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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월 3일 일요일

소를 위한 기도


이글은 한겨레신문 종교전문 조현기자 블로그 휴심정의 벗님글방 2013-02-01일자 기사 '소를 위한 기도'를 퍼왔습니다.


모든 존재의 생명을 주재하시는 하느님 아버지,
아버지께서는 우리로 하여금
당신이 창조하신 자연의 질서에 순종케 하시고
썩은 초목과 동물의 분뇨로 땅을 기름지게 하시며
농부들의 손이  땅을 가꾸고 씨앗을 뿌려 곡식을 얻게 하십니다.
우리 마을 농업의 퇴비 생산을 위해서 기른 소들의 노고를 기억하면서.
소들과 함께 생활해온 시간들을 감사하나이다.


몇 마리의 송아지들이 우리 마을에 살러와서
어미소가 되고 송아지를 낳고 번식을 지속하는 동안이  은총이었습니다.  
여물을 주며 소들의 눈동자를 바라보는 아이들에게 기쁨을 주었고
송아지가 태어날 때마다 생명의 신비와 경이로움을 경탄하게 하였고
재산을 늘려주는 보람도 주었습니다.   

우리와 함게 살아온 소들은 무엇보다도
좋은 유기질 퇴비를 제조하는 훌륭한 농부였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 마지막으로 자신의 몸을 바쳐 인간의 음식이 되고자 떠나려 합니다.
우리 소들이 마을에서 태어나 살아온 한 생을 마치고 마지막 길을 떠납니다.
저희들은 말못하는 소들이지만  우리  마을을 위한 헌신을 기억합니다.

자연 생명을 주재하시는 아버지 하느님,
한 생명의 죽음은 음식을 통해서 다른 생명이 됩니다.
모든 생명은 다른 어떤 죽음으로 인하여서만 생명이 됨을 고백하나이다.

그러므로 우리 소들의 희생이 사람들의 생명이자 목숨이 되오니
우리 모든 인간들도 자신의 희생을 통해서
또 다른 생명의 성사가 되게 하소서.

우리는 정든 소들을 보내며 마지막 작별의 인사를 나눕니다.

 “소야, 그동안 함께 살아주어 고맙다.
너희가 송아지로 태어나던 순간과
무럭무럭 자라나는 과정을 보는 세월이 참 기뻤다.
너희들이 있음으로 우리 마을에 더욱 행복했음을 감사한다.
이제 너희들과 작별할 시간이 왔구나.
너희 목숨을 바쳐야 할 때가 왔음을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너희의 희생이 곧 많은 이들에게 음식이 되고 약이 되고 생명을 주는 것이니
너희는 이제부터 사람들의 몸으로 환생하여 함께 살아갈 것이다.
소들아, 잘 가거라.  그리고
우리를 지으신 하느님께서 주재하시는
영원 생명의 섭리를 기쁨으로 노래하자.  소들아 안녕!”

주님, 자연의 모든 생명있는 것들에게 건강과 안식을 주소서.

영원한 빛을 모든 생명 위에 비추소서. 아멘.

박기호 신부1991년부터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1998년 ‘소비주의 시대의 그리스도 따르기’를 위해 예수살이공동체를 만들어 실천적 예수운동을 전개했다. 소비주의 시대에 주체적 젊은이를 양성하기 위한 배동교육 실시했고, 5년 전 충북 단양 소백산 산위의 마을에서 일반 신자 가족들과 함께 농사를 짓고 소를 키우며 살아가고 있다.
이메일 : sanimal@catholic.or.kr

2013년 1월 4일 금요일

소·돼지 생매장, 죽음의 핏물은 멈추지 않았다!


이글은 프레시안 2013-01-04일자 기사 '소·돼지 생매장, 죽음의 핏물은 멈추지 않았다!'를 퍼왔습니다.
[구제역 대학살, 2년] 살처분 매몰지의 비밀

2010년 11월 29일, 경상북도 안동에서 구제역으로 9000마리의 소, 돼지 생매장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6개월간 전국 방방곡곡에서 무려 1000만 마리에 달하는 소, 돼지, 닭, 오리 등이 구제역, 조류 인플루엔자를 이유로 이른바 '살처분'을 당했다. 그 중에는 단지 감염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죽임을 당한 가축들도 부지기수였다.

