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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월 14일 목요일

북 핵실험, 뫼비우스의 띠 딜레마에 빠진 언론의 강온대응 요구


이글은 미디어스 2013-02-13일자 기사 '북 핵실험, 뫼비우스의 띠 딜레마에 빠진 언론의 강온대응 요구'를 퍼왔습니다.
[분석]조선 '전술핵 배치'vs한겨레 '그래도 대화'

‘동북아의 위기’라는 진단은 일치한다. 북한의 핵실험이 ‘진화된 단계’라는 점에서도 대략적인 의견의 일치를 보인다. ‘경량화’, ‘소형화’에 대한 판단에 있어서는 다소 엇갈리는 점도 엿보이지만, 대세를 가를 정도는 아니다. 어찌되었건 북한의 3차 핵실험으로 한반도의 ‘비핵화 시대’가 끝났다는 정세 인식은 분명하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이 상황을 어떻게 딛고 넘어설 것이냐의 문제, 즉 해법이다. 이에 대한 판단은 상당한 온도차가 보인다. 가장 과격한 주장은 역시 조선일보가 내놓았다. 조선은 “김정은 정권 교체를 포함한 모든 대책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대 강 전략의 끝,  미국의 전술핵을 재배치하자는 요구다. 반면, 한겨레는 “중재역은 그래도 중국 뿐”이라며 “북핵 문제가 안고 있는 구조를 냉정하게 파악하고 강온 양면책을 지혜롭게 사용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북핵 문제가 대화의 끝이 아닌 대화의 시작이 되어야 한단 시각이다.

'전술핵 재배치' 요구까지 나간 조선의 대결 마케팅

조선은 1면 헤드라인을 통해 ‘북핵 게임의 틀이 급변했다’며 한국이 ‘핵그늘로 들어섰다’고 진단했다. 조선의 시각은 명확하다. ‘북한이 한국, 미국과 외교카드가 없는 사실을 간파했다’는 것이다. 북한의 3차 핵실험은 북이 ‘핵확산금지조약(NPT)체제 밖의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가는 길에 접어들었다’고 지적했다. 조선은 북한이 발표한 ‘핵탄두 소형화’ 발표가 과장이라고 지적하면서도 북한의 ‘다종화된 핵 억제력 과시’의 의미는 “서울에 떨어지면 2개월 내에 20만명이 사망”하는 수준이라고 위기 경보를 최대치로 올렸다. 북한의 핵이 실전용이냐 아니면 협상용이냐는 판단에서 여전히 협상용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인 가운데 조선은 이를 실전용으로 해석해내는 과단성을 보인 것이다.

▲ 13일자 조선일보 1면.

조선이 보기에 ‘미와 아시아 패권경쟁하는 중국’은 ‘속은 끓지만 ’북 흔들기‘를 못하고, ’한미가 초고강도 제재‘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조선은 거듭 대화의 가능성을 낮게 봤는데, 향후 한반도 정세는 “핵 보유국 북이 미와 직접 한반도 문제 협상하는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의 전략은 “이젠 북 붕괴시킬 의도 없다는 역대 정부의 여유를 부릴 수 없다”고 단언했다. 우리의 전략에 대한 조선의 입장은 사설 ‘나라 국민 지키려면 ’원치 않은 결단‘ 내릴 수 있다’에서 폭발적으로 ‘질주’했다. 조선은 “당장의 선택 대안 가운데 하나는 한반도 비핵화 선언이 북의 무효 선언으로 백지화돼 버린 만큼 1991년 한반도 비핵화 선언을 전후해 철수시켰던 미국 전술핵을 재배치하는 것”을 요구했다. ‘전술핵 재배치’ 요구는 “자신을 스스로 지키기 위해선 ‘원치 않은 결단’을 내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미국과 중국이 절박하게 실감토록 만드는 것”이란 것이 조선의 판단이다.

