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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 2일 금요일

가족에게 미안한 'PD수첩 해고작가'의 눈물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11-01일자 기사 '가족에게 미안한 'PD수첩 해고작가'의 눈물을 퍼왔습니다.
[인터뷰] '해고 3개월' 넘긴 정재홍 작가

"내가 작가를 그만둬야…."
MBC (PD수첩)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 한참 설명하던 정재홍 작가는 결국 눈시울을 붉히고 말았다. 정 작가는 17년의 방송작가 생활 중 12년을 (PD수첩)과 함께했다. 정 작가는 "(PD수첩)에는 내 인생의 절정기가 녹아있다"며 인터뷰 내내 (PD수첩)에 대한 애정을 감추지 않았다. 자본과 권력에 대한 '성역 없는 비판'을 했기 때문에, 지난할 수밖에 없던 시간이 생각나서였을까? 그는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

▲ 정재홍 작가 ⓒ김도연

정 작가는 7월 25일 해고를 통보받은 직후 고민이 많았다. MBC라는 거대 언론사를 상대로 싸우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계란으로 바위치기'였기 때문이다. MBC와 충돌했다는 사실은 다른 방송사로 옮기는 데 큰 지장을 줄 뿐 결코 이득이 되는 일이 아니었다. 잠자코 있으면 다른 프로그램을 할 수 있는 상황 속에서 정 작가는 "그래도 이 상황을 묵인해버린다면 절대 다른 일을 못할 것 같았다"며 MBC와의 싸움에 나서게 된 이유에 대해 털어 놓았다.
정재홍 작가가 MBC 앞 천막농성을 접은 지 5일째 되던 날인 31일 오후, (미디어스)는 서울 여의도 MBC사옥 인근의 카페에서 그를 만나 긴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안의 심각함에 비해 별다른 여론의 조명을 받지 못하고 있는 PD수첩 해고 작가들의 근황과 앞으로의 계획을 듣고자 함이었다.
인터뷰 도중 그의 벌게진 눈동자를 보며 기자는 러시아 대문호인 솔제니친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위대한 작가는 말하자면 그의 나라에서는 제2의 정부(政府)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정권도 별 볼일 없는 작가라면 몰라도 위대한 작가를 좋아한 적이 없다." 사실을 보도하겠다는 일념으로 방송을 만들어 온 작가에게 가해지는 가혹한 징계가 작가들의 '위대함'을 보여주는 것인지, 권력을 가진 자들의 '치졸함'을 보여주는 것인지 알 수는 없다. 다만, 정재홍 작가의 해고가 단순히 '개인적인 실업'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란 사실은 분명해 보였다.
현재 MBC는 'MB씨'라는 별명처럼 공영방송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MBC (뉴스데스크)는 네티즌들로부터 '최악의 대선보도를 한다'는 오명을 듣고 있고, (한겨레)가 공개한 대화록에서는 이진숙 MBC 기획홍보본부장과 박근혜 후보의 최측근인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이 유착하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왜 이렇게까지 무너지고 있는 것일까? 정 작가의 말에서 해답의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김재철과 그의 밑에 있는 이들은 자신과 관련한 이익에 대해서는 매우 영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현재 국장, 부장을 하는 이들의 월급, 수당, 퇴직금은 엄청납니다. 그들은 김재철과 손을 잡으면서 이미 그 이득을 확보했고, 박근혜 후보의 지지율이 부동의 1위니까 '5년 후'를 내다보고 있습니다. 운이 좋으면 지역사 사장, 언론 관련 기관도 갈 수 있을 거예요. 이들은 '선택'을 한 거죠."
정 작가가 떠난 자리에는 새로운 작가들이 메워져, (PD수첩)은 내달 말에 정상 방송을 재개할 예정이다. 그러나, 정재홍 작가는 냄비 속 개구리가 자신도 모른 채 서서히 죽어가는 사례에 빗대어 "방송 재개된 이 처음부터 대놓고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후보에 대한 '용비어천가'를 부르지는 않더라도 MBC (뉴스데스크)가 망가지듯이 (서서히) 망가져갈 것"이라고 밝혔다. 개구리는 점차 뜨거워지는 물 속에서 스스로 뛰어나올 수 있을까? 그를 만났던 31일은 유난히 추웠다.
다음은 정 작가와의 일문일답.
- 해고된 지 벌써 3개월이 넘었다. 해고된 (PD수첩) 작가들의 일상이 궁금하다.
MBC 총파업 170일 동안 작가들은 대기 상태에 있었다. 그러고 나서 해고통보를 받았다. 해고된 뒤 다른 방송사에서 함께 일하자는 연락이 왔었다. 하지만 다른 일을 하면서 복직시켜달라는 것도 웃기고 부당한 대우에 침묵하는 것은 옳은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투쟁을 지금까지 하고 있다. 해고된 작가들은 MBC 정문 앞에 '끝장캠프'를 설치해 2주 동안 밤샘투쟁을 했다. 거리에 있었더니 몸이 조금 아팠다. 현재는 방송작가협회 'PD수첩' 비상대책위원회를 통해 대책을 구상하고 있다. MBC와의 싸움이 일상이다.
- 해고된 지 벌써 3개월이고, PD수첩은 9개월이 넘도록 불방이다. 경제적 어려움이 있을 것 같은데.
'좁쌀 경제'라 잘 무너지지 않는다.(웃음) 사실 가족들이 굉장히 어려워하고 있다. 돈을 안 갖다준 지가 벌써 10개월이다. '끝장텐트' 하면서 거리에서 밤샐 때 아이들에게 참 많이 미안했다. 엊그제 곱창전골집에서 곱창을 먹었는데, 다들 감동했다. '이게 몇 개월 만이냐'면서 감동했다. 나만 어렵겠나? 쌍용차 해고노동자들도 택시운전을 하면서 복직투쟁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후배들에게 월요일부터 홍보물이라든지 단편적인 기획안이라든지 작업을 하면서 조금이라도 수입을 마련하자는 제안을 했다. '우리가 장기적인 싸움을 하기 위해서라도 조금이나마 벌어야 한다. 숟가락 놓고 있는 게 능사는 아니다'라고 얘기하기도 했다. 이야기가 많이 오갔지만 후배들은 그러지 말고 버텨야 한다고 하더라
- 정재홍 작가에게 있어 (PD수첩)은 어떤 의미인가?
MBC에서 17년 간 방송작가로 살았다. 작가로서 본격적으로 활동한 것은 (PD수첩)을 하면서부터다. (PD수첩) 속에는 내 인생의 절정기가 녹아있다. 성역 없는 비판과 거악과 상대하겠다는 모토와 함께 (PD수첩)은 구조적인 문제에 천착했고 '황우석''광우병''검사와 스폰서' 등 세계 어디에 내놔도 빠지지 않을 방송들을 같이 만들어왔다. 지금의 상황은 이러한 가치가 단절되는 것을 의미한다.
가슴이 많이 아프다. 해고 당일(7월 25일) MBC에서 이곳(MBC 근방의 카페)으로 걸어오면서 무지하게 많은 생각을 했다. 'MBC를 상대로 싸우는 것은 백해무익인데, 다른 언론사들이 나를 받아줄까?' '이길 가능성은 있을까?''부당하다고 끝까지 외칠 수 있을까?''그들 말처럼 잠자코 꼬리 말고 집에 가면 다른 프로그램을 할 텐데' 등 온갖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우리 작가와 PD들이 쌓아올린 (PD수첩)을 부당한 방법에 의해서 무너지게 만들 수는 없었다. 이 상황을 묵인해버리면 절대 다른 일은 못할 거다. 너무나 부당하다.(침묵) 내가 작가를 그만둬야….(울컥)

