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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30일 일요일

산 넙치 잡아먹는 제돌이, 고향 서울대공원 돌아온 크레인


이글은 한겨레신문 환경전문 조홍섭 기자 블로그 물바람숲 2012-12-28일자 기사 '산 넙치 잡아먹는 제돌이, 고향 서울대공원 돌아온 크레인'을 퍼옸습니다.

2012년, 토요판이 만난 동물'크레인' 소식 알려지자 입양처 찾아주자는 인터넷 서명운동, 서울대공원 화답
제돌이 방사 논란 계기로 '동물 복지' 개념 어엿한 의제로 자리 잡아

» 강원 원주 치악산드림랜드에서 호랑이 크레인이 서울대공원으로 이송작업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동물자유연대

지난 18일 치악산드림랜드의 호랑이 ‘크레인’은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깨어 보니 서울대공원 동물원이었다. 8년 만에 호랑이 크레인이 고향으로 돌아왔다.

11월24일 토요판은 강원도 원주시의 열악한 치악산드림랜드 동물원의 이야기를 전했다. 경영난 탓에 한때 식수 급여가 중단되고 먹이도 제대로 제공되지 않는 등 동물원은 사육사 한 명의 헌신으로 근근이 유지되고 있었다.

헛날갯짓을 하는 독수리, 바싹 마른 유럽불곰 등 동물들은 고통스러워 보였다. 2000년 말 경기도 과천시 서울대공원에서 근친교배로 태어나 입이 삐죽 튀어나온 ‘못난이’ 호랑이 크레인도 그중 하나였다. 시베리아호랑이라고 하지만 근친교배로 뒤얽혀 종보전 가치도 없는 비운의 호랑이. 그래도 새끼 적에는 장난꾸러기 맹수로 텔레비전에 출연했으나, 몸집이 커지자 사람들의 관심에서 사라졌다. 2004년엔 치악산드림랜드로 옮겨졌다. 

보도로 크레인 소식이 알려진 뒤,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와 동물을 위한 행동은 크레인의 입양처를 수소문했고 인터넷에서는 1만명 넘는 서명이 이어졌다. 서울대공원이 크레인을 받겠다며 화답했다. 치악산드림랜드는 크레인과 유럽불곰을 무상양도하기로 결정했다.

18일 치악산드림랜드에 서울대공원에서 찾아온 수의사들이 도착했다. 저울에 달아 본 크레인의 몸무게는 109㎏에 지나지 않았다. 보통 수컷 호랑이가 170~200㎏ 나가니, 매우 왜소한 몸집이었다. 크레인의 ‘고향 이송 작업’에 동행한 전경옥 ‘동물을 위한 행동’ 대표가 말했다. 

마취제를 세 번 놓자 크레인은 아침에 먹은 생닭을 토하고 겨우 잠이 들었어요. 수의사들이 검진을 시작했죠. 다행히 목 부위에 곰팡이성 피부병이 있는 것 말고는 큰 병은 없는 듯했어요.” 
» 마취제 주사 3방을 맞고 쓰러진 호랑이 크레인. 아침에 먹은 생닭을 토하는 등 불편해했다고 한다. 동물원 근친교배로 인해 어렸을 적부터 백내장을 앓았고 뻐드렁니가 나는 등 치아기형이 있다. 사진=동물자유연대

이날 오후 5시께 크레인은 서울대공원에 도착했다. 호랑이 22마리가 사는 맹수사 내실의 한 독방을 배정받았다. 좁은 면적의 콘크리트 바닥. 내년에는 맹수사의 리모델링 공사가 예정돼 있어서, 일반인이 크레인을 만나보긴 힘들 것 같다.

서울대공원으로 돌아간 크레인은 수의사의 관리를 받으면서 점차 건강을 회복하고 있다. 곰팡이성 피부염도 낫기 시작했다. 다만 좁은 우리와 바뀐 환경 때문에 일정 지점을 왔다갔다 하는 정형행동을 보인다고 동물단체 관계자들은 덧붙였다.

