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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21일 목요일

“소비자 알권리 충족 못시키는 언론은 엉터리”


이글은 GO발뉴스 2013-03-20일자 '“소비자 알권리 충족 못시키는 언론은 엉터리”'를 퍼왔습니다.
[인터뷰] 김성훈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 초대 대표

“어서와요.” 김성훈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기자에게 명함보다 홍보물을 먼저 건넸다. 손바닥 크기의 홍보물에는 소비자의 안전할 권리와 알 권리, 선택할 권리 등 ‘소비자의 7대 권리’가 적혀 있었다. 김 전 장관은 “소비자는 기업과 정부의 봉이 돼있다”며 “소비자의 권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인터뷰 내내 강조했다.
김성훈 전 장관의 아호는 농훈(農薰)이다. 1958년 서울대 농대 재학시절 ‘한얼’ 모임에서 선배가 지어준 것을 지금까지 사용한다고 전했다. 농업과 농민의 향기를 뜻하는 아호는 농민운동가인 그의 이력과 농학도, 농경제학자 등 지난 행보에 딱 맞는 이름이다.

▲ 김성훈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소비자정의센터 초대 대표 ⓒ'go발뉴스'

19일 오전 청담동의 한 커피숍에서 만난 김성훈 전 장관은, 지난 6일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소비자정의센터의 초대 대표로, 지난 3일에는 국민 TV(가칭) 미디어 협동조합의 초대 이사장을 맡으며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김 대표는 초대 대표 제의를 받고 “피치 못할 운명이구나. 경제 정의라는 말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인생이구나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대선의 화제 키워드였던 ‘경제 민주화’에 대해 “경제민주화라는 게 소비자 입장에서는 소비자의 주권을 세우는 것”이라며 “그것이 바로 경제민주화의 가장 이상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는 기업과 정부의 봉이 돼 있어무서운 GMO 식품, 소비자는 모른 채 먹고 있다”

김 대표는 “지금의 소비자들은 기업과 정부의 봉이 돼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동차나 명품 등을 사례로 든 후 “우리 소비자들은 수출품도 해외 소비자보다 비싸게, 수입품도 더 비싸게 사고 있다”며 “유전자조작식품(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 콩으로 만든 식용유, 두부, 콩나물 등 음식에 GMO가 얼마나 들었는지 알고 먹나?”라며 소비자의 알권리가 보장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수입되는 콩과 옥수수의 팔할이 넘는 양이 GMO 식품이다. 러시아, 중국, 프랑스 연구 결과를 보면 간이 붓고 장이 뒤틀어지고 기형아를 낳는 등 이 문제가 심각하다”며 “요즘 젊은이들이 아이를 낳지 못하는 것이 심상치 않다”고 우려했다.

▲ 김성훈 대표가 준 '소비자의 7대 권리' 홍보물 ⓒ'go발뉴스'

김 대표는 “모든 종자는 자연 환경에 맞춰서 스스로 유전 형질로 바뀌어 가는 게 정상적이다. 예를 들어 태양광이 폭발했다면 거기에 변화된 돌연변이가 나오고, 그 풍토에 적응하려는 것이 종자의 생명이다”며 “그런데 유전 형질을 억지로 끄집어 내 인위적으로 바꿔놓는 것이 바로 유전자조작이다”고 말했다.
그는 “유전자 조작 기능을 가진 것이 우리 몸에 들어오면 우리 신체도 생명이기 때문에 영향을 받는 것”이라며 “옛말에 음식 가지고 장난치면 천벌을 받는다고 하지 않았나. 앞으로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모른다. 그러니 알 권리라도 알자. 알지도 못하고 먹고 있으니 더 무서운 것 아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는 △GMO 표시제 확대 △앱 구매절차 개선 제안 △보험 상품 불완전판매 문제 개선 등을 올해의 주요 과제로 삼았다. 김 대표는 “알 권리, 배상받을 권리 등 소비자의 주권을 세우는 것이 꼭 필요하다”며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보다 앞장서지 말고 누군가 그렇게 하도록 분위기를 만드는 데 희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언론들 다 광고로 먹고 사니 누가 바른 말 하겠나국민TV, 광고 없이 권력‧자본‧정치로부터 자유로운 언론될것”

김 대표는 소비자의 권리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언론의 행태에 대해서도 강하게 지적했다. 그는 “GMO 문제가 심각한데도 불구하고 메이저 언론이 취급하지 않고 있다. 소비자의 알 권리를 충족 시켜주지 못하는 언론은 엉터리다”며 “언론들도 전부 다 광고를 먹고 사니 누가 바른 말을 하겠는가. 그래서 권력과 자본, 정치권력으로부터 자유롭게 해 보자고 국민TV가 모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민TV에 대해 “경영에 관해서는 잘 모른다. 자본과 정치권력으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고, 서민의 절절한 소리와 형상을 대변할 수 있는 언론을 만드는 데 뜻을 동참하기 위해 참여했을 뿐이다”며 “1인 1표에 의한 조합원 뜻에 따라 공통적 목표를 따라서 민주주의로 가는 과정을 지켜보려 한다”고 말했다.
최근 미디어협동조합은 최동석 상임이사가 준비위에서 함께 일해 온 김용민 교수의 외삼촌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을 빚은 바 있다. 김 대표는 이에 “이번 주 목요일 대의원 총회를 연다”며 “자율적이고 민주적으로 풀어야 한다. 조그만 오해가 싹이 터서 커지기에 빨리 확인을 해야 한다. 첫 단추를 잘못 끼면 끝에도 잘못 끼워진다”며 민주적인 협동조합 운영을 강조했다.

