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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8월 20일 월요일

이명박 정권서 걸핏하면 채소파동이 일어난 이유


이글은 프레시안 2012-08-20일자 기사 '이명박 정권서 걸핏하면 채소파동이 일어난 이유'를 퍼왔습니다.


[1987~2012년 경제민주화 실패의 역사·(21)] 농촌은 통곡한다

최근 몇 년 새 겨울이면 살을 에듯이 춥기도 했지만 눈도 엄청나게 많이 내렸다. 비닐하우스 작물이 얼어서 죽거나 폭설로 비닐하우스가 주저앉아 농사를 망쳤다. 2008년에는 겨울 내내 구제역이 번진다고 자식새끼처럼 애지중지 기르던 소, 돼지를 생매장하느라 지쳤는데 조류 인플루엔자까지 번져 닭, 오리를 산 채로 파묻었다. 짐승조차 살기 어려운 땅이 되고 말았다.

그 농촌에 봄이 찾아와도 무엇을 심어야 먹고살지 막막하다. 쌀농사는 흉년이 들어도 쌀값이 오히려 떨어져 벼농사를 지어야 할지 말지 망설여진다. 게다가 땅속에 파묻은 가축사체의 핏물이 지하수에 배어나 물도 못 마실 판이 되지 않나 싶어 걱정이 태산이었다. 그런데 농촌, 농민을 하대하는 집권세력의 입놀림이 가슴을 미어지게 한다.

2009년 한때 배추 값이 금값이라고 야단이었다. 전년에 이어 그해 봄에도 배추파동이 일어났다. 2008년 11월에만 해도 10kg(3포기)에 6500원까지 떨어졌던 배추 값이 그즈음 1만6500원으로 뛰었다. 개학과 더불어 학교급식 수요가 늘어나면 2만 원까지 오를 기세였다.

2008년 가을 배추파동이 일어나 농가마다 재배면적을 늘렸건만 그 꼴이 됐다. 배추가 한파로 냉해를 입은 데다 폭설로 눈에 파묻혀 얼어 버리고 누렇게 썩었기 때문이었다. 배추가 흉작인데 무, 상추, 양배추인들 성할 리 없었다. 값이 아무리 올라봤자 농촌에는 아무 소용이 없었다. 팔래도 팔 게 없는 형편이었기 때문이다.

국토해양부 자료에 따르면 4대강 하천부지 전체규모는 5425만3000㎡이다. 이곳에서 주로 감자, 참외, 오이, 수박, 토마토, 파, 배추, 무 등 밭작물을 재배해 인근도시에 팔았다. 그런데 4대강 사업을 한답시고 밭작물을 키우던 하천부지를 마구 파헤쳤다. 4대강 주변 농지에 준설토를 산더미처럼 쌓아놓았으니 그만큼 재배면적이 줄어들었다.

이명박 정권 들어 걸핏하면 배추파동, 채소파동이 일어난 것은 그 때문이다. 신선 채소류는 저장성이 낮아 공급이 10%만 달려도 가격파동이 일어나기 마련이니 당연한 일이다. 하천부지에 엽채류, 근채류, 양념류를 길러서 먹고살던 농민들이 농사를 지으려고 해도 땅이 없어졌으니 손을 놓을 판이다.

국제곡물가격이 2008년 하반기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이상기후로 인해 수확량이 감소한 탓이었다. 2008년 국내 쌀농사도 흉년이 들었는데 오히려 쌀값이 떨어지는 추세였다. 그해 쌀 수확량이 폭풍, 호우, 일조량 부족으로 429만t에 불과했다. 이것은 1980년의 330만t 이후 가장 적은 물량이다. 그런데 쌀값이 하락세를 나타냈다. 쌀만 빼고 모든 생활물가가 뛰는 꼴이었다.

