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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월 14일 목요일

우리도 핵무장? “원자력 발전 막는 섣부른 핵민족주의”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2-13일자 기사 '우리도 핵무장? “원자력 발전 막는 섣부른 핵민족주의”'를 퍼왔습니다.
문정인 교수·군사전문가 등 “미국은 배치할 전술핵 자체가 없어… 우라늄까지 회수해갈 것”

북한이 3차 핵실험에 성공하자 사실상 핵보유국임을 인정해야 하며, 북한 핵무기에 대해 자위적인 억제력 확보를 위해 미국의 과거 전술핵 재배치 또는 자체적인 핵개발 등 ‘우리도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목소리가 여권 및 보수일각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실효성과 현실성도 없을 뿐 아니라 북한의 핵확산을 막지도 못할 것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가장 먼저 핵무장의 포문을 연 것은 정몽준 새누리당 전 대표였다. 정 전 대표는 12일에 이어 13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북한이 핵무장을 하면 우리도 최소한의 자위력을 확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미국에 설득해야 한다”며 “이웃집 깡패가 최신형 기관총을 구입했는데 돌멩이 하나 들고서 집을 지키겠다고 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이제 북핵을 머리위에 둔 상태에서 북한의 처분에 우리의 안보와 생명을 맡기고 살아갈 것인지, 아니면 어떠한 희생을 무릅쓰고라도 북한 핵을 없앨 것인지 결단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 핵무장의 결단을 촉구한 것이다.
원내 중진인 원유철 새누리당 의원도 “최소한의 자위책 마련차원에서 북한 핵 해결 시 즉각 폐기를 전제로 대한민국의 핵무장 선언 필요성과 더불어 미 전술핵의 한반도 재정비의 필요성, 북핵 해결 전 전시작전권 전환 및 한미연합사 해체시기 재조정의 검토의 필요성에 대한 종합적이고 다각적인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거들었다.
무엇보다 구체적인 논거와 행동의 필요성을 역설한 것은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현 조갑제닷컴 대표)이다. 조 대표는 12일 ‘국가생존 차원에서 자위적 핵무장을 결단할 때’라는 글을 통해 “국제사회가 북의 핵개발을 막지 못했으므로 우리는 공개적으로, 당당하게 핵무장 의지를 천명해야 한다”며 10가지의 논거를 폈다. 그는 △국가 지도부가 결심만 하면 한국은 단기간에 핵폭탄을 만들 수 있으며 질과 양에서 북을 압도할 수 있고 △원자력 기술 강국인 한국은 핵폭탄 제조에 필수적인 플루토늄 재처리 시설이나 고농도 우라늄 농축시설을 우리 기술로 만들 수 있을 뿐 아니라 핵폭탄 제조도 단기간에 가능하며 △재처리 대상인 사용후 핵연료와 고농축의 대상인 우라늄 보유량도 어머어마하다고 주장했다.
조 대표는 또한 현재 한국의 핵무장을 막고 있는 핵확산 금지 조약(NPT) 및 한미원자력 협정을 벗어나기 위해 NPT 탈퇴와 원자력 협정을 개정해야 한다며 “대응 핵무장을, 국가생존을 위한 주권 행사로 규정하고, 이 논리가 먹히려면 강력한 외교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핵개발 자체는 비밀로 해도 핵개발 의지는 공개 선포해야 하며, ‘핵을 폐기시키기 위한 핵개발, 즉 평화의 핵’임을 당당하게 강조해야 한다는 것도 그의 주된 논리이다. 핵무장에 대한 국민투표도 방법이며, 자위적 핵무장 운동은 한국인이 오랜 노예근성과 事大主義를 극복하게 만드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고 설파했다.

지난 2006년 10월 미국의 군사전문지 '글로벌 시큐리티'가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북한의 1차 핵실험 가능 지역으로 주목했던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주변을 촬영한 지오아이 위성사진. 2013.2.12 ©연합뉴스

