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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21일 화요일

영훈국제중, 합격자 미리 정해놓고 성적 조작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3-05-21릴자 기사 '영훈국제중, 합격자 미리 정해놓고 성적 조작'을 퍼왔습니다.

20일 오후 서울 강북구 도봉로 영훈국제중학교 입구에서 학생들이 하교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4명 강제전학 시킨뒤 ‘뒷돈’ 받고 채운 의혹도
대원중, 특별전형 탈락자 규정 어기고 일반전형

서울시교육청 감사에서 영훈국제중학교가 특정 학생의 입학을 위해 성적 조작까지 감행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뒷돈 입학’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귀족학교’라는 비난을 받는 국제중에 대한 지정 취소 주장도 수면 위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 영어캠프에서 ‘학생 솎아내기’ 감사 결과를 보면, 영훈국제중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아들이 합격한 비경제적 사회적 배려 대상자(사배자) 전형을 포함한 모든 2013년도 입학 전형에서 성적을 조작한 정황이 드러났다.일반 전형과 비경제적 사배자 전형 지원자의 대다수가 참가하는 2012년 여름 영어캠프는 학교 쪽의 ‘학생 솎아내기 시루’였다. 서울시교육청 감사관실은 학교 쪽이 캠프 참가 학생들의 행동을 관찰한 뒤 ‘태도 불량’, ‘X’ 등으로 표기한 자료를 실제 입학 전형에서 사용한 사실을 확인했다.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경제적 사배자의 경우 입학 전형 시작 전에 입학 자격이 되는지 상담해준다는 명분으로 학부모들을 면담한 뒤 ‘학교 일에 간섭할 것 같은 사람’ 등을 입학 부적격 대상자로 분류해 실제 입학 전형에서 주관적 채점 영역의 점수를 최하점을 주는 방식으로 탈락시켰다.대원국제중의 경우 2010학년도 특별전형에서 탈락해 규정상 일반전형 지원 자격이 없는 학생 20명에게 응시 기회를 주는 방식으로 특정 학생들의 합격을 도왔다. 20명 가운데 5명은 최종 합격했다.



■ 뒷돈 입학 있었나? 서울시교육청은 이번 감사에서 학교 쪽이 학부모에게서 뒷돈을 받았다는 진술이나 증거는 전혀 확보하지 못해 ‘부실 감사’가 아니냐는 비판이 인다.시교육청은 학교 쪽이 어떤 이유로 특정 학생들의 입학을 도왔는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다만 학교 쪽이 “학교 운영에 비협조적일 것 같은 학생들만 부적격 대상으로 내정해 떨어뜨렸을 뿐”이라고 주장하는 데 대해 “입학 부적격 대상자뿐만 아니라 합격시켜야 할 대상자를 사전에 내정하고 이들을 합격시키기 위해서도 성적을 조작한 정황이 있다”고 반박했다.실제로 지난 3월에는 영훈중에 자녀를 입학시킨 한 부모가 입학을 대가로 2000만원을 학교에 줬다고 폭로했고, 대원중에는 1억원을 주고 입학한 학생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조승현 시교육청 감사관은 “감사권이 학부모에겐 미치지 못해 학부모들의 뒷돈 입학 의혹과 관련한 증언을 들을 수 없었다. 2009~2013년 관련 자료를 검찰에 넘겼으니 검찰에서 의혹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태 서울시 교육의원은 “영훈중이 아무 대가 없이 성적을 조작하는 위험한 일을 했을 리 없는데 뒷돈 입학 사실을 전혀 밝혀내지 못했다. 특히 재력가 자녀가 더 많은 대원중에서 입학 비리는 고사하고 성적 조작조차 밝혀내지 못한 것을 보면 제대로 감사를 한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 “설립 취지 망각, 지정 취소해야” 이번에 적발된 국제중의 비리는 성적 조작에 그치지 않는다. 영훈국제중을 운영하는 학교법인 영훈학원의 김하주 이사장은 규정을 어겨가며 학교장 명의의 인감도장 등으로 직접 결제하면서 학교 회계에 부당하게 관여했다. 또 법인이 지급해야 하는 김 이사장의 법인차량 유지비와 학교 증축 경비 등 12억7000만원을 영훈초등학교에 떠넘겼다. 4년간 20건의 학교 공사를 하면서 입찰도 없이 특정 업체와 부당하게 계약을 맺었고, 이 건설업자한테 3억3900만원을 과다하게 지급한 것도 드러났다.또 영훈중은 2010년부터 올해 초까지 학교 선도위원회가 4명의 학생을 강제로 전학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영훈중에 자녀를 입학시켰던 한 학부모는 “학교가 작은 잘못을 저지른 학생을 강제로 전학시킨 뒤에 그 자리를 학교에 수천만원씩 돈을 낸 학생들로 채웠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고 말했다.전교조 서울지부는 20일 오후 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문용린 서울시교육감은 설립 취지를 망각한 국제중 설립을 취소하고 관선 이사를 파견해 일반학교로 전환 작업에 착수하라”고 요구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2012년 1월 27일 금요일

