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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28일 일요일

기독교인 사람 차별 슬프다


이글은 한겨레신문 종교전문 조현기자 블로그 2013-04-25일자 기사 '기독교인 사람 차별 슬프다'를 퍼왔습니다.



구약성경 연구 권위자 주원준 박사
‘차별금지법 반대’ 보수기독교계
동성애자 수용 쉽지는 않겠지만
시민법적 차별 할 순 없는 노릇

고대 이스라엘인은 배타성 아닌
상대 신까지 포용하며 복음전파
우리 교계 외형보다 교양 키울때



국회에서 준비중이던 차별금지법안이 보수 기독교계의 반대로 무력화됐다. 법안에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금지’가 포함돼 있다는 이유다. 법안 반대를 주도한 보수 기독교인들에겐 평등과 인권을 보장한 대한민국 헌법보다 유대의 율법이 우선시된다. 그러면 과연 고대 유대인들은 어땠을까.

한국가톨릭학술상 수상작인 (구약성경과 신들)(한님성서연구소 펴냄)의 지은이인 주원준(45) 박사를 만났다. 독일의 뷔르츠부르크대학에서 9년간 구약학과 고대근동언어를 공부하고 온 그는 서강대에서 구약성서와 히브리어, 고대 근동종교를 강의중이다. 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으로서 신학교에선 손도 대지못하는 고대의 문서들을 우리말로 번역하는 작업도 하고 있다.

주 박사는 차별금지법 논란에 대해 “예수가 안식일에 아픈 사람을 고쳐주고 밀밭을 지나가다가 밀이삭을 뜯어먹자 바리새인들이 맹비난하며 죽음으로 몰아갔다. 당시 예수는 사람을 살리는 게 율법이라고 했다. 그 이후 기독교는 유대교와 달리 율법의 절대화에서 벗어나 상대화했는데, ‘유대의 율법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복음이 우리를 구원한다’는 기독교에서 율법을 고대의 바리새인처럼 적용하는 것은 서글픈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동성애를 교회에서 받아들이기가 힘들기는 하지만, 사형수에게도 복음적이어야 할 그리스도인들이 그들에게 시민법적 차별을 두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고 덧붙였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가 차별금지법 발의 의원과 정당에 대해 낙선운동, 정당 해체까지 거론하는 등 반대운동이 격렬해지고 있다. 보수 교회와 단체가 모인 ‘차별금지법반대 범국민연대’ 회원들이 9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이 법안이 동성애를 합법화하고 국가정체성에 혼란을 준다며 폐기를 요구하고 있다. 뉴스1


주 박사는 히브리어와 근동언어로 직접 구약과 고대 문건을 읽는 전문가답게 한발 더 나아간다.

“구약성경은 하늘에서 떨어진 게 아니다. 이스라엘 사람들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이었다. 이스라엘은 고대에 이집트, 아시리아, 바빌론, 페르시아, 로마 등 강대국에 눌려 살던 만년 약소국이었다. 그들 틈에서 장사를 해 살아남아야 했기에 주변국 사람들이 믿는 신과 문화를 이해하며 신용을 쌓아야 했다.”

이스라엘은 아주 작은 나라여서 주변에 영향을 주기보다는 영향을 받는 나라였다. 그렇기에 인근 지역의 신들의 표상까지 폭넓게 소화해 영성을 더욱 풍부하게 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구약성경은 배타성을 가르치는 책이 아니라, 고대 이스라엘인들이 열린 영성, 소통의 영성으로 야훼신앙을 지켜나가는 여정을 담은 책이라는 게 그의 시각이다. 현재 보수 기독교를 지탱해주는 배타적 신앙은 16세기에야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그는 ‘악마의 우두머리’ 정도로만 인식되는 바알신에 대해서도 학자적 해석을 제공한다.

“바알은 메마른 팔레스타인 지역에 비를 내리게 해 곡물이 자라고 가축이 새끼를 낳게 하고 풍요와 돈을 가져다주며, 성적 능력까지 갖춘 신이다. 그러니 얼마나 매력적이었겠는가.”

그는 “자기 희생의 본질보다는 교회에 다니면 복을 받는다는 구복신앙들이 과연 누구를 믿는 신앙이겠느냐”는 물음으로 우리를 돌아보게 한다.

