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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21일 일요일

기발한 아이디어 반짝, 이런 횃대 보셨나요?


이글은한겨레시문 환경전문 조홍섭기자 블로그 물바람숲 2013-04-18일자 기사 '기발한 아이디어 반짝, 이런 횃대 보셨나요?'를 퍼왔습니다.
타이어, 의자도 뚝딱 재활용하면 독수리와 말똥가리에겐 최고의 횃대로 변신
장애 야생동물 위한 배려…구조센터는 뭐든지 만드는 공작소

센터에는 다양한 동물이 있습니다. 이러한 동물들 중에는 영구장애를 입어 야생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녀석들도 있죠. 이러한 개체들 중 조류가 많은데 이들은 각자 자신들이 좋아하는 횃대의 크기나 형태가 다릅니다. 그래서 이들의 요구를 맞추고, 발바닥에 생기는 병변을 예방하기 위해 다양한 횃대를 제작하여 제공하고 있습니다.

독수리의 경우 크기도 클 뿐더러 발가락도 크므로 타이어와  같이 큰 횃대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최근 횃대 집을 만들어 소쩍새 아따리, 황조롱이 닌자, 까마귀 마귀와 큰소쩍새 하산이에게 제공해주었죠. 다양하고 기발한 횃대들을 구경하시죠.

» 말똥가리 띵동의 횃대입니다. 발바닥에 상처가 생기는 문제를 막기 위해 수건을 감싸서 제공하거나 인조잔디를 제공합니다. 이러한 형태의 횃대를 바우 퍼치(bow perch)라고 합니다. 재활사였던 김준 아버님께서 제작해주신 겁니다.


» 센터 주변의 벚나무와 리기다소나무를 이용하여 만든 간이횃대입니다. 작은 조류들에게 사용할만 합니다.


» 이번에 새로이 제작한 횃대 집입니다. 그늘이나 직사광선을 피할 수 있도록 되어 있고 지붕에도 올라설 수 있죠.


» 다른 각도의 횃대 집입니다.


» 독수리(이름을 아직 못 지었네요. 아마도 광주가 되려나 싶습니다. 전남 광주에서 구조된 후 이송된 개체거든요.)의 횃대입니다. 40년생 리기다소나무 횃대와 타이어 횃대입니다.


» 타이어 횃대, 짱!.


» 초등학생 의자를 재활용한 횃대입니다. 안에 모래를 채워 무겁게 만들었죠.


» 벌매입니다. 말똥가리 띵똥과 같은 구조물입니다


» 스테인리스로 만든 기존 횃대 옆에 새로이 만들에 제공해 준 횃대 집입니다. 밤에는 안에 들어가 자는군요.


» 잘 이용했으면 좋겠습니다.


» 큰소쩍새 하산이, 하산이라는 이름은 시력 손상 때문에해 비행을 하다가 공중에서 낙하산 펴고 떨어지는 것처럼 뚝 떨어진다고 하여 붙인 이름입니다. 충돌로 인해 시신경에 장애가 있는 것을 파악됩니다. 동공반사도 무척이나 느립니다.


» 크기에 비해 참 응가를 많이 합니다. 벚나무로 만든 횃대입니다.




» 까마귀 '마귀', 지금은 새 횃대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 마스코트라고 할 수 있는 소쩍새 아따리입니다. 참으로 식탐이 심합니다. 체중은 보통 65~70g 사이를 유지하는데, 하루에 먹는 먹이량은 25g에 이릅니다.


» 아따리의 야외 횃대 집. 빛이 강하거나 더우면 집안으로 들어가 쉽니다. 밤에는 잘 안들어가는군요.


» 제천 간디학교 6학년 정지훈 학생. 자원활동 및 인턴 실습으로 저희 센터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벌써 한달이나 지났군요.


» 큰소쩍새 하산이에게 줄 횃대 집을 만들고 있습니다. 공구를 다룰 때는 조심 조심.


