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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10일 수요일

시진핑이 북한에 경고?… 중국의 ‘다중화법’ 모르시나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4-09일자 기사 '시진핑이 북한에 경고?… 중국의 ‘다중화법’ 모르시나'를 퍼왔습니다.
[백병규의 글로벌 포커스] 중국 언론, 미국언론과는 정반대 해석… “일본·미국 겨냥”

지난 한 달여간 고조돼온 한반도 위기 상황은 (디펜스21) 편집장 김종대 씨가 (한겨레) 칼럼에서 잘 지적한 것처럼 ‘북-미 군사연습’과도 같다. “실제 전쟁은 아니지만 전쟁이나 다름없는 각본을 만들어 서로를 시험해보는 ‘도상 전쟁’ 이었다.” “작용과 반작용으로 이어지는 군사적 대응을 통해 미국과 북한은 지난 20년간 제각기 발전시켜온 전쟁 프로그램을 가동해보는 절호의 기회”였다는 것. “북한과 미국이 서로 대항군으로 편성되어 상대방의 의도와 능력을 시험해보는 전쟁게임, 곧 북-미 군사연습”이었다는 것이다.

미국은 지난주부터 호흡조절에 들어갔다. 군사적 대응을 자제하고, 4월에 예정돼 있었던 대륙간 탄도 미사일 미닛트맨3의 발사 시험도 연기했다. 미국으로서는 ‘도상전쟁’을 이제는 끝낼 때라고 판단한 것 같다. ‘도상전쟁’의 강도가 세지고, 치열해지면서 자칫 ‘실전’으로 비화될 개연성을 우려한 것이다. 북한과는 직접 상관이 없는 대륙간 탄도미사일 발사 시험을 연기한 것은 미국으로선 나름 성의를 보인 것이다.

북-미 ‘도상전쟁’ 미국 이제 끝내자고 하지만…
▲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주요 언론들은 일제히 시진핑 주석이 북한에게 경고의 신호를 보냈다고 평가했다. 사진=지난 7일 보아오 아시아포럼 개막연설을 보도한 미국 CBS 온라인 기사.


하지만, 북한은 아직 이를 끝낼 생각이 아닌 듯싶다. 무수단급으로 추정되는 중거리 미사일을 동해 지역으로 이동해 발사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평양 주재 외국 대사관에는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면서 대피를 권고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개성공단의 조업을 중단시켰다. 또 한국에 있는 외국인들에게 대피 및 소개 대책을 세우라는 담화를 발표했다. 

영국의 가디언은 얼마 전 한반도 상황 전개와 관련해 5가지 시나리오(외국 언론에선 한반도는 지금 ‘전쟁상태’)를 제시한 바 있다. 첫째, 미 본토나 태평양 상의 미군기지 공격. 둘째, 남한을 공격. 셋째, 추가적인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넷째, 비군사적인 조치. 다섯째, 대화. 가디언의 베이징 특파원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 미 본토나 미군기지 공격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았다. 현재로선 추가적인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도 가능성이 별로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또 비군사적인 조치도 개성공단 폐쇄라는 극단적인 방안이 남아 있지만, 이 역시 북한의 피해도 큰 만큼 선택하기 어려운 카드로 보았다. 북방한계선(NLL) 인근 등에 대한 국지적 도발 가능성, 그리고 긴장 상태가 수습되면 중장기적으로 남북한 대화 가능성을 조심스레 점쳤다. 

하지만 이같은 예상은 빗나갔다. 미사일 추가 발사를 강력하게 시사하면서 대미 압박 수위를 높이고, 영변 원자로 재가동이라는 ‘히든카드’를 꺼내 들었다. 일단은 청와대와 군 당국에 의해 상시적인 움직임만 포착된 것으로 정리됐지만 추가 핵실험의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나아가 북한이 선택하기 어려울 것으로 본 개성공단 폐쇄 수순도 밟고 있다.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가 시험발사라고 하더라도 현재의 상황에서는 정치․외교적으로 미국에 대한 공격 효과를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유효한 카드다. 국지적 도발 가능성 역시 배제하기 힘든 상황이다. 북한으로서는 가능한 모든 시나리오를 총동원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의 뜻대로 사태 수습의 기미가 없자 결국 중국 등판론이 나오고 있다. 북한에 대한 지렛대를 갖고 있는 중국이 사태 수습에 나서달라는 것이다.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최근 오바마 미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통화를 갖고 한반도 긴장완화를 위해 중국이 영향력을 행사해 줄 것을 ‘압박’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서방의 유력 매체들도 ‘중국의 개입’이 필요한 때라고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최근 발언이 주목되고 있다. 시 주석은 7일 하이난성 보아오에서 열린 ‘보아오 아시아 포럼’ 개막 연설에서 “누구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지역과 세계를 위험에 빠뜨려선 안 된다”고 말했다. “대화와 협상, 평화적 담판을 통해 갈등과 이견을 해소”할 것을 강조하기도 했다. 같은 날 왕이 외교부장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의 전화 통화에서 한반도 사태와 관련해 “중국은 어느 쪽이든 도발 언행을 해선 안된다고 생각하며 중국 대문 앞에서 일이 발생하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 등 미국의 주요 언론은 이를 북한에 대한 중국의 ‘경고’로 해석했다. (뉴욕타임스)는 “중국이 북한의 행동에 제동을 걸 것임을 시사했다”고 해석했다. (워싱턴 포스트)도 “북한이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는 데 대해 중국이 우려를 표명했다”고 분석했다. 로이터와 같은 다른 서방언론들도 북한에 대한 중국의 경고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중국 언론 “영유권 분쟁 일본과 필리핀, 미국 겨냥한 발언”


하지만, 시 주석과 중국 지도부의 행보에 대해서는 다른 해석도 나오고 있다.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의 피터 포드 군사외교 전문위원은 지난 8일 분석 기사에서 “한반도 긴장 완화라는 목표에서는 미국과 중국이 공동의 이해를 갖고 있다”면서도 “북한에 대한 미국과 중국의 입장은 기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두 나라가 얼마나 공동보조를 취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보았다. 
▲ 중국 언론과 전문가들은 시 주석의 발언이 북한 보다는 영유권 분쟁을 일으키고 있는 일본과 필리핀, 그리고 그 배후의 미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사진=홍콩 명보 인터넷 홈 페이지.


