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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16일 일요일

공주님의 생계비는 100억원


이글은 한겨레21 2012-12-17일자 제940호 기사 '공주님의 생계비는 100억원'을 퍼왔습니다.
[표지이야기] 박근혜 후보가 선관위 토론회에서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한 6억원… 당시 기업에서 받은 ‘검은돈’ 추정, 박 후보는 “아버지가 격려금으로 주시던 돈을 생계비로 받아”

그것은 ‘검은돈’이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12월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최 토론회에서 “나중에 다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힌 ‘6억원’ 얘기다. 사회 환원을 강조하고 나선 새누리당은 ‘돈의 성격’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선거대책위원회 미디어본부장인 박창식의원은 토론 직후 “후보의 개인적인 일에 해당하는 것이라 토론회 준비 때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성주 공동선대위원장은 12월6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아버지·어머니를 잃으시고 동생들과 길바닥에 나앉은 거예요. 그때 소년·소녀 가장이었습니다. 그렇게 받은 하나의 아파트였고요”라고 말했다. 군사독재 시절의 검은돈은 ‘개인사’ ‘소년·소녀 가장이 받은 아파트’로 규정됐다.

“박 후보가 전두환 전 대통령으로부터 6억원을 받았다는 사실은 당원과 국민에게 큰 충격이었는데, 더 충격적인 사실은 1979년 당시 30평대 은마아파트 30채의 돈을 ‘생계비 명목’으로 받았다는 박 후보의 발 언 ….” -2007년 이명박 경선 후보쪽 박형준 대변인
샘소나이트 가방에 차곡차곡 채워

1989년 1월 검찰 5공 비리 특별수사부는 “비서실 금고에서 발견된 현금 등 6억1천만원은 전두환 당시 합수부장이 박근혜에게 전달하고, 2억원은 정승화 육군참모총장, 5천만원은 노재현 국방부 장관에게 교부해 각국에서 이를 사용했으며, 1억원은 합수부 수사비로 사용됐다”고 발표했다. 1979년 10·26 직후 사라진 ‘청와대 비밀금고 속 9억여원’의 행방이었다.
당시 세부 상황에 대한 증언은 조금씩 다르다. 김진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자신의 책 (청와대 비서실)(1992)에서 이렇게 묘사했다. “통치 비자금이 들어 있던 청와대 금고를 개봉한 이는 다름 아닌 전두환 보안사령관이었다. (중략) 수색 작업의 초점은 비서실장 보좌관실에 있던 높이 1m20cm, 폭 1m 크기의 철제 금고였다. 1층 대통령 집무실에 있던 소형 ‘금고Ⅰ’과 함께 박(정희) 대통령의 통치 비자금이 보관되던 곳이었다. (중략) 유족 대표로 입회한 박 대통령의 장조카 박재홍씨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샘소나이트 가방에 현금·수표 6억원을 차곡차곡 채워 근혜씨에게 전달했다.” 이는 “금고에 들어 있던 9억5천여만원의 비자금 가운데 6억원을 유족 생계비로 드리라”는 전두환 합수부장의 명령에 따른 것이었다.
박 후보는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후보 청문회에서 “전두환 합수부장 쪽에서 심부름 왔다는 분이 만나자고 해서 청와대 비서실 쪽으로 갔다. 거기서 저에게 봉투를 전해주면서 ‘박정희 대통령이 쓰시다 남은 돈이다. 아무 법적인 문제가 없다. 지금 생계도 막막하지 않느냐’고 해서 감사하게 받고 나왔다”고 말했다. 이 돈의 성격에 대해선 “공금이라기보다 (박 전 대통령이) 격려금으로 주시곤 했던 돈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요컨대 ‘아버지가 격려금으로 쓰시던 돈을 생계비로 주니 감사하게 받았다’는 것이다. 이명박 경선 후보 쪽 박형준 대변인은 “박 후보가 전두환 전 대통령으로부터 6억원을 받았다는 사실은 당원과 국민에게 큰 충격이었는데, 더 충격적인 사실은 1979년 당시 30평대 은마아파트 30채의 돈을 ‘생계비 명목’으로 받았다는 박 후보의 발언”이라고 공격했다.