수천 마리의 소, 돼지가 생매장이 되는 아비규환을 보면서, 또 그렇게 매장된 가축들이 썩으면서 내뿜는 침출수가 삶의 터전을 오염시키는 것을 보면서, 많은 이들은 '인간의 욕망'의 가장 어두운 면을 환기했다. 그리고 공장식 축산을 둘러싼 불편한 진실에 대한 관심이 갑자기 증가했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작은 움직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2년이 지난 지금까지 한국에서 공장식 축산에 대한 진지한 사회적 반성이 이뤄진 적은 없다. 한국의 모든 정치, 경제, 사회 문제가 집약되는 대통령 선거 중에도 어떤 후보, 정당도 공장식 축산의 문제점을 공론화하지 않는다. 구제역과 소, 돼지의 절규는 이렇게 잊혔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1월 29일 녹색당과 동물 보호 시민 단체 카라가 '생명과 지구를 살리는 시민 소송'에 나섰다. 이 시민 소송은 2년 전 구제역이 유행하던 당시 고통을 받았던 농민들을 원고로 하는 민사 소송과 공장식 축산에 대한 헌법 소원으로 이뤄진다. 공장식 축산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하는 한국 최초의 소송이다. (☞원고 모집 바로 가기)

이들은 29일 기자 회견을 시작으로 2013년 1월까지 시민들을 상대로 원고 모집에 들어가, 이후 민사 소송과 헌법 소원 제기, 동물보호법 개정안 국회 발의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번 소송 계획에 맞춰 (프레시안)은 녹색당, 카라와 공동으로 공장식 축산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연속 기고를 싣는다. 2010년 11월 구제역 발생으로 예방적 살처분이라는 명목 하에 350만 마리의 가축들이 생매장 살처분 된 지 2년이 지났다. 그 결과 전라남도와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 곳곳에 총 4799개의 가축 무덤인 구제역 살처분 매몰지가 생겼다. 지역별로 경기도가 2277개로 가장 많고, 경상북도는 1135개, 강원도 470개, 충청남도 417개, 충청북도 229개가 있다.

전국에 산재해 있는 매몰지는 주로 한강과 낙동강 수계에 집중적으로 분포하고 있다. 이로 인해 매몰지 조성 초기에 인근 하천 오염과 지하수 오염 등 식수원 오염 문제에 대한 우려가 높았으며, 이러한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구제역 매몰지의 침출수 문제 발생 원인으로는 하천변, 도로변, 산비탈면 등 잘못된 매몰지 입지 선정 문제와 생매장 살처분 방식 및 일반 비닐 사용, 침출수 탱크 미설치, 형식적인 배수로 설치, 경사면 침식 또는 붕괴 등 매몰지의 구조적인 문제를 들 수 있다.

정부의 매몰 지침서에는 매몰지 안에 침출수 유출을 막을 수 있는 고밀도 비닐을 사용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매몰지 안에 일반 비닐에 깔고 인도적 살처분 규정을 위반한 채 생매장으로 가축을 처리하다보니 비닐이 여기저기 찢기는 문제가 발생했다. 또 살처분을 급하게 하다 보니 막상 매몰지 규정 지침에 맞지 않는 일명 부실 매몰지가 여기저기 나오기 시작했다.

농림수산식품부 구제역 긴급 행동 지침에는 발생 지역 내 위치한 장소나 소각, 매몰 장소와 근접한 곳이되 가급적 지하수를 오염시키지 않는 곳으로 지반이 견고한 곳을 매몰지로 선정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환경부 가축 매몰지 환경 관리 지침에서는 지하수(지하수위와 1미터 이상), 하천, 수원지, 집단 가옥으로부터 떨어진(하천, 수원지 등과 30미터 이상) 곳으로 선정하고 소규모 매몰 요인 발생 시 가급적 모아서 적정 매몰 절차에 따라 매몰하도록 하며, 살처분 지역 내에 지방자치단체 등 소유 공유지가 있는 경우에 매몰지로 우선 활용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사유지 내 적당한 매몰 장소가 없어서 매몰지와 하천의 거리, 매몰지와 도로의 거리 기준을 무시하고 환경부 지침 내에 있는 지방자치단체 등 소유 공유지 우선 활용 기준으로 매몰지를 만들다 보니 인근 하천이나 도로변에 매몰을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심지어는 땅주인에게 동의도 구하지 않고 사유지에 매몰지를 조성했다가 땅주인과 소송 중인 지방자치단체도 있었다.

 
▲ 2011년 2월, 경상북도 영주시 매몰지에서 침출수가 유출되는 장면. ⓒ시민환경연구소

적합하지 않은 매몰지에 사체를 묻었다가 다시 매몰지를 해체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경상북도 영주시 안정면에 위치한 돼지 2933마리를 묻은 매몰지 주변 논에서 핏물이 발견되어 결국 매몰지를 해체하고 사체를 대형 액비 탱크에 보관하고 있다. 사체를 파낸 매몰지 안에 웅덩이를 파서 하루 서너 차례씩 분뇨 차량이 와서 펌프로 침출수를 뽑아내어 처리했다.

