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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7일 화요일

군사기밀이 북한에 샜다? 조선일보의 호들갑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5-07일자 기사 '군사기밀이 북한에 샜다? 조선일보의 호들갑'을 퍼왔습니다.
[이슈 브리핑] “북한에 훈련 간다” 글도 있는데, “당혹스럽다” “해킹·통신감청 가능성”

1. 오늘 조간신문, 박근혜 대통령 미국 방문이 핵심 이슈인가요.

= 어제 동포들과 간담회를 가졌고 오늘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습니다. 남양유업 욕설 파문이 계속되고 있고요.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개입한 정황이 발견돼서 논란입니다.

1-1. 박근혜 대통령 한복 입은 사진이 많이 눈에 띄네요.

= 중앙일보는 “해외 동포도 한국민, 박근혜 뉴욕 선언”이라는 제목으로 크게 의미 부여를 하고 있습니다. 어제 뉴욕 동포들과 간담회에서 복수국적 허용이나 재외국민 주민등록증 발급 등을 검토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동안 국외 영주권자들은 주민등록증이 말소돼 금융 거래는 물론 인터넷 사이트의 회원 가입조차 불가능한 상황죠. 재외 동포가 720만명이나 된다고 합니다.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은 52년 전 미국에 가서 차관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했는데 그 딸이 투자국의 대통령이 돼서 돌아왔다”는 기사는 좀 낯뜨겁기도 합니다.

2. 욕설 파문, 남양유업에 검찰이 압수수색을 했다고요.

= 대리점에서 발주하는 물품보다 많은 양을 배송하고 대금을 청구하는 이른바 ‘밀어내기’를 위해 인터넷 발주 전산 프로그램을 임의로 조작해 물품을 강매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을 대리점에 내려보내기도 했다고 하고요. 명절 때마다 ‘떡값’ 명목으로 대리점마다 현금을 걷고, 각종 명목을 붙여 리베이트를 요구했다는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2-1. 갑의 횡포라고 비난이 많은데, 본사에서 물건을 받아 팔아주면서도 왜 이런 부당한 요구를 들어주는 걸까요.

= 뉴스1 보도에서는 하루 많이 팔아야 5~6박스 소화할 수 있는데 본사에서 50박스를 보내는 일도 있었다고 합니다. 문제는 권리금인데요. 회사 합의없이 대리점을 그만두게 되면 권리금을 한 푼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울며겨자먹기로 버티는 상황이라는 겁니다. 권리금이 5000만원 이상 1억원이 넘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한 대리점주의 경우 1억5000만원을 빚지고 결국 권리금을 포기하고 사업 접었다고 합니다.

조선일보 5월 7일자 1면


4. 미국 항공모함이 온다는 기밀, 북한에 먼저 샜다, 이런 기사도 있네요

= 조선일보 1면 머리기사. 니미츠 항공모함이 10일 부산에 입항한다는 사실이 북한 조선중앙통신 논평에 떴는데. 이게 공식 발표도 안 했고 언론에서도 보도한 적 없는 사안입니다. “당혹스럽다”는 게 군 고위 관계자의 말이고 공보 관계자들도 “우리도 몰랐던 사안으로 확인 중”이라고 합니다. 조선일보는 해킹이나 통신 감청 등 다양한 경로로 유출됐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는데. 군사 정보가 새 나갔다면 정말 큰 일이지만, 다소 지나친 억측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미국 해군 블로그에도 이 항공모함 승조원들이 북한에 대응하는 훈련을 하러 간다는 글을 남긴 게 있고. 조선일보도 "북한이 미 해군 홈페이지를 보고, 한·미 해상 훈련 전례에 비추어 니미츠의 부산 입항을 유추했을 수도 있다"고 여지를 남겨두고 있습니다. 2009년 이후 미국 항공모함들이 해마다 한두 차례씩 3월이나 6~9월에 한반도에 출동했다가 부산항에 기항했다고 하죠. 5월에 온 건 처음이라는 건데, 엄청난 기밀이 아니죠. 조선일보가 북한의 정보력을 과대평가하거나 과장하는 걸 수도 있습니다. 

5. 내일 어버이날인데. 시댁과 친정에 드리는 용돈이 금액 차이가 있네요.

= 시댁이 4만원 정도 더 많습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자료인데요. 최근 1년 동안, 남편 부모에게 정기적으로 돈을 보낸 비율이 30.9%, 아내 부모에게 돈을 보낸 비율은 20.2%로 나타났습니다. 용돈 액수도 남편 부모에게는 월평균 8만2000원을 보낸 반면, 아내 부모에게는 그 절반을 약간 넘는 4만5000원을 보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시댁이 친정보다 두 배 정도 많다는 거죠. 지난 1년 동안 비정기적으로 보낸 용돈 총액도 남편 부모에게는 72만3000원, 아내 부모에게는 58만4000원이었습니다. 다만 20대 부부의 경우 친정에 정기적으로 용돈을 보내는 비율이 시댁에 보내는 비율보다 더 높았는데요. 10~20년 지나면 본가보다 처가에 돈을 더 많이 줄 게 될 거라는 분석입니다. 