그래도 중국 뿐이라며, 대화 강조한 한겨레

반면, 한겨레는 북한의 3차 핵실험으로 “당분간은 ‘누가 더 위협을 두려워할까’라는 대결과 공포의 논리가 지배하는 위기 국면이 예상된다”면서도 “중국이 적극 참여하지 않는 제재는 실효성이 없다”는 현실 논리를 부각했다. 이 기사의 제목은 ‘북, 제재 맞서 위험한 질주...중재역 그래도 중국뿐’이었는데, 한겨레는 중국은 “핵실험을 막을 수 없다는 판단과 함께 핵실험 이후의 적극적 역할을 상정했다”고 지적하며 중국의 이런 스탠스는 “유엔 제재가 강화되더라도 대화의 공간은 열려야 한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 13일자 한겨레 1면.

조선이 사실상 더 이상의 대화는 어렵다는 판단 속에 향후 대화가 있더라도 중국의 방조 속에 북미간 직접 대화가 열릴 것이라고 분석한 반면 한겨레는 중국의 매개자 역할에 주목하며, 이를 적극적으로 끌어내기 위한 박근혜 정부의 활동을 요구한 셈이다. 한겨레는 “박 당선인은 미국과의 포괄적 전략동반자 관계를 더욱 심화시키는 한편으로, ‘한-미-중 3자 젼략대화’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며 “한‧미가 중국과의 공동전선을 유지하면서도 중국에는 대북 중재가 가능한 공간을 열어주는 게 숨막히는 위기 상황의 ‘숨구멍’이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후 해법에 관한 조선과 한겨레의 차이는 그야말로 멀다. 조선은 ‘강 대 강’ 원칙에 입각한  즉각적인 행동을 강조하고 있고, 그 구체적 방법론으론 ‘전술핵 재배치’까지 위기감을 고조시켰다. 반면, 한겨레는 ‘강 대 강’ 원칙에 입각한 제재 일변도의 노선이 문제의 본질을 악화시킬 가능성을 경고하며 여전히 잠재력이 있는 중국의 활용을 강조하는 모양새이다.    
대북 관련 이슈와 쟁점에서 뫼비우스의 띠처럼 반복되는 강온 대응 요구의 악순환을 이번 핵실험에서도 조선과 한겨레가 전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가운데 그 공허함을 메워주는 건또 다른 보수신문인 중앙일보의 김영희 대기자이다. 김 대기자는 ‘비핵화 넘어설 새 대북정책 짜자’는 1면 기사를 통해 상황의 현실과 향후 대응에 대해 비교적 냉정하고 정확한 진단을 제시했다.

돋보이는 김영희 기자의 시각, "동북아 분모 키워 북핵 분자화하는 정책"

김 대기자는 “고립에 이골이 난 북한이 핵 야욕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의 계산은 “일단 핵탄두와 장거리 미사일을 실전배치 가능한 수준까지 끌어올리면, 그것은 미국의 위협에 대한 유일한 억제 수단으로 미국은 어떤 경우에도 핵을 가진 북한을 공격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정은 입장에서 핵은 또한 내부 정치용으로 “핵보유라는 위엄을 달성했다고 선전해 체제 안정을 더욱 굳힐 수 있는” 문제라는 지적이다.

▲ 13일자 중앙일보 1면.