매몰지 침출수로 인해 인근 지하수를식수로 사용하는 지역 주민들은 식수오염에 불안해했다. 실제로 매몰지 인근 지하수에서 거품과 악취가 발생하여 식수 사용이 어려운 곳이 생겼다. 상수도 보급으로 지하수 오염 문제를 해결했지만 이로 인해 해당 지방자치단체들의 재정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다.

구제역 매몰지 인근 하천도 예외는 아니었다. 실제로 경기도 포천시 관인면 매몰지 인근 하천으로 침출수가 유입되기도 했다. 매몰지 침출수로 인한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축 매몰 관련 지침에는 침출수 유출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관측정을 매몰지 내부 및 매몰지 경계로부터 5미터 이내 지하수 흐름의 하류 방향에 설치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예산 부족으로 각 지방자치단체 별로 내규를 정하여 일정 규모 이상의 매몰지에 대해서만 관측정을 설치하고 있으며, 2011년 8월초 기준으로 전국 매몰지 4799개 중 1568개(32.7퍼센트)에 관측정이 설치되어 있다.

2011년 11월 환경부는 전국 매몰지 4799곳 중 300곳을 선정하여 환경 영향 조사를 한 결과 조사 대상 3분의 1이 넘는 105개는 침출수 유출이 확실했다. 또 지속 관찰이 필요한 곳도 46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전까지 환경부는 축산 분뇨에 의한 오염을 들어 침출수 유출을 부인하다가 결국 침출수 유출을 시인하고 문제가 된 매몰지는 이설하거나 정비 보강을 했다.

▲ 2011년 5월, 경기도 포천에서 구제역 매몰지 침출수가 하천으로 유입되는 장면. ⓒ시민환경연구소

구제역이 발생한 지 2년이 지난 시점에서 매몰지 조성 초기처럼 지표면으로 침출수 유출이 발견되는 사례는 많이 줄어들었으나, 매몰지 인근 지하수로의 영향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영국의 경우 지난 2001년 대규모 구제역 발생 후 실태 조사에서 침출수가 지하수로 유입되는 상황이 20년 이상 계속 나타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 생수(좌)와 침출수로 오염된 식수용 지하수(우) 비교 사진. ⓒ홍천군청

이처럼 가축의 대량 학살과 이로 인한 환경 피해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와 관련해서 시민환경연구소는 2012년 10월 전국 1000명의 20대 이상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대규모 축산 방식으로 인해 구제역이나 조류 인플루엔자 같은 질병에 취약하다는 것에 85퍼센트가 동의했으며, 대규모 공장식 축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지속 가능한 축산' 도입에 대해 88퍼센트가 동의한다고 응답했다. 또 구제역에 대한 예방 정책 가운데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는 축산 환경 개선이 가장 많은 73퍼센트를 차지하였으며, 예방 접종이 14퍼센트, 병에 대한 내성 강화 11퍼센트, 예방적 살처분은 2퍼센트로 나타났다.

이처럼 실제로 시민들은 대규모 공장식 축산이나 예방적 살처분에 부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시민들의 인식을 반영하여 정책 결정자들도 도살 정책 위주의 정책에서 축산 환경 개선과 예방 접종 등의 다양한 예방 정책으로 정책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또 동물 복지에 기초한 지속 가능한 축산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이번 구제역 사태로 인해 대량 학살에 희생된 동물들뿐만 아니라 사람과 환경에도 큰 영향을 끼쳤으며 그 피해가 매우 컸다는 것을 잊어서도 안 될 것이다. 사상 초유의 구제역 사태를 겪은 우리는 이제 동물과 사람 모두가 공존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해야 할 때다.


 /고도현 시민환경연구소 선임연구원

2012년 1월 19일 목요일

"소 죽는 것만 보이고 농민 죽는 것은 안보입니까"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01-19일자 기사 '"소 죽는 것만 보이고 농민 죽는 것은 안보입니까"'를 퍼왔습니다.

ⓒ민중의소리 전북 순창의 문동연 씨

“전두환 정권 때 살아있는 외국 소 수입하면서 축산 농가 몰락할 때도 발버둥 치며 살았고, IMF 때 사료값이 폭등해 휘청거릴 때도 버텼습니다. 40년간 죽어라 소 키웠더니 정부로부터 받은 것은 빚밖에 없어요. 빚 갚느라 부모가 물려준 논도 다 팔았어요.” 

전북 순창 인계면에서 40여 년 간 육우 농사를 진행해온 문동연(56)씨가 17일 눈물을 뚝뚝 흘렸다. 

“사람을 이렇게 다 죽여 놓고 소 몇 마리 죽었다고 저를 처벌하려고 하는데,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정부입니까?”