▲ MBC가 일방적으로 해고한 정재홍, 이소영, 이화정, 장형운, 이김보라, 임효주 작가.(왼쪽부터) ⓒ김도연

대체작가를 정말 뽑았다니, 사실 믿기지 않았다

- MBC 사측은 4명의 대체작가를 뽑았다. 이 소식을 들었을 때 심경은 어땠나?
사실 잘 믿기지 않는다. 대체작가들이 과연 출근할지 과연 올 것인지. 우리 사회의 정의를 이야기하고 약자를 대변했던 (PD수첩) 제작 목적을 대체작가들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PD수첩) 작가는 너희들만 할 수 있나'라는 비판이 있을 수도 있다. 실제로 사측은 "종신작가하겠다는 거냐?"라고 물었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요구하는 것이 결단코 아니다. 해고되는 과정에서의 '부당성'에 대해서 따지는 것이다. 사측은 '방송 작가'의 전문성을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 또 노조 파업을 지지했다는 이유로 해고 사유를 들었지만, 이는 작가의 양심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처사라고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922명의 작가들이 (PD수첩) 대체작가를 거부했던 것이다. 내가 짤린 자리에 그들이 들어와서 아프다는 것이 아니라, 부당한 해고를 합법화, 합리화 시켜주는 일이 될 수도 있으니까.
- 대체작가에 대한 정보를 들었나?
전혀 모른다. (PD수첩) PD들도 모르고 배연규 팀장만 안다. 참 어처구니가 없다.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사람은 PD다. PD가 작가 이름도 모르고 얼굴도 모르는 상태에서 배 팀장이 PD들에게 대체 작가와 일할 거냐 물었고 안한다고 하니까 다른 팀으로 가라고 한다. 어제(30일) 들은 이야기이다. 배연규 팀장이 (PD수첩)팀 회식을 했다는데 정규직 PD 7명은 제외하고 나머지 3명의 시용피디와 회식을 했단다. 이들에게 아마 '1년 동안 일 잘하면 정규직 시켜줄게'라고 구슬렸을 것이다. 반면 기존의 PD들은 해고된 작가들을 복귀시켜달라고 이야기하는 입장이다. 결국 기존의 PD들이 배제된 채 대체작가와 시용PD만으로 제작을 하겠다는 것이 사측의 생각이다.
- 사측은 내달 방송을 목표로 하고 있다.
12년 동안 을 했지만 늘 대작이 나왔던 건 아니다. 하다보면 취재가 되지 않아 기대 이하의 작품이 나온 적도 있다. 핫한 이슈를 가지고 2-3차례 잘 만들 수는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반언론적인 환경에서 제작하기 때문에 결정적인 순간에 진실을 왜곡하고 사실을 왜곡하고 거짓을 보도할 가능성이 커진다.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자세와 철학적인 부분이 기존의 (PD수첩)과 같겠나? 처음부터 대놓고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후보에 대한 '용비어천가'를 부르진 않더라도 MBC (뉴스데스크)가 망가지듯이 망가질 것이다.

