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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월 16일 토요일

법원 "쌍용차, 무급 휴직자에게 밀린 임금 지급하라"


이글은 프레시안 2013-02-15일자 기사 '법원 "쌍용차, 무급 휴직자에게 밀린 임금 지급하라"'를 퍼왔습니다.
상여금 제외한 통상임금 127억 원 지급 판결

쌍용자동차 무급 휴직자들이 쌍용차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 청구 소송에서 법원이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15일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13부(박인식 부장판사)는 쌍용차 무급 휴직자 245명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 청구 소송에서 상여금을 제외한 통상임금127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2009년 노사합의서상 무급 휴직자들의 복직 시점은 생산 물량의 증가와 관계없이 그때로부터 1년 후"라며 "쌍용차의 계속된 복직 거부는 위 노사 합의를 위반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쌍용차의 경영 상황, 무급 휴직자의 복직 방안에 관한 조정의 필요성 등을 고려했다"고 밝혀 복직 약속을 미룬 데 대한 사측의 귀책 사유를 제한적으로 인정했다.

이에 따라 쌍용차의 귀책 사유를 전제로 한 임금 청구는 기각하고, 상여금을 제외한 나머지 통상임금에 해당하는 휴업수당 127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무급 휴직자 측 법정대리인인 김차곤 변호사는 (프레시안)과 한 통화에서 "이번 재판의 핵심은 노사 합의 후 1년이 지난 시점에 사측이 무급 휴직자들을 복직시킬 의무가 있느냐를 따지는 것이었다"며 "이에 대해 재판부가 '사측이 복직 의무를 가진다'는 긍정적인 판단을 내렸다"고 평했다.

쌍용차가 내세운 '경영 상황'을 재판부가 고려해줌으로써 사측의 휴직 귀책 사유를 일부 불인정한 데 대해서는 김 변호사는 "납득할 수 없다"며 "항소심에서 다시 다퉈볼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항소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아울러 이번 판결의 효력은 논란이 됐던 '임금 청구 소송 취하 확약서'를 사측에 제출한 무급 휴직자들에게도 미치게 됐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쌍용차는 무급 휴직자 60여 명으로부터 받은 소송 취하 확약서를 변론이 종결된 이후에 재판부에 제출해 증거로 인정받지 못했다. 따라서 확약서를 제출한 60여 명도 현재까진 임금 청구 소송을 취하한 상태가 아니다.

이에 앞서 지난 2009년 쌍용차 노사는 정리해고와 77일 옥쇄파업 끝에 '무급 휴직자 1년 후 복직'을 담은 노사 대타협을 도출했다. 하지만 약속과 달리 사측이 복직을 무기한 연기하자 무급 휴직자 246명(1명 사망)은 2010년 8월부터 복직 시점까지의 임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사측을 상대로 제기했다.

그러다 쌍용차는 지난달 10일 무급 휴직자 455명을 오는 3월 1일자로 전원 복직시킨다는 계획을 발표하며, 휴직자들에게 임금 청구 소송을 취하한다는 내용이 담긴 확약서를 배포해 조건부 복직 논란과 국정조사 회피 꼼수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최하얀 기자

2013년 2월 5일 화요일

쌍용차 무급휴직자들, "공장복귀와 국정조사는 별개"


이글은 레디앙 2013-02-04일자 기사 '쌍용차 무급휴직자들, "공장복귀와 국정조사는 별개"'를 퍼왔습니다.

진보정의당 심상정 의원과 쌍용자동차 휴무(무급)자위원회 김차곤 변호사가 4일 오전 국회 기자회견을 열고 무급휴직자 455명 전원 복직 결정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냈다.
이들은 쌍용자동차측이 지난 1월 10일 오는 3월1일자로 무급휴직자 455명에 대한 전원 공작복귀 실시를 발표했지만 이에 “정치적 거래와 꼼수가 존재한다”고 제기한 것.

심상정 의원과 쌍용차 휴무(무급)자위원회 기자회견(사진=장여진)