김 대기자는 “이미 예고된 국제사회의 어떤 조치들” 속에서 “중국의 협조가 만족스러울지는 불확실하다”며 북한이 “중국에 수백 개의 작은 금융거래 창구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는 상황에서 중국이 그 틈새들을 막지 않는 한 북한은 최소한의 숨쉴 구멍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국제제재와 고립에 이골이 난 북한이 어떤 제재를 하더라도 버틸 수 있다는 냉정한 현실인식이다.
김 대기자는 우리 입장에서는 “핵을 가진 북한에는 수많은 도발의 선택지가 열려있다”고 생각하지만 미국은 “북한이 핵무기를 가진들 실제로 그걸 사용하지는 못한다고 생각한다”며 이 생각의 차이 속에서 북한의 핵은 “미국과의 대화에서는 대등한 입장, 한국 일본과의 대화에서는 핵보유국으로서 우위에 선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상황 인식 속에서 김 대기자는 “미국에는 이제 한국에 재배치할 전술핵 미사일 같은 건 없다”고 일갈하며, “한미 협력은 우리 안보의 필요조건이지만 이제는 충분조건은 아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중국이 북한을 배후에서 눌러주지 않는 한 우리의 전방위 방어체제는 구멍이 있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대기자는 “내일은 내일의 바람이 분다”는 말로 현재의 상황이 ‘바람’, ‘지나가는 순간’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3개월, 6개월이 지나면 북한과 대화하는 미국을 목격할 것”이고 미국은 북한의 핵 보유를 어느 정도 인정한 가운데 “추가 핵무기 개발 중단과 핵확산 금지에 초점을 둘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대기자는 이 지점에서 우리의 전략이 필요하단 점을 역설했다. “북핵을 용납하지 않는 한국의 입장”과 미국의 이해관계가 정면 충동할 상황에 대한 현실적 판단이다.

북 핵실험이 박근혜 당선인에게 묻고 있는 건...

김 대기자는 박 당선인을 향해 “우리 자신의 대북정책을 다시 짜야 한다”며 “다시 짜는 대북 정책은 어쩔 수 없이 북한의 핵 보유를 전제로 하는 것이어야 현실적일 것”이라고 충고했다. “지금까지 한국과 미국의 대북정책은 비핵화에만 매달린 결과 북한 핵무장도 못 막고 대화의 단절만 초래했다”는 자성과 함께 “새 대북정책은 비핵화보다 훨씬 큰 틀에서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를 시야에 둔 정책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반도와 동북아 전체의 문제라는 분모를 키워 북핵이라는 분자를 최소화하는 현실적인 정책”이 시급하단 요구이다.
조선의 ‘강경론’과 한겨레의 ‘대화론’이 현재 상황에 대한 반응을 중심으로 한 차원에 머문다면 김 대기자의 주장은 현실에 대한 이해와 함께 현상을 넘어서는 주도력을 강조한단 차원에서 곱씹을 대목이 많다. 결국, 문제는 박근혜 정부가 동북아 전체의 문제를 주도해갈 ‘능력’과 ‘비전’이 있느냐가 관건일 텐데 북 핵실험 이후 박 당선인의 메시지와 행보는 썩 만족할 만한 수준이 못된다.
북을 아무리 규탄한들 이미 핵실험을 했고, 그걸 막아설 실력이 우리에겐 없었다. 이제 북은 사실상 핵보유국의 입장에서 상황에 대한 재구성과 재협상을 요구할 것이다. 북을 규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 규탄만으로 상황은 해결되지도 나아가지도 않는다.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며칠 전 기사에서도 썼지만(http://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665) 북한의 핵실험 강행은 결국 박근혜 정부에게 묻고 있다.  

김완 기자  |  ssamwan@gmail.com

2013년 2월 13일 수요일

北 핵 실험에 진보는 '멘붕' "핵 보유국은 위험한 망상"


이글은 프레시안 2013-02-12일자 기사 '北 핵 실험에 진보는 '멘붕' "핵 보유국은 위험한 망상"'을 퍼왔습니다.
시민단체 한목소리 규탄 "김일성 '비핵화' 유훈, 어디다 버렸나"

북한의 핵 실험에 한국의 진보적인 시민·사회단체들이 강하게 북한 정부를 규탄하고 나섰다. 특히 이들 단체는 한목소리로 '이번 핵 실험이 북한 당국과 주민의 생존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북한을 포함한 한반도 전체를 핵 위협으로 몰아넣는 도화선에 불을 댕긴 격'이라고 비판했다.