대체작가실? MBC, 대체작가들도 무시하고 욕보이고 있다

- 정재홍 작가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남은 PD들과 상의해서 대응하겠다'고 말한 바 있는데, 어떤 대응을 할 계획인가?
만약 대체작가들이 출근하면 내부에 남아 있는 시사,교양 작가들이 국장실 앞에서 피켓시위를 하는 계획을 하고 있다. 우리는 들어가지 못하니까.(웃음) 또 현재 MBC 노동조합에서 지금 단식하고 있는데, 그들과도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연대할 것이다.
- 한 언론사의 보도에 따르면, 대체작가들을 위한 작가실이 MBC 사옥 8층에 따로 만들어진다던데? 전례가 있는 일인가?
전례가 없다. PD 자리는 6층에 있고 우리의 빈자리도 그곳에 있다. 새로운 작가들을 뽑았으면 우리 빈자리에 앉히면 될 것을 따로 만든다는 건 방송작가를 무시하고 욕보이는 처사다. 오는 작가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제작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커뮤니케이션이다. 사람을 그렇게 대우하면 되겠나?
- 방송작가협회까지 나서고 있지만 여론의 반향이 크지 않은 측면이 있다. 무엇 때문이라고 생각하는가?
국민들이 '우리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또 현재 워낙 복잡한 사건과 사고가 많고 충격적인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힘겨운 상황 속에서 계신 국민들이 '잘 먹고 살던 MBC 사람들이 뭐 저렇게 악다구니를 쓰나?'라고 여기신다. '공정방송 쟁취'라는 구호가 추상적이기도 하고. 하지만 삶아지는 개구리처럼 눈에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한계점을 넘어선다면 국민들의 알권리에 심각한 침해를 가져다 줄 것이다. '안철수 논문표절 의혹' 보도 등 망가지고 있는 와 방영조차 되지 않고 있는 (PD수첩)이 이를 방증한다. 우리사회의 '소금'이 빠지는 것과 같다. 물론 자세히 설명을 해드리면 공감해주시는 시민들도 많다.
- 이 사안에 대해 무관심한 시민의 지지를 이끌 수 있는 계획은 없나?
우리와 한국방송작가협회 비대위도 고심하고 있다. 뭘 어떻게 하면 시민들이 좀 더 많이 이해해주실까? 지금 첨탑에 올라가신 비정규직 노동자 분들도 있지만, 예전 막다른 순간에 다다랐던 분들을 취재할 때 느꼈던 감정들이 요즘 참 많이 밀려온다.