재고미가 남아돌기 때문이다. 2009년 3월 1일 쌀 재고량은 150만9000t으로 1994년 이래 가장 많은 규모였다. 이것은 적정 재고량 72만t에 비해 2배 이상 많은 물량이었다. 이러니 2009년도 쌀농사를 지어봤자 쌀값을 제대로 받기는 틀렸던 것이다. 그래도 쌀농사 말고는 달리 지을 농사가 없으니 안타깝게도 농민들은 또 논으로 나갔다.

단군 이래 최대의 구제역 재앙


2010년 가을 구제역이란 날벼락이 내려친 농촌은 그 옛날의 그곳이 아니었다. 가축이란 가축은 떼죽음을 당해 옛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삭막하기 그지없었다. 구제역을 옮긴다고 주민들이 발길을 끊어 마을회관조차 설렁했다. 마을버스도 찾지 않았다. 그때까지 전국적으로 생매장한 가축수가 무려 339만3200마리나 되었다.

소 15만 마리, 돼지 323만2000마리, 사슴 등 기타 1만1200마리다. 닭, 오리도 540만 마리나 언 땅에 파묻었다. 경기도의 경우 전체 돼지의 72%를 생매장했다. 1040개 농가가 키우던 돼지 165만3000마리를 산 채로 땅에 묻었던 것이다. 경기도 내에서도 이천은한우의 12.6%, 젖소의 25.1%, 돼지의 98.8%를 생매장했다. 단군 이래 최대의 구제역 재앙이었다.

당시 민주당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1년 3월 1일 현재 가축 매장지가 전국적으로 4671곳이며 이 가운데 경기도가 2042곳, 강원도가 445곳으로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다. 비닐 한두 장을 깔고 가축을 생매장하고 그나마도 제대로 처리하지 않은 곳이 많았다.

당장 해빙기가 오면 가축의 사체가 썩으면서 생기는 가스의 압력으로 침출수가 새어나오고 악취가 풍기기 마련이었다. 봄이 채 오기도 전에 핏빛으로 물든 침출수가 흘러나오는 곳도 적지 않았다. 비가 오면 매장지가 무너지고 핏물이 지하수로 스며들고 하천으로 흘러가 식수원을 오염시킬 게 뻔했다. 지하수를 식수로 쓰는 마을에서는 식수공포에 시달리고 있었다.

농촌경제연구원의 자료를 보더라도 구제역 피해가 엄청났다. 일자리가 4만7000개나 사라질 판이었다. 축산업은 3만1713개의 일자리가 없어질 만큼 직격탄을 맞았다. 그 타격은 연관산업에도 파급영향을 끼쳐 도소매 유통업 4487개, 볏짚사료 3407개, 운송업 1501개, 사료업 1226개 등의 고용감소가 생긴다는 것이었다.

사육단계는 물론이고 사료생산-공급과 관련한 분야, 그리고 도축 이후의 유통단계에서 일자리가 무더기로 없어진다는 소리였다. 축산업의 생산감소에 따라 국민경제에 미치는 생산유발 감소액이 4조 원대에 이른다는 전망이었다.

2009년 현재 축산업은 농림업 생산성의 38.3%를 차지했다. 그런데 종축(種畜)마저 생매장해 버렸으니 축산기반의 붕괴가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돼지의 경우 전국 종돈장 22곳, 돼지인공수정센터 2곳에서 17만4800마리를 생매장했다. 씨가 마를 판이었다. 1997년 3월 대만에서도 구제역이 발생해 축산기반이 거의 무너지다시피 했다.

전체 돼지사육두수 1068만 마리 가운데 40%에 가까운 385만 마리를 생매장해 41조 원 상당의 피해를 본 바 있다. 그 후 10년 이상 지났지만 대만은 아직도 축산기반이 회복되지 않았다. 대만의 사태가 남의 일이 아니었다. 이런 실정인데 외국산 육류수입이 급증했으니 축산기반의 완전한 회복은 기대하기 어려웠다.

