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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월 27일 일요일

병도 고치는 강, 내성천이 아프다


이글은 한겨레신문 환경전문 조홍섭기자 블로그 물바람숲 2013-01-14일자 기사 '병도 고치는 강, 내성천이 아프다'를 퍼왔습니다.

지율스님과 함께 한 낙동강 답사기 ①
대형댐 들어설 내성천 약수로, 썰매로 느끼기 "신나지만 슬퍼요"
경작 중지된 논에는 생명체 풍성…몇 년 뒤엔 수장되겠지만

눈이 많이 내렸다. 기온도 ‘영’ 아래로 쑥 내려갔다. 1월 3일. 이틀 뒤가 소한인 그야말로 엄동설한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방 안에서 움츠리고 있을 때, 영주역에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모였다. 지율스님을 필두로 한 강 답사단이다. 기차를 타고 서울에서 내려온 아이들과 어른들, 봉화에서 온 나와 유하, 사과농사를 짓는 농부 문종호님 등이다. 모두 모이고 나니 스무명 가량 된다.

지율스님은 수 년 전부터 강에 깃들어 살고 있다. 강의 신음소리를 가까이에서 듣고 사람들에게 그것을 전하는데 힘을 모으고 있다. 재작년부터는 내성천 강가에 임시 거처를 마련해 두고서 강을 바라보며 살고 있고, 강이 처한 현실을 알리기 위해 부단히 알리고 있다. 조계사 앞에서 1년이 넘도록 내성천의 현실을 알리는 전시공간 ‘스페이스 모래’를 운영했고, 현장에서는 ‘물빛 풀빛 별빛 내성천 텐트학교’나 다양한 답사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번 답사도 내성천을 지키기 위한 활동으로, 좀 다른 것은 내성천의 상류(즉, 낙동강의 상류)에서 낙동강의 하구까지 둘러본다는 것이다. 1월 3일부터 1월 9일까지 정확히 일주일간의 일정이다.

내가 가져간 해리포터(유하와 나의 차, 기종은 포터II)에 사람들의 등짐을 모두 실었다. 사람들이 모두 타기 위한 조처다. 신기하게도 내 차엔 짐을 싣기 위한 준비가 다 되어 있었다. 짐에 녹물이 배지 않게 깔 수 있는 방수천이 있었고, 짐을 묶기 위한 고무밴드도 있었다. 나 답지 않게 미리미리 준비한 것처럼. 답사도 이처럼 술술 풀리면 좋겠건만! 예감이 좋다.

» 물야저수지와 백두대간 줄기. 내성천은 이 일대에서 발원한다.

영주역에서 출발한 차는 소백산 자락을 따라 북쪽으로 향했다. 내성천의 발원지로 향하는 길이다. 불과 이틀 전에 내린 눈으로 산야는 온통 흰 색이었다. 심지어 도로도 흰 색. 평소보다 훨씬 느린 속도로 달렸다. 도로 위로 듬뿍 뿌려진 모래 덕에 크게 무리는 없다. 뒷 좌석의 사람들은 김서린 창을 문질러 밖을 확인한다. ‘아름답다’는 표현들이 들린다. 느린 속도 덕분에 아름다운 경치를 얻은 셈이다.

부석사 입구를 지나치고 드디어 봉화의 물야면에 닿았다. 왼쪽 차창 밖으로 보이던 백두대간을 이제 정면으로 두고 달렸다. 차 안에서 그나마 그 지역을 아는 내가 설명을 했다. “정면으로 보이는 저 능선이 ‘백두대간’이에요. 저기 골짜기 곳곳에서 물이 흘러와 내성천이 되는 거에요.”

곧 오전약수라는 곳에 도착할 거라고 덧붙였다. 강은 어느 한 곳에서 발원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산야 전체에서 발원한다는 것을 설명하고 싶었으나 차는 금세 오전약수에 도착했다.

지율스님은 앞장서 걸어가 약수 앞에서 참가자들에게 설명했다. “30년 전에도 이곳에 왔었어요. 그 땐 정말 사람들이 많았어요. 그 중에는 환자들이 많았는데, 정말로 병을 고쳐나간 사람들이 있었어요.” 조선시대 약수대회에서 1등을 했었다는 설명도 잊지 않았다. 그야말로 ‘사람도 고치는 강’인 셈이다.

» 물야저수지. 30년 전만 하더라도 이 일대엔 병을 치료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실제 그들은 이곳에서 물을 꾸준히 마시고 요양한 뒤 병을 치료했다고 한다.

» 거북이 조형물에서 '병도 고치는' 약숫물이 끊임없이 나온다

» 물 맛을 보는 참가자들. 처음 맛보는 물에 대해 표정이 제각각.

» '철봉 맛'을 본 참가자 재희. 표정에서 물 맛이 느껴진다.

» 어느 강이나 마찬가지겠지만 그토록 큰 낙동강도 처음에는 작은 개울이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에게 물은 없어서는 안될 필수요소다. 인체를 구성하는 요소 중 물은 70%내외를 차지하고 있다고 하지 않던가. 생명의 생성과 유지에 중요한 구실을 하는 물이 병을 치료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자연은 우리를 만들어 주고 또 치료도 해 주는 그야말로 ‘신’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는 셈.

그런 막강한 능력을 가진 약수가 인간들이 만들어놓은 거북이 입에서 많지 않지만 쉴 새 없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이곳 물맛이라면 내가 판단하기로 ‘철봉 맛’이다. 병을 고치는 이유가 아니라면 보통의 맹물처럼 벌컥벌컥 들이킬 ‘맛’이 나지 않는다. 다행히 스님의 설명 덕인지 아이들도 한 바가지씩 들이킨다. 처음 맛보고 잘못된 건 아닌지 의심했던 나의 반응과는 전혀 달랐다. 

