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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6월 22일 금요일

[사설]‘부실 특검’ 극복할 검찰권 견제방안 절실하다


이글은 경향신문 2012-06-21일자 사설 '[사설]‘부실 특검’ 극복할 검찰권 견제방안 절실하다'를 퍼왔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사건을 수사해온 박태석 특별검사팀이 3개월간의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특검팀은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을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는 등 5명을 재판에 넘겼다. 그러나 의혹의 핵심인 디도스 공격의 ‘윗선’이나 공격에 사용된 자금의 출처는 밝혀내지 못했다. 최구식·나경원 전 새누리당 의원의 개입 의혹이나 청와대와 경찰의 축소·은폐 의혹에도 면죄부를 줬다. 특검보와 파견검사, 수사관 등 100여명이 20억원의 예산을 써가며 내놓은 결과로 보기엔 너무나 초라하다.

‘부실 특검’은 사실 예고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특검 수사의 태생적 한계 때문이다. 특검은 사건이 발생한 뒤 한참 지나 검경 수사가 모두 마무리된 후에야 시작된다. 이번 특검도 디도스 공격이 발생한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선일 이후 5개월 만에 시작됐다. 이쯤 되면 핵심 피의자들은 모두 입을 맞추게 마련이고, 새로운 증거를 찾기도 힘들어진다. 더욱이 특검팀은 한시적 조직인 만큼 끈끈한 조직력을 갖기 어렵고 검찰에서 파견나온 검사들도 ‘친정’에 흠집 낼 만한 일은 하지 않으려 한다. 이번 특검은 경찰청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으며 수사의 표적인 사이버테러대응센터를 압수수색 대상에서 누락시키는 등 헛발질까지 했다. 수사가 제대로 될 리 만무했던 셈이다.

중앙선관위를 겨냥한 디도스 공격은 단순한 사이버테러가 아니라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국기문란 범죄이다. 경찰과 검찰, 특검까지 세 차례나 수사하고도 이러한 사건 진상을 속시원히 규명하지 못했다니 어이가 없다. 이제 디도스 공격 사건의 실체적 진실은 국회 국정조사와 청문회 등을 통해 밝혀낼 수밖에 없게 됐다. 디도스 특검 결과에 비춰볼 때 내곡동 사저 의혹과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역시 특검으로는 진상 규명이 어려울 것으로 본다.

정치권은 검찰을 근본적으로 견제할 수 있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우선적으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나 상설특검 도입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국회의원과 고위공직자 등이 연루된 범죄가 발생하면 검경 수사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수사에 착수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검찰의 불기소처분에 대해 법원 판단을 구하는 재정신청 대상사건의 범위를 대폭 늘리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고 검찰 권한을 지역·기능에 따라 분산하거나 검사장급 이상 고위간부를 선거로 뽑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2012년 6월 19일 화요일

100명이 20억 쓴 디도스 특검 “윗선 없다”


이글은 경향신문 2012-06-19일자 기사 '100명이 20억 쓴 디도스 특검 “윗선 없다”'를 퍼왔습니다.

ㆍ김효재만 기소하고 종결… ‘특검 무용론’ 자초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발생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디도스(DDoS·분산 서비스 거부) 공격 사건을 수사 중인 디도스 특별검사팀(특별검사 박태석)이 오는 21일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한다. 특검팀은 디도스 공격의 ‘배후나 윗선은 없다’고 결론냈다. 사건의 배후를 수사하기 위해 출범한 특검이 검경의 수사에서 한 발짝도 못 나간 셈이다.

여야 정치권은 권력형 비리 의혹을 받았던 내곡동 대통령 사저 의혹과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에 대해서도 특검 도입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디도스 특검팀 내부에서조차 “특검은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노골적인 특검 무용론이 나오고 있다.

■ 100명이 20억원 쓰고도 용두사미

특검 관계자는 18일 “한 팀이 전담으로 윗선을 맡아 주변 사람들까지 조사했지만 디도스 공격의 윗선과 배후는 나오지 않았다”면서 “새누리당 최구식 전 의원의 비서였던 공씨 등이 어떤 동기로 디도스 공격을 감행했는지는 (수사결과 발표에서) 충분히 설명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검의 성과는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60)과 LG유플러스 김모 차장을 기소하는 선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수석은 최구식 전 의원에게 “비서인 공씨가 체포될 것”이라며 경찰의 수사상황을 알려주고 조현오 당시 경찰청장에게 두 차례 전화를 걸어 압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차장은 선관위의 서버 회선을 증설한 것처럼 거짓 보고해 디도스 공격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두 건 모두 ‘디도스 공격의 배후’라는 수사의 본류와는 거리가 멀다.

