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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월 26일 목요일

"목숨걸고 중국 어선 단속해도 생명수당 700원"


이글은 프레시안 2012-01-25일자 기사 '"목숨걸고 중국 어선 단속해도 생명수당 700원"'를 퍼왔습니다.
[인터뷰] "사병도 노동자, 최저임금 지급해야"

지난 10일 군인, 공익근무요원, 의무경찰 등 병역 의무자에게 최저임금을 지급하라는 소송이 제기됐다.

진보신당 청년학생위원회는 이날 서울중앙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현역 병장의 시급인 459원은 기껏해야 껌 한 통 값"이라며 "2012년 시간당 최저임금 4580원으로는 짜장면 한 그릇도 사먹을 수 없는 현실에서 군인의 시급으로는 라면 한 봉지도 살 수 없다"고 지적했다.

진보신당은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의무복무를 행하는 자들 역시 근로기준법 상에서 근로자로 인정받아야 한다"며 "더군다나 직업의 자유를 침해당하고 목숨을 걸고 일하는 이들에게 최저임금도 주지 못하는 국가가 청년들에게 병역의 의무를 강제한다는 것은 전근대적인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진보신당이 논평을 낸 이후 인터넷상에는 이 문제를 두고 숱한 논쟁이 일어났다. 군인이 최저임금을 받아야 하는가에 대한 논란에서부터 실현 가능하느냐는 문제 제기까지 다양한 반응이 일었다. 이러한 논란에 대해 소송을 건 당사자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이에 은 소송을 건 당사자인 황종섭(28) 씨와 김연(25) 씨를 만났다. 황 씨는 2009년 1월부터 2011년 1월까지 해양경찰(전투경찰순경)로 근무했고, 김 씨는 2008년 9월부터 2010년 10월까지 서울도시철도공사에서 공익근무요원으로 일했다.  

인천에서 해양경찰로 군 복무를 했다가 지난해 1월에 전역한 황종섭(28) 씨는 정부를 상대로 "군 복무기간 동안 밀린 체불임금을 지급하라"며 지난 1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소송을 걸었다. 군 복무기간 동안 자신이 해양경찰과 똑같은 일을 했음에도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했다는 문제의식에서였다.

황 씨는 지난 2009년 1월에 입대해서 50톤 규모 배를 4개월간 타고 대부파출소에서 5개월간 근무했다. 이후 다시 300톤 규모 배를 4개월간 탔고, 마지막으로 100톤 규모 배를 9개월간 탄 후 제대했다. 그가 배에서 보낸 기간은 17개월. 황 씨는 3교대로 바다를 지키면서 시시때때로 '출동'을 갔다. 3,4일 동안 배를 타기는 일쑤였다. 실종자가 생기거나 재난이 발생하는 등 특정한 상황이 생기면 뭍으로 돌아오는 날은 기약이 없었다.

"목숨 걸고 받은 생명수당, 한 달에 2만 원?"

지난해 12월 중국 어선을 단속하던 해경이 흉기에 찔려 사망했을 때, 황 씨는 아는 사람이 있을까봐 가슴이 조마조마했다고 한다. 그의 군 동료들도 중국 어선 단속에 투입되기 때문이다.



▲ 중국어선에 꽂혀 있던 쇠파이프. ⓒ연합뉴스
"저는 다른 배를 탔지만, 중국 어선을 잡으러 다니는 동기나 후임, 선임도 있거든요. 실제 현장에 가면 총도 쏘고 난리난다고 하더군요. 중국 선원에게서 압수한 물건을 보니 끝이 뾰족하게 갈린 쇠파이프가 있었어요. 해경이 출동하면 중국 선원은 쇠파이프를 배에 달아서 접근하지 못하게 합니다. 간혹 그 쇠파이프를 휘두르기도 하고요. 거기 있다 보면 다치고 죽었다는 소리가 부지기수로 들리죠."