이기순 동물자유연대 정책기획국장은 “최선의 환경은 아니지만 최소한의 영양 관리와 수의학적 처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차선의 선택을 했다. 유럽불곰 두 마리에 대해서도 시립동물원 등 입양처를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 호랑이 크레인이 8년 동안 살았던 원주 치악산드림랜드를 빠져나오고 있다. 사진=동물자유연대

2012년은 우리 사회가 동물복지에 대해 주목하게 된 첫해로 기록된다. 그간 국내에서 동물보호 담론은 개나 고양이 등 반려동물 중심이었다. 하지만 구제역 사태와 생매장 처분을 계기로 소, 돼지 등 농장동물로 확대됐고, 제돌이와 크레인 등 동물원의 전시동물로도 논의가 이어졌다. 가장 큰 변화의 계기는 ‘제돌이’였다.
토요판은 3월3일 1면 커버스토리로 제주 앞바다에서 불법포획돼 서울대공원과 퍼시픽랜드(제주 서귀포)에서 공연을 벌이는 제돌이 등 남방큰돌고래에 대해 보도했다. 다소 생소하고 급진적으로 보였던 이 기사를 두고 논란이 많았다.

‘불법포획된 돌고래를 바다로 돌려보내는 게 맞는가’라는 법리적 논쟁에서부터 ‘돌고래 쇼는 윤리적인가’라는 철학적 논쟁까지 벌어졌다. 전경옥 대표는 “동물원·수족관에 사는 전시동물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새삼 깨닫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말했다.

변화는 서울시에서 시작됐다. 서울시는 보도 9일 만인 3월12일 제돌이에게 야생적응 교육을 시킨 뒤 내년 여름께 제주 앞바다로 돌려보내겠다고 밝혔다. 국내 최초의 돌고래 야생방사, 세계적으로는 최초의 정부 주도 야생방사였다.

제주지방법원도 4월4일 퍼시픽랜드에서 공연중인 돌고래 5마리(1마리는 재판 과정에서 폐사)에 대해 몰수형을 선고했고, 12월13일 고등법원도 같은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퍼시픽랜드는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함으로써, 4마리의 자유는 판결 때까지 늦춰지게 됐다.

» 9월5일 서울대공원의 제돌이가 산 생선을 잡아먹고 있다. 산 생선을 잡아먹는 기술을 따로 가르치지 않았는데도, 제돌이는 야생의 습성을 회복해 어렵지 않게 헤엄치는 물고기를 잡았다. 사진=서울대공원

제돌이는 야생방사에 앞서 서울대공원에서 산 생선을 잡아먹는 ‘사전 적응훈련’에 돌입했다. 산 넙치를 수족관에 풀어주자 바로 잡아먹는 등 야생적응이 힘들 것이라는 일부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산 생선을 잡아먹는 능력은 야생의 바다에 나가 생존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반면 불법포획돼 퍼시픽랜드에서 쇼를 벌이고 있는 돌고래들이 고향에 돌아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법원이 몰수형 판결을 뒤집지 않을 것이 확실시되지만, 돌고래 4마리(복순, 춘삼, 태산, D-38)를 받아 바다에 내보낼 기관이 아직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바람직한 대안은 내년 4월 제주 앞바다에 설치될 제돌이의 야생 적응훈련장에 합류시켜 함께 방사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퍼시픽랜드가 대법원에 상고해 ‘시간벌기’에 나섬으로써 시일이 촉박해졌다. 고래생태체험관을 운영하는 울산 남구는 이들을 데려가겠다고 제주지법과 국토해양부 등에 밝혔지만, ‘야생방사는 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내건 것으로 전해졌다.

» 산 생선을 잡아먹는 기술은 돌고래 야생방사에서 가장 중요하다. 제돌이는 어렵지 않게 해냈다. 현재 일주일에 두 번씩 산 생선을 공급한다고 서울대공원은 밝혔다. 사진=서울대공원

국토해양부는 야생방사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예산 부족을 이유로 주저하고 있다. 최명범 국토해양부 해양생태과장은 24일 “야생방사 전에 민간에 임시관리를 맡기더라도 예산이 편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뭐라고 약속을 할 수가 없다. 야생방사가 최선인지 생태체험(전시)이 최선인지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국토해양부는 다음달 안에 관련 지방자치단체와 연구기관을 불러모아 이 문제를 논의한다.

