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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10일 수요일

국토교통부의 제2공사 추진 절망의 종착역 향하는 급행열차


이글은 레디앙 2013-04=-10일자 기사 '국토교통부의 제2공사 추진 절망의 종착역 향하는 급행열차'를 퍼왔습니다.

국토부, 철도 민영화 광적인 집착...제2공사라는 우회로로 추진


한국철도에 운명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4일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5월까지 민관합동방식, 제2공사 설립 등의 대안을 통해 합리적 경쟁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가 밝힌 대로라면 그동안 사회적 논란이 되었던 수서 발 KTX개통에 따른 경쟁체제 도입 문제가 한 두 달 안에 결정나게 된다.
철도산업과 같은 사회적 인프라 시스템은 사업이 한 번 결정되고 진행되면 웬만해서는 되돌리기 힘든 비가역성이 큰 영역이다. 때문에 사회적 합의와 지혜를 모아야 추진과정에서의 오류와 문제점들을 최소화 할 수 있다.

철도 민영화에 대한 국토부의 광적인 집착

그러나 국토교통부가 추진하겠다는 철도 정책은 지난해 이명박 정권이 추진했던 철도정책의 출발점과 하나도 다를 바 없이 간판만 민영화에서 제2공사로 바꿔 달았다.
새 정권이 진심으로 국민과 소통하고 국민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지난 정권이 추진했던 수서발 KTX 민간경쟁체제 도입 문제가 왜 사회적 논란에 휩싸이고 시민사회나 전문가를 포함한 다수의 국민들이 정부의 정책에 반대했는지 진지하게 살펴야 하는 게 먼저 할 일이다.
철도정책을 바꾸겠다고 천명했던 새 정권은 지난 정권에서 철도민영화를 밀어붙였던 담당자들이 만든 안을 기초로 철도의 미래를 설계하고 있다. 오판과 졸속으로 추진됐던 정책의 당사자들이 철도개혁이란 수술실에 들어가는 끔직한 모습이 시연되려 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KTX 민영화나 제2공사를 이야기 하는 것의 뿌리는 현재 한국철도의 낙후성과 비효율의 원인이 독점에 있다는 진단 때문이다. 당연히 독점의 문제를 해소하려면 경쟁을 도입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민간이 효율적이니 민간 경쟁체제 즉 민영화가 최선의 대안 이라는게 국토교통부의 일관된 주장이었다.

ktx민영화 반대 서명의 모습(사진=레프트21)



그러나 민영화에 대한 반대 여론이 예상외로 높게 나타나자 민영화로 가기위한 우회로를 설정하는데 그것이 바로 제2공사 안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대통령 업무보고 과정에서 민관합동방식이라는 안을 살짝 끼워놓은 것은 국토교통부 안에 집요할 정도로 철도 민영화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세력들이 건재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그렇다면 한국철도는 독점에 따른 근본적 문제 때문에 엄청난 적자를 양산하는 비효율 집단인가?
현재 한국철도가 안고 있는 문제는 정부의 주장과 달리 독점에서 기인하지 않는다. 정부가 철도의 문제를 독점으로 진단하고 대책을 세우는 것을 바꾸지 않는 한 철도 정책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질 수밖에 없다.