특히 중국 언론과 전문가들은 전혀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기도 하다. 중국 외교부의 싱크 탱크인 중국국제문제연구소의 지아 쭈동 위원은 8일 홍콩 명보와의 인터뷰에서 “시 주석의 발언은 (북한을 지칭했다기보다는) 오히려 중국과 영토 분쟁을 일으키고 있는 일본과 필리핀, 베트남, 그리고 타국의 내정에 개입하고 있는 미국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달리 해석했다. (베이징뉴스)가 시 주석의 발언을 보도하면서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한편 6․25 전쟁 이후 줄곧 북한을 압박하고 있는 미국의 군사․외교 전략을 강도 높게 비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국은 미국의 이른바 ‘아시아 중시전략’이 이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저지하기 위한 노림수가 있다고 보고 있다. 또 천안함 사건과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건, 일본 및 남지나해의 영유권 분쟁 등을 계기로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군사력 증강 배치 등을 우려하고 있다. 남서해 쪽으로 미 항모의 전진 배치 시도에 대해 중국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이에 대응해 사상 최대 규모의 중․러 합동해상훈련을 서해상에서 실시한 것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기도 하다. 

한반도 긴장 상황과 관련한 중국 역할론과 관련해 중국이 종전 6자회담과 같은 다자협상 대신에 미국이 직접 나설 것을 주문하는 것도 이런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으로서는 북한의 긴장 고조 행위가 골칫거리이기는 하지만 미국의 동아시아 진출 전략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지렛대가 될 수도 있다는 계산도 가능하다. 

중국 외교부의 훙레이 대변인은 지난 8일 정례 브리핑에서 한반도 긴장 상황과 관련해 ‘관련국들의 대화와 접촉’에 나설 것을 주문하면서 북․미간 직접 대화를 촉구했다. 북한 핵 문제의 유일한 해법은 ‘대화’와 ‘담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북한과 중국은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셈이다. 시 주석의 발언을 북한에 대한 경고로 해석하고 중국의 영향력 행사를 기대하고 있는 미국 주요 언론들의 ‘희망적인 분석’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다. 

핵 문제에 대한 북한의 전향적 태도 변화를 전제로 북한과의 대화에 소극적이었던 미국이 그렇다고 북한과 직접 대화에 나설지는 불투명하다. 그러나 ‘전략적 인내’로만은 한반도 위기 상황을 관리하는 데 한계가 명확해진 만큼 미국으로서도 중국만 쳐다보고 있기도 어렵게 됐다. 오는 12일부터 한․중․일 3국을 방문하는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의 행보가 주목되는 까닭이다. 한국 정부의 대응도 중요한 변수다. 
백병규 언론인 | bkb21@hanmail.net 

2013년 3월 22일 금요일

청와대는 왜 중국 주석의 말은 쏙 빼고 발표했나?


이글은 진실의길 2013-03-21일자 기사 '청와대는 왜 중국 주석의 말은 쏙 빼고 발표했나?'를 퍼왔습니다.
사라진 시진핑 국가 주석의 ‘남북대화 촉구 발언’

박근혜 정부는 북한의 최근 도발에도 '한반도 프로세스' 정책을 추진할 의사가 있음을 밝힌 바 있다. 물론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는 등의 전제 조건을 달았지만, 이는 최근 긴장이 가속화되고 있는 한반도 상황과 관련하여 남북 대화 추진 등 일말의 기대를 하기에 충분하다.
이에 지난 20일(현지 시각) 낮 12시 30분부터 약 20분간 이루어졌다는 박근혜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국가 주석의 전화를 통한 정상 회담의 내용은 그 어느 시기보다도 더욱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번 양국 정상 간 전화 회담 발표에서 무슨 이유에서인지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박근혜 대통령에 말한 사항에 관한 내용은 슬그머니 빼고 발표한 것으로 밝혀져 그 이유에 궁금증이 더하고 있다.

대통령, 시진핑 신임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통화 관련 브리핑
청와대 / 2013-03-20


박근혜 대통령은 20일 「시진핑」 신임 중국 국가주석에게 전화하여 금번 양회의 성공적인 개최와 시진핑 총서기의 국가주석 취임을 축하하고 한·중 양국관계 발전 방안과 한반도 상황에 관해 협의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의 2005년 방한 시 만나 유익한 대화를 나누었다고 하면서 한·중 양국 신정부가 동시에 출범하는 계기를 맞이하여 정상간 신뢰를 바탕으로 양국 간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도록 전략적 소통 강화, 민간 분야 교류 심화, 양국관계의 미래 준비를 위한 청소년 교류 확대 등을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가자고 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또한 시진핑 주석이 전인대 폐막식 연설에서 ‘중국의 꿈’에 대해 연설하면서 부강한 국가, 민족의 진흥, 인민의 행복을 실현해야 한다고 한 것은 국가의 발전과 국민의 행복이 같이 가야한다는 본인의 생각과 일맥상통하다고 하면서 시 주석이 편안한 시기에 한국을 방문해 줄 것을 초청했습니다.
시진핑 주석은 중국 국민과 자신의 오랜 친구인 박 대통령의 축하에 사의를 표하고, 한·중관계가 수교 이래 20여 년 간 지속적으로 발전하여 양국의 실질적인 국익과 이 지역의 평화와 발전에 중요한 기여를 하여왔다고 하면서 중국은 전략적 협력동반자인 한국과 함께 미래를 개척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습니다.
시진핑 주석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은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의 국익에도 도움이 된다고 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비핵화 실현을 위해 직접적 당사자인 한국과 함께 노력해 나가겠다고 하면서 한국과의 의사소통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시진핑 주석은 방한 초청에 사의를 표하고 편리한 시기에 재차 한국을 방문하겠다고 하고 우선 가까운 시일 내에 박 대통령이 방중해 줄 것을 초청하였으며,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은 가능한 조속한 시일 내에 방문할 수 있도록 양국 간 외교채널을 통하여 방문 시기를 상호 협의해 나가자고 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한·중 양국이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번영, 특히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비핵화라는 공동 목표 실현을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자고 하고, 북한의 추가도발에는 단호히 대응해 나갈 것이나 북한이 올바른 선택을 한다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통해 남북관계를 개선해 나갈 것이라는 의지를 표명하면서 중국도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해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시진핑 주석은 박 대통령의 생각을 잘 이해한다고 하면서 북한을 설득하는 것이 어렵지만 계속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금년도 한국에서 개최될 예정인 한·중·일 3국 정상회의가 성공적으로 개최될 수 있도록 중국 측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하고 유엔 안보리 등에서의 양국 간 협력을 강화해 나가자고 하였으며, 이에 대해 시진핑 주석은 중국 정부로서도 적극 협조해 나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013년 3월 20일 
홍 보 수 석 실


