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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월 14일 월요일

박근혜 기초노령연금, 어딘가 허경영스럽다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1-13일자 기사 '박근혜 기초노령연금, 어딘가 허경영스럽다'를 퍼왔습니다.
[홍헌호 칼럼] 국민연금 털어 노령연금 확대? 불가능한 건 불가능하다고 말하자

1. 대선과정에서 여야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기초노령연금 증액을 공약으로 내걸었습니다. 그 명분은 어디에 있었나요?⇨ 우리나라 노인 가구의 빈곤율이 매우 높습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0년 노인 가구의 절대빈곤율은 27%로 전가구의 절대빈곤율 7.1%의 3.8배에 달했습니다. 상대빈곤율도 38.3%로 전가구의 상대빈곤율 12%의 3.2배였습니다. 여기에서 절대빈곤율은 가처분소득이 최저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구의 비율을 말하고, 상대빈곤율은 소득이 중위소득의 50% 미만인 가구가 전체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의미합니다. OECD 35개 회원국과 비교해 보아도 우리나라 노인들의 소득불평등도가 매우 높습니다. OECD에 따르면 2000년대 후반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들의 가처분소득 지니계수는 0.405로 35개 회원국 중에서 멕시코와 칠레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습니다.

2. 박근혜 당선인은 현행 기초노령연금과 상당히 내용이 다른 기초연금을 공약으로 내놓았는데요. 양자는 어떻게 다른가요?⇨ 현재 시행되고 있는 기초노령연금은 65세 이상 노인의 70%에게 지급됩니다. 지급액을 보면 올해 독신가구의 경우 월 9만 7천원, 부부가구의 경우 월 15만 1천원이 지급됩니다. 재원은 모두 정부와 지자체가 부담합니다. 반면 박근혜 당선인의 기초연금 공약은 수혜대상을 65세 이상 전체 노인에게 확대하고 지원금도 월 20만원으로 늘리는 것입니다. 또 재원의 70%를 정부와 지자체 재정으로 충당하고, 30%는 국민연금 기금으로 충당한다는 것입니다.

3. 65세 이상 전체 노인에게 월 20만원씩 기초연금을 지급하려면 어느 정도의 재원이 필요한가요?⇨ 보건사회연구원은 2014년에 7조 원, 2015년에 12조 원 이상이 추가로 소요될 것이라 추정하고 있습니다.   

65세 이상 노인들의 절대빈곤율과 상대빈곤율. 보건복지부 빈곤통계연보(2011)

4. 박근혜 당선인의 기초연금 공약을 원안 그대로 시행하려면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국민연금 부담은 어느 정도로 늘어나나요?  ⇨ 박근혜 당선인의 기초연금 재원조달방안을 보면 재원 중 30%는 국민연금이, 52.15%는 중앙정부가, 17.85%는 지자체가 부담하게 되어 있습니다. 2015년 기준으로 본다면 추가재원 12조 원 중 3조 6000억원은 국민연금이, 6조 2580억 원은 중앙정부가, 2조 1420억 원은 지자체가 부담하게 됩니다.

5. 기초연금은 2007년에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이 주장한 바 있는데요. 그때도 막대한 재원 때문에 논란이 많았지요?⇨ 2007년 한나라당에 이 제도를 제안한 학자들의 보고서를 보면 기초연금제 시행으로 돈이 매우 많이 들어간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막대한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서부가가치세를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 사람들도 부가가치세 증세에 대해서는 언급을 자제하고 있는데요. 그것은 박 당선인이 “증세 없이 복지를 하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을 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박근혜 당선인 참모들은 다른 방도를 찾을 수밖에 없었는데요. 그 방도는 국민연금 기금을 끌어다 쓴다는 것입니다.

65세 이상 노인들의 가처분소득 지니계수 국제비교. OECD.

6. 박근혜 당선인의 기초연금 공약은 그것을 국민연금과 유기적으로 결합한다는 것인데요, 그렇게 되면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도 낮아질 것이라구요?⇨ 올해 국민연금 보험금은 소득 대비 47.5% 수준에서 지급될 예정입니다. 이것은 관련 법에 따라 해마다 0.5% 포인트씩 낮아져 2028년에 40%(그 이후에는 40%)가 됩니다. 그러나 기초연금이 국민연금과 결합될 경우, 소득대체율은 47.5%에서 10포인트 낮은 37.5%가 되고, 대신 국민연금 가입자 평균소득의 10%(20만 원 수준)를 기초연금으로 받게 됩니다.     