국제사회 경제보복에 대해 조 대표는 “安保를 위하여는 경제적 손해도 감수해야 할 때가 있다”며 “시장경제 체제를 가진 나라끼리 경제제재를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했다. 조 대표는 향후 서울시청과 광화문 일대에서 수십 만 명이 모이는 '핵무장 촉구 국민대회'를 지속적으로 열고, '핵주권 행사에 의한 자위적 핵무장'은 올해 애국운동의 가장 중요한 주제(주제)여야 한다고 ‘선동’하기도 했다.
조 대표는 13일엔 한국의 핵실험을 해도 미국이 절대 한국을 제재할 수 없다는 논리도 폈다. “미국에 있어서 한국은 전략적, 경제적, 군사적 몸값이 영국, 프랑스, 독일, 인도에 못지 않는 나라가 됐”으며 “우리는 참을 만큼 참아 왔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조선일보도 이날 신문 사설에서 “당장의 선택 대안 가운데 하나는 한반도 비핵화 선언이 북의 무효 선언으로 백지화돼 버린 만큼 1991년 한반도 비핵화 선언을 전후해 철수시켰던 미국 전술핵을 재배치하는 것”이라며 한국의 핵무장을 역설했다. 조선은 “한국과 한국 국민은 북핵을 머리에 이고 나라의 안보와 국민의 생사를 북한의 처분에 맡기는 것보다는 상당한 위험과 희생을 무릅쓰고라도 자신을 스스로 지키기 위해선 ‘원치 않은 결단’을 내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미국과 중국이 절박하게 실감토록 만드는 것”이라고 촉구했다.
세계일보도 사설에서 “‘이에는 이, 눈에는 눈’으로 대응하는 전략 수정이 필요하다”며  “핵폐기물 재처리조차 하지 못하도록 한 한·미 원자력 협정부터 바꿔야 한다”고 우리나라의 자체 핵개발 필요성을 주문했다.
이 같은 주장은 실효성과 현실성, 비핵화 목표 등 모든 측면에서 맞지 않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문정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3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온당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자칫 국내 원자력 발전 자체가 중단될 수 있는 섣부른 핵민족주의”라고 비판했다.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 이치열 기자 truth710@

문 교수는 우선 미국에 전술핵 재배치를 요구하자는 주장에 대해 “이미 아버지 조지 부시 정권 때부터 미국이 전술핵을 폐기해왔으며, 1990년대 초 군산에 배치된 것을 빼간 이유는 전술핵을 사용하는 것보다 지키고 보안을 유지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훨씬 더 컸기 때문”이라며 “최근 미국의 전략개념에서 사라진 방안”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한국의 자체 핵무장론에 대해 문 교수는 “과거 박정희 정권 때 핵개발을 시도했던 경험 때문에 박근혜 정부 들어 그런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 같지만, 문제는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어디서 가져올 것이냐에 있다”며 “우리가 올해 한미원자력협정 재개정 협상에서 원자력의 사용후 재처리(후행주기)를 허용해달라고 요구했으나 미국이 허용해주지 않았다. 그 이유로 미국은 핵무기로 사용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몰래 들여와 만든다면 NPT 규정 위반이 돼 당장 IAEA(국제원자력기구) 산하 NSG(핵연료공급그룹)에서 핵 연료 공급을 해주지 않게 돼 우리 원자력 발전 자체가 중단될 수 있다”며 “그래도 기어이 우리가 개발해서 성공할 겨우 북한이 과연 두려워하겠느냐. 핵억제가 아니라 되레 핵확산을 가중할 것이고, 일본과 중국까지 나서는 등 동북아는 핵 도미노 현상에 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이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것은 오만에 가득찬 섣부른 핵민족주의라고 문 교수는 역설했다.
군사전문가인 김종대 디펜스21 편집장도 이날 인터뷰에서 전술핵 재배치론에 대해 “미국이 한국에 갖다놓을 핵무기가 없을 뿐 아니라 미국에 90년대에 전술핵을 떼어갈 때 유럽 등 전세계의 핵을 다 떼갔다. 당시엔 이미 전술핵 무용론이 광범위하게 퍼져있었다”며 “첨단무기인 전술핵을 배치하려면 주한미군 추가배치 및 관리문제가 갖는 위험성과 정치적 부담을 않아야 하는데 이것을 미국이 왜 하겠느냐”고 비판했다.
김 편집장은 “북한 핵실험 사태의 문제는 핵확산 여부인데, 미국이 추구하는 것도 핵확산을 막자는 것인데 한국에 배치하는 것 자체가 핵확산이 되는 모순에 놓이게 된다”며 “동맹이라 모든 것을 미국이 다 해주리라라는 것은 착각”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제재를 감수하고서라도 NPT 탈퇴에 이은 핵보유를 선언할 경우에 대해 김  편집장은 “여지껏 우리가 국제사회 룰을 지키면서 경제발전을 이룩해왔는데, 모든 관계의 단절을 불사하고 자체 핵무장을 한다는 것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조선일보나 조갑제, 새누리당의 목소리와 달리 중앙일보와 중앙일보 등 보수신문은 “한반도 비핵화 자체를 포기할 수 없으며 우리 스스로 핵무장을 할 수도 없다”(중앙) “동북아의 핵도미노를 초래할 수 있어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견해가 많다”(동아)고 지적했다.

