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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9월 28일 금요일

초조한 해적들, 인질 죽이기 시작


이글은 시사IN 2012-09-28일자 기사 '초조한 해적들, 인질 죽이기 시작'을 퍼왔습니다.
제미니호 한국인 선원 4명이 소말리아에 억류된 지 500일이 지났다. 싱가포르 선박회사와 한국 정부 모두 여전히 구출 노력이 미진하다. 최근 소말리아에선 협상금 독촉을 이유로 살해된 첫 인질이 나왔다.

한국인 선원 4명이 소말리아에 억류된 지 9월10일로 500일이 되었다. 싱가포르 국적의 화학물질 운반선 MT제미니호(제미니호)에 탑승했던 박 아무개 선장과 김○○·이○○·이○○ 선원은 2011년 4월30일 케냐 인근 몸바사항 남동쪽 해상에서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됐다. 

지난해 이들이 풀려날 기회가 있었지만 싱가포르 선사와 한국 정부는 이를 놓쳤다. 2011년 11월30일, 해적들이 싱가포르 선사가 건넨 협상금을 받고 제미니호에 있던 중국·버마·인도네시아 출신 등 선원 21명을 풀어준 것이다. 애초 협상대로라면 한국인 4명을 포함한 선원 25명 전원을 풀어줬어야 했다. 

하지만 해적들은 약속을 어겼다. 감시의 시선이 전혀 없었다는 허점을 이용해, 한국인 4명을 데리고 소말리아 내륙으로 이동했다. 이후 해적들은 한국인 인질을 내세워 아덴만 여명 작전 당시 한국에 붙잡혀간 소말리아 해적들의 석방과 사살된 해적 8명에 대한 피해 보상을 한국 정부에 요구해왔다. 한국인 4명이 재납치된 이후 외교통상부는 국내 언론사에 제미니호 사건을 보도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고 외교부 출입기자단은 이를 받아들였다. 이후 9개월이 지나는 동안 관련 뉴스를 국내 언론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2010년 납치된 MV 오르나호. 이 배에 탔던 인질이 최근 살해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사건이 까맣게 잊힌 사이 선원 한 명이 몇 달째 연락 두절된 사실이 지난 8월 말 (시사IN) 취재 결과 확인됐다. 이에 (시사IN)은 8월24일 ‘한국인 선원 4명 피랍 483일째…1명 연락 끊겨’라는 제목으로 온라인 1보를 내보냈다. 선장 박 아무개씨는 지난 7월까지, 선원 2명은 지난 5월까지 부산의 한 선원 인력공급업체에 전화를 걸어 자신들의 안부와 함께 해적들의 요구 사항을 전달했다. 하지만 나머지 선원 1명은 5개월이 다 돼 가는 현재까지 아무런 연락이 없다. 

지난 9월10일, (시사IN)은 선원 4명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입수해 일부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납치 11개월째인 지난 3월15일 소말리아 현지 방송 제작진이 촬영한 영상이었다. 한국에서는 이 영상이 링크된 주소를 찾기가 불가능했다. 외교통상부의 요청으로 지난 4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한국에서의 검색을 차단해놓았기 때문이다. 

영상 속 4명은 고개를 숙이거나 초점 없이 먼 곳을 응시하는 모습이었다. 이들은 “건강 상태가 안 좋고, 생활이 열악하며, 물이 부족하다”라며 “하루 속히 우리를 구출해달라” “대통령과 당국이 공사에 다망하더라도 우리를 잊지 말아달라”라고 이구동성으로 호소했다.  


“몇몇이 열대병으로 고생 중”

제미니호 피랍자들은 과연 500일을 넘는 시간을 어떻게 견디고 있을까. 9월12일 KBS2 (추적60분)은 케냐에서 취재한 피랍자들 소식을 전했다(소말리아는 여행금지국으로 한국인이 방문 또는 체류할 수 없다). (추적60분) 제작진이 케냐에서 만난 소말리아 현지 언론인은 “몇몇이 말라리아와 열대병으로 고생 중이다. 한 명은 좌절감으로 심리적인 문제를 겪고 있다”라고 말했다. 