김재철 세력에게 자리 깔아준 것은 새누리당

- 최근 MBC가 '편파방송 1위'로 꼽히고 연일 말썽이다. 12년 전 처음 (PD수첩) 할 때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이었을 텐데.
너무나 안타깝다. 자유롭게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있도록 보호해주던 울타리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국장이 방패 역할을 했다. 윗선의 압박이 내려올 때 국장이 1차적으로 막아줬고 막지 못하는 것은 팀장으로 넘어갔다. 그러면서 국장은 윗선을 향해 "쟤들은 제 말 죽어도 안 듣습니다. 직접 설득해 보십시오"라고 말하곤 했다. 팀장에게 압력 전화가 오면 팀장은 "당신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지금 당장에라도 (압력 전화가 왔다고) 공개할 수 있다"면서 제작을 고집했다. 이렇게 일정 정도 언론의 독립성이 유지될 수 있었고 나름의 비판 정신이 살아있는 프로그램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김재철 사장 이후로는 사장이 PD수첩을 공격하는 지휘관, 국장은 일선 전투 부대의 대대장으로 전락했다. 이제는 팀장이 직접 총을 들고 PD와 작가들을 겨누고 있다. 내부의 방패가 이제는 우리를 무너트리기 위한 장치로 변질된 것이다. 이 사람들은 언론인이 아니다.
- 박근혜 후보는 최근 '방송의 공공성을 실질적으로 이루겠다'고 했는데.
작가로서 새누리당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가지고 있는 언론 정책에 대해서는 심각한 우려를 가지고 있다. 특히 그 질문과 관련해 말하고 싶은 사람이 백종문 MBC 편성제작본부장이다. 이 사람은 사람만 바꾸면 방송이 바뀔 수 있다는 걸 너무 잘 안다. 그래서 집요하게 사람을 쳐냈고 거기에 순치된 사람들을 앉히려고 노력했다. 그 결과가 최근의 방송들로 드러나고 있지 않나? 이러한 사람들이 김재철을 끝까지 옹호하고 있는데, 박근혜 후보는 공정방송을 어떻게 만들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김재철 밑에 있는 이들은 자신과 관련한 이익에 대해서는 매우 영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옳고 그름의 문제보다 중요한 것이 사적 이익이라는 말이다. 현재 국장을 하고 부장을 하는 이들의 월급, 수당, 퇴직금 엄청나다. 그들은 김재철과 손을 잡으면서 이미 그 이득을 확보했고, 박근혜 후보의 지지율이 부동의 1위이니까 5년 후를 내다보고 있다. 자신의 정년까지 보장만 되면 못할 일도 없다는 것이다. 운이 좋으면 지역사 사장, 언론 관련 기관들도 갈 수 있을 것이고. 이들은 '선택'한 거다. 정치 세력이 공정성을 무너트리고 언론의 비판 정신을 짓밟더라도 나의 '밥'만 챙길 수 있다면 뭐든지 하겠다는 생각. 이들에게 자리를 깔아주고 떡고물을 던져준 것은 새누리당 아닌가?
- 방송작가들의 열악한 노동조건도 생각해 볼 지점이 있는 것 같다. 방송작가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어떤 것들이 필요하다고 보나? 일단 작가가 정규직이 되는 것은 어려운 측면이 있다. 작가는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다. 화가, 음악가, 연기자들 처럼 창작력과 의욕이 있을 때 작품을 만든다. 하지만 비정규직 대우에도 '도의'가 있어야 한다. 특히 작가를 꿈꾸는 리서쳐, 막내 작가, 외주 작가들에 대한 처우는 매우 열악한 것이 현실이다. 방송국 구성원 모두가 같이 고민해야 할 지점이다.
2000년 초에 구성작가협의회장을 하면서 근무 기간이 예측가능한 계약을 해달라는 요구를 작가들과 함께 주장해 왔고 방송작가를 전문직으로 인정해 줄 것을 요구했다. 그렇게 노력한 부분들이 반영돼 제도와 인식이 조금씩 개선돼 왔다. 이번 해고사태는 10년 넘게 싸워 올린 직업적 성취를 원점으로 되돌려 놓았다. 국장과 팀장은 (근로관계에 대한) 계약서가 존재한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 

김도연 수습기자  |  riverskim@mediaus.co.kr

2012년 10월 28일 일요일

PD수첩 말살 스케줄… ‘재야작가’란 이름의 대체인력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10-27일자 기사 'PD수첩 말살 스케줄… ‘재야작가’란 이름의 대체인력'을 퍼왔습니다.
[미디어현장] 정재홍 전 MBC PD수첩 작가

새벽부터 비가 퍼붓기 시작했다. 가을비답지 않게 거센 빗발이 텐트의 바람막이 벽을 사정없이 들이쳤다. 텐트 안은 금방 질퍽질퍽한 물바다가 되었다. 그 차고 축축한 보도블록 위에 스티로폼을 깔고 (PD수첩) 해고작가 6명이 앉아있다. 가을비는 오전 내내 쏟아지는데 작가들은 다들 말이 없다. 나는, 그리고 동료 작가들은 어쩌다 이 지경까지 온 것일까? 무엇이 프리랜서 방송작가로 하여금 자신이 몸담았던 방송국 앞에 텐트를 치고 농성까지 하게 만들었을까? 

7월 25일. MBC경영진은 (PD수첩) 작가 전원을 통보 한마디 없이 교체했다. 이유를 묻자 ‘분위기 쇄신차원’이라고 대답했다. 그들이 얘기한 ‘분위기 쇄신’에는 두 가지 경고가 담겨있다고 생각된다.