“민심은 곧 농심, 잃으면 천심도 잃을 것박근혜 정부 내각, 농업계 인사 한명도 없어”

김 대표는 새 정부의 소비자 정책 전망과 농업에 대해 “우려스럽다. 현재는 걱정인 상태”라고 밝혔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의원 초년병 시절, 농민과 농업에 대해 자기 아버지의 애정을 그대로 물려받은 것 같은 인상을 강하게 주었다”고 소회했다.
김 대표는 “국회에서 나를 찾아와 달성군에 농업유통센터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그런데 한미 FTA 당시 최루탄 가스를 무릅쓰고 앞장섰지 않았나. 그 후에도 대선 기간에 농업문제만은 자기가 챙기겠다 해놓고 인수위에 농업계 인사는 단 한명도 없었다”며 “청와대 내각에도 친 농업적 인사는 한 명도 없이 정권을 끌고 나가고 있다. 아주 종합적으로 걱정이 된다. 이 걱정이 현실이 안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민심은 농심이다. 농심을 잃으면 민심이 흉흉해지고, 민심을 잃으면 천심을 잃는다. 그러면 비극이다”며 “역대 동서고금의 진리다. ‘먹을 것’이라는 게 바로 백성의, 국민의 하늘 아닌가. 농심이라는 것은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일이다. 그러니 농민의 마음을 잃으면 민심을 잃고 그걸 잃으면 천심도 잃게 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현재의 소비자 단체에 대해서도 “함께 뭉쳐야 한다. 정치, 자본권력으로부터 자유롭고 그 체제를 먼저 갖추고 긴밀하게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각 단체의 장들이 연대할 만한 환경을 만들어 주는 데 앞장서야 한다”며 “적극적인 개미집단 즉 시민들의 후원이 있어야한다. 구체적으로는 소비자 주권인 7대 주권을 실현시키는 일에 몰입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나혜윤 기자  |  balnews21@gmail.com

2012년 9월 14일 금요일

식량문제보다 더 엄중한 사안이 또 있는가


이글은 프레시안 2012-09-14일자 기사 '식량문제보다 더 엄중한 사안이 또 있는가'를 퍼왔습니다.
[김성훈 칼럼] MB 정권의 농정 평가 31.4점

전국 최대의 활동 회원 수를 가진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전 농업후계자연합회원 12만 명)가 대선을 앞두고 지난 8월 '이명박 정부 농정 5년을 평가'하는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였다. 응답 농업인의 91.5%가 이 정부의 농정결과에 불만을 나타냈으며, 그간의 소득정책, 유통정책, 통상정책 등에 대한 전반적인 만족도가 5점 만점에 1.57점으로 집계되었다. 한마디로 이명박 정부의 농정 점수는 '100점 만점에 31.4점'이라는 아주 처참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 전두환 정권 치하에서 태생할 때부터 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일반 농업인에 비해 비교적 정부지원을 후하게 받아왔던 친정부 농민단체의 자체 평가결과이다 보니 그 충격이 훨씬 더 크고 무겁게 다가온다.

친 정부 농민단체로부터 받은 MB 농정평가 31.4점

객관적인 경제지표를 보더라도 이 정부 들어 계속 정체되어 오던 농가소득이 2011년도엔 그 앞의 해보다 6.1%나 감소한 3000만 원대로 뚝 떨어졌다. 7년 전(2005년)의 소득수준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도시근로자 가구소득에 대비해 보아도 농가소득은 도시근로자의 59%에 불과한 사상 최저기록을 나타내고 있다. MB 정권 들어 눈코 뜰 새 없이 동시 다발로 속전속결로 추진되고 있는 FTA들마다 필수적으로 농업부문의 희생과 피해손실을 동반하고 있다. 그래서 이 같은 농가경제의 추락현상은 어찌 보면 콩 심은 데 콩 나는 당연한 결과일지 모른다.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앞날은 더 나아질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 더군다나 농산물 값이 조금만 오를 기미를 보이면 이명박 대통령의 품목별 농산물가격책임제에 따라 담당 정부조직은 잽싸게 해당 농축산물을 해외에서 무관세로 마구 수입하고 그 대신 값이 곤두박질칠 때는 마지못해 무슨 시늉을 하는 체 하기 때문에 농민경제가 힘 펼 날이 많지 않다. 거기에 현재 추진 중인 한·중 FTA와 한·뉴질랜드 FTA 등 농축산업 대국들과의 자유무역협정이 타결될 경우, 지난해의 한·미, 한·EU FTA 효과마저 덧씌워 겹쳐 우리나라 축산 및 경종부문과 과체류 특용작물, 심지어도라지, 고사리나물까지도 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들 전망이다. 어느 품목 제대로 하나,세계 수십 국가들과의 무관세 시장개방 그물코에서 빠져나갈 구멍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일찍부터 젊은이들은 농촌을 떠난 지 오래다. 지금 고령층들이 대부분인 깡촌마을에서는 50대 농민이면 '청년(靑年)' 대접을 받는다. 동네 애경사와 궂은 일들을 도맡아 하고 덩치 큰 농기계 일도 그의 몫이다. 이럴 때 어린애가 딸린 도시의 젊은 가족이 무슨 사연이든 귀촌 귀농이라도 할라치면 그 동네는 십중팔구 크게 반긴다. 예전 같으면 외지인의 귀농행위에 대해 은근히 경계하고 따돌리던 풍습이 차츰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인구부족에 선거인 수 미달, 교부금 하달액 감소 등으로 고민이 많은 지방자치단체들로서는 앞 다투어 귀촌 귀농 인구 유치에 발을 벗고 나서고 있다. 정착금과 빈집 등을 마련해주는 등 농촌인구 늘리기에 안간힘을 쓴다. IMF 환란 위기사태 때 보았듯이 나라 경제가 불안해지면 농촌으로의 도시인구 환류 현상이 도도해진다. 최근의 귀농 귀촌 행렬은 그와 같은 요인에 더하여 자연과 환경생태계에 대한 귀의(歸依) 풍조가 크게 한 몫을 하고 있어 고무적이다.

ⓒ뉴시스

그런데 이 같은 지자체들의 서글픈 자구책에 대하여 찬물을 끼얹는 중앙정부의 정책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KDI 출신이 장을 맡고 있는 교육과학기술부는 무슨 억하심정인지 일정 수의 학생을 채우지 못한 농촌 소재 초중고교에 대하여 경제성이 없다고 폐쇄하겠단다. 이미 그전부터 행해오던 초등학교와 그 분교에 대한 폐쇄정책을 확대 조치함에 따라 학령기 아동을 가진 가족들더러 어서 농산어촌을 떠나라고 등을 떠밀고 있는 셈이다. '의무교육'이라는 말을 헌법에서 삭제하든지, 농어촌 군소학교 폐쇄조치를 거둬들이든지 양단간에 분명히 할 일이다.