특검팀은 특검보 3명과 파견검사 10명을 포함에 100여명 규모로 구성돼 지청에 버금가는 규모다. 특검팀은 그동안 20억원 가까운 예산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 정치권 이해 따라 출범한 특검

디도스 특검은 ‘윗선은 없다’는 경찰과 검찰의 수사결과에 대한 불신에서 출발했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최구식 전 의원의 비서였던 공모씨(28)가 고향 후배인 정보기술(IT)업체 대표 강모씨(26) 등과 공모해 디도스 공격을 저지른 것으로 결론냈다. 그러나 배후는 밝히지 못했다. 일개 국회의원 운전사가 온 나라를 뒤흔든 디도스 테러를 주도했다는 경찰의 수사결과에 ‘부실수사’라는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추가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한 달 동안 수사를 벌여 박희태 전 국회의장의 비서였던 김모씨(31)가 공씨와 사전에 범행을 모의한 사실을 밝혀냈다. 김씨가 디도스 공격범들에게 공씨를 통해 1000만원을 건넨 사실도 확인했다. 

그러나 검찰 역시 이들에게 공격을 지시한 윗선은 없다고 결론냈다. 이들이 선거에서 공을 세워 좋은 보직을 받으려는 욕심에 자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수사결과를 발표하며 “수사 초기부터 특검이 예견되는 상황에서 부실하게 수사를 했겠나. 윗선이 있다면 신의 영역일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국회는 “검찰 수사도 미흡하다”며 지난 2월 디도스 특검법을 통과시켰다.

■ 확산되는 특검 무용론

디도스 특검팀의 한 관계자는 “이번 수사를 하면서 특검의 한계를 절감했다”고 말했다.

특검은 사건 발생 이후 한참이 흘러 검경의 수사가 끝난 뒤 시작된다. 피의자들은 검경 수사를 거치면서 치밀한 대응전략을 마련한 상태인 데다 새로운 증거 확보는 거의 불가능하다. 특검팀은 임시 조직이라는 한계 탓에 조직력이 약하고 수사력도 검찰만 못하다. 

따라서 특검이 검경에 비해 진전된 수사결과를 내놓기란 쉽지 않다.

정치권에서는 최근 부실수사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내곡동 사저 의혹과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에 대해서도 특검이 불가피하다는 분위기다. 그러나 “일단 특검을 하고 보자”고 외치기에 앞서 성과물을 낼 수 있을지 따져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확산되고 있다.

특검에 참여한 한 변호사는 “특검이 정치 논리에 따라 남발되는 풍토를 이제는 바꿔야 한다”며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고비처)와 상설 특별검사제도처럼 검찰 수사의 부족분을 메울 수 있는 보완책을 마련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조미덥·백인성 기자 fxman@kyunghyang.com

2012년 5월 11일 금요일

'10.26 선관위 서비스장애', '라우트뷰'와 'K 사무관'


이글은 위키프레스 2012-05-10일자 기사 ''10.26 선관위 서비스장애', '라우트뷰'와 'K 사무관''를 퍼왔습니다.
담당자는 1명, 라우터는 '누군가 손길' 없이는 정상화 안 돼...본인은 "모르겠다"일관

'디도스 특검'이 수사를 개시한지 두 달여의 시간이 흘렀다. 현재 특검이 진행중이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 사건에 대한 언론의 반응은 차갑기만 한 상황이다.

그동안 '나꼼수'와 여러 전문가들의 문제제기로 인해, 현재 이 사건은 초반과 많이 달라진 양상이다. 선관위가 그동안 밝힌 자료들에서 속속들이 헛점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밝혀진 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은 '디도스'만으로 일어난 일이 아니라 선관위 내부 연루 혹은 다른 방법이 사용됐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에 앞으로 이 사건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질 쟁점들에 대해 짚어보고자 한다.

▲ '라우트뷰 프로젝트', 새로운 돌파구 될까
지난 7일 '나꼼수'에서는 미국 오레곤 대학의 '라우트뷰(Route views project)'가 언급됐다. 이 프로젝트는 전 세계 라우터들의 '신호'를 기록하는 연구다. 즉 특정 경로를 따르도록 인도하던 라우터가 어느 시점부터 다른 경로를 안내하게 되면, 이전의 경로는 죽은(Down)것이기 때문이다.


