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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5일 일요일

개는 알고 늑대는 모르는 것, “지금 나랑 놀자는 거야?”


이글은 한겨레신문 환경전문 조홍섭기자 블로그 물바람숲 2013-04-30일자 기사 '개는 알고 늑대는 모르는 것, “지금 나랑 놀자는 거야?”'를 퍼왔습니다.
개는 모순적이고 애매한 사람 행동에 유연하게 대처, 늑대는 적응 어려움
개는 놀자고 하는 행동과 실제 행동을 구별할 줄 알아

» 개(왼쪽)와 늑대. 유전자보다는 행동에서 커다란 차이를 보인다. 사진=위키미디어 코먼스


개는 늑대의 아종이어서 서로 교배가 가능하다. 둘 사이의 유전적 거리는 아주 가깝지만 생긴 모습과 행동은 크게 다르다. 개가 가축이 되는 과정에서 사람과 소통하는 능력을 현저하게 키웠기 때문이다.
 
헝가리 동물학자들이 개와 사람 손으로 기른 늑대를 대상으로 한 일련의 실험은 둘 사이의 흥미로운 차이를 보여준다.
 
훈련된 개와 사람에 익숙한 늑대 각각 13마리가 실험 대상이다. 개를 나무에 묶어 놓고 주인은 조금 뒤에 서 있다. 실험자인 여성이 개 이름을 부르며 반갑게 개에게 다가가 어루만졌다. 보통 걸음으로 접근했고 눈은 개를 주시했다. 사람에게 익숙한 개와 늑대 모두 이 다정한 방문자의 손을 핥거나 꼬리를 치며 환영했다.
 
실험자가 이번에는 천천히 멈칫거리며 개에게 접근했다. 동물의 눈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위협적인 접근이다. 개 가운데 5마리는 으르렁거리거나 짖었지만 늑대는 모두 복종적이었다. 늑대는 처음 우호적이던 사람의 변화에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을 수도 있다.
 
이어 실험자가 원위치로 돌아가 앉은 뒤 다정하게 태도를 바꿔 동물을 부르자 개는 모두 다가왔지만 늑대는 한 마리만 부름에 응했다. 개는 가축화 과정에서 상황에 따라 행동을 바꾸는 유연성을 획득했음을 보여준다고 연구자는 밝혔다.

■ 물건 뺏기 놀이 실험의 과정

» (a, b) 다정하게 다가가 이름을 부르고 쓰다듬는 과정


» (c) 가방을 향해 손을 뻗치고 살금살금 다가가자 개는 지키려는 태세를 하고, 이어 주인의 눈치를 힐긋 본다(d).


» (c) 으르렁거리며 가방을 지키려 하지만 가까이 다가온 손을 물지는 않는다. 다시 다정하게 다가와 가방을 가져가니 순순히 넘겨준다(f). 사진=마르타 가치지 외 <응용 동물행동학>


두 번째 실험은 물건 뺏기 놀이를 통해 좀 더 모순되는 행동에 개와 늑대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보는 것이었다. 이 실험에서는 개와 늑대에게 익숙한 사람이 실험자로 나섰다. 실험자는 동물 앞에 손가방을 놓고 물러난 뒤 살금살금 다가가 가방을 빼앗으려는 동작을 했다.
 
개 9마리 가운데 6마리가 짖으며 가방을 지키려는 행동을 했다. 그러나 아는 사람의 이런 행동을 놀자는 뜻으로 이해했기 때문에 아무도 물지는 않았다. 어떤 개는 실험자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알아서 가방을 물어 갖다바치기도 했다.
 
반면 실험에 나선 늑대 5마리 중 2마리는 가방을 공격적으로 지키려 했고, 그 중 하나는 실험자를 깨물기도 했다.
 
실험자는 이제 물건 뺏기 놀이를 끝내기 위해 모자를 가방 주변에 던져 동물들의 주의를 돌린 다음, 느긋한 걸음걸이로 개나 늑대의 이름을 부르며 다가가 가방을 집어들었다. 개들은 모두 실험자가 가방을 가져가는 걸 개의치 않았다. 하지만 늑대는 가방을 내어놓으려 하지 않았다. 실험자의 행동 변화를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좀 더 공격적인 벨기에 산 셰퍼드를 대상으로 가방 대신 먹음직한 뼈다귀를 이용한 실험을 했을 때도 실험자를 무는 개는 없었다. 개들은 뼈다귀를 넘겨줄 때 독특한 낑낑대는 소리를 냈는데, 이는 개들의 이중적인 감정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연구자는 해석했다.