청와대, 중국에 북한 설득 요구… 중국, '설득 어렵지만 노력하겠다'만 발표

청와대는 이날 대변인 발표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은 20일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 주석에게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나올 수 있도록 중국이 노력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통해 남북관계를 개선할 것"이라며 "한ㆍ중 양국이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번영, 특히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비핵화라는 공동목표 실현을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자"고 당부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시진핑 주석은 이에 관해 "중국은 한국과 함께 미래를 개척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며 특히 북한 관련 요청에 관해 "박 대통령의 생각을 잘 이해한다"며 "북한을 설득하는 것이 어렵지만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또한, 시진핑 주석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은 한국뿐 아니라 중국 국익에도 도움이 된다"며 "한반도 평화와 안정, 비핵화 실현을 위해 직접 당사자인 한국과 함께 노력하고 한국과 의사소통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러한 청와대의 발표가 있자 거의 모든 한국 언론들은 기사의 제목을 '박 대통령, 북한 대화의 장 나오게 중국이 노력해 달라'고 보도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북한이 대화에 나설 수 있게끔 중국의 협조를 부탁했으며, 중국 시진핑 주석은 "북한을 설득하는 것이 어렵지만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는 데에 초점이 맞추어 졌다.

주요 외신들, '시진핑 주석, 남북 화해 협력 대화 증진 촉구' 보도

하지만, 주요 외신들은 이번 한중간에 이루어진 전화 정상 회담에 관해 한국 언론들과의 전혀 다른 뉘앙스의 보도를 했다.
(로이터통신)은 제목을 "시 주석 남북 대화 증진 의지 밝혀(Xi says willing to promote dialogue between Koreas)"라고 이번 전화 회담을 보도하면서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한반도의 안정이 중국의 이익이라면서 남북한의 대화 증진에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AFP통신)도 비슷한 제목(Xi willing to promote talks between Koreas', 'Xi Jinping says China willing to help Korea 'reconciliation)의 두 기사를 통하여 "남북은 동포이고, 남북 관계는 한반도 상황과 관련해 매우 중요하다"며 "중국은 남북한이 화해를 증진하는 데 필요한 협조를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신화통신)은 '시 주석 대화 촉구 제안(X ioffers to promote dialogue)의 제목으로 관련 기사를 전하면서 "중국은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한반도의 비핵화 실현을 추구해 왔으며, 남북한의 화해와 협력에 필요한 협력을 제공하고자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더 나아가 (뉴욕타임스)는 '중국 지도자, 남북한 긴장 완화 원한다고 말해(China: Leader Says He Wants to Ease Tensions Between Two Koreas)라는 제목으로 해당 기사를 보도하면서 "중국 정부는 남북한의 긴장을 완화하는 데 돕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청와대 발표에 포함되지 않은 시진핑 주석의 발언… 긴장 완화에 도움될까?

위와 같은 외신들의 보도와 외신들이 전하는 중국 외교부의 이번 한중 간 전화 정상 회담에 관한 발표 내용을 보면, 중국 시진핑 주석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남북 긴장 완화를 위한 대화의 중요성을 말했으며, 이를 위해 중국이 협조를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청와대의 발표에서는 이러한 내용이 빠진 채, 박 대통령이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나오게 하고자 중국에 부탁했다는 내용만 들어 있다. 그리고 중국 시진핑 주석이 "북한의 설득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는 내용만 강조되어 있다.
하지만, 한국 언론의 중국 주재 특파원들도 해당 관련 기사를 송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연합뉴스) 중국 특파원은 "시진핑 "대화·협상으로 한반도 문제 해결해야"라는 제목으로 해당 기사를 송고하며 기사 첫 문장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대화와 협상으로 (한반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중국 외교부 훙레이 대변인이 밝혔다고 전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청와대의 발표와 더불어 '대화와 협상을 강조'했다는 시 주석의 말을 더 이상 크게 기사화되지 않았다. 다만, (통일뉴스)만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발표를 인용하며 제목을 '중 시진핑, 박 대통령에게 "남북 화해협력" 촉구'라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이 매체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박 대통령에게 "남북은 동포이고, 남북관계는 한반도 정세 진행 방향과 관련해 매우 중요하다"며"중국은 남북 쌍방이 화해협력을 촉진하기를 희망하며, 그에 필요한 협조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해 시진핑 주석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말했다는 내용을 비교적 정확하게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김원식 

2012년 4월 21일 토요일

20년만에 폭발한 '중국 권력투쟁' 내막


이글은 뷰스엔뉴스(VIEWS&NEWS) 2012-04-21일자 기사 '20년만에 폭발한 '중국 권력투쟁' 내막'을 퍼왔습니다.
(분석)'보시라이 사태' 이면에 숨겨진 양극화 갈등

지금 중난하이(中南海)에서는... -보시라이 사태를 조망한다

중국 속담에 ‘사람은 유명해지는 것을 두려워하고 돼지는 살찌는 것을 두려워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실은 홍루몽(紅樓夢)의 한 구절이다.

시진핑 부주석이 즐겨 인용하는 말이라는데 그의 오랜 벗인 보시라이에게는 들려주지 못했던 모양이다. 

“우리 중국인들은 남한테 밉보이는 것(得罪)을 제일 기피합니다. 중국의 공직 사회에서 적을 만들면 오래 못 갑니다.”

며칠 전 중국 심천에서 만난 한 중급 관리가 필자에게 던져준 말이다. 그들은 너무하다 할 정도로 말을 아끼고 있었다. 특히 공산당원이라는 사람들이 그랬다. 중국 공산당이야말로 오늘날 우리에게 싫던 좋던 엄청난 외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집단이자 권력인데 그들의 속내며 실체를 제대로 알 수 없으니 예삿일은 아니다. 

베이징 자금성(紫禁城)을 영어로는 포비든 시티(Forbidden City) 라고 쓴다. 의역이다. 금지된 도시. 그런데 바로 옆에 위치한 중난하이(中南海)야 말로 중국의 금지 성역이다.

중난하이는 중국 최고지도자들의 집단 거주지이자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와 국무원 청사가 입주해 있는 곳이다. 중하이와 난하이라는 2개의 인공호수를 끼고 건축한 옛 황제들의 별궁이었다. 

일반인들은 내부에 들어 갈 수 없지만, 입구를 먼 발치서 들여다볼 수는 있다. 입구 안에는 '爲人民服務(인민을 위해 일하자)'라는 글씨가 씌여진 붉은 벽이 내부를 막아서고 있다. 