7. 인수위에서는 소득대체율이 낮아지더라도 국민연금 가입자들이 연금을 덜 받는 일은 없을 거라고 하는데요?⇨ 인수위는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이 47.5%에서 37.5%로 낮아진다 하더라도 국민연금 가입자 평균소득의 10%를 기초연금으로 받기 때문에 연금을 덜 받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설득력이 없습니다. 그들의 주장과 달리 박근혜 당선인의 기초연금 공약이 원안 그대로 시행되면 중상위 계층과 후세대에게는 명백하게 손해가 발생합니다. 먼저 중상위 계층을 보면 기초연금이 소득대체율 감소분보다 적기 때문에 손해가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국민연금 불입 당시 소득이 300만 원인 사람의 경우 향후 기초연금을 20만 원 받게 되지만, 소득대체율이 10% 포인트 줄어들면 국민연금 지급액이 30만 원 줄어들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10만원 손해를 봅니다. 또 기초연금은 국민연금 미가입자나 국민연금을 단기간 불입한 사람을 주요 수혜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국민연금을 장기간 불입한 사람이나 세대, 즉 청년 세대가 상대적으로 손해를 많이 보게 됩니다.

서울 영등포의 한 철재공장 밀집지역에서 한 노인이 수레를 끌고 가고 있다. ©연합뉴스

8. 기초연금 재원이 정부(지자체 포함) 재원과 소득대체율 감축으로 모두 충당된다면 세대간 갈등은 피할 수 있지 않을까요?  ⇨ 박근혜 당선인의 기초연금 공약이 기금의 재정을 추가로 악화시키지 않는다면 세대간 갈등은 피할 수 있을 것입니다. 즉 현재 시점의 65세 이상 기초연금 재원 을 현재 시점의 65세 이상의 국민연금 수혜액 감축과 정부의 추가재원으로 충분히 충당할 수 있다면 계층간 갈등은 있어도 세대간 갈등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비현실적인 가정을 전제로 한 것입니다. 현실 속으로 들어가 보면 그런 가정은 전혀 실현될 수 없기 때문에 박근혜 당선인의 기초연금 공약을 원안 그대로 실천하면 국민연금의 재정 악화는 피할 수 없을 것이고 세대간 갈등도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9. 이 문제를 지혜롭게 해결할 방도는 없나요?⇨ 두 가지 대안이 모색될 수 있습니다. 첫번째 대안은 기초연금 재원을 100% 정부 재원으로 하는 겁니다. 이 대안의 장점은 세대간 갈등을 피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러나 정부가 기초연금만을 위해서 12조 원을 추가로 조달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현실성 있는 대안이라 보기 어렵습니다. 두번 째 대안은 정부 재원을 점진적으로 늘리고 동시에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약간 낮춰 국민연금 재정을 악화시키지 않는 한도에서 기초연금을 늘리는 것입니다. 이 대안의 장점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노인층 내부의 소득재분배를 확대한다는 점, 첫 번째 대안보다 기초연금이 더 빠르게 늘어난다는 점, 세대갈등을 피할 수 있다는 점이 그것입니다. 그러나 이 대안도 여전히 기초연금의 인상속도가 느리고, 고령층 내 계층갈등을 유발한다는 약점이 있습니다.  