한편 동물자유연대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장하나 의원(민주통합당)은 이달 초 제주지법에 4마리 돌고래에 대한 ‘공연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들은 “지난 4월 제주지법 판결 이후 8개월이 넘도록 퍼시픽랜드는 몰수형이 내려진 돌고래들로 공연을 벌이는 등 부당이득을 취해왔다. 국토해양부가 관리하는 ‘서식지 외 보전기관’이나 제돌이 야생적응장에 합류시켜 야생 방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제돌이 논란을 계기로 생소한 개념이던 ‘동물복지’가 우리 사회의 어엿한 의제로 자리잡았다. 정부가 7월4일 국제포경위원회(IWC)에서 과학포경을 시작하겠다고 발표하자 심한 반대여론에 부닥쳐 결국 포경 재개가 백지화된 일도 제돌이가 아니었다면 없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인간뿐만 아니라 동물의 생명권도 인정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확산되고 있다. 순창 소 아사사건, 악마 에쿠스 사건 등 잇따른 동물학대 사건에 대해서도 인터넷을 중심으로 뜨거운 논란이 이어졌다.

서울시는 지난 10월 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동물보호과’를 만들었다. 12월19일 치러진 제18대 대통령선거에는 처음으로 야당 후보의 공약집에 동물복지가 담겼다. 박근혜 당선인 또한 청와대에 유기동물을 입양하겠다고 밝혔다.

남종영 기자 fandg@

» 경기도 고양시 테마동물원 쥬쥬의 오랑우탄 우탄이. 사진=강재훈 선임기자

품종: 오랑우탄이름: 우탄성별: 남사망일시: 2012년 6월8일사망장소: 동물원 사육실임상진단명: 악성 림프육종사망의 원인: 종양 비대에 따른 호흡곤란에 의한 심장마비주요 소견: 악성 림프육종종대에 의한 기관지 압착 및 전신 장기 전이
  티브이 스타였던 우탄이(20살 추정·수컷)가 남긴 것은 이 검안서 한 장이었다. 먹성 좋던 우탄이는 숨지기 1~2주일 전부터 음식을 남기고 움직임이 둔해졌다. 우탄이가 살던 경기도 고양시의 주주동물원 쪽도 우탄이 진료를 고민했다. 고민은 길지 않았다.

우탄이가 죽었다. 지난 6월8일 아침 우탄이는 자신의 방에서 폐사한 채로 발견됐다. 별다른 외상 없이 깨끗한 사체는 해양동물들의 먹이를 보관하는 영하 19도의 냉동실에 보관돼 있다가 저녁에 부검을 받았다.

그 후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우탄이 사체는 냉동실에 그대로 있다. 동물원 쪽은 국제적 멸종위기종이자 국내 자원이 적은 오랑우탄 우탄이를 박제해 전시할 계획이다.

동물원은 우탄이의 빈자리를 새로운 오랑우탄으로 채웠다. 4년 전 부산에서 부도난 동물원 ‘더 파크’에서 데리고 있던 복돌이(10살 추정·수컷)를 6000만원을 주고 구입해 지난 10월께 주주동물원으로 데려왔다. 동물원 쪽은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따라 합법적으로 한국으로 들여온 복돌이에 대한 양도신고를 낙동강유역환경청에 마쳤다고 밝혔다.

복돌이는 우탄이의 과거다. 우탄이가 살던 쇠창살 쳐진 초록색 우리가 현재 복돌이의 집이다. 우탄이가 그랬듯, 동물원에 사는 암컷 오랑우탄 오랑이(9살)와의 합방이 기다리고 있다. 동물원에서는 곰 사육장 한쪽을 빌려 복돌이와 오랑이의 신방을 차려준다는 계획이다.

부산에서 잘 먹지 못하고 갇혀 지내기만 한 복돌이는 다리와 팔에 근육이 다 빠진 상태이다. 지금 몸을 만드느라 관람객들을 만나지 못한다. 겨울이 가고 날씨가 푸근해지면 복돌이는 우탄이처럼 우리 안 철창 너머로 관람객을 맞을 것이다.

