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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13일 수요일

‘현오석 귀, 당나귀 귀’라고 말못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비극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3-03-13일자 기사 '‘현오석 귀, 당나귀 귀’라고 말못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비극'을 퍼왔습니다.

경제부총리 후보 오늘 인사청문회
재정부·기획원·개발연구원 동료들 평가 낙제점
현오석 옛 상사 강봉균 “현안 많은데
뭘 물어도 답이 없어”

현오석(63)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의 인사청문회가 13일 국회에서 열린다. 현 후보는 지난달 17일 후보로 지명된 뒤 야권과 시민단체들에 의해 여러 비리혐의와 의혹이 제기됐다. 참여연대는 청문회 당일 기자회견을 열고 본인의 병역면제와 장남의 병역특혜, 자녀 증여세 탈루 및 지각납부,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시절 판공비 유용과 공무원 클린카드 유흥업소 사용, 인천공항의 민영화 추진을 위한 무리한 평가 등 그동안 제기된 각종 비리 및 편법·탈법 의혹을 발표할 예정이다.하지만 현 후보에 대한 능력 검증은 지금껏 제대로 이뤄진 적이 없다. 재정부 출신의 한 고위 관료는 12일 “인사청문회에서는 개인의 도덕성 검증도 필요하지만 경제수장으로서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능력 검증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무엇보다도 현 경제상황이 만만치 않고 경기부양 대책, 가계부채, 경제민주화 이행, 부동산 대책 등 풀어야 할 경제현안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 경기고 인맥 업고 경제정책국장에
DJ 집권 뒤 ‘경제TF’ 지원 계기
청탁으로 자리 차지…결국 ‘좌천’
‘경제부 꽃’ 거치고도 1급 못올라

# 기획원 함께 근무한 전직 관료
기획원 출신 토론에 개성 강한데
그는 자기 생각 밝히는 일 없어
총대 메야할 일에도 절대 안나서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기획재정부 전신)은 경제부총리가 갖춰야 할 능력에 대해 “부총리가 말한다고 해서 다른 경제부처 장관들이 호락호락 듣지 않는다. 부총리는 여러 부처들을 이끌어갈 수 있는 리더십과 조정능력, 토론능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재정부의 핵심국장을 지낸 인사는 “경제부총리는 경제에 대한 비전, 현안별로 필요한 대책을 만들어내는 능력, 결정된 정책을 뚝심있게 밀고 나가는 소신, 결과가 잘못돼도 남에게 미루지 않는 책임감 등이 요구된다”고 말했다.현 후보가 오래 몸담았던 경제기획원과 재정부, 그리고 직전까지 재직했던 한국개발연구원에서 함께 일했던 옛 상사와 동료, 후배, 학자들은 현 후보에게 그리 후한 점수를 주지 않고 있다. 경제수장에게 요구되는 리더십·능력·소신·책임과는 거리가 있는 ‘4무(無) 후보’라는 평도 나온다. 한 전직 재정부 장관은 현 후보에 대해 “전혀 의외의 인사”라고 털어놓으며 “대통령이 개인적으로는 잘 몰랐을 것인데, 누가 추천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재정부의 한 전직 간부도 “경제부총리가 꼭 장차관을 한 사람일 필요는 없지만, 현 후보는 부총리감과는 거리가 있다”고 아쉬워했다.현 후보의 능력 검증에는 김대중 정부 출범기인 1998년 초 재정부 경제정책국장으로 발탁됐다가, 1년 반 만에 국고국장으로 좌천된 숨겨진 얘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경제정책국장은 ‘경제부처의 꽃’인 재정부에서도 핵심보직으로, 성장·물가·고용·복지 등을 총괄하며 장관의 지근거리에서 한국 경제의 ‘조타수’ 역할을 하는 자리다. 역대 경제정책국장들은 어김없이 1급으로 승진한 것도 이런 이유다. 하지만 1999년 5월 취임한 강봉균 재정부 장관은 현 후보를 석달 뒤 한직인 국고국장으로 발령낸다. 국고국장 재임기간도 불과 두달여에 불과했다. 현 후보는 이후 본부 밖의 자리인 국민경제자문회의 기획조정실장과 세무대학장을 거쳐 관직을 떠났다.도대체 1997년말~1999년말 2년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1997년 12월 대통령 선거가 끝난 뒤 김대중 당선자는 일군의 경제학자들에게 외환위기 극복을 위한 경제개혁안 마련을 은밀히 지시했다. 이들 학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외곽에 비공식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했다. 장하성 고려대 교수를 책임자로 해서 이동걸 전 금융감독위원회(금융위원회 전신) 부위원장, 유일호·유승민 새누리당 의원(한국개발연구원 박사 출신), 전홍택·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 박사, 최범수 신한금융지주 부사장(한국개발연구원 박사 출신) 등의 경제학자들이 대거 참여했다. 한 참여자는 “서울시내 몇몇 건물을 옮겨 다니며 작업할 정도로 보안을 철저히 해,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 털어놨다.

