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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월 20일 일요일

‘박근혜 승리’의 정신적 측면


이글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3-01-11일자 제52호 기사 '‘박근혜 승리’의 정신적 측면'을 퍼왔습니다.
Corée 박근혜는 어떻게 승리했는가

<무제>, 2000-조르주 엘리아드

작고한 역사가 토니 주트는 1989년 오스트리아의 빈에서 열차를 갈아타면서 체코의 공산주의 체제가 공식적으로 끝났다는 뉴스를 들었다. 바츨라프 하벨 대통령이 이끄는 '시민포럼'의 결정이었다. 이 뉴스를 듣고 프라하로 돌아오는 기차에서 주트는 (포스트 워)를 쓰기로 결심했다. 이 책에서 그가 말하려 했던 것은 동서를 갈라놓은 냉전의 종식과 새로운 유럽의 탄생이었다.
2012년 12월 19일 박근혜의 당선 소식을 접하면서 나도 1989년 주트가 느낀 것과 비슷한 감흥에 사로잡혔다. 희망이냐 절망이냐,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라, 이념의 지형을 구성하던 근본적인 구도가 해체되는 느낌에 사로잡혔다. 대선을 선악의 이분법으로 보고, 상대방을 섬멸해야 할 대상으로 보는 관점은 기각되어야 한다. 어떤 선거도 전쟁은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투표라는 상징적 행위를 통해 표출된 결과는 '국민'의 의사를 나타내는 바로미터에 지나지 않는다. 박근혜 후보를 선택한 유권자나 그렇지 않은 유권자가 모두 이 '국민'의 범주에 속한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했다고 해서 그를 선택하지 않은 다른 유권자들이 혜택을 누리지 못하거나 불이익을 당하지 않아야 한다. 이것이 헌법에 기록돼 있는 '공화국'의 원칙이다. 중요한 것은 이 원칙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것. 모든 문제를 박근혜 정부로 귀속시켜 과거 이명박 정부에서 보여줬던 것처럼, 근본적 모순의 원인을 대통령이라는 개인 탓으로 돌리는 것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결론적으로 중요한 문제는 '박근혜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이다. 박근혜는 '독재자의 딸'이라는 사실관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윤리 판단에 근거해서 본다면 박근혜는 '독재자'라는 민주주의에 반하는 아버지를 두었다. 새누리당은 이 사실에 대한 해석을 반전시키기 위해 '아버지의 잘못을 딸에게 전가하는 행위의 부당성'을 주장했다. 연좌제 비판이 여기에 깔려 있다. 정권 유지를 위해 냉전 이데올로기를 십분 활용했던 독재자의 악법이 그 딸을 구명하는 논리로 활용된 것이다.
가치와 사실을 분리해서 전자의 전환을 통해 후자에 대한 판단을 바꾸는 전략이 박 후보의 당선을 가능하게 만든 중요한 전략이었다는 사실을 간과할 수 없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전략이 훌륭하다고 해서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직접선거를 원칙으로 하는 한국의 대통령제는 다분히 '민심'이라고 불리는 유권자의 총의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일정한 포퓰리즘은 필수 요소이다. 자본주의는 기본적으로 노예를 길러내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를 만들어내는 체제이다. 소비자는 욕망의 주체이고, 따라서 강압적인 권력으로 통제할 수 없다.
박정희 체제는 자본주의에 친화적인 것 같지만 생산력이라는 점에서 그랬을 뿐, 소비주의 측면에서 보면 상당히 금욕적이었다. 특히 부유한 계층을 압박해서 너무 많은 재화를 독점하지 못하게 했다. '특권층의 과소비'에 대한 단속은 이 체제가 소비주의에 결코 우호적이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1987년 이후 한국에서 전개된 민주화 과정은 소비주의의 확장을 초래했고, '산업역군'을 '소비자'로 거듭나게 만들었다. 외식문화가 창궐하고 대중문화에 관심이 폭증했다. 오늘날 우리가 목격하는 현실은 지그문트 바우만이 일찍이 지적했듯이, 인터넷 쇼핑몰 문화로 대표할 수 있는 '소비자의 세계'이다.

중도 보수, '안전' 더 원했다

소비자가 요구하는 것은 욕망의 분할이다. 이 분할 방식을 어떤 이들은 '민주주의'라고 부른다. 욕망의 향유를 고르게 분배하는 제도가 민주주의이고, 이를 유지·보수하는 게 정치의 임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한국의 민주화라는 것은 궁극적으로 이런 방식으로 '소비자민주주의'를 안착시켜온 경로였다. 그렇다고 해서 1987년 이후 이루어진 한국의 민주화가 '무늬만 민주주의'라는 의미는 아니다. 엄연히 소비라는 본질적인 내용을 중심으로 구성된 욕망의 분배 구조가 바로 소비자민주주의의 핵심이다.
화폐를 매개로 해서 쾌락을 공정하게 교환할 수 있는 체제란 공평한 구매력의 분배를 전제한다. 구매력은 즐거움과 만족의 준거점이다. 소비자민주주의에서 무엇인가를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은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이자 동시에 만족을 구현하는 행위이다. 원칙만 놓고 본다면 참으로 효율적인 체제이다. 그러나 소비자민주주의에 근거한 쾌락의 분배는 형식적으로 1/n 형태를 띠고 '평등의 고원'을 부정하지 않는다. 고원 위에 거주하는 이들은 고원 아래에 신경 쓰지 않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세대나 계급 격차의 문제는 일자리의 한계에서 발생한다. 지금까지 정부는 이 한계를 양적 차원에서 파악하고 일자리 늘리기에 방점을 찍어왔다. 그러나 실상은 정반대다. 일자리는 늘어났지만 안정성이 줄어드는 현상이 발생했다. 당연한 일이다. 좋은 일자리 하나를 쪼개어 불안정한 일자리 여럿을 만드는 것은 기업의 처지에서 본다면 생색내기에 좋은 방법이다. 자연스럽게 이런 구조는 사회 구성원의 인식에 각인됐다. 지금 현재 한국 사회에서 끓어오르고 있는 불평등의 문제는 비정규직과 정규직을 갈라놓는 차별의 문제이지, 고용 자체의 문제가 아니다.
실업률이 높아서 문제라기보다 비정규직이 많아서 문제인 셈이다. 여기에서 평등의 문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라는 요구로 나타난다. 슬라보이 지제크가 말한 것처럼, 정규직화 투쟁은 "정상적인 방식으로 착취해주기를 바라는 요구"에 지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한국 사회에서 불평등의 문제가 고용조건에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고용조건은 지난 대선에서 이슈였던 경제민주화와 무관하지 않다.
냉정하게 말해서 '민생'과 '서민경제'라는 막연한 개념이 포괄하는 내용은 노동자를 지우고 그 자리에 구매력을 가진 소비자를 써넣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중산층을 두텁게 만들겠다는 공약이 제시하는 전망이 바로 이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박근혜로 표상되던 '박정희 향수'는 더 이상 쾌락을 주지 못하는 자본주의를 다시 '정상'으로 돌려놓으려는 소망이기도 하다.
한국 사회에서 '쾌락의 평등'과 나란히 놓을 수 있는 것이 '성공의 평등'이다. 로널드 드워킨이 말하듯이, 성공의 평등은 "각각의 사람들이 현재의 삶보다 더 큰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삶을 영위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합당하게 가질 수 있는 유감의 양 또는 정도에서 평등하게 만드는 것"이다. 한마디로 성공하지 못해서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을 최소화하려는 것이 성공의 평등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성공의 평등에 대한 인식은 그렇게 한국 사회에서 중요한 몫을 차지하지 못하는 것 같다.
명문대를 다니는 학생과 지방대를 다니는 학생은 자신의 대학을 비교하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기보다, 같은 대학 내에서 함께 수업을 듣는 동료 학생 사이에 불평등한 처우가 발생했을 때 민감하게 반응한다. 평등의 문제가 복지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이런 변화는 가볍게 보아 넘길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평등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평등의 관념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에서 '독재자의 딸'이라는 우려를 뚫고 박근혜가 당선된 것은 성공의 평등보다 쾌락의 평등에 더 관심을 갖는 한국 사회의 분위기와 관련 있다. 복지 예산을 마련하는 문제에서도 직접세보다 간접세에 방점을 찍어야 하는 이유이다. 쾌락의 평등은 화폐의 축적이다. 화폐의 축적은 자본가의 역량이다. 과거의 자본가가 인색한 부자였다면, 오늘날 자본가는 훌륭한 소비자여야 한다. 자본가야말로 소비자를 이해하는 주체이다.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한다면 상품을 팔아서 자본을 축적할 수 없다. 이런 까닭에 개인에게 자본가의 길을 보장해주는 것이 바로 한국 사회가 요구하는 복지의 해결책이다. 50대가 박근혜를 선택한 이유는 이 문제를 해결해줄 것으로 막연하게 기대했기 때문이다.
실질적인 평등의 문제는 성공이나 쾌락의 범주에 속한다고 말하기 어렵다. 자원의 평등이 중요하고, 이런 까닭에 경제민주화는 중요한 화두로 부상했다. 경제민주화는 자원의 평등을 보장해주는 제도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정치의 귀환을 예고하는 것이었다. 이 정치의 담당자를 선출하는 것이 이를테면 지난 대선의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다. 정치가 담당하는 제도의 문제에서 잘 드러나듯이, 자원을 공평하게 분배하는 것은 주관적인 평등의 태도와 무관하다.
사정이 이런데도 '노동'의 의제가 소멸하고 '중산층 복원'이 중요한 문제로 부상한 것은 흥미로운 현상이다. '중산층'이라고 호명하지만, 실제로 이들은 중산층에 합당한 경제적 지위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우스푸어'라는 말이 가리키듯이, 성공과 쾌락의 평등에 대한 지향이 이들에게 '중산층 의식'을 부여한 것이다. 이들은 주로 도시에 거주하는 중간계급으로서 신분 상승과 소비주의에서 공평한 권리를 요구한다.
박근혜의 등장을 이해하려면 이런 도시 중간계급의 문제의식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 이념 구도에서 본다면 박근혜는 '독재자의 딸'로서 민주주의의 적이다. 그러나 합리적인 박근혜 지지자들은 이런 약점을 큰 문제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이 상황은 과거처럼 민주주의에 대한 혐오를 내재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이른바 '중도보수'라는 일정한 의식이 형성됐다고 할 수 있다.
중도보수의 증가는 한국 사회가 보수 지배의 지형으로 진입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상황은 '87년 체제'로 불리는 민주화 이후 한국 사회의 이념 구도가 바뀌고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1980년대를 통과하면서 형성된 이른바 '민주세력'이 두 번의 집권기를 거치면서 일정하게 제도화한 것과 이 변화는 무관하지 않다. 민주화가 사회운동의 이념으로 작동하기보다 일종의 조건으로 흡수됐다는 생각이 팽배해진 것이다. 민주주의보다 안전에 대한 요구가 더욱 강력하게 작동한 것이 박근혜의 집권을 가능하게 만든 결정적 요소였던 셈이다.