"핵무기 몇 기로 북한 체제 지켜내지 못해"

참여연대는 "핵무기는 반인도적인 대량 살상 무기"라며 "북한은 물론 어느 나라도 핵무기를 보유하고 실험할 권리를 갖지 않는다"고 북한의 핵 실험을 강하게 규탄했다. 이들은 "'핵무기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는 중대한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북한 당국의 주장은 가당치 않다"며 "핵실험은 한반도를 핵 위협으로 내몰고 있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이어서 북한 당국을 정면으로 겨냥해 "핵무기 몇 기로 북한 체제를 지켜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라며 "주민의 안전과 행복을 우선하지 않는 체제는 핵무기를 보유해도 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이 단체는 "북한은 핵무장 행보를 즉각 중단하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체제를 위한 논의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평화네트워크도 "국제 사회의 강력한 경고와 만류에도 핵 실험을 강행한 북한 지도부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이번 핵 실험 강행은 대화를 더욱 어렵게 하고 한반도 위기를 고조시키며 한반도 주민들의 생존권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평화네트워크는 한반도 비핵화가 김일성 전 주석의 '유훈'이라는 북한의 이전 주장을 상기시켰다. 이 단체는 "한반도 비핵화는 국제 사회의 요구일 뿐만 아니라 북한의 이전 지도자들도 공언했던 사안"이라며 "북한의 새 지도부는 핵 보유국이라는 위험천만한 망상을 하루 속히 버리고 비핵화와 평화 체제를 향한 전향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핵 발전도 반대했는데 핵무기라니…"

한국의 핵발전소 확산과 핵무기 보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등을 반대해온 환경단체도 일제히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녹색연합, 생태지평, 여성환경연대, 에너지전환, 환경운동연합, 환경정의 등 전국의 환경·사회단체도 즉각 공동 성명을 통해서 "인류의 생명과 평화를 위협하는 핵을 이용한 실험과 무기 개발, 사용 등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북한의 핵 실험은 북한이 요구하는 체제 보장과 경제 제재 등을 해결하는 올바른 방법이 될 수 없다"고 규탄했다.

에너지정의행동도 "우리는 그간 수차례 핵에너지의 군사적 이용은 물론, 핵 발전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평화적 이용에 대해서도 반대하는 입장을 밝혀 왔다"며 "한반도와 동북아 비핵화를 바라는 우리 입장에서 '비핵화는 종말을 고했다'는 북한의 태도와 이번 3차 핵 실험은 결코 용인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정부, 강경 대응에 나선다면…"

이번 핵 실험을 계기로 박근혜 차기 정부가 군사적 조치를 포함한 강경 대응에 나설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다.

환경 단체는 공동 성명에서 "그동한 이명박 정부가 내놓은 '선제 타격' 등 강경책이 북한의 핵 실험을 중단시키는데 실패했다는 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강경 일변도의 대북 정책은 오히려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더욱더 악화시킬 뿐"이라며 다시 한 번 대화의 노력을 촉구했다.

에너지정의행동도 "이번 북한의 핵 실험을 계기로 한국 정부가 일각에서 제기하는 것처럼 핵 개발 논의에 나서거나 혹은 (핵무기의 연료를 생산하는)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논의를 진행할 경우 문제 해결은커녕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킬 수밖에 없음을 명확히 알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평화네트워크도 "대북 제재는 정책 수단 가운데 하나이지 결코 정책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지금까지 추진한 제재와 압박 일변도의 대북 정책이 오늘날과 같은 위기 상황을 야기한 원인 가운데 하나가 아니었는지 냉정히 평가해보고 실패한 외교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강양구 기자

2012년 7월 3일 화요일

'참여정부 한일군사협정 논의'는 후안무치한 거짓말


이글은 프레스바이플 2012-07-02일자 기사 ''참여정부 한일군사협정 논의'는 후안무치한 거짓말'을 퍼왔습니다.
협정 추진 주체 밝히고 책임자는 문책해야