사람도 고치는 내성천 발원지를 조금 떠나 하류 쪽으로 조금 내려오니 넓디 넓은 호수가 나왔다. 다름아닌 물야저수지다. 얼음이 얼고 그 위로 눈이 쌓였다. 꼭 드넓은 설원을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켰다. 인공적인 호수가 아름다워 보이는 것에 괜히 심술이 났다. 참가자들도 ‘멋지다’, ‘아름답다’ 같은 말들을 뱉어냈다. 그들에게 ‘4대강 사업이 바로 이런 것’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乃城川 三百里(내성천 삼백리) 이곳에서 시작되다’하고 새겨진 발원지 비석 앞에서 단체사진을 찍었다. 참가자들의 표정은 밝다. 이른 아침 따뜻한 이불 속에서 지었던 ‘귀찮은 표정’은 어디에도 없다. 이제부터 진짜 답사의 시작이다. 

» 내성천 발원 기념비 앞에서 단체사진. '소한'의 혹한에도 참가자들의 표정이 밝다

내성천은 봉화를 가로지르는 백두대간 일대에서 발원해 물야면과 봉화읍내를 관통한다. 영주의 이산면과 평은면 사이사이의 크고 작은 논 밭 사이를 흘러흘러 예천군의 산야도 비껴 흘러간다. 이제는 유명해진 회룡포에서 360도 방향을 튼다. 이렇게 300리, 즉, 120㎞ 정도를 흐른 뒤 경북 예천의 삼강마을 앞에서 낙동강과 합류한다. 공식적(?)으로 낙동강은 태백시의 황지에서 발원한다고 하지만 강으로 흘러오는 산골짜기 곳곳이 어찌 ‘발원지’가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내성천은 발원하자마자 물야저수지에 갇혀 강 다운 모습을 잃어버리고, 도중에 크고 작은 수많은 농업용 보들로 멈칫거린다. 봉화 읍내를 지나 이산면에 이르면 내성천은 자연적인 모습으로 회복한다. 좌우로 굽이치며 한 쪽은 가파름을 한 쪽은 완만함을 남겨둔다. 완만한 쪽엔 깨끗한 모래가 수면 위로 드러나고 다양한 생물들의 쉼터가 된다. 사람들이 느끼는 이곳의 아름다움은 크나큰 덤이다.

특히나 내성천은 우리나라에서 또 세계적으로도 드문 모래강이다. 강 표면에 드러난 곳은 물론이고 영주댐을 건설하며 드러났 듯 강 속 20m 내외까지 모래가 가득 차 있다. 모래와 모래 사이는 물은 충분히 흘러가고 유기물은 걸러낼 만큼의 공간이 있다. 걸러진 유기물은 모래 알갱이에 붙어사는 다양한 미생물의 먹이가 된다.

그 덕에 모래강은 ‘정수기’ 노릇을 톡톡히 하며 맑은 물을 유지시켜주는 특별한 강인 셈이다. 더군다나 낙동강에도 엄청난 모래를 공급하여 ‘정수기’ 구실을 전해주기도 한다. 안동댐 상류의 낙동강 모습과 내성천이 합류한 다음의 낙동강 모습이 확연히 다른 것도 그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이런 내성천에 거대한 댐이 건설되고 있다. 영주시 평은면에 공공기관(국토해양부와 수자원공사)과 여러 민간건설사(삼성물산과 동부건설 등)이 힘을 모아 강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갇혀버리면, 댐 상류는 거대한 호수가 되어 버리고, 하류는 모래가 끊겨 자갈만 드러나게 된다. 모래강의 특징을 점차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1990년대 중후반에 세워졌던 댐 계획은 1999년에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된 적이 있고, 10여년간 아무런 문제없이 지내왔던 걸 생각하면, 댐 건설 목적에 쉽게 동의할 수 없다. 영주댐 홍보물에는 댐 건설의 첫번째 목적으로 ‘중하류지역의 수질개선을 위한 하천유지용수’라고 밝히고 있다.

모래강의 신비나 영주댐으로 인한 파괴에 관한 이야기도 좋지만 피부로 직접 느끼는 것만큼 좋은 것은 없다. 지율스님은 누구보다도 그것을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랬기에 첫 날의 메인 프로그램을 ‘내성천 얼음썰매 타기’로 넣었을 것이다. 

» 어른이 아이의 썰매를 끌어주기도 하고,

» 어른이 어른의 썰매의 끌어주기도 했다. 썰매에 타면 일단 아이로 변신!

» 강은 어른에게나 아이에게나 함박 웃음을 주었다.

» 이렇게!

» 썰매타기의 마무리는 뜨끈뜨끈한 군고구마

봉화읍내에는 내성천 위에 모래를 조금 걷어낸 뒤 물을 가두어 만든 얼음썰매장이 있다. 게다가 썰매는 무료로 빌려주고 있었다. 도착하자마자 아이들은 신나서 썰매를 들고 얼음판으로 달려갔다. 며칠 전만 해도 얼지 않아 운영을 못 했다. 강추위가 고맙기도 하다.

썰매 위에 앉거나 무릎을 꿇었다. 못이 박힌 작대기를 얼음판 위에 꽂고 뒤로 밀었다. 쌓인 눈 때문에 ‘신나게’ 가지는 못했지만 아이들 웃음소리만큼은 얼음판 여기저기로 미끌어져 갔다. 서로서로 밀어주고 끌어주고 여러가지 방법으로 얼음판을 즐겼다.

