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블이 쟁의행위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레이블이 쟁의행위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2013년 2월 16일 토요일

황교안 “노조, 정리해고 반대 파업 할 수 없다”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2-15일자 기서 '황교안 “노조, 정리해고 반대 파업 할 수 없다”'를 퍼왔습니다.
논문에서 쟁의행위 요건 엄격히 해석…노사 갈등시 법적 처벌 우위에 둘 듯

황교안 법무부장관 내정자가 노동자들의 쟁의행위에 대해 강한 법적 처벌을 진두지휘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우려는 황 내정자가 지난 2005년 성균관대학교 법학과 석사 논문으로 제출한 (쟁의행위의 정당성 판단 기준에 관한 고찰)에서 쟁의행위의 요건을 강하게 제한하는 입장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황 내정자는 자신의 논문에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정리해고 문제에 대해 "정리해고의 실시여부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을 기본요건으로 하여 이루어지는 것"이라며 "원칙적으로 근로자의 개입을 허용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정리해고의 실시 여부는 물론 정리해고의 기준, 절차, 방법 등도 사용자에게 교섭의무가 있는 단체교섭사항이라고 볼 수도 없고 이를 저지하기 위한 쟁의행위에 대하여는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정리해고는 기업이 경영악화를 명분으로 편의적인 인력감축을 합법화하는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황 내정자의 인식대로라면 정리해고 문제에 대해 노동조합이 취할 수 있는 최대 수단인 쟁의행위는 무조건 법적 처벌 대상이다.
특히 쌍용자동차, 한진중공업 문제 등에서 보듯히 과연 경영진이 정리해고 요건을 갖췄는지도 논란이 일고 있다. 쌍용차의 경우 경영진이 중국 상하이차를 매각하면서 10억 달러 상당의 투자를 약속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고, 지난 2008년 운영자금이 없다면서 3천5백명을 정리해고하지 않으면 철수하겠다고 통보해 일방적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뿐 아니라 부채비율을 뻥튀기하는 방식으로 유동성 위기를 조작해 끝내 정리해고를 요건을 만들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야당은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 내정자가 지난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잠원동 자택으로 퇴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 내정자는 정치파업의 정당성 논란에 대해서도 "쟁의행위는 사용자가 처분가능한 사항을 목적으로 해야 한다는 점에 비추어 사용자의 처분권한 밖에 있는 정치파업에 대하여는 순수 정치파업이든 경제적 정치파업이든 모두 그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소위 정치파업을 통한 요구 사항이 경제파업과 구분하는 것이 모호하고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들의 권리로서 인정해야 한다는 이견도 존재한다. 또한 정치파업도 근로조건 개선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경우가 많아 불법성 논란을 놓고 사용자와 노동자 사이 논쟁이 계속돼 왔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MBC 노동조합의 파업에 대해 여권과 MBC 사측은 불법 정치 파업이라고 딱지를 붙이고 업무방해 혐의로 노조집행부를 고소해 구속영장이 청구됐지만 법원이 기각하면서 오히려 검찰이 정치적으로 기소를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MBC 노조가 요구사항으로 내건 공정보도 역시 기자들의 편집권과 관련한 근로여건 문제라는 견해가 우세했다.
하지만 황 내정자는 '정치파업'에 대해 경직하게 해석하면서 향후 정치적 요구를 담은 노동자들의 쟁의행위에 대해 엄격히 법을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황 내정자는 노조의 쟁의행위의 절차 수단 중 하나인 파업찬반투표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황 내정자는 "원래 파업찬반투표는 조합원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무분별하게 파업이 행해지는 경향을 줄이는 수단으로 도입되었지만 현실적으로는 오히려 파업에 소극적인 근로자들을 파업에 참여토록 유도하고 파업의 정당성을 강화시키는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밝혔다.
황 내정자는 또한 "전국적 규모의 근로자들이 일제히 공동의 요구사항을 내걸고 전국적으로 파업에 참가하거나 산업별노조 산하의 전 노조가 전국적인 규모로 일제히 파업을 수행하는 경우"에 대해서도 정당성이 없다는 의견을 남겼다.
황 내정자는 이밖에 "사용자에 대하여 임금 인상 요구를 하며 교섭을 신청하였으나 사용자가 회답이 없는 중에 쟁의행위를 한 경우에는 그 정당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노동계는 황 내정자의 쟁의행위에 대한 의견 등 노동관과 관련해 '박근혜 정부가 강조하는 법 질서를 무기로 진보진영 및 노동계를 탄압하는 수단으로 삼을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강하다.
민주노총 이승철 정책국장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정리해고라는 것은 사업장을 이전한다던지 분사를 하는 등 여러가지로 직접적인 근로 조건과 연관돼 있는데도 황 내정자는 이를 부인하는 태도를 보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정치파업의 정당성 문제에 대해서도 "노동관계법 개정을 요구하다던지 개악을 저지하는 목적으로 파업이 이뤄지고, 정리해고 요건을 완화하는 법이 상정되면 만연해질 우려가 있는 정리해고를 막기 위해 파업을 하는데 황 내정자 입장대로라면 법 개정과 관련해 파업을 하게 되면 불법으로 규정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 국장은 "한국의 현행 법률은 정당한 파업을 하기가 어려워 낙타에 바늘구멍으로 들어가는 것이라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쟁의행위는 일단 나쁜 것이지만 엄격한 요건을 갖추면 용서해줄게라는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국제노동기구에서도 노동 관련법이 오히려 노조활동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을 해왔다. 법무부 장관 내정자가 국제적으로 지탄을 받고 유사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노동관계법에 대해 판례를 중심으로 노동 3권을 제한하는 시각을 가진 것은 노동자들에게 큰 재앙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재진 기자 | jinpress@mediatoday.co.kr  