2010년 12월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됐다가 지난 7월 풀려난 타이완 어선 쉬푸(旭富) 1호의 타이완인 선장 우차오이(吳朝義)는 귀국 직후 현지 취재진들에게 “거의 날마다 위장이 비어 있었다. 가끔은 돼지도 안 먹을 만한 쌀을 먹었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영국 (텔레그래프) 기자 콜린 프리먼은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됐을 당시의 기록을 담은 책 [소말리아 해적에 잡혀 인질로 살아보니(Kidnapped: Life as a Somali Pirate Hostage)]를 펴냈다. 그는 2008년 스페인 출신 사진기자와 함께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됐다가 40일 만에 풀려난 바 있다. 책에는 디젤용기에 담겼던 물을 먹고 배탈이 났던 사연 등이 실렸다. 그는 초기 2주는 그럭저럭 잘 버틸 수 있었으나 이후 급속하게 구출에 대한 기대가 떨어졌다고 했다. 

지난 8월29일(현지 시각), 콜린 프리먼은 (텔레그래프)에 아직까지 소말리아 해적에 억류된 177명에 관한 기사를 썼다. 그는 특히 2010년 3월29일 아덴만에서 납치돼 2년6개월째 미해결 상태인 아이스버그 1호 사건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해적들은 아이스버그 1호 인질에 대한 협상금으로 약 800만 달러(약 89억원)를 요구했지만 두바이 선주는 이들의 몸값을 치를 의지가 없다. 선박회사는 생계를 보장해달라는 선원 가족들과의 만남도 거절하고 있다. 아이스버그 1호 인질들은 내륙으로 끌려간 제미니호 한국 선원들과 달리 여전히 바다 위에 있다. 2010년 10월 예멘 출신 선원 한 사람은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바다로 뛰어들어 자살했다. 


“한국 정부, 일본보다 소홀하다”

최근 국제사회의 감시가 강화되면서 수입이 줄어들자 해적들은 점점 더 흉포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지난 9월1일 (소말리아 리포트)는 해적들이 협상금을 빨리 내놓으라며 인질 1명을 살해했다고 보도했다. 이번에 희생된 인질은 2010년 12월 세이셸 공화국 인근 인도양에서 납치된 MV 오르나호의 시리아인 선원으로 파악된다. 

소말리아 현지 방송이 촬영한 선원들(맨 위). 2011년 제미니호 갑판에 서 있는 선원들(위).

제미니호 사건은, 선원들이 217일이나 억류돼 한국인 최장 피랍 사건으로 알려졌던 삼호드림호 사건보다 이미 두 배 이상 장기화됐다. 협상을 전담 중인 싱가포르 선박회사의 경우 한국인 선원들을 구출하려는 의지가 미약해보인다는 것이 국내외 선박업계 종사자들의 증언이다([시사IN] 제259호 참조)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여전히 ‘불개입 원칙’만 내세운다. 한국 정부는 협상 주체가 피랍자를 고용한 싱가포르의 선박회사이고 한국 정부는 사태 해결에 나설 수 없다는 방침을 여전히 고수한다. 하지만 2011년 아덴만 여명 작전으로 삼호주얼리호를 구출할 당시 정부는 ‘대한민국 국민이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대한민국은 국민을 보호한다. 대한민국 국민에게 위해행위를 한 사람은 끝까지 추적하여 처벌한다’는 원칙이 다시 한 번 재정립됐다고 홍보했다.

2006년 동원호 납치 때도 정부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바 있다. 2007년 국감 당시 이영호 당시 농수산위 위원은 “(마부노 1·2호 피랍에 대해) 해양수산부 직원들은 ‘선주가 돈이 없는 모양이라 시간이 오래 걸릴 모양입니다’라며 남의 동네 이야기하듯 한다”라며 당시 해양수산부(지금의 국토해양부)를 비판했다.

2010년 9월10일 외교위 국감에서는 유기준 당시 위원이 “일본 선적 켐스타비너스호가 45일 만에 석방되는 등 한국 국적보다 빨리 석방이 됐다. 한국 정부가 일본보다 구출에 소홀하단 증거 아니냐”라고 지적한 일도 있다. 이에 대해 신각수 당시 외교통상부 장관 직무대행은 “일본 선적이지만 우리 선원이 승선해 있기 때문에 사실은 우리가 지원을 해줬다. 우리 선사는 일본 선사보다 영세해서 교섭에 어려움이 있다”라고 답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제미니호 피랍 장기화 문제가 거론될 예정이다.

