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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5월 3일 목요일

"어린이날 실탄사격 체험…방정환 선생이 통곡할 일"

이글은 프레시안 2012-05-03일자 기사 '"어린이날 실탄사격 체험…방정환 선생이 통곡할 일"'을 퍼왔습니다.
참여연대 "군사훈련 요소 담긴 병영체험 중단해야"

# 충남 당진의 해양관광공사는 제90회 어린이날인 5일 함상공원에서 함포 발사 이벤트를 개최한다고 2일 밝혔다. 삽교호에 있는 함상공원을 찾은 어린이가 추첨을 통해 안전요원의 지도 아래 직접 공포탄을 격발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 해병대 1사단은 지난달 28일 인근 지역 초등학생을초청해 장갑차 탑승 등 군사장비 견학, 고공강하 시범 등을 제공하는 부대개방 행사를 가졌다. 육군항공작전사령부도 4일 부대를 개방해 어린이들에게 안보영상과 항공장비를 보여주고 헬기 탑승 체험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언론 보도를 통해 소개된 어린이날 관련 행사 소식 중 일부다. 전국 각지에서 군부대나 지자체가 준비하는 어린이날 행사가 갈수록 늘어나는 가운데, 살상용 군사장비를 직접 체험하는 등 군사훈련 요소가 가미된 행사가 있어 국제사회가 합의한 아동 인권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참여연대 평화국제팀은 3일 성명에서 "최근 3~4년 간 아동·청소년의 준군사 훈련이 급증하고 있고 심지어 유치원생까지 동원되고 있다"며 "이는 안보체험, 병영체험 '교육'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지만 군이나 군 관련 기관이 추진하고 미성년자를 동원하는 것이며 내용 역시 보편적인 어린이 인권의 기준으로 볼 때 문제가 심각하다"고 밝혔다.

성명은 이러한 교육에는 단순한 견학과 체력단련이 포함되어 있지만 '적'에 대한 적개심 주입교육과 군사체험, 살상용 군사장비 체험, 서바이벌 장비 실제 사용, 실탄사격, 특공무술 등 인명살상기술 참관 등이 주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국방부는 16세 이상이면 민간인도 예비군 훈련장 등에서 실탄사격을 체험하게 하는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논란을 부르기도 했다.


 ▲ 지난달 28일 포항에서 해병대 제1사단이 개최된 부대개방 행사에서 참가 어린이들이 전시 장비 탑승 체험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는 1989년 11월 유엔(UN) 총회에서 채택되어 국제사회에서 어린이 관련 인권법으로기능하고 있는 유엔 아동권리협약(CRC)에도 위배될 가능성이 있다. 아동권리협약은 아동의 정의를 '18세 미만의 모든 사람'이라고 규정하면서 아동 교육의 목적에 대해 "모든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 이해·평화·관용·남녀평등 및 우정의 정신에 입각해 자유사회에서 책임 있는 삶을 영위하도록 준비시킨다"라고 명시했다. 아동 교육이 폭력을 유도하거나 적개심을 고취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도록 한 것이다.

한국은 1991년 아동권리협약을 비준했지만 안보교육과 병영체험이 협약의 기준을 준수하는 범위에서 실시되고 있는지에 대한 논의는 거의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성명은 "뚜렷한 교육의 목적과 법적 근거, 실행규정이 불분명할 뿐 아니라 전체 통계와 실상을 파악하기 힘든 상황 자체가 큰 문제"라고 개탄했다.

더 우려할 점은 이러한 안보교육과 병영체험이 최근 들어 급증했다는데 있다.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육군의 청소년 안보교육 지원은 총 749회로 2010년의 2배에 달했다. 성명은 지난해 3월 국방부, 교육과학기술부, 한국교총이 학생들의 안보교육 활성화 등에 대한 교류협력 협약을 체결한 후 비슷한 협약이 각 지역 단위로 퍼져나간 것을 원인으로 들었다. 군·관 및 일부 교육단체가 조직적인 노력을 펼친 '성과'라는 것이다.

2010년 천안함·연평도 사건을 거치면서 정부가 강조하는 안보 논리에 가려 아동인권기준 준수를 촉구하는 국제기구의 노력은 묻히고 있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지난해 10월 '대한민국 3,4차 정부보고서에 대한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 최종 견해' 보고서에서 "18세 미만 아동의 적대행위 참여 혹은 강제 징집을 금지하는 구체적인 조항이 없다는 점에 대한 우려를 반복한다"며 "적대행위에 아동의 징집 및 참여와 관련한 (협약 관련) 조항 위반을 법으로 명백히 금지하라"고 권고한 바 있지만 정부의 반응은 전무한 형편이다.

성명은 아동권리협약에 대해 "지난 날 전쟁과 군사독재에 아동을 동원했던 역사적 경험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형성된 것"이라며 "독일 나치의 청소년 조직 유겐트와 일제 강점기 아동·청소년에 대한 준군사 훈련, 한국의 군부독재 시절 중고교 학생들에 대한 의무군사 훈련(교련)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설명했다.