첫째, 권력에 비판적인 글을 쓰는 작가는 더 이상 MBC에서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둘째, MBC경영진의 말을 듣지 않는 작가는 언제든지 교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는 그 동안 탐사보도프로그램 본연의 비판정신에 입각해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해 온 작가들을 내침으로써 (PD수첩)을 무력화하려는 의도였다고 생각된다. 

우리는 MBC 경영진의 무지막지한 탄압에 맞서 지극히 방송작가다운 방법으로 저항하고자 했다. 신문과 인터넷 매체에 글을 쓰고 토크콘서트 ‘응답하라 PD수첩!’을 개최한 것이 그것이다. ‘응답하라 PD수첩!’ 행사에는 안철수 후보 본인과 문재인 후보의 대리인 도종환 의원, 한명숙 전 총리, 정연주 전 KBS사장, 성석제·공지영 등 문인,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최강욱 MBC 방문진 이사 등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참석해 (PD수첩) 작가 해고가 부당하며 즉각 복직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응답하라 PD수첩!’ 행사를 한 바로 다음날. MBC 경영진은 마침내 우리의 외침에 응답했다. (PD수첩)의 새로운 작가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낸 것이다. 지난 10일 서류전형, 22일 면접, 24일 합격자 발표라는 일정이 제시됐다. (PD수첩) 대체작가 모집 공고는 2500명 방송작가들의 요구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조치였다.

한국방송작가협회는 MBC경영진에게 대체작가를 모집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한편, 대체작가에 응모하는 작가는 회원자격을 박탈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또한 922명의 시사교양작가들이 (PD수첩) 대체작가를 거부하는 서명까지 한 터였다. 922명이라는 것은 대한민국 시사교양작가 대부분을 망라한 숫자인데, 양심에 입각해 진실을 기록하는 작가로서 동료 작가들이 피를 흘리고 쫓겨난 언론탄압의 현장에 들어가 영혼을 파는 부역작가가 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그럼에도 MBC경영진은 대체작가 공모를 시작했고, 우리는 최후의 수단으로 ‘끝장캠프’를 치고 24시간 농성에 돌입할 수밖에 없었다.

현재 (PD수첩) 대체작가 공모는 착착 진행되고 있다. 지난 16일, (PD수첩)의 배연규 팀장은 PD들에게 ‘지원자 중 심사를 통해 4명의 작가를 선발할 예정이다’라고 통보했다. 그러면서 PD들을 한명 씩 불러 대체작가와 함께 PD수첩을 제작할 것인지 답변을 요구했다. 만약 대체작가와 제작을 거부할 경우 PD수첩에서 제외시키겠다는 엄포도 덧붙였다.

PD들은 반발했다. 그동안 PD들은 작가해고가 부당하다고 지적하며 경영진이 작가협회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것을 촉구해왔다. 그런데 경영진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그 어떤 노력도 하지 않은 채, 독단적으로 대체작가를 뽑은 후 PD들에게 일을 할 거냐 말 거냐 양자택일 하라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PD들은 서류심사를 통과한 대체작가가 대체 어떤 작가들인지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PD수첩) 배연규 팀장은 대체작가의 신원은 공개할 수 없고 다만 ‘재야작가’라고만 언급했다고 한다.

대체 재야작가란 어떤 작가를 말하는 것일까?

PD들은 함께 프로그램을 제작하게 될 ‘재야작가’의 자질을 검증하기 위해 PD들의 의견이 100% 수용되는 것을 조건으로 2차 면접에 참여하겠다고 요청했다. 

(PD수첩)은 방송을 할 때마다 수많은 사람들의 운명을 좌우하는 비중있는 프로그램이다. 탐사보도의 전문성과 열정을 갖춘 작가와 일을 해도 숱한 소송이 제기되는 마당에, 정체도 모호한 ‘재야작가’를 믿고 일을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정재홍 전 MBC PD수첩 작가

지난 19일 배연규 팀장은 PD들에게 메일을 발송했다. PD들의 면접 참여를 허락하지 않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대체작가 면접이 예정되었던 22일, 배연규 팀장은 (PD수첩) 소속 PD들을 불러 어느 팀으로 가고 싶은지 뜻을 물었다고 한다. PD수첩 작가를 전원 해고한 데 이어, 마지막까지 PD수첩의 명맥을 유지해온 PD들마저 내쫓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마침내 (PD수첩) 무력화에 이어 말살이 임박했다. 그들의 스케줄대로라면 2012년 10월 24일, (PD수첩)에는 이른바 ‘재야작가’라는 이름의 대체작가가 선발된다. 그리고 그 동안 PD수첩을 제작해 온 PD들이 축출되고 그 자리에 경영진의 입맛에 맞는 어느 PD가 투입될 것이다. 그리하여 11월부터는 비판정신이 거세된 그들만의 (PD수첩)이 방송될 것이다.