우탄이와 쇼 동물들의 고단한 밥벌이에 대한 기사( 토요판 5월5일치)가 나간 뒤 제보가 이어졌다. 전직 동물원 사육사였다고 밝힌 이는 우탄이가 사람보다 힘이 세지자 우탄이의 손가락 가운데 인대를 잘라 손을 꽉 쥐지 못하게 한 적이 있다고 알려왔다. 동물원 쪽은 그런 적이 결코 없었다고 부인했다. 단, 철문을 두번 덧씌웠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힘이 센 우탄이가 볼트를 돌려 풀어버리기 때문에 겹겹이 문을 세워 사람과 격리한 것이다.

어떤 이유인지 단정할 수 없지만, 학문적으로 40살까지 사는 오랑우탄의 자연수명이 티브이동물쇼 스타이자 동물원의 자랑이었던 우탄이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쇼를 선보이다 맹수의 길을 선택한 우탄이가 하늘나라에서는 오래오래 살기를. 우탄아, 안녕.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2012년 6월 3일 일요일

갑갑해 어찌 살았나, 풀려난 돌고래 단숨에 140㎞ 헤엄


이글은 한겨레신문 조홍섭기자 블로그 물바람숲 2012-05-15일자 기사 '갑갑해 어찌 살았나, 풀려난 돌고래 단숨에 140㎞ 헤엄'을 퍼왔습니다.

제돌이의 미래, 터키 큰돌고래 톰과 미샤 지난 9일 야생 방사
6년만의 자유 만끽, 숭어 사냥하고 친구들과 어울려

▲터키 히사뢰뉘 앞바다의 가두리에서 야생 적응 중인 톰과 미샤. 사진=제프 포스터.

터키의 큰돌고래 톰과 미샤와 마침내 바다로 돌아갔다. 야생 적응 훈련 끝에 야생 방사된 것이다. 두 돌고래는 이틀 동안 고향 바다로 140㎞ 이상 헤엄쳐 나아갔다. 

지난 12일 톰과 미샤의 야생 방사를 주도한 영국의 동물보호단체 '본프리'는 다음과 같이 밝혔다.

톰과 미샤가 48시간 동안 고향 바다 쪽으로 100마일 이상을 헤엄쳐 갔습니다. 너무 빨리 헤엄쳐서이들을 추적하는 배가 따라잡지 못할 정도입니다."
본프리는 톰과 미샤의 경로를 추적하고 있다. 이를 위해 본프리는 야생방사 전에 두 돌고래의 등지느러미에 위치 추적기를 달았다. 휴대전화 크기의 이 장치는 위성과 VHF 방식으로 두 돌고래가 있는 위치 정보를 보내 오고 있다.

■ 톰과 미샤가 바다로 나아가는 장면(동영상=유튜브, 본프리)

http://www.youtube.com/watch?v=PjWk8IDSSIs&feature=player_embedded

현재까지 두 돌고래는 순조롭게 바다를 돌아다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야생에서의 자립 능력, 즉, 산 생선을 잡아먹는 게 확인됐고, 다른 돌고래와 접촉하는 것도 목격됐다.

미국의 뉴스채널 은 톰과 미샤의 야생방사 작업을 총괄하고 있는 해양포유류 학자 제프 포스터의말을 빌어, 두 돌고래는 포획되기 전 무리와 함께 살던 터키 이즈미르 앞바다로 가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다만 기상 악화로 위치 확인 작업은 순조롭게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생방사 직후 본프리 야생방사팀의 카메라에 잡힌 톰과 미샤. 등지느러미에 위치추적기가 달려 있다. 사진=본프리.

톰과 미샤는 지난 9일 터키 히사뢰튀 앞바다에서 역사적인 항해를 떠났다. 연구팀 잠수부들은 이날 두 돌고래가 적응훈련을 받은 가두리의 문을 열었다. 돌고래들은 곧바로 빠져나가지 않았다. 영화 의 주인공 범고래 '케이코'의 야생방사 등에 관여한 세계적인 해양포유류학자인 제프 포스터가 말했다.