# 개발연구원의 박사들의 증언
청와대-상급부처 요구엔 ‘예스맨’
책임 돌아올 일은 결코 결론 안내
성장률 전망 ‘무리수’ 반발 사기도

# 한국경제 사령탑 부적격 논란
무능력·무소신·무책임·무리더십
“의외의 인사, 누가 추천했는지…”
경제수석 유능해도 팀워크 우려
성장론자로 경제민주화와 거리

현 후보는 이 팀의 지원 업무를 맡게 됐다. 당시 무보직 과장 신분이던 그에게는 절호의 기회였다. 그의 발탁에는 팀에 참여한 경기고 동문 인맥이 주요하게 작용했다. 지원 업무를 함께 맡은 진영곤 감사원 감사위원(당시 재정부 과장)도 경기고 출신이다. 태스크포스팀은 1998년 2월25일 새 정부 출범에 맞춰 작업 결과를 청와대에 보고하고 해산했다. 현 후보는 학자들의 논의 내용을 최종 보고서로 정리하는 역할을 맡았다.현 후보는 태스크포스팀 활동 기간 동안 인연을 맺은 김대중 정부의 실세들을 통해 경제정책국장을 맡고 싶다는 요청을 강하게 넣었다고 한다. 태스크포스팀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이종찬 당시 인수위원장(훗날 국정원장 맡음)을 통해 이규성 재정부 장관에게 추천이 들어갔는데, 이 장관이 현 후보를 경제정책국장이라는 핵심보직에 앉히는 것을 꺼려 몇번이나 거절하다가 결국 수용했다”고 말했다.

당시 인사는 잘된 결정이었을까? 현 후보를 경제기획원 시절부터 오랫동안 지켜봤던 한 관계자는 “보통 (현 후보 같은) 기획원 출신은 개성과 엘리트 의식이 강하고, 토론을 즐기는 등 자기 색깔이 강한데 현 후보는 전혀 다르다. 자기 생각이 분명치 않고, 무색무취하다. 회의할 때도 자기 의견을 밝히는 일이 없었다”고 말했다. 재정부 시절 함께 근무했던 한 전직 관료는 “공무원은 위의 지시 때문에 종종 총대를 메야 할 때도 있고, 회의에서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릴 때는 ‘내가 책임질게’ 하고 밀어붙이는 맛도 있어야 하는데, 현 후보는 그런 일이 없었다”고 말했다. 현 후보 같은 스타일은 위에서 지시한 일을 이행하는 것은 잘할지 모르지만, 리더 역할을 해야 하는 경제부총리에 적임인지는 의문이라는 지적이다.강봉균 당시 재정부 장관이 취임 석달 만인 1999년 9월 현 후보를 경제정책국장에서 한직인 국고국장으로 좌천시킨 것도 이런 평가와 무관치 않다. 강 전 장관은 당시 현 후보를 경질한 이유를 묻자 손사래를 치면서도 “(내가 무엇을) 물어도 답이 없더라”고 털어놨다. 1999년 당시는 외환위기 뒷수습을 위해 거액의 공적자금 투입, 대우그룹 워크아웃, 부실은행 해외매각 등 중대하고 시급한 경제현안이 그 어느 때보다 많았다.현 후보는 이명박 정부 들어 2009년 3월부터 한국개발연구원 원장을 맡은 뒤에도 무소신 행보로 일관했다는 증언이 많다. 연구원의 한 박사는 “청와대나 상급 부처가 지시하면 아무리 무리한 내용이라도 무조건 따르는 ‘예스맨’이었다”며 “회의가 몇시간씩 길어져도 자기에게 책임이 돌아올 일은 절대 앞장서서 결론을 내리는 일이 없다”고 말했다. 또다른 박사는 “2011년말 연구원에서 2012년 경제전망 자료를 준비할 때 성장률 전망치가 너무 낮다는 청와대의 지적이 있자, 전망치를 3% 초반에서 4%로 무리하게 높여 발표해 연구자들의 내부반발을 산 일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현 후보는 지난해 진보성향의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교수에 대해 4·11 총선 후보 경선 출마와 대외활동 사전 미승인 등을 이유로 징계할 때, “좌파 대학원이 되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며 자신이 주도하고서도 “밑에서 징계를 건의해 결재만 했을 뿐”이라며 책임을 회피하기도 했다.일각에서는 현 후보와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이 팀워크를 잘 이뤄, 조 수석이 주도적 구실을 하면 된다는 견해도 내놓는다. 하지만 경제수장이 허수아비 노릇을 하면 경제팀이 효율적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우려가 많다. 역대 정부의 경험을 봐도 경제수장이 제 역할을 못하면, 청와대 경제수석이 아무리 유능해도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할 때가 많았다. 전형적인 성장중심 시장주의자로, 엠비(MB) 노믹스를 옹호해온 현 후보는 박근혜 대통령이 공약한 경제민주화 추진에도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이 많다. 김종인 전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역설적으로 “현 후보는 자기 생각이 없으니 대통령이 시키는 대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현오석 후보와 함께 일했고, 곁에서 지켜봤던 많은 사람들이 대부분 경제수장과는 거리가 먼 ‘4무 후보’라고 지적하는데도, 그에 대한 능력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재정부 장관을 역임한 한 인사는 “곧 경제부총리로 임명될 사람에 대해 대놓고 험담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고 털어놨다. ‘현오석 귀는 당나귀 귀’라고 말하지 않는 한국 사회의 현실은 현 후보를 임명한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부메랑’이 될 위험성이 높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2012년 2월 26일 일요일