정재홍 전 MBC 작가 | media@mediatoday.co.kr 

2012년 8월 7일 화요일

드라마·예능·라디오·번역 작가들도 뿔났다 <대장금> 작가 "MBC와 함께 한 15년 후회스러워"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2-08-06일자 기사 '드라마·예능·라디오·번역 작가들도 뿔났다 (대장금) 작가 "MBC와 함께 한 15년 후회스러워"'를 퍼왔습니다.
[현장] PD수첩 작가 해고사태 규탄 집회... 스타 작가 등 300여명 참석

▲ 170일간 진행된 MBC노조 파업이 끝난 뒤 사측이 '분위기 쇄신'을 이유로 PD수첩 작가 6명을 전원 해고시킨 가운데,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MBC 사옥 앞에서 한국방송작가협회 소속 작가들이 결의대회를 열고 PD수첩 작가의 해고사태를 규탄하며 원상복귀를 요구하고 있다. 이날 집회는 지난 1970년 협회가 설립된 이후 최초로 드라마, 예능, 교양, 라디오 등 모든 부분의 방송작가들이 대거 참여해 PD수첩 작가들의 전원복귀와 책임자 문책 등을 요구했다. ⓒ 유성호

"드라마 (추적자)에서 김성령(서지수 분)이 그러더라. '우리는 버릴 수 있는 존재고, 너희는 버려질 수 있는 존재'라고. 우리 작가들은 함부로 버려질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우리는 한국 방송 발전을 이뤘다는 자부심이 있다. 버리려면 정당한 이유를 들고 와라. 작가들의 분노를 우습게 보지 마라." - 김옥영 전 한국방송작가협회 이사장
  
6일 서울 여의도 MBC 남문 앞. 35도가 넘는 폭염 속에 300여 명의 방송작가들이 모였다. PD수첩 작가 전원 해고사태를 규탄하고 복직을 요구하기 위해서다. 지난 1일 방송작가협회는 김재철 MBC 사장에게 면담을 요청했으나, 답변 요구 시한인 3일 오후 2시까지 어떤 답변도 받지 못했다.

"PD수첩 작가 해고사태는 작가 양심에 대한 보복과 탄압"

▲ 170일간 진행된 MBC노조 파업이 끝난 뒤 사측이 '분위기 쇄신'을 이유로 PD수첩 작가 6명을 전원 해고시킨 가운데,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MBC 사옥 앞에서 한국방송작가협회 소속 작가들이 결의대회를 마친뒤 김재철 사장의 면담과 성명서를 전달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 유성호

지난달(7월) 31일에 이어 두 번째 집회. 일주일 전에는 시사교양작가들이 전면에 나섰다면 이번에는 드라마, 예능, 라디오, 번역 작가들까지 함께했다. 사회를 맡은 신진주 작가(SBS)는 "작가들이 이렇게 모여서 집회를 연 것은 1962년 협회 설립 이후 50년 만에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작가들이 이번 PD수첩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금림 방송작가협회 이사장은 "작가들은 주로 밤에 일하기 때문에 이 시간에 모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면서 "50년 역사상 이런 일은 있어본 적도 없고, 있을 필요도 없었다"고 개탄했다. 이 이사장은 "협회는 이번 사태를 작가의 양심에 대한 보복과 탄압이라고 판단한다"면서 "PD수첩 작가 6명이 아닌 방송작가 협회 2500명에 대한 해고"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PD수첩 작가 6명 전원 해고와 관련해, 김현종 MBC 시사제작국장은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최근에 교체된 정재홍 작가를 포함한 PD수첩 작가들은 불편부당성과 중립성을 무시하는 경향을 보여왔다"면서 "MBC의 노사분규 사태에서 일방적으로 노조의 파업을 옹호하고 노조 측에 가담하며 회사 측을 상대로 싸움했다는 것이 하나의 사례"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재홍 작가는 "이게 과연 공영방송 간부가 할 말인가"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정 작가는 "프로그램 제작에 있어서 공정성과 불편부당함은 필요하지만, 노조를 지지하는 것은 개인의 양심의 문제이고 이를 표현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라고 반박했다. 이어 "저희 작가들은 노조 측에 가담해 싸운 적이 없다"이라면서 "공정방송을 되살리기 위해 파업을 지지하는 성명을 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대장금) 작가 "MBC와 함께 일한 15년 후회하게 만든다"

▲ 노희경 작가가 'PD수첩 작가 전원해고 규탄과 원상복귀를 위한 결의대회'에 참석해 'PD수첩 작가 전원 학살, PD수첩 죽이기 결정판'이라고 적힌 손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 유성호

이날 집회에는 이른바 '스타작가'들도 대거 참석했다. 작가 입장에서는 '갑'일 수도 있는 방송사를 상대로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냈다.