“돈과 권력을 탐하며 살아가는 세속과 달리 교회는 헌신과 사랑을 강조한다. 그러나 세상에서 힘깨나 쓰는 사람들이 교회도 이를 확장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을 보면 옛날이나 지금이나 참 달라지지 않는다.”

그는 한국에서 가톨릭이 평신도들에 의해 자발적으로 받아들여지고, 개인구원과 사회구원을 처음부터 함께 추구한 것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는다.

평신도 신학자가 절반을 차지하는 독일의 신학교들과 달리 평신도에겐 교직 한자리 나눠주지 않는 성직자 위주의 분위기와 세속화를 염려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교회 안에서 평신도들의 권한이 강화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본다. 왜일까.

“성당에서 높은 직책을 맡은 평신도들 가운데 성직자에겐 보스 모시듯 수그리고 평신도들 위에 군림하며 막 대하는 게 잘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이들이 있다.”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회 내 세속주의·출세주의’를 비판하며, “그렇게 하면 교회 안에서 출세할 수는 있겠지만 예수의 제자가 되지는 못할 것”이라고 한 메시지를 교회다운 교회로 회귀시키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희망하고 있다. 이 메시지는 주로 성직자를 향한 것이지만 그는 평신도에게도 절실하다고 본다.

“한국 가톨릭은 신자가 불어나고 외형이 크게 늘어났다. 하지만 형식적으로 미사에 나가고, 돈 내고, 사제에게 밥 사주는 신앙은 잘하지만, ‘그리스도교 교양’이라고 할 만한 것이 정착되지 못했다.”

주 박사는 “선교 300년을 앞두고 있으니 이제 성직자만이 아니라 신자 자신이 복음에 따라 살고, 수입의 일정 금액 정도는 나누는 데 쓰고, 억울한 사람은 만들지 않고 도우며, 복음적 다큐멘터리를 보고 독서를 하는 ‘그리스도적 교양인’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조현 한겨레신문 종교전문기자영성, 수행, 치유, 공동체에 대한 글을 쓴다.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 누리꾼들에 의해 ‘인문교양도서’ 1위에 뽑혔다. 기독교 숨은 영성가를 발굴한 (울림)은 감신대, 서울신대, 장신대, 한신대의 ‘100대 교양 필독도서’. (은둔)이 불교출판문화상과 올해의 불서상을, (하늘이 감춘땅)이 불교언론문화상을 수상. (인도오지기행), (지금 용서하고 지금 사랑하라), (세계 어디에도 내집이 있다) 등의 저서가 있다. 한국출판인회의에서 ‘우리시대 대표작가 300인’에 선정됐다.
이메일 : cho@hani.co.kr        트위터 : hoosimjung        페이스북 : hoosim119

2013년 4월 12일 금요일

정치강연 ‘차벽 봉쇄’ …‘유신 학칙’으로 옭아매는 대학


이글은 한겨레신문 2913-04-11일자 기사 '정치강연 ‘차벽 봉쇄’ …‘유신 학칙’으로 옭아매는 대학'을 퍼왔습니다.

5일 오후 서울 도봉구 쌍문동 덕성여대의 정문 구실을 하는 행정동 건물 앞에서 버스들이 길을 막고 서 있다. 총학생회가 열려던 ‘진보 2013 강연회’를 덕성여대가 불허하고 외부인 출입을 막으려고 학교를 ‘원천봉쇄’했다.  박한용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실장 제공


[뉴스쏙]기본권 제한하는 시대착오적 학칙



5일 오후 서울 도봉구 쌍문동 덕성여대는 ‘원천봉쇄’됐다. 교문 앞에 버스를 동원한 ‘차벽’이 등장했고, 출입문엔 쇠사슬이 감겼다. 교직원 100여명은 정문과 후문을 지키며 ‘외부인’ 출입을 막는 경비원이 됐다. 1980년대의 대학가를 떠올리게 하는 살풍경이었다. 화염병도 돌멩이도 사라진 대학 교정에 원천봉쇄가 부활한 건 왜일까?




덕성여대 “정치활동 안돼”
차벽 동원 총학 초청강연 막아
서강대 ‘김제동 콘서트’ 불허 때도
‘교육 위배 정치활동’ 근거로


대학 74%, 집회 사전승인제 둬
헌법상 ‘집회결사의 자유’ 제한
재학중 결혼금지·과도한 화장 징계 등
사생활 침해 조항도 수두룩


5일 오후 서울 도봉구 쌍문동 덕성여대는 ‘원천봉쇄’됐다. 교문 앞에 버스를 동원한 ‘차벽’이 등장했고, 출입문엔 쇠사슬이 감겼다. 교직원 100여명은 정문과 후문을 지키며 ‘외부인’ 출입을 막는 경비원이 됐다. 1980년대의 대학가를 떠올리게 하는 살풍경이었다. 화염병도 돌멩이도 사라진 대학 교정에 원천봉쇄가 부활한 건 왜일까?