조현호 기자 | chh@mediatoday.co.kr  

2013년 1월 18일 금요일

박근혜, '핵무장' 판도라의 상자 여는가?


이글은 프레시안 2013-01-17일자 기사 '박근혜, '핵무장' 판도라의 상자 여는가?'를 퍼왔습니다.
美에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요구…논란 확산

박근혜 당선인이 기어이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가? 박 당선인이 핵무장의 사전 단계인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를 가능케 하는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을 미국에 요구해 논란이 예상된다.

박근혜, 동북아시아 핵 확산 물꼬 트나

박근혜 당선인은 지난 16일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차관보 등 미국 정부 대표단을 만난 자리에서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에 대한 강의 의지를 드러내며, "핵폐기물 처리 문제가 대선 공약으로 얘기할 정도로 중요하고 절실한 문제인 만큼 국제 사회가 신뢰할 좋은 대안을 마련하고 논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런 박 당선인의 발언은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허용을 위한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을 공식 요청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간 핵산업계는 '핵발전소에서 나오는 사용 후 핵연료를 재처리하면 96퍼센트 재활용이 가능해, 최종 처분할 폐기물의 양이 줄어 처리 비용, 시설 규모 등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박 당선인도 이런 핵산업계의 주장을 다시 한 번 읊은 것.

하지만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문제는 그렇게 간단치 않다.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과정에서 나오는 플루토늄이 핵무기로 전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정의행동이 즉각 "박근혜 당선인의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언급에서 과거 핵무기 개발을 추진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의 모습이 연상된다"고 반발한 것도 이런 사정 탓이다.

한국이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를 추진할 경우, 동북아시아 핵 확산의 물꼬가 터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미 일본은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를 통해 상당량의 플루토늄을 확보해 놓은 상태이고, 핵발전소를 가동 중인 타이완 등도 언제든지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프로그램을 가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가 한국의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를 사실상 불허해온 것도 이런 국제 관계를 염두에 두고 이해해야 한다. 핵에너지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해온 이명박 정부가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을 추진하면서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가능성을 타진했으나, 미국 정부가 난색을 표한 것도 이런 배경 탓이다.

핵연료 재처리, 돈만 배로 드는 정책

핵산업계 주장대로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가 실제로 핵발전소에서 나오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에 도움이 되는지를 놓고도 반론이 많다.

핵산업계의 논리대로라면, 그 동안 미국, 영국, 일본, 프랑스 등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프로그램을 가동 중인 나라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에 대한 뾰족한 해법을 제시했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이들 나라를 포함한 핵발전소를 가동 중인 전 세계 서른 개 나라 모두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등을 설치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영국, 일본, 프랑스 등은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시설에서 방사성 물질 유출, 노동자 피폭 등 각종 사고가 발생해 여론의 따가운 질타를 받는 상황이다. 재처리를 통해서 사용할 수 있는 핵물질의 비율도 1퍼센트 안팎이어서, 고농축의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99퍼센트는 그대로 남는다.

이렇게 재처리 후에도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이 남기 때문에 재처리가 직접 처리보다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환경운동연합은 17일 낸 논평에서 2011년 11월 일본원자력안전위원회 자료를 인용해 "재처리 후에도 최종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은 필요하기 때문에 직접 처리보다 재처리가 두 배나 더 많은 비용이 든다"고 지적했다.

ⓒ뉴시스

환경 단체 "재처리는 한반도를 핵의 위협에 빠뜨릴 것"

환경운동연합은 "'북한의 핵 개발은 용납할 수 없으며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던 박근혜 당선인이 핵무기로 전용될 수 있는 플루토늄을 생산하는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를 하겠다는 입장은 이율배반"이라며 "박 당선인은 핵 확산을 막아야 한다는 원칙에서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에서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허용 요구를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핵연료의 포화 상태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방법은 재처리가 아니라 핵 발전을 줄이는 것"이라며 "사용 후 핵연료가 걱정된다면 박근혜 당선인은 이명박 정부의 핵발전소 확대 정책부터 수정해야 마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마지막으로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정책은 한반도를 핵의 위협에 빠뜨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강양구 기자

2012년 7월 3일 화요일

아시아 신냉전, 한국이 최전방이다


이글은 시사인 2012-07-03일자 기사 '아시아 신냉전, 한국이 최전방이다'를 퍼왔습니다.
중국이 아시아 해역 통제권을 노리자 미국은 일본 병력을 빼내어 남중국해까지 방어선을 넓혔다. 불안해진 일본은 핵무장을 내비친다. 한국은 변화된 미군 전략의 핵심이 되었다.

아시아·태평양에 격랑이 일고 있다. 일본이 마침내 핵 무장화 가능성이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젖혔다. 2010년부터 노골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며 역내 세력 판도까지 뒤흔들기 시작한 중국 군사력 증강에 대한 위기감의 발로로 보인다.