김기창 교수가 공개한 오레곤 대학의 라우터 기록. 왼쪽은 텍스트 형식의 기록이며, 오른쪽은 김 교수가 데이터를 바탕으로 시각화한 그래프이다.

실제로 '오픈웹' 김기창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라우트뷰에는 라우터가 어느 시각에 경로를 바꿨는지 표시된다. 오레곤 대학이 보관하고 있는 것이 바로 라우터의 '경로 표시 상태'이다. 한 IT 전문가는 "자세한 로그 기록은 선관위에만 있다"면서, "다만 오레곤 대학 기록상의 시간과 선관위 로그 기록상의 시간을 맞춰 보면 선관위가 제시한 자료들의 신빙성 여부를 가릴 수 있다"고 밝혔다. 즉, 선관위 로그 기록과 라우트뷰 상의 시간을 대조해보면, 선관위가 거짓말을 하는지 안하는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선관위가 거짓말을 한 정황이 포착된다면, 그동안 제기된 '선관위 내부 연루설'이 한층 탄력을 받을 수 있다.

그동안 김기창 교수는 이 라우트뷰의 기록들 중 선관위로 향하는 것들만 분류해 그래프로 정리해 뒀다. 공개된 그래프를 보면 이번 사건의 양상이 비정상적이란 것을 알 수 있다. 선관위가 KT회선을 모두 차단했다는 6시 58분 이전의 라우터 장애(BGP Down) 현상은 매우 간헐적으로 일어나지만, 회선을 차단한 7시 부터는 굉장히 빈번하게 나타나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1차 정상화' 시간인 7시 10분에서 7시 30분 사이엔 이 현상이 말끔하게 해소된 것을 알 수 있다. 전문가들은 "라우터에서 BGP Up/Down 현상은 일어날 수 있지만, 불규칙적이고 간헐적으로 나타나는게 보통"이라며 "이렇게 몇 초 단위로 빈번하게 나타나지는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 선관위 실제 네트워크 담당자 'K'씨, 그날 무엇을 한 걸까
지난 2월 참여연대와 중앙선관위의 토론회 당시, 선관위 측에서 나온 유훈옥 정보화담당 사무관은 "나는 당시 실제 네트워크 담당자가 아니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기자가 당시 네트워크 담당자는 왜 나오지 않았느냐고 묻자, "다른 부서로 갔다"면서 "(누구인지)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즉 당시의 토론회는 선관위 측에서 대응하기 위해 보낸 '수비수'만 있었을 뿐, 당사자가 참석하지 않은 '속 빈 강정'이었다.

이후 계속적인 문제제기를 하던 김기창 교수는 당시의 실제 네트워크 담당자였던 'K사무관'에 대해 언급했고, 는 지난 8일 이 'K사무관'과 직접 통화해 단독보도를 낸 바 있다.

그는 라우터 설정을 건드렸느냐는 질문에 "6시 58분 KT 회선 차단조치를 한 것은 내가 맞다"고 인정하면서도 7시 10분과 30분의 라우터 상태에 대해서는 "내가 건드린 일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시 중앙선관위 정보화담당관실에서 재직하는 직원 중 라우터 설정을 건드릴 수 있는 '네트워크 담당자'는 K씨 한 명이었다. 또 여러 보안 전문가들은 "장애가 일어나던 라우터가 스스로 회복할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렇다면 누군가 설정을 건드려 7시 10분에 장애가 해소됐고, 30분에도 누군가의 손길이 닿아야 라우터 장애가 일어났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한 명 뿐인 네트워크 담당자는 "내가 건드리지 않았다"고 주장하는데 라우터 장애는 '누군가의 개입' 없이 일어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K 사무관은 "7시와 7시 30분에 왜 장애가 일어났는지, 또 7시 10분에 왜 정상화가 됐는지 모르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유지만 (redpill@wikipress.co.kr) 기자 

2012년 5월 9일 수요일

'10.26 선거' 선관위 네트워크 담당자 "내가 KT회선 차단"


이글은 위키프레스 2012-05-08일자 기사 ' '10.26 선거' 선관위 네트워크 담당자 "내가 KT회선 차단" '을 퍼왔습니다.
"라우터 장애 일어난 이유는 잘 몰라...접속 원활은 개인 컴퓨터로 확인한 것"