페미니즘도 맥 못춘 '여성 대통령'

안전에 대한 요구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민생'이라는 정서적인 용어법으로 이 문제를 관통한 것이 박근혜의 전략이었다. 이 용어법이 누락시키는 것은 '노동'의 범주이다. 민생은 노동 문제보다 소비 문제를 부각시키는 개념이다. '국민 행복'도 마찬가지이다. 행복의 내용은 삶의 안정성이고, 안전한 사회이다. 안전사회를 위해 '불량식품'을 척결하겠다는 것을 박근혜가 주요 공약 중 하나로 거론했다는 것은 상징적인 조치였다. 박근혜에 대한 노년층의 지지는 어떤 의미에서 보면 신자유주의 경제개혁이 만들어놓은 '흐르는 사회'에 대한 저항감의 표현이었다.
이성의 판단은 감정과 분리되지 않는다는 것이 아리스토텔레스의 생각이었다. 이성과 감정을 나누어 서로 대립적인 것이라고 보는 관점도 있지만, 실제로 이성의 판단은 감정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는 사실을 박근혜 지지층의 태도에서 읽어낼 수 있다. 이들의 지지를 단순하게 감정의 문제로 치부할 수 없는 까닭이다. 감정은 이성의 판단에 개입해서 지지 기반을 견고하게 만든다. 감정은 특정 세력의 이데올로기를 공고하게 현실화하는 기제이다.
이데올로기는 단순한 가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그럴듯하게 만들어주는 판타지의 구성물이다. 말하자면 이데올로기가 있기 때문에 우리는 현실을 그렇게 인식할 수 있다. 이데올로기가 현실을 간섭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감정이다. 그러므로 박근혜에 대한 노년층의 감정은 눈먼 광기나 신앙이 아니다. 오히려 이 감정은 정확한 논리성을 갖추면서 현실의 쾌락 원칙을 옹호한다.
이 사실은 중·장년층 여성 지지자들에게도 해당하는 사항이다. 박근혜가 내세운 여성 대통령의 표상에 대항해서 페미니즘은 의미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그 이유는 어쨌든 박근혜에게서 자신의 여성성을 발견하려 했던 여성 유권자들 때문이다. 이 여성 유권자들은 '엄마-아내-딸'로 살아가면서 느꼈던 불평등하고 불합리한 처지를 박근혜라는 인격을 통해 보상받으려 했다. 이런 감정적 공명의 과정이 '독재자의 딸'이라는 이미지를 상쇄시켰던 것이다. 유신과 독재의 기억은 과거의 것이고 민주주의라는 가치에 들어맞지 않는다. 이를 익숙한 논법으로 '이성의 마비'라고 봐야 하는 것일까?
이렇게 문제를 환원시키는 순간, 이성과 감정은 대립적 구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이성이 옳은 것에 대한 판단이라면 감정은 좋은 것에 대한 판단이다. 감정은 좋은 것을 벗어나서 나쁘거나 괴로운 것을 수용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렇게 좋거나 나쁜 것을 판단하게 만드는 것은 옳은 것과 그른 것을 판단하는 이데올로기와 무관한 것일까? 뒤집어서 묻는다면, 좋거나 나쁜 것을 판단하는 것과 옳거나 그른 것을 판단하는 것은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일까?