한국 철도의 첫 출발은

한국철도는 시작부터 눈물의 역사로 시작됐다. 최초의 근대적 육상 교통수단으로 등장한 철도는 나라의 균형적인 발전과 미래지향적 전망을 갖고 출발한 게 아니었다.
일본 제국주의의 동아시아 진출을 위한 도구로, 지하나 삼림자원의 수탈을 목적으로 자리 잡은 한국철도망은 식민지 백성의 한을 짊어진 채 건설되고 운영됐다. 일본이 물러가고 맞은 해방의 기쁨도 잠시였다. 분단에 이은 한국전쟁은 철도망을 황폐화 시켰다. 전쟁이 끝난 뒤에도 먹을 것조차 없어 굶주리는 상황에서 철도에 투자할 여력이 없었다.
변변한 사회기반시설이 없는 가난한 나라 한국에서 겨우 명맥을 유지했던 한국 철도지만 유일한 전국적 교통망을 갖고 있었기에 서민들의 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70년대 들어 한국 경제가 기지개를 펴고 새로운 도약을 시작하게 되자 드디어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적극적 투자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철도도 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되었지만 운이 나쁘게도 사회경제적 환경 변화는 철도에 대한 투자를 외면하게 했다. 도로교통이 폭발적으로 확산되고 자동차 산업이 팽창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철도의 수송분담률이 하락했다.
사양산업이라는 낙인이 찍힌 데다 거대 장치산업으로서의 특징을 갖고 있어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는 철도는 국가의 애물단지로 전락해버렸다.
특히 한국에서는 철도 수송분담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했지만 절대적 수송량에서는 선로용량이 70년대에 한계에 다다를 정도로 수요를 감당하지 못했다. 80년대에는 한국의 경제적 상황과 미래의 성장 동력을 위해서도 철도망의 확충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고 심각한 선로용량 부족을 보이고 있는 경부선의 복복선건설이나 고속신선 건설의 대안이 제기되었다.
노태우 정권의 선거공약으로 시작된 경부고속전철 사업이 온갖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2004년 비로소 한국은 고속철도 운행을 시작하여 철도사의 새장을 열게 된다.
그러나 이렇게 개통된 고속철도도 얼마 안가 용량한계에 다다르게 되었다.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이용객이 전체 철도 이용객의 70%에 육박하는 특성과 서울의 시종착역인 서울역과 용산역으로 거의 모든 노선의 열차가 집중되는 한국철도망의 구조적인 문제가 철도 부설이후 100년이 넘도록 국가의 철도망에 자기 완결적 구조를 완성하지 못하게 했다.
수서발 KTX는 한국 철도망이 고질적으로 감수해야 했던 용량부족 문제에서 해방되어 네트워크 산업으로서의 제대로 된 철도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시작점이 된 것이다.
이처럼 한국철도가 그동안 갖고 있던 문제는 독점에 따른 문제가 아니라 철도가 역사적, 사회 경제적 상황에 따른 조건과 환경의 변화에서 찾아야 한다.
특히 철도청 시절부터 현재의 코레일은 철도운영이라는 현장업무 중심의 기관으로 철도 정책이나, 투자, 경영의 문제는 정부의 일관된 지시와 지침을 따랐던 것으로 부실의 책임이 있다면 운영기관보다는 정부 철도정책의 무능함을 먼저 따져야 한다.

눈덩이처럼 커진 고속철도 건설비용, 그 책임은 누가?

국토교통부는 코레일의 비효율을 질타하면서 고속전철건설 부채도 제대로 갚지 못한다고 으름장을 놓는데 이 고속전철건설비용도 정부의 졸속정책과 정치논리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철도공사와 시설공단의 경영에 상당한 부담을 주고 있다.
1987년 정부가 발표한 경부고속전철 예상 건설비는 1조 8775억이었다. 이후 구체적으로 설계가 실시되고 건설이 본격화 되면서 추정된 건설비는 공사기간 6년에 5조원이었다.
그러나 워낙 졸속으로 진행되다 보니 부실공사에 따른 문제, 잦은 설계 변경, 문화재 훼손논란 등으로 공사가 지연됐다. 선거철마다 정치인들이 표를 얻기 위해 지역구의 역사 건설 방식에 대한 공약을 내걸었다가 당선된 뒤 예산부족을 이유로 슬그머니 뒤집는 일들이 되풀이 되면서 공사가 지연되고 공사비는 급증했다.
결국 예상 공사기간의 두 배인 12년이 걸리고 건설비는 추정치의 네 배에 가까운 18조가 소요됐다.
이렇게 엄청난 돈이 들어간 것은 설계에 참여하고 노선 결정에 참여한 사람들의 철도에 대한 무지도 한몫했다. 철도운영기관의 의견을 반영하고 철도에 대한 사회경제적 전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조언을 구했어도 이용자도 없는 곳에 1300억이라는 엄청난 자금을 쏟아 부어 광명역사 같은 건물은 짖지 않았을 것이다.
민간 경쟁체제로 철도경영의 신기원을 열겠다던 인천공항철도도 재벌기업은 손을 털고 매각대금을 챙겨 떠나버렸고 수조에 이르는 적자는 고스란히 코레일에 넘겨졌다.
이렇게 철도운영기관의 경영과는 무관한 거액의 건설부채와 운영부채가 코레일과 시설공단에게 떠 넘겨졌고 이를 근거로 부실과 비효율의 온상이라고 손가락질 하는 것은 정부당국의 잘못을 산하기관에 떠넘기는 파렴치한 짓이다.
철도산업에서 경쟁체제는 유일한 선이라는 절대적 가치를 신봉하는 정책 담당자들에게는 수서발 KTX 개통을 계기로 어떻게든 한국철도의 주 간선 노선에 경쟁체제를 도입해야만 하는 목표가 되었다.
그러나 정부 당국의 생각과 달리 이렇게 가는 순간 비효율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서울이나 용산 발 열차와 수서 발 열차는 경쟁관계가 아니다. 경쟁의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경쟁체제를 도입했는데 그 효과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중복비용으로 인한 손실은 결국 사회가 책임져야 한다.