이 논문은 국제학술지 (응용 동물행동학) 최근호 온라인판에 실렸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Wolves do not join the dance: Sophisticated aggression control by adjusting to human social signals in dogs
Marta Gacsi, Judit Vas, Jozsef Topal, Adam Miklosi
Applied Animal Behaviour Science 145 (2013) 109~122
http://dx.doi.org/10.1016/j.applanim.2013.02.007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조홍섭 한겨레신문 환경전문기자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로서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2013년 3월 10일 일요일

동물이 사람을 치유한다


이글은 한겨레신문 환경전문 조홍섭기자 블로그 물바람숲 2013-03-10일자 기사 '동물이 사람을 치유한다'를 퍼왔습니다.

재활 승마, 개 심리 치료 인기…심리 안정과 운동 효과 커
치료 이용 동물은 스트레스 커 복지 대책 중요, 돌고래 치료는 선진국서 학대 논란 

» 한국마사회(KRA) 시흥 승마힐링센터 승마장에서 조랑말 ‘얼룩이’에 올라탄 한진이가 밝게 웃고 있다. 사진=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얼룩아, 잘 부탁해~.”
조랑말 위에 올라탄 한진(6)이는 치료사의 구호를 따라 외치며 안장 위에서 허리를 꼿꼿이 폈다. 뚜벅뚜벅 걷는 말 위에서 손뼉을 치고 ‘앞으로 나란히’를 하는 그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지난달 28일 인천 남동구 서창동에 자리잡은 한국마사회(KRA) 시흥 승마힐링센터 승마장에서 조랑말 ‘얼룩이’와 ‘거북이’가 장애인을 태우고 가로 세로가 15m, 13m인 마장을 빙빙 돌았다. ‘리더’가 말고삐를 잡고 말 양쪽엔 ‘사이드 워커’가 아이를 돌보며 따라 걸었다. 치료사는 전체를 지휘했다. 말 위에 앉아 있는데 치료는 고사하고 무슨 운동이 될까?
“보기보다 힘이 많이 듭니다. 처음 말을 탄 아이는 집에 가서 곯아떨어질 정도지요.” 이호신 승마힐링부장의 말이다. 김갑수 제주한라대 마사학부 교수의 설명을 들으면, 말 타기의 운동 강도는 수영보다 4배 강해서 8분만 해도 땀이 흐른다. 움직이는 말 위에서 끊임없이 균형을 잡아야 하는데다, 말의 전후 좌우 상하 움직임이 골반과 척추를 통해 뇌로 전달된다.

또 말의 보행 패턴이 사람과 비슷해 말을 탄 장애인은 마치 스스로 걷는 느낌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자기도 모르게 비뚤어진 자세를 바로잡고 근육 이완과 집중력 증가, 자신감 회복 등의 효과를 얻는다고 김 교수는 말한다.
실제로 지난해 9월부터 주 1회 30분씩 재활승마를 해온 한진이는 반마비로 뒤뚱거리던 걸음걸이가 반듯해졌다고 보호자 조남두(66·경기도 안양시)씨는 말했다. 처음 두번째 시간까지 말을 만지지도 못했던 한진이는 이날 승마를 마치고도 말을 한참 들여다본 뒤에야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다.

» 재활승마는 동물매개치료 가운데 치료 효과가 가장 두드러져 인기가 높지만 지속적인 치료를 하기엔 시설과 인력이 태부족이다. 사진=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조씨의 걱정은 다른 대기자에게 자리를 넘기기 위해 1년이 되는 오는 8월까지만 재활승마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다른 재활승마장은 1년 넘게 기다려도 순서가 돌아오지 않고 사설승마는 부실한데다 비싸다. 정부가 복지 차원에서 의료보험 적용, 공익요원 배치 등 지원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곳 승마장의 재활승마 대기자는 80명이다. 최대 수용능력인 하루 10명을 받더라도 8년을 기다려야 하는 형편이다. 이호신 부장은 “재활승마를 늘리려고 해도 사람이 없어 못 한다. 자원봉사자 부족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다운증후군 등 지적장애인의 재활승마를 하고 있는 김현자 인천은혜병원 물리치료사는 “지능과 운동능력이 떨어지는 장애인도 승마를 통해 저절로 바른 자세를 깨치는데 근육이 이것을 기억하고 몸의 성장에 적응하려면 지속적으로 해야 효과가 나타난다”고 말했다.