2013년 1월 25일 금요일

"용역 식대까지 내놔라? 죽어가는 사람들 안 보이나"


이글은 프레시안 2013-01-24일자 기사 '"용역 식대까지 내놔라? 죽어가는 사람들 안 보이나"'를 퍼왔습니다.
[토론회]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문제점 및 개선 방안

딱 10년 전이다. 지난 2003년 1월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선 '신종 노동 탄압 손배·가압류로 인한 노동 기본권 제약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이란 제목의 토론회가 열렸다.

이 토론회는 그해 1월 9일 두산중공업 배달호 노조교섭위원이 손배·가압류 문제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데서 촉발됐다. 당시 배 씨의 죽음은 헌법이 보장한 노동 기본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이 사측의 손배 소송 앞에서 얼마나 무력해지는지를 여실히 드러냈다. 배 씨의 죽음을 두고 "금권에 의한 압사"라고 노동계가 말하는 이유다.

그리고 10년이 흘렀다. 이제 손배·가압류는 쟁의 현장에서 사용자 측의 '필승 카드'로 자리를 완전히 굳혔다. 용역·깡패를 동원한 노조원 집단 린치 등의 전통적 노조 파괴 방법은 더는 사늘한 세간의 시선을 피해 갈 수 없다. 하지만 손배·가압류는 '쟁의 행위에 따른 필연적 결과물'이란 인식이 대세를 이룬다. 이는 손배·가압류가 '노사 관계'라는 특수한 사회적 계약 관계를 일반적 쌍무 계약 관계로 둔갑시키는 마력이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여기에는 지난 10년을 절반씩 나눠 채운 참여정부와 MB정부의 공이 적지 않을 테다. DJ노믹스(신자유주의식 경제 정책)를 승계한 참여정부는 노동 유연화 정책을 업종에 무관하게 확산시켰고, 이를 등에 업은 MB정부는 '선진화'를 표방하며 적대적 노동정책을 광범위하게 펼쳤다. 정부가 보호하지 않는 노동권을 경영계가 나서 보호할 리는 만무했다. 이렇게 2003년 10월 575억 원 규모였던 민주노총 소속 사업장 대상 손배 총액은 2011년 5월에는 그것의 3배에 가까운 1582억7000만 원으로 불어났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21일, 또 한 명의 노동자가 "금권에 압사"됐다.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자 최강서 씨는 "태어나 듣지도 보지도 못한 돈 158억. 손해배상 철회하라"라는 말을 남기고 유명을 달리했다.

지난 23일 오후 2시 국회 도서관. 노동계는 10년 만에 같은 자리에서 다시 머리를 맞댔다. 전국금속노조와 진보정의당 심상정 의원, 민주통합당 은수미 의원이 공동 주최한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문제점 및 개선 방안 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은 "손배·가압류 문제를 지금이라도 풀지 않으면, 더 많은 노동자를 잃을 것"이란 위기감을 표현했다.