그래서 중국에서 '홍장(紅粧)이란 말은 권력의 심장부를 뜻한다. 

권력 이양기를 맞아 이 홍장 안이 심하게 요동치고 있다. 중국 공산당의 모든 중요 결정이 홍장안의 치열한 토론과 절충을 거쳐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마오쩌뚱이 당권과 군권을 토론으로 장악한 주니(遵義)회의 이후 정립된 중공의 전통이다. 

이번 보시라이 사건은 그 요동의 신호탄인 셈이다. 사건의 파장이 워낙 커서 올 10월 예정된 당 대회 연기설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공식적으로 당내 그런 파벌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호언하지만 정치에 관심이 없는 일반인들에게도 똰파이(공청단), 타이당(태자당), 쌍빵(상하이방)이라는 말이 널리 쓰이는 것을 보면 당원들의 호언은 허언이다. 

한때 태자당의 아이콘이었던 보시라이가 충칭 총서기직과 정치국원 직에서 전격적으로 해임되고 당원으로서는 최고의 수모이자 처벌인 쌍규(雙規)에 들어가면서 나락으로 떨어졌다. 

쌍규는 중국 공산당 기율검사위원회가 당원에 한해 무제한의 수사를 벌일 수 있는 조치로, 재판 없이도 피의자를 6개월까지 구금할 수 있으며, 가족에게 연락하거나 변호사를 선임할 권리 역시 부여하지 않는단다. 

분명한 것은 보시라이의 실각이 단순한 개인 비리 문제가 아니라 올 가을로 예정되어 있는 중국 지도부 개편을 둘러싼 각 계파 간 권력투쟁의 결과라는 것이다.

최고지도자가 공청단에서 태자당 출신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현재의 권력이 차기 권력을 견제하면서 일어난 사건이라는 것이다. 일종에 길들이기일 수도 있지만 여기에는 중국의 내일을 규정할 이념적 정책적 차이와 대립도 내재돼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갖는다.

13억 중국을 다스리고 있는 공산당의 최고 권부는 중앙정치국 9인 상무위원회다. 상무위원은 70세를 넘길 수 없다는 내규에 따라 시진핑과 리커창을 제외한 7명(후진타오, 우방궈, 원자바오, 자칭린, 리창춘, 허궈창, 저우융캉)은 오는 10월이 되면 교체돼야 한다. 

보시라이와 그의 라이벌로 알려진 왕양(광동성 당서기)은 유력한 후보였다. 둘 다 상무위에 진입할 수도 있었겠지만 보시라이가 상무위원이 되면 태자당인 시진핑에게, 왕양이 상무위원이 되면 공청단에 힘이 실리는 구도였다. 상무위원 선출이야말로 중난하이의 큰일 중의 큰일.

'중국의 케네디' 보시라이

보시라이는 중국에서는 보기 드문 '스타 정치인'으로 꼽혀왔다. 중국의 케네디, 다렌의 보물, 충칭의 작은 마오로 불리던 그였다. 

지명도로 본다면 진작 정치국 상무위원이 되어 중국의 ‘넘버9’ 안에 들어갔어야 옳다. 보시라이하면 상무부장이라는 직책이 떠오르고, 다롄시장이라는 직함도 그의 트레이드마크다. 

7년 동안 다롄시장을 할 때, 그는 도시 전체를 바꿔놓았다. 그가 1993년 다롄시장에 취임한 이후 다롄은 매년 10% 이상의 고도성장을 하며 새롭게 성장하는 공업도시로 변모했다. 동시에 다롄을 중국 내에서 손꼽히는 환경도시로 만들어 2001년 유엔 선정 세계 500대 미화 도시에 들게 하였는데 이 때부터 다롄의 시민들은 보시라이를 ‘다롄의 영웅’으로 치켜세우게 된다.

그가 랴오닝성 성장으로 승진해 다롄을 떠나갈 때 시민 수만 명이 거리로 몰려나와 눈물로써 배웅했다는 이야기는 전설처럼 회자되고 있다. 

그런 그가 랴오닝성 성장과 당서기를 거쳐 중앙으로 진출, 상무부장으로 승승장구할 때 정치국 상무위원이 될 것이라는 예상은 거의 당연하게 여겨졌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그는 충칭시 당서기로 내려갔다. 물론 중국의 4대 직할시 가운데 하나로 인구 3천2백만인 충칭시의 당서기로 일하는 것이 한직으로 밀려나거나 좌천된 것은 아니지만 내륙 개척지 충칭으로 배정된 것은 일종의 시험무대로써 위기이자 기회가 될 수도 있지 않느냐는 추측이 많았다. 

역시 보시라이는 보시라이여서 지난 몇 년간 또다시 충칭시를 들었다 놨다 하던 중이었다. 충칭으로 내려간 보시라이는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매매춘 단속, 폭력조직 소탕, 사설 도박장 및 퇴폐유흥업소에 대한 대대적인 적발을 실시한다. 오랜 기간 지방 공안들과 끈끈한 꽌시(关系)로 이어져왔던 사설도박장을 장갑차까지 동원해 밀어버린 이야기는 유명하다. 

최근까지 충칭시 공무원들은 량장신구 기업유치를 위해 뛰어다녀야 했다. 량장신구는 상하이의 푸동(浦东)신구, 톈진의 빈하이(滨海)신구에 이은 중국의 세 번째 국가급 신구로 지난해 국무원에서 최종 비준을 받았다. 

사실 이번 보시라이의 실각으로 가슴 졸이는 한국기업가들이 적지 않다. 한국기업 유치를 위해 량장신구에 특별히 한국기업단지를 조성해 본인이 직접 한국 기업인들을 대면하고, 한글로 브로슈어까지 만들어 배포하기도 했었던 것이다. 그는 한국기업가들을 만날 때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제개발을 공부한다고 밝혔단다. 인천시의 송영길 시장도 지난해 충칭을 방문해 그를 만나 도시 자매 결혼이라는 이색 행사를 갖기도 했었다.

게다가 중국공산당 창건 90주년을 전후해서는 혁명가요 홍가 부르기 운동과 혁명서적 읽기 운동, 대학생들에게 농촌생활을 체험하도록 하는 대하방(大下放)운동 등 이른바 ‘홍색 캠페인’을 줄기차게 실시해 주목을 받았다. 다른 사람도 아닌 보시라이가 이런 운동을 앞장서 벌이니까 화제가 됐다. 