예부터 나라 정책의 근간이었던 농지정책 역시 지극히 반농업적이다. 마치 되도록 비농업용으로의 전용을 권장이나 하듯 중앙, 지방정부의 토지관련 정책이 지난 5년간 농지전용을 용이하게 완화하여 그 성과가 심상치 않다. 2007-2011년 사이 9만7622 헥터의 농경지가 다시는 농업용으로 돌아오지 못할 타 용도로 사라졌다. 매년 1만9524헥터(여의도 약 67배)의 농경지가 없어져 이제 우리나라의 가용 농경지 총면적은 전 국토의 17%인 170만 헥터에 조금 못 미친다. 그나마 부재지주들에 의한 휴경면적도 꽤 늘어나 전체 농지의 3.2%에 달한다. 헌법에서 금하고 있는 소작제도와의 모순이 우려되어서인지 정부는 전국 농지의 소유 및 소작 그리고 임대차 현황에 대한 통계를 최근에는 공식 주요통계조사 보고서에 수록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누가 어디에 얼마만큼이나 불법 또는 탈법으로 농경지를 소유하고 있는지 알아보려면 행정안전부의 컴퓨터 파일이나 읍면의 지적부를 일일이 뒤져 보아야 한다. 전국 통계는 잡혀 있는지 없는지 아무도 모른다.

그렇더라도 대충 농촌지역의 농지는 약 60% 이상, 도시 인근의 농지는 거의 90%까지가 부재지주 또는 비(非)농민에 의해 소유되고 있다고 알려지고 있다. 예부터 사회가 혼란하고 나라가 망하는 세 가지 요인, 이른바 삼정문란(三政紊亂)의 첫 번째 항목이 농지소유제도의 문란이다. 1950년 농지개혁 이후 누적되어 오던 병폐가 오늘날 토건(土建)세력의 득세에 따라 아주 노골화되고 있다. 이제 중앙 지방 정부가 농지의 투기적 소유와 전용을 조장 방조하는 느낌이다. 그리고 정권 말기 때만 되면 토지투기와 그린벨트 훼손 그리고 농지의 불법 소유 전용이 극성을 보인다.

기본(基本)이 이렇게 뒤틀려 있으니 그 옥상의 정사(政事)가 제대로 이뤄질 리 없다. 그 피해는 당사자인 농업인에 그치지 않고 식량과 농업(생태계)에 의식주 생활과 생산 활동을 의존하는 모든 국민과 국가의 존망에 영향을 미친다. 그 단적인 사례로서 올해 전국의 벼 재배면적이 타용도로의 전용과 논의 형질변경 등으로 해방(광복) 이후 최저치인 85만 헥터에 불과했다. 정부 통계조사 사상 가장 적은 벼 재배면적이다. 논에 딴 작물을 재배하라고 권장했다가 지난해 30년 만에 쌀 수확량이 사상 최저치(422만 톤)를 기록함에 따라 그 '논 소득기반 다양화사업'을 창피를 무릅쓰고 시행 1년 만에 취소했다. 그러나 결과는 사상 최저 생산량을 기록하여 정부의 공공비축미 계획량마저 다 사들이지 못했다. 올해는 국내 상황도 최악이려니와 세계 곡물 작황마저 심상치 않고 해외 식량시장 조건이 아주 불안하다. 가격도 옛날의 가격이 아니려니와, 필요한 곡물을 제때에 돈을 주고도 자유로이 사오지 못했던 전두환 정권 초기의 상황과 비슷하다. 그동안 농업·식량·농촌·농민 문제는 나 몰라라 시장경제에만 맡겨 온 이명박 대통령께서 오죽했으면 친히 수출국 대통령들에게 수입ㆍ수출 협조 요청 친서까지 보내고, APEC 정상회의에 가서 곡물수출 제한행위를 하지 말아 달라고 통사정까지 했을까.

왜냐하면, 우리나라는 이래 봐도 곡물 순수입 세계 제5위 대국이다. 연간 1410만 톤 이상을 수입하는 나라이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OECD 선진국가 중에서 식량자급률이 당당히 최하위권에 랭킹되어 있다. 그런데 지구촌은 바야흐로 최악의 가뭄과 폭염으로 밀, 콩, 옥수수 등 3대 곡물작황이 곤두박질하여 그 가격이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세계의 곡창지대인 미국 중남부의 가뭄피해에 이어, 엘니뇨 현상으로 필리핀, 오스트레일리아, 인도네시아 등의 농산물 작황도 타격을 받고 있다. 예측한 대로 이상기후 탓이다. 국제 곡물가격이 벌써 품목에 따라 20∼52%까지 급등하였다. 일반물가보다도 훨씬 뛰어넘어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있다. 그래서 10년 주기였던 '애그플레이션 (Agflation) 현상'이 1∼3년 주기로 당겨져 일어나고 있다. 세계적 식량 파동은 이제 '상시적(常時的)' 현상으로 발생하고 있다. 게다가 미국, 브라질 같은 농산물 수출국들이 옥수수 생산량의 40% 가까이를 이윤을 좇아 바이오 에탄올 제조에 전용하고 있다. 세계 곡물시장에서 국제투기자본, 이른바 곡물 메이저들이 활개를 친지도 오래되었다. 이제 그들끼리의 리그가 돼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주요 20개국(G20) 정상들에게 서한을 보내 식량을 바이오 연료로 쓰지 말자고도 제안했지만 돈(탐욕)밖에 모르는 다국적 초국경 기업들(MNCs/TNCs)이 세계 제5위의 식량ㆍ석유 수입대국의 대통령 말씀에 콧방귀나 뀔지 모를 일이다. 그동안 "총성 없는 식량ㆍ자원 전쟁"을 알고들 이나 있었는지, 우리 사회 토건족 지도자들은 땅 투기, 돈놀이에 정신이 없었다. 비싼 국내산 식량을 사 먹는 대신에 수입해다 먹으면 더 이익이라고 토지제도를 풀어 논밭을 갈아엎고 골프장, 카지노, 리조트, 반도체, TV 공장이나 다투어 짓던 주제들이 아니었던가. 그리하여 장사나 무역해서 돈을 버는 척하면서 뒷전에서는 땅 투기로 떼돈을 벌어 사업을 확장해 온 그들이 아니었던가.

아, 신농씨(神農氏) 염제(炎帝)의 저주이런가, 후직(后稷)의 징벌인가. 그중 지난해 쌀 자급율이 1970년 이래 최저치인 83%로 뚝 떨어졌다. 우리나라 식량자주권에 적신호가 켜졌다. 그리하여 지난해(2011년)의 전체 식량자급률은 22.6%라는 단군 이래 최저 기록을 갱신하였다. 보리쌀은 22.5%, 밀은 1.1%. 옥수수는 0.8%, 콩류는 6.4%, 심지어감자와 고구마마저 97%에 불과하다. 정부는 궁여지책으로 곡물자급률은 어떻고 주식자급률은 어떠하며 칼로리자급률은 어떠하다고 옹색한 변명과 위장술을 펴기에 급급하다. 식량자급률이 22.6%라는 엄정한 국내외 최저기록에 대한 진정한 사과와 대응책 제시에 골몰하기보다 누가 MB병(멘붕, Mental Breakdown)에나 걸렸나 말장난이 지나치다.