덕성여대에 난데없이 ‘차벽’이 등장한 건 총학생회가 열려던 ‘진보 2013 강연회’ 때문이었다. 학교 쪽은 정치적 행사라는 이유로 행사를 막고 나섰다. 박한용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실장 등 강연자들은 대학 앞에서 발길을 돌려야 했다. 강연회는 이날 저녁 학교 근처 카페에서 열렸고, 교직원들은 밤새 돌아가며 학교를 지켰다.

덕성여대가 교직원과 차벽까지 동원해 강연회의 학내 개최를 막은 것은, 학칙상 정당한 행위다. 이 학교 학칙 62조는 ‘학생은 정당 또는 정치적 목적의 사회단체에 가입하거나 기타 정치활동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유신시대에도 이런 일은 없었다”는 몇몇 학생들의 외침은 차벽을 넘지 못했다.

정치적 성격을 띠었다는 이유로 학생들의 교내 행사를 불허하는 학칙은 정치적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에 어긋난다. 학생들이 ‘유신시대’를 거론하는 까닭이다. 하지만 이런 학칙들이 뜻밖에 지금도 광범위하게 존재한다.

서강대의 학칙 86조에도 ‘교육 목적에 위배되는 정치활동을 할 수 없다’는 조항이 있다. ‘교육 목적에 위배되는’이라는 기준은 모호하다. 서강대 역시 지난해 9월 ‘희망세상만들기 청춘본부’가 교내에서 열려고 했던 행사를 불허했다. “교육 목적에 위배되는 정치활동”이라고 서강대가 규정한 이 행사는 ‘김제동 콘서트’였다.

국민대(학생준칙 13조)와 삼육대(학칙 50조)는 학칙으로 ‘정당이나 사회단체에 가입하거나 활동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고, 가천대(학생상벌규정 15조)와 부산외대(학생상벌규정 10조4항) 학칙도 알맹이는 비슷하다. 경기대는 학생준칙(12조5항)에서 “정치활동을 목적으로 조직을 구성하거나 선동하는 학생”은 퇴학의 대상으로 적시하고 있다.

포항공대는 학생단체의 구성원과 조직도, 활동계획을 모두 학교에 신고하도록 규정(학생활동규정 5조)하고 있다. 이 규정을 어기면 학생처장은 학생단체를 인정하지 않을 수 있다. ‘학생처장이 승인, 공고한 때로부터 단체로 인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어서다.

이런 학칙들은 박정희 유신정권 때인 1975년 ‘정권보위’를 위해 전국 대학에 도입한 학도호국단 학칙과 표현·내용이 거의 똑같다. 학도호국단은 학칙으로 ‘학생은 정당 또는 정치적 목적의 사회단체에 가입하거나 또는 기타 정치활동을 할 수 없으며, 시위, 등교 거부, 마이크 사용 등으로 학업에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했다.

학도호국단은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도 제한했다. ‘집회 개최 시 총장 등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정기간행물 발간 시 총장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40여년 전의 ‘구문’은 아직까지 다수 대학에서 유지하고 있다. 영산대 학칙은 이보다 더 과거로 돌아갔다. ‘학생 소요를 위해 학생들을 선동하는 자는 현장에서 총장이 바로 징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헌법 21조가 적용되지 않는 ‘성역’인 셈이다.

정진후 진보정의당 의원실이 지난해 대학교육연구소와 함께 전국 4년제 180개 국·공·사립대학의 학칙 및 학생 관련 규정을 전수 조사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집회 사전승인 제도’를 둔 대학이 74.4%, ‘게시물·광고 부착 사전승인 제도’를 둔 대학이 72.8%, ‘간행물 지도 및 사전승인 제도’를 둔 대학이 77.2%다.