<무제>, 2000-조르주 엘리아드

민생, 박근혜 지지의 '합리적 기술'

박근혜를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일부 집단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맹목성과 관계없는 중도보수가 박근혜를 지지했다는 사실이다. 선동에 넘어가서 좀비가 된 것이 아니라면, 이들은 '합리적 판단'에 근거해 박근혜에게 표를 주었을 것이다. 이 '합리적 판단'을 분석하는 것이 필요하다. 박근혜라는 개인에 대한 동정이나 공감은 현실에 대한 '합리적 판단'이라는 현실성을 구성하는 기제였다. 판타지는 현실이다. 이 현실은 박근혜로 인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박근혜를 통해 구성된 것이다. 이 박근혜의 자리는 누구라도 올 수 있는 장소였다. 행운과 역량을 갖추면 누구라도 대통령이 될 수 있는 것이 직선제의 원리이다.
문제는 그 박근혜의 자리에 민주화세력이 오지 못했다는 것. 박근혜의 역량(또는 미덕)이 왜 이 시점에서 선택됐는지 고민해야 하는 까닭이 이 지점에서 발아한다. 박근혜의 집권이 말해주는 것은 무엇인가? 주목해야 할 것은 대선에서 박근혜는 '민생'이라는 경제적 의제에 집중했다는 사실이다. '경제 대 정치'라는 익숙한 근대 부르주아 국가의 전략이 되풀이된 것이다. 민주화세력은 '어게인 2002년'이었지만, 현실은 2007년이었다고 할 수 있다. 경제 논리로 정치를 억압하는 것이 박근혜의 집권 전략이었다. 정치보다 경제를 우선한다는 것은 경제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정치적 편제를 개혁한다는 의미이기도 할 것이다. 이것이 정치 개혁이나 쇄신에 대한 요구였다는 것을 부정하기 어렵다.
정치인이 경제위기 해소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생각은 과거 박정희가 정치인을 '쓰레기'나 '병균'에 비유했던 인식과 궤를 같이한다. 먹고살기 위한 경제 발전에 도움을 주기는커녕, 오히려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고 유지하기 위해 '국민의 혈세'를 낭비한다는 믿음이 팽배한 것이다. 국회에서 예산안이 통과된 뒤 문제가 된 국회의원들의 '외유'는 이런 생각을 더욱 강화해주었다.
박근혜는 자본 측면에서 봤을 때 가장 안정적인 후보였다. 한국처럼 대통령의 결정권이 정책에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는 국가에서, 대통령의 성향은 자본 측면에서 본다면 절대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는 필수 요소이다. 문재인은 이 측면에서 과거 참여정부의 문제를 넘어서지 못했다. 박근혜의 안정성은 부르주아뿐만 아니라 안전사회를 갈망하는 중간계급의 요구에 부합하는 이미지였다. 최근 두드러지는 변화를 꼽으면, 중간계급이 정상국가보다 안전사회를 요청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 둘은 서로 대립적이지 않다. 정상국가라면 안전사회를 만들어줄 수 있는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는 당위 명제가 두 항목을 하나로 연결해준다.
이들이 원하는 정상국가는 '중립'에 존재하는 국가이다. 어디에도 편향되지 않는 중립적 국가에 대한 요청은 정치를 배제하고 행정 기능만 남겨놓은 정부에 대한 구상으로 이어진다. 전문가주의는 여기에서 정치와 경제를 분리시키려는 부르주아 국가의 이념을 지지한다. 노동자를 정치에서 분리시키고 현장을 효율성의 이름으로 통제한다. 이 과정에서 노동조합의 요구는 타협주의로 귀결한다. 고용과 해고를 자유롭게 만드는 '규제 완화'는 규제 자체를 없앤다기보다 자본의 축적을 가로막는 장애들, 무엇보다 임금체계를 자본의 논리에 맞춰 개편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임금 지급을 유연하게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고용 형태를 다양화하는 것이다. 비정규직은 이런 논리의 산물이다.
고용 형태의 변화는 삶의 양식을 바꾸는 근본적 전환을 초래한다. 한국이 보수 지배 사회로 이행할 수밖에 없는 까닭다. 보수주의는 이념이라기보다 그 이념을 혐오하는 정서이다. 보수는 이념을 가치의 문제로 만든다. 보수의 이데올로기는 가치와 사실을 뒤섞어 전자로 후자에 대한 판단을 뒤집는다. '독재자의 딸'이라는 사실은 박근혜가 표상하는 가치와 포개지면서 의미를 잃는다.
박근혜에 대한 지지는 그의 과거나 이념에 대한 동의라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자본 측면에서 보면 박근혜야말로 경제위기로 인해 동요할 수 있는 정치를 안정시켜줄 리더십의 인물이었다. 문제는 박정희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미국에 대한 박근혜의 태도가 미지수로 남을 수 있다. 정확하게 이 태도는 미국식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박근혜의 입장이다. 박근혜를 '독재자의 딸'로 지칭한 은 이에 대한 우려를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의 전략은 자신의 가치를 비서구권에 전파하는 것이었고, 가장 모범적인 국가가 바로 한국이었다. 한국은 경제와 정치 측면에서 가장 미국의 가치에 근접한 결과를 낳은 역사를 보여준다. 문재인이 표상했던 민주화세력은 이런 측면에서 여전히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다는 판단이다. 진보 진영을 구성하는 정파는 민족주의, 미국식 자유주의, 유럽식 사민주의에 이르기까지 스펙트럼이 상당히 넓다. 지난 총선을 기점으로 민족주의와 유럽식 사민주의는 의회민주주의라는 합의제도 내에서 영향력을 상실했고, 미국식 자유주의가 대세를 이루게 되었다.
박근혜의 집권은 의회민주주의의 풍경이 두 보수주의로 정리된 조건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두 보수주의 중에서 메시지가 선명하고 경제를 위해 정치를 안정시킬 수 있는 후보에 대한 지지가 더 많이 나왔다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박근혜는 보수의 갈등을 봉합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접점이었을지 모른다. 냉전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세력과 미국식 가치를 지지하지만 민주화세력이 내세우는 이념에 동의할 수 없는 세력이 박근혜라는 공유점을 찾은 셈이다. 여기에서 문제가 된 것은 박정희 독재에 대한 박근혜의 입장이었는데, 결정적인 지지 철회의 이유로 작용하지는 못했다.

'소비주의 유전자'의 탄생

박근혜라는 개인의 역할이 기존 질서를 뒤집을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겉으로 보기에 여야는 유신과 민주화라는 가치 지향을 가진 것 같지만, 경제정책 측면에서 둘은 미국 중심의 세계체제를 거부하지 않는다는 동일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 박근혜가 집권 가능했던 것은 역설적으로 유신의 가치를 부정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과거 유신의 가치로 중도보수의 합리성을 포괄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지난 5년을 통과하면서 증가한 부동층은 기존 정치언어로 소통하지 못하는 욕망의 주체성을 의미한다. 이 주체성은 아이러니하게 소비주의로 인해 탄생한 것이다. 좌절과 분노가 이 주체의 정서를 구성한다. 소비주의의 스펙터클은 존재를 현시하면서 만족감을 제공한다. '자랑질'이야말로 소비주의를 밀고 가는 핵심적인 욕망의 메커니즘이다. 하지만 이 '자랑질'에 동참하지 못하는 순간, 소비자가 느끼는 불만은 좌절과 분노로 바뀐다. 좌절한 소비자가 소비주의의 한계를 넘어갈 수 있을 때, 정치는 비로소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여전히 소비주의의 한계상황에서 폭력성으로 이행하기보다 윤리적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선악의 이분법이 호출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상징 행위로서 좌절과 분노를 안기는 대상에게 윤리적 비판을 가하는 것이 이를테면 지금 목격하고 있는 탈정치적 정치의 민낯이다. 이런 현상은 정치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정치적인 것을 억압하는 윤리적 장치일 뿐이다. 더 많은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정치적 의제로 나아가지 못할 때, 선거는 두 보수주의 중 하나를 선택하는 문제로 전락한다. 민주주의는 누구를 지지하는 문제라기보다, 자신의 입장을 이야기하는 과정 자체이다. 이런 민주주의는 선거를 통해 구현되는 것이 아니라 일상 정치를 통해 만들어진다. '생활세계'에 대한 관심을 다시 강조하는 것은 향후 5년 뒤 누가 대통령이 될지 다투는 것보다 더 의미 있는 일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박근혜는 이 중요한 의제를 감추기 위한 보수주의의 전략으로 선택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글 / 이택광 경희대 영미문화전공 교수. 영국 셰필드대학 영문학 박사. 저서로 (한국문화의 음란한 판타지) 등이 있다.