이제 우리 모두 좀 냉정해야 할 때인 것 같다. 무엇보다도 대선을 앞두고 소위 차기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정치지도자들부터 겸허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그 주변의 신자유주의 재벌 장학생님들의 말씀을 디스카운트하고 볼 일이다. 그리고 현실을 겸허히 직시해야 한다. 국민의 생존권과 국가의 자주권을 걸고 식량과 농업 정책을 전면적으로, 아니 혁명적으로 재검토하여야 한다. 이대로의 토지정책(농지제도)과 가격ㆍ유통구조의 문란을 방치할 것인가 되물어 보아야 한다. 어느 정도의 식량자급도를 유지해야 자주국가의 품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그리고 이상기후가 장차 농업환경생태계에 미칠 영향도 분명히 따져 보아야 한다. 그런 다음에야 앞으로의 세세한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 필요하면 식량농업ㆍ농지문제에 대한 혁신 책을 국민 투표에라도 부치겠다는 자세로 혁명에 준하는 범국가적 개조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세계대전 중 전쟁에서는 이겼으나 식량수입ㆍ수송문제로 국민들을 극심한 고통에 빠뜨렸던 악몽을 잊지 않고 전후 농업재건에 성공했던 영국의 사례라든지, 덴마크 등 북유럽국가들과 프랑스, 독일, 스위스, 대만 등의 엄격한 농지관리제도 등이 우리에겐 큰 교훈을 보여주고 있다. 일본 역시 4헥터 이하의 농지전용만 지방정부에 위임하고 나머지 전체 농지는 중앙정부가 확고하게 통제하는 모범국가 중의 하나이다. 눈을 돌려 다시 세계를 보고 우리 자신을 보고 기초부터 바로 세워나가야 할 때이다. 길을 잃고 헤매는 자들이여, 부디 바라건대 기본으로 다시 돌아갈지어다. Back to the Basic! 그것이 진리요 진실이다.

 /김성훈 중앙대 명예교수, 경실련 고문

2012년 7월 10일 화요일

나이 거꾸로 먹는 70객 정치인들에게 농민들 고통 쯤은…


이글은 프레시안 2012-07-09일자 기사 '나이 거꾸로 먹는 70객 정치인들에게 농민들 고통 쯤은…'을 퍼왔습니다.
[김성훈 칼럼] 747 타고 사라진 '살맛 나는 농촌' 대선공약

날씨가 하도 덥고 찌는 듯하여 영혼(정신)과 육체가 따로 논다. 생각과 말이 따로 놀고 정신 나간 헛소리가 자주 나온다. 정권 말기에 들어 정신 나간 소리, 유체이탈의 화법이 성행하고 있다. 농업 부문도 예외가 아니다.

중국 중경광역시의 모종산이라는 곳에 800년이나 된 자연석 석각(石刻)공원이 있다. 돌 조각 수효나 공원규모를 모두 돌아보려면 한나절 이상이 걸린다. 그중에 한 어미가 아이에게 젖을 물리고 있는 석각이 가장 인상적이다. 그 아래 새겨진 당나라 때 시인 이태백의 경구가 예사롭지 않다. 이르되, "부은자 다(負恩者 多), 지은자 소(知恩者 小)", 풀이하면 "은혜를 입은 사람은 많으나, 은혜를 아는 사람은 적다"라는 뜻이다. 이 글귀를 읽으며 조각을 우러러보는 관람객들은 새삼 큰 깨달음을 얻은 듯 숙연한 모습으로 그 자리를 떠날 줄 모른다.

▲ 지난 4월 30일 상하이 서교빈관에서 한중 정상회담을 가진 이명박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청와대

우리나라, 우리 국민들의 일상을 돌아볼 때 해방(광복) 이후 오늘까지 농업, 농촌, 농민들의 희생이 없었으면 어떻게 이 정도의 발전과 부와 평화를 누릴 수 있었을까. 제아무리 재물과 탐욕으로 눈이 어두운 물신(物神)주의자라 하더라도 이 땅의 산과 들과 내(川)와 강 그리고 호수와 바다 갯벌이 없었으면 어떻게 이 정도나마 자연경관과 정주 휴식 공간, 공기와 생명수를 즐길 수 있었을까. 대자연과 농림업에 대하여 돈으로 바꿀 수 없는 무한한 은혜와 신세를 졌음에도 감사하기는커녕 돈벌이가 시원찮다고 내리치는 세태와 배은망덕의 정점에는 토건(土木建設) 세력이 있고 CEO 리더십이 있다. 이제는 복구는커녕 지탱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이 나라의 농업 농촌과 산하를 황폐화 시키고 환경생태계를 파괴하였다. 돈(物神)밖에 모르는 토건족들이 '녹색성장'이라는 딱지를 덕지덕지 4대강 언저리에 발라 놓아, 농토를 떠난 농민들이 서울 한복판에서 아스팔트 농사(데모)나 지을 판이다. 토목건설과 FTA에 올인한 오직 1%만을 위한 반농업정책을 획책하는 곳에 위정자들의 인지부조화(認知不調和) 현상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저항하는 농투성이 백성들을 되레 호통치고 불법사찰하고 찍어 누른다. 멘붕(멘탈붕괴) 농정이 등장하게 된 배경이다. 백성이 나라의 근본이며 으뜸이라 했는데…