이 썰매장 홍보물에는 ‘추억의 썰매장’으로 설명하고 있다. 오래전에는 강 가장자리가 얼면 나무 판자에 길고 날카로운 쇳조각을 대고 썰매를 만들어 탔다. 논에 물을 대고 얼려 아이들을 위한 썰매장을 만들기도. 어른들의 ‘추억’을 지금의 아이들에게 주는 셈이다. 이젠 이 아이들의 머리와 가슴 속에도 이날의 썰매타기는 오래동안 기억될 것이다. 다만, 아이들이 다 컸을 때, 그들의 아이들도 이와 같이 탈 수 있다면 좋겠다. 다 사라지고 지금은 이렇게 진짜 강 위에서 썰매를 탈 수 있는 곳은 몇 안되니 말이다.

썰매장의 흥분 때문이었을까 괴헌고택으로 이동한 뒤에도 아이들은 신나게 뛰어놀았다. 강은 포클레인으로 파헤쳐져 있었고, 논은 경작금지 팻말을 앞세우고는 여러가지 들풀들이 자라나 있었다. 

강 일대 새들의 생태를 설명할 요량으로 참가한 박중록 선생님(습지와 새들의 친구 운영위원)은 우리들이 도착하자 날아오르는 작은 새들이 ‘쑥새’라고 설명했다. 그는 “쑥새들이 이렇게 많이 몰려있는 건 처음 봅니다.”라며 이곳 일대의 변화가 ‘심상치’ 않음을 알렸다. 

지율스님은 “댐이 건설되면서 이곳에 농사를 못 짓게 했어요. 1년 정도만 묵혔을 뿐인데 여러가지 생명들이 돌아왔어요.” 두더지나 곤충들, 그리고 새들도 기존의 논에 비해서 훨씬 많아졌다는 설명이다. 이 논들은 사실, 제방이 생기기 전까지는 상습적으로 침수되는 강 습지 였다.

» 이산면 일대의 논은 지난해 농사를 짓지 않았다. 불과 1년 정도만 지났을 뿐인데 많은 생명들이 돌아왔다.

» 말똥가리는 하늘에서 답사단을 반겨주었다.

» 수몰지구 내에 있는 괴헌고택.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다른 곳으로 이전한다 하더라도 그 '문화'까지 옮길 수 있을까?

» 괴헌 고택 안을 살펴보는 지율스님.

» 괴헌 고택 이곳 저곳을 살펴보는 아이들.

곧이서 큰 새가 날아올라 우리 위를 빙~빙~ 돌았다. 말똥가리였다. 이들도 곤충이나 작은 새들, 두더지들과 함께 불어났다. “와~ 크고 멋진 새가 우리를 반기네요!” 아이같은 순수가 섞인 목소리의 주인공은 다름아닌 지율스님이었다. 마치 이곳의 자연이 다소나마 살아난 것이 자신이 살아났다는 듯한 인상이다. 얼마나 기쁜 목소리인지!

아쉽게도 파헤쳐진 강은 이곳의 미래를 암시하고 있었다. 즐겁게 놀던 아이 준일이도 ‘멋진 새’를 올려다보다 휘청하며 강 쪽으로 떨어질 뻔 했다. 그가 서 있던 곳이 포클레인으로 모래를 가파르게 쌓아놓은 작은 언덕이었기 때문이다. 만약 정말로 영주댐이 완공되고 담수를 하게 되면 몇 년동안은 이곳 논은 그대로 자연으로 돌아가겠지만 결국엔 수장되고 말 것이다. 그 자리에서 그런 일은 절대 없도록 빌었다.

숙소 봉화전원생활센터엔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동국대학교에서 생태학을 가르치는 오충현 교수님이다. 그는 답사단에게 복잡하지 않은 ‘생물다양성’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지리산에 방사한 몇 마리의 곰들이 번식을 할 수 있을까요?” 이런 질문을 던진 뒤 생명들이 대를 잇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충분한 개체가 유지되어야 한다고 했다. 호랑이의 경우에는 암수 각각 300마리 이상이 있어야 ‘유전자의 다양성’이 유지되어 그들이 멸종하지 않는다고 한다. 근친으로 태어난 자식은 사람이든 동물이든 ‘정상’ 범위에서 벗어난다는 것을 상기시켰다.

» 동국대학교 오충현 교수. 그는 참가자들에게 '생물다양성'의 개념을 알기 쉽게 설명했다.

또 다른 질문으로 “‘종’보전을 위해 동물원만 있으면 될까요?”하고 던진 뒤, 그들이 살 수 있는 서식지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생’의 서식지가 없으면 보전이 안 된다는 말이다. 그 범위는 어떤 동물은 좁고, 어떤 동물은 넓다. 서식범위가 넓은 동물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그 만큼의 충분한 서식지가 보전되어야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이론을 강에 접목시켜 설명했다. 강이 댐이나 보들로 가로막혔을 때 어떻게 되는가 하는 것이다. 기존의 환경에 적응해오던 동물들이 호수가 된 강에서 살 수 없다고 강조했다. 물은 수위에 따라서 온도 차이가 많이 날 뿐 아니라 흐름도 각기 다르다. 갑자기 그런 곳이 깊은 호수로 변했을 때 어떻게 될까? 강 속의 생태가 바뀌면 그 강에 적응해 있던 강 밖의 생태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내성천은 더군다나 모래강으로 모래에 적응해 살고 있던 생물들이 많다고 한다. 이곳에 사는 생물이 이곳에서 멸종되면 전세계에서 멸종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1급으로 멸종위기에 처해있는 ‘흰수마자’가 그런 꼴일 것이다. 

낮의 쾌활했던 분위기는 잠시 가라앉았다. 그럼에도 슬퍼할 수만은 없는 노릇아닌가. 우리가 내성천의, 낙동강의 슬픈 현실을 알았다면 행동하면 될 일. 희망을 갖는 것은 슬픈 일이 아니라 기쁜 일이다

» 가장 활기차게 뛰어놀던 아이, 준일. 갑자기 눈 밭에 드러누워 팔과 다리를 휘저었다.