황 씨는 "바다에서는 사람이 흔하게 죽는다"며 "하다못해 배에서 소변을 보다 죽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황 씨가 몇날 며칠씩 배를 타는 대가로 받는 '생명수당'은 고작 한 달에 2만 원. 늘 '대기 상태'인 해경의 업무 특성상, 기계적으로 계산하면 하루에 700원도 안 되는 '생명 수당'을 받고 목숨을 거는 꼴이다. 그는 "해경으로 간 군인도 실제 해양경찰과 하는 일이 같고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라면서 "그런데 우리는 국방의 의무라는 터무니없는 핑계로 제대로 된 대가를 받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황 씨가 받는 월급은 군인과 똑같았다. 제일 많이 받았을 때가 한 달에 13만 원이었다. 생명수당 2만 원이 포함된 금액이었다. 그는 "군대에서는 위험하고 목숨을 거는 일을 하는데, 지금의 군 임금 수준은 말도 안 된다"며 "국가가 군인에게도 노동의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군대에 가면 할 일이 없을 때마다 시급을 계산하게 돼요. 내 연봉은 120만 원이라는 우스갯소리를 하죠. 다들 그런 불만이 있는데 거기서 더 나아가는 상상은 못해요. 지금까지 계속 그랬으니까. 그런데 군대 다녀온 사람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나 때는 시급이 100원대였어. 지금 많이 좋아진 거야.' 물론 그때보다야 좋아졌겠죠. 그런데 그 돈으로 뭘 할 수 있습니까? 결국은 말이 되는 수준으로 조금씩 올렸다는 건데, 아직도 말이 안 되는 돈입니다. 말이 되는 기준은 법적으로 정해있죠. 바로 최저임금입니다."

"대법원 기준대로라면 군인도 노동자다"

2008년 9월부터 2010년 10월까지 서울도시철도공사에서 공익근무요원으로 일했던 김연(25) 씨도 지난해 6월 서울도시철도공사를 상대로 체불임금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걸었다. 같은 해 11월 1심에서 패소한 김 씨는 현재 항소심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김 씨는 주간근무 1주일, 야간근무 2주일을 3조 2교대로 번갈아가며 일했다. 주간근무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야간근무는 오후 6시부터 그 다음날 오전 9시까지 이어졌다. 정규직 역무원과 같은 시간 동안 같은 일을 했지만, 그가 받은 임금은 한 달에 20만 원 남짓이었다. 병무청에서 지급하는 월급이 8만 원, 나머지는 차비와 식비였다. 기관장 재량 하에 복무시간 외에도 일할 때도 있었지만 추가 임금은 지급되지 않았다.


▲ 지하철에서 일하는 공익근무요원. ⓒ뉴시스
월급 20만 원은 차비와 통신비를 내기에도 빠듯한 돈이었다. 김 씨는 중간에 종종 아르바이트를 했다. 일하는 시간이 부정기적이어서 일용직밖에 구할 수 없었고, 쉬는 날에도 잠도 못 자고 일했다. 김 씨는 "시간은 시간대로 뺏기고 생계를 위해 퇴근 후에 또 다른 일을 해야 하는 게 부당하다고 느껴서 소송을 걸었다"고 말했다.

김 씨가 군인, 공익근무요원, 의무경찰등 군 복무자도 노동자라고 꼽은 근거는 간단했다.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노동자로 인정받기 위한 조건은 세 가지다. 첫째, 업무에 있어서 고용자로부터 구체적인 명령을 받을 것. 둘째, 고용자가 작업에 사용하는 도구를 지급할 것. 셋째, 고용자가 월급을 지급할 것.

김 씨는 "군 복무자는 국가 혹은 준공공기관에 속하고, 이들 기관으로부터 구체적인 업무지시와 임금을 받으며 일한다"며 "이들이 병역 의무를 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들을 노동자로 대우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군인도 법률상 노동자의 지위를 획득하고 있으므로 국가가 군인에게 최저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논리다.

