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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12일 금요일

“대화 제의가 아니다” 부인하더니 한밤 태도 돌변 “대화 제의 맞다”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3-04-11일자 기사 '“대화 제의가 아니다” 부인하더니  한밤 태도 돌변 “대화 제의 맞다”'를 퍼왔습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11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개성공단 등과 관련한 남북관계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 대북 메시지 오락가락


박근혜 대통령이 11일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통일부 장관 성명을 통해 ‘남북간 대화’를 제의했지만, 청와대는 이런 메시지를 외부로 전달하는 과정에서 적잖은 혼선을 빚었다.

오후 4시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성명을 발표했을 때, 정치권 안팎에선 박 대통령이 우회적이나마 남북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담아 성명을 발표하도록 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정부 성명을 발표한 류 장관이 “개성공단 정상화는 ‘대화’를 통해 해결돼야 한다. 북한 당국은 ‘대화’의 장으로 나오길 바란다”며, 두번씩이나 ‘대화’를 강조했기 때문이다. 다만 성명 발표 뒤 류 장관은 ‘북한에 대한 공식 대화 제의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화 제의라기보다 모든 문제를 대화를 통해 풀어야 한다는 점을 천명하려는 것’이라며 애매모호한 태도를 보였다.

류 장관의 성명 발표 뒤 청와대의 설명은 ‘대화 제의’라는 의미를 더욱 반감시켰다. 김행 청와대 대변인은 “조금 전 통일부 장관 성명은 대화를 제의했다기보다, 지금 벌어지는 일들을 대화를 통해 풀어야 한다는 정부의 의지를 대내외로 천명한 것이다. 이것은 박 대통령이 대화의 문이 항상 열려 있다고 말해온 것과 맥을 같이하는 내용”이라며,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하는 원론적인 수준의 발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다시 한번 강조드린다”며 박근혜 정부가 남북문제와 관련해 발표한 첫 성명이 ‘대화 제의’로 해석되는 것을 애써 차단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이날 밤 국회 국방위원회·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의원을 초청해 만찬을 한 뒤 청와대의 기류는 180도 달라졌다. 청와대 고위 인사는 언론에 “류 장관의 성명은 확실한 대화 제의”라며 그 의미를 강조했다. 청와대 쪽에서는 통일부 장관의 성명이 나오게 된 과정까지 소상하게 공개하면서, 성명 자체가 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부적인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실제 박 대통령은 이날 만찬회동에서 자신의 대선 공약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대해 “반드시 가동되어야 한다. 북한과는 대화를 할 것”이라며 “그 일환으로 오늘 통일부 장관이 성명을 발표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의 뜻이 제때, 제대로 전달이 되지 않은 과정 등 혼선이 빚어진 이유와 관련해 청와대 안팎에서는 군 출신들이 장악하고 있는 국가안보실과 통일·외교 라인의 의사소통 부재가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군장성 출신인 김장수 국가안보실장과 주로 소통했던 김행 대변인이 대통령의 의중을 제대로 읽지 못한 채 통일부 장관이 발표한 정부 성명의 의미를 애써 축소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2013년 2월 3일 일요일

삼성과 반올림, 어떤 대화를 나눌까?


이글은 한겨레21 2-13-02-04일자기사 '삼성과 반올림, 어떤 대화를 나눌까? '를 퍼왔습니다.
[초점] 백혈병 사망 등 산재와 무관 주장하던 삼성, 반올림과 대화 제의… 유족은 대화 앞서 사과 원해

2007년 백혈병과 힘겹게 싸우던 22살 황유미씨가 하늘나라로 떠났다. 고교 졸업을 앞두고 ‘빨리 돈 벌어 남동생을 뒷바라지하겠다’며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 공장에 입사한 지 2년도 지나지 않아 백혈병 진단을 받은 유미씨였다. 아버지 황상기(58)씨는 딸의 죽음 앞에서 ‘네 병이 산업재해로 인정될 때까지 싸우겠노라’ 약속했다. 삼성 직업병 문제를 알리기 위해 황씨는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이하 반올림) 활동가들과 거리로 나서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2011년 서울행정법원은 백혈병을 앓다 숨진 황유미씨 등 2명에 대해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근로복지공단은 이에 불복해 항소했고,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 지난 1월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 본관 앞에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주관으로 삼성 반도체 백혈병 노동자들의 산재 인정을 촉구하는 미사가 열렸다. 한겨레 정용일 기자

요지부동 삼성은 왜 변했나

유미씨가 세상을 등진 지 5년여 세월이 흐르는 동안 줄곧 백혈병 등의 질환 발생과 반도체 공장 작업 환경이 무관함을 주장하던 삼성이 문제의 해법을 찾기 위한 대화의 장을 마련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반올림은 1월22일 기자회견을 열어 삼성의 대화 요청을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말 삼성은 백혈병 산재 불인정 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법적 조정을 받아보자는 구두 제안을 했고, 반올림은 ‘소송은 그대로 진행하되 대화할 수는 있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지난해 11월 삼성전자 DS부문 김종중 사장은 “백혈병 발병자와 유가족의 고통과 어려움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대화를 통해 문제가 해결되기를 희망한다”는 공식 문서를 보냈고, 반올림은 책임 있게 논의할 수 있는 권한을 지닌 대표단 구성 등을 요구했다. 삼성이 지난 1월11일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다는 점, 합당한 대표단을 구성해 대화에 성실하게 임할 것을 분명히 한다”는 답변을 보내와 양쪽의 대화가 처음 성사됐다.
삼성의 태도 변화는 끊임없이 불거져나오는 직업병 논란을 외면하기엔 국내외에서의 기업 이미지 훼손 등 부담이 커졌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반올림 쪽에서는 전자산업 관련 삼성 계열사에서 일한 뒤 백혈병·뇌종양·유방암·자궁경부암·피부암 등이 발병했거나 이로 인해 사망에 이르렀다는 제보를 해온 이가 160여 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더구나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일했던 이들에 대한 산재 인정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4월 근로복지공단은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5년5개월 동안 일한 뒤 재생불량성 빈혈을 앓고 있는 노동자에 대해 산재를 인정한 데 이어, 12월엔 4년9개월 동안 근무한 뒤 유방암에 걸려 숨진 노동자에 대해서도 산재를 승인했다.
삼성과 반올림이 논의할 의제 범위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산재 불인정 처분 취소 소송 등 법적 조처를 놓고 양쪽의 의견이 달라 원활한 협의가 진행될지 미지수다. 반올림에서 활동하는 공유정옥 산업보건전문의는 “긴 세월 동안 힘겹게 싸워온 피해 가족들에겐 단 몇 명이라도 법정에서 공식적으로 산재 인정을 받는 것이 중요한 의미”라며 “소송을 통해 산재가 아니라고 한 정부의 판단이 바로잡히는 걸 보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피해 노동자 및 유가족과 근로복지공단 간 소송에서 정부 쪽 보조참가인으로 참여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소송 등 법적 조처 중단이 대화의 전제 조건은 아니다”라면서도 “대화를 하다 보면 소송까지 갈 필요가 있느냐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공문에 ‘유감’은 사과가 아니다”

딸을 가슴에 묻은 황상기씨는 대화에 앞서 진심 어린 사과를 받고 싶다고 했다. 그는 삼성으로부터 단 한마디의 사과도 들어본 적이 없다. “뒤늦은 대화 제의가 반갑긴 하지만 지금까지 워낙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해왔던 사람들이라 어찌될지 모르겠다. 공문에 ‘유감’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회사 쪽은 그것을 사과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가족을 잃은 피해자들 처지에선 그렇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