공산당과 보시라이의 애증
 

보시라이는 파란 많은 인생을 살아온 사람이다. 그의 아버지 보이보(薄一波)는 1980~90년대 중국 정치를 좌지우지한 ‘8대 원로’ 가운데 한 사람이다. 덩샤오핑, 양상쿤, 덩잉차오 등 기라성 같은 이름들 속에 보이보도 함께 있었다. 

만년은 화려했지만 보이보는 문화대혁명 때 주자파(走资派)로 몰려 오랜 옥살이를 했다. 보이보의 아내이자 보시라이의 어머니인 후밍(胡明)은 광저우에서 베이징으로 압송되던 중 기차에서 뛰어내려 숨졌다. 홍위병들이 밀어뜨려 죽였다는 설도 있다. 보시라이 또한 17살의 나이에 옥살이를 했다. 

문혁과 공산당이라면 이를 갈 사람이지만 그는 공산당 때문에 출세했고, 공산당 찬양 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이고 있었던 것이다. 사람들이 의심할만 했다. ‘보시라이가 무언가 대단한 야심을 갖고 있긴 있구나…….

그의 나이 올해로 63살(1949년생)이다. 중국에서라면 아직도 창창한 나이다. 공산당원이라면 누구나 최고의 목표로 삼고 있을 정치국 상무위원 혹은 그 이상으로 도약하기 위해 그는 부단히 뛰었고 표면적으로 괄목할 성과를 올려 인기 또한 상승곡선을 계속유지하고 있었다. 

보시라이에 대한 일반의 인기는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노선 이후 중국의 경제가 급속히 성장한 데 반해 극심한 빈부격차로 사회 분열이 한계 상황에 왔다는 점을 반영하고 있다. 원자바오 총리도 "정치개혁이 성공하지 못한다면 문화대혁명 같은 역사의 비극이 다시 일어날 수도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빈부격차가 심해지면서 사회분열이 심화되고 있어 이를 수습하지 못하면, 결국 반동적인 사태가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를 공산당 지도부도 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보시라이는 이런 우려에 대해 나름 명료한 해법을 제시했다. 도농간 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정부 주도의 투자를 강조하고 관리들이 일에 솔선하는 이른바 '충칭 모델'이 그것 이었다. 시진핑 부주석은 두 차례나 충칭을 방문해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지만 지난 30여년 경제성장 과정에서 도농간의 격차가 갈수록 심해지는 부작용을 막지 못한 중국 지도부는 충칭 모델의 성과에 적잖이 당황했다. 좌 클릭이 심하다는 우려였다.

게다가 보시라이는 지난해 유력 외신과의 회견을 통해 중국의 빈부격차는 지니계수로 측정할 때 ‘사회과학자들이 폭동이 일어날 수준이라고 말하는 수치’라고 밝히면서 "이를 바로 잡겠다"고 선언했었다. 이에 대해 미국의 블룸버그는 "보시라이의 이런 발언은 마오쩌둥를 다시 불러낸 것과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보시라이는 ‘마오주석이 말했듯, 사회주의 국가를 건설하는 목표는 모든 사람에게 일자리와 먹을 것을 보장하고, 모두가 부를 함께 나누는 사회를 만들자는 것’이라면서 ‘소수만이 부자라면, 자본주의로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실패했다"면서 "새로운 자본주의 계급이 형성된다면, 우리는 정말 잘못된 길을 걸어온 것이 된다"고 강조했었다.

결과적으로 이런 급진적 발언들은 그의 오랜 동지인 시진핑마저 보시라이를 더 이상 보호하기 힘들게 만들었다. 왕뤼진 사건이 나고도 한동안 침묵을 지키던 중국의 지도부는 원자바오 총리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원자바오는 이례적으로 특정 인물을 지목해 비판했다. "보시라이는 반성해야 하며, 법에 따라 엄정히 사건을 처리할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치정 살인사건까지
 

표면적으로는 '잘 나가던' 보시라이는 측근에게 배신을 당하면서 낙마했다. 지난 2월 초 보시라이의 오른팔로 불리는 왕리쥔 충칭시 부시장이 청두에 있는 미국 총영사관으로 정치적 망명을 요청하면서 피신한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왕은 "보시라이는 천하의 간신배로 그가 권력의 핵심에 들어가면 나라가 망할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거기다 그는 국가 기밀자료들을 뭉텅이로 들고 갔단다.

이로 인해 보시라이는 "사람을 잘못썼다"고 공개 반성하면서 애써 낙마만큼은 면하려고 했으나 기울어진 상황을 뒤집지 못했다.

왕뤼쥔 사건이 일어난 배경에는 여러 설이 있는데 왕뤼진의 비리를 당 기율처가 조사하기 시작했고, 왕이 보에게 보호를 요청했으나 거절하자 등을 돌리게 된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보시라이를 제거하기 위해 치밀하게 주변 측근부터 치는 숙청작업이 있었다는 것이다. 

왕뤼진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면 보시라이는 사람 잘못 쓴 것이 분명하다. 오비이락일 수도 있지만 보시라이의 상승모드를 달갑지 않게 생각하는 측에게는 울고 싶은데 뺨때려 준 격이라고 할까.

여기에 변호사 출신인 그의 부인 구카이라이(谷開來)의 추문은 그를 어떻게 해볼 도리조차 없는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있다. 난데없는 치정 살인사건까지 등장한 것이다.

중국의 각 언론들은 정확한 인용 없이 사건 전모에 대해 계속 흘리고 있다. 보시라이 아들 가정교사 출신으로 집안과 부인 사업의 집사역할을 해왔던 영국인 헤이우드라는 인물이 지난해 11월 충칭의 한 호텔에서 변사체로 발견 됐는데 충칭 공안은 부검도 하지 않은 채 그가 과도한 음주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는 것이 사건의 개요다. 

언론들은 구카이라이가 헤이우드와 부적절한 관계였다고 하면서 헤이우드가 생전에 술을 전혀 입에 대지 않았고 구카이라이와의 결별 후 자신의 신변 안전을 걱정 했다는 주변의 증언을 들면서 그가 구카이라이나 보시라이에게 피살됐을 가능성이 의심된다고 보도하고 있는 것이다. 

진실이야 어떻든 간에 작금 언론의 이지메는 문혁 때 류사오치 주석 부인의 씁쓸한 일화가 생각나는 대목이다. 당시 주자파 수괴로 몰린 류사오치 주석의 부인은 환갑이 넘은 나이 였음에도 선물 받은 프랑스제 실크 잠옷을 입고 홍위병들 앞에서 조리돌림을 당해야 했었다지 않는가. 