코레일과 제2공사의 경쟁?….고위직은 낙하산, 싼 요금 열차는 줄고

경쟁을 촉구하고 이를 통한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산업이 있는 반면 경쟁보다는 상호 조화와 보완을 통해 발전할 수 있는 산업이 있다는 것을 국토교통부는 모르고 있다.
또 경쟁을 통한 효율화를 말하는 사람들은 경쟁만 시켜놓으면 얼마든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거라는 믿음을 갖고 있는데 큰 오산이다. 경쟁체제의 그늘은 생각보다 심각하다. 만약 경쟁자체가 높은 효율을 발생시킨다면 무한경쟁 사회로 진화해온 한국 사회는 그 어느 나라보다 풍요롭고 행복한 사회가 되었을 것이다.
코레일과 제2공사가 경쟁하게 되는 순간 경쟁회사간의 수익성 확보 경쟁은 결과적으로 이용객들의 피해로 돌아온다. 수익성 우선 원칙에 따라 코레일은 가격이 싼 일반열차의 운행횟수를 늘리지 않을 것이고 또 일반열차의 시설이나 운행속도 개선 같은 비용이 들어가는 사업은 뒤로 미룰 것이다.
제2공사는 코레일보다 수익성이 높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할 것인데 대표적인 것이 나쁜 일자리 창출이다. 국토교통부가 입만 열면 인건비를 대폭 줄이는 것이 목표라고 말해왔듯 연봉 2천만원 이하의 1년짜리 계약직 채용이나 외주 하청을 통해 수익성을 올릴 것이다. 좋은 일자리 창출을 통한 공기업의 사회적 역할 같은 대통령의 공약은 현장 정책부서의 입장에서는 얼마든지 무시해도 되는 일인가?
더 큰 문제는 두 기업이 경쟁에 지치면 얼마든지 담합을 할 수 있는 구조다. 서로 적당한 선에서 담합해 손쉽게 서민들의 부담을 가중 시킬 수 있다. 정부가 규제할 수 있다고 자신 하지만 통신시장의 예만 보더라도 정부의 규제는 쉽게 무력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국토교통부는 공공연히 수서발 KTX까지 코레일에 맡기면 거대 공기업이 탄생하게 되어 문제가 심각하다고 주장하는데 일반 시민들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겠지만 철도를 아는 사람들이 들으면 국토교통부의 철도정책수준이 얼마나 저열한 지 쉽게 알 수 있게 해준다.
수서 발 KTX라고 해봤자 기존의 고속선에서 분기한 평택에서 수서까지의 짧은 노선이고 이 분기를 통한 선로용량 확대는 그동안 손발이 묶여서 완결적 기능을 못했던 한국철도의 숨통을 트여주는 일이다. 특히 코레일이 담당하고 있는 한국 철도의 영업키로는 3500KM로 이 정도의 철도 연장은 OECD 가맹국이면서 세계 10위권의 경제수준에 이르렀다는 조건에 비추어 볼 때 상당히 협소한 철도노선을 갖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에 비해 열배에 가까운 노선을 보유하고 있는 프랑스나 독일과의 비교는 그렇다 쳐다 6개로 분할된 일본의 여객회사중 하나인 JR동일본도 한국철도의 두 배에 이르는 7000KM의 철도망을 보유하고 있다.
아시아의 빈국 버마(미얀마)도 한국보다 많은 3995KM의 철도망을 갖고 있고 인도네시아는 두 배가 넘는 7985KM 미터의 노선을 갖고 있다. 인구가 한국의 1/4이고 경상도 정도의 국토면적을 갖고 있는 벨기에도 한국과 비슷한 3500KM의 망을 보유하고 있는 실정인데 코레일의 거대 기업화를 우려하는 것은 철도의 실정을 모르는 국민들을 의도적으로 호도하는 것이거나 세계 철도현실을 모르는 우물 안 개구리라는 것을 증명할 뿐이다.
규모의 경제가 작용해 효율성을 올리기 위해서도 철도는 경쟁체제를 도입해 쪼갤 게 아니라 더 많은 노선확장과 기존선 개량으로 네트워크의 완결성을 확보해야 한다.
국토교통부가 밝혔듯이 2015년 수서-평택 노선의 개통을 앞두고 시급히 철도의 올바른 발전 방향을 잡아야 한다.
그러나 전체 고속노선의 일부에 불과한 연결선을 빌미로 제2공사를 만들고 민영화로 나아가고자 하는 전진기지로 삼고자 한다면 박근혜 정권과 국토교통부 철도정책담당자들은 한국철도를 끝내 희망이 없는 깊은 계곡으로 몰아넣게 될 것이다.

