 1998년 한국에서 뼈를 묻겠다고 한국행을 결행한 그는 “일본인이 독일인 같다면 한국인은 그리스인처럼 정이 넘친다”면서 남다른 유대감을 내보였다.

그는 서양문화의 원류인 그리스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크지만, ‘그리스철학이 기독교에 미친 영향이 크지 않느냐’는 물음엔 동의하지 않았다. ‘하느님이 인간의 몸으로 오신 기독교는 유일한 것이며, 그리스철학의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니라 기독교가 그리스철학을 활용했다는 것’이다. 다만 그는 “예수께서 다른 지역으로 오지 않고, 이미 세계화한 그리스문화와 언어를 사용할 수 있는 지중해권으로 출현한 것은 그리스가 기독교를 받을 준비된 땅이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풀이했다. 

 대주교는 초기 교부 그레고리우스의 말을 빌려 “하느님께서 이 세상에 오신 것은 사람들이 신이 되게 하기 위함이며, 하늘에 올라가 하느님과 함께 하게 하기 위함”이라며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성경 구절로 작별인사를 대신했다.

“하느님은 사랑이시다.”                                                   

글·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정교회는=정교회 신자는 그리스와 러시아 등 전세계에 3억명이 있지만 한국엔 서울 인천 부산 등 7개교회와 2개 수도원에 12명의 사제와 3500여명의 신자가 있다. 
 1900년 러시아 선교사가 왔지만 러일전쟁, 일제, 한국전쟁 등으로 선교사들이 추방되거나 납북되는 수난을 겪었다. 1968년 니콜라스대성당이 건립되고 2004년 대교구로 승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