허은선 기자 | alles@sisain.co.kr

2012년 9월 11일 화요일

무죄받은 인혁당 사건도 “역사적 판단” 맡기자는 박근혜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9-110일자 기사 '무죄받은 인혁당 사건도 “역사적 판단” 맡기자는 박근혜'를 퍼왔습니다.
[아침신문솎아보기] ‘두개의 판결’ 발언에 과거 역사 인식 도마에… 소말리아 해적 납치 엠바고 언급 없어

11일 신문들이 박근혜 후보의 발언에 화들짝 놀랐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라디오에 출연해 인민혁명당 사건에 대해 "대법원 판결이 두가지로 나오지 않았느냐"라고 말하면서다.
1974년 유신 시절 중앙정보부가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도예종씨 등을 구속기소한 ‘인혁당재건위 사건'은 대법원이 사형을 선고한지 18시간 만에 형이 집행돼 사법살인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특히 지난 2007년 서울중앙지법은 형이 집행된 피고인 8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폭압적인 유신시절 내렸던 판결과 민주 정부 하에서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은 판결을 동일시한 이번 박 후보의 발언은 그 자체로 논란이 예상된다.
대통합 행보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평가부터 과거 반성하고 성찰해야할 역사에 대해 전혀 변하지 않은 인식을 보여주면서 국가 지도자로서 자격이 없다는 비난까지 나오고 있다.
'두가지 판결'은 박 후보의 역사 인식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발언이지만 보수 신문들은 박 후보가 박 전 대통령의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 발언을 인용한 대목에 주목했다. 유신의 불가피성을 강조한 것을 적극 부각시키는 발언이다.
이날 아침 신문들은 또한 일제히 싱가포르 선적(船籍) 화물선 '제미니호'에 탔던 우리 선원 4명이 500일째 억류된 상태라고 보도했다. 외교통상부가 출입 기자들에게 선원의 안전을 위해 보도 유예를 요청한지 1년이 넘은 시점에 보도를 결정한 것이다.
미디어오늘과 시사인 등은 보도유예 요청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외교통상부의 협상 중재 노력과 실제 선원들이 안전한지 의문을 제기한 바 있다. 이에 외교통상부는 사실상 보도유예의 의미가 없어졌다면 보도 유예를 철회한 바 있다.
강기갑 통합진보당 대표가 10일 대표직을 사퇴하고 탈당을 선언하면서 분당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강 대표의 탈당을 시작으로 옛 민주노동당 원로 인사들의 탈당을 예고하고 있고 국민참여당계도 집단 탈당할 예정이다.
다음은 11일 아침종합신문 머릿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박근혜 "인혁당 대법 판결은 2개" 헌정무시)
국민일보 (부동산 양도, 취득세 감면 '내수 살리기')
동아일보 (일부 의사 돈벌이 혈안 마구잡이 미검증 시술)
서울신문 (학생 '인질'로 싸우는 교육자님들)
세계일보 (3개월 만에 또 경기부양 찔끔 감질나는 대책)
조선일보 (중, 북 청진항도 진출...5개항 확보 전략)
중앙일보 (미분양주택 올해 안에 사면 양도소득세 5년 동안 면제)
한겨레 ('사법살인' 인혁당 사건 두고...박근혜, 유신 때 판결 옹호)
한국일보 ("인혁당 판결 두 가지" 박근혜 발언 논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10일 인민혁명당 사건에 대해 "대법원 판결이 두 가지로 나오지 않았느냐”면서 “그 부분에 대해서도 또 어떤 앞으로의 (역사적) 판단에 맡겨야 되지 않겠느냐는 답을 한번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이날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같이 밝히고 "똑같은 대법원에서 (판결이) 다른 판단이 나왔기 때문에"라고 말했다.

박근혜 역사 인식 “화석 같다”