개인의 사생활도 가만 놔두지 않는다. 성결대는 ‘재학기간 중 본교 학생과의 결혼을 금지’(학생준칙 10조)하고 있고, 한국체대는 제적 대상으로 ‘체육특기자로서 재학 중 결혼한 자 또는 군입대한 자’(학칙 49조)를 들고 있다. 부산가톨릭대는 ‘허가받지 않은 유인물·영상물 등을 소지·배포·게시하면’(학생상벌규정 8조) 징계 처분한다. 광주여대는 ‘복장이 단정하지 못하거나 과도한 화장을 해 학생으로서 품위를 지키지 못한 자’(학생상벌규정 12조)를 징계할 수 있도록 한 학칙을 유지하다 지난 3월1일 폐지했다. 가천대에선 술·담배가 원천 봉쇄됐다. 3월1일 학생상벌규정 12조를 개정해 ‘교내에서 음주를 하거나 지정된 장소 이외에서 흡연을 한 자’는 근신 징계를 받도록 했다.

학생들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위헌적인 학칙에 대한 문제제기는 여러 차례 있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07년 “대학생의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학칙은 헌법과 유엔이 정한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등이 정한 사상과 양심의 자유, 결사의 자유 등 기본권을 제한하거나 제한할 가능성이 높다”며 교육인적자원부(현 교육부)에 지도 감독을 강화하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대학들은 한 귀로 흘렸다.

더구나 대학들은 위헌적 학칙을 더욱 손쉽게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1월 고등교육법 시행령 가운데 ‘학칙 중 법령에 위반되는 사항이 있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정부가) 시정을 요구할 수 있도록’ 규정한 조항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대학 자율성을 보장한다며 해당 조항을 삭제했다. 신광영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21세기 한국 사회가 지향하는 더욱 발전적인 민주주의 사회에서 일하게 될 인재 양성을 하는 기관으로서 각 대학들이 수준 미달의 학칙을 스스로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재현 기자 catalunia@hani.co.kr






팟캐스트·학보도 감시…도넘은 대학 언론통제


“학생기자 본분 어긋나”
방송 3회만에 금지령·기자 퇴출
학내신문 기사검열 심하고
학교비판 유인물 뿌린 이유로
총학생회장 자격 박탈도


국민대생 문수훈(23)씨는 지난해 5월 팟캐스트 방송 를 시작했다. 대학 상대평가 제도의 문제점, 졸업준비위원회의 리베이트 의혹 등 민감한 내용을 내보냈다. 방송은 3회 만에 끝났고, 그는 국민대 방송국 객원기자 자리에서도 쫓겨났다. 국민대 쪽에선 “팟캐스트 방송은 학생기자 본분에 어긋난다”고 설명했다.

국민대신문사(학보) 기자들은 지난해 4월 기사를 검열당했다. 882호에서 ‘문대성 표절 논란…학위 논문 심사, 이제는 바뀌어야’라는 제목의 기사를 출고했다. 주간 교수는 ‘표절 감시 힘든 학위 논문 심사, 이제는 바뀌어야’로 제목을 바꿔버렸다. 기사 중 상당 부분도 삭제됐다.

성균관대 학보인 성대신문사 기자들은 지난해 3월부터 두달간 파업을 벌였다. ‘부당해고’를 주장하며 싸우고 있는 시간강사 류승완 박사의 인터뷰 기사가 주간 교수의 반대로 몰고당했기 때문이다.

학내 언론만이 아니라 동아리나 학생회 활동도 가위질의 대상이다. 서울여대 동아리 ‘시대여행’은 지난해 여름 ‘제주도 역사기행’ 홍보물을 학교 안에 붙이려다 실패했다. 이 동아리를 ‘운동권 성향’이라고 규정한 서울여대는 “검증되지 않은 기관의 홍보 게시물은 부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심지어 지난해 중앙대에선 총학생회장(안성캠퍼스)이 자격을 박탈당했다. 총학생회장 선거 때 ‘학교 쪽이 예산 470억원을 부풀리고 예산 일부가 법인에 흘러갔다’는 취지의 유인물을 뿌렸다는 이유에서였다. 중앙대는 허위사실 유포라며 당선 무효를 선언했다. 하지만 선거관리위원회는 “잘못 해석된 부분은 있지만 허위사실 유포는 아니다”라고 결정했다.

이처럼 요즘 대학에서는 학생자치 활동이 위축되는 일이 빈번하다. 11일 오전 국회에서 장하나 민주통합당 의원 주최로 열린 ‘대학 자치권 침해 공청회’에선 대학사회의 보수화가 곧 학생자치의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김관회 민주통합당 전국대학생위원회 대외협력국장은 “학생들이 대학 자치 문제에 관심을 갖지 못하고 취업에만 신경쓰게 되면서 대학들이 이전에 하지 못하던 규제를 자신있게 밀어붙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허재현 기자

2013년 1월 7일 월요일

非모피아, 새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은?


