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블이 임대아파트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레이블이 임대아파트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2012년 11월 7일 수요일

임대아파트의 겨울, 가난은 이웃도 원수로 만든다


이글은 프레시안 2012-11-06일자 기사 '임대아파트의 겨울, 가난은 이웃도 원수로 만든다'를 퍼왔습니다.
[도시 속 외딴섬, 임대아파트·②] 겨울이 두려운 주민들

진보신당 서울시당이 영구임대아파트 주민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이미 2009년 12월에 임대아파트 주민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지금까지도 꾸준히 공공임대주택에 관심을 두고 관련한 논평을 발표해왔다.

실태조사는 9월과 10월에 걸쳐 강서구의 한 영구임대아파트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단순한 설문조사 방식이 아닌 직접 대면을 통한 인터뷰를 진행했고, 총 25명의 주민을 취재했다.  - 도시 속 외딴섬, 임대아파트①도박집에 가출한 아내…오갈데 없는 부녀에게 "방 빼" 영구임대아파트에 사는 주민의 불만은 무엇일까. 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사실은 '자신의 삶에 대한 불만'이었다. 일반적으로 생각했던 '미흡한 아파트 시설 관리'가 아니었다.

삶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는 양상은 다양했지만 출발점은 하나로 모였다. 바로 '고정된 저 수입' 구조이다. 조사 대상 주민의 대부분은 일정한 직업이 없었다. 당연히 소득도 없다. 인터뷰에 응한 25명의 주민 중 20명(80%)이 소득이 없는 상태였다. 나머지 5명 중에서도 1명(정규직)을 제외하고는 아르바이트와 공공근로를 단기적으로 하고 있을 뿐이었다.

조사에 응한 주민의 평균 월수입은 51만8000원이고, 월수입이 50만 원 미만인 가구(차상위라 소득이 아예 없는 가구 포함)가 20가구(80%)나 되었다. 이들은 기초생활수급비나 기초노령연금, 장애급여, 참전명예수당으로 겨우 생활하고 있었다.

그렇다 보니 저축하는 가구는 위에서 언급한 직업이 있는 1명뿐이었고, 나머지 24명(96%)은 '저축을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기초수급비 등으로는 생존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것에만 지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금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진보신당 서울시당

부담되는 겨울철 난방비

이러한 저 수입은 가계 지출의 작은 변화에도 큰 부담을 준다. 하지만 주민에게 임대료 자체는 사실상 큰 부담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표준임대료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국토해양부 고시 제 2009-679호 '영구임대주택의 표준임대보증금 및 표준임대료' 고시를 보면, 서울시 영구임대아파트에 사는 법정영세인의 표준임대료는 ㎡당 1568원이다. 대부분 주민은 평균 3만4000원, 최대 5만 원의 임대료로 내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관리비다. 주민들은 관리비를 얼마나 내냐는 질문에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여름과 겨울의 차이가 매우 크기 때문이었다. 여름은 1~2만 원이라고 대답한 주민들이 많았다. 그럼 겨울은 어떨까. 5만 원 이상이 대부분이었으면, 10만 원 이상이라는 응답도 상당수였다. 10만 원에 달하는 난방비는 앞에서 언급한 월 평균 수입의 20%에 달한다.

주민들은 입을 모아 겨울철 난방비가 부담된다고 했다. 심지어 겨울철 난방비가 부담돼 보일러를 켜지 않고 겨울을 난다는 주민도 있었다. 영구임대아파트의 특성상 대부분 주민이 장애와 고령으로 건강에 특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하지만 높은 난방비 때문에 찬방에서 겨울을 보내고 있는 셈이다.

난방비만 문제가 아니다. 저 수입은 사회생활을 할 수 없는 장애 요소로도 작용한다. 일단 집 밖으로 나가는 것 자체가 1차적인 지출을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단지 밖으로 나간다면 2차적인 비용이 발생할 것이다. 그래서 저 수입으로 인한 사회적 배제가 일어나고 있다. 집 밖으로 나올 수 없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다.

주민 간의 불신도 문제

저 수입도 문제지만 '주민 간 불신'도 임대아파트 주민의 큰 문제다. 인터뷰에 응한 주민 중 9명(36%)이 '단지 내 범죄 및 소란행위'를 가장 시급하게 개선해야 할 사항으로 꼽았다. 이는 주민이 20년 가까이 이웃으로 살면서 생긴 다양한 문제들 때문에 상호불신이 누적된 결과로 보인다. 또한, 주민 스스로 단지 내에 퍼져있는 가난·장애·고령화 등에 대한 불만이 높았다.

ⓒ진보신당 서울시당

그 결과 법적으로 보장된 임차인대표회의와 선거에 관한 불신이 굉장히 높았다. 임차인대표회의는 임대주택법 제29조에 보장된 것으로 '1. 임대주택 관리규약의 제정 및 개정, 2. 관리비, 3. 임대주택의 공용부분·부대시설 및 복리시설의 유지·보수, 4. 그 밖에 임대주택의 관리에 관한 사항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임대사업자와 협의할 수 있는 기구이다.

하지만 동 대표 선출 과정에서 이해관계를 둘러싼 여러 잡음이 나오면서 선거에 대한 불신마저 팽배한 상황이었다. 이웃에 대한 불신, 동 대표 선거를 둘러싼 갈등이 많아 대의기구에 대한 불신도 매우 높은 상태였다. 게다가 앞에서 살펴본 저 수입 구조 때문에 집 밖으로 나가는 것조차 꺼리는 상황에서 임차인대표회의에 참여할 유인이 매우 낮아 보인다.