문을 열고도 15~20분 동안 톰과 미샤는 밖으로 나가길 주저했죠. 매우 조심스러운 녀석들이거든요"

하지만 이내 바다로 나간 돌고래들은 곧바로 숭어를 잡아먹는 게 목격됐다. 또한 두 돌고래 주변에서 등지느러미가 떠오르는 것도 관찰됐는데, 이 지느러미는 톰과 미샤가 아닌 다른 돌고래의 지느러미였다. 제프포스터가 말을 이었다. 

다른 돌고래와 어울리는 거였어요. 야생 방사 직후 4~5시간 동안 톰과 미샤는 산 생선을 쫓고 다른돌고래들과 어울린 거죠. 기대했던 바 이상입니다"

▲야생방사 이후 톰과 미샤의 이동경로를 붉은 선으로 표시한 지도. 그림=본프리.

톰과 미샤는 여러모로 서울대공원 남방큰돌고래 '제돌이'의 야생 방사 성공 여부를 가늠케 하는 사례다. 12살 안팎으로 추정되는 두 돌고래는 2006년께 터키 앞바다에서 잡혀 수족관에 전시되면서 '돌고래와 수영하기' 프로그램에 동원됐다.

2010년 9월 본프리가 야생 방사를 위해 건네받았을 때, 이들의 건강은 극도로 안 좋은 상태였다. 이후 본프리는 터키 히사뢰뉘 앞바다에 가두리를 설치하고 두 돌고래에게 인간 접촉을 차단하고 산 생선을 먹이는야생적응 훈련을 시켰다.

지난 3월 본프리의 앨리슨 후드 캠페인국장은 와의 인터뷰에서 "곧 산 생선으로 먹이를 바꿔 줄예정"이라며 "몸 조건이 만들어지는 대로 야생 방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돌고래 야생방사의 주요 변수 가운데 하나가 수족관 수용 기간이다. 일반적으로 수용 기간이 길수록 야생습성을 잊어버리기 때문에 야생 방사가 어려워진다. 제돌이는 2009년 5월 제주 앞바다에서 잡혔고, 내년여름께 야생 방사 적응 훈련을 거쳐 방사할 예정이다.

수족관 수용기간은 4년으로, 톰과 미샤의 6년보다 짧아, 더 좋은 조건에서 방사되는 셈이다. 하지만 수족관수용 기간보다 해당 돌고래의 성격이 야생 방사 성공을 더 좌우한다는 게 일반적인 의견이다. 적극적이고활발한 돌고래일수록 야생에 더 빨리 적응한다고 전문가들은 본다.  

아직 톰과 미샤의 성공 여부를 확신할 수 없다. 본프리도 섣부른 예단을 경계하고 있다. 다만 이번 야생방사는 내년 방사 예정인 제돌이에게 좋은 학습 기회가 될 수 있다. 야생방사를 추진하고 있는 서울시와 서울대공원이 톰과 미샤의 사례를 집중 연구해 제돌이 야생방사에 적용해야 할 것이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2012년 5월 17일 목요일

6년간 쇼하던 돌고래들, 바다에 풀려나자마자…


이글은 한겨레신문 2912-05-17일자 기사 '6년간 쇼하던 돌고래들, 바다에 풀려나자마자…'를 퍼왔습니다.

터키 히사뢰뉘 앞바다의 가두리에서 야생 적응 중인 톰과 미샤. 사진=제프 포스터.

