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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월 15일 금요일

‘삼성X파일’ 폭로자만 처벌…거꾸로 선 정의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3-02-14일자 기사 '‘삼성X파일’ 폭로자만 처벌…거꾸로 선 정의'를 퍼왔습니다.


‘떡값검사’ 공개한 노회찬, 의원직 상실 판결 확정
당시 수사지휘 황교안은 법무장관 후보에 올라

‘삼성 엑스(X)파일 사건’을 폭로한 노회찬 의원(진보정의당)이 14일 의원직을 잃었다. 2005년 8월 옛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의 도청 녹취록을 인용해 삼성으로부터 ‘떡값’을 받은 전·현직 고위 검사 7명의 이름을 공개한 것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라며, 대법원이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은 선거법 외의 일반 형사사건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의원직을 잃게 된다.바로 전날인 13일, 노 의원의 고교 동기(경기고 72회)로 ‘삼성 엑스파일 사건’ 특별수사팀의 지휘를 맡았던 황교안 당시 서울중앙지검 2차장이 박근혜 정부의 법무부 장관 후보로 지명됐다. 특별수사팀은 2005년 12월, 유력 대선 후보와 검사들에게 불법자금을 전달하려 했던 정황이 1997년의 안기부 도청 녹취록으로 생생하게 드러났던 이건희 삼성 회장과 이학수 삼성 부회장, 홍석현 중앙일보사 사장 및 떡값을 받았다는 전·현직 검사들을 모두 불기소 처분했다. 반면 이를 앞서 보도했던 이상호 (문화방송) 기자와 김연광 (월간조선) 편집장은 되레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노 의원도 검찰 조사를 받다 2007년 5월 기소됐다.두 고교 동창의 운명이 엇갈린 것처럼, 8년 만에 사법적 판단이 마무리된 ‘삼성 엑스파일 사건’도 그 결과가 거꾸로 됐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있다. 불법자금 수수 의혹이 분명한 이들은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은 반면, 이런 의혹을 공개한 기자와 국회의원만 처벌을 받은 것은 형평성 등 일반적 법감정에 어긋난다는 것이다.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노 의원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노 의원이 2005년 8월 국회 발언 관련 보도자료를 인터넷에 게재한 것은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대법원은 앞서 2011년 3월 전원합의체 판결로 이상호 기자 등에 대해 유죄를 확정할 때도 같은 이유를 댔다. “불법감청된 내용이더라도 공익에 대한 중대한 침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뚜렷하면 공개할 수 있지만, 떡값 검사 문제는 8년 전의 대화 내용이어서 비상한 공적 관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취지였다.이에 대해선 전원합의체 판결 당시에도 “대기업이 대통령선거와 검찰 조직에 영향을 미치려는 불법 행태야말로 민주적 헌정질서의 뿌리를 위협하는 것으로 매우 중대한 공익 문제”라는 비판이 있었다. 8년 전 일이라지만 정경유착 등 위법 의혹이 여전한 터여서 보도의 시의성이 있고, 실명이 공개된 검사들이 공인이어서 보도로 인한 이익이 통신비밀의 유지로 얻어지는 이익보다 더 크다는 지적도 있었다. 법원이 기계적 틀을 들이댄 탓에, 결과적으로 거대한 권력비리 대신 이를 공개한 행위만 과도하게 처벌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여현호 선임기자, 손원제 기자 yeopo@hani.co.kr