집무실 금고에는 뭐가 들었을까

박 전 대통령이 ‘격려금’으로 썼다는 이 돈은 당시 기업들로부터 받은 비자금으로 보인다. 여러 관계자의 증언과 보도를 종합하면, 당시 청와대에는 대통령이 직접 관리하는 집무실 금고와 비서실장이 관리하는 비서실 금고가 있었다. 대통령이 집무실 금고에서 돈을 꺼내주면 비서실 금고에 넣어두고 썼다는 것이다. 김정렴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자신의 회고록 (아, 박정희)에서 “민주주의의 필요악적 비용인 정치 성금”을 걷었으며, 성금은 최고 1억원, 최하 1천만원 범위였다고 증언했다. 김계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도 1990년 3월 (월간조선) 인터뷰에서 “수십억원의 돈이 거기(집무실 금고)에 들어 있었다고 추리하는 것이 억측이라고만 볼 수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10·26 당시 비서실 금고에 들어 있던 돈의 규모가 드러난 것과 달리, 집무실 금고에 무엇이 들어 있었는지, 있었다면 어디로 갔는지 등은 명확히 밝혀진 바 없다. 당시 합수부의 집무실 조사팀에 속했던 이광형 부관은 1990년 3월 (월간조선) 인터뷰에서 “11월14일 금고를 열었을 때 돈이 한 푼도 없었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같은 인터뷰에서 “서류와 편지가 들어 있었고, 아버님이 개인적으로 쓰실 용돈이 들어 있었고 액수는 많지 않았다”고 말했다. 2007년 경선 때는 “문제의 그 금고는 열쇠로 여는 게 아니라 손으로 쉽게 열 수 있는 것이었고, 내용물도 서류들이었으며, 귀중품은 전혀 없었다”고 발언했다. 박 전 대통령이 조성한 비자금이 스위스 계좌로 빼돌려졌다는 의혹도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재미 블로거 안치용씨는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 프레이저 청문회의 1978년 10월 종합보고서에는 ‘박정희는 정치자금을 스위스 은행 계좌에 예치해 관리했으며, 이후락(비서실장)의 아들 이동훈이 박정희 자금 스위스 계좌의 존재를 증언했다’고 기록돼 있다”고 말했다.
박 후보가 생중계 토론회에서 ‘6억원’에 대한 사회 환원 의사를 밝힌 것은 이런 검은돈 논란이 계속되는 데 대한 선제적 대응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선대위의 한 관계자는 “토론회에서 사회 환원을 약속한 것은 사전에 준비했던 발언은 아니었던 것으로 안다. 다만 후보가 그렇게 말한 것을 보면 그 돈이 떳떳한 돈은 아니었다는 점을 계속 생각해왔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후보한테 유리하지 않은 이 문제가 대선 이슈로 부각된데다, 이 사실을 잘 모르던 사람들의 주목도가 높아진 데 부담도 느끼는 것 같다. 박선규 선대위 대변인은 12월6일 브리핑에서 “30년도 더 지난 과거의 일을 갖고, 그것도 엄청난 비극, 충격 상황에서 벌어진 일을 공격의 소재로 삼는 데 대한 안타까움을 느낀다. 후보가 (사회 환원을) 약속했고, 어떤 경우에도 약속은 반드시 지켜질 것이다. 청와대 있을 때부터 가진 것 갖고 돕는 것에 익숙한 분”이라고 주장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후보 쪽 이인영 선대본부장은 “떳떳하지 않은 돈을 받은 것이고, 현재 가치로 반영하면 100억원이 넘는다고 하는데, 이 검은돈에 대해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말한 것은 공당의 대통령 후보답지 않은 처사다. 정식으로 사과하고 즉각 환원해야 마땅하다”고 비판했다.