제돌이의 미래, 터키 큰돌고래 톰과 미샤 지난 9일 야생 방사6년만의 자유 만끽, 숭어 사냥하고 친구들과 어울려

터키의 큰돌고래 톰과 미샤과 마침내 바다로 돌아갔다. 야생 적응 훈련 끝에 야생 방사된 것이다. 두 돌고래는 이틀 동안 고향 바다로 140㎞ 이상 헤엄쳐 나아갔다.
지난 12일 톰과 미샤의 야생 방사를 주도한 영국의 동물보호단체 '본프리'는 다음과 같이 밝혔다.
톰과 미샤가 48시간 동안 고향 바다 쪽으로 100마일 이상을 헤엄쳐 갔습니다. 너무 빨리 헤엄쳐서 이들을 추적하는 배가 따라잡지 못할 정도입니다."
본프리는 톰과 미샤의 경로를 추적하고 있다. 이를 위해 본프리는 야생방사 전에 두 돌고래의 등지느러미에 위치 추적기를 달았다. 휴대전화 크기의 이 장치는 위성과 VHF 방식으로 두 돌고래가 있는 위치 정보를 보내 오고 있다.
■ 톰과 미샤가 바다로 나아가는 장면(동영상=유튜브, 본프리)

http://www.youtube.com/watch?v=PjWk8IDSSIs&feature=player_embedded

현재까지 두 돌고래는 순조롭게 바다를 돌아다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야생에서의 자립 능력, 즉, 산 생선을 잡아먹는 게 확인됐고, 다른 돌고래와 접촉하는 것도 목격됐다.
미국의 뉴스채널 은 톰과 미샤의 야생방사 작업을 총괄하고 있는 제프 포스터의 말을 빌어, 두 돌고래는 포획되기 전 무리와 함께 살던 터키 이즈미르 앞바다로 가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다만 기상 악화로 위치 확인 작업은 순조롭게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생방사 직후 본프리 야생방사팀의 카메라에 잡힌 톰과 미샤. 등지느러미에 위치추적기가 달려 있다. 사진=본프리.

톰과 미샤는 지난 9일 터키 히사뢰튀 앞바다에서 역사적인 항해를 떠났다. 연구팀 잠수부들은 이날 두 돌고래가 적응훈련을 받은 가두리의 문을 열었다. 돌고래들은 곧바로 빠져나가지 않았다. 영화 의 주인공 범고래 '케이코'의 야생방사 등에 관여한 세계적인 해양포유류학자인 제프 포스터가 말했다.
문을 열고도 15~20분 동안 톰과 미샤는 밖으로 나가길 주저했죠. 매우 조심스러운 녀석들이거든요"
하지만 이내 바다로 나간 돌고래들은 곧바로 숭어를 잡아먹는 게 목격됐다. 또한 두 돌고래 주변에서 등지느러미가 떠오르는 것도 관찰됐는데, 이 지느러미는 톰과 미샤가 아닌 다른 돌고래의 지느러미였다. 제프 포스터가 말을 이었다.
다른 돌고래와 어울리는 거였어요. 야생 방사 직후 4~5시간 동안 톰과 미샤는 산 생선을 쫓고 다른 돌고래들과 어울린 거죠. 기대했던 바 이상입니다"


야생방사 이후 톰과 미샤의 이동경로를 붉은 선으로 표시한 지도. 그림=본프리.

톰과 미샤는 여러모로 서울대공원 남방큰돌고래 '제돌이'의 야생 방사 성공을 가늠케 하는 사례다. 12살 안팎으로 추정되는 두 돌고래는 2006년께 터키 앞바다에서 잡혀 수족관에 전시되면서 '돌고래와 수영하기' 프로그램에 동원됐다.
2010년 9월 본프리가 야생 방사를 위해 건네받았을 때, 이들의 건강은 극도로 안 좋은 상태였다. 이후 본프리는 터키 히사뢰뉘 앞바다에 가두리를 설치하고 두 돌고래에게 인간 접촉을 차단하고 산 생선을 먹이는 야생적응 훈련을 시켰다.
지난 3월 본프리의 앨리슨 후드 캠페인국장은 와의 인터뷰에서 "곧 산 생선으로 먹이를 바꿔 줄 예정"이라며 "몸 조건이 만들어지는 대로 야생 방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돌고래 야생방사의 주요 변수 가운데 하나가 수족관 수용 기간이다. 일반적으로 수용 기간이 길수록 야생 습성을 잊어버리기 때문에 야생 방사가 어려워진다. 제돌이는 2009년 5월 제주 앞바다에서 잡혔고, 내년 여름께 야생 방사 적응 훈련을 거쳐 방사할 예정이다.
수족관 수용기간은 4년으로, 톰과 미샤의 6년보다 짧아, 더 좋은 조건에서 방사되는 셈이다. 하지만 수족관 수용 기간보다 해당 돌고래의 성격이 야생 방사 성공을 더 좌우한다는 게 일반적인 의견이다. 적극적이고 활발한 돌고래일수록 야생에 더 빨리 적응한다고 전문가들은 본다.
아직 톰과 미샤의 성공 여부를 확신할 수 없다. 본프리도 섣부른 예단을 경계하고 있다. 다만 이번 야생방사는 내년 방사 예정인 제돌이에게 좋은 학습 기회가 될 수 있다. 야생방사를 추진하고 있는 서울시와 서울대공원이 톰과 미샤의 사례를 집중 연구해 제돌이 야생방사에 적용해야 할 것이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2012년 3월 25일 일요일