[사설]특례입학 비리는 공정경쟁 해치는 중대범죄다


이글은 경향신문 2012-01-26일자 사설 '[사설]특례입학 비리는 공정경쟁 해치는 중대범죄다'를 퍼왔습니다.
흑인 최초로 미국 국무장관을 지낸 콜린 파월은 “내가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던 것은 ‘어퍼머티브 액션(소수자를 위한 적극적 우대조치)’ 덕분”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 가난한 자메이카 이민자 가정 출신의 파월은 대학에 갈 엄두도 내지 못했지만, 어퍼머티브 액션에 힘입어 뉴욕시립대에 진학할 수 있었다. 그는 이곳에서 학군단(ROTC)에 들어가 군인의 꿈을 키웠고 합참의장을 거쳐 국무장관까지 올랐다.

우리나라 대학이 시행 중인 농어촌 특별전형과 특성화고 특별전형, 저소득층 특별전형 등은 한국형 어퍼머티브 액션이라 할 수 있다. 사회적 약자들에게 고등교육을 받을 기회를 균등하게 제공하고, 이를 통해 계층이동성을 확대해 사회의 역동성을 이끌어내자는 취지에서 도입한 제도이다. 그런데 약자·소수자를 배려하기 위한 제도가 일부 계층의 부정입학 창구로 변질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이 2009~2011학년도 대입 정원외 특별전형(특례입학)을 감사해 부정입학 의혹이 있는 합격생을 900명 가까이 적발한 것이다. 

수백명의 학부모가 도시에 살면서 농어촌 고교에 자녀를 입학시켰는데 이들이 자신들의 주소지로 신고한 곳은 공항 활주로와 창고, 고추밭, 학교 기숙사 등이었다. 일부 고교는 부모가 주소를 거짓으로 이전한 것을 알고도 특별전형 확인서나 추천서를 써주는 등 ‘공모’하기도 했다. 부모의 직장 건강보험료를 근거로 삼는 저소득층 특별전형에선 멀쩡한 자산가의 자녀들이 전형을 통과한 사례가 확인됐다. 부정을 저지른 학부모 중에는 경찰, 군인, 교사 등 공직자들도 다수 포함돼 있다고 한다.

특례입학 부정 의혹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오랫동안 소문이 무성했는데도 대학과 교육당국 모두 나몰라라 해온 것이 사실이다. 이번에 드러난 사례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수 있다. 당국은 차제에 관련자를 엄단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부정이 적발된 학생의 경우 당해 연도 입학을 취소하는 것은 물론 일정기간 대학입시 응시를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관련 대학에 대해서도 관계자들이 사전에 부정 사실을 알았는지 조사한 뒤, 적발된 합격자 수만큼 신입생을 뽑지 못하게 하는 등 제재를 가해야 한다. 특히 감사 대상 수십 곳 가운데 가장 많은 사례가 적발된 특정 사립대의 경우 철저한 조사가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본다. 부정을 알고서도 눈감아준 고교 역시 불이익을 줘야 할 것이다. 국민적 관심사인 대학입시에서 비리 가능성을 근절하지 않는 한 누구도 ‘공정한 사회’를 말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