박원순 시장이 해야 할 일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9월 13일 서울시 강서구 가양아파트를 찾았다. 1박 2일간 주민의 고충 및 지역 현안, 민원 등을 청취하는 현장회의를 했다고 한다. 그리고 고위 실무진과의 '후기 간담회' 자리에서 임대주택 종합대책을 주문했다고 한다. 현장을 직접 방문하여 목소리를 듣고, 종합대책을 주문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겨울은 다가오고 있다. 아니, 이미 겨울은 시작됐다. 앞에서 살펴봤듯이 영구임대아파트 주민에게 겨울은 잔인한 계절이다. 월수입의 많은 부분을 난방비로 지출하게 되면, 당연하게 다른 곳의 지출을 줄여야 한다.

▲ 박원순 서울시장이 1일 오후 서울 은평뉴타운 우물골의 한 미분양아파트에 마련한 현장시장실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금과 같은 고정된 저 수입으로는 대응을 하기 어려운 일이다. 서울시는 종합대책은 종합대책대로 준비하되, 그와 별개로 영구임대아파트 주민에게 겨울 난방비를 시급하게 지원할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그리고 서울시가 의욕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마을 만들기가 가장 필요한 지역은 사회적 약자들이 모여 사는 영구임대아파트라고 할 수 있다. 위에서 말한 '후기 간담회'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은 "주거, 복지 제공이란 두 축에서 (벗어나) 일자리 등의 경제정책과 자조적 주민조직도 필요하다"고 했다. 적극 동의한다.

위에서 살펴봤듯이, 주민의 대다수는 일자리도 소득도 없다. 저 수입으로 인해 단지 밖, 아니 방 밖으로도 쉽게 나가기 어려운 상황이다. 주민에게 기초생활수급비를 늘리는 것 이외에도 주민이 일자리 매개형 커뮤니티를 구성할 수 있도록 서울시 차원의 계획과 지원이 필요하다. 낮은 수입으로 말미암은 사회적 배제를 막아야 한다.


 /황종섭 진보신당 서울시당 조직부장

2012년 2월 27일 월요일

[사설]임대아파트는 ‘주홍글씨’가 아니다


이글은 경향신문 2012-02-26일자 사설 '[사설]임대아파트는 ‘주홍글씨’가 아니다'를 퍼왔습니다.
GS건설이 서울 마포구에 짓고 있는 고급 주상복합아파트 ‘메세나폴리스’가 임대 입주민 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임대아파트를 특정 1개 동의 저층에 몰아 배치하고 별도 출입구와 엘리베이터를 설치했기 때문이다. 이 아파트의 이름은 문화예술 지원활동을 의미하는 ‘메세나’와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를 뜻하는 ‘폴리스’를 합성해 지었다고 한다. 그러나 품격있는 이름은 과거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흑백분리정책을 연상케 하는 행태와 어울리지 않는다.

이 아파트 단지는 관련 법과 서울시 조례에 따라 용적률의 17% 이상을 임대주택으로 지어야 하는 도시환경정비사업장에 해당한다. 임대주택 의무건설 규정은 2005년 주택정책에 ‘소셜믹스(social mix)’ 원칙을 적용하면서 시행됐다. 소셜믹스란, 도시에서 여러 계층을 혼합 배치해 사회통합을 도모하는 정책을 일컫는다. 영국 런던은 저소득층 주거비 보조를 통해 소셜믹스를 실현한 대표적 도시로 꼽힌다. 국내에서도 1980년대 후반 공공임대주택을 일반분양 아파트와 구분해 건설하면서 저소득층이 다른 계층과 단절되는 현상이 나타나자 소셜믹스 정책을 도입했다.

문제는 건설사들이 일반분양 입주민들의 반발을 우려해 임대주택을 별도 공간이나 동선으로 분리시킨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에도 서울 강남 개포지구에서 임대아파트를 단지 한쪽 구석에 배치하는 재건축안을 서울시에 냈다가 재건축 정비구역 지정이 보류된 바 있다. 분양·임대 차별 논란은 입주 뒤에도 계속되는 경우가 많다. 일반분양 아파트 주민들이 임대아파트와의 사이에 울타리를 치는가 하면, 자치권도 입주자대표회의(분양)·임차인대표회의(임대) 식으로 분리 운영할 정도이다.

일부에서는 소셜믹스 정책이 차별만 노골화한다며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을 편다. 우리는 이에 동의할 수 없다. 한국 사회에서 특정 지역에 산다는 것은 곧바로 계급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에서 임대주택을 일반주택과 분리해 짓던 과거로 돌아갈 경우, 임대주택 단지는 불량주거지로 낙인찍힐 수밖에 없다. 따라서 소셜믹스 정책을 재검토하는 대신, 관련 법과 제도를 정비해 정책이 실효성을 거둘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것이 옳다. 재개발·재건축 시 임대주택 입주민이 일반분양 입주민에 비해 차별받지 않도록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과 시·도 조례 등에 명확한 규정을 넣을 필요가 있다. 시민 의식도 달라져야 한다. 소셜믹스는 가난한 이에게만 유리한 정책이 아니다. 계층갈등이 적은 사회, 평화롭고 안정된 사회는 모두에게 이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