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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월 8일 화요일

지하에 4대강? GTX에 13조 쏟아붓는다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1-08일자 기사 '지하에 4대강? GTX에 13조 쏟아붓는다'를 퍼왔습니다.
[이슈 브리핑] 박근혜 정부, 도로·철도 예산 급증… 현대차 꼼수, 최병승씨만 정규직 전환

1. 오늘 첫 소식. 아폴로 눈병이 유행이라고요?

= 급성출혈성 결막염이라고 하는데요. 보통 여름에 유행하는데 올 겨울 일교차가 크고 건조해서 환자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난달 마지막 주 전국 80개 의료기관으로부터 보고된 급성출혈성결막염 환자는 모두 338명. 한 달 전보다 65% 늘어났습니다. 9살 이하 어린이가 28%로 가장 많았고. 주로 집단생활을 많이 하는 아동과 청소년, 직장인들 사이에서 흔하게 나타나는데, 특별한 치료 방법이 없어서 가능한 눈에 자극을 주지 않고 빨리 병원을 찾는 게 중요합니다. 병원에 가도 안약 정도를 넣어주고 만다고요. 1~2주 정도 지나면 자연스럽게 회복되는 경우가 많지만 일부의 경우에는 시력이 떨어지거나 눈이 부시는 후유증이 몇 년 동안 지속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예방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잘 씻고 눈을 만지지 말라고 합니다.

2. “강에 붓던 돈, 길에 푼다”는 말은 뭔가요.

= 수자원 부문 예산이 크게 줄어들고 도로와 철도 예산이 크게 늘어난 것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대통령 선거 직후 정치권이 약속했던 각종 지역현안을 반영한 결과인데요. 도로와 철도망 구축사업을 위한 예산이 전년보다 각각 9096억원과 9954억원 늘어났고 수자원 부문 사회간접자본 예산은 1705억원 줄어들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대구순환고속도로에 새롭게 30억원이 편성됐고, 부산외곽순환고속도로 건설사업에 100억원을 더 투입한 2400억원이 책정돼 보상비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됐습니다. 강원도 설악~외서간 도로 17개 구간과 동광주~광산 고속도로 확장 사업, 경북 영덕~울산 고속도로와 봉화~울진 국도 확장 사업 등등. 이밖에도 경기도와 서울 도심을 연결하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 GTX 3개 노선에도 100억원이 배정됐습니다. 총 사업비 13조원 이상이 들 것으로 예상되는데, 일단 기초 예산만 배정된 상태입니다. 이 때문에 벌써부터 부동산이 들썩거린다는 뉴스가 나오고요. 아직 예비타당성 검사도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추진하는 거라,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도 있습니다. 의정부 경전철처럼 수요 예측이 뻥튀기 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됩니다.

3. 사상 첫 미혼 대통령이 들어오면서 청와대에 변화가 많을 거라고요.

= 우선 제2부속실이 축소 또는 폐지될 것으로 보입니다. 김윤옥 여사를 보좌하는 제2부속실의 직원은 모두 6명인데요. 대통령 부인의 격려금이 포함된 특수활동비(256억9600만원)나 사회단체와의 간담회비(3억3800만원) 등이 삭감될 것으로 보입니다. 청와대 경호처도 대통령 부인을 위한 10여명의 전담 조직을 운영하고 있는데 대폭 축소될 전망이고요. 대통령 부인이 청와대 밖으로 나갈 경우 경호 의전 차량 2대가 함께 움직이는데, 실제 운용하는 차량 외에 수리, 정비, 대기하는 차량까지 7~8대라고 합니다. 대통령 부인이나 직계 존비속을 전담하는 경호 인력도 줄어들 전망입니다.

3-1. 영문 호칭도 고민이라고요.

= 보통 ‘마담 프레지던트(Madam President)’라고 부르는데, 이게 기혼 여성에게 해당하는 거라, 외국 대사들에게 문의를 했다고 합니다.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여성에게 쓰는 미즈(Ms)를 써서 ‘미즈 박’으로 부르는 것이 제일 무난하다는 답변을 많이 들었다고 하죠. ‘미즈 프레지던트(Ms. President)’나 ‘허 액셀런시(Her Excellency)’도 거론됩니다.

김문수 경기도 도지사의 선거 공약이었던 GTX 사업에 예산이 배정됐다. GTX 노선 예상도 .

4. 63빌딩 크기 소행성이 다가온다는 뉴스도 있네요.