민주통합당 ‘재벌의 X맨’ 명단 공개


이글은 한겨레21 2012-02-27일자 기사 ' 민주통합당 ‘재벌의 X맨’ 명단 공개 '를 퍼왔습니다.
김진표·강봉균 전현직 원내대표, 노영민·박기춘 공천심사위원 등 민주당에서 암약하는 재벌의 X맨을 밝힌다…삼성장학생으로 성장해 재벌 규제 반대하고 FTA 찬성한 그들의 실체, 그리고 문재인·한명숙 논란의 진실


» 그래픽 장광석

“X맨을 찾아라!”
인기 예능 프로그램이던 의 부활이 아니다. 장소는 서울 여의도로 같지만, 주무대는 텔레비전 방송사가 아닌, 여야 정치권이다. 역대 X맨들은 강호동·박명수 등 인기 연예인들이었지만, 이번에는 국회의원을 포함한 정치인들이 주인공이다.
‘김진표·이광재 아웃’, X맨 낙선운동
X맨은 겉과 속이 다른 조직 내 배신자다. 새누리당의 차명진 의원은 지난 1월 말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 안에 X맨이 있다”고 주장했다. 당내에는 최재천 전 민주통합당 의원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김종인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을 겨냥한 것이라는 얘기가 파다했다. 김종인 위원은 대표적인 재벌개혁론자다. ‘재벌당’으로 불려온 새누리당과는 태생적으로 맞지 않는다. 하지만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당을 환골탈태하는 조처의 일환으로 그를 영입했다. 이후 새누리당은 한나라당이라는 이름까지 버리고, 새 정강·정책에 ‘경제민주화’를 명시하는 대대적인 신장개업에 나섰다. 여당 내 보수파들의 김 위원에 대한 공격은 경제민주화에 대한 반발로 비칠 수 있어 X맨 소동은 일회성 해프닝으로 끝났다.
하지만 야당의 X맨 파문은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 민주당은 이번 총선과 대선을 정권 탈환을 위한 절호의 기회로 생각한다. 여당이 ‘전신성형’의 논란을 불사하며 변신을 꾀한다 해도, 친재벌 정책으로 양극화를 심화한 이명박 정부의 원죄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핵심 선거 전략은 복지 확대와 경제민주화다. 민주당 내 X맨들로는 경제민주화와 재벌 개혁에 배치되거나 그런 전력이 있는 인물들이 꼽힌다. X맨 논란은 당의 정체성을 훼손시키는 것은 물론, 양대 선거에도 바로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다.
불길은 당 바깥에서 붙기 시작했다. 선대인 세금혁명당 대표,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 경제학자 우석훈씨, 소설가 서해성씨 등은 지난 2월12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의 X맨 낙천·낙선 운동을 공개 선언했다.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를 대표적인 X맨으로 실명 거론하고, ‘김진표 아웃’ 인터넷 사이트를 개설해 10만 명을 목표로 서명운동에 착수했다. 또 민주당 공천심사위원인 박기춘·노영민 의원도 경제민주화를 구현할 수 없는 인물로 지목했다. 인터넷 논객 오용석 개방과통합연구소장도 김 원내대표와 이광재 전 강원지사를 ‘재벌장학생’으로 적시하며, 민주당의 ‘경제정풍’을 촉구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도 2월16일 비준안 처리에 책임 있는 18대 의원 160명을 심판 대상으로 발표하며, 민주당의 김진표·강봉균·김동철·김성곤 의원 등 7명을 포함시켰다.
X맨 파동은 민주당 안에서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진보 성향의 한 전직 의원은 “당내 공천위원 7명 중에는 시민사회가 X맨 낙천 대상으로 직접 거론한 인물과 참여정부의 재벌 개혁 실패에 책임 있는 친노 386 멤버가 다수 포함돼 있다”며 “공천 탈락 대상이 공천 심사를 하고 있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수도권의 한 현역 의원은 “최고위원들이 나눠먹기식으로 공심위원을 임명한 결과”라며 “당은 진보를 선택했는데 공천위원은 보수인 상황에서 공천심사에 응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고민하는 예비후보가 많다”고 전했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오른팔이던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는 친노그룹 중에서 X맨의 핵심으로 불린다. 참여정부에서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이동걸 한림대 객원교수는 재벌 개혁이 실패한 요인의 하나로 그를 지목한다.
강봉균 등 모피아 X맨