그리고 노동 기본권을 제약하는 현재 법체계를 총체적으로 수정해야 한다는 데 대체로 의견을 같이했다. 지엽적인 일부 제도를 개선하는 것만으로는 해결이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자였던 최강서 씨는 지난해 12월 21일 '158억 손배 철회, 민주노조 사수'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프레시안(김윤나영)

"노조 파괴에 동원한 용역 식대까지 손배에 포함해 청구"

첫 발제자로 나선 김형석 금속노조 정책기획실장은 "무분별한 손배·가압류 사용"의 구체적 사례들을 주로 소개했다.

김 실장의 설명에 따르면, 현재는 법인이 취소된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이 작성한 '노조 파괴 시나리오'에도 손배·가압류는 약방에 감초마냥 들어가 있다. 김 실장은 "창조컨설팅은 '쟁의행위 대응 전략회의'라는 대외비 자료에서 손배·가압류를 이용한 노조 압박을 언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창조컨설팅 등 "노조 파괴 전문업체"들이 개입한 사업장에서는 손배·가압류가 남발됐단 게 김 실장의 지적이다. 그는 "발레오만도, 한국쓰리엠, 진방스틸, DKC, 보쉬전장, 상신브레이크, 유성기업, 만도 등의 사업장에서 총 155억7000여만 원의 손배와 19억6000만 원의 가압류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유성기업의 경우, 사측은 파업 참가 조합원에게 손배를 청구하고 아파트 등 부동산을 가압류했다. 그러면서 "어용노조로 넘어가면 손배에서 빼주고 징계도 약화시켜주겠다는 제안을 했다"고 김 실장은 밝혔다.

발레오만도에서도 유성기업에서와 마찬가지로 24억여 원의 손배를 청구하기 전에, 징계 당사자들에게 "무급 휴가를 받을 것인지, 아니면 손배·가압류를 받을 것인지 선택하라"는 압박이 있었다. 김 실장은 "발레오만도는 자신들이 불러온 용역·경비 비용과 그들의 식대는 물론, 심지어 조합원들의 접근을 막는 데 사용됐던 소화기 구입 비용까지 포함해 손배를 청구했다"며 "어처구니없는 손배 청구 내역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조 파괴 시나리오가 가동된 이들 사업장에서 손배·가압류는 '노조 파괴'를 진짜 목적으로 사용됐다"며 "언론이 창조컨설팅 노조 파괴 전문업체들을 폭로하며 검찰이 해당 사업장들을 압수수색했지만, 피해 사업장이 노조 파괴 이전 상태로 이제와 되돌아가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파업으로 '이득' 보고 손배 걸어 부당 이득 취하기도"

이 같은 무분별한 손배·가압류 사용은 대법원이 쟁의행위의 정당성을 협소하게 인정하기 때문이란 지적이 이어졌다.

대법원은 2003년 7월 "경영권과 노동3권이 서로 충돌하는 경우 이를 조화시키는 한계를 설정함에 있어서는 기업의 경제상의 창의와 투자 의욕을 훼손시키지 않고 오히려 이를 증진시키며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며 "기업이 쇠퇴하고 투자가 줄어들면 근로의 기회가 감소하고 실업이 증가하게 되는 반면, 기업이 잘되고 새로운 투자가 일어나면 근로자의 지위도 향상되고 새로운 고용도 창출되어 결과적으로 노사가 다 함께 승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판례를 남겼다.

이에 대해 김태욱 금속노조 법률원 소속 변호사는 "이는 대법원이 법률적 판단을 한 것이 아니라 정치·경제적 판단을 한 것"이라며 "현실에서 깨진 지 오래된 공허한 경제 논리로 대법원이 노동3권을 심각하게 제한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손배·가압류 청구에 있어서 구체적인 청구 내역이 문제가 된 사례도 소개했다. 그는 "법원이 전체적으로 너무나 쉽게 사용자 청구를 인정하고 있다"며 "이는 민사상 손배청구 입증 책임이 전부 원고(사용자)에게 있는데다, 손배 입증 자료가 전부 사용자에게 구조적으로 편재되어 있다는 것을 법원이 간과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그는 "회사가 파업으로 '손해'가 아닌 '이득'을 보는 경우도 있다"며 "제조업체가 상당 기간 매출 부진으로 과다한 재고를 보유하고 있다가, 파업 기간에 오히려 그 재고를 소진하여 적정 재고 수준으로 복귀한 경우, 임금 절감분을 고려하면 오히려 이익"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이런 쟁의행위에까지 사용자는 손배를 청구할 수 있다. 파업을 통해 추가 이득을 취할 수 있는 셈이다.