2012년 12월 9일 일요일

조중동 대선 편파보도, 어느 정도 수준인가 봤더니…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12-08일자 기사 '조중동 대선 편파보도, 어느 정도 수준인가 봤더니…'를 퍼왔습니다.
여성대통령 띄우며 박근혜 후보 사진엔 QR코드까지 붙여줘

조선·중앙·동아일보가 18대 대통령 선거보도에서 새누리당에 편파적이라는 주장이 끊이지 않고 있다. 도대체 보도가 어느 정도 수준일까.

민주언론시민연합 대선보도 모니터단은 대선보도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 10월 29일부터 11월 27일까지 한 달간 조선·중앙·동아·한겨레·경향 등 종합일간지 다섯 곳의 대선보도를 조사했다. 그 결과 조중동이 △야권 후보단일화 폄훼 △익명취재원을 통한 야권 분열 조장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띄우기에 집중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조중동은 최근 한 달간 사설에서 문재인·안철수 후보단일화를 두고 △정책선거를 막고 △유권자 권리를 침해하며 △민주주의 발전을 후퇴시킨다고 주장했다. 예컨대 동아일보는 11월 7일자 사설에서 “두 후보가 공유하는 철학은 두 사람이 합쳐야 박 후보를 이길 수 있다는 ‘수의 철학’”이라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11월 15일자 기사에서 ‘안 후보 측 핵심 관계자’라는 익명 발언을 인용해 “호남지역에서 안 후보가 양보할 것이라는 문자 메시지가 대량 살포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선은 단일화 룰 협상이 깨진 뒤에는 민주당 관계자 말을 인용해 “안 후보 측이 여론조사 흐름이 불리하게 돌아가니까 그 흐름을 끊자는 얘기 아니겠느냐”고 보도했다.

모니터를 진행한 민언련 유민지 활동가는 이 같은 조중동의 보도에 대해 “안 후보 지지층에게는 민주당 불신을 조장하는 한편, 민주당에겐 안 후보 측이 도를 넘었다는 불만을 양산하는 기사가 대부분이었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중앙이 “조직 동원과 여론몰이, 패권적 압박에 의한 단일화방식을 안철수 후보가 승복하기 어려울 것”(11월 16일)이라고 보도하는 식이다.

모니터단에 따르면 지난 11월 23일 안철수 후보 사퇴 이후 26일과 27일 양일간 조중동은 안 후보 사퇴를 ‘문재인 후보와 민주당에 대한 실망’으로 몰아갔다. 조선은 안 후보 측 관계자 말을 인용해 “안 후보가 사퇴 기자회견 직전 캠프 내부 인사들에게 ‘내가 아는 문 후보도 아니었다’는 취지로 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 같은 익명의 관계자 발언은 진위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채 파장이 커지는 한계가 있다.

이 같은 조중동의 단일화보도는 19대 총선 당시 단일화 보도와는 사뭇 다르다. 조선일보는 지난 4월 7일 라는 기사를 통해 당시 김무성 새누리당 전 의원의 “왜 우파는 (단일화) 못하냐”는 발언을 비중있게 담았다. 중앙일보도 같은 날 란 제목의 기사를 통해 사실상 보수층의 단일화전략을 주문했다.

김춘식 한국외국어대 교수(언론정보학) 연구팀은 (한국언론진흥재단, 2012)에서 이 같은 사실을 지적하며 “보수신문은 야권 단일화에 따른 보수진영의 단일화를 촉구하거나 단일화 무산의 아쉬움을 드러냈다”고 전했다. 총선 때는 우파 단일화를 주문하던 조중동이 정작 대선에서 야권이 단일화 논의를 할 때는 정략적이라고 비판한 셈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한 달 간 조중동은 ‘박근혜 여성대통령’을 띄우기 위해 노력했다. 박 후보는 지난 10월 27일 “여성 대통령 탄생이야말로 가장 큰 정치쇄신”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박근혜 여성대통령’ 보도건수는 지난 한 달간 한겨레 9건, 경향이 10건으로 나타났으나 조선은 15건, 동아는 22건, 중앙은 13건으로 나왔다.

한겨레·경향이 주로 ‘여성대통령’ 이슈를 단순 언급한 반면, 조중동은 제목에서부터 ‘여성대통령’을 강조하며 적극 부각하는 기사가 3사 합쳐 25건에 달했다. 조선은 10월 30일 사설에서 “대통령이 여성이라고 국방·안보 문제에 대처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고정관념”이라 지적했고, 중앙은 11월 6일 칼럼에서 “여성 대통령이 탄생한다면 그 자체만으로 엄청난 의미”라며 여성 후보인 박근혜 후보를 간접 지원했다.

반면 한겨레는 17일 “박 후보는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향수를 끊임없이 자극하면서 가부장적 국가체제와 결별하지 못하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중동은 ‘투표시간 연장’ 논란에 대해서도 무시로 일관했다. 이는 투표시간 연장에 반대 입장인 새누리당의 이해와 맞아떨어진다. 지난 한 달간 투표시간 연장 관련 보도건수를 분석한 결과 한겨레는 24건, 경향은 40건에 달했으나 조선·중앙·동아는 각각 3건, 5건, 13건에 그쳤다. 유민지 민언련 활동가는 이를 두고 “투표시간 연장이 의제로 떠오르는 것 자체에 거부감을 보인 것”이라 해석했다.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찍으면 박근혜 후보 공약발표 장면이 담긴 영상으로 연결되는 조선일보 11월 26일자 사진기사.

박근혜 후보 편향보도는 사진과 그래픽에서도 발견됐다. 충남대학교 이승선 교수팀이 지난 11월 22일부터 26일까지 5일간 조중동 및 한겨레·경향을 분석한 결과 조선일보는 11월 26일자 기사에서 박근혜 후보 인터뷰 사진 캡션에 QR코드를 넣어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찍으면 박근혜 후보의 공약발표 장면이 담긴 영상으로 연결되게끔 했다. 다른 후보의 기사에는 나타나지 않은 이례적인 보도 행태라는 지적이 나왔다.

조선일보는 그래픽에서도 편향성을 나타냈다. 이승선 교수팀이 그래픽 수익자를 분석한 결과 조사기간 등장한 대선 관련 그래픽 7개 중 4개가 박근혜 후보에게 수익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신문사 그래픽의 경우 모두 중립적이거나 어느 후보에게도 수익이 돌아가지 않았다.

조사기간 중 256건 대선 관련 기사의 결과적 수익자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박근혜 후보는 45건(17.6%)의 수익을 가져간 것으로 나타났다. 문 후보는 23건(9.0%)으로 박 후보의 절반 수준이었다. 박 후보에게 수익이 돌아간 기사의 비율은 조선일보(27.3%), 동아일보(21.6%), 중앙일보(18.2%), 한겨레신문(14.3%) 순이었다.

이런 가운데 익명 취재원 보도 관행은 자의적 분석에 이용되고 있었다. 조선일보는 11월 26일자 기사에서 “야권이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채 연일 ‘단일화 타령’만 하다 보니 거부감이 커졌다”, “단일화 효과보다 역 시너지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을 익명 취재원을 통해 전했다.

정철운 기자 | pierce@mediatoday.co.kr 

2012년 12월 2일 일요일

영남대의료원 여성 해고자가 말하는 박근혜 “여성대통령? 정말로 분노가 치밀어요”


이글은 레프트21 2012-12-03일자 기사 '영남대의료원 여성 해고자가 말하는 박근혜 “여성대통령? 정말로 분노가 치밀어요”'를 퍼왔습니다.