경향신문은 "박 후보의 이 같은 발언은 삼권분립 등 헌정절차가 정지된 유신 때 이뤄진 유죄 판결과 민주화 이후 사법부가 무죄로 교정한 판결의 효력을 동일시한 것이다. 이미 역사적, 사법적으로 판단이 내려진 사안까지 수용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평가했다.
인민혁명당 사건은 지난 1974년 중앙정보부가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도예종씨 등을 구속기소한 사건으로 이듬해 4월 대법원이 사형을 선고한 지 18시간 만에 형이 집행되면서 유신시절 대표적인 ‘사법살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지난 2002년 9월 인혁당 사건은 중앙정보부가 고문 등을 통해 조작한 사건이라고 밝혔다. 이에 법원은 지난 2005년 재심을 수용했고 2007년 1월 무죄를 선고한 역사적 판결이 내려졌다.
김창종 헌법재판관 후보자는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판결이 2가지가 존재할 수 있느냐’는 민주통합당 박영선 의원의 질문을 받고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최종적인 견해가 최종결론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성호 대변인은 박 후보의 발언에 대해 "법질서를 세우자며 위헌적인 유신을 옹호하고, 국민통합을 말하며 사법적 판단까지 부정하는 사람이 과연 대통령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특히 과거 언론과 인터뷰에서 했던 박 후보의 발언을 소개하면서 당 안팎에서 5. 16 쿠데타와 유신과 관련한 인식이 ‘화석 같다'라는 평가가 나온다’고 보도했다.
이날 라디오에 출연한 박 후보는 5.16 쿠데타와 유신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한 재미작가가 박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한반도가 박 대통령을 만들어간 방법(박 대통령의 행위는 시대적인 요구에 따른 것이라는 의미)과 또 박 대통령이 한반도를 만들어간 방법,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생각해야만 바른 평가가 나온다고 이렇게 썼다. 그 글이 좀 저는 생각이 많이 난다"고 말했다.
그런데 지난 1989년 MBC와 인터뷰 발언을 살펴보니 박 후보는 "5·16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사회자 질문에 “5·16이 말하자면 구국의 혁명이었다고 믿고 있다”며 “아버지에 대한 올바른 평가는 한반도가 아버지를 만들어간 방법과 아버지가 한반도를 만들어간 방법,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생각해야만 바른 평가가 된다는 재미작가 한 분의 글이 생각난다”고 말했다.
발언 상으로 보면 박 후보는 지난 23년 전 역사 인식에서 단 한발자국도 나가지 못한 셈이다.

▲ 한겨레 3면

'똑같은 대법원이 서로 다른 판단을 내렸다'는 인혁당 사건에 대한 인식도 지난 2007년 인혁당 사건 무죄 판결이 났을 때 "법원에서 정반대의 두 가지 판결을 내렸다. 역사적 진실은 한 가지밖에 없으니 역사가 밝혀주기를 바란다"고 발언한 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


경향신문은 "당 안팎에서는 박 후보 인식을 두고 “화석 같다”(당 관계자)는 평가가 나왔다"면서 "이 같은 역사 인식 논란으로 대통합 행보에 차질을 빚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 캠프 관계자는 ‘박 후보의 지지율이 견고한 것도 사실이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역부족’이라며 ‘유신 등을 역사의 평가에 맡긴다는 발언에서 변화를 기대했는데 일부 문제에선 여전히 상황인식이 안이한 것 같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을 통해서도 "박 후보의 역사 인식에 대한 동의 여부를 떠나 ‘인혁당 판결이 두 개’라는 법치 인식에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인혁당 사건의 경우 1975년 사형 선고에는 문제가 있어 무려 32년 만에 무죄로 바로잡은 것"이라며 "똑같은 사건을 놓고 사형에서 무죄로 입장을 바꾼 사법부가 부끄러워할 일이지 유무죄를 놓고 다툴 일은 아니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향신문은 "유신 시절 인혁당 관련자들에게 사형을 선고한 재판이 하나의 역사적 기록일 수는 있어도 법적 효력은 없다"며 "‘인혁당 사건 무죄’는 1심인 서울중앙지법이 선고하고 검찰이 항소를 포기해 확정됐으나 유신 시절의 대법원 판결을 취소하는 효력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 그것이 우리의 사법제도"라고 못박았다.


한겨레도 박 후보의 두개의 판결 발언에 대해 "독재정권이 사법부를 장악한 채 폭압적 분위기에서 진행된 유신 시절의 재판과 민주화 이후의 재판에 동등한 정당성을 부여한 것이어서 논란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한겨레는 또한 "인혁당 피해자에 대한 방문 등 아버지 시대의 과오에 대한 진솔한 사과를 주문한 새누리당 일각의 요구도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분석했다.