글·사진 김영준/ 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선임수의관
김영준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선임수의관의 공동저자, 의 대표저자. 단순한 수의학적 지식보다 야생생물의 생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수의사로, '야생동물소모임'의 회원이다.
이메일 : ecovet@yahoo.co.kr  

2013년 2월 24일 일요일

야생동물을 사람 병원에서 치료하면 곤란한 이유


이글은 한겨레신문 환경전문 조홍섭기자 블로그 물바람숲 2013-02-19일자 기사 '야생동물을 사람 병원에서 치료하면 곤란한 이유'를 퍼왔습니다.

새 특성 무시한 시술로 새호리기 영구 장애…잘 감싸면 자연 치유 가능
제비 잡는 날쌘들이 새호리기, 전선에 충돌해 날개팔 골절 

새호리기는 우리나라에는 여름에 찾아오는 조류로서 보통 6월에 번식을 합니다. 황조롱이보다 약간 더 늦게 번식하는 소형 맹금류입니다. 주로 제비처럼 작은 새나 잠자리 등의 곤충을 공중에서 낚아채 비행하는 습성을 가진 조류죠.
공중사냥을 해야 하는 동물이기에 그 비행술이 현란하고 매우 빠릅니다. 그래야 제비를 잡을 수 있겠죠. 그래서 날개도 길고 그 끝이 뾰족합니다. 환경부에서 지정한 멸종위기 2급 동물로 법정 보호종입니다.
보통 체중은 170~200g 내외이고 일반적인 다른 맹금류처럼 암컷이 수컷보다 약간 더 큽니다. 어릴 때는 아랫배 색이 밝은 상아색을 보이다가 성조깃으로 갈아입으면 빨간 바지를 입는다고 표현하는데, 아랫배와 장단지 깃을 붉은 깃털로 갈게 됩니다.
이 새호리기는 2012년 7월13일 구조가 된 어른새인데, 전선 등에 충돌하여 척골(뒤아래팔뼈)의 원위부(날개끝 쪽 부위)가 골절된 개체입니다. 이렇게 골절되면 상태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달리지는데, 큰 문제가 없다면 잘 감싸 부러진 뼈가 저절로 붙기를 기다립니다.
보통은 1주에서 열흘 정도 감싸준 뒤 정기적으로 물리치료만 해주면 무난하게 회복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어느 방송국이 방영한 프로그램에서 사람을 수술하는 정형외과에서 새호리기를 수술한 것을 두고 인터넷 상에서 논란이 빚어지고 있습니다(날개 부상을 당한 새호리기를 일반 병원에서 치료해 주었으나 동물의 특성을 고려하지 못한 시술로 인해 영구적인 장애를 일으킨 프로그램 속 내용을 가리킴. 물바람숲).

다른 수의사가 블로그에서 이 문제를 지적한 글 '매를 품은 소녀'를 참고하세요. 전문적 영역은 서로 존중해 줄 때 빛이 날 거라 믿습니다.

» 새호리기 성조로서 아래꼬리덮깃 등이 붉은 색을 보이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오른쪽 척골이 골절되었고, 피부가 찢어져서 출혈이 발생했습니다. 아마도 전선 등에 강하게 부딪혔을 수 있습니다.

» 오른쪽 날개의 바깥쪽을 보면 골절로 인해 발생한 피하출혈이 낭포를 형성하여 삐져나온 것을 볼 수 있죠.

» 방사선 촬영 결과 척골의 원위부, 끝족이 골절된 걸 볼 수 있습니다. 화살표가 골절 부위.

» 자세가 똑바르지 못합니다. 그냥 날개를 보기 위해 촬영한 거라 그렇습니다. 12일이 경과한 후 척골 주위 방사선 투과성이 감소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골 유합이 진행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물리치료를 위해 이때는 이미 날개의 포대를 제거한 상태입니다.