영남대의료원 해고 노동자 박문진 지도위원은 영남학원의 실질적 책임자인 박근혜가 영남대의료원 해고자 문제를 직접 해결할 것을 요구하며 지난 10월 23일부터 박근혜 집 앞에서 매일 3천 배를 하고 있다. 
1990년에 영남대의료원에 민주노조를 세우는 데 앞장섰고, 1996~97년에는 전국적 총파업을 이끌다 수배됐던 박문진 지도위원이 영남학원의 악랄한 노동조합 탄압과 박근혜의 반노동자적 실체를 폭로한다.
영남학원을 박정희가 강탈한 거잖아요. 1988년까지 박근혜가 이사장으로 있었어요. 그러다가 학내 비리와 민주화 투쟁으로 물러났다가 2009년에 다시 ‘유혈 입성’을 한 거죠. 이사 일곱 명 중에서 네 명을 박근혜가 추천하고 영남대학교 총장, 의료원장 등도 자기네 사람들로 구성이 돼 있죠. 
2006년에 노동조합이 나흘 정도 파업을 했는데, 이게 전면 파업은 아니어서 사측에 큰 피해가 있지는 않았어요. 부분 파업이었는데, 그런 것 치고는 탄압이 너무 강력했죠. 손해배상과 해고, 정직 등…. 탄압할 수 있는 모든 것들로 우리를 탄압했어요. 

△영남대의료원 해고 노동자 박문진 지도위원 ⓒ사진 고은이

[최근 불법적 노동조합 파괴 공작으로 잘 알려진] 창조컨설팅 심종두가 들어와서 노동자들의 파업을 유도하고, 그 다음 징계하고 해고하고, 노조 탈퇴시키고. [다른 작업장에서 자행한] 노조 파괴 시나리오와 똑같아요. 당시의 무자비한 탄압 때문에 1천 명 정도였던 조합원이 현재 70여 명 정도밖에 안 남았어요.  
어떻게 이렇게까지 탄압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있었는데, 2009년에 박근혜가 들어오는 걸 보니까 이게 [박근혜 복귀를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이었구나 하는 평가를 할 수 있는 거죠. 
저희가 1년이 넘도록 1인 시위부터 시작해 이 집 앞에서 투쟁해 왔는데, 이 여자는 3천 배를 매일 하고 있어도 눈길 한 번 안 줘요. 흔한 얘기로 3천 배를 하면 돌부처도 돌아앉는다는데. 오늘도 이 앞을 세 번이나 지나갔어요.
박근혜가 ‘국민대통합’, ‘여성대통령’을 말하는 것을 보면, 정말로 분노가 치밀죠. 박근혜가 얼마 전에도 간호사 정책 대회에 가서 처우 개선하겠다고 했다는데, 저도 간호사거든요? 정작 1년이 넘도록 집 문턱에서 이런 식으로 투쟁하고 있는데, 눈길 한 번 안 주면서. 
전태일 열사 동상 앞에도 갔잖아요? 그 이후로 우리는 이 여자 지나가면 ‘살아 있는 전태일을 만나라’고 외쳐요. 상당히 기만적이고 사기치는 거예요. 
연대와 전투적 활동, 현장의 일상적인 노동조합 활동, 이런 기본적인 것들을 복원하는 게 필요해요. 1996~97년 당시엔 참 잘 싸웠어요. 그 경험을 해 봤기 때문에, 다시 바닥부터 시작하면 불가능하다고 보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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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

2012년 11월 30일 금요일

"박근혜는 여성대통령, 박지만 건물엔 룸살롱?"


이글은 프레시안 2012-11-29일자 기사 '"박근혜는 여성대통령, 박지만 건물엔 룸살롱?"'을 퍼왔습니다.
민주 "새누리, 안철수 룸살롱 출입 논란 벌이더니…국민기만"

민주통합당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동생 박지만 씨가 대표로 있는 기업 소유의 건물에서 하룻밤 술값이 수백만 원에 이르는 이른바 '텐프로 룸살롱'이 성업 중이라는 (프레시안) 단독 보도에 대해, '여성 대통령'을 주장하는 박 후보의 자격이 의심된다며 공세에 나섰다.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은 29일 오후 논평에서 "박 후보의 최측근에서 룸살롱 영업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사실에 대해, 국민들은 과연 박 후보가 여성대통령론을 주장할 자격이 있는 사람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박 대변인은 "'여성 대통령론'을 앞세운 박 후보의 친인척 관리에 큰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박 후보는 즉각 동생 소유 건물에서의 룸살롱 영업에 대해 사과하고, 자신과 주변 인사들의 도덕적 기준을 다시 한 번 살펴보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박 대변인은 또 "안철수 후보의 출마선언에 앞서 이른바 '룸살롱 논란'을 벌였던 새누리당 박 후보가 자신의 동생이 소유한 건물에서 하룻밤 술값이 수백만 원 하는 룸살롱이 버젓이 영업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면 그것도 문제이고, 이것을 알고도 가만히 있었다면 국민들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몰아쳤다.


 /곽재훈 기자

조중동, '여성 대통령' 띄우고 '경제 민주화' 흔들고


이글은 미디어스 2012-11-29일자 기사 '조중동, '여성 대통령' 띄우고 '경제 민주화' 흔들고'를 퍼왔습니다.
29일, '2012 대선보도 중간평가 토론회' 열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여성대통령'을 선거 구호로 내세우고 있는 가운데,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 언론들이 "'여성대통령론'을 내세운 박 후보"라는 수식어를 붙여가며 프레임을 굳히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주최한 '2012 대선보도 중간평가 토론회'가 29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렸다. ⓒ 김도연

유민지 민주언론시민연합(아래 민언련) 활동가는 29일 국가인권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2012 대선보도 모니터단 주최 토론회 '선거운동원으로 전락한 일부 언론, 뿌리째 흔들리는 공정선거, 이대론 안 된다'에서 "조중동은 박 후보와 새누리당이 내세운 '여성 대통령론'에 대한 다양한 지적들을 보도하기보다 민주통합당의 공세로 다루며 '자극적인 비판'을 앞세워 보도했다"고 비판했다.
발제를 맡은 유민지 활동가는 이어 "특히 동아일보가 가장 적극적이었다. 동아일보는 여성 대통령을 언급한 보도를 총 22건 내놨는데, 그중에서도 여성 대통령을 적극 띄운 기사가 10건에 달했다"며 "동아일보는 '여성 대통령론'이 논란이 되자 (與 "여성 전체를 죽이는 발언…문 사과해야")(11월 1일, 4면), (11월 3일, 5면)에서 '박 후보의 여성성'을 지적하는 민주통합당의 공격을 '전체 여성에 대한 모독'이라고 반박하는 새누리당의 주장을 주요하게 전하고, 이에 민주통합당이 '발을 빼고 있다'는 기사를 연달아 내놨다"고 설명했다.