한국판 '프리 윌리', 돌고래 제돌이 제주바다 돌아간다


이글은 한겨레신문 조홍섭기자 블로그 물바람숲 2012-03-13일자 기사 '한국판 '프리 윌리', 돌고래 제돌이 제주바다 돌아간다'를 퍼왔습니다.
서울대공원 돌고래 야생 적응 거쳐 무리 합류…3년만에 고향으로
구좌읍 바다 유력…구름비바위 앞바다는 해군기지로 서식지 파괴


▲서울대공원 돌고래 공연 풀장 안쪽의 대기용 풀장에서 쉬고 있는 제돌이. 풀장 시멘트에 긁혀 부리 앞이 벗겨져 있다. 사진=남종영 기자.

12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제주도에서 불법포획돼 서울대공원에서 쇼를 벌이고 있는 남방큰돌고래 '제돌이'의 야생방사 결정을 내렸다. 국내 처음으로 시도되는 '돌고래 야생방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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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방큰돌고래 제돌이가 인간에게 처음 관찰된 건 2007년 11월4일이다. 고래연구소는 제주도에 서식하는 돌고래의 사진을 찍어 식별번호를 붙이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돌고래의 등지느러미를 찍으면, 마치 사람의 지문처럼 개체를 구별할 수 있다. 이렇게 해서 붙여진 제돌이의 개체 식별번호는 'JBD09'(Jeju Indo-pacific Bottlenose Dolphin)였다. 제주도에서 9번째로 발견된 남방큰돌고래라는 뜻이다. 

그런데 제돌이는 2009년 5월1일 제주도의 돌고래공연업체 퍼시픽랜드로 잡혀 들어오게 된다. 그날 제돌이가 그물에 걸렸고, 어민은 미리 짠 대로 얼마간의 돈을 받고 퍼시픽랜드에 넘긴 것이다.

원래 그물에 걸린 돌고래는 수산업법에 따라 즉시 방류하거나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 하지만 퍼시픽랜드는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자신의 수족관으로 가져온 뒤, 약간의 조련을 거쳐 서울대공원에 팔았다. 


▲남방큰돌고래의 등지느러미는 개체마다 모양이 다르다. 마치 사람의 지문처럼 이를 통해 개체를 식별할 수 있다. 사진=고래연구소.

이번 서울시의 결정은 그런 불법행위를 되돌리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제돌이가 지난 2009년만 해도 야생에서 헤엄치고 있었다는 점, 그리고 불법포획돼 서울대공원으로 팔려온 점, 외국에선 이미 돌고래 야생방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서울시의 결정은 당연한 일이지만,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매우 선제적이다.  

일부에선 박원순 서울시장의 트윗 발언을 거론하며 공격하고 있다. 박 시장은 19일 오전 서울대공원에서 열린 기자설명회에 가는 도중 이렇게 말했다.

지금 서울대공원에 있는 돌고래 제돌이를 만나러 갑니다. 구럼비 앞바다에서 헤엄칠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에 대해 심각하게 검토해 보려 합니다."
이 트윗을 보고 일부 언론에선 구럼비바위, 그러니까 강정 해군기지에 야생 방사장을 설치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박 시장의 발언은 그런 뜻이 아니라 상징적인 은유다.