10. 어떤 대안을 모색하더라도 현재의 시점에서 계층간 갈등과 세대간 갈등을 수반하지 않고 박근혜 당선인의 기초연금 공약을 실천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 아닌가요?⇨ 불가능합니다. 기초연금은 그 자체로는 매우 좋은 제도입니다. 따라서 점진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박근혜 당선인의 임기 내에 그것을 2배로 올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최근 언론 보도를 보면 박근혜 당선인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을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보건복지부를 강하게 질타했다고 합니다.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부처를 강하게 질타한다고 해서 애초에 불가능한 공약이 가능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공약을 억지로 실천하겠다고 무리를 하는 것보다는 목표를 낮추고 현실가능한 대안을 찾는 것이 더 현명합니다.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소장 | balance1202@naver.com

2012년 10월 26일 금요일

이명박 주연, 정동영 조연, 허경영 카메오


이글은 시사IN 2012-10-26일자 기사 '이명박 주연, 정동영 조연, 허경영 카메오'를 퍼왔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주연과 조연으로 출연하는 다큐멘터리 두 편이 개봉된다. 은 이 대통령의 과거를 비추며 헛웃음을 터뜨리게 만든다. (맥코리아)는 맥쿼리의 민자 사업을 고발한다.

주연과 조연의 차이, 확실히 분량에 있었다. 주인공은 러닝타임 내내 화면에 등장하지만 조연은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등장한다. 황상민 연세대 교수(심리학과)의 말대로 선거를 일종의 오디션으로 해석하자면 지난 대선, 17대 ‘대국민 오디션’의 주인공은 이명박 대통령이었다. 그가 모처럼 ‘스크린 나들이’를 통해 관객과 만난다. 10월18일 개봉하는 영화 (MB의 추억)과 (맥코리아)에서 각각 주연과 조연으로 등장한다.


[MB의 추억]의 한 장면. 김재환 감독은 이명박 대통령의 후보 시절부터 그를 영상에 담았다.

이명박 주연, 정동영 조연, 허경영 카메오

(MB의 추억)의 러닝타임은 65분이다. 장편영화치고는 짧은 분량이지만 김재환 감독은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한 사람의 얼굴을 계속 보는 게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감독의 배려는 곳곳에서 느껴진다. 정동영·이회창이 조연, 김제동이 특별출연, 허경영이 카메오로 나온다. ‘MB의 관점에서 유권자를 바라보는’ (MB의 추억)은 ‘우리(유권자)의 추억’이기도 하다. 임기 5년차, 화면 속의 그는 벌써 ‘추억의 인사’가 되어 있었다. 

지상파 맛집 소개 프로그램의 허울을 폭로했던 영화 (트루맛쇼)에 이어 두 번째 작품을 만든 김 감독은 현직 대통령이 임기 중일 때 그에 대한 영화를 상영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러지 않고서야 다음 선거도 달라질 바 없다고 여긴 것. 그래서 2007년 이명박 대통령의 후보 시절부터 그를 영상에 담았다. 지금보다 5년 젊은 이 대통령은 화면에서 연신 웃는다. 그가 연단에서 외치던 말. “서민을 위한다고 했던 정부가 과연 무엇을 했는가?” “국민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알아야 하는데, 국민을 마음대로 하는 건 줄 안다.” 2007년의 그가 지금의 그에게 묻는다. 

[MB의 추억]의 포스터.

초반부는 주로 먹는 장면이다. 친서민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시장을 다니며 경제를 살리겠다고 장담하던 시절이다. 호기롭게 ‘국수 한 그릇 더’를 외치는 이 후보 너머, ‘음식 남기는 법이 없는 그의 인생철학’을 촌평하는 유인촌 전 장관도 등장한다. 욕쟁이 할머니가 국밥을 말아주는 장면이 담긴 그의 홍보 영상(‘이명박은 배고픕니다’)에 나오는 할머니가 연기 지도를 받는 장면도 나온다. 

지난 영상을 ‘보여주기’만 했을 뿐인데, 관객석에서 자주 웃음이 나왔다. 처음엔 다큐멘터리를 구상했는데 5년이 지나니 코미디가 되었다고 한다. 그 사이 4대강 사업, 반값 등록금, 촛불시위가 있었다. 김 감독은 지난해 여름 편집을 시작할 때만 해도 이 정도면 관객이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난 4월부터 급격히 레임덕이 진행됐고 그 사이 (나는 꼼수다)(나꼼수) 등 ‘센 풍자’가 많아졌다. 무엇보다 골치 아픈 건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등 측근의 구속이나 검찰 수사. 영화에 반영해야 할지 말지 고민이었다. 이 다큐는 지난 4월 전주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였는데, 이후에도 많이 달라졌다. 