6월14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2+2회의(외교 ·국방장관 회의) 역시 예사롭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한·미·일 3자 안보 협력을 확대 강화하겠다는 기존 내용을 뛰어넘어 한국과 미국이 중국과 아세안 국가들 간의 남중국해(남지나해) 영유권 문제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며, 심지어 ‘인도의 동방정책 전략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인도와의 대화·협력 및 교류를 증진할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고도 한다. 그동안 북한 핵 문제 등 주로 한반도 안보 현안을 다루던 한·미2+2회의에서조차 이제는 아시아 현안이 이슈다. 아시아·태평양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일본의 느닷없는 핵 무장화 움직임, 그리고 유라시아 대륙의 극동 한국을 갑자기 아태 지역으로 끌어들이는 미국은 왜 뭔가를 서두를까.

일본은 왜 불안한가

지난해 11월17일 오스트레일리아(호주) 의회에서 있었던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아시아 중시 선언, 그리고 올해 1월5일 오바마 대통령이 리언 패네타 미국 국방장관과 같이 발표한 새로운 국방전략 지침 등으로 그동안 중동과 유럽에 머물던 미국의 아시아 복귀가 본격화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미국 아시아 전략의 중심축이던 일본은 요즘 불안감에 휩싸였다. 오키나와와 일본 본토에 주둔하던 미국 해병대 병력의 ‘엑소더스 재팬’ 움직임 때문이다.


지난 2월8일 미·일 양국 정부는 오키나와 주둔 미국 해병대 1만8000명 중 4700명을 우선 괌으로 이동 배치하기로 했다. 2006년 오키나와 후텐마에 있는 미군 기지를 같은 섬 내의 헤노코로 옮기고, 동시에 미국 해병대 1만8000명 중 8000명을 괌으로 이동시킨다고 했던 약속의 일부를 이행한 것이다. 나머지 3300명 중 2500명은 이미 지난해 11월17일 오바마 대통령의 오스트레일리아 방문 시 북부 다윈에 주둔시키기로 양측이 합의한 바 있다. 남은 병력도 하와이나 미국 본토, 필리핀 등 해외 미군 기지에 순환 파견할 방침이다.

과거에는 나가라고 떼밀어도 꿈쩍 않던 미군이 지난해 말부터 자발적으로 떠나기 시작했다. 일본 식자들이 최근 흐름 중 하나로 주목하는 게 바로 지난 5월14일~6월8일 일본 본토 이와쿠니 기지에서 미 해병대원 170명이 괌 북쪽, 사이판 인근의 티니안 섬까지 날아와 군사훈련을 한 사실이다. 원래 티니안 섬에는 일제 때 일본군이 만든 군용 활주로 몇 개가 있었는데, 그 후 미군이 사용하다 국제공항으로 쓰는 한 개만 남기고 1947년 이래 사용한 적이 없다. 하토야마 정권 시절인 2010년 4월, 티니안 섬 의회가 오키나와 후텐마 기지 대신 미국 해병대를 유치하겠다며 만장일치로 결의안을 채택한 바 있지만 미군은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런데 2년 만에 티니안 섬이 유사시 미군의 집결지로 급부상한 것이다. 이번에 훈련하러 온 군인들은 다시 원대 복귀했지만 미국 국방부가 최근 티니안 섬의 노스필드를 미군 기지로 부활시킨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아시아 중시’를 밝힌 미국이 정작 아시아 주둔의 중추였던 오키나와와 주일 미군 기지에서 이탈하는 흐름을 보이는 데 비해, 티니안 섬처럼 그동안 주목받지 못하던 여타 지역들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군 기지로 사용하다가 냉전 이후 폐쇄했던 옛 기지들이다. 베트남의 캄란만, 타이의 우다바오, 필리핀의 수빅과 클라크 기지 등이 바로 그곳이다. 

최근 패네타 미국 국방장관이 베트남 측에 캄란만을 다시 미군의 기항지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고, 거의 같은 시기에 미군 통합참모본부장도 타이와 필리핀을 방문했다. 특히 방콕 남쪽의 우다바오 기지를 인도적 지원 및 나사(NASA)의 탐사를 위한 시설로 미군에 빌려줄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또 최근에는 미군의 공격형 잠수함이 우호 방문이라는 명목으로 필리핀 수빅에 기항하기도 했다. 제주강정마을의 해군 기지 역시 미군의 새로운 아태 지역 기지 목록에 추가될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으며, 관계 개선을 서두르는 미얀마(버마)에도 미군 기지가 들어설 것이라고 한다.