» 조심스레 일어나 머리위에 선을 하나 그었다. '천사'라는 설명이다. 그는 강변에 천사를 남겨두고 왔다.

글·사진 김성만(필명 채색)/ 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생태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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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만(채색) 생태활동가녹색연합 자연생태국, 4대강 현장팀에서 활동했었다. 파괴를 막는 방법은 살리는 일을 하는 것이라 믿고 2012년 3월부터 '생태적인 삶이 무엇인지 찾아가는' 여행을 떠난다. 중국 상하이에서 포르투갈의 리스본까지 자전거로 여행하고 (달려라 자전거)를 냈고, 녹색연합에서 진행한 (서울성곽 걷기여행)의 저자이기도 하다.이메일 : sungxxx@hanmail.net       블로그 : http://plug.hani.co.kr/likebud

2013년 1월 20일 일요일

4대강 실패 딛고 잘 복원하면 세계적 습지 가능


이글은 한겨레신문 환경전문 조홍섭기자 블로그 물바람숲 2013-01-20일자 기사 '4대강 실패 딛고 잘 복원하면 세계적 습지 가능'을 퍼왔습니다.

4대강 활동가가 인수위에 주는 고언, 먼저 수문부터 열라
농민 떠난 내성천 모래강 등 복원하면 세계적 명소 잠재력

» 내성천의 아름다운 설경!

감사원에서 발표를 한 지 벌써 며칠이 지났습니다. 감사원 발표자료에는 공사 계획·설계에서부터 시공과 보수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계와 분야에서 잘못됐음을 지적했습니다. 또한 이에 대한 조처 내용도 함께 기재했는데요. 

이에 대해 국토부와 환경부에서 반박자료를 내기도 했습니다. 해명은 늘 하던대로 구체적인 수치를 내놓지 못하고 '문제 없다'는 식이었습니다. 이미 국토부와 환경부는 국민들로부터 철저히 신뢰를 잃었습니다. 

이제 인수위는 감사원의 결과와 국토부. 환경부의 반박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시점에 놓였습니다. 국가 최고기관인 감사원의 결과를 믿을 것인지, 국토부와 환경부의 거짓을 믿어야 하는 것인지. 

이미 4대강 사업의 찬반은 70%이상이 반대인 것으로 여론조사 결과 밝혀진 바 있습니다. '거짓'을 따라갈 이유가 없다는 뜻입니다. 

감사원 결과대로라면, 보의 안정성이나 담합 비리 등은 차치하고서라도 수질문제만큼은 결코 해결할 수 없어 보입니다. 뻥튀기로 수질예측을 했으니 4대강 사업을 중단하지 않는 이상 예측목표를 달성할 수 없는 것입니다. 

감사원에서는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드러내고 지적하는 데까지는 좋았으나 조처 내용은 소수의 책임자 처벌과 주의, 4대강 사업의 합리적 보완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지난 4년간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찾고, 알리는데 노력해왔던 활동가로서 인수위에 다음과 같이 의견을 드리는 바입니다. 대부분은 감사원에서도 밝혀낸 문제점을 근거로 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실행하는데도 크게 문제가 없을 거라는 생각입니다.  

부디 인수위에서 4대강을 위한 현명한 판단을 하길 바랍니다. 

1. 수문을 즉각 개방하고 통수해야 한다. 
 지금의 4대강은 '강'이 아니라 거대한 '호'가 되어버렸습니다. 감사원에서도 지적했듯이 이제는 '하천기준'이 아니라 '호소'기준으로 수질예측을 해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감사자료에도 하천수 체류시간이 기존 8.6일에서 100일로 증가했다고 했으며, 김좌관 카톨릭 대학교 교수는 영강에서 하구언까지 185.8일 걸리는 것으로 분석한 바 있습니다(국립환경과학원은 168.08일).

이 때문에 수문을 닫은 첫 해에 '녹조 라떼'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낙동강에 엄청난 녹조가 발생했고, 식수원에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특히나 4대강 사업 전에는 취수에 전혀 문제가 없던 수질이었음을 고려한다면 수조원을 들여 먹는 물을 망친 셈입니다.  

더군다나, 감사자료에는 수질예측이 근본적으로 잘못되었다고 지적합니다. 환경부에서 예측한 수질은 4대강 사업을 통해 증고한 저수지의 물 2.3억톤, 신규 댐의 물 3.55억톤, 4대강 보 자체의 저수량 2.25억톤을 모두 흘려보내는 것으로 가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신규 댐의 2.2억톤만 공급 가능한 것으로, 예상치인 8.1억톤에 훨씬 못미칩니다. 그렇다면 6억톤에 달하는 물은 화학적인 방법으로 정수를 해야한다는 것인데, 과연 그 물이 식수로 적합할지 의문입니다.  

근본적인 수질예측이 잘못되었고, 식수로 적합한 수질유지가 불가능한 것입니다. 이를 해결하는 단 하나의 방법으로 즉각적인 수문 개방과 통수에 해답이 있습니다. 

» 낙단보에서 상류를 바라보았다. 경사가 가파른 낙동강 상류지역임에도 강이 꽁꽁얼었다. 보 때문에 호수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2. 추가 준설 금지, 기존의 강처럼 자연스럽게 모래톱이 복원되도록 
 모래는 자연에서 볼 수 있는 최고의 '정수기'라고 보아도 과언이 아닙니다. 작은 모래 알갱이 사이사이로는 물이 통과할 수 있는 공간이 충분하며, 그 모래알에는 수많은 미생물이 붙어 살고 있습니다.  