» 김진표 원내대표. <한겨레21> 탁기형
» 강봉균 전 원내대표. <한겨레21> 김경호
» 김동철 의원. <한겨레> 이정우
X맨으로 꼽힌 김진표 원내대표는 ‘모피아’(기획재정부 출신 경제관료를 가리키는 합성어) 출신의 재선 의원으로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참여정부에서 경제부총리와 교육부총리를 지낸 데 이어, 민주당의 정책위의장과 원내대표를 차례로 맡았다. 김 원내대표는 참여정부 초기부터 경제민주화와 재벌 개혁에 역행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 시절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핵심 공약으로 내건 재벌 개혁에 대해 “자율적·장기적·점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해 ‘개혁 후퇴’ 논란을 빚었다. 선대인 대표는 “김 원내대표는 참여정부 초대 경제부총리 시절 법인세 인하를 내놓아 이명박 정부 감세정책의 터를 닦았고,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대한주택공사 분양원가 공개 요구를 ‘사회주의적’이라고 공격했으며, 골프장 무더기 건설 등 부동산 경기 부양책도 함께 추진했다”고 문제점을 조목조목 열거했다.
김 원내대표는 금융 당국이 2003년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에 외환은행 인수를 불법적으로 승인할 당시 경제부총리였다. 그는 2005년 교육부총리 시절에도 국립대 법인화에 시 
» 강봉균 전 원내대표. 김경호
동을 걸고, 사립대 등록금 인상 경쟁을 방조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2007년 민주당 정책위의장 시절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적극 추진했다. 오용석 소장은 “김 원내대표는 지난 두 차례의 민주정부 집권 시절 삼성 등 재벌의 앞잡이로서 이른바 ‘신자유주의 고속도로’를 깔아줘, 이후 이명박 대통령이 그 위를 고속 질주할 수 있게 했다”며 “서민경제 피폐화의 책임을 결코 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진표 원내대표는 최근 새누리당이 경제민주화를 담은 정강·정책을 발표하자 “경제질서를 망쳐놓고 후안무치한 행동”이라고 공격했다가, 김종인 위원에게서 “그런 얘기를 할 자격이 있느냐”고 역공을 당하기도 했다.
김진표 의원의 정체성 논란은 지난해 5월 원내대표 취임 이후에도 계속 이어졌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한국방송 수신료 인상안을 표결 처리하기로 당시 한나라당과 일방적으로 합의하고, 한-미 FTA 비준과 관련해 여당과 비밀리에 합의문을 작성했으며, 외환은행 매각에 대한 국정조사 추진을 포기한 채 국회 등원을 주도했다”고 지적했다. 김 원내대
» 김동철 의원. 이정우
표는 참여정부 이전부터 친재벌 경제관료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1993년 재무부 세제심의관 시절에는 김영삼 정부의 금융실명제 도입 사실을 삼성에 미리 알려줘 대비할 수 있도록 해줬다는 의심을 샀다. 그의 지역구는 삼성의 공장이 몰려 있는 경기도 수원 영통이다. 선 대표는 “김진표 원내대표는 경제민주화와 민생경제 개혁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며 “그가 원내대표로 있는 한 민주통합당은 도로 민주당이 될 우려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원내대표는 맞대응을 피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 쪽 인사는 “정면 대응을 하면 문제를 더 키우고 본질을 흐릴 수 있어 대응하지 않기로 했다”며 “당의 정체성이 중요하다는 데는 원칙적으로 동의하지만 FTA 협상과 관련해 여당과 몸싸움을 하지 말자고 한 것을 문제 삼는 것은 너무하지 않느냐”고 볼멘소리를 했다.
정체성을 의심받는 모피아 출신 정치인은 김진표 원내대표만이 아니다. 3선인 강봉균 의원은 김대중 정부에서 재정경제부 장관을 지냈고, 정책위의장과 원내대표를 역임한 거물이다. 그는 정책위의장 시절에 공공연히 재벌 규제의 상징인
» 박기춘 의원. 강창광
출자총액제한제(출총제)의 폐지를 주장했다. 출총제의 적용 대상을 축소하고, 각종 예외 조항을 양산해 껍데기로 만드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지적도 받는다. 그 외에 모피아 출신으로 이용섭·홍재형·장병완 의원 등이 꼽힌다. 이 중에서 정책위의장과 조세개혁특위를 겸하고 있는 이용섭 의원은 상대적으로 가장 개혁적이라는 평을 듣는다.
민주당의 X맨으로 몰리는 또 다른 그룹은 토건족과 한-미 FTA 찬성파들이다. 박기춘 의원(경기 남양주을)은 국회 국토해양위 소속으로 건설업계에 유리한 정책과 법안을 입안해온 대표적 토건족으로 꼽힌다. 그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남양주시의 시대정신은 토건”이라며 스스로 토건족임을 인정하며, “당의 정체성에 맞지 않더라도 당선될 사람을 공천해야 한다”고 퇴진 요구를 일축했다. 박 의원은 이성호 전 한나라당 의원의 보좌관 출신이다. 원내수석부대표를 맡고 있는 노영민 의원은 한나라당과의 한-미 FTA 합의문 작성을 주도한 일로 비난을 사고 있다. 박 의원과 노 의원은 공천심사위원을 겸하고 있어 논란을 더한다. 김성곤·김동철 의원은 한-미 FTA 비준과 관련해 역시 한나라당과의 합의 처리를 주장해 X맨으로 몰렸다. 김진표·강봉균 의원은 한-미 FTA와 관련해서도 퇴진 대상에 포함됐다.
문재인·한명숙도 X맨이다?