» 골절된 후 보존적 치료 17일 후 뼈가 서로 붙은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해부학적 정복(완치)도 중요하지만 야생동물의 경우 기능이 오롯이 돌아오도록 하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화살표는 뼈가 자연적으로 붙은 모습

해부학적 정복과 기능학적 정복이 어렵게 들릴 수 있지만 쉽게 말하자면 보기좋게 원 상태로 만드는 것 보다는 기능적으로 원활하게 움직이고 기능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멋보다 실용인 셈이죠.
의원성 상처라는 게 있습니다. 병원 등지에서 수술하는 과정에 입히는 상처를 말하죠. 쉽게 말해서 피부나 근육을 절개하는 등의 과정에서 입히는 상처겠죠. 이러한 새로운 상처보다 그 상처를 입히고서라도 치료하는 것이 더 합리적일 때 의원성 상처 혹은 부상을 감내하고 수술하는 겁니다.
하지만 의원성 상처가 본래의 목적을 넘어선다고 판단되면 수술을 해서는 안되겠습니다.


저희 센터에 입원하고 나서 45일만에 비행하고 있는 새호리기입니다. 실제로는 55일 후에 다시 야생으로 돌아갔습니다.
이번 논란을 지켜 보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좋은 의도를 가진 사람이 항상 좋은 결과를 낳지는 않습니다. 이 시술을 실시한 의사분도 비용도 받지 않고 도와주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대상이 만약 사람이었다면 이건 민사소송 감입니다.
왜냐면 야생동물의 입장에서는 사형선고를 내린 것이기 때문입니다. 많은 고민을 해야할 것 같습니다.

글·사진 김영준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전임수의관

김영준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선임수의관(수의사가 말하는 수의사)의 공동저자, (천연기념물 야생동물의 구조 치료 및 관리)의 대표저자. 단순한 수의학적 지식보다 야생생물의 생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수의사로, '야생동물소모임'의 회원이다.
이메일 : ecovet@yahoo.co.kr   

2012년 9월 23일 일요일

"벌통에 살충제 뿌리지 말고 내게 줘요"…벌매의 말벌 집 공격


이글은 한겨레신문 조홍섭기자 블로그 물바람숲 2012-09-10일자 기사 '"벌통에 살충제 뿌리지 말고 내게 줘요"…벌매의 말벌 집 공격'을 퍼왔습니다.
김영준의 야생동물 구조 24시
벌집 움켜쥐고 날카롭고 긴 부리로 애벌레 빼 먹어, 사람 잘 따르는 순둥이 성격도
두터운 비늘, 촘촘한 깃털, 작은 콧구멍 등 벌침 막기 완전 무장…부리 위도 깃털로 감싸 

» 쌍살벌의 벌통에서 애벌레를 파먹는 벌매

벌매는 우리나라를 주로 통과하여 동남아와 시베리아 혹은 일본으로 이동하는 철새입니다. 물론 일부는 번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 번식지가 잘 알려지 있지도 않고 번식 개체군의 크기도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벌매는 벌을 직접 잡아먹는 것이 아니라 그 유충을 먹습니다. 장수말벌 집까지 공격하는 정말 무시무시한 능력이 소유자입니다. 유럽벌매의 학명인 Pernis apivorous에서 Api는 라틴어로 벌을 뜻하고 vorous는 '~을 먹는 이'라는 의미지요. 벌을 먹는 새라는 뜻입니다.
Pernis ptilorhynchus는 아시아벌매의 학명인데, 라틴어로 Ptilo는 깃털이 나 있는, 혹은 날개라는 의미이며  rhynchus는 부리를 뜻합니다. 즉 '부리까지 깃털이 나 있는'이라는 의미겠지요.
다른 조류에 비해 배설물(요즘 많은 분들이 배설물을 배설물이라 하지 않고 분비물이라고 하는데, 똥을 코나 눈으로 흘리는 것은 아니지 않나요? 배설물을 배설물이라고 해 주세요. 배설과 분비는 전혀 다릅니다.)에 물이 매우 많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갈증이 믾이 나는 동물일까요? 
2011년 10월 19일 충남 서산에서 발견된 이 개체는 아파트의 유리창에 충돌하여 좌측 날개가  골절된 것으로 확인되었는데 수술로 교정이 가능한 골절이었지만 골절된 지 오래된 상처라서 구더기가 슬고, 이미 상당 부분 괴사가 이루어져서 영구장애 판정이 났습니다.
하지만 워낙 귀한 새이고 우리나라에서 그나마 관찰은 되지만 사육하고 있는 개체도 거의 없는 편이어서 교육 차원에서 사육을 고려하고 치료를 시작하였습니다.