By 박흥수  

2013년 3월 14일 목요일

민영화와 경쟁체제가 한국 철도의 미래일 수 없다


이글은 레디앙 2013-03-13일자 기사 '민영화와 경쟁체제가 한국 철도의 미래일 수 없다'를 퍼왔습니다.
[기고] 제3의 길은 없다 - 제2공사 추진은 우회적 민영화

3월 11일 새 정부의 신임 국토교통부 장관이 임명되었다. 이제 철도 정책은 박근혜정부의 몫이 되었다. 이명박 정부의 임기 마지막 해였던 지난 한 해는 수서발 KTX 민영화를 둘러싼 문제로 많은 사회적 갈등을 빚었다.
새로 출범하는 정부는 그동안 추진됐던 철도 정책이 갖는 문제가 무엇인지 심도 있게 분석하고 철도가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야 하는 과제도 안게 되었다. 그러나 새로 임명된 서승환 신임 국토교통부 장관이 청문회 과정에서 밝힌 내용과 이에 따른 언론의 보도내용을 보면 정부가 미래지향적 철도 발전 전망을 갖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은 인사 청문회에서의 KTX 민영화 관련 답변에서 민영화 추진을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동안 철도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고 시민들의 의견을 존중하겠다는 새 정부의 입장으로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이어서 덧붙인 현재의 체제도 문제가 있는 만큼 제3의 길을 추진하겠다는 것은 정부의 철도 정책이 변하지 않았다는 우려를 주기에 충분하다.

철도 경쟁체제의 도입….이게 박근혜 정부의 정책?