모래는 물이 가진 유기물을 걸러내며, 걸러진 유기물은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는 것입니다. 이는 '맑은 물'을 유지하기 위해 매우 중요한 것이며 사람들의 식수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실제로 창원의 대산 정수장은 이 모래층을 활용한 정수기법을 사용해 화학처리공정을 획기적으로 줄였습니다. 물의 정수에 사용되는 화학물질이 사람의 몸에 좋을 리가 결코 없는 건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낙동강에 모래가 살아있다면 1000만명에 육박하는 낙동강 수계의 국민들이 맑은 물을 마시게 되는 것입니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4대강 사업 이후 더 많은 화학처리를 해야한다는 뜻도 되는군요. 

감사원은 창녕 합안보와 합천 창녕보 사이에서 일어난 재퇴적을 문제삼고 있습니다. 적절하지 못한 계획 변경으로 낙동강의 평균 재퇴적률 4.69%보다 훨씬 높은 38.21%가 퇴적되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생명의 강 연구단에서는 2011년 말 여러 차례 재퇴적을 조사한 적이 있습니다. 조사 결과 상주보 상류에서 28.92%의 재퇴적률을 보였고, 합천보 상류에서는 무려 76.20%의 재퇴적률을 보였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즉, 수문을 열고 통수를 하게 되면 조금씩 재퇴적이 일어나게 되는 것입니다. 감사 결과 4대강 사업의 수심유지의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앞으로 유지준설을 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지요.  

앞서 밝힌 것처럼 소중한 모래를 위해 더는 준설이 없어야 하겠습니다.  

» 2011년 4월 19일, 상주보 하류의 강변 모습.

» 2011년 5월 19일, 같은 자리. 많지 않은 비에 넓은 모래톱이 다시 생겨났다.

3. 준설한 모래를 즉각 투입해 역행침식 막아야 
 방금, 모래를 자연스럽게 쌓이게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쌓일 때까지 그저 기다릴 수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역행침식입니다. 

역행침식은 본류와 지류의 낙차가 커져서 깊어진 본류를 따라 지류들의 바닥이 점점 깊이 파이는 것을 말합니다.  

이 현상은 지류에 있는 거의 모든 시설물에 피해를 끼칩니다. 첫번째로 교량붕괴입니다. 4대강 사업이 진행되며 여주의 신진교와 용머리교가 이미 내려앉은 사실이 있습니다.  

기존의 하천 바닥에 맞춰져 설치된 교량이 깊어진 하천에서 견디지 못하고 쑥~ 내려앉으며 무너지는 것입니다. 아직까지 인명피해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앞으로 전국 모든 곳에서 그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두번째는 제방 붕괴입니다. 제방 역시 기존 하천의 높이에 맞추어 제작되어 있지만 역행침식으로 높이가 낮아지며 붕괴되는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낙동강의 용호천이 있습니다. 보강공사를 몇 년간 몇 차례를 했지만 비만 오면 무너지길 반복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이 제방은 5번국도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세번째, 지하수위 저하가 농업과 생태계에 끼치는 영향입니다. 역행침식으로 지류의 바닥이 깎여나가고 이는 지하수위의 저하를 부릅니다. (하천의 수위와 그 일대의 지하수위는 함께 변합니다.) 이로 인해 강변의 습지와 논, 밭이 메마르게 되면 더 많은 물을 뿌려야 하는 악순환이 시작됩니다. 

4대강은 거의 모든 국토와 연결되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즉, 이 사안은 전 국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매우 심각한 것입니다.  

본류에 모래를 투입해 기존의 강 높이를 최대한 복원해야만 역행침식을 막을 수 있습니다. 참고로 역행침식을 막기 위해 설치한 본류-지류간 하상보호공은 홍수시에 취약하다는 것이 여러 사례를 통해 드러났습니다.  

» 대구광역시 달성군에 위치한 용호천의 하류 부분, 역행침식으로 제방이 상당부분 무너졌다. 마치 그랜드캐년을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 2011년 5월 20일의 감천. 많지 않은 비에 하천 바닥이 깎여나가 거대한 폭포를 만들었다.

» 역행침식으로 무너진 남한강 연양천의 신진교.

4. 영주댐, 영양댐 등 4대강 사업으로 건설되는 모든 댐 사업을 중단해야 
 환경부가 애초 계획단계에서부터 엉터리 수질예측을 한 것이 이번 감사결과 드러났습니다. 갈수기 오염시 4대강에 흘려보낼 수 있는 '맑은 물'을, 실제 흘려내려보낼 수 있는 2.2억톤보다 무려 4배가량을 부풀려 8.1억톤이라고 계산한 것입니다. 

다시 말해 지금 시행되고 있는 '저수지 증고', '신규댐 건설' 등의 사업이 모두 끝난 2015년이 되어도 수질예측 결과에는 결코 도달할 수 없다는 결론입니다. 

이는 낙동강을 취수원으로하는 경북과 경남일대 주민의 식수관리에 치명적인 문제가 드러난 것입니다. 만약 환경부의 수질예측대로 8.1억톤의 물을 흘려보내야 한다면, 4배 많은 저수지 증고사업과 4배 많은 댐 건설을 추가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만약 그런 식의 조처를 한다면 새로운 문제들이 끝도 없이 꼬리를 물고 일어날 것이며 막대한 세금과 불필요한 노동력이 들어갈 뿐입니다. 

영주댐 건설의 주요 목적은 '하천유지용수 확보'입니다. 즉 다른 댐들처럼 식수원 확보나 홍수예방 등 꼭 필요한 (저는 이 목적마저도 의문입니다만) 댐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4대강 사업이 잘못된 것이 드러났다면, 이 댐들도 당연히 필요없는 것입니다. 사업을 중단하고 철거해야 합니다.  

» 영주시 평은면에 건설되고 있는 영주댐. 지금까지 1조원 내외의 돈이 들어갔지만, 공사를 중단하고 복원한다면 그보다 훨씬 높은 가치를 얻을 수 있다.

