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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8월 29일 수요일

대통령의 '독도 방문'은 왜 바보짓인가?


이글은 프레시안 2012-08-29일자 기사 '대통령의 '독도 방문'은 왜 바보짓인가?'를 퍼왔습니다.
[박동천 칼럼] 독도를 둘러싼 '불편한 진실'

나는 독도가 한국의 영토라고 믿는다. 따라서 일본정부가 독도 영유권을 주장한다는 것은 뻔뻔한 짓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본 국민 대다수가 독도가 일본 땅이라고 믿고 있더라도, 일본의 정치인만큼 뻔뻔한 것은 아니다. 무지해서 일본 정부와 정치인들의 민족주의적 선동에 넘어간 잘못이 없지는 않지만, 이는 팽창주의적 영토 야욕과는 구분되어야 한다. 한국의 정치인들도 민족주의적 선동을 자주 악용하고, 그럴 때마다 한국 국민들도 쉽사리 넘어가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의 영유권 주장이 괘씸하지만, 이를 혼내주기 위해 한국이 일본에 선전포고를 해야 할 정도의 사안은 전혀 아니다. 독도와 관련해서 어떤 문제가 불거지더라도, 그 문제는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한다. 평화적인 해결은 진실에 기반을 두지 않으면 불가능하고, 이 경우 '진실'이란 우리끼리 또는 저들끼리의 진실이 아니라 한국인과 일본인을 합한 2억 명 가운데 충분히 많은 수가 공유할 수 있는 진실이어야 한다.

그렇지만 한국 사회에서 독도 담론은 항상 감정에 의해 휘둘리는 불행한 주제 중의 하나다. 한반도를 침략했던 일본의 과거 행각들 그리고 과거를 반성하기는커녕 지금도 침략할 틈새만 노리는 듯한 일본 정치인들의 뻔뻔함이 한국인의 감정을 자극하는 일차적 원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국이 마냥 감정적으로만 반응할 수는 없다. 특히 한국 정부, 정치인들, 지식인들 그리고 언론계 종사자들이 일반인의 민족주의 감정을 부추기는 행태는 비판 받아야 한다.

언론의 선정적 보도의 예로는 의 2012년 8월 26일자 기사 따위를 들 수 있다. (☞관련 기사 : 이사부 '독도 복속' 군사 거점·출항지 찾았다) 강릉에서 이사부 시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토성을 찾은 것이 독도 정벌의 증거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일본은 이사부가 우산국을 정복한 사실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우산국에 독도가 포함된다는 증거가 없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이런 기사를 보고 많은 한국인들은 다시 한 번 일본에 대해 반감을 다지겠지만, 이런 식의 선정 보도로 빚어진 반감은 문제의 평화적 해결에는 방해만 된다.

한국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는 독도의 불편한 진실을 세 가지만 지적해 보자.

첫째, 독도는 분쟁 지역인가? 한국인들끼리는 "독도는 명백한 우리 땅"이라는 말을 주고받으며 서로 일체감을 확인하고 단결을 과시한다. 그런데 국제적으로도 독도가 '명백히' 한국 영토라고 인정되고 있는가? 국제적인 통설은 "독도는 한국이 점유하고 있지만 일본이 영유권을 주장해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지역"이다.

한국 정부의 주장을 비판적으로 검토하지 않고 받아 적는 언론계 풍토 때문에, 독도가 분쟁 지역임을 인정하면 한국에 손해라는 이야기가 널리 퍼졌다. 하지만 이것은 맥락에 따라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는 이야기다. 이걸 모든 경우에 맞는 것처럼 생각해버리면 바로 그것이야말로 한국에게 손해다.