= 여의도 63빌딩 크기의 소행성 아포피스가 내일, 오후 8시43분 지구에서 144만7000km 떨어진 지점까지 접근합니다. 지구와 달 사이 평균의 3.8배 거리인데요. 이 정도면 충돌할 걱정은 안 해도 될 듯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해가 뜬 이후 지나가 눈으로 관측이 안 된다고 하고요. 한 바퀴 돌아 16년 후인 2029년 4월14일에는 3만1600km까지 가까워진다고 하는데.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이때는 지구와 충돌할 확률이 23만3000분의 1 정도라고 합니다. 이 정도 크기의 소행성이 이렇게 가까이 접근하는 건 1000년에 한 번 꼴이라고 하는데요. 지구중력의 영향으로 궤도가 바뀌면 2036년 4월13일에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5. 심부름센터를 집중 단속한다는 뉴스도 있네요.

= 옛날에는 흥신소라고 불렀죠. 심부름센터는 말 그대로 심부름을 대행해주는 대가로 돈을 받는 곳인데, 최근에는 뒷조사는 물론이고 개인정보 수집이나 불법 채권 추심(떼인 돈 받아드립니다, 그런 현수막 보셨죠?), 청부살인까지 각종 불법행위로 사회 문제화하고 있죠. 경찰은 전국에 1574개의 심부름센터가 성업 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경찰청 관계자는 “수사인력을 총동원해 입체적인 단속을 할 것”이라면서 “피해자는 물론 피해사실을 아는 모든 사람이 적극적인 신고와 제보에 나서달라”고 당부했습니다.

6. 문인들이 선거법 위반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고요?

= 선거를 앞둔, 지난 12월14일 소설가와 시인 등 문인 137명이 한 일간지에 “우리는 정권교체를 원합니다”라는 제목의 의견 광고를 냈는데. “그가 진보적인 대통령이어서가 아니라 그가 약자의 신음에 더 잘 귀 기울일 것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답은 정권교대가 아닌 정권교체입니다” 등의 내용이었습니다.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가 공직선거법 93조를 위반했다며 소설가 손홍규씨를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검찰 수사가 확대되면 문인들이 줄줄이 소환될 가능성도 있다고 하는데요. 손씨는 “광고는 문인들이 모금을 해 낸 것이며, 불법인 줄 몰랐다”면서 “작가들의 진정성을 헤아려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선관위 관계자는 “광고 내용이 위중하다고 본다, 고발 취소는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했네요.

7. 주식시장에서 무려 1조6000억원어치 잘못된 주문이 나왔다고요? 어떻게 된 건가요.

= 어제 2시7분 전후 코스피200 지수선물 3월물 매수주문 12만계약이 들어왔습니다. 금액은 1계약당 1억3000만원이었다, 모두 1조6000억원어치죠.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홍콩 쪽 외국인이 국내 증권사를 통해 주문을 냈고, 알고리즘 거래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매수주문 12만건 가운데 5만건을 취소했는데 3만건 정도가 체결된 것으로 확인됐고요. 실수라 해도 매수자가 오늘 정오까지 체결된 계약의 일부, 3000억원 정도를 증거금으로 지불해야 합니다. 증권가에선 체결된 물량이 일시에 청산될 경우 시장 충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일단 매수주문을 냈기 때문에 매도주문을 내서 반대 매매를 해야 청산이 되는 거죠. 대규모 매도 주문이 쏟아져 나올 경우 주가가 흔들릴 수도 있습니다.

8. 오늘 조성민 선수 영결식이 있죠. 베르테르 효과를 우려하는 뉴스도 있네요.

=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1명이 자살했을 때 평균 6명이 심각한 충격을 받는다고 합니다. 2011년 한해 국내 자살자가 1만 5906명이니 같은해 9만 5000여명이 주변인의 자살로 트라우마(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를 겪는다는 이야기죠. 전문가들은 집단적 가치를 좇는 우리 사회 분위기 때문에 오히려 자살이 주변인으로 퍼지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합니다. 김석호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 논문에 따르면 가족 등 주변 사람이 자살했을 때 ‘자살 생각계수’는 0.101을 나타냈습니다. 0에서 1에 가까울수록 자살을 생각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인데요.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도 자살률이 높은 나라입니다. 쌍용자동차 연쇄 자살 사태에서 보듯이 주변의 관심이 절실합니다.

9. 청소년이 절반으로 줄어들 거라는 소식은 뭔가요.