5. 파괴된 하천, 자연습지로 복원 
 4대강 사업은 4대강 거의 모든 곳을 파괴했습니다. 강 바닥을 파 내고 보를 세워 강으로서의 기능을 완전히 상실케 한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이는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모래를 흘려보내고 통수를 함으로써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 깊은 논의가 선행되어야 하겠지만) 서서히 복원이 될 것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것은 물이 흐르는 부분을 제외한 곳의 복원입니다. 4대강 사업을 하며 강변에는 슈퍼제방을 쌓고, 둔치를 곳에 따라 1m 이상 높여 놓았습니다. 이 말은 비가 오면 수시로 잠겨야 할 둔치를 공원 조성을 이유로 돋아 놓아 자연적으로 복원될 가능성이 낮아진 것입니다.  

감사원도 "이용도가 높은 친수지구, 경관거점은 적극 관리하고 보전·복원이 바람직한 지역은 자연천이를 유도하는 수준으로 관리"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둔치에 대한 유지관리비도 부족한 실정이어서 "관리가 소홀해질 우려"가 있다고도 감사원 발표자료에는 나와 있습니다.  

하지만 4대강 사업은 극히 일부 구간을 제외하고 모든 둔치의 습지를 깎아내고 돋았습니다. 복원을 위해서 돋아 놓은 둔치의 높이를 낮추고 감사원의 지적에 따라 "자연천이를 유도"해야 합니다. 

그리고 역행침식을 막기 위해 지천과 본류가 만나는 지점에는 거대한 사석이나 콘크리트로 마무리를 해 놓은 지역이 있습니다. 본류에 모래를 투입하는 방식으로 역행침식을 방지한다면, 이런 시설이 더는 필요없게 됩니다.  

이런 시설은 식물, 동물 등 강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들로 복원을 진행하는 중에 철거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 2011년 11월 촬영한 상주보 고정보 부분. 틈 사이로 물이 새어 나온다. 사진=대구환경연합 정수근

6. 4대강 보의 점진적 철거 
 국토부에서도 스스로 인정하듯 4대강 사업은 "과거에 시행한 경험이 없는 사업"으로 이번 감사결과 철저하게 실패한 사업임이 드러났습니다.  

수문을 열어야만 목표하는 수질에 도달할 수 있으며, 너무나도 유익한 모래톱이 살아 돌아오게 됩니다. 몇차례 언급했듯 호소 상태로는 결코 갈수 때의 혹독한 상황에서 정상적인 수질관리를 할 수 없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오락가락 하는 요즘의 날씨변화에서는 더 힘듭니다. 

또, 보들은 짧은 공사기간 때문에 태생적으로 굉장히 큰 부실을 안고 있습니다. 게다가 감사원의 발표자료를 보면 처음 계획단계에서부터 '소규모 보'의 기준으로 건설되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유해균열만 3,783m에 달하는 부실이 밝혀졌습니다. 그간 국토부에서 해명한 '문제 없다', '물 비침 현상이다' 라는 것은 모두 거짓이었던 것입니다.  

통수를 해야만 정상적인 물관리가 가능하고, 만약 가동보를 닫아 물을 채우더라도 붕괴의 위험이 상존하고 있는 것입니다. 만약 보의 부실이 붕괴로 이어진다면 수억톤에 달하는 물이 내려가 하류 보들의 연쇄붕괴가 일어날 수도 있고, 이는 최하류 도시의 대규모 침수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부산, 서울 등이 이에 포함됩니다. 

보를 본연의 목적대로 쓴다면 수질악화와 붕괴위험이 상존하게 되고, 통수를 하기 위해 수문을 상시 열어둔다면 더는 존재할 의미가 없어지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4대강 사업의 핵심인 보는 당연히 철거되어야 합니다.  

7. 4대강 사업 실패사례를 딛고 세계적인 습지로 복원가능! 
지율스님은 요즘 내성천 일대에 머물며 강이 처한 현실을 알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스님은 저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만약 영주댐 건설이 중단되고, 이 넓은 땅이 자연으로 돌아간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영주댐 수몰지역 일대에 살던 농민들은 이미 보상을 받고 고향을 떠나가 새로운 보금자리를 틀었습니다. 수백만평에 달하는 땅이 국유지가 된 것이죠. 이 땅은 오래전부터 사람들이 일구고 살았지만 더 오래전에는 자연이었던 곳입니다. 

농사를 짓지 않고 제방이 없을 때는 드넓은 갈대밭과 수많은 버드나무가 펼쳐져 있었을 것이 분명합니다. 그 속에는 셀 수도 없을 만큼의 생명들이 자리를 잡고 살아갔었겠죠. 

영주댐에서부터 수몰예정지까지의 (보상이 끝난 지역) 직선거리만 12㎞가 넘고 수몰되는 면적은 무려 10.4㎦에 달합니다. 이 수치는 물이 흘렀고, 강을 접하고 있는 논 등 습지였던 곳만 산출한 것입니다. 

만약 이 지역을 자연공원으로 지정하고 습지를 복원해 자연상태로 잘 유지한다면 세계적인 하천습지로 명성을 날릴 것이 분명합니다.  

내성천은 우리나라에서도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모래 하천'입니다. 우리나라 어느 강을 가 보아도 모래가 있는 곳이라 할지라도 주먹만한 자갈돌들도 섞여있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내성천은 지하 수미터까지 모래가 빽빽히 채워져 있어서 매우 특별한 생태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사람들에겐 독특한 경관으로 감동시키고, 모래톱의 탁월한 물의 정화능력으로 깨끗한 물을 제공합니다. (내성천의 모래는 낙동강으로 흘러가 낙동강도 모래하천으로 만드는데 일조를 합니다.) 