이들에 따르면 사측은 복귀 발표를 한지 며칠 지나지 않은 19일 평택공장과 창원공장에서 무급휴직자에게 1월 31일까지 확약서에 서명할 것을 강요했다. 확약서에는 “소송중인 자에게는 소송 취하와 소송을 하지 않는 자에게는 앞으로 민형사상의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을 것”을 강조하며 “확약서에 서명 하지 않을 경우 공장 복귀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협박성 내용도 포함되어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심상정 의원 등은 “휴무(무급)자들의 공장복귀는 너무나 당연한 결정으로 공장 복귀와 소송은 별개의 문제라며 “3년 6개월이라는 고통의 시간을 보낸 휴무자에게 사과와 보상보다는 모든 권리를 포기하는 확약서 서명요구는 가혹한 처사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하며 확약서 서명 철회를 구장했다.
또한 무급휴직자 전원 복귀 발표 이후 국정조사 반대를 위한 여론몰이로 이용하는 것에 대해서도 “쌍용차 정상화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국정조사를 통해 그동안의 시시비비를 말끔하게 정리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라며 국정조사 실시를 촉구하기도 했다.
아울러 휴무(무급)자위원회는 “공장 복귀에 따른 실무협의에 휴무(무급)자들의 의견에 배제되고 있다”며 “임금소송 선고가 예정된 2월 15일까지 서울남부지법 앞에서 1인 시위는 물론 다각도로 우리들의 당당함을 알려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쌍용자동차가 공장 복귀 발표 이후 휴무(무급)자들의 직접적인 입장 발표는 오늘이 처음으로 이들 또한 자신들의 공장 복귀와 국정조사를 맞바꾸는 것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는 점이 밝혀졌다.
이들은 국정조사와 체불임금 소송은 공장복귀는 분명한 별개의 사안임을 강조하며 확약서 서명 폐기, 국정조사 즉각 실시를 촉구했다.

장여진

2013년 1월 11일 금요일

‘죽음의 행렬’ 멈출 첫 단추… 해고자 복직·국정조사 ‘산 넘어 산


이글은 경향신문 2013-01-10일자 기사 '‘죽음의 행렬’ 멈출 첫 단추… 해고자 복직·국정조사 ‘산 넘어 산'을 퍼왔습니다.

ㆍ쌍용차 무급휴직자 455명 전원 복직 의미

2010년 4월 쌍용차 무급휴직자였던 임무창씨의 아내가 아파트에서 스스로 몸을 던져 숨졌다. 10개월 뒤인 지난해 2월, 임씨도 아내의 뒤를 이어 집에서 잠자던 중 돌연 숨졌다. 2009년 8월6일 쌍용차 노사합의안에 적힌 대로 ‘무급휴직자의 1년 뒤 복직’ 약속이 이뤄졌다면 임씨와 아내는 소중한 목숨을 잃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10일 쌍용차와 기업노조가 무급휴직자 455명 전원을 일괄 복직시키기로 합의한 것은 늦었지만, 난마처럼 얽힌 쌍용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 단추를 꿰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 455명의 무급휴직자는 3월1일부터 다시 평택공장으로 돌아가게 됐다. 그러나 송전탑 위에서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3명을 포함한 159명의 해고자, 1904명의 희망퇴직자들은 여전히 공장 밖에 남아 있다. 노사 간 갈등과 과제도 진행형인 셈이다.

이번 무급휴직자 복직은 2009년 8월6일 77일간의 옥쇄파업 끝에 이룬 노사합의에 따른 것이다. 당시 회사는 “무급휴직자는 1년 경과 후 생산물량에 따라 순환근무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며 실질적 방안으로 주간 연속 2교대를 실시한다”고 합의했다. 회사는 그간 경영난을 이유로 합의를 이행하지 않다가 4년째에 실행에 들어갔다.

노동계는 환영하면서도 회사가 해고자 복직을 언급하지 않은 데 대해 “반쪽 조치”라며 우려를 표했다. 무급휴직자 복직 이후 정치권이 추진 중인 쌍용차 국정조사까지 무산될 경우 52일째 송전탑 고공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해고자들의 복직투쟁은 고립될 수도 있다. 당초 쌍용차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무급휴직자 전원 복직은 2014년 말 이후에 가능할 것이라고 언급해왔다. 불과 몇 개월 후 전원 일괄복직으로 태도를 바꾼 것을 두고 국정조사를 의식한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정우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은“회사가 해고자들 문제를 실질적으로 풀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며 “무급휴직자 복직이 국정조사를 피하기 위한 방편이 돼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무급휴직자 455명의 일괄복직 결정은 쌍용차가 그동안 경영난을 호소해왔지만 실제로는 인력 충원의 여력이 있음을 보여주는 의미도 있다. 노동계와 전문가들은 쌍용차의 생산량이 2009년 정리해고 이전 상태 수준으로 회복됐으며 교대제 개편 등을 통해 추가 고용 여력이 있다고 말한다. 쌍용차는 그동안 생산물량 확보를 통해 현재 1교대제를 2교대제로 바꿔 자리를 늘리겠다고 말해왔다. 