(서울의 달), (옥이이모), (파랑새는 있다) 등을 집필한 김운경 작가는 "김재철 사장은 PD수첩 작가들을 향한 파렴치한 행보를 멈춰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꽃보다 아름다워), (그들이 사는 세상)의 노희경 작가는 "PD수첩 작가들에 대한 치졸한 보복 해고는 방송사의 생존 이유를 말살한 것"이라면서 "작가들이 복직하는 그날까지 연대하겠다"고 밝혔다.

(대장금), (선덕여왕) 등을 쓴 김영현 작가도 마이크를 들었다. 김 작가는 "이번 사태는 MBC가 작가들을 동료로 생각하지 않는 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22년간 작가로 일했고 그 중 15년을 MBC와 일했는데 그 시간들을 후회하게 만든다"고 씁쓸해했다. (황금어장), (놀러와)의 최대웅 작가는 "MBC는 작가와 PD의 동료의식이 있었던 곳"이라면서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작가들을 복귀시키고 하루빨리 원상복귀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지웅, 이승준, 조능희 PD 등 PD수첩 전·현직 PD들도 함께 자리를 지켰다.

1시간여의 집회 이후, 작가들은 MBC 정문까지 행진했다. 이들은 PD수첩 해고 작가 6명 원직 복귀와 공식사과·책임자 문책을 요구하며, 해고 작가들의 즉각 복귀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2500여 방송 작가들은 MBC에 대한 전면적인 대응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홍현진(hong698)

2012년 7월 31일 화요일

취재 아이템 찢으며 “취재 그만두라는데 왜 갖고 와”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7-30일자 기사 ' 취재 아이템 찢으며 “취재 그만두라는데 왜 갖고 와”'를 퍼왔습니다.
[인터뷰] PD수첩 해고 작가 정재홍 “22년 역사 PD수첩, ‘제로세팅’ 당하고 있다”

정재홍 PD수첩팀 작가는 170일 동안 PD수첩이 결방되는 동안 차기 아이템을 기획하면서 방송이 재개될 때만을 기다려왔다. 대선 후보자들의 경제민주화 구호의 현실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따져볼 생각이었다.
그런데 하루 아침에 일터를 빼앗겼다. 무려 17년 동안 일해 온 일터에서 쫓겨난 것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았다. 더욱 그를 분노케한 것은 아직까지도 정식으로 해고 통보를 받지 못했고 해고 사유도 뚜렷치 않다는 것이다. 하물며 비정규직이나 계약직 노동자들도 계약서대로 해고 절차를 밟는다. 그는 올해 초 MBC와 전속계약으로 오는 12월까지 PD수첩팀에서 일하기로 돼 있었다. 정 작가는 "작가 교체가 전혀 불가능하다고 얘기하지 않겠다. 하지만 그 과정과 이유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방송작가를 하루 만에 교체한다면 누가 방송작가를 하겠느냐"라고 말했다.
더구나 시사교양국 소속 많은 작가들 중 하필이면 교체 대상자가 PD수첩팀 소속 작가들이고 왜 전원 교체여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꼬리에 꼬리를 물수록 이번 PD수첩 전원 해고 사태 배경에는 PD수첩 죽이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 정 작가의 생각이다.

PD수첩 정재홍 작가 이치열 기자 truth710@

정 작가는 예능작가로 출발해서 (이야기 속으로) (성공시대) 등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맡다가 2000년 2월 처음으로 PD수첩팀에 합류해 17년 동안 MBC에서 ‘작가’로 살아왔다. 단 하루도 공백 기간이 없을 정도로 열심히 일했다. 한편으로는 자신이 MBC에서 시사교양작가로 뿌리를 내려 프리랜서라는 한계를 벗어나 방송작가의 직업화를 만들어보겠다는 희망도 품었다. 전문성을 갖추면 프리랜서가 아니라 직업 작가의 길이 열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PD수첩에 합류한 이후에는 권력층을 상대로 하기 때문에 자기 관리도 철저히 했다.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일조차 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 가족으로부터 눈치를 받으면서도 대출도 하지 않았다.
(검사의 스폰서) 아이템을 기획한 정 작가는 "검찰이라는 독립된 기관에서 검사들이 스폰을 받았다고 인정한 적도 없고, 더구나 성상납을 받았다고 인정하지 않았다"며 "그 사람들을 상대로 하는 것은 그만큼 탐사보도프로그램 작가로서 사명감 없이는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재철 사장 체제가 들어선 이후에는 사명감에 위협을 받는 일이 자주 빚어졌다.
검사의 스폰서를 포함해 (한 해군 장교의 양심선언-나는 고발한다) (4대강 수심 6미터의 비밀) 등이 화제가 되면서 시청자로부터 탐사보도프로그램의 힘을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좀처럼 탐사보도프로그램에서 나오지 않는 10%대의 높은 시청률도 기록했다.
그런데 지난 2010년 3월 엄기영 전임 사장이 방송문화진흥회의 압력을 받아 석연치 않은 이유로 물러나고 김재철 사장이 취임한 이후 PD수첩 안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한미FTA 문제, 4대강이나 노동자 관련 프로그램, 한진중공업 문제, 대북경협 문제 등 대통령과 정부와 관련된 문제 혹은 현 권력이 불편해할만한 아이템들이 줄줄이 '킬'을 당했다.