= 그야말로 저출산 쇼크입니다. 청소년 인구가 50년 뒤에는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어제 여성가족부가 발간한 청소년백서에 실린 내용인데요. 9∼24세 청소년 인구가 지난해 102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20.4%를 차지했습니다. 2050년이면 595만명(12.4%)으로 줄어들고 2060년에는 501만명(11.4%)으로 현재의 절반 수준에도 못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청소년 인구는 1980년 전체 인구의 36.8%인 1401만명이었는데요. 그 뒤로 계속 줄어들고 있습니다. 성비 불균형도 심각해서 2011년 우리나라 전체 성비가 100.3명인데 비해 9∼24세는 111.7명으로 나타났습니다. 청소년 인구가 줄어들면 생산가능인구에도 영향을 미쳐 노동 공급이 줄어들면서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상대적으로 노인계층이 늘어남에 따라 사회보장비용 지출 부담이 커지게 됩니다.

10. 이정환 기자가 뽑은 오늘의 뉴스는.

= 현대자동차 소식 두 가지가 있습니다. 어제부터 주간 2교대 근무가 시범 실시됐는데요. 지금까지 주간조는 오전 8시에 출근해 오후 5시에 퇴근하고 야간조는 오후 9시에 출근해서 다음날 오전 6시에 퇴근했습니다. 밤샘 근무를 했던 거죠. 주간연속 2교대제가 실시되면 오전조는 오전 7시부터 오후 3시40분까지 일하고 오후조는 오후 3시40분부터 다음날 오전 1시30분까지 일하게 됩니다. 평소보다 3시간 일찍 퇴근하니까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어리둥절하다는 반응도 있었는데요. 노사는 시간당 생산대수(UPH)를 늘리고, 휴일 근무와 라인 배치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생산량을 늘리기로 했습니다. 다만 임금 보전 문제를 두고 갈등의 지점이 남아있습니다.

10-1. 다른 소식은요.

= 송전 철탑에서 농성 중인 현대차 비정규직 최병승씨, 어제 사측이 정규직으로 고용해주겠다는 통보를 해왔습니다. 9일부터 정규직으로 고용되므로 출근을 하라는 건데요. 사규에 따라 근태관리를 하겠다는 겁니다. 7일 결근을 하면 강제로 해고처리를 하겠다는 거죠. 상당수 신문들이 주간 2교대제 소식만 전하고 최병승씨 소식은 빼먹고 있습니다. 최병승씨 등은 비정규직 8500명을 전원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사측은 일단 최병승씨만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어제부터 주간연속 2교대제 시범운영에 들어가면서 특별교섭 재개 논의는 22일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사회적 비난이 심해지자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10-2. 최병승씨 입장은 어떤가요.

= 당연히 비정규직을 전원 정규직화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나 혼자 정규직 전환을 받아들이면, 수년간의 소송과 철탑농성을 거쳐서야 불법파견을 인정받은 나와 같은 사례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거죠. 2010년 7월, 대법원은 2년 이상 사내하도급이면 사실상 정규직이라며 최병승씨를 정규직으로 받아들이라는 판결을 내렸는데요. 현대차는 최병승씨만 받아들이겠다고 꼼수를 부리고 있는 겁니다. 다른 8500명도 정규직이 되고 싶으면 최병승씨처럼 재판을 해서 이기라는 이야긴데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이정환 기자 | black@mediatoday.co.kr  

2012년 10월 27일 토요일

"아들아 미안하다, 엄마를 용서해다오"


이글은 프레시안 2012-10-26일자 기사 '[천의봉의 철탑일기] 내가 15만 볼트 송전철탑 오른 이유'를 퍼왔습니다.
[천의봉의 철탑일기] 내가 15만 볼트 송전철탑 오른 이유

지난 18일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인 최병승, 천의봉 씨가 울산공장 내 송전철탑에 올라 고공농성에 돌입했습니다. 노동부, 경찰, 검찰, 정치권 할 것 없이 아무도 현대자동차의 '불법파견'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나무 판자 하나에 몸을 의지한 채 열흘이 넘게 15만4000볼트 전기가 흐르는 철탑 위에서 고공농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은 농성을 이어가는 동안 천의봉 사무국장의 '철탑일기'를 실을 예정입니다.

2012년 10월 22일. 농성 6일차

비가 온다 해서 어제 그 난리를 쳤지만 다행히 아침에 눈을 뜨니 비는 오지 않았다. 철탑을 지키려던 조합원 100여 명이 있었기에 철탑 위의 날씨는 후끈하게 느껴졌다. 평소 출근 투쟁하는 대오보다 많은 100여 명이 모여서 일주일을 알리는 출근투쟁을 시작했다. 일주일동안 여기를 지키느라 지칠 만도 한 조합원들은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이곳을 사수하고 있었다.