왕뤼진이 헤이우드 사건을 제대로 조사하자고 보시라이를 압박 했고 이 때문에 공안국장에서 해임 당했다고도 하는데 이 모든 정황이 저들의 그간 행태상 이해가 되지 않는다. 막강 권력자의 부인이자 법률가가 결별한 측근을 호텔에서 독살했다는 것도 그렇고 그 처리를 그리 허술하게 했다는 것도 그렇다. 

또 살인사건급의 의혹을 들고 하극상 식으로 압박해오는 측근을 의혹이 사실이라면 뜨끈 미지근하게 처리하는 권력자는 없다. 회유를 해서 공범으로 만들던지 무자비하게 깔아뭉게 입막음을 하는 것이 저들 아닌가. 

왕뤼진은 충칭 범죄와의 전쟁 때 공안국장으로서 많은 인명을 처형되게 했고 '호랑이 의자’로 지칭되는 악명 높은 고문에 앞장섰던 인물이다. 고문을 즐겨하는 인물이, 나라를 배신하고 망명을 하려 했던 인물이 말하는 진실에 중국 언론이 놀아나는 것은 아닌지. 

숨 죽이고 있는 시진핑

어쨌든 보시라이는 재기불능이다. 지금 분위기로 봐서는 처형까지는 아니더라도 중형이 예상된다. 중국에서 일벌백계는 상시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실제 보시라이도 왕뤼진을 앞세워 2010년 충칭시 사법부장을 처형하는 등 살벌한 국면을 조성했었다. 그 살벌했던 전력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것이라는 조소 섞인 분석도 있다. 믿거나 말거나 식의 얘기지만 중국 공산당원 사이에는 당은 오지에서 재교육을 시킬지언정 동지들을 절대로 죽이지 않는다는 얘기가 전설처럼 퍼져 있다. 언론에 보도되는 처형장면은 대 인민 선전을 위한 영화 촬영이라나. 다분히 중국 공산당적인 얘기다,

지금은 하이에나처럼 재산 해외도피며 아들의 방탕 유학생활등 언론이 떠들고 있지만 보시라이 개인은 꽤 청렴한 인물로 꼽혀 왔었다. 술 담배도 전혀 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져 있다. 

일각에서 일벌레인 보시라이의 업무스타일이 아랫사람을 질리게 만들고, 윗사람에겐 안하무인으로 비춰졌다고 평하기는 한다. 그의 장기는 한밤중에 업무전화 하기. 부하직원들에게 인기가 있을 리 없다. 상관인 랴오닝성 서기에겐 “나는 장쩌민, 주룽지동지가 임명했으니 당신은 당무나 보라”며 면박을 줬단다. 화가 난 서기가 중앙에 올라가 “나를 자르든지 보시라이를 내쫓든지 하라”고 요구했을 정도란다. 

중난하이에서는 분명 연일 격론이 오가고 있을 것이다. 그의 처벌 수위며 폭을 놓고 말이다. 상무부장 시절 그는 직급에 어울리지 않게 중난하이에 살았다는데... 

지금은 숨 죽이고 있는 시진핑이 집권 후 옆집 친구 보시라이와 관련해 어떤 행보를 보일 것인지 관심가는 대목이다. 아직까지 시진핑에게까지 후폭풍이 미칠 조짐은 없다.

하지만 시진핑도 집권 이후 몇 년 동안은 낮은 자세로 공청단 라이벌들이며 원로들의 눈치를 봐야 할 것이기에 조속한 사면 복권은 점치기 힘들다. 공청단의 태두인 후요방서기도 측근 수하였던 후진타오와 원자바오가 양명했음에도 16년이 지나서야 복권이 됐고 자오즈양 총리는 아직도 언급조차 금기시된다. 

살얼음판을 딛고 등극한 시진핑은 전임자들보다 더 막후 원로에 의해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덩샤오핑 이후로 중국정치는 집단지도체제가 완전히 굳어졌다고 하지만 그래도 막후의 정신적인 최고지도자는 존재해왔다. 마오쩌둥(毛泽东), 덩샤오핑, 그리고 장쩌민으로 이어지는 라인이다. 

장쩌민도 표면적으로는 완전히 정계를 떠난 것으로 보이지만 핵심요직에 대한 인사를 계속조정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쩌민이 와병중이다. 그가 세상을 떠나면 누가 그 다음 라인에 설까. 

전임주석 후진타오가 ‘포스트 장’의 역할을 하며 일정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추측도 가능하다. 물론 후진타오의 재임기간은 후계자 수업 기간을 포함해 10년이 넘는 데다, 그동안 자신의 심복들을 도처에 심어놓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였으니 이것이 일정한 정치적 자산으로 작동할 수는 있다.

그러나 후진타오의 보스로서의 기질이나 결단력 등에 대해서 의심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악역을 자처한 원자바오에게 시선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원자바오 총리는 일만 나면 징징 울기만 하는 울보 총리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원자비오는 계속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지난해 그가 다롄에서 열린 다보스포럼에서 한 연설도 중국 정치에 관심 있는 사람들 사이에 커다란 화제였다. 연설 가운데 중국의 정치개혁 필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이 포함되었는데, ‘당정분리’라는 직접적인 표현까지 사용했었다. 직접선거의 서구식 민주주의를 하자는 얘기였다, 

하지만 원자바오의 이 발언이 중국 국내 신문에는 한 줄도 보도되지 않았다는 것 또한 흥미로운 대목이다. 신화통신 영문판을 비롯한 대외매체에만 공개되었다. 

오죽하면 위키리크스는 “중국 지도부 내에서 원자바오는 거의 왕따 수준”이라고 보도하기도 했었겠는가. 때문에 원자바오는 자기 캐릭터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 정치개혁의 목소리를 내기는 하겠지만 퇴임 후 전임 총리들과 마찬가지로 칩거할 가능성이 높고, 후에 혹시 정치적 격변의 시기가 오면 당내 민주화의 상징적 아이콘으로 부상할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번 보시라이 사태를 통해 원자바오는 자신의 목소리를 높여 권위를 높였다. 앞으로 보시라이 사건의 처리 과정과 처벌 수위를 보면 그의 추후 행보도 관측 가능하다고 할 것이다. 그래도 일정한 목소라야 내겠지만 그가 최고 막후 실력자가 된다는 것은 가능성 거의 없는 상상이다.

원로 그룹에선 주룽지에 주목해야

당연한 이야기지만 마오쩌둥이나 덩샤오핑이 휘두르던 권력의 크기만큼 강력한 카리스마로 중국 공산당을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인물은 앞으로 나타나기 어려울 것이다. 