» 매우 강한 충격이 좌측 요척골에 가해졌던 것으로 보입니다. 유리창에 부딪혀서 이렇게까지 부러질까 하는 생각도 있습니다만, 일단은 총상은 아닙니다.

» 날개뼈가 부러졌기 때문에 사람으로 치면 팔뚝 부위가 많이 짧아져 있습니다.

» 신선한 골절이었으면 치료가 충분히 가능한 상태의 골절입니다만, 이미 상처 부위의 감염과 괴사, 그리고 구더기 오염으로 인해 치료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만 생명을 살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죠.

» 희안하게도 이 개체는 사람을 무척이나 따르고, 식탐이 많은 새여서 저희가 데리고 있기가 매우 수월했습니다. 덩치 큰 맹금 앵무라고나 할까요? 이런 동물을 데리고 있을 때 가장 중요한 고려점 중 하나는 동물이 받는 스트레스입니다만, 이 친구는 오히려 저희가 스트레스 받을 정도였답니다. 배고프면 울어댑니다.

» 벌매에게는 좀 추운 겨울이었을 겁니다. 봄과 가을에 우리나라를 통과하여 산림 지대로 이동하여 벌집을 공격하는 맹금류이며, 동남아에서는 아마도 대만 인근까지 이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4월 사진인데 연회색이던 홍채가 슬슬 노랗게 변해 가고 있습니다. 나이를 먹어 간다는 의미입니다. 상당히 많은 조류에서 연령을 추정할 때 홍채의 색을 판단 기준으로 삼곤 합니다. 우리가 구조한 이 녀석은 몇 개월 되지 않은 상황에서 구조된 것으로 보입니다.

» 보시기엔 늠름한 자태입니다만, 정말로 순진하고 순한 녀석입니다.

» 새로 만들어준 횃대에 올라가 앉아 있는 모습입니다. 철쭉이 피던 때이군요.

» 보름 전쯤 새로 만들어 준 횃대에 라간 녀석입니다. 홍채 이 더욱 노랗게 변해 있습니다.

» 참으로 예쁜 노란색입니다. 수리부엉이의 홍채는 노랗다 못해 붉은색까지 감도는 반면 이 녀석은 연노랑입니다.

http://www.youtube.com/watch?v=exf0Hm9nNBE&feature=player_embedded

우연찮게 쌍살벌 집 하나를 구하게 되었습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많은 유충이 있었고, 벌매에게 주기로 하였지요. 쌍살벌들에게는 미안합니다만…. 그래도 센터에 매달린 벌집을 놔둘 수는 없는 것이지요. 119 요원분들이 살충제만 뿌리지 말고 저희에게 주신다면 이런 벌집은 매우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데 말입니다.

» 벌매가 먹다가 흘린 벌 유충입니다.

» 이렇게 생겼다군요

» 쏙쏙 뽑아 먹고 그것도 아쉬워 뻘집의 일부까지 뜯어 먹었습니다. 얼마나 먹고 싶었으면 그랬을까요.

» 벌매의 발가락 비늘 모양입니다. 우리 조밀하고 두터운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주로 발로 먼저 벌집을 움켜잡기 때문에 공격을 당할 수 있는 부위입니다만 이렇게 보호하고 있답니다.

» 발톱은 상당히 가늘고 길게 발달해있습니다. 마치 갈코리처럼 말이죠. 먹이를 채거나 죽이는 용도가 아닌, 쉽게 부스러질 수 있는 벌집을 강하고 깊게 움켜잡을 수 있도록 발달한 흔적이라고 하겠습니다.

» 벌매의 뒷덜미입니다. 목덜미 깃은 풍성하고 덥수룩하게 나 있어서 벌침이 몸에 도달하지 못합니다.

» 목덜미 깃털 확대 모습. 멋지지 않나요?