한지원 노동자연구소 연구실장은 “현재 서울남부지법에서 진행 중인 무급휴직자들의 임금청구 소송에서 쌍용차는 평택공장 3라인(카이런·액티온·코란도스포츠·렉스턴 라인)을 2교대제로 개편할 경우 774명의 인력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자료를 스스로 법원에 제출했다”며 “2교대제로 개편한다면 무급휴직자 455명에 더해 해고자 159명의 복직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 실장은 “회사가 대승적 태도로 해고자들에 대한 복직도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 실장은 “3라인의 경우 150%에 달하는 가동률을 보이면서 평일 11시간 이상, 토요일 특근 8시간이 이뤄진다”며 “기존 노동자들이 살인적 강도로 일하는 만큼 교대제 개편을 통해 노동시간을 줄이고 해고자를 복직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교대제를 개편할 경우 정부는 올해부터 1인당 연간 1080만원의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어 정부 지원금도 받을 수 있다. 류씨가 자살을 시도한 2라인(로디우스·체어맨 라인)은 잔업이 없던 상태였다.

마힌드라가 4년간 9000억원을 투자하고 본사 차원의 신규투자를 고려하겠다고 밝힌 것도 해고자 복직 협상엔 숨통을 틔울 수 있다. 한 실장은 “마힌드라는 지금까지 1원도 신규투자하지 않았다”며 “마힌드라가 신규투자를 한다면 쌍용차의 경영여건이 개선돼 추가 고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쌍용차가 해고자 복직엔 선을 그으면서 노사 협상도 험로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종탁 산업노동정책연구소 부소장은 “기업이 잘돼서 재고용한다면 가장 좋은 일이지만 그동안 노동자들이 전담해왔던 고통을 나누는 대승적 자세들이 필요하다”며 “정부 지원 등 제도적 도움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쌍용차 무급휴직자 전원복직 국정조사 회피하려는 꼼수 의혹


이글은 레디앙 2013-01-10일자 기사 '쌍용차 무급휴직자 전원복직 국정조사 회피하려는 꼼수 의혹'을 퍼왔습니다.

쌍용자동차가 무급휴직자 455명 전원에 대해 복직을 추진하기로 했다. 오는 3월 1일부로 전원복직 인사 발령을 냈다.
쌍용차 노사는 10일 평택공장에서 이유일 대표이사와 김규한 쌍용자동차 기업노조 위원장이 무급휴직자 복직안에 합의했다.
하지만 정리해고자와 희망퇴직자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쌍용자동차 국정조사가 가시화되자 그를 회피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사측은 이번에 무급휴직자 전원에 대해 합의한 기업노조가 아닌, 정리해고자 등으로 이루어진 민주노총 쌍용자동차 지부와는 그 어떤 교섭도 없었다. 문기주 해고자는 기업노조와 사측의 교섭결과에 대해 트윗터를 통해 “국정조사를 흐리게 하려는 의도인 것 같다”고 제기했다.

작년 6월 무급휴직자들의 기자회견(사진=심상정의원실)

또한 당초 쌍용차 사측은 한상균 지부장 시절에 합의했던 무급휴직자 복직에 대해 그 시기를 한참이나 지난 4년만에 이행한 것으로 미루고 미루던 무급휴직자의 전원 복직을 국정조사와 맞바꾸려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특히 쌍용자동차노조의 김규한 위원장은 이번 전원복직과 관련해 “쌍용자동차 전체 노동자들의 내부적 동의가 전제되어야 하고, 또한 M&M(인도 마힌드라 그룹)의 실질적 투자가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필요했다. 이제는 사회적 약속을 노사가 실천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합의를 이끌어 냈다”라며 “정치권에서 주장하는 문제도 노사 의견을 배제한 채 진행된다면 또 다른 내부의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고 말해 국정조사에 대한 반대 의견을 피력해 의혹은 더욱 커지고 있다.


쌍용차 기업노조와 사측의 이같은 합의에 대해 쌍용차지부 이창근 기획실장은 “진작에 지켜져야 할 약속이 매우 늦게 이행되는 것은 유감이지만, 무급휴직자들에게 숨통을 틔워줬다는 것에 전적으로 환영한다”면서도 “다만 국정조사 임박 시점에 나온 것이라 싸용자동차 진실규명과 해고자 문제를 분리하려는 정치적 목적이 있어보인다”고 지적했다

장여진

2012년 7월 8일 일요일

공병 줍는 무급자


이글은 한겨레21-07-09일자 제918호 기사 ' 공병 줍는 무급자'를 퍼왔습니다.
[이창근의 해고 일기] 공병 줍는 일로 생계 잇다 젊은이에게 밀리는 쌍용차 무급휴직자 무급자와 대화도 없이 ‘지원안’ 내고 생색내는 회사, 어용노조