"군인은 불쌍하니까 돈 주자?…노동 권리로 봐야"

군인의 임금을 현실적으로 높이자는 주장은 이전에도 제기된 바 있다. 한나라당 남경필의원은 지난 2010년 "병사들의 월급을 40만 원으로 올리자"고 제안했다. 병사 월급을 40만 원으로 올리면 병사들은 군 복무 기간 동안 대학 등록금을 모을 수 있다는 논리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황 씨는 "군인 중에는 대학생이 아닌 사람도 있는데, 굳이 대학 등록금과 군인 임금을 연결하기에는 논리가 취약하다"며 "모든 군인에게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주는 게 가장 깔끔한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군인의 월급을 올려야 하는 데에서는 남 의원과 의견이 일치하지만, 군인이 노동자라는 사실을 어느 정도 인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가 시혜적으로 월급을 인상하는 게 근본적인 변화는 아니다"라며 "의무는 의무로서 주장한다고 하더라도, 의무 수행하는 과정에서 받아야 할 권리는 당연히 보장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씨도 "국방의 의무가 노동권과 배치되지 않는다"며 "군인이 국가의 의무를 통해서 노동을 제공한다면 국가는 그에 걸맞은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이 말하는 정당한 대가는 법에 규정된 최저임금이다.

"군인들이 불쌍하니까 최저임금을 달라는 게 아니라, 노동 권리에 대해 문제제기하는 겁니다. 세부적으로 보면 청년 노동에 대한 문제제기이고요. 군인뿐만이 아닙니다. 사회에서 노동이 전혀 우선순위가 아니잖아요. 사회적 합의가 그 수준이라는 데 문제제기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군대 임금 문제는 특수한 게 아니라, 보편적인 노동권에 대한 문제입니다."

"최저임금제도가 군대 내 노동 강도 줄여줄 것"

진보신당은 군인, 공익, 의경 등에게 최저임금을 지급했을 때 약 5조 원이 더 필요하다고 예상한다. 이러한 계산에 대해 김 씨는 "5조 원은 전체 국방비 규모(올해 32조9576억 원)로 비춰봤을 때 불가능하지 않다"며 "충분히 증액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황 씨도 "4대강 삽질에 30조 원을 쓰지 않았느냐"면서 "이는 정책의 우선순위를 어디에 둘 것인가에 대한 의지의 문제"라고 거들었다.

외국의 경우는 어떨까. 독일은 2006년 군인의 월급이 약 251만 원, 일본 자위대의 경우 210만 원이다. 징병제를 채택하는 국가에서도 군인들의 월급은 한국보다 높은 편이다. 2015년부터 징병제를 폐지하기로 한 대만에서는 2009년 상병이 월 40만7000원을 받았다. 아직 징병제를 채택하고 있는 이스라엘은 상병에게 약 48만6000원을 지급한다.

김 씨는 "이번 소송은 병역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한 번 더 제기하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사람은 여성가족부 예산을 줄이고 군인 최저임금제를 도입하자고 주장하는데 이는 올바르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군인 최저임금제도를 실제로 실행한다면, 어디서 예산을 끌어오고 어떻게 배치해야할지 시민적인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군인 최저임금제도가 군 감축을 유도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남경필 의원은 "군인 월급 인상을 통한 군 전력의 효율화는 단계적 감군을 가능케 하며 궁극적으로 군축과 한반도 평화체제 확립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여기에 김 씨는 "장기적모델로 징병제를 유지할 것인지, 모병제로 갈 것인지, 병역에서 배제되는 여성이나 장애인은 어떻게 병역의 의무를 이행할 것인지, 대체 복무제도는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이 논의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황 씨도 "군인에게 최저임금을 주면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좋은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군대 내 인권 탄압 사례도 확실히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군대는 노동시간 책정이 잘 안 되는데, 임금표를 만들면 군대 내 부당노동, 초과노동, 사적노동 문제도 시정할 수 있다"며 "최저임금제도가 군대 내 노동 강도를 줄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윤나영 기자

2012년 1월 16일 월요일

입체 추적, 조희팔 미스테리


이글은 시사인 2012-01-16일자 기사 '입체 추적, 조희팔 미스테리'를 퍼왔습니다.
희대의 사기범 조희팔이 해당 사건 수사를 지휘하는 경찰청 총경에게 9억원을 건넨 것으로 확인되었다. 중국으로 밀항한 조희팔이 경찰과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는 증언도 나왔다.