오늘부터는 사수대오가 줄어든다. 조합원들이 허기진 배를 채우고 현장으로 돌아간다. 저녁 내내 잠잠했던 하늘도 바뀌어 먹구름이 철탑 위를 뒤덮고 있다. 하늘도 뭔가 비장한 각오를 한 모양이다. 비 올 채비를 마쳐놓은 상태다. 좁은 공간에 걸쳐진 판자는 바람에 요동을 친다.
오늘 울산본부 주최 문화제가 열린다. 그렇지만 하늘은 우리에게 공간을 열어주지 않았다. 문화제 시작과 동시에 비가 쏟아 붓기 시작했다. 여기 내가 있는 곳은 15만4000볼트 전기가 흐르는 고압전선 송전탑이다. 나는 전기를 무지 싫어한다. 어렸을 때 아버지 친구들과 배터리를 가지고 물고기를 잡으러 갔는데 뒤에서 물고기를 주워 담다가 내가 감전되고 말았다. 

여기에 앉아 있으면 별 생각이 다 든다. 어렸을 때 12볼트에 잠깐 기절했는데 천둥번개가 쳐서 철탑으로 전기가 타고 흐르면 이게 몇 볼트인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잠깐 후회를 해본다. 술 먹으면서 병승이 형이랑 송전탑에 오르기로 약속했던 그 날을.

밖에 집회문화제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지그시 눈을 감고 기도를 해본다. 비는 와도 좋은데 천둥번개만 치지 말라고. 바람이 세게 불었지만 비로 인해 온몸이 다 젖은 나는 철탑을 잡을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그나마 내가 앉아있는 곳은 나무 합판이어서 전기는 안 통할 거라 생각한다.

폭우로 인해 문화제는 중간에 취소되고 비를 피하려는 조합원들은 하나둘 씩 눈에서 멀어지고 있었다. 조합원들이 앞에 있을 때는 괜찮다고 스스로 나를 달래봤는데 조합원들이 하나둘 씩 안 보이기 시작하니 나의 불안감은 더 커져가고 있다. 긴장감을 없애기 위해 담배를 꺼냈는데, 이런 젠장! 라이터도 물에 젖어 켜지지가 않는다. 입에서는 자연스레 욕이 나온다.

그렇게 두어 시간이 흐르고 비는 그쳤다. 비 때문에 잠깐 꺼내지 못한 내 전화기에는 수십 통의 문자와 몇 통의 부재중 전화가 와 있었다. 힘내라는 문자와 응원격려 메시지였다. 이 문자를 보며 아까 잠시 후회했던 그 순간이 미워진다. 응원 격려 메시지와 함께 내 마음도 다독거려 본다. 내 몸이 나의 몸이 아니라 10년간 현대차에 한을 품고 있는 조합원들의 몸이라고. 850만 비정규직의 몸이라고.

아래를 내려다 보니 철탑 밑 농성장도 분주하다. 비 맞고 몸 상한 데는 없는지 걱정이다. 젖은 옷을 갈아입고 지나가는 비와 함께 나의 하루도 지나간다.

▲ 대법원에서 정규직이라고 판결받은 최병승(아래) 조합원과 천의봉 비정규직지회 사무장(위). ⓒ뉴시스

2012년 10월 24일. 농성 8일차

따사로운 햇살과 함께 나른한 오후를 즐기고 있을 때쯤 이상한 기분이 든다. 비정규직지회 임원·상근집행부 카톡방에 "지회장 경찰이 잡아감"이라는 문자가 뜬다. 여기저기 수소문을 해보았지만 아직 벌어진 상황에 대해 다들 어리둥절하다. 곧바로 지회장 카카오톡이 뜬다. '연행 중이라면 어떻게 문자를 남기지?' 생각하고 다시 카톡방에 들어가서 "이런 장난치지 마세요"라고 문자를 남기니 조직부장에게 "장난이 아닙니다"라고 다시 문자가 온다.

순간 머리가 삐쭉 섰다. 눈앞이 캄캄해지고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앞으로 이 상황을 어떻게 돌파해야 하지? 어제 지회장의 '현대차 울산공장 2차 포위의 날 호소문' 문구 중에 이런 말이 순간 떠오른다.

"제가 있는 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철탑까지 걸어서 20분 거리입니다. 그 짧은 거리를 갈 수 없습니다. 제 눈으로 동지들을 보고 싶지만 볼 수가 없습니다. 10월 26일, 수 천, 수 만의 동지들이 저의 눈이 되어 주십시오. 저의 눈이 되어 두 동지들의 안전을 확인해주십시오." 