일부 언론은 벌써 제2의 철도공사를 통한 경쟁체제 도입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장관이 밝힌 방침은 이명박정부에서 추진했던 철도정책의 연장선에 서있음을 보여준다. 현재의 체제란 철도공사가 철도운영을 독점하고 있는 것을 말하고 철도의 부실이 경쟁의 부재에 있다는 진단에서 시작하는 논리다. 지난 십 수 년 간 철도개혁이란 이름아래 민영화를 추진해왔던 세력들이 일관되게 유지했던 입장이다.
한국철도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더 심각한 일은 정부 정책부서에서 문제의 원인을 진단하는 잣대가 협소하거나 한국철도의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더 나아가서는 철도현실을 왜곡하는 것이 아닌가 할 정도의 아전인수식 진단과 대안으로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키기까지 했다.
지난 시기 이명박 정부가 추진했던 수서발 KTX 민간경쟁체제 도입은 두 가지 측면에서 문제가 있었다.
하나는 이 사회가 지향해야할 가치의 문제로서의 민영화 문제이다. 아무리 시장만능주의가 대세라고 해도 한 사회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 공공부문 갖는 중요성은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사회기반시설인 철도의 공공적 유지는 시장경제의 안정적 유지를 위해서도 또 서민들의 이동권을 보장하는 시민 친화적인 보편적 복지로서도 중요성을 갖는다. 이런 사회적 자산을 일부 재벌과 그들에 투자한 외국 투기자본의 몫으로 넘기는 것은 소수의 이익을 위해 다수를 희생시키는 반사회적 정책이다.
다른 하나는 철도산업의 진정한 발전 전망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대전제에서 출발했다는 점이다.
현재 한국철도의 경영부실이 경쟁의 부재로 인해 발생했다는 잘못된 판단에서 시작하고 있다. 특히 국토교통부에서 일관되게 주장한 “경쟁만이 살길이다”는 것은 그동안 누적돼온 정부의 정책오류까지 교묘하게 철도운영기관에게 떠넘기고 있다.
한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교통시스템은 사회의 변화 과정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1800년대 하루에 340여 편에 달했던 영국 각지로 떠나는 런던 발 우편마차는 철도의 등장으로 소멸해 버린다. 영국 주요 도시의 운하를 이용한 화물 운송도 철도에 밀려 사라졌다. 세계 각국에서 철도가 등장한 이래 철도는 부설된 나라의 가장 중요한 교통수단이 되었고 절대적인 수송 분담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자동차의 등장과 도로교통의 발달은 철도를 한물간 교통수단으로 전락시켰고 나라 전체에 깔린 선로와 역사를 갖고 있는 이 거대한 사회적 장치는 돈 먹는 하마가 되어버렸다.
전 세계적 흐름이었고 한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런 역사적 배경을 무시하고 경쟁을 안 해서 철도가 부실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철도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다는 것을 폭로하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도로 중심으로 교통체제가 전환되는 시점에서는 철도에 경쟁에 경쟁을 더해도 더 큰 손실만 양산할 뿐이다.
사양산업으로 몰려 애물단지가 되는 듯 했던 철도를 기적적으로 환생시킨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철도를 몰락시켰던 도로교통이다.

도로교통의 대안으로 철도교통이 재부상한 것