공자님은 나이 일흔(70)이면 '종심소욕 불유구(從心所欲 不踰矩)'라 했다. '마음이 가는 대로 하여도 도리(道理)에 어긋난 것이 없다'라는 뜻인데, 이 나라의 70객 정치지도자들은 거꾸로 나이를 먹는 모양이다. 단순히 권력을 쥐었다고 해서 권력기관으로부터 4대 은행에 이르기까지 노른자위 자리를 '고소영, 강부자'들이 다 꿰차고 논다. 사유재산을 70∼90억 원씩 쌓아 놓고도 뭐가 부족한지 다시 뇌물을 챙기거나 횡령하다가 줄줄이 쇠고랑을 차고 있다. 그래서 나이 70이 넘어서까지 상근 공직을 차지하고 거액의 봉급을 챙기고도 공금횡령, 뇌물수수를 저지르는 사람들을 옛말처럼 梁上君子(도둑님)라 부를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들에게는 정부 실패, 정책 잘못으로 고통 받고 울부짖는 농산어촌 농어민들의 신음 소리는 아예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는다. 돈과 탐욕만 좇다 보니 멘붕되어 외국에만 나가면 정신 나간 헛소리 헛발질이다. 입만 열면 FTA(자유무역협정)요, 경제영토 확장론이다. 애처롭게도 FTA 병에 걸린 신인간 광개토대왕께서 이 땅에 재림하셨나 보다. 돈이 생길만한 것만 보면 그린벨트이건 공공재(公共財)이건, 거칠 것이 없다. 인천공항과 KTX 그리고 도곡동, 내곡동, 논현동 부동산 투기놀음에 식구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22조 원을 들여 모교동창들과 옛 동료들에게 몰아 준 4대강 토목사업으로 홍수와 가뭄을 해소했다는 해외여행 중의 공개연설로 국제적인 웃음거리를 산 것도 모른다. 그야말로 국격을 떨어뜨린 명연설이다. 대선 때 그분의 '돈 버는 농업, 살 맛 나는 농촌' 공약은 진작 7.4.7을 타고 날아가 버렸나. 농민소득은 줄고 농가 빚만 늘었다. 임기 말이 가까울수록 그분의 화법은 유체이탈(遺體離脫)의 극치에 이르고 있다. 농업의 다원적 공익기능이라든지, 식량주권, 현재와 미래의 농업환경생태계와 공동체 문제를 거론하면 대뜸 구시대적 발상인 것처럼 내려치는 정재계 언론계 CEO들만 주변에서 득실거린다. 농민들의, 아니 백성들의 소원은 멘붕님의 잔여임기 6개월 동안 제발 해외여행을 자제했으면 하는 것이다. 뼛속 깊이 친일 친미하는 육신이다 보니 밖에만 나가면 유체이탈 현상들이 국내외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4서3경의 8조목에 가라사대, '마음이 삐뚤어져 있으면, 보아도 보이지 않고(視而不見), 들어도 들리지 않으며(聽而不聞), 음식을 먹어도 그 참 맛을 알지 못한다(食而不知其味)'라고 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골치 아픈 골수병 증세는 '청 불통(聽 不通)'이다. "제발 한중 FTA 만은 하지 말아주세요. FTA를 하려거든 농업부문만은 GATT(관세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처럼 예외로 해 주세요"라고 농민들이 농사짓다 말고 서울로올라와 읍소·애원을 해도 그 '소리'만 들을 뿐 '말'이 통하지 않는다. 국익이라는 허황한 신기루에 홀려 '청 불통'의 불치병(不治病)에 걸렸기 때문이다. 멜라닌 분유, 가짜 계란, 기생충 알 김치, 농약 만두, 양잿물 우유, 납 꽃게, 구제역, 광우병 파동의 교훈을 벌써 잊었나. 오히려 이 같은 문제점을 제기하는 사람들을 일제시대 '불령선인' 다루듯 잡아가고 불이익을 주고 불법사찰한다. 한미 FTA 반대론자들을 가리켜 반미·친북·종북 주의자들로 몰아붙인 저들이, 그러면 한중 FTA를 반대하는 농민들을 뭐라고 부를 것인가. 반중, 반북 종미주의자라 부를 것인가. 그래서 일찍이 맹자님께서는 백성을 탄압하고 해악을 끼치는 정치체제를 단호히 '갈아 치우라'고 역설하였다. '못 살겠다. 갈아보자'라는 구호는 언제나 유효하다.

세계가 온통 환경위기에 휩싸여 있고 해를 거듭할수록 이상기후 피해가 심각한데, 우리나라는 식량, 에너지, 물 위기마저 한꺼번에 몰아닥치고 있다. 신자유주의 후폭풍과 재벌기업 부자 옹호정책 등 1% 아주 많이 가진 자들을 위한 승자독식 경제운용으로 국가 및 개인부채는 각각 1000조 원에 육박, 국가 경제가 파탄일보 직전이다. 거기에 고위층의 친구들에 의해 휘둘리는 금융 및 유통 독과점자본의 횡포가 눈을 뜨고 보아줄 수가 없다. 농업부문에서도 정부, 지자체, 농협, 농민들의 막대한 자금이 투입된 전국의 시군 농산물 유통회사들이 비리 부패 부실로 줄줄이 절단나고 있다. 이 와중에 도시의 노동자, 서민, 중소상공인처럼 농촌의 농민들은 설 자리를 잃고 있다. 농산물 가격이 전체 물가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도 채 안 되는데도 진짜 물가상승 주도의 굵직한 요인들과 인플레 원인들은 제쳐 놓은 채, 애꿎은 농림관료들더러 '양파계장', '배추과장', '삼겹살 국장' 고추, 마늘, 쌀 담당을 맡겨서 자기 자리를 걸고 물가를 책임지라는 높으신 분의 한 말씀에 그들은 담당 농축산물이 오를 기세만 보여도 즉각 주로 중국산 농축산물을 할당관세 무관세로 무조건 수입한다. 이것이 이른바 MB식 농업 물가대책이다. 농림부를 아예 농산물 수입부로 간판을 바꿔 달게 만들고 있다. 결과는 대기업, 수입가공업자들만 더욱 살찌우고 소비자와 농민들은 찬밥신세이다. 물론 해당 농산물 가격이 폭락하면 늦장대응을 해도 나무라지 않는다. 이런 풍토 하에 담당 관료들도 못할 짓이지만 생산농민들만 죽어난다. 한중 FTA가 이제 겨우 첫 번째 협상을 시작했는데도 이미 이러한 물가수입정책으로 싸구려 중국산 농축산물이 시장을 질펀하게 차지하고 있다. 식량자급률이 25%대로 떨어진 배경이 예사롭지 않다. 그런데도 나라님은 우리 국민들이 보릿고개 걱정 없이 풍족하게 먹고 살게 되었다고 자랑스레 연설하신다.