예컨대, 이번처럼 일본이 국제사법재판소로 함께 가자고 요청했을 때, "독도는 분쟁 대상이 아니므로 국제 재판이 필요 없다"는 말은 충분히 할 수 있다. 일본 측의 주장이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우리 측의 판단을 수사적으로 강하게 표현하기 위해 "분쟁 대상이 아니"라는 문구를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이렇게 일본 측 주장을 묵살한다고 해서 일본이 입을 다물진 않는다. 우리가 일본 측의 주장을 무시한다고 해서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이탈리아, 브라질, 인도 등 다른 나라들도 우리를 따라 일본 측의 주장을 무시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국제적으로 '분쟁 지역'인지 아닌지는, 영유권을 둘러싸고 말로든 무력으로든 다툼이 있는지 여부에 따라 가려진다.

독도를 분쟁 지역으로 인정하는 것과 일본 측 주장의 타당성을 인정하는 것은 별개다. 일본 측과 공개적으로 논쟁하기 위해 일단 상대방의 도전을 인정할 수도 있고, 또는 단순히 제3자적 입장에서 결론은 유보한 상태에서 양측이 논쟁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만을 인정할 수도 있다.

나는 한국인이든 일본인이든 이 논쟁의 배경과 내용을 파고들어 확인할 의지나 능력이 없는 사람들은 결론을 유보한 상태에서 논쟁의 귀추를 지켜보는 편이 건강한 태도라고 본다. 한국인이든 일본인이든, 이 문제에 관해선 울컥 열정부터 촉발되는 사람들은 논쟁의 내용을 스스로 살펴서 합리적으로 의견을 형성하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언론 보도를 보니, 경기 지역 열일곱 개 초등학교 교사의 70퍼센트가 독도 논란의 배경을 잘 모른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고 한다. (☞관련 기사 : 초등 교사 70%, 독도 사태 배경 잘 모른다) 같은 조사에서 응답한 초등 교사의 77퍼센트는 독도에 관해 뭔가를 가르치는 모양이다. "독도는 분명한 우리 땅이고, 일본의 주장은 말도 안 된다"는 구호 이상으로 뭘 가르칠 수 있을지 궁금하다. 독도에 대한 일본의 영유권 주장은 오래된 사실이다. 이를 한국인들이 무시한다고 해서 지워질 일이 아니며, 일본 측이 물러날 일도 아니다. 오히려 일본 측의 주장을 제대로 반박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라도, 이 '말도 안 되는' 주장을 일본 정부는 '어떻게 말이 된다고' 우겨대는지 살필 필요가 있는 것이다.

 
▲ 지난 10일 경북 울릉군 독도에 도착한 이 대통령이 전망대에서 해안을 둘러보고 있다. ⓒ뉴시스

둘째, 한국 정부는 독도에 관해 국내 여론이 들끓을 때마다 "조용한 외교"를 전가의 보도처럼 되뇌어 왔다. 이 "조용한 외교"라는 말은 관료들과 정치인들이 국민을 상대로 벌이는 사기극의 일환이라는 것이 나의 오래된 의견이다. 앞에서도 지적했듯이, 한국 정부가 독도 문제에 관해 침묵을 지킨다고 해서 일본이 조용해지지도 않고 국제 정치의 현안 목록에서 이 문제가 지워지는 것도 아니다.

독도 문제는 "명백한 한국 땅"이라든지, "분쟁 대상이 아니"라는 식의 우격다짐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아주 골치 아픈 현안이다. 더군다나 이승만과 박정희가 일처리를 잘못해서 오늘날 일본 정부가 대들 수 있는 빌미를 (이 빌미가 있다고 해서 일본에게 영유권이 넘어갈 정도는 절대 아니다) 제공한 면도 아주 크다. "조용한 외교"라는 수사는 일차적으로 이와 같은 사정을 한국 정부가 국민에게 은폐하겠다는 심보를 담고 있는 말이다.

이미 대통령 이명박은 시끄러운 외교를 선택하고 말았다. 나로서는 기껏 현병철을 임명하기 전에 국내 여론의 관심을 돌리려고 이런 짓을 했다고밖에 추측이 안 되지만, 설사 백보를 양보해서 이명박에게 무슨 국익을 고려한 수읽기 비슷한 것이 있었다 치더라도, 이미 한국 정부는 지금 일본을 상대로 아주 도발적으로 시끄러운 외교를 시행한 다음이다. 그러므로 "조용한 외교" 따위의 대국민 사기성 표어는 이 일을 계기로 완전히 폐기되어야 한다.