7일 공개된 팟캐스트 라디오 '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에서 언급한 미국 오레곤 대학의 '라우터 경로 관측 프로젝트(Route views project)'에 대해 알아봤다. 또 그동안 김기창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자신의 블로그 '오픈웹'을 통해 밝혔던, 중앙선관위 'K사무관'과 통화했다. 그는 2월 23일 참여연대와 중앙선관위 토론 시에 선관위 측 유훈옥 정보화담당 사무관이 언급했던 '진짜 네트워크 담당자'이자, 김 교수가 "라우터 설정을 건드렸다"고 의혹을 제기한 인물이다. 그는 현재 중앙선관위 정보화담당관실이 아닌 다른 부서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도 확인했다.

지난 3월 '디도스 특검'이 시작한 지 어느덧 두 달 여의 시간이 지났다. 현재 특검팀은 경찰청과 최구식 의원 자택, 중앙선관위 사당청사 등을 압수수색하며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조현오 전 경찰청장과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에 대해 출국금지를 신청했다. 

허나 현재 '선관위 내부 공모설'에 대한 수사가 이뤄졌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특히 그동안 많은 전문가들이 선관위 측의 일관되지 못한 해명을 문제삼았음에도, 여전히 특검팀은 과거 경찰과 검찰이 했던 수사를 따라가고 있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이 지적했던 부분은 중앙선관위 측에서 '라우터 설정을 건드렸다'는 점이었다. 즉 '라우터 설정을 건드려 외부에서의 접속 및 내부에서의 결과값 송출을 막았다'는 것. 그 증거로 ▲라우터가 7시부터 비정상적으로 빈번히 죽은(down) 것 ▲아직 해명되지 않은 이유로 라우터가 7시 10분~7시 30븐 사이에는 정상화 된 점을 제시했다.

선관위는 그동안 여러 해명자료를 통해 '디도스 패킷이 대량으로 유입되어 라우터가 죽었다 살아나는 상태가 반복되는 'BGP Up/Down 증상'이 일어났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그러나 본지와 인터뷰 한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볼 때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결론이었다. 전문가들은 "선관위로 들어오는 트래픽 뿐만 아니라, 나가는 트래픽도 막혔기 때문에 트래픽 과부하로 일어난 일이라 보기 힘들다"고 밝혔다. 즉, '누군가의 손길'이 없이는 일어나기 힘든 일이라는 것이다.

이 문제는 '로그기록의 신뢰성' 문제로 인해 긴 진실공방이 벌어질 소지가 많았다. 그러자 김기창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나꼼수' 측은 미국 오레곤 대학에서 진행 중인 'Route views project(라우트 뷰·라우터 관측 프로젝트)'를 제시했다. 이 프로젝트는 전세계 라우터의 신호들을 기록한 것으로, 어느 시점에 라우터가 '죽었는지(Down)' 초 단위까지 세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전 세계 라우터들의 기록이 모두 있기 때문에 김기창 교수는 오랜 시간동안 이 기록들을 세세히 분류해, 선관위를 가리키는 데이터들만 따로 추려냈다. 이후 이를 토대로 자신의 블로그 '오픈웹'에 그래프와 텍스트 형태로 공개했다.


오레곤 대학의 '라우트뷰 프로젝트'의 메인화면.

공개된 자료를 보면, 그동안 선관위가 주장한 내용과는 조금 다른 부분을 발견할 수 있다. 그동안 선관위 측에서는 "6:58에 KT회선을 차단한 후, 7시10경에 1차 정상화가 되었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6:50경부터 선관위 유입트래픽이 줄어드는 추였는데 어째서 KT선을 차단했는지에 대하여 의문이 제기되자, 선관위는 말을 바꾸어 6시 46분에 KT회선 1개를 차단하였다는 새로운 주장을 내세웠다. 하지만, 이 주장은 선관위가 스스로 2월 23일 제시한 자료를 보더라도 사실이 아니다. 차단되었다는 1개 회선은 약 30초 뒤부터는 다시 연결되었음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김기창 교수는 "오히려 라우트 뷰에서 드러나는 새로운 사실은 선관위가 6:42에 KT회선을 약 30초간 내렸다가 다시 연결한 적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며 선관위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가장 논란이 많은 부분은 이른바 '1차 정상화'를 둘러싼 사실 관계이다. 선관위가 그동안 제시한 자료를 보면 KT회선 차단 시점 이후 LG회선에서 라우터 장애가 일어났고, 이후 7시 10분부터 7시 30분까지 20분간은 그런 현상이 말끔히 사라졌음을 알수 있다. 이 부분에서 많은 전문가들은 "비정상적으로 작동하던 라우터가 트래픽의 변동도 없는데 '자연적으로' 7시 10분에 정상화 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7시 30분에 다시 장애가 일어난 것도 기술적으로 설명이 안 된다"고 밝혀왔다. 바로 이 대목이 '라우터 설정 변경'을 의심케 하는 부분이다. 