6. 버려진 동물, 안락사가 10만건에 이른다고 하네요.

= 지난해 버려진 동물이 9만9000마리나 된다고 합니다. 유기동물의 4분의 1은 보호소 등에서 보호를 받다가 입양되는데 4분의 1은 안락사 처리됩니다. 대부분 개(5만9000마리)와 고양이(3만9000마리)라고 하고요. 길을 잃어버린 경우도 있지만 병에 걸리거나 주인의 사랑이 식어 버려진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경향신문 보도인데요. 그나마 안락 사율이 급감한 거라고 하죠. 한때는 절반이 넘기도 했는데요. 2005년 50.2%이던 안락사율은 지난해 25.5%로 절반 정도로 줄어들었습니다. 유기동물이 입양되는 비율은 개(35%)가 고양이(16%)보다 높습니다. “주인 말을 잘 따르고 무엇보다 어린이들이 강아지를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7. 여름 되면 냄새 나는 음식물 쓰레기 때문에 골치덩어리인데요. 주방용 오물 분쇄기를 허용한다고 해서 논란이네요.

= 음식물을 갈아서 그냥 하수구에 흘려 보내도록 하겠다는 겁니다. 주방용 오물분쇄기(디스포저·disposer)라는 게 있는데 이게 한해 빠르면 올해 말부터 일부 지역에 허용됩니다. 환경부가 어제 하수도법 개정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는데요. 정부는 1995년 디스포저 판매 및 사용을 전면 금지했는데요. 이번에 다시 허용이 되면 빗물과 하수관이 나뉜 분류식 하수관이 설치된 곳에서만 가능하게 할 거라고 합니다. 고농도의 하수처리 설비도 갖춰야 합니다. 이런 조건을 만족시키는 지역이 전국적으로 10% 이내일 거라고 하는데요. 수질 및 토양 오염 가능성은 물론이고 음식물 쓰레기가 하수관에 쌓여 가스 폭발이 일어날 거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8. 유엔이 세운 대학 알고 보니 사기극이었다, 이건 무슨 기사인가요.

= 유엔평화대학이란 게 있습니다. 유엔총회가 설립한 고등교육기관이라고 해서 석박사 과정에 25명의 학생들이 있습니다. 이 학교에서 최근 성추행 논란이 있어서 논란이 됐는데, 오늘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 학교가 정부의 인가를 받지 않고 운영 중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교육부가 폐쇄 명령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홈페이지에는 한국 정부가 2010년 유피스 협정에 가입하고 유엔 사무총장에게 가입서를 맡겼다는 설명이 있는데요. 외교부 관계자는 센터 설립을 정부가 허가했거나 유엔이 관여한 바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9. 아기 104만명, 태어나자 마자 숨진다는 기사가 있네요. 

= “어떤 아이에겐 세상의 첫날이 삶의 마지막날이다”라는 문장이 가슴을 울립니다. 한겨레가 세이브더칠드런의 출생위험지수(Birth Day Risk Index)라는 걸 소개하고 있는데요. 아프리카 소말리아에서 태어난 아이 1000명 가운데 18명이 태어난 날 숨진다고 합니다. 신생아 사망의 98%가 이들을 비롯한 후진국 및 개발도상국에서 발생한다고 하죠. 스웨덴이나 싱가포르 등은 1000명에 0.5명꼴입니다. 우리나라는 1000명에 1명꼴, 북한은 1000명에 6명꼴이고요. 생후 24시간 안에 세상을 떠나는 아이들이 세계적으로 연간 104만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한해 태어나는 아이가 1억3000만명인데, 한달 안에 숨지는 아이가 연간 300만명, 5년 안에 사망하는 영유아는 690만명으로 나타났습니다. 6000원짜리 탯줄 소독제만 있어도 100만명의 아이를 살릴 수 있을 거라고 하는데요.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10. 이정환 기자가 뽑은 오늘의 뉴스는, 상위 20% 갑자기 지갑을 닫았다, 이런 기사네요.