미군 재편의 배경에 있는 것

서두에 언급한 일본의 핵무장화 움직임이나 한·미2+2회담의 기묘한 결론 역시 지난해 말 이후 아시아 복귀를 본격화한 미국의 이 같은 행보와 직간접으로 연동돼 있으리라 보인다. 일본이 핵 무장화 카드를 꺼낸 것은 바로 불안감의 표현이라 할 수 있을 것이고, 한국을 아태 지역 현안으로 끌어들이는 움직임 역시 최근 미국이 베트남·타이·미얀마 등으로 대중(對中) 포위전선을 확대하는 흐름과 직결돼 있다고 할 수 있다.

ⓒAP Photo 6월14일 열린 ‘한ㆍ미2+2회의’에서 두 나라 외교ㆍ국방장관들은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에 관심을 갖기로 협의했다

그렇다면 이런 흐름을 관통하는 미국의 의중은 무엇일까. 무엇이 미국을 서두르게 하고 미국은 어떤 그림을 그리는 것인가. 적어도 2010년 5월까지만 해도 미국은 중국의 움직임에 대해 관망하는 듯했다. 그런데 2010년 5월 미국의 상황 인식과 대처 방향을 보여주는 움직임이 한꺼번에 드러났다. 

첫 번째는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이 2010년 5월 재향군인회 연설에서 “미군이 전례 없이 위험한 환경 아래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실시해온 항공모함을 주체로 한 전략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라고 선언한 것이다. 

두 번째는 마찬가지로 2010년 5월, 미국 국방부 산하 전략예산센터(CSBA:Center For Strategic and Budgetary Asse-ssmets)가 그동안의 연구 성과의 하나로 공해전(AirSea Battle, ASB) 전략을 공표했다는 점이다. 전략예산센터는 1973년부터 국방부 총괄평가국장으로 근무 중인 앤드루 마셜의 영향 아래서 움직이는 조직이다. 

마지막 세 번째는 역시 2010년 5월 발표한 미국 국가안전보장전략(NSS)에서 ‘아시아·태평양 5개국(한국·일본·오스트레일리아·필리핀·타이)과의 동맹이 아시아 안전보장의 초석이고, 아시아·태평양 지역 번영의 기반’이라고 새삼스럽게 규정한 점이다.

이 세 가지 움직임은 일관된 흐름으로 연결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더 이상 항공모함을 주축으로 한 미국의 전략이 유효하지 않다는 게이트 장관의 현실 인식하에 국방부 전략예산센터가 공해전 전략을 들고 나왔고, 그 속에서 한국·일본·오스트레일리아·필리핀·타이가 아시아 안전보장의 초석으로 등장한 것이다. 이때 이미 한국이 미국의 새로운 아태 전략의 틀 속에 깊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동풍-21D의 위용

항공모함을 축으로 한 미국의 전통적인 전략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게이트 장관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것은 대단히 큰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미국 항공모함 부대는 해군력의 중심적 존재로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70년 가까이 전 세계 바다에서 군림해왔다. 냉전 시대 소련이 잠시 견제했으나 냉전 이후 20년간은 자유자재로 함재기에 의한 전력 투사를 행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런데 게이트 장관 말에 따르면 아시아·태평양에서는 이런 미국 항공모함의 슈퍼맨적인 행동이 제약을 받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바로 2009년 4월 중국 인민해방군 창설 60주년 기념사열 때 첫선을 보인 동풍-21D 미사일 때문이다(46쪽 상자 기사 참조). 동풍-21D를 둘러싼 구구한 억측에도 불구하고 공통된 것은 그것의 실전 배치로 인해 그동안 미국 아태 전력의 주력군이던 미국 항공모함이 고철 덩어리로 전락해버렸다는 점이다. 더불어 아태 지역의 군사력 판도도 중국 우위로 역전되기 시작했다. 사정거리 1500㎞ 이상이면 중국 대륙 어디에 배치해도 미국 항공모함이 중국 근해에 접근하는 게 불가능할뿐더러, 오키나와와 일본 본토의 미군기지, 심지어 일본의 심장부 역시 자유자재로 타격이 가능하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세계 최강 미국이 이에 맞설 무기가 없다. 바로 1987년 12월8일 옛 소련과 맺은 중거리핵전력조약(INF)에 따라 사거리 500㎞에서 5500㎞인 지상발사형 중거리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을 모두 폐기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직 항공모함을 위주로 한 미국의 아태 전력은 동풍-21D 앞에 속수무책이 되어버린 것이다.