▲ 22일자 조선일보 기사(위)와 17일자 한겨레 기사 - 언론사 화면 캡처

유민지 활동가는 "조선일보의 경우 '여성 대통령론' 논쟁의 핵심은 '박근혜 후보가 여성을 대변하는 정치 혹은 삶의 여정을 살아왔느냐'였는데 그 논점을 교묘히 바꿨다"고 지적했다. 유민지 활동가는 "(조선일보는) 2007년 대선 경선당시 북이 핵실험을 하자 지지율에서 앞서가던 박 후보가 이명박 후보에게 추월당했다는 사실을 언급했다"면서 하면서 '대통령이 여성이라고 국방, 안보 문제에 대처하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도 고정관념'이라고 보도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민지 활동가는 "조선일보는 '박 후보가 여성이라는 점이 5년 전엔 대선 후보로서 약점으로 작용했지만 이번엔 오히려 박 후보가 자신의 강점으로 내세울 정도가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찬희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원은 "'정치인 박근혜가 '여성'으로서 사유된 적은 거의 없다'는 (한겨레)의 논평이 가장 적확하다고 본다"며 "새누리당과 박근혜는 여성과 남성이라는 이분법적 섹슈얼리티 프레임을 구사하고 있지만, 박근혜 후보야말로 가부장적 체제의 정점에 놓여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보수신문이 박근혜 후보가 내세운 '여성 대통령'을 띄우고 있지만, '경제 민주화'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흔들기를 시도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유민지 활동가는 조중동의 주장을 △경제민주화가 기업과 경제를 힘들게 해 결국 서민경제를 악화시킨다는 겁박 △재벌 개혁을 하려면 노동 개혁을 해야 한다는 호도 △박 후보의 '후퇴한 경제민주화' 띄우기 등으로 정리했다.
유민지 활동가는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순환출자 의결권 금지에 대해 재계와 보수진영은 '막대한 비용이 들어 기업이 위축된다'고 엄살을 떨고 있다"며 "그러나 이는 '기업'이 아닌 '총수일가'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라 기업 투자와 무관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조중동은 재계의 주장만을 나열하며 '기업이 어려우면 서민경제가 어려워진다'며 경제민주화를 흔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민지 활동가는 또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을 하려면 노동개혁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며 "노동유연화는 비정규직 확대를 의미하는데 이것이 어떻게 경제민주화와 연결되는지 의문이다. 조선일보는 양극화의 한축에 '대기업 노조'가 있다며, 한진 중공업 사례를 들어 재벌과 대기업노조를 동급으로 취급하며 함께 개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고 말했다.

▲ 14일자 조선일보 사설

박근혜 후보의 퇴보한 경제민주화 정책과 관련해 유민지 활동가는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유통법 개정안을 막은) 박 후보를 비판하기는커녕 오히려 거들고 나섰다"며 "조선일보는 되레 김종인을 공격했으며 중앙일보는 박 후보의 퇴보한 정책을 '현실성 있는 공약'이라고 치켜세웠다"고 전했다.
이날 사회자로 참석한 신태섭 민언련 상임대표는 "모니터 보고 결과, 조중동의 두 가지 측면이 잘 드러났다고 생각한다"며 "대자본과 새누리당에 편향돼 있는 특유의 정파적 성격을 엿볼 수 있었다. 두 번째로 다분히 권위주의적인 프레임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신 상임대표는 "마지막으로 보수·수구 프레임을 이용한 조작적인 모습을 여실히 보여준다"며 "정파적 성격을 갖더라도 기사가 사실에 근거한다면 '정파성을 갖는 구나'라고 생각하는 데 그칠 것이다. 하지만 조중동은 경제민주화와 관련해 '경제 민주화 하면 나라 망하고 손해가 크다'는 식의 비논리적이면서 겁박하는 형식을 주입한다"고 지적했다.
패널로 참여한 안진걸 참여연대 경제민주화국민본부 공동사무처장은 "박근혜 후보는 유통법 개정안을 법사위에서 무산시켰다. 하지만 언론에서는 거의 보도되지 않고 있으며, 나오더라도 비판을 회피한 공방 보도로만 나온다"며 "박 후보는 김종인을 토사구팽하고 비정규직법, 최저임금법 등 경제민주화 법안을 하나도 통과시키지 않았다. 그는 공정 경쟁을 언급하지만 유통법 개정이야말로 공정 경쟁을 확보할 수 있는 법안이었다"고 밝혔다.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신문 각자가 가지고 있는 정파성으로 사안을 평가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사실을 비틀거나 왜곡하면 안 된다"며 "언론이 관찰자 시점이어야 하는데, 행위자로서 기능하고 있는 것이 큰 문제다. 이러한 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사안에 대한 평가가 옳은지 그른지에 대해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도연 수습기자  |  riverskim@mediaus.co.kr

2012년 11월 9일 금요일

박근혜 후보, 여성대통령 하겠다면서 여성에게 폭력을?


이글은 프레스바이플 2-12-11-08일자 기사 '박근혜 후보, 여성대통령 하겠다면서 여성에게 폭력을?'을 퍼왔습니다.
지난해 여성·가족·유아교육 관련 여성과 관련된 의정활동 모두 불참

8일 (뉴스타파)제작진이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에게 '김재철 해임'과 관련 질문을 던졌다는 이유로 새누리당 캠프 관계자 9명으로부터 물리력과 폭력적인 방법으로 끌려내려오고 한쪽에 둘러싸여 박 캠프가 프레스센터 건물을 나갈때까지 이도 저도 못하게 만들었다는 보도와 관련 해 많은 누리꾼들이 박 후보를 비난하고 있다.
특히 (뉴스타파)제작진 속에는 카메라를 다루는 여성기자도 있어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여성 대통령을 하겠다더니 여성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것이냐"며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해 18대 국회의원이었던 박근혜 후보의 의정활동에서 박 후보는 전두환 대통령의 경호문제를 다뤘던 '대통령 등에 경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 법률안'과 '방송통신발전 기본법 일부개정 법률안''중국의 북한이탈 주민 인권 보장 및 강제북송 중단 촉구 결의안' 등 굵직한 안건에는 참석해 의견을 던지기도 했지만 정작 여성과 밀접한 법률 처리에는 모두 불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은 더 확산되고 있다.
박 후보는 지난해 △유아교육법 일부 개정 법률안 △저출산 고령화 대책 특별위원회 구성 결의안 △여성 농어업인 육성법 일부 개정 법률안 △장애인 복지법 일부개정 법률안 △ 한부모 가족 지원법 일부개정 법률안 등 유아교육·출산·여성·가족과 관련된 모든 의정활동에 불참했다.
인터넷 유머사이트 '오늘의 유머'의 회원 '페이냥'은 "이래더 다수의 국민들이 박 후보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 밖에 없다"며 "공약과 정책을 말하기 전에 그간의 행적을 한번 뒤 돌아봐야 한다"며 박 후보를 비판했다.
그는 또 "학생들도 출석율과 성적에 따라 공정하게 학점을 따는데 의원들도 출석율과 비례해 등급을 매기고 급여를 매겨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트위터에서도 "봉건시대 여왕이 그리웠구나! 역시 부전 여전이다"는 말과 "박근혜가 꿈꾸는 100% 통제된 대한민국"이라며 비아냥거리는 멘션들이 많았다.


이계덕 기자  |  dlrpejr@hanmail.net

2012년 11월 3일 토요일

‘여성대통령’만이 나라 살릴까


이글은 프레스바이플 2012-11-03일자 기사 '‘여성대통령’만이 나라 살릴까'를 퍼왔습니다.
남·여 평등을 부정하는 새누리당의 흑백논리

요즈음 ‘여성대통령론’을 둘러싸고 정치권이 떠들썩하다. 새누리당이 지난 10월 하순부터 적극적으로 띄우기 시작한 주장 때문이다. 그 당의 총괄선거대책본부장 김무성은 10월 31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선대본부 회의에서 “한국에서 최초의 여성대통령이 탄생한다는 가장 큰 의미는 정치 쇄신”이라며 “최근 야당이 제기한 여성대통령 논란은 여성을 기존 통념에 집어넣는 성차별적 발상이고 흑백논리”라고 비판했다.

민주통합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여성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은 11월 1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후보는 여성을 비롯한 약자들을 살리고 포용하는 삶을 살지 않았고, 그런 투쟁의 현장에도 있지 않았다.”라고 비판했다.