지회장이 연행된 동부경찰서까지는 차로 20분인데 나 역시 지회장한테 가지 못한다. 참 눈물 난다. 처음 임원으로 결의할 때 박현제 지회장은 결혼 10년이 지나서야 어렵게 가진 딸이 있었다. 그 딸 10개월 핏덩이를 두고 노동조합 정상화를 위해 가족을 버리고 지회장이 될 것을 결의했다. 순간 고여 있던 눈물이 주체를 못하고 흘러내린다.

흘러내리는 눈물을 머금고 잠시 나약해졌던 나의 마음을 다시 잡아 본다. 내가 여기서 나약해지면 안 된다. 지회장 체포는 회사와 정부의 오판이다. 수장만 잡아가면 이 싸움을 못할 거란 오만한 생각이다. 하지만 전체 조합이 지회장이 되고 전체 조합원이 임원이 되어서 다시 들풀처럼 일어서리라. 밑에 조합원들도 어려운 분위기이건만 나보고 먼저 힘내라 한다.

이때 마침 시골 어머니께서 전화를 하셨다. "아들이 미안하다. 너는 그 높은 데 바깥에서 자는데 따뜻한 방에 누워있는 이 엄마를 용서해다오." 가슴에 북받친 설움이 다시 한 번 밀려온다. 다 같이 잘살자고 여기서 고생하는 거니깐 조금만 참아 달라고 어머니를 달래본다. 어머니가 나를 키우는 과정에서 무진장 고생하셨는데. 어머니 연세가 65세다. 나를 키우느라 몸도 성한 데도 없다. 이제 내가 어머니 호강시켜드려야 하는데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당당히 정규직 쟁취해서 이제부터는 편히 살게 해드릴게요.

아무튼 오늘 기분은 엉망이다. 오늘부터 한국시리즈 야구가 있다. 내 나이 31살. 아직까지 꿈 많고 놀러 다니고 싶은 나이다. 야구장 가서 쌓인 스트레스나 풀면 좋으련만….

이 글은 (레디앙), (참세상)에도 실렸습니다.

 /천의봉 금속노조 현대자동차비정규직지회 사무국장

2012년 10월 22일 월요일

25m 공중, 겨우 2㎡ 합판에 선 채…“바람 불면 날아갈듯”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10-21일자 기사 '25m 공중, 겨우 2㎡ 합판에 선 채…“바람 불면 날아갈듯”'을 퍼왔습니다.

지난 18일부터 울산 북구 양정동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명촌중문 근처의 송전탑에서 고공농성중인 현대차 사내하청 해고노동자 최병승(왼쪽 사진)씨와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 천의봉 사무국장이 19일 서로의 모습을 촬영한 사진. 최병승 트위터 갈무리

현장 / 현대차 비정규직 철탑 고공농성
송전탑에 안전벨트 묶고 매달려
비·바람 피할 데 없고 감전 위험
앉았다 일어섰다 말곤 못 움직여
회사, 가족·친구 통해 잇단 회유
“법 어기고 버티는 회사 이기고싶다”