‘죄인을 체포해야 할 경찰 간부가  중범죄자를 만나 9억원대 돈을 받았다. 그 중범죄자는 해양경찰 순시선의 호위와 방조 아래 서해 공해상을 거쳐 유유히 중국으로 건너가 4년째 활보하고 있다. 그 뒤 경찰청은 중범죄자를 인터폴에 적색 수배해두고도 송환해오지 않고 있다. 범죄자로부터 9억원을 수수한 경찰 간부는 그 뒤 해당 사건 수사를 지휘하는 경찰청 수사과장을 맡고 있다. 하지만 자기와 돈거래를 한 중범죄자를 잡아들이기 위한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소설이나 영화의 줄거리가 아니다. 유감스럽게도 이 확인한, 대한민국 경찰의 한편에서 벌어진 현실이다. 위에서 말한 중범죄자는 단군 이래 최대 사기 범죄로 불리는 ‘조희팔 다단계 사기 사건’의 주범 조희팔이다. 문제의 해당 경찰 간부는 현재 대구지방경찰청 수사과장을 맡고 있는 권혁우 총경이다. 권 총경이 조희팔을 만나 9억원대 수표를 받은 것은 2008년 10월30일, 대구지방경찰청 강력계장 시절이었다. 



그가 조희팔씨에게 돈을 받은 시점은 충남 서산경찰서가 이미 한 달여 전부터 조희팔 사기사건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뒤였다. 또 10월30일은 권 총경이 근무하던 대구지방경찰청 수사과가 대구·경북 지역 조희팔 관련 다단계 계열 회사들에 대한 전산자료 등 일체의 범죄 증거를 압수수색하려던 하루 전날이기도 했다.

권 총경이 조희팔로부터 9억원을 수수한 다음 날, 대구경찰청은 조희팔의 다단계 회사들을 급습했지만 허탕을 쳤다. 범죄 증거가 들어 있는 전산자료는 모조리 파기된 뒤였다.


당사자 권 총경은 승진 거듭

조희팔과 수상한 돈거래를 한 권 총경은 그 뒤 안동경찰서장으로 승진했다가 얼마 전 대구지방경찰청 수사과장으로 영전해 돌아왔다.

경찰 안팎 관계자들과 중국에 도피 중인 조희팔의 핵심 측근 등으로부터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한 은 1월3일 대구지방경찰청 수사과장실을 찾아 권혁우 총경을 만났다. 조희팔 일당이 중국으로 밀항한 뒤 밀항사건 수사를 담당한 곳이 대구지방경찰청 수사과다. 주범 조희팔이 운영하던 다단계 회사 본거지가 대구에 자리했기 때문이다. 

조희팔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느냐는 기자의 첫 질문에 권 총경은 “진전된 게 없다. 수사2계에 가서 물어보라”고 말했다. 이어 기자가 “조희팔로부터 압수수색 전날 9억원을 받은 이유가 뭐냐”라고 묻자 그는 당황하는 기색을 보였다. 그러면서 “드릴 말씀이 없다”라고 했다. 9억원을 어디에 썼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드릴 말씀이 없다”라는 말만 했다. 경찰 조직과 본인의 명예가 걸린 일이니 9억원을 수수한 말 못할 사정이라도 해명하라고 요청했지만 끝내 “저도 사실상 피해를 본 입장이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라고 말을 끊었다.


ⓒ시사IN 정희상 권혁우 총경이 수사과장으로 근무하는 대구지방경찰청.

권 총경이 조희팔과 부적절한 돈거래를 한 뒤에도 아무 탈 없이 안동경찰서장과 대구지방경찰청 수사 책임자로 영전과 승진을 거듭했다는 점에서 그가 말하는 ‘피해’가 무엇을 뜻하는지 납득하기 어려웠다. 

이에 기자는 인터뷰 내용이 기사화될 것임을 알리고, 기자가 건넨 명함 속 전화번호로 보도 전까지 해명을 보내오면 언제든 반영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그는 연락이 없었다. 권 총경이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온 것은 마감 시한이 임박한 1월6일 저녁 9시 무렵이었다(권총경 인터뷰 “나도 피해자다”  기사 참조).

은 도피 중인 조희팔과 중국에서 수차례 만나고 들어온 한 핵심 측근을 수소문해 만났다. 그는 “조희팔이 권혁우 총경에게는 직접 만나 9억원을 줬기 때문에 자기가 제 발로 걸어 들어가기 전에는 권 총경이 다칠 일은 없을 것이라고 호언했다”라고 말했다. 