▲ 2011년 3월, 홍영표 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돼지 생매장 살처분 현장 사진. ⓒ홍영표 의원실

그런데 구제역 파동을 틈타서 미국산 육류수입이 급증했다.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2009년 1월 중 미국산 냉동 쇠고기가 1만580t, 5277만9000달러어치 수입됐다. 이것은 구제역 파동 직전인 2010년 11월의 7505t에 비해 40.97%나 증가한 것이다.

또 미국산 돼지고기는 1만261t, 2628만 달러어치 수입됐다. 이것은 2010년 11월의 4717t에 비해 무려 153.96%나 늘어난 것이었다. 이에 따라 미국산 쇠고기 수입실적이 광우병 반대 촛불시위 이후 처음으로 호주산을 제치고 1위로, 돼지고기도 미국산이 캐나다산을 밀어내고 1위로 올라섰다.

식량주권 포기한 FTA

식량자급률이 25% 수준인데 축산기반마저 붕괴위기에 처했다. 이런 상황인데 아무런농업대책도 없이 이명박 정권은 전방위 FTA(자유무역협정)를 추진하고 있었다. 미국은 곡물과 육류를 포함해 세계 최대의 식량수출국이다. 프랑스, 독일, 영국은 공업국이기 이전에 농업국이다. 호주도 대표적인 농업-축산국이다.

한-미 FTA가 농민들의 극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발효되었다. 이에 앞서 유럽의회는 2009년 2월 17일 한-유럽연합 FTA 동의안을 처리했다. 호주와는 빠른 시일 내에 FTA를 타결한다고 양국이 이미 합의한 상태였다. 한-미, 한-유럽연합에 이어 한-호주 FTA, 한-중국 FTA가 체결되면 값싼 수입 농축산물에 밀려 한국농업은 고사위기에 처할 게 너무나 자명하다.

그런데 집권세력의 입놀림이 가관이었다. 2010년 구제역 파동 당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유정복과 한나라당 원내대표 김무성은 과학적 근거도 없이 구제역을 베트남에 다녀온 농민 탓으로 돌렸다. 한나라당 구제역대책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던 최고위원 정운천은 침출수를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퇴비로 활용하면 된다고 내뱉었다.

그는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으로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확대에 앞장섰던 인사이다. 침출수는 가축사체의 썩은 물에다 석회, 살균제, 진정제, 병원균이 뒤범벅되어 독성물질에 가깝다는 사실을 알고나 한 말인지 모르겠다.

한국과 같은 좁은 국토에서는 축산업은 장려할 산업이 아니라는 것이 한나라당 원내대표 김무성의 말이었다. 세계 최대의 돼지고기 수출국인 덴마크의 면적은 한반도의 1/5밖에 안 된다는 사실을 알았는지 모르겠다. "다방농민이란 말이 있다.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어떻게 할 것인가, 투자했더니 그 돈이 엉뚱한 데로 갔다고 하더라." 한-미 FTA를 주도한 통상교섭본부장 김종훈의 말이었다.

"경찰이 백날 도둑을 지키면 뭐하나? 집주인이 도둑 잡을 마음이 없다"며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 윤증현이 농민의 도덕적 해이를 질타했다. 정부의 농업지원금을 말하는지 정부보상금을 말하는지 몰라도 자금집행에 문제가 있다면 그것을 바로잡는 것은 정부의 책임이다. 농민의 책임이 아니다.

정치적-경제적 강대국치고 농업국이 아닌 나라는 없다. 강대국들이 정부보조금을 통해 농업을 육성하는 이유는 식량을 다른 나라에 의존해서는 강대국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이 식량자급을 위해 농업발달에 매진하는 까닭도 바로 그것이다. 1989년 공산주의 붕괴의 근본원인도 식량난이었다.

식량자급률이 25%에 불과한 나라에서 식량은 남의 나라 농민에게 맡겨 수입해서 먹는 게 싸다고 떠벌린다. 집권세력이 농업포기-농민천시의 심각성을 망각하고 그 같은 발언의 무책임성을 예사로 아니 국가장래가 암울하다. 그들의 천박한 국가관-농업관에서 식량안보의 중요성에 관한 인식을 찾아볼 수 없다.