▲ 무분별한 FTA로 농업에도 유체이탈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프레시안(손문상)
중학교까지 국가 의무교육제도를 실시한다는 나라에서 교육부라는 곳이 농어촌 학생 수와 학급 수가 적으면 무조건 통폐합하겠다는 한마디에 학령아동을 가진 학부형들의 탈농을 자칫 촉구하고 있다. 농산물 대형 유통시설의 80% 이상을 국민의 세금으로 투자하여 농협이 운영하는 농산물매장에서는 갑자기 '이주농촌여성들'을 위하여 바나나 등 수입농산물을 적극적으로 취급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그런데 정작 그 이주 여성농민들이 이를 반대한다. MB 정부 들어 농협이 지주회사 체제가 되더니 안면 몰수하고 자기 정체성(正體性)을 부정하면서 재벌기업 행세를 하려 든다. 수십 개의 FTA들이 동시다발 효과를 일으켜 값싼 세계 농축산물이 물밀 듯이 들어오고 있는데 우리나라 농산물만 취급하던 농협매장이 행여 위축될까 봐 수입농산물을 몽땅 사고파는 마트로 변신하려는 모양이다. 그 잔꾀를 이주 여성농민들의 존재에서 찾아낸 것이 기특하다. 아, 다문화 농협매장은 국내 농업 농민조합원이야 죽든 말든 농협, 아니 이름도 NH로 바뀐 그들 임직원들만은 영원히 잘 먹고 잘 살겠다는 갸륵한 유체일탈 현상이다.

후보 시절 MB는 팔당 유기농가를 찾아가 유기농업이 우리 농업의 살길이라고 힘주어 말씀하셨다. 그런데도 그 정부는 유기농 발상지인 팔당 농민들을 자전거 길과 공원을 만든다고 만인주시리에 몰아내는 천인공노할 일을 저질렀다. 환경부장관은 유기농업이 관행농법보다 수질을 더 오염시킨다는 경천동지할 신 이론을 세계 최초로 우리나라 국회 국정감사 증언에서 주장하였다. 그곳 대권후보 도지사는 이를 팜팔릿까지 만들고 TV에 광고까지 하여 세계인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사룟값을 감당 못해 소를 굶기면 동물학대죄로 잡아 가두겠다는 갸륵한 동물애호 주무부서는 이상하게도 미국산 광우병 의심 쇠고기 수입에 대해서는 지극히 공손하고 관대하다. 구제역 늦장 대책으로 350만 마리의 소 돼지를 땅속에 파묻은 후유증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렇듯 MB정권 들어 농업부문에 유체이탈 현상이 현저해졌다. 유난히 MB 아바타가 많은 부서도 아닌데 그러하다.

농업 부문에 주객전도(主客顚倒), 본말도착(本末倒錯) 현상이 도를 넘고 있다. 목적과 수단, 가치와 가격이 뒤바뀌고, 존재이유와 이윤(탐욕)추구 행위가 혼동되고 있다. 서구 선진사회와는 정반대이다. 그러니 농정에서 인지부조화(認知不調和) 현상이 자주 빚어지는 것이다. 백성이 나라의 근본이며 식량농업이 백성의 하늘이라는 가치관이 돈 앞에서 꼼짝 못하는 세상으로 다반사(茶飯事)가 되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국정방향과 농정지표만은 올바로 서야 한다. 특히 국민의 생존권과 국가의 주권이 달려 있는 기초생명산업, 즉 농업과 식량, 농촌과 농민문제에 있어서만은 이익에 따라 주객이 전도되고 시세에 따라 본과 말이 뒤바뀌어서는 아니 된다. 식량과 농업은 겨레의 생존권과 나라의 주권을 지키는 영원히 변치 않는 불멸의 버팀목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정의 패러다임과 문명의 근간(根幹) 역시 생명 중심, 공동체 중심의 사회적 환경적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견지하여야 한다.

이는 오랫동안 우리 선조들이 품어 왔고 실천해온 진리이며 진실이다. 그렇지 못할 경우, 앞에서 예증한 것처럼 영혼이 육체를 떠나 구천을 헤매고 국정에 근본과 끄트머리가 뒤섞이는 참담한 몰골이 드러난다. 돈 때문에 생명을 경시하고, 탐욕 때문에 공동체를 파괴하며, 이익 때문에 농업 농촌 농민을 팽겨 친다면 그 종말은 우리 모두의 파멸이다. 국정과 농정이란 어느 특정 무리의 부귀영화와 탐욕이 시키는 대로 요리할 대상이 아니다.

선비의 셈법으로 고민하고 본말을 밝혀 바로 세워야 한다. 공선사후(公先私後, 공익을 먼저 앞세우고 사익은 뒤로 미루며), 구동존이(求同存異, 대동을 찾아 작은 다름은 뒤로 미룬다)해야 한다. 무엇이 과연 민생의 근본이며 나라의 근간인가 겸허히 다시 한번 자세히 돌아볼 때이다. 은혜를 입은 자는 많으나, 그 은혜를 아는 자가 적으면 그 사회는 미래가 없다.

 /김성훈 중앙대 명예교수 · 환경정의 이사장

2011년 12월 1일 목요일

흔들리는 식량자주권, 한미 FTA 판도라의 상자


이글은 프레시안 2011-12-01일자 기사 '흔들리는 식량자주권, 한미 FTA 판도라의 상자'를 퍼왔습니다.
[김성훈 칼럼] MB, "차라리 가만히 계셔라"

"한미 FTA로 미국보다 넓은 경제영토를 가지게 됐다"고 광개토대왕처럼 호언하시는 이명박 대통령이 11월 29일 마침내 한나라당의 단독 비준안에 서명했다. 이로써 장차 국내 농업영토와 식량자주권이 크게 줄어들고, 대한민국의 경제 사법 의료 서비스산업 복지체계의 상당 부분을 미국에 송두리째 헌정하게 되었다. 얼마쯤 생길 이익은 재벌기업, 수출입업자 등 특정산업 특정계층에 한정되는 대신, 피해는 엉뚱하게도 농축산업, 중소상공업 등 취약산업, 취약계층에 재기불능의 멍에를 덧씌울 형세이다. 자영업자와 노동자, 일반서민들도 직간접으로 된서리를 맞게 될 운명이다. 다행인 것은 대통령이나 김황식 총리, 한나라당 의원들도 농업분야가 가장 피해가 클 것이라는 사실만은 어렴풋이 느끼는 모양이다.