이 말은 앞으로 '시끄러운 외교'를 하자는 말이 아니다. 언제 누구를 상대로 조용하고 언제 누구를 상대로 시끄러울지를 정교하게 분별해서 대응해야 한다는 말이다. 아울러, 국민들을 상대로는 성사될 수도 없을 비현실적인 감정만 잔뜩 부풀려놓고, 정작 일본 정부를 상대할 때에는 전략도 목표도 없이 우왕좌왕하는 꼴을 그만 둬야 한다는 말이다.

셋째, 한국 정부가 그동안 저지른 실책을 지적하는 진보 정치인과 진보 지식인들은 반드시 현실적인 대안을 구상해서 공표해야 한다. 박정희와 김종필이 "차라리 폭파해 버렸으면 좋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든지, '독도 밀약'이라는 게 아마도 있었을 거라든지 등에 관한 진상은 물론 밝혀져야 한다. 단, 박정희가 이 일을 잘못 처리했다고 할 때, 그렇다면 지금 어떻게 하는 것이 잘 하는 것인지를 진보 정치인들과 지식인들은 자문해야 한다.

일본을 욕하는 것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정신이 간단한 박근혜는 "독도는 한국 영토이기 때문에 일본이 그걸 인정하면 간단히 해결된다"고 믿는지 몰라도, 일본이 그걸 인정하지 않는 동안 어떻게 할 것인지를 박근혜보다 간단하지 않은 정신의 소유자라면 생각을 해야 한다.

이명박이 독도를 뜬금없이 방문한다거나, 느닷없이 일왕의 사죄를 요구하는 등의 행위는 독도 문제에 관한 한 변명의 여지가 없는 멍청한 짓이다. 박정희가 맺은 한일 협정 이래 50년 가까이, 독도는 어업 협정상으로 '영유권과는 상관없는' 공동 어로 수역에 속한다. 독도 주변 해역이 한국의 배타적 경제 수역에 들어가지 않는 것이다. 한국 대통령이 독도를 한 번 방문해서 표지석을 세웠다고 일본이 독도 해역을 한국의 배타적 경제 수역으로 인정할 리는 만무하다.

한국의 역대 정권이 이 문제에 대해 잘못한 일은 화끈하게 해결하지 못한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정직하지 못한 데에 있다고 진단해야 한다. 앞에서도 지적했듯이, 박정희 이래 역대 군사 정권은 속으로는 일본의 주장을 적극적으로 반박하기는커녕 수세로 몰리면서도, 겉으로는 즉 국내 보도용으로는 일본 측이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니 우리는 상대도 안 한다는 식의 허풍으로 일관했다. 일본의 주장을 적극적으로 반박하지 못한이유는 물론 독도라는 의제 말고 다른 곳에서 일본의 협조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이명박이 레임덕을 모면해보려고 독도 퍼포먼스를 벌인 생뚱맞은 작태는 독도가 정치꾼에 의해 어떻게 이용되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진보 진영이 역대 정권에 화끈하지 못했다고 비난하면, 본인들이 집권했을 때 화끈한 모습을 보여줘야 할 책임이 따른다. 그런데 독도 문제에 관해 한국 정부가 화끈하게, 다시 말해 한국 국민들의 분이 풀릴 만큼 일본을 혼내줄 수 있는 길은 없다. 독도의 경우 현상을 유지하는 가운데, 일본의 주장이 억지임을 국제 사회의 이성과 일본인들의 양심에 가급적 널리 알리고 호소하는 길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한국의 진보 세력은 이번과 같은 이명박의 퍼포먼스를 적극적으로 꾸짖어야 한다. 영토 문제라고 해서 아무런 책략도 계획도 목표도 없이 단지 일시적인 변덕만 가지고, 외교적 관심과는 상관없는 국내 정치적 의도에 따라, 상대방을 자극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상대가 강적일수록 (한국만이 아니라 어떤 나라에게도 일본은 적이 된다면 굉장한 강적이다) 가능한 한 상대의 감정을 건드릴 필요는 없다. 우리가 할 일과 할 말을 하다가, 상대가 허점을 보일 때 체계적인 전략을 가지고 공략해야 한다.