원로 그룹에서 그래도 굳이 꼽자면 주룽지(朱镕基) 전 총리가 새로운 ‘실세 원로’로 떠오를 가능성이 가장 높다. 

주룽지는 은퇴 이후로는 거의 대외활동을 하지 않았지만 근래에 들어 임팩트 있게 중국 인민들에게 다가서고 있는 원로다. 

주룽지는 지난 10년 간 공개 활동이라고는 덩샤오핑 탄생 100주년 기념식, 덩샤오핑의 부인 줘린 여사의 장례식 참석 정도가 전부였고 지도자로서 생색내기 좋은 베이징 올림픽 개폐회식 때도 그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런 그가 지난 2009년 중국 건국 60주년 행사 당시 천안문 성루 주석단에 선글라스를 끼고 올랐던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는데 백발이 된 그를 보고 많은 중국 인민들이 안타까워 했다는 소식이다. 그해 그는 '주룽지, 기자에게 답하다'(朱鎔基 答記者問)라는 책을 출판했고 출간 2개월 만에 2백만부가 팔려 나갔다. 정부 단위의 대량 구매가 전혀 없이 순수한 중국의 라오바이싱(일반백성)들이 주룽지를 그리며 책을 샀단다. 

그런데 주룽지의 회고록이라고 할 만한 책이 지난해 또 출판됐다. 주룽지의 재임시절 연설문 등을 한데 엮은 주룽지강화실록(朱鎔基讲话实录)이 중국 서점가에 쫙 깔렸고 다시 베스트셀러가 됐다. 

이는 눈여겨볼만 하다. 그동안 조용히 지내던 주룽지가 왜 하필 이 시점에서 떠오르고 있는 것일까? 중국 정치에는 ‘그저 의미없이’ 움직이는 일이 별로 없다.

그는 경제통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책을 상세히 소개한 광명일보는 그의 개혁 정신 전반과 위민 애국의 생애를 칭송하다 시피 하고 있다. 인민일보와 함께 공산당 기관지인 광명일보는 중견 간부이상을 주독자로 하는 고급 여론 선도지다. 

만약 주룽지가 장쩌민의 역할을 대신하게 된다면, 그것은 아마도 죽은 덩샤오핑이 계속 영향력을 발휘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주룽지는 덩샤오핑이 직접 발탁한 인물이다. 천안문 사태의 와중에 국가주석이 된 장쩌민의 개혁 의지를 못 미더워 하던 덩샤오핑은 더욱 강력한 인물을 장쩌민의 옆에 두고 싶어했는데, 그때 찾아낸 인물이 그였다. 상하이 시장으로 있던 그를 파격적으로 부총리에 기용, 경제개혁과 부정부패 척결의 임무를 맡겼고 치밀한 두뇌와 옹골찬 배포를 지닌 주는 덩의 기대에 부응했다. 

주룽지는 강경론자들의 위세에도 기죽는 법이 없었다. 개혁에 저항하는 세력이 늘어나자 그는 이런 말을 남겼다. 

“100개의 관을 준비해라. 99개의 관은 그들의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내 것이다.” 

그런 주룽지가 막후에서 움직이는 중국은 ‘죽은 덩샤오핑이 여전히 움직이는 중국’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굳이 분류하자면 그가 상하이방에 속한다는 점도 그의 향후 입지에 플러스요인이다.

이번 보시라이 사태를 보면 중국 공산당이 최고지도자를 선임함에 있어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지 알 수 있다. 

말 많고 시끄러운 사람, 언론의 주목을 받기 좋아하는 사람, 튀는 사람은 ‘최고’의 자리로까지는 못 올라간다. 먼저 나는 꿩이 총 맞는다고 했던가. 적어도 오늘의 중국에서는 그렇다. 

이런 중국과 중국 공산당을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는가. 지리와 역사를 근린 사섭 하고 있지만 결코 우방이라고는 할 수 없는 G2 국가, 최대 교역 상대국, 지구촌에서 가장 큰 독재 정당이 통치하고 있는 나라, 그들과 어떻게 더불어 살아 갈 것인가.

누가 그 속에서 지금은 유명하지 않지만 자신의 명패를 닦고 있으며 어느 돼지가 적당히 통통하면서도 날렵한 돼지인가. 우리는 알아야만 한다. 

필자 소개: 안동일

1982년부터 뉴욕에 거주하면서 미주 동아일보, 세계일보, 라디오서울 등 동포 언론에서 활동했다. 북한을 비롯 중국 구소련 쿠바 베트남 니카라구아등 공산권 국가들을 수 차례 방문, 그 취재기를 여러 매체에 발표해 호평을 받았다.방북 경험을 토대로 한 통일염원 소설 ‘해빙’을 93년 발표했으며 이후 2004년 영구 귀국해 우리 역사와 통일문제에 천착한 집필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북관대첩비’ ‘영웅 안중근’ ‘구루의 물길’ ‘장수왕의 나라’ 등을 최근 발표했다. 서울 동국대학교 철학과를 거쳐 미국 뉴욕 시립대학 메스커뮤니케이션학과를 다녔고 뉴저지 페얼리 디킨슨 대학 국제관계센터의 연구교수를 지냈다.


안동일 저널리스트

2012년 2월 23일 목요일

예사롭지 않은 미·중 관계와 한반도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2-22일자 기사 '예사롭지 않은 미·중 관계와 한반도'를 퍼왔습니다.
[정상모의 흥망성쇠] 정부의 자주적 주도력 회복 시급