2006년 북핵실험도 몰랐던 일본

이번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은 내용은 물론 절차상으로도 중대한 문제가 있다. 절차에 대해선 많은 문제제기가 있었기 때문에 내용에 대해선만 집중적으로 지적하고자 한다. 츠기야마 아끼히로, 이명박 정권의 뼛속깊은 친일근성이 마침내 가장 민감한 군사정보를 일본에 유출될 수 있는 통로를 합법적으로 열어주는 협정이기 때문이다.
일반 외교문서는 대개 3급비밀로 분류된다. 외교관이나 공무원이 3급 외교문서의 정보를 외부에 유출할 경우 내부적으로 조사는 하지만 인신구속은 어렵다. 그러나 군사관련 정보의 유출에 대해선 인신구속을 할 수 있을 만큼 정보처리에 가해지는 책임이 매우 무겁다. 그래서 군사정보의 교환이나 협력은 무척 예민한 문제로 심각하게 다루어져야 한다. 거의 모든 군사관련 정보는 '2급 군사비밀'로 분류된다. 나아가 북한의 군사동향이나 주변국의 군사적 움직임은 '특수정보 (SI, Special Information)'로 분류한다.
한미연합정보자산으로 획득한 정보는 모두 '2급 군사비밀'보다 더 높은 '특수정보'에 해당한다.
이러한 '2급 군사비밀'이나 '특수정보' 수준의 고급 정보를 일본으로부터 얻을 게 얼마나 있을까? 거의 없다. 또 진정한 의미에서 안보에 도움이 된다기 보다 손실이 훨씬 클 수 밖에 없다. 이미 우리 군의 독자적인 정보능력과 한미연합정보능력을 합치면 일본으로부터 획득할 수 있는 정보보다 양과 질 양 측면 모두 훨씬 많다. 일본은 중요정보에서 잘못 판단하는 경우도 많다. 그렇기 때문에 신중해야 하며, 실익 차원에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보자. 2006년 10월 9일 오전 청와대 안보실은 북한이 수십분 뒤에 핵실험을 강행한다는 신뢰도 높은 보고를 긴급히 접수하여 노무현 대통령께 보고를 드렸다. 예상대로 오전 10시 35분 북한이 핵실험을 했다는 사실이 한국지질자원연구소의 지진파 탐지로 확인되었다. 그동안 준비해두었던 북한의 핵실험 직후 발표할 정부의 성명과 앞으로 행동계획을 최종 정리하여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주재할 대통령 집무실로 뛰어올라가야 하는 순간이었다. 그때 일본에서 전화가 왔다.
시오자키 관방장관이었다. 수상관저의 상황실이라면서 북한이 핵실험한 시간에 대해 물어왔다. 우리가 탐지한 시간과 15분 정도 차이가 있었다. 시오자키 장관은 자신들이 알고 있는 시간을 일본 언론에 공개하겠다고 했다. 그러지 말라고 했다. 일본이 알고 있는 시간은 우리가 알고 있는 시간과 다르며, 그대로 발표한다면 일본 정부는 크게 낭패를 볼 것이라고 말해줬다. 정말 고맙다는 답변을 뒤로하고 청와대 본관을 향해 뛰어 갔다. 또 하나의 잘 알려진 사례를 보자. 지난 4월 13일 북한이 은하-3호 로켓발사를 할 때 우리 해군 이지스함이 45초만에 식별했다. 