http://www.youtube.com/watch?feature=player_embedded&v=4-SEYKvJVVs

선정 과정에서 숱한 문제가 제기됐던 제주도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에 관한 아이템 폐기 과정을 보면 김재철 사장 취임 이후 '윗선'에서 얼마나 PD수첩 제작에 깊이 간섭해왔는지를 보여준다. 정 작가는 "범국민추진위원회 위원장직으로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위원장직을 수락할 때 광분하는 분위기였지만 선정 과정으로 볼 때 쇼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문제가 심각한다고 판단해 아이템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철진 당시 PD수첩 팀장은 '왜 PD수첩은 한 나라가 잘되는 일에 찬물을 끼얹을려고 하느냐'며 아이템을 ‘킬’ 했다. 하지만 취재를 보강해 7대 경관의 선정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파악하고 선정 주체인 재단이 실체가 없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려 재차 아이템을 제출했지만 배연규 현 PD수첩 팀장은 정 작가가 보는 앞에서 기획안을 찢어버리고 쓰레기통에 버리면서 '왜 하지 마라는데 가지고 오느냐'고 험한 소리를 했다.
결국 정 작가와 PD들이 취재한 대부분의 문제점들은 지난 1월 KBS 추적 60분 편으로 방영돼 분루를 삼켜야 했다.
이뿐이 아니다. 4대강 공사로 전국에 걸쳐 18명의 노동자들이 사고로 죽어나가자 '이명박 정부의 속도전이 부른 참사'라는 주제로 아이템을 제출했지만 당시 김철진 팀장은 '많이 죽은 것도 아닌데 왜 아이템이 되느냐'며 아이템을 폐기했다. 이에 PD들과 정 작가는 단일 공사건 현장에서 사망한 통계를 분석해 18명이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라는 것을 밝혀내 아이템을 다시 제출했지만 '노동자가 잘못해서 생긴 일'이라며 또다시 아이템 제출을 가로막았다.
하지만 정 작가는 "취재를 해보니 한 사고는 포크레인 팔을 두배로 늘리는 불법 개조로 무리하게 강 가운데를 파려고 하다가 무게 중심을 잃고 뒤집어진 것"이라며 "담당 PD인 임경식 PD가 노동자들이 잘못해서 죽은게 아니라 무리하게 공사를 빨리 진행하다가 죽은 것이라고 했지만 결국 채택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 작가는 "저희도 철딱서니가 없어서 계속 안 될 줄 알면서 아이템을 낸 것이 아니라 탐사보도프로그램이라면 반드시 해야 하고 국민들이 알아야 할 문제로 봤기 때문에 제출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 작가는 "누가 배경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해고 사태는 PD수첩을 무력화하기 위한 마지막 단계에서 벌어진 결정탄이다. PD들을 솎아내고 대랑징계 등 엄청난 탄압을 가하고 새로운 PD들이 낸 아이템을 철저히 통제했다"며 "22년 PD수첩의 성과를 완전히 허물어버리고 자기네들의 PD수첩을 만들기 위해 제로세팅을 한 것이다. 권력자들이 불편하지 않은 PD수첩의 엔터테인먼트화가 될 것으로 추측한다"고 전망했다.
정 작가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도움을 받아 해고 무효를 입증하는 법적 소송을 검토 중이다. 특히 이번 사태는 시사교양작가들의 PD수첩 보이콧 서명운동에 이어 타 부문 방송작가들도 동참의 뜻을 밝히고 있어 MBC 대 방송작가와의 싸움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정 작가는 "간단히 끝나거나 흐지부지 끝날 사안이 아니다. 작가의 자존심과 구성작가의 직업을 부정하는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할 것"이라며 "이 싸움은 방송 작가 전체와 MBC 경영진과의 싸움을 확산될 것이다. 기자회견 한두번 하고 그만두는 싸움이 아니다. 초유의 싸움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재진 기자 | jinpress@media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