이상기후로 인해 세계적 식량파동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당장 2012년 때 이른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는데 104년 만에 가뭄이 들어 논밭이 쩍쩍 갈라져 대흉년을 예고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라 식량위기가 언제든지 올 수 있다는 경고이다.

 /김영호 언론광장 공동대표

2012년 7월 10일 화요일

나이 거꾸로 먹는 70객 정치인들에게 농민들 고통 쯤은…


이글은 프레시안 2012-07-09일자 기사 '나이 거꾸로 먹는 70객 정치인들에게 농민들 고통 쯤은…'을 퍼왔습니다.
[김성훈 칼럼] 747 타고 사라진 '살맛 나는 농촌' 대선공약

날씨가 하도 덥고 찌는 듯하여 영혼(정신)과 육체가 따로 논다. 생각과 말이 따로 놀고 정신 나간 헛소리가 자주 나온다. 정권 말기에 들어 정신 나간 소리, 유체이탈의 화법이 성행하고 있다. 농업 부문도 예외가 아니다.

중국 중경광역시의 모종산이라는 곳에 800년이나 된 자연석 석각(石刻)공원이 있다. 돌 조각 수효나 공원규모를 모두 돌아보려면 한나절 이상이 걸린다. 그중에 한 어미가 아이에게 젖을 물리고 있는 석각이 가장 인상적이다. 그 아래 새겨진 당나라 때 시인 이태백의 경구가 예사롭지 않다. 이르되, "부은자 다(負恩者 多), 지은자 소(知恩者 小)", 풀이하면 "은혜를 입은 사람은 많으나, 은혜를 아는 사람은 적다"라는 뜻이다. 이 글귀를 읽으며 조각을 우러러보는 관람객들은 새삼 큰 깨달음을 얻은 듯 숙연한 모습으로 그 자리를 떠날 줄 모른다.

▲ 지난 4월 30일 상하이 서교빈관에서 한중 정상회담을 가진 이명박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청와대

우리나라, 우리 국민들의 일상을 돌아볼 때 해방(광복) 이후 오늘까지 농업, 농촌, 농민들의 희생이 없었으면 어떻게 이 정도의 발전과 부와 평화를 누릴 수 있었을까. 제아무리 재물과 탐욕으로 눈이 어두운 물신(物神)주의자라 하더라도 이 땅의 산과 들과 내(川)와 강 그리고 호수와 바다 갯벌이 없었으면 어떻게 이 정도나마 자연경관과 정주 휴식 공간, 공기와 생명수를 즐길 수 있었을까. 대자연과 농림업에 대하여 돈으로 바꿀 수 없는 무한한 은혜와 신세를 졌음에도 감사하기는커녕 돈벌이가 시원찮다고 내리치는 세태와 배은망덕의 정점에는 토건(土木建設) 세력이 있고 CEO 리더십이 있다. 이제는 복구는커녕 지탱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이 나라의 농업 농촌과 산하를 황폐화 시키고 환경생태계를 파괴하였다. 돈(物神)밖에 모르는 토건족들이 '녹색성장'이라는 딱지를 덕지덕지 4대강 언저리에 발라 놓아, 농토를 떠난 농민들이 서울 한복판에서 아스팔트 농사(데모)나 지을 판이다. 토목건설과 FTA에 올인한 오직 1%만을 위한 반농업정책을 획책하는 곳에 위정자들의 인지부조화(認知不調和) 현상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저항하는 농투성이 백성들을 되레 호통치고 불법사찰하고 찍어 누른다. 멘붕(멘탈붕괴) 농정이 등장하게 된 배경이다. 백성이 나라의 근본이며 으뜸이라 했는데…