= 백화점 VVIP들이 발길을 끊고 있다는 매일 경제 기사입니다. “요즘 세무조사니 뭐니 해서 분위기도 안 좋은데 섣불리 큰돈을 썼다간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하는데요. 한 퍼스널 쇼퍼의 이야기. 인구 중 20%가 전체 부의 80%를 차지하는 ’20대80′ 법칙이 가장 잘 들어맞는 곳이 바로 백화점. 매년 백화점 한 곳에서 최소 1000만원 이상을 쓰는 상위 20% 부유층 고객의 소비액은 나머지 80%에게서 나오는 매출보다 더 많다고 하죠. 그 20%가 돈을 안 쓴다는 겁니다. 한 백화점, 상위 20% 고객의 매출은 지난 3월 전년보다 5.7% 올랐지만 4월에는 상황이 반전돼 0.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0-1. 이유가 뭔가요.

= 최근 백화점에는 ‘내 구매 내역을 지워달라’는 VIP 고객들의 문의가 많다고 합니다. “수입 의류나 대형 가전 같은 고가 상품은 작년보다 15% 이상 매출이 줄었다”고 하고요. “고소득층 세무조사와 세법 개정 등 정부가 추진하는 일련의 정책들이 부자들에게는 눈에 띄는 소비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경고로 인식되고 있다”는 게 이 신문 분석인데, 국세청이 지하경제 양성화 차원에서 지난달부터 탈세 혐의가 큰 대재산가, 고소득자영업자, 역외탈세자 등 224명에 대한 세무조사를 착수했죠. 돈 있는 사람들이 지갑을 닫고 경기가 위축되는 건 우려스러운 일이지만, 자칫 세무조사 때문에 경제가 어려워진다는 논리로 흐르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이정환 기자 |black@mediatoday.co.kr  

2012년 6월 22일 금요일

검찰 “군사기밀 아니다”…경찰 ‘무리한 종북몰이’ 드러나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6-22일자 기사 '검찰 “군사기밀 아니다”…경찰 ‘무리한 종북몰이’ 드러나'를 퍼왔습니다.

 “GPS 교란기술을 북 정찰총국에 넘긴 비전향 장기수 간첩을 잡았다”고 경찰이 발표한 사건에 대해 21일 검찰은 이아무개(74)씨 등 2명을 구속기소했지만, 북 공작원의 정체 등은 여전히 밝혀내지 못했다. 공안정국 조성을 위해 당국이 사건 실체를 부풀렸다는 의혹도 그대로 남았다. 지난 6월 초, 보수신문들은 경찰 발표 내용을 그대로 인용하여 대서특필했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누구나 볼수 있는 팸플릿 수준
”형량 낮은 예비·음모 혐의 기소

문제된 장비 6억원대 고가에다
미 정부 승인 있어야 살 수 있어
검 “실제로 구입할 가능성 낮아”

지난달 30일 경찰이 발표한 이른바 ‘위치정보시스템(GPS) 간첩사건’은 이른바 ‘종북몰이’에 편승하려는 무리한 수사였음이 드러났다. 경찰이 군사기밀이라고 주장했던 자료는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는 팸플릿 수준에 불과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이런 사실을 확인했으나, 피의자들에게 지령을 내렸다는 북한 공작원의 실체는 여전히 밝혀내지 못했다. 그런데도 검찰은 이를 간첩사건으로 기소해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 간첩 혐의 대폭 후퇴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이상호)는 21일 북한 쪽의 지령을 받고 첨단 군사장비를 구입해 북한에 넘기려고 시도한 혐의(국가보안법의 간첩 예비·음모)로 이아무개(74)씨와 김아무개(56)씨를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2011년 7월께 중국 단둥에서 북한 공작원이 이씨에게 군사용 안테나 계측장비인 엔에스아이(NSI) 4.0 등 군사기밀과 관련된 장비 입수를 주문했고, 이씨의 요청을 받은 김씨는 과거 항공사 기술연구소 근무경력이 있는 지인 정아무개(62)씨를 통해 장비 구입을 시도하다 실패했다는 게 검찰의 기소 내용이다.


검찰이 이들에게 적용한 ‘간첩 예비·음모’(2년 이상 징역) 혐의는 앞서 경찰이 지난달 30일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밝힌 ‘간첩 목적수행’(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 징역) 혐의에 비하면 크게 후퇴한 것이다. 검찰이 이처럼 대폭 후퇴한 혐의를 적용한 이유는 이씨 등이 수집한 자료를 군사기밀이나 국가기밀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자료가 인터넷 등에서 누구나 구할 수 있는 팸플릿 수준이기 때문에 이씨 등이 실물 장비를 구하기 위한 ‘준비 행위’를 한 것에 불과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경찰은 팸플릿을 입수한 것을 국가기밀 수집의 범죄행위가 완료됐다고 봤는데, 그렇게 보기에는 부족한 점이 있어서 실물 구입을 시도한 간첩 예비 혐의로 기소했다”고 말했다.