이명박은 이미 대북, 대중, 대미 관계를 국내 정치적인 고려만 중시하다가 망쳐 놨다. 그리고 이제 대일 관계도 망치고 있다. 고려 시대와 조선 시대에 국내 정치를 위해 외교를 망친 자들을 우리는 역적이라고 부른다. 따라서 진보 진영에서 이명박을 비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단, 그 비판이 감정에 치우친 분풀이 수준이어서는 안 된다. 독도와 관련된 불편한 진실을 분명하게 파악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박동천 전북대 교수

2012년 8월 25일 토요일

노다의 외교 도박? '베팅'은 이명박이 먼저!


이글은 미디어스 2012-08-24일자 기사 '노다의 외교 도박? '베팅'은 이명박이 먼저!'를 퍼왔습니다.
[기자수첩]이명박 독도 방문 이후 극우파가 득세한 살풍경

한일 관계가 ‘막장’으로 치닫고 있다. 일본 정부는 한국 외교관의 대사관 출입을 막았고, 이에 한국 정부는 일본이 보낸 외교 문서를 아예 ‘등기우편’으로 돌려보냈다. 23일 하루 동안  양국 정부는 서로의 처사가 외교적 관례에 어긋난다며 날 선 비방전을 벌였다.

▲ 24일자 중앙일보 1면.

이에 24일자 중앙일보는 1면 헤드라인을 ‘지지율 최악 노다의 외교 도박’이라고 뽑았다. 이 기사에서 중앙은 “수교국 간에 문서 반송을 거부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이러한 강경 대응의 배경으로 “총선을 염두에 둔 전략적 포석”이 깔려있다고 분석했다. 총리 취임 이후 가장 낮은 지지율(19%)을 기록하고 있는 노다 총리가 이 정치적 난국을 타개할 새 동력으로 독도를 활용하고 있단 지적이다.


하지만 이 같은 논리라면 독도 방문 직전 18%의 지지율로 사상 최악의 상황에 몰렸던 이명박 대통령의 문제가 먼저 지적됐어야 옳다.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 분명했는데, 이런 공세적 행위의 배경에는 ‘정국 전환을 염두해 둔 전략적 포석’이 분명 깔려있었을 것이다. 불과 4개월 여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서 뚜렷한 실적을 남기지 못한 채 측근 비리로 휘청거리던 상황에서 정권 재창출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독도가 활용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가 먼저 지적됐어야 한다.


침략과 전쟁범죄에 관한 일본의 거듭된 망언에 넌덜머리를 내던 한국 언론은 상황이 어쩌다 이 지경까지 됐는지를 따져 묻지 못한 채 ‘관망’하고 있다. 내심 속 시원해하는 심리와 함께 모든 비난을 일본을 향해 작렬시키려는 의지도 엿보인다. 이는 일본도 마찬가지다. 오랜 경제 침체로 사회 전체의 활력이 떨어져있는 일본 역시 노다 총리의 박력 있는 영토 공세에 ‘전율’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한겨레의 보도에 따르면, 그동안은 극우 매체인 만 쓰던 ‘시마네현 다케시마’라는 표기는 이제 거의 모든 일본 언론으로 퍼졌다고 한다. “중·고교 교과서를 통해 독도에 대한 일본의 주장을 교육해온 것의 몇십배에 이르는 선전효과”가 며칠 사이에 발생한 셈이다. 