나아가 박 후보의 발언은 사실상 1975년 인혁당 재건위 재판과 이에 따른 피해자들의 사형을 정당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두 판결이 지닌 정치적 맥락이나 사회적 환경이 다른데도 동일한 잣대로 비교함으로써 교묘하게 허위를 진실로 호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겨레는 "박 후보의 논리대로라면 일제 때 독립운동하다가 유죄 판결을 받고 옥살이하거나 억울하게 사형당한 선조들을 해방 이후 독립유공자로 명예회복시킨 것도 섣부른 판단이 아니냐"는 역사학자 전우용 박사의 발언을 인용하면서 박 후보의 발언이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또한 "박 후보의 논리대로라면 군사독재 정권 시절 비정상적인 사법체계에서 억울하게 희생된 이들에 대한 재심 결정은 모두 정당성을 잃게 된다"면서 박 후보 발언의 위험성을 제기했다.


사설에서도 한겨레는 "재심 판결은 우리 사회의 민주화 덕에 대한민국 법원이 32년 만에 재심을 통해 과거의 잘못된 판결을 바로잡은 것"이라며 "공당의 대선후보가 이를 인정하지 못한다면, 과연 그가 민주국가를 이끌 자격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박 후보의 발언은 국민일보가 (또 불거진 박근혜 후보의 역사인식 논란)이라는 제하의 사설에서 우려를 나타낼 정도다.


국민일보는 "역사 평가를 놓고는 공과의 갈림이 있는 것이 당연하다. 5·16으로 집권한 군사정권이 사회분위기를 일신하며 경제개발을 이끈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그렇다고 5·16의 성격이 쿠데타에서 시민혁명으로 바뀔 수는 없다. 역사에 평가를 맡긴다고 10월 유신 이후 벌어진 정치 파행과 인권 탄압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조선, 중앙, 동아는 유신 불가피성 강조


이들 신문이 두개의 판결 발언에 주목했다면 조선, 중앙, 동아는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는 박 전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한 대목을 부각시켰다.


동아일보는 박 후보가 라디오에 출연해 "유신에 대해 많은 평가가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당시 아버지가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고까지 하시면서 나라를 위해서 노심초사했다. 그 말 속에 모든 것이 다 함축돼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이번 대선 출마 이후 유신체제에 대해 박 후보가 의견을 내놓은 것은 처음이라고 강조하면서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는 박 전 대통령이 당시 청와대 출입기자들에게 사석에서 한 말로 알려져 있다. 박 후보는 박 전 대통령 스스로 유신의 공과를 인식하고 있었다는 점을 환기시키려는 취지로 이를 인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유신체제의 정당성을 얘기할 때 빠지지 않은 논리인 불가피성을 강조한 것이다.


또한 동아일보는 박 후보 측 관계자의 말을 인용 "박 전 대통령의 말은 경제 번영과 독재에 대해 후대 평가에 맡기고 국가만 보고 일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박 후보는 손석희 교수가 유신의 불가피성을 대한 견해를 묻자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된다는 생각"이라고 즉답을 피했다.


동아일보는 박 후보의 발언에 대해 "손 교수의 박정희 시대 평가에 대한 질문 세례에도 ‘역사의 몫’으로 돌리겠다는 뜻을 밝히며 과거사 논쟁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고 평하고 "과거사 논쟁 보다는 차기 지도자로서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100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전에도 유리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 동아일보 5면

조선일보의 보도도 크게 다르지 않다. 조선일보는 박 후보가 인용한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라는 박 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이 유신 이후 청와대 출입 기자들과 가진 술자리에서 종종 했던 말로 알려져있다"며 "박 후보의 한 핵심 측근은 '박 후보가 '박 전 대통령도 유신에 문제가 있다는 걸 스스로 알고 있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당시 나라 안팎 사정으로 박 전 대통령이 불가피하게 유신을 할 수밖에 없었던 점을 설명하려 이 말을 인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고 전했다.
중앙일보는 박 후보의 발언을 전하는 스트레이트 보도에 주력하면서도 "과거사에 대한 입장이 크게 달라진 것은 없지만 박 후보가 과거를 놓고 논쟁에 휩싸이기보다 정책과 비전, 미래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 같다"는 새누리당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역사 인식에 문제가 있다는 다른 신문의 보도와 달리 별다른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 셈이다. 대신 중앙일보는 박 후보가 2030세대와의 교류를 위해 서울 삼성동 자택을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박 후보의 '소통' 행보를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제미니호 선원 납치 소식 일제히 보도… 보도유예 사실 언급 없어