남방큰돌고래는 제주도 전 연안이 하나의 서식지이기 때문이다. 남방큰돌고래는 제주항과 협재 해수욕장을 지나고 성산 일출봉과 중문 앞바다도 거치고 구럼비바위 앞에서도 헤엄친다. 남방큰돌고래는 생애 내내 제주도를 돌고 돌고 또 돈다.

고래연구소가 2007년부터 조사한 결과를 보면, 남방큰돌고래는 제주도 연안 1㎞ 안쪽의 해안가를 빙빙 돌고 있다. 한 바퀴를 빙 돌기도 하고, 남쪽으로 갔다가 북쪽으로 되돌아 가기도 한다. 불규칙적으로 해안가를 도는 것이다.

남방큰돌고래는 제주도 특정 해역에 자리잡고 살지 않는다. 이를테면 협재 해수욕장에서 발견한 남방큰돌고래가 제주항에서 발견되기도 하고 성산 일출봉 앞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이 돌고래들은 고래연구소의 사진 식별 작업을 통해 이미 '신원'이 확인된 상태다.



이 때문에 제주도 연안에 야생 방사장을 설치할 경우, 제돌이가 기존 무리를 만날 수 있는 확률은 100%에 가깝다. 그곳은 구럼비바위가 됐든 협재 해수욕장이 됐든 마찬가지다. 일반적으로 야생방사장은 바다 한가운데 가두리처럼 지어지며, 돌고래는 이곳에서 산 생선을 먹는 훈련을 하면서 점차 인간에서 멀어지게 된다. 먹잇감을 잡아먹는 걸 다시 배우는 셈이다. 

제돌이는 10살을 넘겨 수족관에 잡혀 왔다. 약 3년 가까이 갇혀 있었는데, 어느 정도 적응을 거치면 스스로 먹이를 잡는 건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야생에서 10살까지 먹이를 스스로 잡아 먹어 왔기 때문이다.(반면 수족관에서 탄생한 돌고래들의 야생 적응이 가장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야생 방사장은 연안의 바다 한가운데 설치된다. 될 수 있으면 바다가 잔잔한 곳에 설치해야 좋다. 그래야 훈련요원들의 접근이 쉽기 때문이다. 또한 남방큰돌고래들이 자주 나타나는 지역일수록 좋다. 그래야 최종적인 방사 이전에 될 수 있는 한 자주 만나면서 서로 익힐 수 있기 때문이다.

남방큰돌고래는 제주도 북동쪽 해안(애월항~협재 해수욕장)과 북서쪽 해안(종달리~구좌읍)에서 자주 관찰된다. 고래연구소에서 남방큰돌고래를 연구하는 김현우 연구원은 이런 점을 감안해 제주도 북동쪽 구좌읍 바다가 좋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제주도 야생의 바다에서 뛰놀고 있는 남방큰돌고래들. 사진=고래연구소.

물론 해군기지가 들어서지 않는다면 구럼비바위도 좋은 야생방사 터가 될 것이다. 하지만 해군기지는 114마리밖에 남지 않은 남방큰돌고래의 서식 환경을 악화시킬 게 자명하다. 거대한 군함에서 나오는 소음과 잠수함 음파 등은 돌고래를 교란시킨다. 돌고래는 음파를 사용해 위치를 추적하기 때문이다.

강정읍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의 해녀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바다 속에서 물질을 하고 있으면, 돌고래가 다가와 돌을 집었다 놨다 장난을 치곤 하죠. 그러던 고래가 최근 들어 많이 없어졌어요."

남방큰돌고래는 갈수록 개체 수가 줄어들어 이제 114마리밖에 남지 않았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무리다. 하지만 환경영향평가에서는 해군기지의 남방큰돌고래에 대한 영향은 물론 서식 사실조차 기록되지 않았다.

지금은 구럼비바위의 폭파 소리에, 나중에 해군기지의 소음에 남방큰돌고래들은 괴로워할 것이다. 얼마 전 강정에 갔다가 이런 피켓을 본 적이 있다. '강정의 평화는 남방큰돌고래가 돌아오는 것'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