새누리당은 한국에서 처음으로 나오는 여성 대통령이야말로 ‘구세주(메시아)’가 되리라는 듯이 홍보를 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1948년 8월 15일 이래 대한민국의 역대 대통령은 모두가 남성이었다. 이승만, 윤보선, 박정희, 최규하,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이 바로 그들이다. 그들 가운데 박정희는 새누리당의 ‘원조’인 민주공화당을 만든 사람이고, 전두환의 민주정의당, 노태우의 민주자유당, 김영삼의 신한국당은 그 정당의 인적 기반을 고스란히 이어받은 집단들이었다. 현직 대통령 역시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후보로 17대 대선에서 당선되었다. 그런데도 새누리당은 “남성 대통령들이 집권하던 시기에 국정 운영을 잘못해서 오늘날 나라가 이 모양이 되었다.”라고 주장할 수 있을까?

김무성은 2002년 7월 한나라당 대선 후보 이회창의 비서실장이던 때 한 발언을 까맣게 잊어버렸는가? 그는 김대중 정부가 이화여대 총장 출신의 여성인 장상 씨를 국무총리로 임명하려고 하던 무렵 “국방을 잘 모르는 여성이 중책을 맡을 수 있겠느냐?”라며 반대했다. 그런데 요즈음 그가 ‘여성대통령’으로 당선시키려는 박근혜는 국방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2007년 대통령선거 때 한나라당과 보수언론은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시기를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몰아붙이면서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소리를 높였다. 그런데 보수정당이 다시 정권을 찾아간 이래 4년 8개월 동안 나라는 어떻게 되었는가? 대통령 자신이 ‘내곡동 사저’ 의혹을 비롯한 갖은 추문에 휩싸이고 그의 친인척과 측근들이 경쟁하듯이 사법처리 당한 일들이 모두 ‘남성대통령’ 탓일까? 그 기간에 집권당 대표와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박근혜는 오늘날 나라가 부정·부패의 수렁에 빠지고 사회적 약자들이 갈수록 심해지는 빈부격차와 차별에 시달리고 있는 데에 대해 아무런 책임도 없다는 말인가? 

나는 ‘여성이 대통령이 되면 안 된다.’라거나 ‘여성은 남성보다 정치적 식견이나 행정 능력이 모자라서 국정을 책임질 수 없다.’라는 뜻으로 이 글을 쓰는 것이 아니다. 새누리당의 박근혜도 통합진보당의 이정희도 진보정의당의 심상정도 유권자 다수가 인정하는 자격과 능력을 갖추고 있다면 대통령이 될 수 있다. 그런데 박근혜라는 여성이 대통령이 되어야만 노르웨이, 핀란드, 아일랜드처럼 ‘탄탄한 복지제도’를 구축할 수 있다는 새누리당 총괄선대위원장의 주장에는 도저히 동의할 수 없다. 근자에 경제가 어려워진 아일랜드를 제외하고, 노르웨이와 핀란드에서는 오랜 세월에 걸쳐 국정책임자와 정당, 그리고 국민이 힘을 모아 ‘선진적 복지체제’를 이룬 것이지 ‘걸출한 여성’ 혼자서 그런 업적을 낳은 것은 결코 아니었다. 

하물며 새누리당 대선 후보 박근혜는 여성이기 이전에 어떤 인물인가? 그는 박정희의 집권 후반기인 1974년 8월부터 1979년 10월까지 ‘퍼스트레이디’라는 공식 직함을 가지고 일하면서, 사회적 약자인 여성은 물론이고 정치적으로 탄압받고 경제적으로 수탈을 당하던 국민에 대해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지난 8월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로 확정된 뒤에야 1975년 4월 ‘사법살인’을 당한 인혁당 사람들의 아내들과 자녀들을 찾아가겠다고 나섰다. 그리고 1970년 11월 박정희 정권의 야만적 노동정책과 참혹한 노동 현실에 항의하면서 스스로 몸을 불사른 전태일의 어머니가 살아 있던 때 단 한 번도 위로의 말을 전하지 않았다. 지난해 세상을 떠난 ‘이소선 어머니’가 41년 동안 가슴에 품은 한을 여성으로서 어루만지려고 한 적이 없는 박근혜는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100% 국민대통합’을 이루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사회적 약자 대다수를 외면하는 국민대통합이란 허황한 구호에 불과하다. 

박근혜가 한국 최초의 여성대통령이 되려면 사랑과 관심을 쏟아야 할 사람들이 누구인지부터 명확히 깨달아야 할 것이다. 새누리당과 박근혜는 최근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문재인과 무소속 후보 안철수가 강력히 주장하고 있는 투표시간 연장을 막무가내로 반대하고 있다. 박근혜 후보 캠프의 공보단장 이정현은 지난 10월 30일 오전 “지구 상 230여 개 나라 중에서 투표일을 공휴일로 지정해서 투표율을 높이는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다.”라고 주장했다. 박근혜도 그날 오후에 열린 ‘100만 정보방송통신인과 함께하는 초청 간담회’에서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그러나 중앙선관위 공보과 주무관은 “필리핀은 선거 때마다 선거일 이전 2개월 전에 대통령령으로 ‘이번에 실시하는 선거는 특별공휴일로 선언한다.’라 지정·공고한다.”라고 밝혔다. 박근혜가 어려운 환경에서 일하는 여성들을 진심으로 배려하는 마음이 있다면 투표 시간 연장에 기꺼이 동의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시급을 받고 일하는 비정규직이나 아르바이트를 하는 여성 가운데 밤늦게까지 일하는 사람들은 오후 6시 이전에 투표장에 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중요한 대통령선거에서 자신의 한 표가 사표(死票)가 되기를 원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 대통령선거의 초점이 ‘여성이냐 남성이냐’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명박 정부 시기에 뒷걸음질을 거듭한 민주주의와 서민경제를 소생시키고, 파탄에 빠진 남북관계를 정상화하며, 비인간적 경쟁에 시달리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청소년들이 줄을 잇는 교육현장을 ‘인간화’할 수 있는 후보가 누구인지를 가려내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박근혜 여성대통령론’은 이런 점을 도외시한 채 지금은 여성이 대통령이 되어야 나라를 구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황당한 논리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은 경쟁자인 남성 후보들을 얕잡아보고 비하하는 차별론인 동시에 흑백논리일 뿐이다.

김종철 (언론인)  |  cckim999@naver.com

황당한 대통령의 자격, 여성대통령 남성대통령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11-02일자 기사 '[김종철 칼럼]남녀평등을 부정하는 새누리당의 흑백논리'를 퍼왔습니다.
[김종철 칼럼]남녀평등을 부정하는 새누리당의 흑백논리

요즈음 ‘여성대통령론’을 둘러싸고 정치권이 떠들썩하다. 새누리당이 지난 10월 하순부터 적극적으로 띄우기 시작한 주장 때문이다. 그 당의 총괄선거대책본부장 김무성은 10월 31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선대본부 회의에서 “한국에서 최초의 여성대통령이 탄생한다는 가장 큰 의미는 정치 쇄신”이라며 “최근 야당이 제기한 여성대통령 논란은 여성을 기존 통념에 집어넣는 성차별적 발상이고 흑백논리”라고 비판했다. 민주통합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여성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은 11월 1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후보는 여성을 비롯한 약자들을 살리고 포용하는 삶을 살지 않았고, 그런 투쟁의 현장에도 있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여성대통령론'을 강조하는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

새누리당은 한국에서 처음으로 나오는 여성대통령이야 말로 ‘구세주(메시아)’가 되리라는 듯이 홍보를 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1948년 8월 15일 이래 대한민국의 역대 대통령은 모두가 남성이었다. 이승만, 윤보선, 박정희, 최규하,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이 바로 그들이다. 그들 가운데 박정희는 새누리당의 ‘원조’인 민주공화당을 만든 사람이고, 전두환의 민주정의당, 노태우의 민주자유당, 김영삼의 신한국당은 그 정당의 인적 기반을 고스라니 이어받은 집단들이었다. 현직 대통령 역시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후보로 17대 대선에서 당선되었다. 그런데도 새누리당은 “남성대통령들이 집권하던 시기에 국정 운영을 잘못해서 오늘날 나라가 이 모양이 되었다”고 주장할 수 있을까?