공자님은 나이 일흔(70)이면 '종심소욕 불유구(從心所欲 不踰矩)'라 했다. '마음이 가는 대로 하여도 도리(道理)에 어긋난 것이 없다'라는 뜻인데, 이 나라의 70객 정치지도자들은 거꾸로 나이를 먹는 모양이다. 단순히 권력을 쥐었다고 해서 권력기관으로부터 4대 은행에 이르기까지 노른자위 자리를 '고소영, 강부자'들이 다 꿰차고 논다. 사유재산을 70∼90억 원씩 쌓아 놓고도 뭐가 부족한지 다시 뇌물을 챙기거나 횡령하다가 줄줄이 쇠고랑을 차고 있다. 그래서 나이 70이 넘어서까지 상근 공직을 차지하고 거액의 봉급을 챙기고도 공금횡령, 뇌물수수를 저지르는 사람들을 옛말처럼 梁上君子(도둑님)라 부를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들에게는 정부 실패, 정책 잘못으로 고통 받고 울부짖는 농산어촌 농어민들의 신음 소리는 아예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는다. 돈과 탐욕만 좇다 보니 멘붕되어 외국에만 나가면 정신 나간 헛소리 헛발질이다. 입만 열면 FTA(자유무역협정)요, 경제영토 확장론이다. 애처롭게도 FTA 병에 걸린 신인간 광개토대왕께서 이 땅에 재림하셨나 보다. 돈이 생길만한 것만 보면 그린벨트이건 공공재(公共財)이건, 거칠 것이 없다. 인천공항과 KTX 그리고 도곡동, 내곡동, 논현동 부동산 투기놀음에 식구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22조 원을 들여 모교동창들과 옛 동료들에게 몰아 준 4대강 토목사업으로 홍수와 가뭄을 해소했다는 해외여행 중의 공개연설로 국제적인 웃음거리를 산 것도 모른다. 그야말로 국격을 떨어뜨린 명연설이다. 대선 때 그분의 '돈 버는 농업, 살 맛 나는 농촌' 공약은 진작 7.4.7을 타고 날아가 버렸나. 농민소득은 줄고 농가 빚만 늘었다. 임기 말이 가까울수록 그분의 화법은 유체이탈(遺體離脫)의 극치에 이르고 있다. 농업의 다원적 공익기능이라든지, 식량주권, 현재와 미래의 농업환경생태계와 공동체 문제를 거론하면 대뜸 구시대적 발상인 것처럼 내려치는 정재계 언론계 CEO들만 주변에서 득실거린다. 농민들의, 아니 백성들의 소원은 멘붕님의 잔여임기 6개월 동안 제발 해외여행을 자제했으면 하는 것이다. 뼛속 깊이 친일 친미하는 육신이다 보니 밖에만 나가면 유체이탈 현상들이 국내외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4서3경의 8조목에 가라사대, '마음이 삐뚤어져 있으면, 보아도 보이지 않고(視而不見), 들어도 들리지 않으며(聽而不聞), 음식을 먹어도 그 참 맛을 알지 못한다(食而不知其味)'라고 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골치 아픈 골수병 증세는 '청 불통(聽 不通)'이다. "제발 한중 FTA 만은 하지 말아주세요. FTA를 하려거든 농업부문만은 GATT(관세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처럼 예외로 해 주세요"라고 농민들이 농사짓다 말고 서울로올라와 읍소·애원을 해도 그 '소리'만 들을 뿐 '말'이 통하지 않는다. 국익이라는 허황한 신기루에 홀려 '청 불통'의 불치병(不治病)에 걸렸기 때문이다. 멜라닌 분유, 가짜 계란, 기생충 알 김치, 농약 만두, 양잿물 우유, 납 꽃게, 구제역, 광우병 파동의 교훈을 벌써 잊었나. 오히려 이 같은 문제점을 제기하는 사람들을 일제시대 '불령선인' 다루듯 잡아가고 불이익을 주고 불법사찰한다. 한미 FTA 반대론자들을 가리켜 반미·친북·종북 주의자들로 몰아붙인 저들이, 그러면 한중 FTA를 반대하는 농민들을 뭐라고 부를 것인가. 반중, 반북 종미주의자라 부를 것인가. 그래서 일찍이 맹자님께서는 백성을 탄압하고 해악을 끼치는 정치체제를 단호히 '갈아 치우라'고 역설하였다. '못 살겠다. 갈아보자'라는 구호는 언제나 유효하다.