고정비용을 손배에 청구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도 논쟁적이다. 일반적으로 고정비용은 매출 이익을 통해 그 전부 또는 일부가 불확실하게 환수된다. 그런데 쟁의행위가 있어 고정비용을 손배 청구에 포함하는 경우, 매출 이익 발생과 무관하게 고정비용 100%가 보장되는 결과가 초래된다.

김 변호사는 "이런 결과를 부른 대법원 판결들은 무분별한 손배가 남발되는 배경이 되고 있다"며 '법원이 앞장서 사용자 측에 지나친 혜택과 과다 이익을 제공했다"고 비판했다.

▲ 서울 서초동 대법원의 조형물에 대법원 전경이 일그러진 채 비치고 있다. ⓒ뉴시스

"군사독재 정부가 만든 반(反)노동 기류, 노동법에 그대로 뿌리내렸다"

이어 조경배 순천향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해외에서 손배·가압류가 극히 제한적으로 사용된다"고 설명하며, 한국의 뿌리 깊은 반(反)노동 인식을 비판했다.

우선 한국 쟁의권 이론에 깊은 영향을 끼친 독일의 관련 판례와 학설을 소개했다. 조 교수 설명에 따르면, 독일에는 군인, 경찰 등과 같은 특수한 직역을 제외하곤 국가가 직접적으로 노동 쟁의 행위를 규제하거나 규율하는 법령이 없다. 노사 갈등 해결은 전적으로 당사자 자율에 맡겨져 있기 때문에, 업무방해죄나 관련 형벌 조항도 존재하지 않는다.

게다가 손배를 청구할 수 있는 조건이 되더라도, 사용자는 경영상의 자료를 공개하기를 꺼리고, 소송이 향후 노사 관계에 끼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을 우려해 손배를 잘 청구하지 않는다. 또 일부 노조는 단체협약을 통해 아예 손배 상한선을 사측과 합의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독일 금속노조는 사용자 단체와 100만 마르크(약 7000만 원)를 상한선으로 두었었다.

프랑스 역시 군인, 경찰 등의 특수 직무를 제외하곤 파업을 제한하는 법률이 없다. 또업무방해죄와 같이 파업을 범죄 행위로 규정하는 조항도 없다.

특히 눈여겨볼 대목은, 프랑스는 정부의 사회·경제정책(임금 동결, 구조조정 등)에 저항하기 위한 파업도 합법으로 인정한다는 점이다. 구조조정을 경영권 침해로 이해해, 이에 저항하는 파업을 불법으로 여기는 한국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노동자 측의 경제 사정을 고려하는 판례도 눈길을 끈다. 본래 민법상 불법행위로 손배액을 산정할 때 채무자의 여건은 고려되지 않는다. 하지만 프랑스에서는 이러한 민법 원리가 노동법 영역에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다. 조 교수가 발제한 판례들을 보면, 프랑스 법원은 파업 참가자의 허약한 경제 사정을 고려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조경배 교수는 "한국이 유독 반(反)노동 정서에 강하게 물들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쟁의행위=업무방해죄'라는 방정식은 이들 국가에서는 150년 전에나 있었던 논리"라며 "국가 안보와 경제성장을 최고 가치로 내세워 파업권 행사를 반(反)국가적, 반(反)반사회적으로 간주하는 한국 법체계는 오랜 타성을 극복하지 못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조 교수는 노동권을 침해하는 현행 노조법을 대폭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손배 책임의 법적 근거가 되는 각종 형벌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는 게 조 교수의 생각이다.

그는 "현행 노조법은 일부 선언적 조항을 제외하면 대부분 금지와 처벌 조항으로 구성돼 있다"며 "100여 개 조항 가운데 부당노동행위 제도와 직장폐쇄 등 일부를 제외하곤, 40여 개 항목이 노조 운영과 활동에 대한 형벌 조항과 과태료 부과 조항"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953년 한국전쟁 중 제정된 최초의 노조법에 담긴 벌칙 조항은 10개가 조금 넘었다"라며 "노동 형법으로 변질된 지금의 노동법은 과거 군사독재 정부가 노조 성장을 정책적으로 저지하며, 경제성장이란 이름으로 노동자들을 자본 축적 도구로 전락시킨 결과"라고 말했다.