조희팔 사기 사건은 서민을 상대로 저질러진 사상 최악의 생계형 사기 범죄로 꼽힌다. 전국에 걸쳐 피해자만 5만여 명에 그간 수사기관 기소 과정에서 확인된 피해 액수만도 3조원대에 이른다. 

이 중 전 재산을 날린 채 자살하거나 화병으로 사망한 사람만도 10여 명에 이른다고 피해자들은 증언한다. 이들은 정부가 조희팔을 지금이라도 당장 체포·송환해 엄정하게 사법처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피해자는 죽어가는데, 사기범은 ‘희희낙락’  기사 참조). 하지만 희대의 사기범 조희팔은 경찰에 금품 로비를 벌이면서 수사망을 비웃듯 활보하고 다니다가 중국 밀항에 성공했다( 제78호 커버스토리 조희팔 밀항 해경은 진짜 몰랐나  참조).


ⓒ시사IN 백승기 2008년 12월 조희팔 다단계 사기 사건 피해자들이 대구 사무실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러면 경찰청 본청은 권 총경이 조희팔로부터 거액의 금품을 수수한 사실을 모르고 있었을까. 이 이 사건에 관해 알 만한 위치에 있는 전·현직 경찰 관계자들을 두루 만난 결과 이미 경찰청 안팎에는 관련 소문이 퍼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 전직 경찰은 “문제가 불거질 조짐을 보이자 권 총경이 도피 중인 조희팔로부터 받은 돈 9억원에 대해 차용금과 투자금조로 받았다고 해명한 것으로 안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막상 경찰청 본청은 권 총경에 대해 아무런 조처도 취하지 않았을뿐더러 심지어 그를 승진시키고, 조희팔 사건 수사 총책임자 자리에 그대로 앉혀두었다.  

그러면 과연 다단계 사기 사건 중범죄자와 거액의 금품을 거래한 경찰이 권혁우 총경 한 사람뿐일까. 기자가 만난 조희팔의 핵심 측근 일부는 조희팔이 밀항한 뒤 중국에서 위조 공민증을 소지한 채 도피 생활하면서 “현 정권에서는 절대로 나를 건드리지 못한다”라고 큰소리를 치고 있다고 전했다. 

조희팔 사기 피해 사업자들도 “조희팔이 ‘전국의 자기 다단계 회사를 담당하는 경찰관들에게는 손을 썼으니 경찰이 유사수신 행위를 조사한다고 찾아와도 겁먹을 필요 없다. 안심하고 회원을 모집하라’고 독려하곤 했다”라고 말했다.


ⓒ박창희 제공 조희팔이 중국으로 밀항할 때 이용한 선박(위).

서산경찰서 상대로도 5억대 로비 시도

실제로 조희팔은 자기의 다단계 사기 사업 거점인 대구 지역은 물론 사건 피해에 대한 수사가 최초로 시작됐던 충남 서산경찰서를 상대로도 거액의 로비를 시도한 경력이 있다. 그는 수사 무마를 위해 5억원대의 돈을 심복인 김근호 고문(구속 수감 중)을 통해 서산경찰서에 뿌리도록 지시했다. 김씨는 조희팔로부터 받은 5억원을 서산경찰서 간부들과 선이 닿는다는 브로커 두 명에게 건네 로비하도록 했다. 

이후 조희팔은 바로 그 서산·태안 지역에서 공해상으로 유유히 밀항에 성공한 바 있다. 조씨가 도망친 뒤 서산경찰서를 상대로 한 로비 사건이 피해자들의 진정으로 수사 대상에 올랐다. 하지만 로비스트로 지목된 두 사람이 일부 접대비만 지출했을 뿐 나머지 돈은 자신들이 모두 착복했다는 식으로 입을 닫으면서 수사는 유야무야 끝났다.

조희팔의 핵심 측근들에 따르면 밀항 직전 조희팔은 인천공항 담당 경찰 등을 상대로도 2억원대 밀항 로비를 벌이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희팔 밀항 사건에 깊숙이 개입했던 한 측근은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처음에는 보트를 이용한 서해 밀항 대신 인천공항을 거쳐 지명수배자 전원이 함께 빠져나가는 대담한 도피를 기획했다. 그 총책이 조희팔의 심복인 김근호 고문이었다. 김 고문이 로비 자금으로 2억원을 받아 공항 경찰과 기관원들을 구워삶은 뒤 전산 조작을 통해 감쪽같이 빠져나가는 방법을 시도했지만 돈만 들였지 성공하지는 못했다.”