» 쌍용차에서 정리해고당하거나 무급휴직 조처된 노동자들이 생계를 위해 카센터에서 일하고 있다. 461명 무급휴직자의 ‘알바’ 생활이 어느덧 3년이 되었다. 정용일 기자

아침에 일어난 정씨는 어깨가 결렸다. 무릎과 허리는 욱신욱신했다. 그저께 유리에 벤 손가락엔 아직 반창고가 덜렁덜렁 붙어 있다. 한 달째 고물상 일을 하는데도 일이 손에 익지 않는다. ‘그래도 출근할 수 있는 게 어디냐’며 끙 소리 한 번 내고 오늘도 일어선다. 고물상 일은 생각보다 출근을 서두르지 않아 좋다. 새벽 인력시장은 얼마나 일찍 나갔던가. 한겨울 쨍한 새벽 공기 속에서 오돌오돌 떨며 조금만 더 늦게 출근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던 때보다 지금은 얼마나 호강에 겨운가. 긴 줄로 늘어선 인부 사이에서 젊은 축에 껴 간택받아 올라탄 봉고차에서의 단잠은 꿀맛이었다.

뺑뺑이 일감, 고립된 나날

고물상 일은 아침 8시에서 오후 5시까지 했다. 공병을 분리하는 게 주로 하는 일이다. 먼저 부대에 담긴 소주병, 음료수병, 맥주병 등 다양한 병들을 한곳에 쏟아붓는다. 그다음 산을 이룬 공병을 종류별로 하나둘 박스에 담는다. 공병에 담배꽁초가 들어 있거나 휴지가 박혀 있는 녀석을 보면 예전 회식 자리가 떠오른다. 재떨이가 있음에도 빈 병에 재를 떨었던 기억과 함께 소주잔을 기울였던 동료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담배꽁초와 휴지가 박힌 병은 따로 취급했다. 공병 세계지만 여기에도 급이 있었다.
쓰레기 더미처럼 쌓인 공병이 내 신세와 꼭 닮았다는 생각을 할 때쯤 또 한 무리의 공병이 사정없이 쏟아진다. 하루 종일 공병들 속에 파묻혀 분리 작업을 하고 나면 시계는 오후 5시를 가리킨다. 집으로 돌아가야 하지만, 해가 중천에 걸려 있어 그냥 집으로 들어가기엔 좀 머쓱한 시간이기도 하다. 소주 생각이 나서라기보다 어둑해지는 밤을 기다려줄 친구가 소주밖에 없어 술집에서 몇 개의 공병을 만든다.
출퇴근길에 지나치게 되는 회사를 볼 때마다 울화통이 터진다. 몇 차례 회사가 보이지 않는 곳을 택해 돌아가기도 했다. 그러나 알량한 자존심은 시간의 흐름과 함께 무력해지고, 언젠가부터는 출퇴근길 경로가 원래의 길로 바뀌어 있었다. 공병을 분리하는 일에 익숙해질 무렵, 6개월 정도가 되자 고물상 일도 더는 못하게 됐다. 젊은 청년들이 그 자리를 치고 들어왔기 때문이다. 새벽 인력시장에서 젊다는 이유로 내가 나이 든 형들을 본의 아니게 밀어냈던 것처럼. 다시 쌍용자동차 무급휴직자 동료들처럼 노가다, 대리운전, 항만 일 등 닥치는 대로 해야만 하는 뺑뺑이 일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날씨는 더웠다. 김씨의 이마에서 흐른 땀이 티셔츠를 흥건하게 적셨다. 쥐어짜면 금방이라도 물이 주르르 흐를 정도로 목에 두른 수건은 완전히 젖어 있어 무겁다. 덤프트럭 운전이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고 다니는 일인 줄 알지만 실은 더위와의 싸움이다. 차에서 오르내리기를 하루에도 수없이 반복하고, 적재물에 언제나 신경이 곤두선다. 고속도로 길 옆에 길게 늘어선 대형 트럭 안에서 잠을 청하던 기사들을 이젠 좀 이해할 것 같다. 쏟아지는 햇살만큼의 고통이 졸음이기 때문이다. 화물차를 ‘달리는 흉기’로 취급하는 일각의 시선은 당사자가 느끼는 공포에 비하면 한가할 정도다. 차량 안쪽 거울에 달린 ‘아빠, 오늘도 무사히’라고 기도하는 소녀의 모습은 ‘오늘도 무사할 수 있을까’란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아내와 아이들과 떨어진 시간이 길어질수록 두려움의 아르피엠(RPM)은 높아만 간다.