MB에게 모욕감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영화가 아니다. 조롱을 더 얹는다고 의미가 있는 것 같지도 않다고 김 감독은 말한다. 그보다 그는 선례를 남기고 싶었다. 누군가 당신이 한 말을 꼼꼼하게 기록하고 있다는 걸 다음 후보에게 경고하는 의미다. 5년 뒤에는 ‘찰스의 추억, 근혜의 추억, 달(moon)의 추억’ 중 하나가 될 수도 있다. 

주연배우의 무대 인사는 지금껏, 그리고 앞으로도 요원한 일이다. 유인촌 전 장관에게 내레이션을 부탁하고 싶었지만 포기했다. (MB의 추억)은 (트루맛쇼)의 연장선이다. (트루맛쇼)가 왜곡된 맛집 소개 실태를 통해 방송의 이면을 보여줬듯이, 뉴스나 대선 중계를 통해서만 정치인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전혀 다른 정보를 주고 싶었다고 한다.  

[맥코리아]의 한 장면. 맥쿼리가 국가 기간산업을 운영하는 데 따른 복잡한 문제들을 직접적이고 쉽게 보여준다.

주연 맥쿼리, 조연 이명박·이지형

(맥코리아)는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맥쿼리)에 대한 고발을 담고 있다. 사실 새로운 내용은 없다. 그간 보도를 통해 ‘나온’ 이야기이다. 이 영화의 미덕은 새로움이 아니라 관객에게 복잡한 사안을 단선적이고 직접적으로 보여준다는 데 있다. 가령 김형렬 감독은 인천대교·인천공항고속도로·우면산터널·마창대교 등 맥쿼리가 운영하는 전국의 민자 사업 도로를 직접 다니며 요금을 낸다. 몇 개월 단위로 100~300원씩 요금이 인상되는 현장을 다닌다. 고속도로를 사유지라 주장하며 촬영을 제한하는 그들의 모습도 보여준다.

김형렬 감독은 지난 2월 9호선 요금이 50% 인상된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맥쿼리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평소 9호선으로 출퇴근을 하는 처지라 의문이 들었던 것이다. ‘지하철은 공공시설’이라는 상식이 깨지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매년 수천억원의 이자 수익을 내는 자산운용회사 맥쿼리. 그 핵심에 금융투자기업들의 이자놀이가 있다는 걸 깨닫게 됐다. 

[맥코리아]의 포스터.

취재 과정은 거절과 문전박대의 연속이었다. 9호선 계약 당시 서울시의 결재 라인을 만나보기 위해 수십 차례 접촉을 시도했지만 만날 수가 없었다. 서울시의회에서 특별조사위를 열어 이들을 소환한 자리에서야 만날 수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잊을 만하면 화면에 등장한다. 비중 있는 조연인 셈이다. 맥쿼리가 서울시와 체결한 우면산터널 사업권은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일 때 진행됐다. 이 대통령의 조카이자 이상득 전 의원의 아들인 이지형씨가 한때 맥쿼리 IMM 대표이사로 근무했다. 송경순 전 맥쿼리 감독이사는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고편이 공개되자 맥쿼리 측은 김형렬 감독에게 상영금지 가처분 등 법적 소송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법률 조언을 받으면서도 편집하는 동안 심적 부담을 느꼈다. “이제야 민자사업의 ‘민’자를 알았다”라는 그는 2탄을 준비 중이다. 다음 목표는 이지형씨의 말을 직접 듣는 것. 어찌되든 끝까지 지켜보겠다고 한다. 

소설가 공지영씨와 공연기획자 탁현민씨가 내레이션을 재능기부했다. 공지영 작가는 “영화를 보며 한 살 된 조카손녀 생각이 났다. 최소운영수입보장제(예상 수입보다 실제 수입이 낮을 경우 정부가 그 차액을 보장해주는 제도) 때문에 그 아이가 서른 살이 될 때까지 돈을(세금을) 내야 하느냐”라고 되물었다. 현재 맥쿼리가 운영하는 13개 사업장 중 12곳에 최소운영수입보장(MRG) 규정이 적용된다.

임지영 기자  |  toto@sisa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