21일 오후 울산 북구 양정동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명촌중문 근처의 송전탑은 강한 바람이 불자 부르르 몸을 떨었다. 앙상한 철근만으로 짜인 50m 높이의 송전탑 중간쯤, 아파트로 치면 8~9층 높이에 매달린 현대차 사내하청 해고노동자 최병승(36)씨와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천의봉(31) 사무국장은 거센 바람이 불 때마다 날아갈 듯 위태로워 보였다. 천 사무국장은 “송전탑 옆으로 난 철길로 기차가 지나가기만 해도 송전탑이 아래부터 들썩거려 불안하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번지점프를 할 때 묶는 안전벨트로 사각의 송전탑 귀퉁이에 몸을 묶고 있다. 송전탑에 오른 지 닷새째, 앉았다 일어섰다 하는 것 말고는 몸을 움직이는 게 불가능한 탓에 다리에 마비가 자주 온다.20일 오후엔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이 다녀갔다. 송전탑은 지난해 1월 김 지도위원이 올랐던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보다도 위태롭다. 85호 크레인에는 좁지만 비바람을 피할 수 있는 조종실이 있었고, 짧으나마 거닐 수 있는 계단과 복도도 있었다. 하지만 송전탑에는 비나 바람을 피할 공간이 아예 없다. 철근과 철근 사이 텅 빈 공간을 가로 1m, 세로 2m 넓이 합판으로 막아 겨우 다리를 뻗고 앉을 수 있을 뿐이다.아찔한 높이에 매달려 있는 이들을 끌어내리려 현대차는 지난 17일 추락을 막기 위한 안전장비도 갖추지 않은 경비용역업체 직원들을 송전탑으로 올려보내기도 했다. 최씨는 “고공농성중인 비정규직 노동자든, 우리를 끌어내리려는 경비 노동자든 누구든 떨어져 죽어도 된다는 거냐”며 “현대차가 상식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비가 올 것이라는 예보에 비정규직노조가 이날 텐트를 올려보내려 했지만 현대차는 직원 400여명을 보내 이를 가로막았다. 비정규직노조 관계자는 “월요일에 비가 온다는데 벼락까지 치면 감전의 가능성이 있어 방전복을 올려보낼까 고민중”이라며 “합판도 본드로 압축한 거라 물에 젖으면 부서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이런 불안에 비하면 식사나 용변 등 생리적인 현상을 해결하는 것은 차라리 견딜 만한 일이다. 최씨는 “뻥 뚫린 공간에서 생리 현상을 해결하는 게 민망한 게 사실”이라면서도 “땅보다 불편하긴 하지만 버틸 만하다”며 헛헛하게 웃었다.현대차는 두 사람의 가족과 지인들을 통한 회유와 압박을 계속하고 있다. 두 사람이 농성을 시작한 지 하루 뒤인 18일 밤에는 천 사무국장이 속한 하청업체 사장과 현대차 직원이 천 사무국장의 홀어머니가 사는 경북 의성 집을 찾아가 “송전탑에서 내려오면 정규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천 사무국장은 “어머니에게 전화로 ‘여기서 내려가면 죽도 밥도 안 된다. 나중에 내려가서 어디 조용한 데 놀러 가자’고 말씀드리기는 했는데 걱정을 많이 하신다”고 말했다. 하루에도 몇번씩 ‘의성경찰서에서 전화가 와서 너를 내려오게 하라고 한다’는 친구들의 전화도 받고 있다.최씨와 천 사무국장을 버티게 하는 것은 ‘일하고 싶다’는 의지다. 최씨는 “위에서 공장을 자주 내려다본다”며 “같이 일하고 투쟁했던 동지들과 들어가서 함께 일하고 술도 한잔하고 싶다”고 씁쓸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어 최씨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고용하라는 결정을 현대차가 받아들이지 않는 동안 무수한 사람들이 고통을 겪었다”며 “이렇게 법을 어기고 남에게 피해를 입히면서 버티는 현대차를 꼭 이기고 싶다”고 말했다.오는 26일에는 이들과 뜻을 함께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송전탑으로 모여들 계획이다. 현대차 울산공장뿐 아니라 전주공장과 아산공장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하루 전면파업을 벌이고 송전탑 아래 모이는 ‘울산공장 포위의 날’을 준비하고 있다.

울산/신동명 허승 기자 raison@hani.co.kr

2012년 2월 25일 토요일

"두들겨 맞으며 버틴 8년, 얻은 건 '반쪽짜리' 판결문"


이글은 프레시안 2012-02-24일자 기사 '"두들겨 맞으며 버틴 8년, 얻은 건 '반쪽짜리' 판결문"'을 퍼왔습니다.
[현장편지] 현대차 대법원 판결에 대한 다섯 가지 생각

2월 23일 오후 2시30분 대법원 1호 법정. "상고를 기각한다"는 대법관의 한 마디가 흘러나오자, 정적에 휩싸여있던 법정에 작은 탄식이 터졌습니다. 법정 밖으로 쏟아져 나온 조합원들은 쏟아지는 카메라 세례도 잊은 채 서로를 얼싸 안았습니다.

울산에서 올라온 비정규직 노동자는 2010년 11월 15일부터 대법원 판결에 따라 모든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며 25일간 현대차 울산공장 점거농성을 벌였던 그 시간이 떠오른다며 눈물을 쏟았습니다.

'상고를 기각한다'는 이 한마디를 듣기까지, 2004년 12월 노동부의 불법파견 판정 이후 8년이라는 고통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목을 매고, 몸에 기름을 부어야 했습니다. 용역깡패에게 두들겨 맞아 공장에서 끌려나오고, 감옥에 갇혀야 했습니다. 해고의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공장을 떠나가는 동료들을 울며 보냈습니다.

'상고를 기각한다'는 한 마디를 듣기 위한 시간 8년

2년 이상 근무한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는 불법파견이므로 정규직이라는 대법원 판결은 최병승 조합원 한 명에 대한 판결이지만, 그 영향력과 파장은 적지 않을 것이 분명합니다. 당장 현대차에서 일하는 8천여 명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압력이 거세질 것입니다.

현대차 1940명, 기아차 500명, 쌍용차, 금호타이어, 포스코, STX조선 등 현재 진행 중인 3천여 명의 근로자 지위확인소송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이번 판결이 100만 명에 달하는 제조업 사내하청 노동자들, 850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정규직화에 대한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합니다.