» 김성곤 의원. <한겨레> 이정우
» 노영민 의원. <한겨레21> 탁기형
»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 <한겨레> 자료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오른팔로 불린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는 친노그룹 중에서 X맨의 핵심으로 불린다. 참여정부에서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이동걸 한림대 객원교수는 재벌 개혁이 실패한 요인의 하나로 그를 지목한다. “대통령 주변에는 재벌의 입 노릇을 하는 측근이 있었다. 개혁과 관계없이 자기 영향력이나 입지를 지키기 위해 재벌·관료와 영합한 이들이다. 그 사람들을 중심으로 내부에서 재벌 개혁에 대한 조직적 반대가 많았다.” 참여정부의 개혁을 위해 참여했던 인사들은 이 전 지사를 중심으로 한 대통령 측근들과 경제관료들의 연합 세력에 의해 개혁그룹이 밀려나 재벌 개혁이 용두사미로 끝났다고 분석한다. 정태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장(전 국민경제자문회의 사무차장)은 “노 대통령은 사람을 임명하거나 정책을 맡길 때 개혁 인사와 관료가 서로 견제하도록 배치했는데, 대통령과 가까이 있는 이광재가 관료들과 손을 잡았으니 결과는 뻔했다”고 말했다.
이광재 전 지사의 친재벌 행각에 대한 증언은 다양하다. 윤석규 민주당 안산 상록을 총선 예비후보(전 열린우리당 원내
» 노영민 의원. 탁기형
기획실장)는 2002년 대선 전후 노무현 후보 캠프에서의 경험을 소개했다. “2002년 초 참여연대의 장하성 교수가 소액주주운동의 일환으로 삼성주총에 참여해 이학수 부회장을 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에 반대했을 때, 이광재가 대선 캠프 안에서 장하성 교수를 빨갱이 아니냐며 격렬하게 비판해 이상하게 생각했다.” 이 전 지사는 노 후보가 정식 후보가 된 직후인 2002년 5월 삼성경제연구소가 출간한 이라는 책을 들고 다니며 대선 공약에 반영하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전 지사는 2004년 국회의원에 당선된 뒤에는 노 대통령 직계 출신인 백원우·서갑원·이화영 등 386 출신 의원들과 의정연구회를 결성했다. 의정연구회는 국회에서 삼성경제연구소와 공공연히 공동 세미나를 열어 입길에 올랐다.
유력한 대선주자로 불리는 문재인 민주당 상임고문(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친노그룹의 큰형 격이다. 그는 새누리당의 텃밭인 부산 사상구에 출사표를 던지고 바닥을 훑고 있다. 문 고문은 최근 언론에 “경제성장의 혜택이 소수 계층에 편
»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 자료