■ 수집한 자료가 뭐길래 (한겨레)는 경찰이 확보했다는 ‘물증’인 전자우편을 입수했다. 이씨와 김씨, 그리고 정씨가 주고받은 이 전자우편을 보면, 정씨는 김씨에게 4차례에 걸쳐 엔에스아이 4.0 등에 대한 자료를 첨부파일로 전달했다. 이 가운데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첨부파일은 엔에스아이 4.0에 대한 자료뿐이었다. 이 자료는 그동안 경찰이 가장 중요한 증거로 꼽아온 것이다. 이 자료는 1쪽짜리 한글파일(hwp)인데, 실제 장비의 모습을 찍은 사진과 재원 정보를 담은 표, 제조사의 중국사무소 주소와 연락처가 담겨 있다. 이 자료들은 모두 장비 제조사인 니어필드시스템사의 인터넷 누리집(홈페이지)에 공개된 것들로 확인됐다.이밖에도 정씨는 김씨에게 ‘스텔스’, ‘에스에이치(SH)-2’, ‘조종사 헬멧’ 등 군사장비와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제목을 단 파일을 전달했다. 이 파일들은 다운로드 기간이 지나 내용을 확인할 수 없지만, 파일 용량이 작아 엔에스아이 4.0에 대한 자료와 비슷한 수준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앞서 경찰이 이런 자료들의 군사기밀성 검토를 의뢰한 군 전문가 2명 모두 에 ‘군사기밀 여부를 따질 만한 수준의 자료가 아니었다’고 밝혔지만, 경찰은 군사기밀에 해당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이씨 등이 수집한 자료가 인터넷에서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자료인 것으로 드러나 망신을 사게 됐다.

■ 실물 구입할 능력 있었나 검찰은 이씨 등이 실물을 구입하기 위해 이런 자료들을 수집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엔에스아이 4.0의 경우만 보더라도 실제로 이들이 실물을 구입할 개연성은 매우 낮다.엔에스아이 4.0은 미국 니어필드시스템사가 제작하는 안테나 성능 점검 장비다. 시가 6억원 상당의 고가인 이 제품은 군 전용으로 지정된 물품은 아니지만, 미국 상무부의 승인 없이는 살 수 없다. 니어필드시스템사 제품의 한국 배급을 맡고 있는 업체 관계자는 “본사에서 수출할 때 미 상무부 규정에 저촉되지 않는지 매번 확인한다”며 “어느 나라에 가는 것인지, 고객이 누구인지 알아야 판매가 가능한 제품이라 개인이 구매하긴 힘들다”고 밝혔다. 구입을 하더라도 본사에서 직원들이 현지로 와 직접 설치해주는 장비다.김씨와 정씨가 주고받은 전자우편에는 이 물건을 왜 구입하려 하는지, 실제로 북한에 넘기려 했는지에 대한 내용은 전혀 없다. 이들이 엔에스아이 4.0이 어떤 장비인지 제대로 알았는지도 의문이다. 자료수집을 담당한 정씨는 이 장비의 이름조차 제대로 알지 못해 전자우편에 ‘엔시아이(NCI) 4.0’이라고 표기하기도 했다.구속된 김씨와 이씨는 주로 북한과 농산물 등을 거래하는 사업을 해온 사람들로 무기거래나 군수업 등과는 거리가 멀다. 직접 자료를 수집한 정씨는 항공사 기술연구소에서 일하다 벤처기업을 운영하기도 했지만, 2004년 자신의 회사가 인수합병당한 뒤 8년째 사실상 실업 상태다. 검찰 관계자도 “실물 구입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간첩 예비·음모로 기소했다”고 말했다.이에 따라 실행될 가능성이 낮은 행위를 예비·음모한 것만으로 처벌을 받아야 하느냐는 논란도 예상된다.

■ 공안몰이 재미만 본 부실수사 경찰이 처음 이 사건을 발표할 때 대다수 언론은 이씨가 ‘비전향 장기수’ 출신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췄다. 정치권에서 종북 논란이 한창일 때였다. 여러 보수언론은 비전향 장기수 출신에게 대북무역을 허용한 과거 정부를 비판했고, 비전향 장기수 출신들을 싸잡아 ‘언제든 간첩으로 돌아설 수 있는 인물’로 비난했다. 하지만 취재 결과, 이씨는 1988년에 ‘사상전향서’를 쓴 것으로 드러났다.이씨 등이 수집했다는 군사기밀을 두고도 온갖 억측과 과장이 난무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들이 수집한 위치정보시스템 관련 기술이 북한에 넘어가 지난 4월 수도권 위치정보시스템 교란 공격에 쓰였을 것처럼 보도했다. 엔에스아이 4.0 기술이 넘어갔다면 북한의 로켓실험이 성공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경찰의 부실수사와 보수언론의 허위·과장보도가 만나 공안몰이만 벌인 셈이다.

정환봉 유신재 기자 bong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