세계가 온통 환경위기에 휩싸여 있고 해를 거듭할수록 이상기후 피해가 심각한데, 우리나라는 식량, 에너지, 물 위기마저 한꺼번에 몰아닥치고 있다. 신자유주의 후폭풍과 재벌기업 부자 옹호정책 등 1% 아주 많이 가진 자들을 위한 승자독식 경제운용으로 국가 및 개인부채는 각각 1000조 원에 육박, 국가 경제가 파탄일보 직전이다. 거기에 고위층의 친구들에 의해 휘둘리는 금융 및 유통 독과점자본의 횡포가 눈을 뜨고 보아줄 수가 없다. 농업부문에서도 정부, 지자체, 농협, 농민들의 막대한 자금이 투입된 전국의 시군 농산물 유통회사들이 비리 부패 부실로 줄줄이 절단나고 있다. 이 와중에 도시의 노동자, 서민, 중소상공인처럼 농촌의 농민들은 설 자리를 잃고 있다. 농산물 가격이 전체 물가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도 채 안 되는데도 진짜 물가상승 주도의 굵직한 요인들과 인플레 원인들은 제쳐 놓은 채, 애꿎은 농림관료들더러 '양파계장', '배추과장', '삼겹살 국장' 고추, 마늘, 쌀 담당을 맡겨서 자기 자리를 걸고 물가를 책임지라는 높으신 분의 한 말씀에 그들은 담당 농축산물이 오를 기세만 보여도 즉각 주로 중국산 농축산물을 할당관세 무관세로 무조건 수입한다. 이것이 이른바 MB식 농업 물가대책이다. 농림부를 아예 농산물 수입부로 간판을 바꿔 달게 만들고 있다. 결과는 대기업, 수입가공업자들만 더욱 살찌우고 소비자와 농민들은 찬밥신세이다. 물론 해당 농산물 가격이 폭락하면 늦장대응을 해도 나무라지 않는다. 이런 풍토 하에 담당 관료들도 못할 짓이지만 생산농민들만 죽어난다. 한중 FTA가 이제 겨우 첫 번째 협상을 시작했는데도 이미 이러한 물가수입정책으로 싸구려 중국산 농축산물이 시장을 질펀하게 차지하고 있다. 식량자급률이 25%대로 떨어진 배경이 예사롭지 않다. 그런데도 나라님은 우리 국민들이 보릿고개 걱정 없이 풍족하게 먹고 살게 되었다고 자랑스레 연설하신다.

▲ 무분별한 FTA로 농업에도 유체이탈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프레시안(손문상)
중학교까지 국가 의무교육제도를 실시한다는 나라에서 교육부라는 곳이 농어촌 학생 수와 학급 수가 적으면 무조건 통폐합하겠다는 한마디에 학령아동을 가진 학부형들의 탈농을 자칫 촉구하고 있다. 농산물 대형 유통시설의 80% 이상을 국민의 세금으로 투자하여 농협이 운영하는 농산물매장에서는 갑자기 '이주농촌여성들'을 위하여 바나나 등 수입농산물을 적극적으로 취급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그런데 정작 그 이주 여성농민들이 이를 반대한다. MB 정부 들어 농협이 지주회사 체제가 되더니 안면 몰수하고 자기 정체성(正體性)을 부정하면서 재벌기업 행세를 하려 든다. 수십 개의 FTA들이 동시다발 효과를 일으켜 값싼 세계 농축산물이 물밀 듯이 들어오고 있는데 우리나라 농산물만 취급하던 농협매장이 행여 위축될까 봐 수입농산물을 몽땅 사고파는 마트로 변신하려는 모양이다. 그 잔꾀를 이주 여성농민들의 존재에서 찾아낸 것이 기특하다. 아, 다문화 농협매장은 국내 농업 농민조합원이야 죽든 말든 농협, 아니 이름도 NH로 바뀐 그들 임직원들만은 영원히 잘 먹고 잘 살겠다는 갸륵한 유체일탈 현상이다.