일본의 유명한 사상가 가라타니 고진은 ‘풍경이 기원을 은폐한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지금이 딱 그런 상황이다. 곧 끈 떨어질 한일 양국 정치권력이 난데없이 ‘살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 풍경의 저변에는 ‘우리 땅 독도를 저들이 가지려고 한다’는 오랜 충격과 환멸이 깔려 있다. 한국 정부는 벌써 수년 도 더 된 문제인 일본의 외교청서와 방위백서의 독도 관련 표현을 이제와 근거로 들이대며, ‘일왕의 사과’를 요구했다. 전격적인 독도 방문 이후 대통령은 ‘기적’처럼 다시 언론의 중심에 섰고, 측근들이 감옥에 간 사실은 잊혀 졌고, 끝 모르게 추락하던 지지율은 진정세에 접어들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에 허를 찔린 일본 정부는 그러나 곧 전열을 가다듬고 전방위적 총공세에 나섰다. 만지작거리기만 했던 국제사법재판소 제소가 바로 현실의 이슈가 됐고, 일왕 발언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의 ‘사과와 발언 취소’가 공식화됐다. 통화 스와프를 이렇게 한다 저렇게 한다는 말을 흘리며 압박해왔고, 정권이 바뀌어도 관계가 회복되지 않을 것이란 엄포가 등장했다. 

▲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67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올바른 역사에 반하는 행위"라며 '일왕의 직접 사과'를 요구했다. ⓒ연합뉴스

언론의 몫은 누가 뭐래도 정치인들이 만들어내는 ‘풍경의 기원을 단속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난데없는 살풍경이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언론이 한일 관계가 왜 막장으로 치닫기 시작했는지, 그 현재적 발발의 기원을 찾아내지 못하고 통념적인 기억에 매달릴 때, 당장의 정치적 책임 소재는 모호해지고, 정치적 필요에 의해 탄생된 증오의 정국은 강건해진다.
독도 문제를 계기로 한일 양국에서 모두 극우파의 논리가 보편화되는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 사회가 극우 논리로 묶어지는 것은 파시즘의 전조적 양상이다. 문제의 기원을 일본의 침략으로 까지 거슬러 오르지 않는다면, 독도 문제에 관한 우리는 밑질 것이 없다. 실효적 지배가 확실한 상황에서 일본이 제 아무리 독도를 ‘시마네현 다케시마’라고 부른 들, 일본이 독도를 빼앗아갈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다. 독도에 대한 분노가 허구적인 것인데 비해 그러나 괜한 흥분이 불러올 파국은 현실의 문제다. 우리가 독도 문제를 떠들수록 역설적으로 일본 내 극우파의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는 역설의 상황이 발생한다. 이 역설을 즐기는 이가 누구인지를 가려내야 이 난데 없는 살풍경의 기원이 보인다. 

김완 기자  |  ssamwan@gmail.com

2012년 8월 20일 월요일

日총리 보좌관 "앞으론 한국 배려할 필요 없다"


이글은 뷰스앤뉴스(Views&News) 2012-08-20일자 기사 '日총리 보좌관 "앞으론 한국 배려할 필요 없다"'를 퍼왔습니다.
"한국이 영토문제 양보 안하면 갈 때까지 가보는 수밖에"

나가시마 아키히사(長島昭久) 일본총리 보좌관이 19일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일왕 사과 요구에 대해 "미래지향의 일한관계 구축을 위해 배려해 왔지만 이제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일본 집권민주당 소속인 나가시마 보좌관은 이날 일본 후지TV에 출연해 이같이 향후 한국과의 전면적 외교투쟁을 선언했다.