"반드시 노조법 전면 개정해야"

진보정의당 심상정 의원실의 김가람 보좌관은 "손배·가압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재 국회 환노위에 계류 중인 노조법 개정안이 이른 시일 내에 통과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보좌관은 "중·장기적으로는 쟁의권에 대한 이해 확산, 정리해고 요건 등에 대한 제도 개선, 기업별 노조가 아닌 산별 노조 체제의 강화, 노동법원 신설 등의 과제가 있다"면서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환노위에 계류 중인 노조법 개정을 통해 손배·가압류 문제를 조금이나마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노조법 3조를 시급히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행 노조법 3조를 보면, "사용자는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 그밖의 노동조합 활동으로 손해를 입은 경우에 노동조합 및 근로자에 대해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여기엔 "단, 노조법에 따라 정당한 쟁의행위로 인정된 경우에 한에서"란 단서가 달려 있다.

김 보좌관은 "이 단서를 삭제하고, 폭력이나 파괴 행위로 인한 손해에 대해서 민사상 면책을 제한하는 규정을 두어야 한다"며 "국회가 노동자들이 직면한 고통과 절망을 책임지고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프레시안) 관련 기사 보기
[강자의 무기, 손배·가압류 ①] 내 가족 죽게 만든 '연쇄 살인범', 알고 보니…
[강자의 무기, 손배·가압류 ②] 대한민국, 국민 목에 '돈의 칼'을 들이대다
[강자의 무기, 손배·가압류 ③] "158억 손배? '야만적인 한국'으로 볼 것"


 /최하얀 기자 

2012년 12월 26일 수요일

‘태어나 듣지도 보지도 못한 돈’, 노동자 죽이는 손배소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12-25일자 기사 '‘태어나 듣지도 보지도 못한 돈’, 노동자 죽이는 손배소'를 퍼왔습니다.
사실상 노조에 대한 ‘보복’, “쟁의행위를 손배소 대상에서 제외해야”

“내가 못 가진 것이 한이 된다. 민주노조 사수하라. 손해배상 철회하라. 태어나 듣지도 보지도 못한 돈 158억 죽어라고 밀어내는 한진 악질자본 박근혜가 대통령되고 5년을 또...”

지난 21일 노조 사무실에서 목숨을 끊은 한진중공업 최강서(35)씨 유서의 일부다. 노조에 사측의 전방위 압박이 최씨의 죽음을 불렀고, 특히 158억원이라는 거액의 손해배상소송이 큰 압박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민중의소리 김보성기자 21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전국금속노조 부양지부 한진중공업 지회 최강서(35) 열사와 관련해 트위터에서 분노가 폭발하고 있다. 사진은 조문객이 끊이지 않고 있는 부산 영도구 구민장례식장 빈소 모습.

한진중공업 사측은 정리해고를 막기 위한 노조의 파업으로 큰 손실을 입었다며,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에 대해 158억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200명 남짓의 조합원이 내는 한 달 평균 조합비가 7백여만원임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갚을 수 없는 액수다.

천문학적인 손해배상소송은 노조 입장에서는 존폐의 문제다. 사측이 손해배상액의 일부만 가압류를 해도 노조는 활동이 중단될 수밖에 없다. 다른 회사의 경우 아예 자산 압류, 경매 실시 등을 강행한 경우도 있어 노조에게 손해배상소송은 ‘경제봉쇄’로 받아들여진다.

회사측이 파업이나 노조 활동 등으로 인한 손실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이중 일부를 노조 또는 노조 간부나 조합원의 수입을 가압류 하는 행태는 이제 노사관계의 일반적인 풍경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자본력이 취약한 노조와 수입의 대부분이 생계비인 노동자에게는 가히 살인적인 폭력이라고 할 수 있다.

손배소는 노조에 대한 ‘경제봉쇄’.. 압류, 경매 실시도

지난 2010년에는 재능교육 사측이 노조와 간부의 자산을 압류해 경매까지 실시해 충격을 주기도 했다.

노조 사무실의 컴퓨터, 프린터 등 집기는 경매로 팔렸다. 노조 차량과 강종숙 학습지노조 위원장 차량도 압류됐으나 워낙 오래된 차량이라 경매에서 팔리지 않아 지난 여름 반환됐다. 다행히(?) 유득규 당시 노조 사무처장의 자택은 감정가보다 채권이 많아 경매가 실시되지 않았다.