대통령 되면 재산을 사회 환원하겠다는 의미라고

구체적인 환원 계획은 아직 불투명한 상태다. 새누리당은 박 후보의 언급이 산술적으로 돈 가치를 환산하겠다는 뜻이 아니라, 대통령이 될 경우 서울 삼성동 집을 포함해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하고 있다. 박 후보는 1982년 신기수 경남기업 회장이 전 전 대통령 지시로 마련해준 성북동 집에서 살다가 이 집을 팔아 1984년 장충동으로 갔다가 1990년부터 삼성동 단독주택(공시지가 19억4천만원)에 살고 있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2012년 7월 24일 화요일

'마지막 빗장' 풀린 부동산, 돈이 갈 곳은…


이글은 프레시안 2012-07-24일자 기사 ''마지막 빗장' 풀린 부동산, 돈이 갈 곳은…'을 퍼왔습니다.
[분석] 정부가 DTI 규제 완화 추진하는 배경

정부가 부동산 시장의 '판도라 상자'를 건드리기로 했다. 부동산 정책의 마지막 빗장인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완화하기로 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가계부채문제 때문에 풀지 못하겠다"고 말한 지 불과 한 달 만에 한발 물러선 셈이다. 얼어붙은 부동산 거래를 되살리려면 DTI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업계에선 지속해서 흘러나왔다. 정부는 DTI 완화를 통해 내수를 진작시킨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가계부채 1000조 시대임에도 '빚으로 빚을 해결하려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21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각 부처 장관과 10시간 가까운 마라톤 회의를 통해 DTI 기본 틀은 유지하되 주택거래와 소비촉진을 위해 실수요자의 특성에 맞춰 불합리한 부분을 보완하기로 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고액자산가와 은퇴자의 재산에 따른 DTI 차등 적용, 무주택자 미래소득 증가분 인정, 대출 승계에 따른 DTI 예외적용 등을 검토중이다.

김대기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은 "DTI 규제는 기본 틀을 유지하되 실수요자 특성에 맞춰 완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완화 방향을 설명했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도 "정부는 가계부채 문제를 여전히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지역에 따라 정해진) 비율은 그대로 두고 소득 위주로 운영되는 부분을 합리적으로 보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리하면 대출자 상환능력보다 더 많은 대출을 해주겠다는 게 아니라 대출자 특성, 즉 자산 규모, 앞으로 연봉 인상치 등에 맞춰 유연성을 두겠다는 게 이번 DTI 완화 정책의 의도다.


▲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22일 주택거래 활성화 방안 정부부처 합동브리핑에서 DTI 완화 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빚에 허덕이는 '하우스푸어' 구제해 내수 진작?

현재 청와대, 기획재정부 등에서 나오는 말들을 종합해보면 이번 DTI 완화 정책의 혜택 대상 계층은 소득 4분위(소득 상위 60~80%), 즉 '하우스푸어'다. 전문가들은 저소득층(소득 1~2분위)이 전세금과 생계형 대출 등에 허덕인다면 소득 4분위는 하우스푸어에 해당하는 계층이라고 분석한다.

정부가 4분위 계층을 주요 대상으로 정한 이유는 이들의 높은 소비력이 내수를 진작시키는 역할을 해야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그 이유를 이들이주택담보대출에 허덕이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이들의 빚을 해결하기 위해 잠재 구매층 대상으로 DTI 규제를 완화해 이들의 집, 즉 하우스푸어의 집을 구매하도록 하겠다는 거다.

정부는 현재 서울 50%, 수도권 60%인 DTI 규제 비율은 그대로 유지할 계획이다. 다만 집을 살 수 있는 잠재 구매층을 대상으로 DTI 규제 비율을 조정할 방침이다. 정부가 생각하는 잠재 구매층은 젊은 직장인, 자산이 많은 은퇴자 등이다.

기존 DTI 산정방식은 현재의 소득만을 기준으로 한다. 소득이 낮을 경우, 그에 맞춰 대출 비율도 낮아진다. 정부는 이것이 문제라고 생각하고 앞으로 소득이 늘어날 게 확실한 젊은 직장인에게 더 많은 돈을 빌릴 수 있도록 해 주택 구매 의욕을 독려하겠다는 생각이다. 자산이 많은 은퇴자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되면 부동산 거래가 활성화되고, 자연히 집을 팔고 싶어도 거래가 끊겨 팔지 못해 부채에 허덕이던 하우스푸어도 숨통이 트일 거라고 정부는 판단한다. 자연히 부채의 늪에서 벗어난 중·상층급, 즉 4분위 계층의 소비구매력은 늘어나고 그에 따라 내수가 살아날 거라 예상한다.