중국의 전략적 변경론과 남중국해 사태

2009년 이후 동중국해(동지나해)와 남지나해에서 본격화한 중국의 무력시위 역시 사태를 더욱 꼬이게 했다. 중국은 1990년대 초부터 ‘종합국력’(경제력과 군사력의 총합)의 증감에 따라 국경선이 늘기도 하고 줄기도 한다는 중국 특유의 ‘전략적 변경론’에 입각해 황해·동중국해·남중국해에 대해 영유권을 주장해왔다. 1992년 제정한 영해법 역시 그 일환이다. 

ⓒXinhua 군사 퍼레이드에 참석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종합국력에 따라 국경선이 늘어난다는 주장을 군사적으로 실현하고자 한 게 바로 1980년대 류화청 해군사령관이 주창한 제1열도선(중국 측 표현은 제1도련선)과 제2열도선(제2도련선) 개념이다(42쪽 지도 참조). 즉 2010년까지 제1열도선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하고, 항공모함이 건조되는 2010년 이후 2020년까지 제2열도선에 대해서도 제해권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현재의 관점에서 보자면 먼저 제1열도선에 대해서는 통제권 확보, 그리고 제1열도선과 제2열도선 사이의 바다에 대해서는 미국과 동맹국의 함대 및 전력 투사에 대한 접근을 거부하고 영역 내 기지들을 무력화하는 단계, 즉 ‘접근 저지/영역 거부(Anti Access/Area Denial, A2/AD) 전략 단계’라 할 것이다. 그동안 이론적 수준으로 여겨졌던 중국 해군의 A2/AD 전략이 동풍-21D의 등장과 더불어 현실성을 띠기 시작한 것이다.

바로 2009년부터 중국 측은 남중국해에 대한 영유권 주장의 강도를 높였다. 중국이 주권에 준하는 핵심적 이익 지역으로 여겨온 티베트, 타이완에 이어 남중국해 역시 핵심적 이익의 일부로 포함시켜버린 것이다. 2010년 3월2~3일 중국을 방문한 제프리 A. 베이더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선임부장과 제임스 B. 스타인버그 국무부 부장관에게 중국 측은 ‘이제 중국의 핵심적 이익의 일부가 된 남중국해에 대한 어떠한 간섭도 용서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았다고 한다. 

그 뒤 3월2일부터 있었던 필리핀 석유 탐사선에 대한 중국 감시선의 방해 행위와 5월26일 베트남의 배타적 경제수역에 접근한 중국 감시선 3척에 의한 베트남 국영 석유회사의 조사용 케이블 절단 사건, 그리고 이때부터 시작된 베트남과의 충돌, 그리고 9월에 조어도(센카쿠 열도) 앞바다에서 있었던 중국 어선의 일본 해양감시선 충돌 사건 등 1년 내내 크고 작은 사건이 끊이지 않았다.

공해전 전략의 등장

남중국해에서 벌어진 중국의 일련의 무력시위에 대한 미국의 첫 반응이 2010년 6월5일 로버트 게이츠 장관의 싱가포르 연설에서 등장했다. 남중국해에서 항해의 자유를 저해하는 무력행사 및 행동에 반대한다는 것이었다. 그 뒤 7월23일 하노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연설에서 클린턴 국무장관은 “남중국해에서의 항해의 자유는 미국의 국익이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관망 자세를 보여오던 미국의 대중국 정책이 변화를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멀게는 닉슨 이후 오바마 정권 초기의 G2론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대중국 정책은 키신저, 브레진스키 등 친중파 전략가들의 조언에 따른 관여 정책, 즉 공존·공영의 추구였다. 그러던 것이 2010년 중반을 거치면서 ‘유라시아 대륙에서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어떠한 세력의 등장도 허용하지 않는다’는, 지난 100년간 미국 보수 본류가 견지해온 ‘패권 저지 전략’으로 회귀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시기적으로 너무 늦었다는 지적이 많다. 종합국력에서는 미국이 여전히 중국에 앞서지만, 미국 경제력은 쇠퇴기에 접어들었고 중국은 성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 앞으로 10~15년 뒤 중국이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는 데 대해서는 전문가들이 거의 이견이 없다. 더구나 지난해 의회의 결의로 미국 국방비는 향후 10년간 약 5000억 달러에서 1조 달러까지 삭감될 처지여서 새로운 군사력 증강이 쉽지 않다. 국내의 한 안보 전문가는 “미국 스스로도 10~15년 정도를 본다. 그렇게 해서 안 될 경우 공동 패권으로 가거나 아니면 물려주고 떠나거나 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미국 혼자 힘으로 이미 중국의 부상을 막는 게 어려운 것도 현실이다. 그래서 중국에 위협감을 느끼는 아태 지역 동맹국 및 우호국의 결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미국 공식 문서상에서 공해전 전략이 처음 등장한 것은 바로 2010년 QDR(4개년 국방검토 보고서)였다. 그러나 미국 내부적으로는 이미 2010년 5월부터 국방부 산하 전략예산평가센터에서 연구 발표가 있었고, 이에 따라 2011년 8월에는 공군·해군·해병대의 통합기관(ASBO: Air-Sea Battle Office)이 이미 가동된 상태이다.