심지어 오수영 재능지부 사무국장 자택의 TV, 장롱 등 가재도구까지 압류돼 가족들이 충격을 받는 일이 벌어졌다. 다행히 가재도구 경매는 노조 반발로 무산됐고, 서울 성북동의 재능지부 사무실은 다른 이의 명의로 돼 있어 압류를 피했다.

손배소와 가압류를 넘은 압류와 경매의 ‘쓰나미’는 2008년 사측이 ‘재능교육 본사 100미터 이내 점거 금지’ ‘사측 명예를 훼손하는 유인물·현수막 금지’ 등을 내용으로 법원에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면서 시작됐다. 법원은 이를 위반하면 회당 100만원을 회사에 지급하라는 가처분을 받아들였고 회사는 이를 노조와 간부들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했다.

다행히 최근 노사 교섭이 시작되면서 손배 가압류 상황은 일단 가라앉았으나 노사관계가 틀어질 경우, 사측은 언제든 휘두를 수 있는 칼을 쥐고 있는 형국이다.

쌍용차 300억원대 손배소, 110억원 구상금도 해결 ‘시급’

2009년 대규모 정리해고 이후 갈등이 끊이지 않는 쌍용차 역시 대규모 손배소와 가압류가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쌍용차 노조에 따르면, 노조와 간부들에게는 올해 9월 현재 총 300여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이 제기돼 있다. 노조는 회사측이 쌍용차노조와 금속노조 및 간부 개인, 연대단체 활동가 등에게 총 250억원의 손배소를 제기했고 대한민국 정부가 42억원, 경찰 120여명이 약2억원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메리츠화재는 사측에 지급한 보험료 110억원을 노조에 구상금으로 청구한 상태다.

노조 간부들은 임금과 퇴직금, 부동산 등이 가압류된 상태다. 쌍용차노조 한 관계자는 “가압류가 퇴직금에도 걸려있고, 아파트에도 걸려있다. 퇴직금도 한 푼도 못 받았다. 집행간부 아닌 평조합원도 가압류에 걸려 금융거래나 경제활동을 할 수가 없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 때문에 쌍용차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해고자 복직 외에도 ‘경제적 징벌’에 대한 해결이 필수적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여전히 우리나라에서 파업을 비롯한 노조의 쟁의활동은 합법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와 연이은 가압류, 압류와 경매 실시 등은 노조 활동 자체를 억누르는 무기로 작동하고 있다.

노조 간부들이 당장 자신에게 가압류나 압류·경매 등이 다가오지 않더라도 사측의 결정에 따라 언제든 비수가 날아올 수 있다는 압박감이 생긴 것이다. 또 최강서씨처럼 노조 활동에 열성인 이들은 사실상 노조 활동이 중단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울분과 좌절감을 느끼게 된다.

ⓒ민중의소리 21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전국금속노조 부양지부 한진중공업 지회 최강서(35) 조직차장의 유서 내용이 공개됐다. 최 씨의 유서에는 노조에 150억대 손배소를 제기한 사측에 대한 분노와 조합원들에 대한 호소 내용이 담겼다. 박근혜 당선자에 대한 우려도 포함됐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민중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사측은 2003년도에도 노조비를 가압류한 뒤 조합원 개인에게 손배소를 제기했다. 한진중공업이 한두 번 그런게 아니다. 150억을 내려면 무려 조합원들이 꼬박 모아도 200여 년이 걸린다. 이에 대한 심리적 압박이 왜 없겠나”라고 말했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전 대선후보도 “노동자들이 손배 가압류에 시달리고 있다. 파업 한번 하면 가재도구 가압류되는 일이 재능교육 때 있었다. 한진중공업 김주익씨 올라가 스스로 목을 맸다”며 손배 가압류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경기비정규직지원센터 박치현 변호사는 “헌법상 보장된 노동조합의 쟁의행위에 민사법인 손해배상소송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노조의 쟁의행위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은 다른 나라에서는 극히 보기 드물다”고 말했다. 일부 위법이 있더라도 전체적으로 쟁의행위라고 한다면, 헌법상 기본권인 단체행동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어 박 변호사는 “당장은 법원이 판례를 통해 현저한 위법이 아니라면 노동쟁의를 폭넓게 인정하고 보호해야 하고, 법 개정을 통해 일부 위법이 있더라도 전반적으로 노동쟁의로 판단되면 손배소나 가압류 등의 대상에서 제외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고희철·김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