미국과 중국 관계의 흐름이 예사롭지 않다. 두 나라가 전략적 협력보다는 경쟁 관계로 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 부주석의 미국 방문(13~17일)에서 주목되는 것은 시 부주석이 중국의 ‘핵심이익’을 강조한 점이다. 중국의 핵심이익인 주권과 영토, 안보를 침해하지 말라는 뜻을 미국에게 전달한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시 부주석에게 ‘규칙’을 지켜야 한다고 대응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더 심해질 것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미·중 갈등의 결정적 계기는 2010년 천안함 사태였다. 중국이 사상 최초로 한·중 간 경계수역인 서해를 핵심이익 영역으로 규정한다는 입장을 보인 게 이 사태 때였다.
당시 한·미 양국이 한·미 연합훈련을 벌이자 중국도 대규모 군사훈련으로 맞섰다. 중국 외교부는 이 해 7월 13일 기자회견을 통해 한반도 서해 군사훈련은 중국의 핵심이익 침해라는 뜻을 밝혔다. 중국이 한반도와 관련된 구체적인 현안을 놓고 핵심이익이라고 규정한 최초의 사례였다.
중국 군부의 입김이 강해진 것도 이때였다. 중국-대만 긴장관계 완화와 미·중 전략적 협력 관계의 증진으로 입지가 약화됐던 군부가 강경한 분위기를 주도하면서 전면에 나섰다.
시진핑 부주석이 이번 미국 방문에서 중국의 핵심이익을 강조한 것은 그 의미가 심상치 않다. 중국의 핵심이익이 침해될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기 때문이다.
미·중 갈등관계는 미국의 해양패권과 중국의 해양대국화 추진의 충돌과정에서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2010년 8월 10일부터 남중국해에서 미국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가 참가한 가운데 미국·베트남 군사훈련을 실시했다. 중국은 이 훈련을 중국 포위 전략이라고 규탄했다. 미·중 간 갈등이 패권다툼으로 번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특히 대만을 둘러싼 양국의 각축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 냉전종식 후에도 일본과의 군사동맹에 집착하는 것은 동아시아 해양패권체제의 핵심인 대만을 사수하기 위한 것이다. 중국에게도 대만의 지정학적, 전략적 가치가 절대적으로 중요하기는 마찬가지다.
마잉주 대만 총통이 등장한 이후 중국과 대만은 ‘차이완’시대라고 할 만큼 밀월관계다. 최근 마잉주 총통 재선 이후 궈진룽 베이징 시장이 베이징 시장으로선 처음으로 대만을 방문함으로써 양안의 밀월관계를 과시했다.
미국의 대응이 주목된다. ‘차이완’시대에 들어선 양안관계는 동북아 세력 판도가 중국 쪽으로 기울고 있음을 뜻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가만히 있겠는가.
미·중 간 군사적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문제는 미·중의 충돌지역이 대만이 아닌 한반도가 될 것이라는 우려다.
미·중의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수도 있는 동북아 신냉전 대립구도를 경계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한·미·일 안보협력체제 추진이나 한·일 군사교류 강화 따위로 한·중 간의 갈등을 부추겨서는 안 된다.
한반도 방어만을 목적으로 한 주한미군의 역할이 지역방어로 확대되는 것도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의 의사와 관계없이 강대국들의 분쟁에 자동적으로 휘말려 한반도를 국제 전쟁터로 만들 수는 없지 않은가. 강정마을 해군기지가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제를 위한 것은 아닌지 의혹을 갖고 반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시 부주석이 미국과 중국 두 나라가 한반도 문제 조율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한반도 문제가 강대국들의 이익을 위한 전략적 타협의 희생양이 되도록 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의 전략대화가 시작된 것은 2005년 9월부터다. 2009년 9월부터는 이 대화가 미·중 전략 및 경제대화로 확대됐다.
문제의 핵심은 미·중 간 전략대화에서 한반도 문제가 중요한 단골 메뉴로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당사자인 한국 정부의 자주적 주도성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강대국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한반도의 운명이 좌지우지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과거 역대 정부는 나름대로의 자주적인 주도력을 보였다. 김영삼 정부는 4자회담을 주도적으로 성사시켰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도 한반도 평화체제를 위해 주도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이명박 정부는 한·미동맹에만 올인하듯 매달려 중국, 북한과의 관계는 최악의 상황으로 만들었다. 이와 함께 한반도 문제에 대한 자주적 주도력도 잃어버린 결과를 빚었다. 한국 정부의 자주적 주도력을 다시 회복하는 일이 시급하다.

2012년 2월 16일 목요일

[사설] 시진핑 방미와 미-중 관계 급변, 제대로 읽어야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2-15일자 사설 '[사설] 시진핑 방미와 미-중 관계 급변, 제대로 읽어야'를 퍼왔습니다.
방미중인 시진핑 중국 국가부주석이 어제 백악관과 국무부, 국방부 등을 돌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 정·재계 및 외교·군사·문화 분야의 핵심 인사들을 두루 만났다. 올가을에 중국공산당 총서기로 선출되고 뒤이어 국가주석직에 오를 것이 확실한 차기 중국 지도자의 이번 미국 방문 목적은 이로써 거의 달성된 셈이다. 앞으로 10년간 중국을 이끌 인물의 등장을 나라 안팎에 공식적으로 알리는 일종의 데뷔무대이자 ‘지투’(G2)로도 불리는 세계 1, 2위 대국 권력자들의 상견례라고도 할 수 있는 시 부주석의 방미가 세계적 관심사가 되는 건 당연하다. 이 두 나라와 경제·안보 등 다방면에 걸쳐 밀접하게 얽혀 있는 우리로서는 그들의 동향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
무역불균형을 비롯한 양국간 경제문제와 인권문제, 이란·시리아 사태와 관련한 외교적 갈등 등의 현안들을 양국 지도자들이 어떻게 다룰 것인가? 문화혁명 때 하방당한 집안의 아들로 개혁·개방적 성향의 이 제5세대 지도자에 대해 미국은 상당한 호감을 표시했다. 하지만 현안 처리보다는 견제와 협력이라는 모순적 관계 속에서 패권적 지위 유지를 도모할 수밖에 없는 양국 지도자들이 얼굴을 익히고 서로를 탐색하면서 이해를 넓히는 데 초점이 맞춰진 시 부주석 방미에서 현안들에 대한 중국의 정책 변화를 읽어내긴 어렵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40년 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방중, 그 7년 뒤 덩샤오핑의 방미 때와 다르고, 2002년 후진타오의 방미 때와도 달라진 중국의 급격한 위상변화와 그것을 반영한 미-중 관계의 변화다. 그 중장기적 추세나 흐름을 잘 짚어내야 제대로 대처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시 부주석에게 “미-중 관계는 우리에게 사활적 문제”라고 한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은 의미심장하다. 예전엔 주로 미-일 관계를 지칭할 때 동원되던 이 수사는 이제 단순한 수사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급격한 힘의 이동이 일어나고 있는 현실의 반영이다.
일본이 극도로 경계할 미국 수뇌부의 이런 발언은 미국의 동아시아 제1파트너가 일본에서 중국으로 이미 바뀌었거나 바뀌고 있음을 알리는 지표다. 20여년 전 냉전붕괴와 더불어 시작됐고 중국의 부상으로 가속화한 이런 급격한 정세변동은 기존 판세를 뒤흔들며 한-미, 한-중, 한-일, 일-중, 그리고 남북 관계에 이르기까지 무수한 연쇄반응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아직도 냉전적 사고로 기존 판세에 연연하다간 지난 세기처럼 또다시 낙오자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