» 독일의 이자르 강 복원 전 모습. 거의 수로형태이다. 사진=한스 베른하르트 교수

» 독일의 이자르 강 복원 후 모습. 복원으로 홍수와 가뭄을 해결하고 아름다운 자연도 얻었다. 사진=한스 베른하르트 교수

» 독일의 라인강 둔치를 복원하는 모습. 사진=한스 베른하르트 교수

4대강 사업과 한국의 강을 연구하기 위해 방문했던 외국의 하천 관련 석학들도 (미국 버클리대 맷 콘돌프 교수, 일본 교토대 히로타케 이마모토 교수, 독일 칼스루에 대학 한스 베른하르트 교수, 독일연방 자연보호청 알폰스 헨리히프라이제 박사 등) 하나같이 내성천의 아름다움에 혀를 내둘렀습니다. 

그들이 방문했을 때만 해도 모래톱이 그나마 살아있어서 예전의 모습을 볼 수 있었지요. 그래서 어떤 학자는 세계자연유산으로도 손색이 없다는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제 제방을 헐어 쓰지 않는 논을 자연습지로 돌리고 물이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놔둔다면, 오래 가지 않아 이 일대는 아름다움과 생명의 축복으로 가득 차게 될 것입니다.  

실질적으로 또한 현실적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방법으로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습니다. 생물다양성이 높을수록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높아지는 것은 수많은 학자들이 이미 밝힌 과.학.적. 사실입니다.  

그 방법으로 제방을 헐고 자연스레 물을 흘려내보내는 것은 탁월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습지의 홍수 방어능력은 댐이나 보 같은 시설보다 뛰어납니다. 즉, 치수사업으로도 손색이 없다는 뜻입니다. 

내성천 뿐만 아니라 여주에 만든 저류지같은 경우도 제방을 좀 더 낮추어 상시 통수하게 만든다면 훌륭한 자연습지가 될 것이 분명하며, 홍수방어의 역할도 증대될 것입니다. 여타 한강 변이나 낙동강 변을 면밀히 검토해 본다면 자연습지로 복원할 수 있는 곳은 매우 많습니다. (강변 둔치의 대부분이 국유지가 되었다는 것을 상기!) 

습지의 중요성은 두말하면 잔소리죠. 자연상태의 훌륭한 습지를 갖게 되는 것은 국가적으로 큰 경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사례는 세계적으로 길이 남을 훌륭한 업적이 될 것입니다.  

» 내성천만의 아름다운 모래톱은 세계적인 자랑거리다. (사진은 겨울이어서 모래톱을 눈이 덮었지만)

8. 마지막으로…, 4대강 복원을 위한 민관공동 위원회를 꾸려야 
 4대강 사업으로 30조원에 육박하는 혈세를 흘려보냈습니다. 지금 4대강 사업을 되돌려놓지 않는다면 몇 배의 혈세가 들어가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이는 두고두고 정부의 부담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수질이 악화되어 국민들의 식수가 위험해진다면, 구미에서 일어났던 식수대란이 대구와 부산으로 확대된다면? 이는 정치인들에게도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작용할 것이 뻔합니다. 

새 정부는 4대강 사업의 위험부담을 안고 갈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여기서 명쾌하게 잘라내야 합니다. 감사원은 새 정부에 큰 힘을 실어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 것인지도 대강 그림들이 다 잡혀져 있습니다.  

인수위는 위에서 말한 사안들을 해결하는 민관 공동으로 된 위원회를 빠른 시일내에 꾸려야 합니다. 이 위원회에는 학자 집단이나 환경단체 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문제점을 찾아내고 알렸던 운동가들도 적극적으로 참여시켜야 합니다. 생태복원이라는 문제는 학문적, 기술적 부분도 중요하지만 생태적 감성도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당연한 이야기이겠지만, 4대강 사업을 주도했던 사람들에 대한 책임도 명확히 물어야 합니다. 30조에 달하는 혈세를 사용한 것도 문제, 국토를 철저하게 파괴했던 것도 심각한 '범죄'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글·사진 김성만(채색)/ 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생태활동가

김성만(채색) 생태활동가녹색연합 자연생태국, 4대강 현장팀에서 활동했었다. 파괴를 막는 방법은 살리는 일을 하는 것이라 믿고 2012년 3월부터 '생태적인 삶이 무엇인지 찾아가는' 여행을 떠난다. 중국 상하이에서 포르투갈의 리스본까지 자전거로 여행하고 (달려라 자전거)를 냈고, 녹색연합에서 진행한 (서울성곽 걷기여행)의 저자이기도 하다.
이메일 : sungxxx@hanmail.net      

2012년 1월 29일 일요일

‘4대강’ 크기는 댐인데 설계는 보 ‘모래성’…보강도 땜질만


이글은 한겨레신문 조홍섭기자 블로그 물바람숲 2012-01-27일자 기사 '‘4대강’ 크기는 댐인데 설계는 보 ‘모래성’…보강도 땜질만'을 퍼왔습니다.
암반 위 건설 안해 모래 유실되면 '두 동강'
물 속에 콘크리트 붓거나 자갈망태 넣기만 

얼마 전 생명의 강 연구단에서 4대강 사업현장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하며 '보가 두 동강 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이에 대해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은 사실이 아니라며 '고발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는데요.

발표의 핵심내용은 '4대강 보'는 진짜 '보'였다는 것입니다. 겉으로 드러난 규모로는 국제대댐협회에서 규정하는 대형 댐에 해당하지만 '보'로 설계했다는 것입니다.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발표자료를 통해 "4대강에 설치되는 대부분의 보 본체가 암반 위에 건설되지 않았고 물이 보 본체 아랫 부분을 통과하지 못하도록 차수벽을 설치하였다."며 4대강의 보들이 '보'의 설계기준으로 건설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가래로 막아야 할 것을 호미로 막고 있다는 걸 뜻하는데요. 경악할 만한 일입니다.