중돼 서민의 삶이 팍팍해져 경제민주화가 절실히 필요하다”며 “노 대통령 시절의 실패 경험이 있어 더 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그를 대하는 시각은 엇갈린다. 한쪽에서는 노 대통령의 분신으로서 경제 개혁 실패에 대한 공동 책임이 크고, 재벌 개혁 실패에 대한 공식적인 참회가 없어 진정성이 안 보인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다른 쪽에는 그에게 큰 책임을 묻는 것은 너무 가혹하고, 더구나 재벌 개혁의 X맨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한다. 문 고문은 사석에서 참여정부의 개혁 실패에 대해 크게 탄식했다고 한다. 그는 2008년 2월 참여정부가 퇴장하기 직전 정권 초기에 참여했던 개혁 성향 인사들과 회동한 자리에서 “이럴 줄 알았으면 내가 욕먹더라도 재벌 개혁을 위해 노무현 대통령을 강하게 푸시할 걸 그랬다”고 후회했다. 당시 참석자 중 한 인사는 “문 고문이 ‘너무 순진하게 내 일만 잘하면 된다는 좁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고 탄식했다”고 전했다. 문 고문이 재벌 개혁 실패를 방관만 한 것은 아니라는 증언도 있다. 박영선 민주당 최고위원은 “2005년 삼성 금융계열사가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을 어긴 것을 제재하려고 법 개정을 논의할 때 청와대와 친노 인사들이 모두 반대해 힘들었는데, 문재인 당시 민정수석이 유일하게 도와줬다”고 말했다.
한명숙 민주당 대표는 참여정부 시절 총리를 지낸 대표적인 친노 인사다. 한 대표는 문 고문과 함께 과거 참여정부 시절 한-미 FTA 타결을 ‘참여정부 외교의 결실’이라며 칭송했던 사실과 관련해 시달리고 있다. 한 대표는 지난 2월8일 주한 미국대사관을 방문해 한-미 FTA 재협상을 요구하는 서한을 전달했다. 한 대표는 서한에서 “이명박 정권이 추진한 한-미 FTA는 국가 이익이 실종된 것이어서 그대로 발효할 수 없다”며 “재협상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폐기를 위한 조처를 취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하지만 위키리크스가 지난해 공개한 주한 미국대사관의 외교 전문에 담긴 내용을 보면, 한 대표는 총리 시절인 2007년 5월 알렉산더 버시바우 대사와의 오찬 모임에서 “내년 봄 새 정부가 들어서기를 기다리기보다 이번 가을에 협정이 비준되길 희망한다”고 말한 것으로 돼 있다. 이명박 정부가 재협상을 통해 자동차 부문 등에서 미국에 조금 더 양보한 것은 있지만 노무현 정부의 한-미 FTA 안과 본질적으로 큰 차이는 없다. 참여정부 시절 한-미 FTA에 찬성했던 정치 지도자들이 지금은 사회적 양극화를 심화할 것이라며 180도 돌변했으니 국민으로서는 혼란스러울 수 있다. 트위터에서는 ‘한명숙은 여자 김진표’, 문재인은 ‘남자 한명숙’이라는 말까지 돌고 있다. 문재인 고문 쪽에서는 “문 후보가 지난 2월13일 민주당 공천 면접장에서 한-미 FTA와 관련해 ‘문제 조항 폐기를 위한 재협상이 필요하다는 당론과 같다’는 견해를 밝혔고, 노무현재단 차원에서도 이미 그런 공식 입장을 정리해 발표했다”고 해명했다.
겉으로만 재벌 개혁 주장 의원 많아