이날 신문들이 일제히 "싱가포르 선적(船籍) 화물선 '제미니호'에 탔던 우리 선원 4명이 작년 4월 30일 아프리카 케냐의 몸바사항 남동쪽 310㎞ 해상에서 납치돼 500일째 억류된 상태"라고 보도했다.
소말리아 해적은 지난해 11월 30일 싱가포르 선사(船社)가 건넨 몸값을 받고 제미니호 선원 25명 가운데 중국·인도네시아·미얀마 출신 선원 21명은 풀어줬다. 하지만 우리 선원 4명은 계속 억류한 채 소말리아 내륙으로 끌고 달아난 바 있다.
당시 석방 협상에서는 싱가포르 선사가 헬기로 돈을 떨어뜨리면 해적들이 돈을 받아 24시간 이내에 선원들을 둔 채 배를 떠나기로 했는데 해적들은 한국 선원들만 다시 납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해적들은 '아덴만의 여명'(작년 1월 삼호주얼리호 구출 작전) 당시 사살된 해적 8명에 대한 보상과 체포된 해적들의 석방을 요구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신문들이 이 같은 사실을 보도한 것은 외교통상부가 1년 가까이 요청했던 보도 유예 요청을 철회한 뒤 관련 뉴스가 쏟아질 것을 예상했기 때문이다.

▲ 조선일보 8면

특히 이날 억류 500일째를 맞아 언론들은 마치 약속을 한 듯 선원의 안전에 대해 걱정했지만 1년 가까이 보도 유예를 지켰던 사실 조차도 설명하지 않았다.
그나마 조선일보는 보도유예와 관련해 "해적들은 몸값을 올려받기 위해 '언론 플레이'까지 하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외교부는 한국 언론사에 이번 사건과 관련한 '엠바고'(일정기간 보도 유예)를 요청했고, 기자들은 1년 가까이 보도를 자제해왔다"고 설명했을 뿐이다.
조선일보는 "한국인 선장 등 우리 선원 4명의 신변에는 현재까지 이상이 없으며, 소말리아 내륙 2~3곳을 옮겨다니고 있는 것으로 우리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최근 현지에서 해적에게 붙잡힌 시리아 인질 1명이 살해됐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어 사태 해결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며 대책을 촉구했다.

통합진보당 분당 가속화

강기갑 통합진보당 대표가 대표직을 사퇴하고 탈당을 선언하면서 신당권파의 집단 탈당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구당권파도 당 재편 작업에 들어가면서 분당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강 대표의 탈당 이후 전직 민주노동당 대표가 탈당 기자회견을 예정하고 있다.
경향신문은 "권영길·천영세·문성현 전 민노당 대표가 탈당 기자회견을 예정하고 있다"며 "진보정치의 씨앗을 뿌리고 일궈온 이들의 탈당은 분당 행보에 힘을 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민참여당계도 11일 집단 탈당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달 3000여명이 탈당계를 작성한 바 있는 이들은 제출 시기를 기다려 왔다.
오는 12일에는 강동원·노회찬·심상정 등 지역구 의원 3명이 탈당하고, 옛 민노당 인천연합, 새진보통합연대(진보신당 탈당파) 등 소속 지역위원장과 당원들도 뒤를 이을 예정이라고 경향신문은 전했다.
다만, 이들은 새로운 진보정당 창당 여부와 시기에 대해서는 의견을 모으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 경향신문 4면

구당권파는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민병렬 최고위원을 대표 직무대행으로 선임하는 등 정상화 조치 방안을 심의·의결했다. 이정희 전 공동대표는 대선 출마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구당권파는 이 전 대표를 중심으로 재정비에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

아동 성범죄 철퇴

여성가족부가 10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아동청소년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며 아동·청소년을 성폭행한 범죄자에게는 무기 또는 10년 이상 징역형을 내리도록 한 개정안을 발표했다. 아동·청소년 대상 성폭행범에게 살인죄(5년)보다 무거운 법정 형량 하한선(10년)을 두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아동·청소년이 등장하는 음란물을 단순히 소지만 해도 현재 벌금형에서 1년 이하 징역형도 내릴 수 있도록 했고 특히 아동·청소년 대상 성폭력 범죄에는 어떤 경우에도 반의사불벌죄(피해자의 처벌 의사가 없으면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는 죄)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이재진 기자 | jinpress@media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