일본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이런 사례는 우리 안보에 직접적인 위해가 되지 않았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언젠가 일본에서 북한에서 이상행동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즉각 대응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호들갑을 떤 일이 있었다. 주로 교도통신이나 산케이신문에서 그런 보도가 잦다. 만약 그런 보도를 믿고 우리 군이 어떤 준비행동에 들어가게 되고 이것이 북한의 연쇄반응을 일으킨다면 한반도에선 순식간에 군사충돌이어지는 등골 오싹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이 경우 누가 책임지는가? 그리고 그러한 일이 특정한 목적을 가진 특정한 집단의 정보 조작이라면 어떻게 되겠는가? 일본의 국익과 한국의 국익은 다르다. 일본이 지리적으로 처해있는 군사현실과 우리가 처해있는 현실은 더더욱 다르다.
우리는 북한을 대상으로 하든, 중국을 염두에 두든 ‘최전선 국가’(projected state)이다. 일본 같은 후방에서 보면 늘 ‘따끈한 생 정보’가 넘쳐나는 곳이다. 생산되는 정보의 양과 가치에서 일본으로 오는 것이 전혀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게다가 일본은 보안 유지가 안되는 곳으로 정평이 나있다. 미국이 제공한 영변 핵시설이나 북한의 미사일 기지 동향, 그리고 함북 길주 인근의 핵실험 예상 지역의 위성 사진이 모두 '특수정보'인데 일시적으로 크게 급증한다. 한미 양국은 이 특수정보의 기밀 처리를 매우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그런데 그런 가장 민감한 고급 군사정보가 일본 정부에 제공되었다가 그대로 유출된 일 또한 부지기수이다. 인공위성이나 기계적 수단에 의한 신호정보 이외에 인간정보, 휴민트는 더더욱 일본으로부터 얻을 게 없다.
그에 반해 정말 애국적이고 능력있는 정보요원들은 사기가 떨어질 것이다. 누구를 위해 일하는지 혼란에 빠질 것이기 때문이다. 또 대한민국 정보의 최고기관은 국정원이다. 군사정보라 할지라도 국정원이 통제한다. 미국 CIA 국장이 국가정보장(DNI, Director of National Intelliegence)을 맡는 것도 그런 이치이다. 그런데 국정원의 허가와 통제에 벗어나 군사관련 기밀들이 일선에서 일본측에 제공 또는 전달, 유출된다면 국가차원의 정보체계에 큰 혼란이 올 수 있다.정보의 유통상 추가 이득이 (거의 또는 전혀) 없다는 점도 심각하게 바라봐야 할 문제다. 한번 상상해보자. 한일군사보호협정이 체결되는 순간 우리 군과 국정원, 그리고 외교부의 정보관리체계가 와해될 수도 있다. 일본에 정보를 전달해도 죄가 되지 않는다면 누구든 일본의 스파이가 될 수도 있다. 한국 측에서 건네진 정보를 일본 정부가 잘 간직할 테니 염려하지 말라 하고 접근하는 형국에서 원론적으로 보자면 누구든 매수될 수 있지 않겠는가. 처벌될 것이라는 위험 부담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참여정부에서도 논의" 주장은 사실 무근... 후안무치한 거짓말