아예 ‘X맨의 몸통=노무현 전 대통령’이라는 주장도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정치·사회 분야 개혁과 달리 경제 개혁에 소극적이었고, 경제팀에 개혁적 인사를 포진시켜야 한다는 의견을 무시하고, 초대 경제부총리에 모피아 출신인 김진표씨를 임명했다. 김진표씨는 경제부총리 취임 일성으로 법인세 인하를 내놓았다. 법인세 인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내걸었던 선거 공약을 정면으로 뒤집는 것이었다. 정권 초기 서슬이 시퍼런 상황에서 경제부총리가 대통령의 재가 없이 그런 얘기를 감히 입 밖에 낼 수는 없었을 것이다. 윤석규 예비후보도 노 전 대통령과 삼성의 관계에 대해 증언하다. “이학수 삼성 부회장이 부산상고 선배이고, 초선 의원 시절부터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노무현 후보가 당선된 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구성됐고, 2개월간의 활동 결과를 묶어 ‘국정운영 백서’가 작성됐다. 이때 이와 별개의 ‘국정과제와 국가운영에 대한 어젠다’라는 제목의 국정운영 백서가 후보에게 전달됐는데, 그 보고서 작성 주체가 삼성경제연구소로 알려지고 있다. 후보 시절 캠프에 몸담은 한 인사는 “이광재뿐만 아니라 노 대통령 자신이 후보 시절 유세를 다니며 삼성경제연구소가 발간한 정책자료집을 지인들에게 읽어보라고 권했다”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의 정책 중에는 삼성이 아이디어를 제공한 게 여럿이라는 얘기는 꽤 알려져 있다.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 동북아경제중심 국가론, 한-미 FTA 추진 등이 대표적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벌 개혁에 성공한 첫 대통령이 되겠다”고 다짐했지만, 정권 초기부터 재벌에 자신의 뇌와 심장을 맡긴 셈이다. 정태인 원장은 “참여정부 초기 경제 개혁을 위해 함께한 이정우 청와대 정책실장, 이동걸 금감위 부위원장 등 핵심 인사들은 모두 삼성 때문에 나갔다”며 “이정우 실장은 금산법 개정 때 삼성 봐주기를 반대하다가, 이동걸 부위원장은 삼성생명 상장과 관련해 보험가입자의 몫을 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다가 그렇게 됐다”고 말했다. 박영선 최고위원은 2007년 5월 노 대통령과의 일화를 들려준다. “대통령이 따로 불러서 갔어요. 노 대통령이 ‘재벌 개혁을 정부 출범 초기에 빨리빨리 해야 한다는 박 의원 말이 맞았다’며 ‘그랬으면 시장권력이 재벌에 넘어가는 것을 막을 수 있었을 텐데’ 하고 후회하더군요.”
민주당 안에서 정체성과 관련해 당내 X맨 색출이 본격 제기된 것은 처음이다. 민주당에서 낡은 정치 청산 같은 수준을 넘어 당의 정체성에 대한 본격적인 고민이 시작된 것 자체가 불과 몇 년 안 된다. X맨 파동은 무엇보다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실패 경험이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수도권의 한 중진 의원은 “정치적 민주화의 근저에는 내 삶이 나아질 것이라는 유권자들의 기대가 있었지만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간 경제민주화라는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는 데 미흡했다. 이제는 그것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현재 인적 구조나 인식 수준을 보면 설령 집권에 성공하더라도 경제민주화와 재벌 개혁이 또다시 용두사미로 끝날 수 있다는 걱정이 적지 않다.
일부에서는 ‘제2의 노무현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제기한다. 민주당 경제민주화 특별위원회에 참여했던 한 외부 인사는 “(여기까지 온 것도) 기적”이라며 “그럴 위험성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겉으로는 민주당 의원들이 모두 경제민주화 열기로 뜨거운 것처럼 비치지만, 실제 내부 온도는 싸늘하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올해 들어 잇달아 경제민주화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그 원동력은 지난해 여름 경제민주화 특위를 구성하고, 외부 인사들을 적극 영입해 정책 개발에 힘써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밖에서 보는 것과는 차이가 크다고 한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위원회 구성에서는 당내 인사가 다수를 차지하지만 그동안 현역 의원들 중에서 회의 참석자는 거의 없었다”며 “특위에 참석한 한 의원은 출총제 부활 등 논의 안건에 사사건건 반대하고, 밖에서는 경제민주화의 전도사처럼 행세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 재벌 개혁에 관해 나서서 얘기하는 민주당의 현역 의원들은 천정배·정동영·박영선·박선숙 등 손에 꼽을 정도다.