성명은 이어 "역사적 경험에 비추어 볼 때 군사훈련 요소와 아동의 군사적 동원 요소를 포함하고 있는 현재의 안보체험 교육은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며 한국 사회가 어린이날을 맞아 안보, 적개심, 살상기술, 살상무기가 등장하는 군사교육이 아동의 전인격적 성장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따지는 공론화 작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성명은 또 "군에서 추진하고 있는 아동·청소년 교육활동, 실탄사격 허용, 상살공격 시범활동 등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며 "국회와 국가인권위원회, 그리고 언론과 교육자단체 등 시민사회는 아동의 군사훈련과 관련해서 정부의 아동인권보장 의무위반을 검토하고 판단해서 종합적인 권고안을 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봉규 기자

2012년 2월 23일 목요일

예사롭지 않은 미·중 관계와 한반도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2-22일자 기사 '예사롭지 않은 미·중 관계와 한반도'를 퍼왔습니다.
[정상모의 흥망성쇠] 정부의 자주적 주도력 회복 시급

미국과 중국 관계의 흐름이 예사롭지 않다. 두 나라가 전략적 협력보다는 경쟁 관계로 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 부주석의 미국 방문(13~17일)에서 주목되는 것은 시 부주석이 중국의 ‘핵심이익’을 강조한 점이다. 중국의 핵심이익인 주권과 영토, 안보를 침해하지 말라는 뜻을 미국에게 전달한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시 부주석에게 ‘규칙’을 지켜야 한다고 대응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더 심해질 것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미·중 갈등의 결정적 계기는 2010년 천안함 사태였다. 중국이 사상 최초로 한·중 간 경계수역인 서해를 핵심이익 영역으로 규정한다는 입장을 보인 게 이 사태 때였다.
당시 한·미 양국이 한·미 연합훈련을 벌이자 중국도 대규모 군사훈련으로 맞섰다. 중국 외교부는 이 해 7월 13일 기자회견을 통해 한반도 서해 군사훈련은 중국의 핵심이익 침해라는 뜻을 밝혔다. 중국이 한반도와 관련된 구체적인 현안을 놓고 핵심이익이라고 규정한 최초의 사례였다.
중국 군부의 입김이 강해진 것도 이때였다. 중국-대만 긴장관계 완화와 미·중 전략적 협력 관계의 증진으로 입지가 약화됐던 군부가 강경한 분위기를 주도하면서 전면에 나섰다.
시진핑 부주석이 이번 미국 방문에서 중국의 핵심이익을 강조한 것은 그 의미가 심상치 않다. 중국의 핵심이익이 침해될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기 때문이다.
미·중 갈등관계는 미국의 해양패권과 중국의 해양대국화 추진의 충돌과정에서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2010년 8월 10일부터 남중국해에서 미국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가 참가한 가운데 미국·베트남 군사훈련을 실시했다. 중국은 이 훈련을 중국 포위 전략이라고 규탄했다. 미·중 간 갈등이 패권다툼으로 번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특히 대만을 둘러싼 양국의 각축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 냉전종식 후에도 일본과의 군사동맹에 집착하는 것은 동아시아 해양패권체제의 핵심인 대만을 사수하기 위한 것이다. 중국에게도 대만의 지정학적, 전략적 가치가 절대적으로 중요하기는 마찬가지다.
마잉주 대만 총통이 등장한 이후 중국과 대만은 ‘차이완’시대라고 할 만큼 밀월관계다. 최근 마잉주 총통 재선 이후 궈진룽 베이징 시장이 베이징 시장으로선 처음으로 대만을 방문함으로써 양안의 밀월관계를 과시했다.
미국의 대응이 주목된다. ‘차이완’시대에 들어선 양안관계는 동북아 세력 판도가 중국 쪽으로 기울고 있음을 뜻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가만히 있겠는가.
미·중 간 군사적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문제는 미·중의 충돌지역이 대만이 아닌 한반도가 될 것이라는 우려다.
미·중의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수도 있는 동북아 신냉전 대립구도를 경계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한·미·일 안보협력체제 추진이나 한·일 군사교류 강화 따위로 한·중 간의 갈등을 부추겨서는 안 된다.
한반도 방어만을 목적으로 한 주한미군의 역할이 지역방어로 확대되는 것도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의 의사와 관계없이 강대국들의 분쟁에 자동적으로 휘말려 한반도를 국제 전쟁터로 만들 수는 없지 않은가. 강정마을 해군기지가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제를 위한 것은 아닌지 의혹을 갖고 반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시 부주석이 미국과 중국 두 나라가 한반도 문제 조율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한반도 문제가 강대국들의 이익을 위한 전략적 타협의 희생양이 되도록 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의 전략대화가 시작된 것은 2005년 9월부터다. 2009년 9월부터는 이 대화가 미·중 전략 및 경제대화로 확대됐다.
문제의 핵심은 미·중 간 전략대화에서 한반도 문제가 중요한 단골 메뉴로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당사자인 한국 정부의 자주적 주도성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강대국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한반도의 운명이 좌지우지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과거 역대 정부는 나름대로의 자주적인 주도력을 보였다. 김영삼 정부는 4자회담을 주도적으로 성사시켰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도 한반도 평화체제를 위해 주도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이명박 정부는 한·미동맹에만 올인하듯 매달려 중국, 북한과의 관계는 최악의 상황으로 만들었다. 이와 함께 한반도 문제에 대한 자주적 주도력도 잃어버린 결과를 빚었다. 한국 정부의 자주적 주도력을 다시 회복하는 일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