몰래 추진했다가 공개돼 비판이 쏟아지자 국방정보에 문외한인 중앙일보 출신 국방부 대변인 김민석은 참여정부 기간부터 실무적인 논의가 있었다며 발뺌하려 한다. 정말 후안무치하고 무책임한 정권이다. 비겁하기가 이를 데 없다. 안보를 위해 꼭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버티지 못해서 겨우 찾아낸 알리바이가 참여정부 때도 그런 논의가 실무자 사이에 논의가 있었다는 헛소리라니 기가찰 일이다.
전혀 사실 무근이다. 2008년 이명박 츠기야마 정권이 들어서서 먼저 일본측에 군사지원협정을 추진하자고 했다는 건 이미 언론을 통해 다 알려진 사실이다. 군군사정보협정 보다 한단계 높은 군사지원협정까지 제안한 게 이명박 츠기아먀 정권이다.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듯 거짓말해선 안된다. 차라리 일본에게 100개를 넘겨주더라도 하나라도 받으면 좋은 것 아니냐고 항변하는 게 낫지 않을까? 코웃음 거리는 되겠지만 비겁하고 야비하다는 이 정권의 속성까진 노출하지 않아도 될 일이었다.


'국방=정보' 일본에 내주는 것은 '반역'

일본과의 군사정보협정, 미루는 것으로 부족하다. 당장 더 이상 추진하지 않겠다고 공식 발표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밀어부친 청와대는 공식 사죄하고 책임자를 당장 문책 사임시켜야 한다. 그리고 흐트러진 우리 국정원과 군의 정보시스템 또한 즉각 복원시켜야 한다.
참여정부는 정보 획득의 자주성을 위해 노력한 정부이다. 하드웨어 차원에서는 안보 및 군사정보 수집의 수단을 대폭 늘리기 위해 노력했다. 우선 전시 정보전쟁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공중조기경보통제기 도입을 결정했다. 노무현대통령은 그 보고서에 재가 서명을 하면서 환하게 미소를 머금었을 정도로 좋아하셨다. 신호정보 가운데 듣는 범위는 한반도 끝까지, 영상으로 보는 정보는 북한의 핵심 수단이 깔려있는 일정선상까지 관찰할 수 있게 했다.
국방정보본부의 기능을 그 어느 때보다 활성화시켜주었다. 필자가 청와대에서 통일외교안보전략비서관으로 재직하던 2007년 초 어느날, 국방정보본부 장성급 및 대령급 핵심 요원이 찾아왔다. 국방정보본부를 3배 이상 키우겠다는 원대하고 정말 과감한 계획이었다. “우리 참여정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아서 이 요구를 다 실행에 옮겨줄 수는 없으나 계획에는 찬성한다”고 했다. 국방정보본부는 “노무현 대통령님께 서면 보고라도 올려만 주시면 고맙겠다”고 했다.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그렇게 동의해 주시니 이 보고서에 서명을 해주면 고맙겠다”고 했다. 흔쾌히 서명했다. 보고서에서는 국방정보본부를 3배 이상 키워야 할 목적으로 정보수집의 확대라는 일반론 뿐만 아니라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등 대량파괴무기 능력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보획득과 판단 및 평가의 독자성과 자주성을 강화하겠다는 참으로 기개넘친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 국방정보본부를 해체한 게 누구인가? 이명박 청와대 아닌가? 국방은 곧 정보이며, 정보는 곧 국방이다. 다 무너뜨려놓고 이제 일본에게 내주자는 속셈이라면 이는 반역이다.
전쟁은 어떻게 수행되는가? 상대방의 능력을 판단하기 위한 정보분석이 있고, 그를 기초로 전쟁을 기획하고 작전을 수립한다. 수립된 작전은 그때 그때 주어진 실시간 현장정보에 따라 수정되고 보강된다. 정보는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동시에 전쟁의 방향을 오도하고, 전쟁의 목적을 상실케하는 신경망이기도 하다. 일본과의 군사정보협력은 일본이 한반도 안보와 장래에 영향을 미치는 신경망 통제권에 들어오는 것을 허용하는 첫단추이다. 제발 부탁이다. 츠기야마 명박정권, 이제 그냥 정권이 끝나는 날까지 조용히 있어주길 바란다. 

박선원 전 청와대 안보전략비서관  |  webmaster@pressbyple.com

2012년 5월 1일 화요일

국정원, 총선 앞두고 北핵실험 정보조작?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05-01일자 기사 '국정원, 총선 앞두고 北핵실험 정보조작?'을 퍼왔습니다.
풍계리 남쪽 갱도 토사더미 근거로 핵실험 준비설...美전문가들 "원래 있던 것"


정보당국이 8일 제공한 미국 상업위성이 촬영한 풍계리 핵실험장 사진

4.11 총선을 나흘 앞둔 지난 8일 국가정보원으로 추정되는 정보당국은 기자들에게 '북한,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이어 핵실험 실시 예상'이라는 제목의 A4용지 두 장짜리 자료를 배포했다. 자료와 함께 국정원은 "북한이 3차 핵실험을 은밀하게 준비하고 있다"며 한 장의 위성사진을 공개했다. 미국의 상업위성인 '퀵버드'가 4월 1일 촬영한 사진은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일대의 사진이었다. 