회사에 뒤통수 맞은 무급자들

좁은 길에서 차량이 기우뚱하기라도 하면 소스라치게 아찔한 나머지 식은땀 위에 식은땀을 쌓는다. 운전한 지 1년 가까이 다돼가지만 신경은 더 예민해지고 살은 더 빠졌다. 김씨는 원래 주방장 일을 했다. 서울의 유명 호텔 한식 조리부에 있었는데, 좀더 안정적일 것 같아 이 회사에 들어왔다. 그러나 지금 생활은 생각했던 평범한 일상에서 많이 떨어진 듯한 느낌이다. 가뭄으로 강바닥이 말라 갈라지는 뉴스를 보며 통장 잔고가 바닥나는 것이 떠오른다. 더 열심히, 더 악착같이 살았는데 평수 작은 곳으로 이사는 계속되고 있다. 쌍용차라는 회사가 지금이라도 불러준다면 들어갈까도 고민이지만 하던 일도 있고, 예전 동료들과의 관계로 돌아갈 자신이 없다. 그래서 요즘 운전대를 잡으면 딴생각을 자주 한다. 마주 달려오는 트럭의 경적과 헤드라이트 불빛에 깜짝 놀라 운전대를 다시 잡는 경우가 부쩍 많아진다.
지난 6월13일 회사는 3년 전의 약속을 지킨다는 언론 플레이를 시작했다. 쌍용차 노사가 무급휴직자에 대한 지원 방안을 합의했다는 보도였다. 기업노조(어용노조)와 회사가 마련한 이 방안을 접한 무급휴직자(1년 뒤 복직 약속을 받은 461명)의 첫 반응은 뒤통수를 맞은 얼떨떨함이었다. 쌍용차 회사가 말하는 무급휴직자 지원 방안은 자녀 학자금 지원과 명절 선물 지급, 회사 주식 150주 지급, 협력업체 취업 적극 알선이 핵심 내용이다. 무급휴직자는 엄연히 조합원 신분이다. 따라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뒤늦게 한 것뿐인데 마치 새로운 것인 양 호들갑을 떤다.
당장 쌍용차 무급자 위원회는 성명서를 통해 “무급휴직자는 사 측과 공장 복직을 위한 단 한 번의 협의나 대화도 없었다. 합의 주체, 당사자가 빠진 실체 없는 합의는 인정할 수 없고 당장 폐기할 것을 촉구한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22명의 노동자와 그 가족이 자살하거나 죽어갔다. 회사가 합의서 내용을 지키지 않아 벌어진 일치곤 비극적이다. 회사는 무급자 실태를 조사한 결과 자녀 학자금 지원이 가장 절실한 일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제 대상자는 10여 명에 불과하다. 또한 협력업체에 우선적으로 취업하는 무급휴직자에게 가산점을 부여하겠다고 한다. 노동자를 길들이고 편 가를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말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갈등 해소가 아닌 다시 갈등의 땅굴을 파겠다는 것이다.

회사에 베인 마음은 어떻게 하나

쌍용차 사태가 3년을 넘었다. 지긋지긋한 기간이었고, 치 떨리는 시간이었다. 두려움과 분노의 시간이었다. 회계 조작에 의한 강제적 정리해고로 스물두 개의 세계가 사라진, 이 끔찍한 시대를 상징하는 정치적 사건이었다. 학계, 문화, 종교, 예술, 노동, 학생, 시민 등 다양한 이들이 사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이런 거리와 현장 정치에 놀란 기성 정치권도 뒤늦게 쌍용차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국정 조사와 국회 청문회를 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할머니·할아버지가 하던 공병 줍고 분리하는 일을 쌍용차 무급자와 해고자들이 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이 자리마저 일자리 가뭄에 시달리는 젊은 청년들이 메우고 있다. 공병을 줍다 벤 손가락은 치료할 수 있지만, 3년간 쌍용차 회사로부터 베인 마음은 어떻게 하나. 낯선 운전대를 잡으며 놓지 않았던 공장 복귀의 간절함은 또 어떤가. 쌍용차 파업이 벌써 3년째다. 이제 해결해야 한다. 공병에 어른거리는 노동자들과 운전대를 잡고 땀 흘리는 노동자들을 보며 쌍용차의 찢긴 3년 전 약속이 생각나는 지독히 더운 여름이다.

쌍용자동차 해고자·트위터 @nomadch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