이런 문제에 대해 10월 26일 당시 중앙선관위 네트워크 담당자였던 K사무관과 통화했다. 그는 "'나꼼수'를 듣지 않아서 어떤 문제가 제기됐는지 잘 모른다"며 "6시 58분 경에 KT회선 인터페이스 차단조치를 직접 한 것은 맞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7시 10분부터 20분간 라우터가 정상을 되찾은 점을 언급하며 "설정을 다시 바꾼 것인가"라 묻자 "그런 적 없다"며 "7시 10분에 정상화가 되서 잘 돌아가는데 굳이 설정을 건드릴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또한 오레곤 대학의 '라우트뷰'와시간이 맞지 않음을 지적하자 "'라우트뷰'는 모른다"며 답변을 회피했으며, "그 시간은 라우터에 설정된 시간이기 때문에 오차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또 7시 1분~7시 10분 사이의 라우터 비정상 작동 사실에 대해서는 "6시 58분에 KT회선을 모두 차단한 후, 7시 10분에 정상화 될 때까지의 시간동안 왜 장애가 일어났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58분 이후에 개인 컴퓨터로 접속상태를 확인했고, 이후 7시 10분에 정상화 된 것을 확인했을 뿐"이라며 "로그를 확인해봐야겠다"고 말했다. 이어 "선관위가 '7시 10분 접속 정상화'라 밝힌 것은, 기계적으로 확인한 것이 아니다"며 "우리가 개인 컴퓨터로 접속상태를 확인했을 때, '접속 원활'을 확인한 시간이 7시 10분"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트래픽을 모니터링하고 있었으나, 접속 확인은 사용자 입장에서 해야 했다"고 해명했다. 이같은 K사무관의 해명에 대해 한 보안전문가는 "비상상황이었을텐데 실시간 상황파악이 안 됐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접속 상태를 12분간 확인만 하고 있었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6시 58분부터 12분간의 라우터 장애에 대해 K사무관이 이유를 대지 못하자, 이번에는 7시 30분에 다시 장애가 일어난 원인에 대해서 물었다. 그는 이에 대해서도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다시 장애가 일어난 시간이)7시 35분이다"고 밝힌 K사무관은 "그 전에 디도스 공격이 있었으니까 또 디도스 공격이 몰려온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에 7시 30분 이후에는 트래픽이 적지 않았느냐고 묻자 "실제로 그랬다"고 인정하면서도 "장애 이유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또 "우리(선관위)쪽에서 (트래픽이)30~40M정도 잡혔는데, LG쪽에서는 200M정도 잡혔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K사무관은 그동안 제기된 문제에 대해 답변을 하면서도, 정작 중요한 쟁점들에 대해서는 "모르겠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또한 '트래픽 모니터링'에 대해 답하는 과정에서 처음에 "실시간으로 트래픽이 모니터링된다"고 말했으나, 이후에는 "5분 단위의 트래픽이 기록된다"고 바꾸기도 했다.

10월 26일 당시 실제 담당자였던 K사무관의 입장이 나옴으로 인해, 선관위에서 당일 어떤 일이 있었는지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비교할 수 있는 자료로 오레곤 대학의 데이터가 제시됐기 때문에, 이를 근거로 선관위 해명의 신빙성을 입증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즉 그동안 선관위가 제시한 라우터 관련 로그 기록상의 시간과, 오레곤 대학의 라우터 시간을 비교해보면 되기 때문이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오레곤 대학의 해당 프로젝트는 지금 이 시간에도 기록이 쌓이고 있다"면서 "이 데이터들은 공개된 것이기 때문에, 의지만 있다면 선관위 제출 자료와 얼마든지 비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제 문제는 '특검의 수사 의지'로 보인다.

유지만 (redpill@wikipress.co.kr)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