그는 특히 이 대통령이 일왕에게 과거사 사과를 요구한 데 대해 "일국의 지도자로서 상궤를 벗어났다"고 맹비난한 뒤, "영토문제에서 한국이 양보하지 않는다면 갈 때까지 간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정부가 독도문제의 국제사법재판소 공동제소를 거부한 데 따른 일본정부의 단독제소 가능성에 대해서 "당연히 그것을 포함해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라며 단독제소 방침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밖에 홍콩 시위대의 댜오위다오 상륙과 관련해선 "영해 경비에 자위대를 활용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며 향후 영토분쟁에 자위대를 동원할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박태견 기자

2012년 8월 11일 토요일

[사설] 뜬금없는 이 대통령 독도 방문, 무얼 하자는 것인가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8-10일자 사설 '[사설] 뜬금없는 이 대통령 독도 방문, 무얼 하자는 것인가'를 퍼왔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독도를 전격 방문했다. 대통령으로서는 첫 방문이다. 독도가 국제법적, 역사적, 지리적으로 엄연한 우리나라 땅이라는 점에서, 이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하지 못할 이유는 전혀 없다. 그런데도 역대 대통령들은 독도를 방문하지 않았다. 다른 대통령들은 일본의 반발을 두려워했고, 이 대통령만 용기가 있어서는 아니었을 것이다. 다른 대통령들은 독도를 우리 땅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이 대통령만 우리 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은 더더욱 아니었을 것이다.그동안 우리나라는 독도 문제에 대해 ‘조용한 외교’ 정책을 일관되게 취해왔다. 우리가 독도를 실효지배하고 있다는 절대적 유리함에서 나온 정책이다. 내 손안에 물건이 있는데 굳이 이 물건이 내 것이라고 강하게 주장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내 것이라고 강하게 주장하는 것이 오히려 ‘그럼 진위를 가려보자’는 논쟁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이는 중국과 일본이 다투고 있는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와 관련해 일본이 취하고 있는 정책이기도 하다. 물론 실효지배를 하고 있다고 해서 상대의 도발에 대해 전혀 대응을 하지 않는 게 조용한 외교는 아니다. 상대의 도발엔 그에 비례해 단호하게 대응을 할 필요가 있다.하지만 이번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은 일본의 도발에 대한 맞대응 차원이라고 하기엔 상징성과 강도가 너무 세다. 정책전환이라고 하기엔 너무 돌발적이다. 일본이 올해 방위백서에 독도는 일본의 고유 영토임을 명기하고, 새로 우리 외교백서의 독도 영토 표기에 항의했다고는 하나 이 정도는 두 나라 간의 의례적인 외교행위 수준을 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이 취임 초부터 ‘친일’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일본에 대해 관대한 자세를 취해왔는데, 일본 쪽이 교과서 왜곡, 일본군 위안부, 독도 문제 등 어느 것 하나도 양보와 성의도 보이지 않은 데 대한 누적된 불만의 표출일 가능성이 크다.일본에서 나오는 주장처럼, 친인척 비리와 실정으로 임기 말 권력누수에 빠진 이 대통령이 곤경을 탈피하는 수단으로 국민의 감정적 호응이 큰 일본 문제를 활용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본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는 광복절과 런던올림픽 한-일 축구 대결을 코앞에 둔 시점을 택한 것을 보면, 국내 여론을 강하게 의식했음을 엿볼 수 있다.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으로, 한-일 관계는 당분간 찬바람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일본 정부는 당장 신각수 주일 한국대사를 불러 항의를 하는 동시에 무토 마사토시 주한 일본대사를 본국으로 소환했다. 김영삼 대통령 때의 ‘버르장머리’ 발언과 노무현 대통령 때의 ‘각박한 외교전쟁’ 때보다도 심각한 수준이다.독도 문제를 비롯한 한-일 간 역사 문제는 매우 중요하지만 하루아침에 해결될 수도 없고 한-일 관계의 전부도 아니다. 이런 점에서 서로 절제와 냉정이 필요하다. 정부는 돌발적이거나 감정적인 행동이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과거사가 해결되지 않으면 어떤 협력도 하지 못한다는 자세가 아니라면 인내와 끈기가 필요하다. 아무리 명분이 옳더라도 정책이 갑자기 왔다갔다하거나, 깜짝 정치쇼를 한다는 인상을 줘서는 문제 해결에 득이 될 게 없다. 일본도 이번 일의 근본 원인이 과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그들의 태도에 있고, 과거사 문제 해결 없인 한-일 간 전면 협력이 어렵다는 걸 깨달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