김무성은 2002년 7월 한나라당 대선 후보 이회창의 비서실장이던 때 한 발언을 까맣게 잊어버렸는가? 그는 김대중 정부가 이화여대 총장 출신인 여성 장상을 국무총리로 임명하려고 하던 무렵 “국방을 잘 모르는 여성이 중책을 맡을 수 있겠느냐”며 반대했다. 그런데 요즈음 그가 ‘여성대통령’으로 당선시키려는 박근혜는 국방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2007년 대통령선거 때 한나라당과 보수언론은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시기를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몰아붙이면서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소리를 높였다. 그런데 보수정당이 다시 정권을 찾아간 이래 4년 8개월 동안 나라는 어떻게 되었는가? 대통령 자신이 ‘내곡동 사저’ 의혹을 비롯한 갖은 추문에 휩싸이고 그의 친인척과 측근들이 경쟁하듯이 사법처리 당한 일들이 모두 ‘남성대통령’ 탓일까? 그 기간에 집권당 대표와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박근혜는 오늘날 나라가 부정·부패의 수렁에 빠지고 사회적 약자들이 갈수록 심해지는 빈부격차와 차별에 시달리고 있는 데 대해 아무런 책임도 없다는 말인가?
나는 ‘여성이 대통령이 되면 안 된다’거나 ‘여성은 남성보다 정치적 식견이나 행정 능력이 모자라서 국정을 책임질 수 없다’는 뜻으로 이 글을 쓰는 것이 아니다. 새누리당의 박근혜도 통합진보당의 이정희도 진보정의당의 심상정도 유권자 다수가 인정하는 자격과 능력을 갖추고 있다면 대통령이 될 수 있다. 그런데 박근혜라는 여성이 대통령이 되어야만 노르웨이, 핀란드, 아일랜드처럼 ‘탄탄한 복지제도’를 구축할 수 있다는 새누리당 총괄선대위원장의 주장에는 도저히 동의할 수 없다. 근자에 경제가 어려워진 아일랜드를 제외하고, 노르웨이와 핀란드에서는 오랜 세월에 걸쳐 국정책임자와 정당, 그리고 국민들이 힘을 모아 ‘선진적 복지체제’를 이룬 것이지 ‘걸출한 여성’ 혼자서 그런 업적을 낳은 것은 결코 아니었다.
하물며 새누리당 대선 후보 박근혜는 여성이기 이전에 어떤 인물인가? 그는 박정희의 집권 후반기인 1974년 8월부터 1979년 10월까지 ‘퍼스트레이디’라는 공식 직함을 가지고 일하면서, 사회적 약자인 여성은 물론이고 정치적으로 탄압받고 경제적으로 수탈을 당하던 국민들에 대해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지난 8월 새누리당 대통령후보로 확정된 뒤에야 1975년 4월 ‘사법살인’을 당한 인혁당 사람들의 아내들과 자녀들을 찾아가겠다고 나섰다. 그리고 1970년 11월 박정희 정권의 야만적 노동정책과 참혹한 노동현실에 항의하면서 스스로 몸을 불사른 전태일의 어머니가 살아 있던 때 단 한 번도 위로의 말을 전하지 않았다. 지난해 세상을 떠난 ‘이소선 어머니’가 41년 동안 가슴에 품은 한을 여성으로서 어루만지려고 한 적이 없는 박근혜는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100% 국민대통합’을 이루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사회적 약자 대다수를 외면하는 국민대통합이란 허황한 구호에 불과하다.
박근혜가 한국 최초의 여성대통령이 되려면 사랑과 관심을 쏟아야 할 사람들이 누구인지부터 명확히 깨달아야 할 것이다. 새누리당과 박근혜는 최근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문재인과 무소속 후보 안철수가 강력히 주장하고 있는 투표시간 연장을 막무가내로 반대하고 있다. 박근혜 후보 캠프의 공보단장 이정현은 지난 10월 30일 오전 “지구상 230여 개 나라 중에서 투표일을 공휴일로 지정해서 투표율을 높이는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박근혜도 그날 오후에 열린 ‘100만 정보방송통신인과 함께하는 초청 간담회’에서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그러나 중앙선관위 공보과 주무관은 “필리핀은 선거 때마다 선거일 이전 2개월 전에 대통령령으로 ‘이번에 실시하는 선거는 특별공휴일로 선언한다’고 지정·공고한다”고 밝혔다. 박근혜가 어려운 환경에서 일하는 여성들을 진심으로 배려하는 마음이 있다면 투표 시간 연장에 기꺼이 동의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시급을 받고 일하는 비정규직이나 아르바이트를 하는 여성 가운데 밤 늦게까지 일하는 사람들은 오후 6시 이전에 투표장에 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중요한 대통령선거에서 자신의 한 표가 사표(死票)가 되기를 원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 대통령선거의 초점이 ‘여성이냐 남성이냐’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명박 정부 시기에 뒷걸음질을 거듭한 민주주의와 서민경제를 소생시키고, 파탄에 빠진 남북관계를 정상화하며, 비인간적 경쟁에 시달리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청소년들이 줄을 잇는 교육현장을 ‘인간화’할 수 있는 후보가 누구인지를 가려내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박근혜 여성대통령론’은 이런 점을 도외시한 채 지금은 여성이 대통령이 되어야 나라를 구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황당한 논리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은 경쟁자인 남성 후보들을 얕잡아보고 비하하는 차별론인 동시에 흑백논리일 뿐이다.    

김종철(언론인) | media@mediatoday.co.kr  

문재인 "투표시간 연장 비용, 정당보조금 줄이면 된다"


이글은 프레시안 2012-11-02일자 기사 '문재인 "투표시간 연장 비용, 정당보조금 줄이면 된다"'를 퍼왔습니다.
새누리 '여성 대통령론'에 "여성부 폐지하려 하지 않았나"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는 2일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투표시간 연장 문제에 관해 "큰 돈 드는 것은 아니"라며 "각 정당보조금으로 투표시간 연장을 할 수도 있다"며 새누리당을 압박했다.

문 후보는 이날 오후 서울 성북구 장수마을에서 주거복지 정책 발표 후 기자들과 만나 "투표시간 연장에 필요한 예산문제 등은 여야가 만나서 함께 협의하면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당보조금으로 투표시간 연장 비용을 충당하자는 의견은 전날 이해찬 대표 역시 의원총회에서 제기한 바 있다.

그는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가 "개인이 법을 만들라 폐지하라 할 수 없다"고 말한 데 대해 "박 후보는 새누리당을 이끌고 계시기 때문에 결심하면 그것을 새누리당 당론으로 만들 수 있다"며 "그것을 마치 제3자의 입장에 선 것처럼 말하는 것은 조금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어 박 후보를 겨냥해 "투표시간 연장에 찬성하지 않으니 자꾸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며 "투표시간 연장을 통해 더 많은 국민이 투표하게 하는 것이야말로 정치혁신의 기본이라는 관점에서 생각해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편, 문 후보는 새누리당이 '여성 대통령론'을 강조하는 것에 대해 "장점을 주장하는 선거운동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다"면서도 "그동안 새누리당의 여성정책이 별로 없지 않았느냐. 여성부까지도 폐지하려 하지 않았느냐"고 지적했다.

 /서어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