»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 소설가 서해성씨, 경제학자 우석훈씨, 선대인 세금혁명당 대표(왼쪽부터)가 지난 2월12일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서 김진표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를 경제민주화를 가로막는 ‘X맨’으로 지목하고 낙천·낙선 운동을 선언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제공

다시 분주해진 재벌들의 손
그래서 특정 인사들 탓이 아니라 당의 전반적인 체질과 인식이 근본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한 중진 의원은 “김진표 대표에 대해 뭐라고 하는데, 그를 탓할 것 없다”며 “그를 원내대표로 뽑은 것은 다름 아닌 민주당 의원들 아니냐”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계는 2010년 7월 민주정부 10년 평가와 과제에서도 잘 드러난다. 민주당은 보고서의 총론 평가에 해당하는 35쪽에서 “재벌 대기업에 대한 특혜의 집중 및 문어발식 사업영역 확장, 산업자본의 금융지배 문제 등은 해소했다”며 재벌 개혁에 대해 오히려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듯이 표현했다. 개혁 실패에 대한 일반의 냉엄한 평가와는 큰 차이를 보인다. 한 중진 의원은 “지금 상태로는 (경제민주화를 제대로 이룰) 가망이 거의 없다”고 회의적으로 말했다. 반면 박영선 최고위원은 “신자유주의의 폐해가 너무 크다는 것을 국민이 절감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고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
재벌들의 보이지 않는 손도 작용하고 있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이미 삼성 등 재벌들의 로비가 세게 시작됐다”며 “당선 가능성이 있는 의원들은 맨투맨식으로 만나 지원을 미끼로 회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특위 멤버는 “의원들이 굳이 재벌의 눈 밖에 나지 않으려는 눈치보기가 심하다”고 말했다.
재벌 개혁 이후의 한국 경제에 대한 청사진이 분명하게 제시되지 못하는 것도 미흡한 점으로 꼽힌다. 재벌 위주의 불균형 성장에 따른 폐해를 강조하지만, 재벌 개혁이 혹시 재벌의 경쟁력을 떨어뜨려 한국 경제가 좌초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두려움을 불식시키지 못한다는 것이다. 노무현 정권 출범 초기에 재벌 개혁이 실종된 결정적 계기는 SK 분식회계, 신용카드 사태 등이 터져 경제가 휘청거리게 된 것이다. 다음 정부도 재벌 개혁에 나섰다가 경제가 조금만 흔들리면 언제든 후퇴할 수 있다. 민주당 경제민주화특위 멤버인 홍종학 경원대 교수는 “재벌 개혁과 경제민주화는 재벌은 물론 한국 경제의 경쟁력을 높이자는 것”이라며 “재벌 개혁과 함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보편적 복지도 그것에 순기능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재벌 위주에서 탈피한 새로운 성장전략에 대한 성과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국민이 신뢰할 정도로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박선숙 의원은 “집권 이후 정책 우선순위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특정 세력들에 의해 좌지우지되지 않도록 국정운영의 청사진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제2의 노무현’식 개혁 실종을 막으려면 과거 재벌 개혁 및 경제민주화 실패에 대한 반성과 한-미 FTA에 대한 태도를 더 명백히 밝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당 지도부가 자기 생각과 행동을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며 “한진중공업, 제주 강정마을, 쌍용자동차 등 주요 현안들에 대해 제대로 보여준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노무현 정부 때부터 한-미 FTA를 반대해온 천정배 의원은 최근 “한-미 FTA가 잘못 협상된 것임이 명백하게 드러난 이상, 민주당은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며 국민께 사죄하고 잘못 체결한 협약을 폐기시켜야 한다”고 지도부에 촉구했다.
발등의 불은 코앞의 공천이다. 민주당의 공천심사위원장을 맡은 강철규 전주 우석대 총장은 최우선 공천 기준으로 “재벌 개혁을 제대로 할 사람을 뽑겠다”고 강조했다. 당 밖의 낙천·낙선 운동도 여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선대인 대표 등은 “민주당이 만약 X맨들을 공천할 경우 경제민주화 의지가 없는 것으로 판단해 한명숙 대표의 사퇴를 요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오용석 소장은 “김진표 대표 등 원내 X맨들과 이광재 등 원외 삼성 장학생들을 민주당에서 가시적으로 배제하는 공천 기준을 밝혀야 한다”고 압박했다.
특정 인사들 탓이 아니라 당의 전반적인 체질과 인식이 근본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한 중진 의원은 “김진표 대표에 대해 뭐라고 하는데, 그를 탓할 것 없다”며 “그를 원내대표로 뽑은 것은 다름 아닌 민주당 의원들 아니냐”고 말했다.
일단은 ‘6인방 퇴출’로 시작하지만
이런 민주당의 X맨 퇴진론은 여당에서 제기되고 있는 이명박 실세 퇴진론과 비교된다. 현재까지 시민단체들의 타깃은 모피아 출신의 김진표·강봉균 전·현직 원내대표, 공천심사위원인 노영민·박기춘 의원, 한-미 FTA 합의 처리를 주도한 김동철·김성곤 의원으로 압축돼 ‘X맨 6인방’으로 불린다. 한 초선 의원은 “본인들의 결단에 맡길 일이지, 누가 누구를 돌로 내려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신중론을 폈다. 하지만 한 총선 예비후보는 “당의 정체성을 진보로 설정해 경제민주화와 보편적 복지를 핵심 공약으로 제시하고, 이에 장애물이 되는 한-미 FTA 반대를 천명한 상황에서 이에 배치되는 인물들을 공천에서 탈락시키는 것은 당연하지 않느냐”며 “문제 인물들은 당과 본인을 위해 지금이라도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예비후보는 “최근 분위기가 좋다고 해서 민주당이 자만했다가는 큰코다칠 수 있다”며 “국민이 민주당을 신뢰하게 만들려면, 좋은 정책의 개발과 함께 능력 있는 사람들을 대거 영입해서 이번 총선에서 당선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곽정수 기자 jskwak@hani.co.kr
김기태 기자 kk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