▲일반적인 보의 설계도. 물은 왼쪽에서 흘러와 오른쪽으로 넘어간다. 보 본체와 상하류의 보호공, 아래의 차수공 등으로 간단하게 이루어져 있다. 그림=생명의강 연구단 발표자료.


▲구미보 월류부 표준단면도. 일반적인 보의 설계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림=생명의강연구단 발표자료, 국토해양부

실제 설계도를 보면 1~2m 내외의 일반적인 보의 설계도와 높이가 11m인 구미보의 설계도가 크게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박 교수는 특히 이 보가 암반 위에 직접 건설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2번과 3번 부분에 해당하는 물받이공과 바닥보호공이 유실되더라도 암반위에 직접 건설되었다면 댐 하부가 유실될 걱정이 없지만, 암반 위에 짓는 대신 4번에 해당하는 차수공만 설치했다면 댐 하부가 유실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모래가 유실된 뒤에는 댐 스스로의 무게에 못이겨 아래로 꺼져버리는, 즉 두 동강이 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4대강 중 특히 낙동강은 모래층이 잘 발달되어 있어 유실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습니다. 지역에 따라 강 바닥에 20m 이상의 모래가 쌓여 있다고 합니다. 이는 창원에 강변여과수를 활용한 정수장이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 증명합니다. 강변여과수를 통해 취수하기 위해서는 '25~50m 깊이에 물이 원활히 순환할 수 있는 자갈과 모래층이 발달한 지질구조가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양양 양수발전소 하부댐 기초공사 모습. 암반이 나올 때까지 굴착하고 틈새에는 차수재를 투입한 뒤 콘크리트를 타설했다. 사진=생명의강 연구단 발표자료.

발표자료는 기존 댐 설계의 예로 양양 양수발전소에 지어진 댐을 들고 있습니다. 이 댐은 기초공사에서 흙과 풍화토를 모두 걷어낸 뒤 노출된 암반을 물로 깨끗이 씻고 균열된 암반에는 차수재를 투입한 후 그 위에 콘크리트 타설을 하여 댐을 올렸다고 합니다.

물이 댐 하부로 흘러갈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했습니다. 보와 달리 댐은 엄청난 수압을 받기 때문에 댐 어디로도 물이 흘러나와선 안 되기 때문입니다. 또 암반 위에 직접 건설하면 댐 하부가 깎여나갈 가능성도 줄어드는 것입니다.

문제는 연구단의 조사 결과 구미보, 칠곡보, 세종보 등에서 물받이공이 유실된 것입니다. 암반 위에 건설하지 않았다면 물받이공이라도 단단하게 설치하여 댐하부가 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되도록 했어야 했는데 물받이공 조차 단 한번의 여름을 견디지 못하고 유실된 것입니다.

그래서 완공을 올해 6월로 또 다시 늦춰가며 '특수 콘크리트'를 직접 물 속에 붓는 등 부랴부랴 보강공사를 하고 있는데요. 이에 대해 박 교수는 "지금이라도 땜질식 공사를 중지하고 가물막이를 다시 설치하여 보의 안정성을 정밀 재검토하고 그에 합당한 설계"를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강정고령보 보강공사 현장. 긴 시트파일(H빔 같은)을 강 속으로 박고 있다. 이는 그 자리에 있어야 할 물받이공이 유실됐음을 의미한다. 보 본체 아래 모래의 유실방지 목적으로 설치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사진=생명의강 연구단 발표자료.

▲달성보 보강공사 현장. 보 아래 쪽으로 돌망태를 던져 넣고 있다. 저 형태의 돌망태는 4대강 지천 곳곳에 하상유지공 용도로 쓰인 적이 있으나 대부분 쉽게 유실이 됐다. 사진=생명의강 연구단 발표자료.

▲금강 유구천의 보. 보 아랫 부분이 역행침식으로 유실되며 내려앉았다. 4대강 보들이 만약 이처럼 내려앉는다면? 사진=채색.

발표자료를 살펴보면 보강공사를 하고 있는 곳들이 상당히 부실해 보입니다. 공사를 처음 진행할 때처럼 물을 뺀 뒤 상태를 정확하게 진단한 뒤에 보강을 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임에도 물을 빼지 않고 공사를 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달성보 현장에서는 자갈을 채워넣은 돌망태를 물 속으로 던져넣고 있었습니다. 첫 번째 보여드린 사진의 2번 내지는 3번 부분(물받이공 또는 바닥보호공)을 보강하는 것인데요. 저 돌망태는 작은 하천에서도 쉽게 유실됐습니다. 낙동강처럼 큰 강에서는 어림도 없는 일입니다.

강정 고령보 현장은 시트파일(H빔 같은)을 박아넣는 공사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에 연구단이 현장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하상보호공 유실방지'로 설명했다고 했으나 연구단의 견해로는 '댐 본체 밑으로 유출되는 모래차단'이 주 목적으로 보였다고 합니다.

시트파일을 박는 위치상 하상유지공보다는 보 본체의 끝단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일 것입니다. 또 이곳에서는 수중으로 직접 콘크리트를 붓는 공사를 진행했다고 합니다. 

이런 조사결과에 대해 정부쪽에서는 각종 해명자료를 내고 있으나 대부분 못미더운 것뿐입니다. 자료를 공개하고 검증을 받는다면 문제가 없을 텐데 말입니다. 단순히 '문제가 없다', '사실이 아니다'라는 해명은 안하느니만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생명의강 연구단이 제안한 대로 정부쪽 전문가와 민간쪽 전문가들이 함께 4대강의 안정성을 확인하고 해결해 나가는 것이 최선일 것입니다.

김성만(채색)/ 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생태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