문씨는 지난 3일 그가 키우던 소가 굶어 죽었다는 사연이 알려지면서 세상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김완주 전북도지사가 직접 그의 농가를 방문해 형편을 살폈으며 외부의 지원도 이어졌다. 그러나 최근 정부가 문씨와 관련 동물보호법 위반 여부에 대해 조사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눈가 위 주름은 한층 더 깊어졌다.

문씨는 16살 때 소3마리로 시작해 육우 농사에 뛰어들었다. 축사도 하나하나 손수 용접하면서 만들었다.

“150마리까지 키워봤습니다. 소 늘어나는 게 행복했죠. 질 좋은 소를 만들기 위해 품종개량도 시도했어요. 열심히 일했습니다. 소 키워서 아이들 넷도 다 대학 보내고 그 재미로 평생을 살았습니다.”

곳곳에서 위기를 맞았었다. 80년대 전두환 정권이 외국소를 수입하거나 IMF 때문에 사료값이 폭등을 할 때마다 농가가 휘청거렸던 것. 그래도 그는 “국가 정책 때문에 힘들었지만 국가에 대해 원망 한 번 한 적 없이 일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도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본격화된 2년여 전부터 불어 닥친 소값 하락과 사료값 인상 상황에서는 더 이상 버틸 재간이 없었다.

420만원에 거래 되던 700kg 짜리 육우 한 마리가 200만 원 대로 떨어졌다. 수입이 줄어들면서 빚이 쌓였다. 농협에서 받은 사료구매자금 8천200만원을 포함해 1억5천만원으로 늘었다. 그러는 사이 우울증이 찾아왔고 낮에는 집 안에 있고 밤에는 홀로 낚시를 갔다 오는 생활이 반복됐다.

만기가 되도 돈을 갚지 못하자 그는 지난해 부모에게 물려받은 논(1천100평)을 팔고 각종 보험을 해약해 1억 원을 갚았다.

“돈이 없으니까 땅 팔고, 보험 해약한 돈으로 사료 사고 빚 갚은 거에요. 오죽하면 부모가 준 유산까지 팔았겠습니까. 지금도 부모가 준 논을 팔았다는 생각을 하면 눈물이 나요.”

하지만 폭등하는 사료값은 내려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전년도에 비해 사료값이 17%가량 올랐던 2011년 9월, 그는 사료를 줄이는 극단의 선택을 했다.

“정말 이것도 한두 번이지 세번째 휘청거리니까 더는 못하겠더라고요. 솔직히 더 이상 소를 키우고 싶지 않았습니다. 소가 다 죽으면 한 곳에 다 모아놓고 저도 죽으려고 했습니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드니까 더 이상 무서운 것이 없더라고요. ”

사료를 먹지 못한 소가 한 마리씩 죽어나가기 시작했다. 지난 3일 9마리의 소가 굶어죽었다는 사연이 알려진 이후에도 소는 죽어나갔고 모두 합해 20마리로 늘어났다. 소가 죽어나갈수록 자신을 이렇게 만든 사회에 대한 원망은 커지기만 했다.

자포자기 상태에 빠진 그를 더욱 절망케 한 것은 국가였다. 언론을 통해 소가 굶어죽은 사연이 알려지고, 사체를 농가에 방치한 소식이 전해지자 정부가 그에게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과태료를 물리는 방안을 모색한 것.

“농가가 어렵다고 하면 정부는 그 목소리를 들어야하는 것 아닙니까. 소 죽은 것에 대해 책임추궁을 한다고 하는데, 정부의 눈에는 제가 죽어가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겁니까.”

울분은 쌓이기만 했다. 김완주 도지사가 와서 형편을 물어봐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런 그를 위로한 것은 시민이었다. 그의 사정이 알려지자 마을 노인들이 한푼 두푼 모아 그에게 사료 100여 포대를 지원했다. 가수 이효리 씨도 자신의 트위터에 문씨에 대한 글을 올렸다는 것을 뒤늦게 확인하기도 했다. 그러는 사이에 쌓였던 울분도 하나둘씩 풀어지기 시작했다.

16일 그는 죽은 소를 땅에 묻었다. “마음 같아선 1년이라도 죽은 소를 그대로 놓으려고 했는데 다른 농가에 구제역으로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생각에 묻었다”고 했다. 그리고 17일 ‘구제역 방역’이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외부인의 출입도 통제했다.

“이제 소는 더 이상 키우지 않으려고요. 더 이상 저 같은 희생양이 없었으면 합니다. 정부에서 자동차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저 같은 농민들도 잘살 수 있도록 정책을 만들기를 바랄뿐입니다.”

정혜규 기자jhk@v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