역사적인 순간을 보기 위해 다섯 시간을 달려와 한 시간 남짓 있다가 다시 울산으로 내려가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배웅하고 돌아오는 길에 대법원 판결을 생각하다가 몇 가지 의문이 떠올랐습니다.

현대차가 어떻게 나올까? 사내하청 8천명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할까? 빠져나갈 구멍은 없을까? 전자, 조선, 철강 등 다른 제조업 사용자들도 긴장하고 있을까? 노동운동은 무엇을 해야 할까?

흥분을 가라앉히고 대법원 판결에 대해 차분하게 생각해 보았습니다.



ⓒ프레시안(김봉규)

대법원 판결을 빠져나갈 구멍 숭숭

첫째, 대법원은 2년 미만 근무한 사내하청 노동자는 정규직이 아니라고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현대차 하청업체는 사업주로서의 독자성이 없고, 노무대행기관에 불과하기 때문에 원청이 처음부터 근로계약을 맺었다는 '묵시적 근로계약 관계'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최병승과 함께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낸 안기호 전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위원장은 정규직이 아니라고 한 것입니다. 1년 6개월 일하다 그만두고, 다시 들어와 1년을 일해도 정규직이 될 수 없습니다.

지금 현대차는 단기계약직, 한시하청, 아르바이트라는 이름으로 3개월에서 6개월짜리 계약직 노동자들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2년 이상 근무를 피하기 위해 이 공장, 저 공장을 돌리며 떠돌이 노동을 시키고 있습니다. 오죽했으면, 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한시하청을 상시근무자로 전환해달라고 요구할 지경입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사내하청업체 사장들을 '바지사장'이라고 부릅니다. 대부분 전직 현대차 관리자들인 '바지사장'들은 현대차 '협력지원실'의 지시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지난해 9월 19일 금속노조가 입수해 발표한 현대차 아산공장 사내하청 관리자의 수첩에 적힌 생생하고 충격적인 내용은 이를 입증하는 명백한 증거입니다.

또 지난 해 9월 15일 충남지방노동위원회는 현대차 아산공장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부당징계 구제신청 사건에서 "사내하청업체는 경제적으로나 사업경영상 현대차에 종속돼 사업주로서의 독립성과 독자성이 취약하다"며 사실상 '묵시적 근로계약'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대법원 판결을 '반쪽짜리 판결'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래서 현대차는 단기계약직, 아르바이트, 2~3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사용하고 2년 내에 내보내면 대법원 판결을 유유히 빠져나갈 수 있습니다.

오늘도 계속되는 불법파견 흔적 지우기

둘째, 현대차는 지금 이 시간에도 '불법파견 흔적 지우기'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도급이 아니라 근로자파견이라는 증거로 현대차의 생산공정이 컨베이어벨트를 이용한 자동흐름방식으로 진행되고, 현대차의 시설과 부품을 사용하며, 현대차가 사내하청 노동자의 작업 배치와 변경, 노동 및 휴게시간을 결정하기 때문이라고 판결했습니다.

지금까지 현대차 정규직은 왼쪽 바퀴를 끼우고, 비정규직은 오른쪽 바퀴를 끼웠습니다. 현대차 관리자들이 모든 작업 지시서를 작성했습니다. 그러나 법원 판결 이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혼재작업을 구분하고, 현대차가 아니라 하처업체가 인사, 노무, 안전보건을 담당하고 있는 것처럼 문서를 만들었습니다.

노동부의 묵인과 방조 아래 진행된 대대적인 불법파견 은폐로 이후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일부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정규직으로 인정받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지난 12월 16일 부산 지방노동위원회는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1, 3공장만 불법파견이라는 '황당한' 판정을 하기도 했습니다.

또, 현대차는 직접 생산 공정과 지원 부서를 구분하고, '2년이 지나면 정규직으로 간주된다'는 구 파견법의 '고용의제' 조항을 적용받는 2005년 7월 1일 이전 입사자와 이후 입사자를 나눠 대법원 판결의 대상을 최소화시키려고 하고 있습니다.

셋째, 자동차를 제외한 조선, 철강, 화학, 전자공장의 불법파견은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노동부의 300인 이상 기업 조사 결과에 따르면 41.2%의 사업장에서 사내하청 노동자를 사용하고 있으며, 조선(61.3%), 철강(43.7%), 화학(28.8%), 기계금속(19.7%) 등의 사내하청 비율은 자동차(16.3%)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이었습니다.