그 뒤 태안 앞바다를 통한 밀항을 결행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조희팔의 금품 로비 시도는 비단 지방경찰에 한정되지 않고 경찰청 본청까지 미쳤다. 경찰청 본청 소속 경찰관이던 박 아무개 경위(여)는 2008년 9월께 조희팔로부터 수사 무마 청탁을 받고 현금과 상품권 등 2000여 만원대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는 조희팔 다단계 회사인 주식회사 ‘챌린’의 부사장이 경북 영주경찰서에서 특정 사기죄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조희팔이 박 경위를 통해 수사 무마를 청탁했고, 박 경위는 금품을 수수했다. 이후 박 경위는 아무 일 없었던 듯 근무하다 조희팔이 밀항한 지 3년이 흐른 지난해 4월에서야 이 사실이 검찰에 적발돼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경찰청은 그제서야 박 경위를 파면했다.

조희팔과 일부 경찰관의 구조적 유착은 비단 국내에서 돈을 받는 데서 그치지 않았다. 조희팔을 놓친 뒤 밀항을 방조했다는 거센 비난이 일자 2009년 봄 경찰청은 뒷북치듯 조희팔을 인터폴 적색 지명수배자로 올렸다. 하지만 조씨가 밀항해 중국 공민권을 가지고 활보한 지난 4년 동안 정부와 경찰이 그를 잡아들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 흔적은 찾아보기 어렵다. 피해 금액이 수십억원대인 보이스피싱 사기범도 중국에 도피하면 대부분 잡아들여오는 것이 현재의 한국·중국 공조수사 수준이다. 그런데 피해 금액 3조원대, 피해자 5만여 명에 이르는 거대 사기 사건 주범을 4년째 중국에 방치해두고 있는 것이다. 이는 수사기관의 직무유기라 할 만하다.


조희팔, 경찰과 수시로 연락

그렇다면 경찰은 밀항 후 중국에 도피한 조희팔의 소재지를 전혀 모르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대구 지역의 한 경찰은 “조희팔 사건 수사와 정보를 담당한 몇몇 경찰은 지금도 중국 은신처에 있는 조희팔과 수시로 휴대전화 통화를 하는 것으로 안다”라고 전했다. 추적 취재 결과 대구지방경찰청의 일부 경찰관은 개인 휴가를 내 중국 은신처에 숨어 있는 조희팔 일당을 찾아가 융숭한 접대를 받고 돌아온 일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밀항한 조희팔과 중국에서 만나고 돌아온 한 측근은 기자에게 “조희팔 밀항 사건 수사에 참여한 대구지방경찰청의 한 형사가 중국에 있는 조희팔의 은신처에 두 차례나 개인 휴가를 내고 찾아온 일이 있다더라. 함께 골프를 치고 향응을 받은 뒤 돌아갔다고 한다. 그 경찰관은 조희팔을 만나고 귀국하던 길에 명품 선물을 잔뜩 가지고 들어가다 공항 세관에 적발돼 압수당하기도 했다”라고 전했다. 해당 경찰관은 현재 대구지방경찰청에서 시내 다른 지역 경찰서로 전보돼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희팔 사기 사건에 대해서만은 어쩐 일인지 대한민국 경찰이 온통 복마전에 얽혀 있는 형국이다. 그 속에서 대부분 생계형 투자를 했다가 조희팔 일당에게 사기를 당한 피해자 5만여 명의 한숨과 절망은 깊어만 간다. 대구지방경찰청 청문감사관실은 권 총경의 조희팔 금품 수수에 대해 “우리는 모르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경찰청 본청 관계자는 1월6일 오후 과의 통화에서 “권혁우 총경이 경찰 본청에 연락해와 기자가 다녀간 사실을 보고했다. ‘1년6개월 전에 조사됐고 깨끗하게 끝난 사건인데 지금 왜 언론이 문제 삼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더라”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