공해전 전략은 이처럼 미국이 항공모함 위주의 기존 전략으로는 중국에 밀리는 상황에서 새롭게 세운 전쟁 개념이다. 우선 아태 지역 미군을 과거 오키나와 기지에 결집시켜왔던 것에서 벗어나 티니안 섬과 괌, 베트남의 캄란만, 타이의 우다바오, 필리핀의 수빅과 클라크 기지, 오스트레일리아의 다윈 등으로 분산 전개한다. 이 상태에서 일단 전쟁이 발발하면, 첫 번째 단계에서는 미사일 방위를 가동하면서 현재 일본 본토의 가데나, 이와쿠니 등에 배치돼 있는 주일 미군 항공기를 괌과 티니안 섬으로 옮기고 미국 항공모함도 중국 미사일의 사정거리 바깥으로 이동한다. 그 대신 잠수함 부대를 활용해 제1열도선 내부에서 공격을 가하고, 위성미사일로 중국의 우주전력을 격파하여 중국군의 목표 식별 능력을 무력화하며, F-22, B-2 등의 스텔스기 및 순항미사일로 중국군의 지휘 관제시설을 무력화한다. 사이버 공격으로 통신 네트워크의 기능을 마비시키기도 한다. 2단계는 제1단계 작전이 성공리에 진행될 경우 해상교통로 방위와 후방지원 기지를 강화하고 중국 본토 봉쇄 및 에너지 시설 파괴 등 장기전으로 끌고 가는 것으로 돼 있다.

이 같은 공해전 전략 1단계를 보면 일본의 불안감을 이해할 수 있다. 중국의 막강한 미사일 공격 앞에서 그동안 일본 방위의 주체였던 미국 항공모함과 항공기가 자기 살기 위해 대피하는 데 급급하기 때문이다. 결국 자체 방어를 위한 일본의 군사력 증강 움직임에 시동이 걸리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최근까지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일본이 대신 확보해 전력 균형을 맞추거나 다탄두인 동풍-21D 앞에서 이미 한물간 MD 시스템을 더욱 미국과 일체화해야 한다는 등의 논의가 있었다. 핵 무장화의 길을 연 일본 의회 움직임 역시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문제는 한국이다. 국내 한 군사 전문가는 미국의 중국 포위 전략을 큰 그림에서 보자면, 중국 남부 해안 방면에서는 필리핀이 전방, 오스트레일리아가 후방을, 중국 동부 해안 방면에서는 한국이 전방, 일본이 후방 역할을 맡게 되는 모양새라고 설명했다. 미군 전략상 중국 베이징과 가장 가까이에 위치한 평택 기지의 중요성도 더욱 부각될 수밖에 없다. 잘못하면 앞에는 중국 미사일이요, 뒤에는 핵 무장화까지 열어놓은 군사대국 일본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남문희 기자 | bulgot@sisain.co.kr   

2012년 6월 22일 금요일

日, 원전 재가동 이어 '핵무장' 가능성도 열어놓아


이글은 프레시안 2012-06-21일자 기사 '日, 원전 재가동 이어 '핵무장' 가능성도 열어놓아'를 퍼왔습니다.

일본이 지난달 초 가동이 완전히 정지됐던 일본 내 상업용 원전 재가동을 결정한 데 이어 원자력 관련법에 핵의 군사적 이용 가능성을 열어놓는 조항을 삽입해 논란을 부를 것으로 보인다.

21일(현지시간) 에 따르면 일본 국회는 20일 원자력규제위원회 설치법의 부칙에 들어있는 원자력기본법의 기본방침을 34년 만에 수정했다.

일본 국회가 이번에 개정한 부칙 12조는 원자력 연구와 이용의 평화적 목적을 규정한 원자력기본법 2조에 '원자력 이용의 안전확보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 및 재산의 보호,환경보전과 함께 국가의 안전보장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항목을 추가했다. '안정보장에 이바지한다'라는 조항은 각료회의에서 결정되지 않았지만 보수 성향 자민당과의 협의 과정에서 포함됐다.