▲ 이명박 대통령이 29일 오전 청와대에서 국무위원들이 배석한 가운데 한미FTA 부수법안 서명식을 하고 있다. ⓒ뉴시스

미국 농무부 경제연구소 분석에 의하면, 미국산 농축산물의 대 한국 수출액이 연평균 19억3000만 달러, 즉 2조876억 원씩 증가하는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15년 동안 대략 31조3140억 원이 넘는 미국산 농축산물이 관세 없이 수입된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의 연간 총 단순 농업생산액이 약 42조 원임에 비추어 가히 치명적인 타격이다. 반면, 우리나라에서 비교적 성실한 연구원으로 알려진 정부산하 농촌경제연구원은 미국의 예측치에 훨씬 미달하는 연평균 약 4000억 원, 15년 동안에 합계 약 6조 원 정도의 미국산 농축산물이 수입될 것으로 전망하였다. 미국 측의 예상 수치와 비교하여 무려 5배나 낮게 전망하고 있다. 그러하니 동연구원이 FTA 결과 우리나라 농수산업부문의 생산 감소액이 15년간 합계 12조7470억 원이라고 예측한 것 또한 적당히 할인된 전망치가 아닐지 의심이 되고 있다. 생산비가 평균 2∼4배나 값이 싼 미국산 농축산물의 국내수입액수보다도 우리 농수축산업의 피해 즉, 생산감소액이 3배 가까이 적다는 예측은 아무래도 너무 순진한 것 같다. 아무리 상공업과는 특성이 다른 농수산업 분야라 하더라도, 값이 훨씬 싼 농산물이 관세 한 푼 물지 않고 쏟아져 들어오는데 국내 농축산업에 별로 영향을 미치지 않으리라고 믿을 이가 얼마나 될까.

그리하여 151명의 농촌출신을 포함한 여당의 결사대 의원들이 최루가스를 무릅쓰고 눈물을 훔치며 통과시킨 한미 FTA 비준안이 내년 초 발효되면, 그 즉시 38%의 농축수산물이 관세 없이 수입개방 된다. 5년 이내엔 60%가 무관세로 들어온다. 그 후 10년 내에 나머지 모든 농축산물이 마찬가지로 관세 없이 개방된다. 우리 국민의 주식인 쌀과 30개월령 이상의 쇠고기 및 그 위험물질(SRM)도 무관세 수입의 언질을 받았는지 미국 정부와 국회는 협상성과를 아주 만족해하고 자축한다.

돌이켜보면, 한미 FTA 보다 더 일찍 비준된 FTA들에서는 그런대로 관세폐지 예외품목을 꽤 확보했었다. 한-칠레 FTA에서는 협상중단 등 줄다리기 끝에 쌀, 사과, 배, 쇠고기 등 29%를 예외품목으로 합의하였다. 그리고 포도의 경우 국내산의 생산출하기에는 수출하지 않기로 되었다. 그래서 농업분야의 피해를 당초 예상보다 크게 줄일 수 있었다. 그런데도 와 이명박 대통령은 이와 같은 협상배경을 잘 몰랐는지 지난 24일 포도농업이 망하지 않고 있다고 사실을 비틀어 해석하였다. 그 외에도 한-싱가포르 FTA에서는 33.3%, 한-EFTA(유럽자유무역연합)하고는 65.8%, 한-아세안 FTA는 30.9%의 품목을 관세철폐의 예외로 인정받았다. 심지어 한-EU FTA에서도 2% 이상의 예외품목을 두고 있다. 오로지 한-미 FTA에선 그나마 지킬 것 같았던 쌀과 30개월령 이상의 쇠고기마저 무관세로 몽땅 내어줄 신세이다. 박근혜 씨는 FTA가 소비자물가를 인하할 것이라 좋다고 말하면서 ISD도 괜찮다고 했다. 그래서 지역구 농민유권자들을 외면하고 한나라당의 의회 폭거에 용감히 가담한 모양이다. 그런데, 소비자시민 모임은 무관세로 수입된 칠레산 와인 값을 비롯한 삼겹살 등이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제일 비싸거나 아주 높게 팔리고 있는 사실을 조사, 발표했다. 무관세로 수입 개방된 다른 품목들도 대동소이하다. 우리나라의 외국산 수입유통구조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말만 듣고 있는 모양이다. 참 안됐다.

한미 FTA 협정은 그에만 그치지 않는다. 미국 농축산물이 홍수처럼 수입되어 국내 농축산물 가격이 폭락할 경우 WTO(세계무역기구)가 허용하는 긴급수입제한조치(SSG/ASG)가 있는데, 한미 FTA에서는 그 발동요건을 아주 까다롭게 했다. 또 품목당 1회에 한해서만 허용하거나 쇠고기와 돼지고기의 경우는 발동요건을 아예 비현실적으로 만들어 놓았다. 수입량이 폭주하여 국내산가격이 똥값으로 떨어져도, 문자 그대로 속수무책인 사태가 다반사일지 모른다. 그뿐만이 아니다. 앞으로 한미 FTA가 발효되면 상당 부분의 현행 각종 농업 및 식품관련 지원정책이 자칫 투자자의 소송대상이 된다. 일부는 아예 폐지 또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예컨대 친환경(우리 농산물) 학교 무상급식조례, 농축산협동조합 지원조치, 각 지방자치단체의 농업 지원조치 또는 구매행위, GMO 표시제도 등 안 걸릴 데가 없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가 그 무서운 투자자-국가분쟁 중재제도(ISD)이다.

대통령도, 박근혜 의원도 모르고 있거나 알려고 하지 않는 것 중에 세계의 모든 선진국들이 즐겨 의존하는, 농업의 다원적인 공익기능(multifunctionality)이란 것이 있다. 한미 FTA가 시행되면 농업의 이 다면적인 공익기능이 크게 훼손되어 결국엔 국가의 존립과 삶의 질을 위태롭게 할지 모른다. 우루과이 라운드 때 WTO가 먼저 성안했고 OECD가 채택하고 있는 이른바 농업의 비교역적 관심사항(non-trade concerns), 다시 말하여 농업의 다면적인 공익기능은 '농림업이 비단 식량과 목재, 섬유원료의 생산기능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환경생태계와 기후변화 보전기능, 홍수 가뭄 등 자연재해 완충기능, 수자원 함양기능, 식량주권과 안전성 확보기능, 아름다운 경관유지기능, 지역사회공동체 유지기능, 전통문화보전기능 등등 화폐로 거래할 수 없는 다양한 공익기능'을 포괄하여 말한다. 그런데 이 공익기능들 역시 농림축산업의 몰락과 동시에 크게 훼손된다. 그래서 동서고금에 농업을 천하지대본(天下之大本)이라 일컬은 것이다. 우리나라 농림업의 다원적인 공익기능은 화폐가치로 평가할 경우 대략 연간 70조 원 이상의 값어치로 계측된다.