풍계리는 북한이 지난 2006년 10월과 2009년 5월 두 차례에 걸쳐 핵실험을 실시했던 장소로 3차 핵실험을 실시할 경우 유력한 실험장으로 꼽히는 곳이었다. 국정원은 이 사진에서 핵실험장 남쪽 갱도에 주목했다.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내 기존 2개의 핵실험 갱도 외 새로운 갱도를 굴착하고 있는데, 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특이한 점은 갱도 입구에서 토사더미가 식별되었으며, 이 토사는 타지역에서 반입된 것으로 보이며, 3월부터 그 양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국정원이 낸 자료에는 위와 같은 설명과 함께 남쪽 갱도에 토사더미가 쌓여 있는 듯한 모습을 강조하는 표시가 돼 있었다. 사진과 함께 국정원은 "3월부터 그 양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면서도 토사더미가 늘어났다는 증거가 될 만한 다른 시기에 찍힌 사진은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언론은 국정원의 이 자료를 근거로 북한이 3차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당시 민주당은 "총선이 사흘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국정원으로 보이는 당국이 새삼 보도자료를 통해서 국민과 언론에 이 사실을 부각시키는 석연치 않은 점이 많아 보인다. 혹시라도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설익은 행동이 아니기를 바란다"며 이른바 '북풍' 가능성을 경고했다. 

우려대로 국정원의 이 자료가 조작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최근 제기되고 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한미연구소는 지난달 27일 3월 8일, 3월 27일, 4월 18일에 미국 상업위성 '지오아이'가 찍은 현장 사진을 공개하면서 "풍계리 핵실험장 남쪽 갱도 토사더미의 크기는 대체로 변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토사더미가 있는 것은 맞지만 이는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파내진 것이며 8000㎥의 토사더미가 그대로 있다는 것이다.


ⓒSAIS 미국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가 지난 27일 공개한 풍계리 남쪽 갱도 사진

이는 국정원이 남쪽 갱도의 토사더미가 늘어나고 있으며, 이를 근거로 3차 핵실험이 준비중이라는 총선 사흘 전 주장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이런 분석은 미국 정보기관 전문가를 통해서도 나온 바 있다. CIA와 국무부 등에서 근무했던 군사·정보 전문가 프레데릭 플라이츠는 지난 4월 18일 미국 의회 하원 외교위원회 북한 청문회 직후 기자들에게 "현장에 토사의 움직임이 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내가 파악한 정확한 정보로는 이는 늘 일어나는 일"이라면서 "북한이 단시일 내에 제3차 핵실험을 할 가능성은 50% 미만"이라고 말한 바 있다. 

존스홉킨스 한미연구소의 분석대로 남쪽 갱도의 토사더미는 이전부터 존재했던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물론 한미연구소가 제공한 이 사진에는 토사더미 부근에 외부의 도로와 연결된 탄광차 궤도가 새로 발견됐으며, 탄광차 행렬은 핵실험 장소에서 굴착된 토사들을 운반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소 측은 밝혔다. 이와관련 조엘 위트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 연구원은 지난 27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2006년 1차 핵실험과 2009년 2차 핵실험 장소였던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서 핵실험용 갱도 굴착 움직임이 있다며 "이 사진들을 보면 북한이 지난 몇 달 동안 핵실험 준비를 해왔음이 분명하지만 언제 실험을 단행할 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핵실험 준비 징후가 있기는 하지만, 국정원이 지목한 남쪽 갱도에서 발견된 토사더미가 여기에 해당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와관련 한미 군 정보당국은 풍계리 남쪽 갱도가 아닌 서쪽 갱도를 3차 핵실험 유력 장소로 꼽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국정원이 총선을 앞두고 어설픈 정보 판단으로 자료를 낸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조태근 기자 taegun@v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