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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6월 16일 토요일

[사설]유럽 위기와 ‘급격한 자본 유출입’에 대한 경고


이글은 경향신문 2012-06-15일자 사설 '[사설]유럽 위기와 ‘급격한 자본 유출입’에 대한 경고'를 퍼왔습니다.

유로존 위기의 현장에 급파된 경향신문 기자들이 보내오는 기사들을 보면 현재의 위기로 인한 세계 경제 불안이 언제 잦아들지 가늠하기가 이전보다 더 어렵다. ‘리더십 부재’에다 국내 정치·경제는 물론 역내 국가 간 정치·경제요인과 감정적 갈등까지 얽혀 사태 해결이 정말 힘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때마침 한국은행이 그제 개최한 국제콘퍼런스에서 현재 진행 중인 유로존 위기에 대한 다양한 진단과 분석이 나왔다. 그 가운데 기조연설에 나섰던 신현송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의 진단과 충고는 정부 당국자들이 깊이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지난 2009~2010년 청와대 국제경제보좌관을 지낸 바 있는 그는 여느 학자들과 달리 한국경제의 실체를 잘 아는 국제경제 전문가란 점에서 특히 그의 발언이 주목을 끈다.

신 교수는 “현재 나타나고 있는 스페인과 이탈리아 위기의 본질은 급격한 자본 유출입에 있다”며 “재정적자는 겉으로 드러난 현상일 뿐이어서 전통적인 재정정책으로 풀기도 어렵고, 유럽 각국의 정치적 공감대 마련이 가장 큰 변수여서 1~2년 안에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따라서 유럽 경제권이 새 질서로 재편될 때까지 세계 금융시장은 혼란이 지속될 수밖에 없으며, 한국은 무엇보다 금융시스템 안정에 모든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적으로 공감하는 지적이다. 

신 교수가 지적한 급격한 자본 유출입에 따른 금융시스템 불안 문제는 한국경제의 ‘아킬레스건’이다. 그럼에도 그 위험성이 애써 간과되고 있다. 근본대책을 강구하려고 나서기보다는 미시적 대응으로 일관해옴에 따라 문제가 개선되고 있지 않다. 세계 금융시장에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거의 예외없이 한국의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은 위기의 진원지보다 훨씬 더 큰 변동성을 나타낸다. 주가가 폭락하고 환율이 폭등하면서 국제시장의 한국에 대한 신용불안은 증폭된다. 급격한 자본 유출입에 따른 고통과 피해로 말하자면 한국경제가 최대 피해자인 셈이다.

정부 말대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한 장치들이 보완된 것은 사실이다. 외환보유액 증액, 선물환 규제, 통화 스와프 확대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한국 금융시장의 과도한 개방성에 비하면 이런 장치들은 유사시에 큰 역할을 기대할 수 없는 수준의 것들이다. “한국과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에서의 과도한 변동성은 숙명과 같다”고 말하는 관료나 학자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거꾸로 소규모 개방경제이기 때문에 더욱더 자본 유출입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장치들이 긴요한 것이다. 정부는 지금까지 국제사회에 ‘개방 후퇴’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자본 유출입 제한에 소극적이었다. 매우 잘못된 자세다. 국제사회 눈치보기가 나라경제의 명운보다 더 중요할 수는 없다.

2012년 4월 12일 목요일

[사설]민주당의 통렬한 반성 요구한 ‘총선 민의’


이글은 경향신문 2012-04-12일자 사설 '[사설]민주당의 통렬한 반성 요구한 ‘총선 민의’'를 퍼왔습니다.
19대 총선이 막을 내렸다. 개표 결과 여당인 새누리당이 과반을 차지하는 승리를 거뒀다. 야권은 서울과 경기에서 나름대로 선전했으나 강원과 충청에서 새누리당의 약진을 막지 못했다. 새누리당은 100석도 얻지 못할 것이라는 당초 전망에 비하면 선전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18대 총선에서 싹쓸이하다시피 한 서울은 물론 경기에서 많은 의석을 잃는 한계를 노출했다. 유권자들이 지난 4년간 집권세력이 자행한 실정과 비리를 용인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야권의 경우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야권연대가 수도권에서 위력을 발휘했으나 내용은 만족할 만한 수준이라고 할 수 없다. 2010년 지방선거 때 압승한 강원과 충북에서 패한 것은 뼈아픈 대목이다. 충북은 박 위원장 모친의 고향인 만큼 박 위원장에 대한 기대와 민주당의 공천 실패가 패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민주당의 리더십 부재로 정권 심판론에 힘을 싣지 못한 탓이라고 보는 게 타당할 듯싶다. 민주당의 치열한 반성과 대대적 혁신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선거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집계 결과 유권자 4020만5055명 중 2181만5420명이 투표에 참여해 54.3%의 투표율을 보였다. 전국 단위의 선거로는 역대 최저인 18대 총선의 투표율 46.1%보다 8.2%포인트 높았다. 선거 막판에 불거진 김용민 민주통합당 후보(서울 노원갑)의 막말 파문으로 우려됐던 투표율 급락 사태는 없었다. 

투표율이 회복 기미를 보이기 시작한 것은 이명박 정권의 집권 4년에 대한 유권자들의 평가에서 연유한다고 본다. 민주주의를 퇴보시키고, ‘1% 대 99%’의 양극화 구도를 심화시켰으며, 남북관계를 냉전시대로 되돌려놓은 데 대한 심판의 의미가 담긴 것이다. 특히 민간인 불법사찰 대처 과정에서 보여준 집권 세력의 자성 부재와 저급한 인권의식, 적반하장 격인 물타기가 유권자들의 분노를 한층 자극했을 공산이 크다. 이 과정에서 유명인들과 일반인들이 함께 연출해낸 ‘투표 인증샷’ 열기는 주목할 만하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투표를 독려하는 새로운 선거문화로 자리잡아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투표율은 국정 운영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 척도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결코 폄훼돼선 안될 것이다.

이번 총선은 한 표, 한 표에 깃든 민심이 겉으로는 그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여야 누구도 흔쾌하게 승리를 말할 수 없는 결과다. 외양상 어느 쪽도 정국 주도권을 장악했다고 장담하기 어려운 절묘한 ‘균형과 견제’의 구도라고 할 수 있다. 유권자들이 이명박 정권의 집권 4년을 심판했으되 ‘박근혜의 새누리당’을 재평가하고 민주통합당 등 야권에는 수권세력으로서의 위상에 신뢰를 보내지 않고 있다는 민심이 드러난 것으로 본다. 이는 곧 시민들이 여야의 승패라는 정치적 이해타산을 넘어 대오각성을 요구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1987년 체제의 공과를 결산하고 2013년의 새로운 체제를 구축하라는 시대적 요구가 그것이다. 우리는 지금 19대 총선을 통해 미래로 가는 관문을 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