한 때 선진사회의 상징이었던 도로를 꽉 메운 자동차들은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는 존재로 변했고 그 대안으로 철도를 소환하게 되었다. 특히 유럽에서는 도로교통보다 훨씬 많은 비용을 투자해서 철도의 수송분담률을 높이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KTX가 개통되면서 국내선 항공편이 부진을 면치 못한 이유는 항공사들이 경쟁을 치열하게 하지 않았거나 갑자기 경영이 부실해 진 것이 아니라는 것은 전문가가 아니어도 쉽게 알 수 있다.
국토교통부의 입장을 보도하는 언론에 따르면 수서발 KTX를 제2공사에게 맡기는 것은 한국 공항공사와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예나 서울지하철의 서울 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와 같은 경쟁체제를 말한다고 한다.
이것이 제3의 길이라면 꽉 막힌 길이다. 네트워크와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거점형으로 운영되는 공항시스템을 철도와 비교하는 것은 정책당국의 논리가 얼마나 빈약한지를 증명할 뿐이다.
과거 토지공사와 주택공사는 개혁의 대안으로 통합을 선택했다. 유사기능과 중복기능의 비효율을 통합을 통해서 극복하겠다는게 그 이유다.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는 유사기능과 중복기능이 아니라 동일기능이다. 똑같이 서울에서 지하철을 운영하는 기관이다. 굳이 분할하지 않아도 되고 통합을 통한 시너지 효과가 훨씬 크다는 견해도 전문가들에 의해서 제기된다.
서울의 지하철이 분리되었던 이유는 경제논리가 아니었다. 정치논리와 노조무력화의 한 방편으로 시도된 것으로 당시 강성노조로 이름을 떨쳤던 서울지하철공사노조에 대한 견제책이었다.
더구나 이 두 기관은 경쟁하지 않는다. 요금도 동일하고 서비스 수준도 비슷하며 무엇보다 각 노선은 독자성을 갖고 있어 경쟁이 성립되지 않는다. 수유리에서 과천을 가는 시민은 서울 메트로의 4호선을 타야하고 천호동에서 김포공항을 가는 승객은 도시철도공사의 5호선을 타야한다. 경쟁의 전제인 선택권이 보장되지 않는 사례를 경쟁사례라고 소개하는 것은 국민을 속이는 일이다.
현재 서울지하철의 발전을 고민하는 사람들은 두 서울지하철 운영기관의 통합을 조심스럽게 제안하고 있다. 두 기관으로 나뉘어진 고위 경영진들의 자리가 줄어드는 만큼 비용이 절감되고 현장인력 중심의 운영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2기 지하철인 도시철도 공사의 경우 깊은 지하 심도만을 운행하는 노선이 많아 기관사들이 공황장애를 호소하는 등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양기관의 통합을 통해 순환 근무 시스템을 만든다면 일정부문 해소 될 수 있는 문제다.
제2공사를 설립해 수서발 KTX운영을 맡겨 경쟁을 통한 효율화를 이루겠다는 국토교통부의 입장은 민간경쟁체제에서 앞의 두 글자만 지운 것으로 기본적으로 수서발 KTX가 갖는 여러 가지 특혜의 문제는 해소되지 않고 있다.
경쟁의 최소한의 전제는 공정성이 보장되어야 하는데 전국의 철도 운영을 책임지는 철도공사와 수익성이 보장된 고속철도만 운영하는 제2공사는 애초에 경쟁상대가 되지 않는다. 철도에서 진정한 경쟁이 이루어지려면 똑같은 노선을 하나 더 건설해 두 운영기관의 우열을 가리는 것인데 천문학적인 철도 건설비용을 생각한다면 말도 안되는 발상이다.
제2공사가 철도공사와 공정한 경쟁을 하려면 현재 철도 공사가 운영하고 있는 일반철도의 적자 노선을 똑같이 나누어 운영하거나 적자선만 운영하는 또 다른 공사를 만들어야한다. 철도 네트워크의 특성을 교란시키는 이런 체제가 효율적인 것인가?
제2공사 추진은 국토교통부가 그동안 민간경쟁체제 도입을 주장하면서 입에 침이 마르도록 비판한 비효율적인 공기업을 하나 더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한국도로공사를 효율화 시키겠다며 똑같은 기능을 하는 도로공사 하나를 더 만드는 것과 다르지 않다.
추진과정과 운영과정에서 발생하는 일은 중복투자에 따른 예산낭비, 기관간의 갈등과 책임 떠넘기기 등 무엇 하나 국민들에게 이로울 게 없는 구조다.