» 부리는 다른 맹금류에 비해서 상당히 길게 자랍니다. 공작에 가까운 부리 형태라고나 할까요? 콧구멍은 길고 앏게 발달해 있습니다. 괜히 크게 만들어서 벌침 맞을 이유는 없겠죠? 잘 안보이시겠지만 부리 위의 노란색 부위가 납막이라는 부분인데 부리와 납막 사이에 길게 2시에서 8시 방향으로 홈이 나 있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여기가 외비공( 外鼻孔 nostril)입니다. 눈과 부리사이에도 간격이 넓을 뿐만 아니라 이 부분도 충실하게 깃털이 덮고 있습니다.

» 3년새 수컷 말똥가리의 모습입니다. 부리가 상당히 짧기도 하거니와 콧구멍도 명료하게 보입니다. 얼굴깃도 조밀하지 않죠. 이런 녀석은 벌 근처에 갔다가는 금방 쫓겨날 겁니다.

http://www.youtube.com/watch?v=24lkf10Lbec&feature=player_embedded

글·사진 김영준/ 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전임수의관

김영준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선임수의관의 공동저자, 의 대표저자. 단순한 수의학적 지식보다 야생생물의 생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수의사로, '야생동물소모임'의 회원이다.
이메일 : ecovet@yahoo.co.kr 

2012년 9월 15일 토요일

견공의 재능 기부 ‘야생동물 똥 찾기’


이글은 한겨레신문 조홍섭기자 블로그 물바람숲 2012-09-14일자 기사 '견공의 재능 기부 ‘야생동물 똥 찾기’'를 퍼왔습니다.

암 환자 가리는 후각으로 올빼미 펠릿, 범고래 배설물 찾아 보전에 기여
공놀이 집착하는 외곬 성격이 적합…배설물 찾은 뒤 보상으로 놀아줘

» 범고래 배설물 찾기의 '달인' 터커. 사진=워싱턴대 보전생물학연구센터

크낙새는 남한에서 20년째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는 가장 희귀하고 멋진 딱따구리이다. 광릉 수목원에 크낙새의 모형을 달아놓고 그 밑을 지나가면 ‘클락~ 클락~’ 하고 울도록 만들어 놓은 적이 있다. 부디 돌아오라는 염원을 담은 장치이지만, 만일 크낙새가 나타난다면 이 녹음 소리에 실제로 응답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딱따구리인 북부점박이올빼미를 조사할 때도 녹음된 울음소리를 이용한다. 미국 서북부 해안의 온대우림에 서식하는 이 딱따구리를 연방정부가 1990년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하자 벌목 일자리 3만개가 사라진다며 “새가 중요하냐 일자리가 중요하냐”는 사회적 논란이 불거졌다.

» 미국의 유명한 멸종위기종 북부점박이올빼미. 사진=위키미디어 코먼스

이 새를 보전하려면 서식지가 어디인지 아는 것이 먼저다. 연구자들은 번식기에 녹음된 북부점박이올빼미 소리를 들려주는 방법을 쓴다. 짝짓기 때 영역 지키기에 민감해진 올빼미는 이 소리를 들으면 곧바로 반응해 울음소리를 낸다.
과학자들은 이 소리를 추적해 올빼미를 발견하면 산 쥐를 내놓는다. 둥지를 튼 올빼미라면 둥지로 쥐를 가져갈 것이고 아니면 그 자리에서 먹어치울 것이다. 이로써 올빼미의 번식 여부와 둥지 위치 등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벌목이 이뤄지지 않는데도 이 올빼미의 수는 해마다 줄고 있다. 북미 동부에 사는 줄무늬올빼미가 외래종으로 들어와 토종 북부점박이올빼미를 밀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상황은 기존의 울음소리 조사 방법에 지장을 초래했다. 외래종 올빼미에게 들킬 것을 겁낸 토종 올빼미가 과학자가 들려주는 녹음 소리에 반응하지 않는 경향이 생긴 것이다.