일본의 노다 총리가 지난 11일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 참여하겠다고 했을 때, 일본의 조야(朝野)가 농업생산액 절반이 감소(약 8조 엔)하고, 식량자급률이 14% 떨어지며, 그리고 화폐로 평가한 농업의 다원적 가치, 즉, 연간 기준 3조7000억 엔이 상실할 것이라고 추계하며 반대를 공론화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샛별 같은 관변 연구기관들과 경제학자들 어느 누구도 이 같은 연구 분석을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실질적으로 현재 식량(양곡)자급률이 25%(쌀을 제외할 경우, 단지 4.5%)밖에 되지 않아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이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농지의 용도변경 등 토지제도를 대폭 풀어놓고, 농업정책은 예산 배려마저 4대강사업에 밀려 계속 홀대해 왔는데 이 추세가 계속될 경우, FTA 무관세의 완전 개방이 끝나는 15년쯤 후엔 식량자급률이 한 14∼15%나 되면 다행일 것 같다. 아마 우리나라의 식량 자급률은 세계 최하위국가로 기록될지 모른다.

차라리 이명박 대통령은 당분간 가만히 계셨으면 싶다. 죽지도 않은 강을 살리겠다고 삼천리강산을 불도자로 뒤집어 놓으시더니, 이제는 자빠져 있지도 않은 우리 농업을 이번 기회에 지도를 잘하여 바로 세우시겠다고 하신다. 덴마크처럼 농업수출국가로 키우시겠다 하신다. 턱도 없는 말씀이시다. 우리나라의 대미 농축산물 수출액은 2010년 현재 단 5억1900만 달러이다. 그것도 라면, 초코파이, 커피, 음료수, 담배 등을 빼고 나면, 순수 국내산 우리 농축산물과 그 가공식품의 수출액은 몇 푼일지 따지기조차 부끄럽다. 같은 해 한국은 59억6000만 달러의 미국 농축산물을 수입하였다. 농업부문 대미무역적자가 한해 54억4100만 달러다. 이 수치는 FTA가 발효되기 전 40% 내외의 관세를 물고 수출·입 된 금액들이다. 장차 관세마저 철폐되어 완전 개방되면 어떤 규모의 적자일지는 물어보나 마나이다.

말씀을 했으면 책임을 져야 한다. 최소한 총리가 향후 수년간 22조 원을 농업피해보전 대책을 내놓았을 때 그 내역이라도 좀 챙겼어야 할 것이 아닌가. 눈을 씻고 보아도 수출농업육성 항목은 보이지 않는다.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이지만 해마다 국가 전체예산이 4∼5%씩 늘어나도, 농림축수산 예산은 실질적으로 줄어들고 있어 22조 원은 대부분이 숫자놀음에 불과하다. 윗돌 빼어 아랫돌 괴거나, 이름표를 바꿔 단 이번 22조 원 계획에는 지난 정권 때의 42조 원, 119조 원 농업투자 허풍선처럼 생돈은 1조 원 남짓 조금 집어넣고 세련된 노하우로 짐짓 생색만 크게 내는 수치이다. 그래서 이 대통령이 농업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말은 대부분의 농업인들에겐 아주 공허하게 들린다. 짐짓 만 모르고, 또다시 기회를 잡으면 언젠가 다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침소봉대식 과거의 보도 관행을 되풀이할 것이다.


▲ 지난 24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한미 FTA 날치기 국회비준 무효화 및 이명박-한나라당 심판 범국민대회'에는 전국농민회총연맹 소속 농민 7000여 명이 참석했다. ⓒ프레시안(김윤나영)

자, 그러면 1년밖에 임기가 남지 않은 이명박 정권하에서 무엇을 기대할까. 첫째도 둘째도, 한미 FTA 발효를 늦추거나, 폐기하고, 진솔하게 그 피해를 미리부터 대비해야 한다. 그리고 중국과의 FTA 협상을 내년 1월 개시하겠다는 것은 농업종결 완결판이라는 사실을 직시하기 바란다. 이 정권 출범 초기 강만수 경제총수가 첫 경제장관회의에서 '이제 농업이라는 말은 하지 말라'고 한 뜻이 우리나라 농업을 이제 끝내자는 것이 아니라면 더욱 그렇다. 시간을 버는 기간 이명박 정부는 현 단계 우리나라 농업이 태생적으로 안고 있는 단점을 장점으로 바꾸는 명실공히 농정의 틀을 새로 짜야 한다. 높은 땅값과 소농구조 때문에 가격과 비용 면에서는 경쟁력 증대에 한계를 보이고 있는 우리 농축산업을 '품질과 안전성'으로 승부하는 생태공동체 생명농업으로 탈바꿈하여야 살아날 수 있다. 환경도 살리고 기후도 살리고 국민소비자의 건강도 살리며, 농어민의 생존을 보전하는 생명 유기농업의 전국화와 1촌 1가공 식음료품의 발굴 지원 등 적극적인 대안농정의 추진 말고는 뾰족한 대안이 없다.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세방화(世方化, glocalization)의 전략으로 우리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여 나갈 때에야 비로소차별화가 가능하다.

그리고 제발 식량자급률을 높이는 정책과 기반을 재점검하기 바란다. 세계 최하위권인 우리나라의 식량자주권을 지켜나가기 위한 비상대책이 필요하다. 만약, 한미 FTA로 식량주권이 무너질 경우 99%의 국민과 우리 후손들이 두고두고 큰 고통에 시달릴 것이다.오죽했으면 미국의 조지 부시 전 대통령마저 '식량을 국민들에게 제대로 공급하지 못한 나라가 어떻게 국가의 자주를 지킬 수 있느냐'고 호언했을까. 제발 한미 FTA로 착하디착한 우리 농어민들을 '투사'가 아니면 '거지'로 몰아넣는 '판도라의 상자'가 열려서는 아니 된다.

신이시여, 우리 정부로 하여금 식량주권을 지키고 키워나가도록 굽어살피사 우리 대통령께 그 지혜를 내려 주시옵소서. 전국의 농어민들은 부탁컨대 제발 이 고비를 잘 참고, 땅 팔지 않고, 농촌을 떠나지 않고, 버텨만 주면, 장차 10∼20년 내에 전 세계적으로 농업이 대접받고 농민이 존중받는 그러한 세상이 돌아올 것이라 굳게 믿어 보자.



/김성훈 중앙대 명예교수·전 농림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