수도권집중 여객을 분산시켜야, 철도의 편의성이 증대

정부는 수서발 KTX 노선이 왜 계획되었는지 초심으로 돌아가 되새겨 봐야한다. 한국철도의 비효율을 가중시킨 이유 중의 하나는 수도권 중심의 철도네트워크 때문이다.
KTX 수익의 80%, 수송량의 70%가 수도권 이용객이다. 일본의 여러 고속철도 노선 중의 하나인 도카이도 신간센 노선만 해도 도쿄-나고야-오사카라는 거점 대도시를 운행하면서 각각의 도시들이 품고 있는 일반철도 노선의 이용객들을 흡수하고 있다. 하루 이용객만 해도 40만명이 넘어 한국 고속철도 전체 이용객의 4배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독일의 베를린-프랑크프르트 노선이나 이와 유사한 유럽의 도시 간 고속노선도 적절하게 이용객이 분산되어 있다.

일본 신칸센의 자료사진

그러나 한국철도는 수도권 집중으로 인해 서울-금천구간의 고속선과 일반선이 만나는 지점의 선로 포화상태로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병목구간으로 인해 늘어나는 고속열차의 승객을 감당할 수 없어 통로마다 입석으로 가득 찬 KTX가 달린다.
일반열차를 이용하는 승객들도 대폭 줄어든 일반열차의 운행편수가 불만이다. 또 수도권으로부터 연결되어야 탑승률이 높아지는 호남선, 전라선, 장항선 등의 비수익노선도 선로용량 한계로 열차편수를 늘일 수 없고 이것은 열차이용의 편의성을 떨어뜨려 열차이용을 외면 하게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대안을 찾다가 최종 선택된 방안이 수서-평택간 고속철도 노선을 신설해 체증구간을 우회하여 철도의 선로용량을 대폭 확대하는 안이었다. 서울 동남부와 수도권 동부 지역의 철도이용을 확대하고 서울역으로 집중된 승객을 분산하게 되면 한국철도가 고질적으로 안고 있는 열차좌석공급부족이 상당히 해소되기 때문이다.
결국 수서-평택 노선은 한국의 사회적, 역사적 특성 때문에 기형적으로 발달한 한국철도를 제대로 세우는 일이고 철도네트워크의 자기 완결성을 갖도록 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된다. 수서-평택간 노선으로 선로용량의 여유가 생기면 그동안 답보상태에 빠졌던 일반철도노선의 준고속화 사업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현재 시속140km가 최고인 서울-대전 구간의 새마을호나 무궁화호의 일반열차 운행시간은 1시간 55분 정도 걸리는데 이것을 시속 180km~200km 정도로 올리면 1시간 20분 내외로 운행할 수 있다. 1시간 정도 걸리는 KTX 보다는 느리지만 150~200km 이내의 중단거리 노선은 일반열차를 이용해도 빠르고 쾌적하게 이동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은 KTX의 좌석보유율을 높여 쾌적한 장거리 여행을 보장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소득과 운임수준이 아니라 기능과 용도에 따른 선택 보장해야
한국철도가 낙후된 일반철도와 고급형 고속철도로 분리되고 소득수준에 따른 차별적 열차선택이 아니라 열차의 기능과 용도에 따른 철도 선진국형 이용체제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수 있는 시점이다.
철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부재와 정부의 도로중심 교통정책, 선로용량의 한계로 인한 열차운용의 탄력성을 발휘할 수 없는 문제를 극복하고 이제야 철도운영의 본모습을 찾을 수 있는 단계에 와있다. 식민지 철도로 시작한 한국철도가 비로소 자기 역할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런 시점에서 경쟁체제를 통한 효율화를 명분으로 제2철도공사를 추진하는 것은 한국철도의 앞길에 쐐기를 박는 일이다. 철도공사와 제2철도공사의 경쟁구도는 수익성 높은 고속선을 독점한 제2공사와 철도공사의 무리한 경쟁만을 촉발하게 된다. 철도공사는 현재처럼 고속철도 운영위주의 편성으로 일반열차와 고속열차의 동반성장은 요원하게 된다.


분명히 밝히고 싶은 것은 한국철도의 노선을 제2공사체제로 나누기에는 너무도 협소한 규모라는 사실이다. 철도가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고 네트워크의 유기적 완결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4-5천 키로미터의 운영노선을 가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러나 3500여 키로미터의 영업거리를 가지고 있는 한국철도를 경쟁을 빌미로 잘게 쪼개는 것은 국가의 장기적 발전전망에 비추어 보아도 부적절하다.
특히 제2공사가 문제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정부가 밝히고 있는 미래 철도 정책에 따른 신설 노선들에서 광범위한 민영화를 도입하는 지렛대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향후 5년간 철도에 투자될 예산은 22조원이 투입되었다는 4대강 예산의 두 배가 훨씬 넘는 규모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대비한 강원권 노선을 비롯한 많은 철도노선도 신설될 계획인데 이 노선들에 대한 민간투자사업 도입이나 운영권 임대를 통한 민영화는 진작부터 고려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명박 정권시절 무리하게 추진하다 제동이 걸린 관제권에 대한 회수 시도도 제2공사가 설립되면 공정경쟁을 이유로 손쉽게 성사시킬 수 있다.
지금 한국철도에 필요한 것은 잘못된 진단을 근거로 한 경쟁체제의 도입이 아니라 철도 네트워크가 철도 안에서 그리고 다른 교통수단과의 조화를 통해 우리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다.
제2공사로 얻는 이익은 국토교통부의 산하기관이 늘어 몸집을 불리는 것 외에 특별히 보이지 않는다. 새로 채워 내야할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 감사자리 등 고위 관료들의 퇴직 후 일자리 창출이나 정치인들의 영전자리가 늘어나는 것을 바라는 국민은 없다.
박근혜 정부는 무엇보다 국민과의 소통을 중요시 하고 사회의 여러 목소리를 경청하겠다고 누누이 밝혀왔다. 대통령의 뜻이 제대로 구현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신임 국토교통부 장관도 부처의 정책을 일방적으로 선포하고 밀어 붙이는 것이 아니라 반대 여론을 비롯한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합리적 대안을 마련하는데 힘을 기울여 줄 것을 기대한다.

By 박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