게다가 일본 정부는 이러한 부칙이 포함된 법안이 일본 하원인 중의원을 통과하기 전까지 내용을 공개하지 않아 국민들이 사전에 알 기회를 빼앗았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일본 내 지식인들은 이번 부칙에 포함된 '안정보장의 이바지'라는 표현의 의미가 모호해 핵을 군사적 목적으로 이용할 가능성을 열어놓았다고 지적하는 상황이다. 이들은 이번 결정이 일본이 핵무장을 하지 않겠다고 결정한 최초의 법률인 평화헌법 '비핵 3원칙'의 기초를 제공한 원자력기본법의 취지를 무색하게 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 이후 지난달 5일 일본 내 상업용 원자로 50개가 완전히 가동을 멈춘 뒤 두 달이 지나지 않아 후쿠이(福井)현 오이(大飯) 원전 3, 4호기를 재가동하기로 결정해 반원전 여론의 비난을 산 바 있다.

▲ 지난 17일(현지시간) 일본에서 열린 반원전 집회 장면. ⓒAP=연합뉴스

일본 정부는 여름철 전력난 해소를 위해 재가동을 결정했다는 입장이지만 후쿠시마 원전 사고 검증 결과도 나오지 않은 시점에서 안전이 완전하게 보장되지 않은 재가동을 밀어붙인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관리를 맡고 있는 도쿄전력은 20일 발표한 최종보고서에서 사고 원인을 '예상한 높이를 웃돈 쓰나미'로 규정하고 사고 이후 수습과정에서 사태가 악화된 것 역시 정부의 지나친 개입 탓이라고 주장해 빈축을 샀다.

 /김봉규 기자

[사설] 일본 ‘핵 야욕’, 초기에 확실한 경고 보내야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6-21일자 사설 '[사설] 일본 ‘핵 야욕’, 초기에 확실한 경고 보내야'를 퍼왔습니다.

일본이 핵무장을 하겠다는 속셈을 공식화했다. 그동안에도 군대 보유와 교전권을 부인하고 있는 평화헌법 제9조의 개정을 통해 ‘보통국가’를 추구하고 있는 일본의 우파가 간간이 핵무장의 필요성을 언급한 적은 있지만, 법률로 그 가능성을 본격 제기하고 나온 건 처음이다. 과거사에 대한 불철저한 반성 탓에 여전히 주변국의 우려와 경계를 사고 있는 일본의 이런 무도한 움직임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일본 의회는 그제 원자력규제위원회설치법 부칙에 원자력 이용의 안전 확보는 ‘안전보장에 이바지한다’는 문구를 집어넣었다. 이로써 일본 ‘원자력의 헌법’이라고 불리는 원자력기본법의 기본방침이 34년 만에 수정됐다. 한마디로 꼬리로 머리를 흔드는 편법을 통해 핵무장의 법적 길을 튼 것이다.일본이 이런 구차한 방식으로 법을 만든 것을 보면 스스로도 이런 일이 떳떳하지 않음을 알고 있는 것 같다. 더욱이 법안이 중의원을 통과할 때까지 이런 내용을 공개조차 하지 않았다. 여론의 반발과 비판을 피하려는 꼼수로 짐작된다. 그래도 군사대국화를 향해 나아가겠다는 지향만은 분명하게 엿볼 수 있다. 같이 개정된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설치법에서 우주 활동을 ‘평화 목적에 한정한다’는 부분을 삭제한 것과도 아귀가 맞는다.물론 일본이 핵무장으로 나아가는 데는 많은 난관이 있는 게 사실이다. 핵을 만들지도 보유하지도 들여오지도 않는다는 비핵 3원칙, 평화헌법, 일본 안의 반핵 여론, 미-일 동맹, 주변국의 우려 등 하나도 만만하게 돌파할 수 있는 게 없다. 하지만 긴 시간에 걸쳐 주변사태법(1999년)→대테러지원특별법(2001년)→이라크부흥지원특별법(2003년)을 제정하면서 자위대의 활동 범위를 야금야금 넓혀온 일본의 행태를 돌아보면 경계를 늦출 수 없다.일본은 그동안 세계 유일의 핵 피폭국이라는 점을 내세워 원자력 평화외교를 주도해왔고, 국제사회에서 이런 점을 인정받아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나라로서 유일하게 핵연료 재처리 시설을 가동하는 특혜를 받았다. 또한 북한 핵개발에 대해서도 강한 압박을 가해왔다. 이런 점에서 일본의 이번 움직임은 스스로 키워온 가치를 부정하는 것이자 일종의 국제적 사기라고도 할 수 있다.일본은 그들의 몰역사·무반성적 태도를 주변국이 얼마나 싸늘한 눈으로 지켜보고 있는지 절실하게 깨달을 필요가 있다. 우리 정부는 지역 평화를 해칠 수 있는 일본의 움직임에 초기 단계부터 확실한 경고를 보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