이글은 미디어스 2013-01-07일자 기사 '非모피아,  새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은?'을 퍼왔습니다.
국민행복기금에서부터 쌍용자동차 문제까지

WIDS라고 한다. 박근혜 당선인이 이끌 새 정부의 정책을 좌지우지 하는 인물들의 인맥을 나타낸 이니셜이다. W는 위스콘신대, I는 연구기관, D는 대우, S는 서강대의 앞 글자 이니셜을 딴 것이다. 최경환, 유승민, 강석훈, 안종범의 위스콘신 4인방 실세에 당선인의 출신 대학인 서강대 인맥을 붙여 놓고 보니 그럴듯한 표현이다. 인맥 그 자체의 형성과정을 알아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지만 이러한 인맥이 결국 어떤 정책에 영향을 미칠지 고민하는 것은 더욱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

▲ 매일경제가 보도한 새로운 실세들의 인맥 ⓒ매일경제

사실 WIDS라는 규정은 정책적인 측면에서 보면 의미가 없는 것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위스콘신대의 경우 특정한 학문적 편향이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위스콘신대를 다녔다고 해서 반드시 이러한 편향을 갖추고 있다고는 말할 수 없는 것이다. 오히려 위스콘신대 출신이라는 점은 이들이 미국유학을 가던 시기 상대적으로 학비를 싸게 들일 수 있는 학교였다는 점을 떠올려 보는 것이 더 합리적일 것 같다. 대우경제연구소의 경우 당시 재무부에서 이탈한 관료들이나 유학 중인 소장파 학자들을 대거 영입했었다는 사실 정도를 강조할 수 있다. 서강대의 경우는 ‘서강학파’로 잘 알려져 있는 학자 및 관료집단을 예로 들 수 있는데 이들도 어떤 동일한 학풍을 공유하는 집단이라기보다는 박정희 대통령 시대부터 주요한 경제정책에 관여해온 엘리트 그룹이라는 정도로 봐야 한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남은 것은 I, 즉 연구기관인데 조세연구원 등을 예로 들기도 하지만 역시 핵심은 한국개발연구원(KDI)이다. KDI는 한국정부가 예산을 출연하는 출연연구기관으로 1971년에 설립됐다. 이들은 박정희 정권 시절부터 성장을 중시하는 대통령과 재무부에 맞서 안정화 시책을 추진했던 경제기획원의 우군으로 활약했다. 말하자면 오늘날의 소위 ‘모피아’들과는 일부 대척점에 서있는 세력이라는 평가도 가능한 것이다.
비(非)모피아?
이런 기준을 놓고 보니 경제 정책에서의 어떤 명확한 선이 보인다. 위스콘신 4인방의 필두인 최경환 의원은 경제기획원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경력을 갖고 있다. 유승민 의원은 위스콘신 4인방으로 소개됐지만 KDI 연구위원 출신이다. WIDS로 분류되는 것은 아니지만 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간사로 임명된 류성걸 의원의 경우는 경제기획원과 맥을 같이 하는 기획예산처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모피아와 대척점에 있는 집단의 존재를 상정한다면 이한구 원내대표도 이 분류에 집어넣을 수 있을 것이다. 그는 69년 행정고시 7회를 치른 후 재무부에서 고속승진을 거듭하다가 12·12사건 때 ‘JP라인’으로 찍혀 퇴출당한 김용환 전 장관과 동서지간이라는 이유로 덩달아 쫓겨나는 수모를 겪었다. 이때 미국으로 유학 간 그를 도와준 것이 비슷한 처지에 놓여져 있던 이헌재 전 장관이었고 이를 통해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과도 인연이 닿게 된 것이니 ‘정통 모피아’들과 비교하자면 상대적으로 소외된 길을 간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
안종범, 강석훈 의원 등도 비슷한 처지다. 신자유주의라는 기본적인 공리는 공유하지만 상대적으로 국가의 시장에 대한 개입과 관리를 선호하는 모피아들을 여러 경로를 통해 비판해온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강석훈 의원은 성신여대 교수 시절 인기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인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고정 출연하며 ‘동반성장’ 등 이명박 정부의 시장 개입 정책을 비판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즉, 어떤 관점에서 보면 박근혜 당선인 주위에 경제 정책에 개입할 수 있는 인사들을 ‘비(非)모피아’로 통칭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모피아로 불리는 일단의 관료들이 워낙 많은 비판을 받아왔고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 운용을 통해 거의 ‘심판 받은 것’처럼 여겨지고 있는 가운데 새 정부가 ‘모피아’라는 딱지가 붙은 인사들을 기용하지 않으려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로 여겨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모피아들의 실책을 되풀이 하지 않는 대신 어떤 방향의 경제정책을 추진할 것이냐에 대한 답일 것이다.
모피아를 왼쪽으로 비켜갈 것인가, 오른쪽으로 비켜갈 것인가
대선 기간 동안 경제민주화의 아이콘처럼 여겨졌던 김종인 전 수석의 경우 보다 적극적인 국가의 개입을 통해 바람직한 정책을 실현하는 방향을 모색했던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경제기획원이나 KDI 출신들의 전통적인 견해는 시장원리를 보다 강화해서 모피아류의 경제정책의 폐해를 극복해보겠다는 것이었다. 양자 중 어느 쪽이 새 정부의 경제정책의 방향이 될까?