후보 시절 MB는 팔당 유기농가를 찾아가 유기농업이 우리 농업의 살길이라고 힘주어 말씀하셨다. 그런데도 그 정부는 유기농 발상지인 팔당 농민들을 자전거 길과 공원을 만든다고 만인주시리에 몰아내는 천인공노할 일을 저질렀다. 환경부장관은 유기농업이 관행농법보다 수질을 더 오염시킨다는 경천동지할 신 이론을 세계 최초로 우리나라 국회 국정감사 증언에서 주장하였다. 그곳 대권후보 도지사는 이를 팜팔릿까지 만들고 TV에 광고까지 하여 세계인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사룟값을 감당 못해 소를 굶기면 동물학대죄로 잡아 가두겠다는 갸륵한 동물애호 주무부서는 이상하게도 미국산 광우병 의심 쇠고기 수입에 대해서는 지극히 공손하고 관대하다. 구제역 늦장 대책으로 350만 마리의 소 돼지를 땅속에 파묻은 후유증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렇듯 MB정권 들어 농업부문에 유체이탈 현상이 현저해졌다. 유난히 MB 아바타가 많은 부서도 아닌데 그러하다.

농업 부문에 주객전도(主客顚倒), 본말도착(本末倒錯) 현상이 도를 넘고 있다. 목적과 수단, 가치와 가격이 뒤바뀌고, 존재이유와 이윤(탐욕)추구 행위가 혼동되고 있다. 서구 선진사회와는 정반대이다. 그러니 농정에서 인지부조화(認知不調和) 현상이 자주 빚어지는 것이다. 백성이 나라의 근본이며 식량농업이 백성의 하늘이라는 가치관이 돈 앞에서 꼼짝 못하는 세상으로 다반사(茶飯事)가 되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국정방향과 농정지표만은 올바로 서야 한다. 특히 국민의 생존권과 국가의 주권이 달려 있는 기초생명산업, 즉 농업과 식량, 농촌과 농민문제에 있어서만은 이익에 따라 주객이 전도되고 시세에 따라 본과 말이 뒤바뀌어서는 아니 된다. 식량과 농업은 겨레의 생존권과 나라의 주권을 지키는 영원히 변치 않는 불멸의 버팀목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정의 패러다임과 문명의 근간(根幹) 역시 생명 중심, 공동체 중심의 사회적 환경적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견지하여야 한다.

이는 오랫동안 우리 선조들이 품어 왔고 실천해온 진리이며 진실이다. 그렇지 못할 경우, 앞에서 예증한 것처럼 영혼이 육체를 떠나 구천을 헤매고 국정에 근본과 끄트머리가 뒤섞이는 참담한 몰골이 드러난다. 돈 때문에 생명을 경시하고, 탐욕 때문에 공동체를 파괴하며, 이익 때문에 농업 농촌 농민을 팽겨 친다면 그 종말은 우리 모두의 파멸이다. 국정과 농정이란 어느 특정 무리의 부귀영화와 탐욕이 시키는 대로 요리할 대상이 아니다.

선비의 셈법으로 고민하고 본말을 밝혀 바로 세워야 한다. 공선사후(公先私後, 공익을 먼저 앞세우고 사익은 뒤로 미루며), 구동존이(求同存異, 대동을 찾아 작은 다름은 뒤로 미룬다)해야 한다. 무엇이 과연 민생의 근본이며 나라의 근간인가 겸허히 다시 한번 자세히 돌아볼 때이다. 은혜를 입은 자는 많으나, 그 은혜를 아는 자가 적으면 그 사회는 미래가 없다.

 /김성훈 중앙대 명예교수 · 환경정의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