그간 건설업계와 부동산 업계에서는 DTI 규제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했고, 자연히 내수도 죽고 있다며 해제를 요구했다. 집값이 상승한다는 기대가 있어야 전세를 사는 주택 잠재 구매층이 자가(自家)로 갈아타지만, 집값이 내리고 있는 이상, 이들이 집을 사긴 요원하다는 것. 이에 집을 사도록 일종의 계기를 마련해줘야 하는데, 그것이 부동산 업계에선 DTI 규제 완화였다.

규제 풀어도 집 사는 게 아니라 생계비로 사용될 우려 커

그간 정부가 DTI 규제 완화를 미뤄왔던 건 1000조에 육박하는 가계부채 때문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잠재 구매층을 대상으로 제한적으로 DTI가 완화되기 때문에 가계부채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반대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부동산 가격이 장기 내림세로 돌입한 마당에 부채 한도를 늘려준다고 누가 집을 사겠느냐는 지적이다. 되레 가계부채가 더욱 늘어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가계부채 1000조 원 중 약 400조 원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 비용에서 약 48%는 주택을 사느라 대출받은 게 아니라 기존 집을 담보로 대출받아 생활비로 사용하는 금액이다. 이 비율은 경기 불황기를 맞아 지속해서 늘어나는 추세다.

게다가 부동산 시장은 장기 유로존 위기 등 해외 악재와 맞물려 장기 침체기로 접어들고 있다. 가격은 계속 내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런 상황에서는 대출 비율을 높여봤자 대출금은 다시 생계비로 쓰일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그나마 부동산 거래가 활성화된다 해도 강남 지역 등 버블세븐 지역에 국한될 거라는 게 전문가 분석이다. 고종완 RE Member 대표는 "지금 상황에서 DTI가 해제될 경우, 풀린 돈이 갈 곳은 안전한 강남 부동산"이라며 "유럽 위기로 금융도 불안하고 주식도 불안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토지정의도 23일 보도자료를 내고 "거품이 끼었던 부동산가격이 바닥을 쳤다는 시그널이 시장에 인식되지 않는 이상 상식적인 실수요자들은 빚을 내 부동산을 사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고액자산가들에게 DTI 규제를 완화해준다면 빚을 늘려 국지적으로 부동산가격이 상승하는 지역의 부동산을 살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토지정의는 "이런 사람들이 과연 정부가 말하는 '실수요자'인지 의문"이라며 "지금의 부동산 시장 상황에서는 DTI 규제를 완화하더라도 부동산 시장의 경기 부양에는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 강남에 위치한 아파트들. ⓒ연합뉴스

"정부는 집값 안정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가 '굳이' DTI 규제 완화 정책을 펼치는 이유는 꽁꽁 얼어 있는 내수 시장을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통해 해결해보겠다는 의지 때문이다.

하지만 현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경제 측면에서만 보는 게 문제라고 시민단체는 지적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23일 보도자료를 내고 "현재 부동산 가격하락과 시장침체는 그동안 거품이 확대되며 올랐던 가격이 조정을 받아 정상화되는 과정"이라며 "이에 급격한 시장침체를 막기 위한 공공주택 확대 등 연착륙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하지만 정부는 집값 안정의 근간을 흔들고 다시 투기와 거품을 확대해 부동산 시장을 인위적으로 부양시켜 건설업자와 은행만 배를 불리는 DTI 규제완화를 펼치고 있다"며 "이는 오히려 시장의 불확실성만 높일 뿐"이라고 밝혔다.

토지정의도 "하우스푸어, 가계부채 등의 문제는 부동산을 투자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부동산불패신화의 패러다임이 내재해 있기 때문"이라며 "정부는 더욱 긴 안목으로 부동산에 관한 패러다임의 전환을 모색함으로써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한 초석을 놓은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허환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