삼성공화국, ‘노회찬’과 ‘황교안’ 운명 갈랐다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2-14일자 기사 '삼성공화국, ‘노회찬’과 ‘황교안’ 운명 갈랐다'를 퍼왔습니다.
[기자칼럼] X파일 덮은 황교안 검사는 법무장관 영전…노회찬 “내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황교안 검사는 당시 ‘안기부 X파일’ 수사 책임자로서 지난 2005년 ‘독수독과(증거 수집 방법이 위법이면 증거 능력을 상실한다)’를 적용해 뇌물 의혹에 휩싸인 사람들은 수사하지 않고 이를 알린 기자와 정치인을 기소했습니다. 공교롭게도 안기부 ‘X파일 사건’을 덮은 사람이 검찰개혁을 해야 할 법무부장관에 지명되고 같은 시각 나는 국회를 떠나게 됐지만 이것을 두고 불의가 정의를 이겼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이 사건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노회찬 진보정의당 의원이 14일 국회를 떠났다. 지난해 4월 총선에서 국회에 재입성 한지 불과 10개월여 만이다.
지난 1997년 이학수 당시 삼성그룹 비서실장과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이 이회창 신한국당 대선 후보와 검찰 간부들에게 ‘떡값’을 돌렸다는 대화를 나눴고 이를 안기부가 도청했다. 그리고 8년 후 노회찬 의원이 이를 입수해 국회에서 떡값을 받은 검사들의 실명을 폭로했고, 다시 8년 후 노회찬 의원은 유죄를 받았다.
이에 앞서 13일, 당시 ‘안기부 X파일’ 특별수사팀을 지휘한 황교안 전 검사가 박근혜 정권 초대 법무부장관에 지명됐다. 황교안 검사는 이 사건 수사 중 뇌물을 준 혐의가 있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에 대해 서면조사 후 불기소 처분했고, 떡값을 받은 검사는 수사도 안했다. 그리고 오히려 이를 알린 이상호 MBC 기자와 노회찬 의원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기소했다.
삼성과 정계, 검찰 간의 부적절한 유착관계는 덮어지고, 오히려 이를 사회에 고발한 언론인과 정치인이 법의 철퇴를 맞은 것이다. 그리고 이 황당한 사건을 지휘한 검사는 오히려 법무부장관으로 ‘영전’했다. 이것이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나라”를 만들겠다던 박근혜 당선인이 대통령에 취임하기 직전 벌어진 일이다.

▲ 이른바 '떡값 검사' 실명 공개로 기소돼 대법원 판결로 의원직을 상실한 진보정의당 공동대표인 노회찬 의원이 14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노회찬 의원의 선고를 앞두고, 국회 여야 의원 152명이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에 동의했고 여야 의원 159명은 이 통비법이 개정된 후 노 의원의 선고를 내려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현행 통비법이 벌금형 없이 때문에 노 의원의 공익을 위한 의정활동이 의원직 사퇴라는 기형적인 결론으로 갈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은 통비법이 개정되기 전 기어이 노 의원의 의원직을 박탈했다. 무엇이 그렇게 급했을까? 노회찬 의원은 14일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법 개정 가능성이 높은 사항인데 왜 서둘러 선고했는지 모르겠다”며 “개정법에 의해 내가 의원직을 유지하는 것을 대법원이 바라지 않는 듯하다”고 아쉬워했다.
결국 노회찬 의원은 국회를 떠났다. 재벌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가 있는 검사는 조사도 받지 않았고, 같은 혐의가 있는 옛 대선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박 당선인을 지지하며 재기했다. 위장전입 등 법을 어긴 사람들은 고위 공직에서 잘 살아남고 있다. 오직 불법을 폭로한 정치인만이 국회를 떠났다.
무엇보다 이번 판결은 한국사회가 '삼성공화국'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는 평가다. 삼성가를 불편하게 한 자 노회찬과 근심을 덜어준 자 황교안의 엇갈린 운명이 극명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엇갈린 운명이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그 아무도 모른다. 안기부 X파일 사건이 이번 판결로 매듭될 지는 미지수다. 노회찬 의원이 폭로한 X파일의 내용은 안기부 도청팀이 압수당한 280여개의 테이프 중 불과 2~3개에 불과하다.
“280개의 테이프가 서울중앙지검에 그대로 보관돼 있습니다. 국회와 국민이 노력하면 테이프 공개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친일 문제도 새 법률로 진상을 규명했습니다. 역사에는 시효가 없습니다. 거대권력의 비리를 규명하고 처벌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아직 제 싸움도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 말을 남기고, 노회찬 의원은 국회 밖으로 나섰다.  

정상근 기자 | dal@media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