» 올빼미 펠릿을 찾아내고 자랑스러워하는 탐지견 맥스. 왼쪽 위에 올빼미가 보인다. 사진=워싱턴대 제니퍼 하트먼

이에 미국 워싱턴대 보전생물학센터가 내놓은 대안이 바로 탐지견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암에 걸린 사람의 미묘한 체취 차이도 가려내는 개의 후각을 이용해 북부점박이올빼미가 게워내는 먹이 찌꺼기인 펠릿을 찾아내는 것이다.
이 센터 사무엘 와서 소장은 최근 미국 공공과학도서관이 발행하는 온라인 공개학술지 에 실린 논문에서 탐지견을 이용해 실제로 북부점박이올빼미를 조사했더니 녹음을 이용한 것보다 뛰어난 결과를 얻었다고 소개했다.
조사에는 라브라도 리트리버 잡종견인 슈렉과 호주 소몰이개 잡종견인 맥스가 나섰는데, 세 번의 조사에서 87%의 확률로 점박이올빼미를 탐지해 냈다. 울음소리를 이용한 조사에서는 탐지 성공률이 59%에 지나지 않았다.

» 회색곰의 배설물을 탐지하는 탐지견과 연구원. 사진=보전생물학센터

이 센터는 1997년부터 개의 후각을 이용한 야생동물 배설물 조사를 광범하게 해오고 있다. 조사 대상은 호랑이, 회색곰, 퓨마, 재규어, 늑대 등 다양한데, 특히 범고래의 배설물 추적이 유명하다.
야생동물의 배설물 탐지견은 유난히 집중력이 강하고 지치지 않고 놀이에 몰두하는 성격을 지닌 개에서 선발한다. 지나치게 공에 집착해 가정에서 기르지 못하고 보호소로 보낸 개가 그런 예이다. 그런 개만이 하루 종일 평원을 가로지르고 산을 오르고 눈밭을 헤치고 다녀도 마침내 주인과 공을 가지고 노는 보상을 기대하며 즐겁게 일할 수 있다.
이 센터에서 범고래 배설물 추적의 ‘달인’인 터커가 바로 그런 개였다. 래브라도 레트리버 잡종견인 터커는 공놀이를 미친 듯이 좋아한다. 연구진은 조사선에 터커를 태우고 범고래 조사에 나선다. 연구진은 조사선에 터커를 태우고 범고래 조사에 나선다. 이때 가장 중요한 건 바람에 수직방향으로 운항하는 것이다. 그래야 터커가 고래 배설물을 찾아낸다.

» 범고래의 배설물. 물에 뜨지만 곧 흩어져 버린다. 사진=보전생물학센터

» 범고래의 배설물에 접근하자 흥분한 모습을 보이는 터거. 사진=보전생물학센터

범고래의 배설물은 물에 뜨는데 30분쯤 지나면 물에 풀려 사라져 버린다. 연구자들은 배설물을 수거해 분석함으로써 고래가 무얼 먹었는지, 스트레스와 영양 상태는 어떤지, 성별은 무언지, 어떤 개체인지를 알아낸다.
터커가 벌떡 일어나 꼬리를 쳐들면 전방에 배설물이 있다는 뜻이다. 이 개는 2㎞ 가까운 거리에서 배설물을 탐지할 수 있다. 배가 목표물에 접근할수록 개의 반응은 강해지는데, 반대로 멀어지면 개는 “뱃머리를 돌려라”라고 외치듯 뒤를 돌아본다. 물론 배설물을 수집하자마자 연구진은 터커와 공놀이를 해준다.
가축화 역사가 가장 긴 개는 야생동물보다 사람 편이다. 야생동물 사냥을 돕고 가축이 그들의 식사거리가 되지 않도록 헌신한다. 야생동물 시각에서 보면 일종의 배신이다. 이제 똥을 찾아내는 그들의 후각 덕분에 개는 야생동물 보전에 기여하는 역사적 변신을 하고 있는 셈이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Wasser, Samuel K, Lisa S. Hayward, Jennifer Hartman, Rebecca K. Booth, Kristin Broms, Jodi Berg, Elizabeth Seely, Lyle Lewis, Heath Smith. 2012. Using Detection Dogs to Conduct Simultaneous Surveys of Northern Spotted (Strix occidentalis caurina) and Barred Owls (Strix varia)PLoS ONE 7(8): e42892.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