▲ 선거운동 기간 중 가계부채대책 공약을 발표하는 박근혜 당선인 ⓒ뉴스1

예를 들면 박근혜 당선인이 야심차게 공약했던 ‘국민행복기금’의 경우 대표적인 국가 개입 정책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국가가 기금을 조성해 신용불량자 등 가계부채 부담을 해소하는 것을 골자로 한 제도이다. 신고전파 경제학 이론에 충실한 인사들이 선호할 만한 정책은 아니지만 가계부채 문제가 워낙 심각하고, 공약을 만드는 과정에서 검토를 충분히 하였으며, 현재 상황에서 실행을 추진하는 것이 일단은 가능하다는 점에서 중단 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과는 정반대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정치적 사건 또한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이한구 원내대표가 쌍용자동차 국정조사에 반대한 경우가 그렇다. 이 원내대표는 7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 인터뷰를 통해 ‘개인의 입장을 말한다면 국정조사에 반대 한다’며 ‘지난 국회에서 이미 국정조사를 실시한 바 있고, 기업이 회생을 해야 정리해고 문제도 해결이 될 수 있는데 정치권의 무리한 주장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으며, 굳이 책임소재를 찾는다면 쌍용자동차가 상하이차에 인수될 당시 정책결정을 했던 주무부서 장관이 민주통합당 국회의원으로 있으니 그 쪽에서 해명할 문제가 아니냐’는 논리를 폈다. ‘국정조사를 하더라도 목표를 분명히 해야 한다’며 한 발 물러서는 발언을 덧붙이기도 했지만, 어쨌든 어떠한 이유에서든지 쌍용자동차 문제를 국회에서 거론하는 것 자체에 부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드러낸 것이다.
어쨌든 좋은 결과로 이어져야
시민사회 및 노동계에서 그동안 주장한 해결책은 정부가 쌍용자동차에 공적자금을 투입하여 국유화하거나 국민기업화 하는 등의 절차를 거치고 정리해고 관련 법제도 등을 개혁하자는 것인데 이한구 원내대표의 이러한 입장은 이러한 논의들이 국회에서 진지하게 다뤄질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을 갖게 한다.

▲ 쌍용자동차 해고자 농성장을 찾은 이한구 원내대표 ⓒ뉴스1

물론 정부가 모든 정책을 일관된 방향에 맞춰 배열하는 것은 오히려 좋지 않을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상황에 맞춰 그에 맞는 처방을 내놓는 것이 바람직한 해법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이 나쁜 방향으로 이어지면 오히려 혼란이 가중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지난 시기 한 쪽으로는 안정화와 개방, 자율, 세계화를 말하면서 또 한 쪽으로는 성장과 경기부양을 외친 결과는 참혹한 것이었다.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모피아의 성골로 불리는 김석동 금융위원장마저  ‘신자유주의는 끝났다’고 말하고 있는 이 혼돈의 시기를 헤쳐 나갈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과연 박근혜 당선인과 WIDS로 통칭되는 인맥들이 머리를 맞대면 이런 지혜를 얻을 수 있겠는지 계속 지켜보아야 한다.

김민하 기자  |  acidkiss@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