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조선소 6개사의 사내하청 비율은 모두 50%를 넘어 모든 업종에서 가장 최악이었고, 대우조선,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은 70% 안팎이었으며, STX조선은 무려 81.58%였습니다.

조선소의 생산직 노동자 10명 중 7~8명이 사내하청이고, 정규직은 2~3명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포스코(52.26%), 현대제철(34.12%), 현대하이스코(68.50%) 등 철강회사의 사내하청 비율도 심각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2008년 대법원은 현대중공업의 사내하청 노동자에 대한 부당노동행위는 인정하였지만, 원청의 사용자성과 불법파견은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현대하이스코, STX조선의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이 진행되고 있지만, 사용자들이 불법파견의 증거들을 은폐하고, 합법도급으로 위장할 것이 뻔한 상황입니다.

대법원 판결의 무풍지대?

넷째, 대법원 불법파견 판결의 무풍지대는 가장 야만적인 '비정규직 공장'입니다.

기아차 모닝공장, 현대모비스 8개 공장, 현대위아 3개 공장,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STX중공업 등은 정규직은 관리자들뿐이고, 모든 생산라인은 사내하청 노동자로 채워놓은 '정규직 0명 공장'입니다.

대법원의 불법파견 정규직 판결은 같은 공장 안에서 같이 일하는 정규직과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생산과정을 살펴보고 내린 판결입니다. 기아차 모닝공장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비교할 정규직이 없습니다.

따라서 나쁜 사용자들이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뒤섞여 일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불법파견을 피해가고, 사용자로서의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 '비정규직 공장'을 점점 더 확대하려고 할 것입니다.

다섯째, 가장 가슴 아픈 것은 보수적인 법원보다 못한 노동운동의 모습입니다.

대법원은 당연히 정규직으로 채용했어야 할 자리를 비정규직으로 채워 착취를 일삼아 온 재벌들의 관행을 근본적으로 막지는 못했지만, 불법 파견에 대해서는 일정하게 제동을 걸었습니다.

그러나 노동운동은 왼쪽 문짝은 정규직이 달고 오른쪽 문짝은 비정규직이 조립하는 공장에서 명백하게 자행되고 있는 불법을 바로잡지 못했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절규에 연대하지 않았습니다.

현대차노조는 10년 전 회사와 생산 공정에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16.9% 사용할 수 있도록 합의해 비정규직 양산과 불법 파견의 물꼬를 열어줬습니다. 현대차노조는 비정규직을 조합원으로 받아들이는 1사1조직 규정 개정을 세 차례나 부결시켰습니다.

2010년 7월 22일 대법원 판결 이후 11월 15일부터 시작된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25일간의 점거 파업에 대해 현대차지부는 금속노조 대의원대회 결정사항인 연대파업을 거부했습니다.

경제위기, 신차 생산, 자동화, 정규직 전환배치를 이유로 같이 일하던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공장 밖으로 쫓겨나갈 때 정규직노조 간부들은 이를 외면하거나 심지어 회사와 인원 조정에 합의해 비정규직을 고용의 방패막이로 삼았습니다.

2010년 7월 22일 제조업 사내하청은 정규직이라는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금속노조는 2010~2011년 중앙교섭에서 '불법파견 정규직화' 요구를 관철시키지 못했습니다. 단체교섭과 투쟁을 통해 최저기준인 법보다 나은 단체협약을 체결해야 할 노동운동이 엄연한 불법조차 바로잡지 못한 채 무기력하게 보낸 8년이었습니다.

법보다 못한 노동운동

사실 불법파견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어렵지 않습니다. 파견근로자보호법에 따라 불법인 현대차 사내하청업체를 폐쇄하면 됩니다. 공장이 멈추겠지요. 8년 동안 파견법을 위반한 정몽구 회장을 구속 수사하면 됩니다. 그러나 재벌의 친구인 이명박 정부에게 기대할 수는 없는 일이겠지요.

조금 전 기아차 한 공장의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기아차에서도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천막농성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였습니다. 고요하던 현대차 울산공장도 들썩이고 있습니다.

법원에 호소하며 7년을 기다릴 수는 없습니다. 현대차 8천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스스로 일어서야 합니다. 기아차 노동자들도, 한국지엠 비정규직들도 일어서야 합니다.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모든 사내하청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힘을 모아야 합니다. 불법파견 정규직화를 내걸고 당선된 현대차노조와 함께 싸워야 합니다.

재벌의 탐욕을 위해 노동자들을 짓밟았던 이명박 정권 치하 혹독한 한파가 물러가고, 서서히 노동의 봄날이 오고 있습니다. 빼앗긴 공장에 봄이 오고 있습니다.



/박점규 금속노조 전 비정규국장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집행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