재활승마용 말은 몸이 불편한 장애인을 치유하는 일을 하지만 부자연스런 아이와 서너 명의 사람에게 둘러싸여 좁은 마장을 끝없이 맴돌아야 한다. 예민한 초식동물로서 보통 스트레스가 아니다. 이 때문에 이곳의 말들은 일주일에 하루만 재활승마를 3~5차례 할 뿐 나머지 날엔 쉬거나 교관의 승마로 몸을 푼다.

2001년부터 재활승마를 해온 삼성전자 승마단의 말들도 하루 2시간 강습을 마치면 4시간 이상 방목장에서 뛰논다. 적어도 사회공헌을 위해 재활승마를 하는 기업의 말에게 큰 동물복지 문제는 없어 보인다. 그러나 사설 승마장에서도 이런 ‘대접’을 해준다는 보장은 없다.

김갑수 교수는 “유럽에선 재활승마용 말의 기준이 있어 젊고 걸음걸이가 활발한 품종을 주로 쓰지만 우리나라에선 나이 많고 순한, 그리고 경마장에서 퇴역한 말을 쓰는 경향이 있다. 제대로 된 말과 지도자가 없는 무자격 승마장에서 자칫 증상을 악화시킬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 강한 공감능력을 지닌 개는 고통을 잊게 하는 등 사람의 심리치료에 다양하게 기여한다.

개는 말과 함께 동물매개치료의 역사가 가장 오래다. 특히 개는 사람과 공감하는 능력이 뛰어나 환자의 정서와 심리적 안정, 신체발달에 기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천안소년교도소(현 천안교도소)는 2008년부터 우리나라에선 처음으로 수용자를 대상으로 개를 이용한 심리치유를 시도했다. 삼성에버랜드의 지원으로 교도소 안에 치료도우미견 센터를 세워 수용자가 유기견을 훈련하는 과정에서 정신적 치유 효과를 얻도록 하자는 의도였다.
이 사업에 참여한 정상규 천안교도소 교위(사회복지학 박사)는 “세상에서 돌봐줄 사람이 없는데다 사고치고 들어온 수용자와 주인으로부터 버림받은 유기견이 서로의 마음을 치유하는 과정이었다. 처음엔 개를 발로 차려 하고 개도 도망치려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 교감을 했다. 수용자는 자기가 관리하는 개가 따르는 데서 행복감을 느꼈고 천대받던 개는 자존심을 회복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연구 결과 수용자들의 공격성이 두드러지게 줄었고 고독감과 우울감 감소, 기억력과 어휘력 증가 등을 확인했지만 교도소가 외국인 전담 교도소로 바뀌면서 사업은 2년 만에 중단됐다. 소년원과 여자교도소에 응용할 만하다”고 말했다.

» 스티븐 킹 원작의 미국 영화 <그린 마일>에서 사형수인 마이클 지터가 집행을 앞두고 자신의 애완동물인 생쥐 '징글'에게 말을 건네고 있다. 동물은 수형자에게 종종 친구가 된다.

개는 상대를 차별하지 않고, 아이들은 개를 친구로 생각하기 때문에 쉽게 교류가 이뤄진다. 이를 이용한 자폐, 과잉행동증후군(ADHD), 학습부진 등의 아이를 대상으로 한 매개치료가 최근 활발해지고 있다.
지적장애인 복지시설인 전북 익산의 사랑원에는 지난 3년 동안 매주 목요일 원광대 애완동식물학 전공 학생 동아리 뉴퍼피드림이 치유견을 데리고 찾아온다. 자기 짝꿍 개를 정해놓은 원생들은 이 시간을 손꼽아 기다린다. 개를 쓰다듬고, 안고, 함께 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박효은 원장은 “웃음기 없는 자폐아나 지적장애인 얼굴을 개가 핥아주면 행복해한다. 자신감이 붙고 불안감과 우울감이 줄어들어 보호자들도 만족스러워한다”고 말했다.

» 개를 이용한 심리 치료 모습. 사진=김옥진 교수 제공

현재 개를 이용한 체계적인 매개치료를 하는 곳으로는 원광대 동물매개치료센터, 평택 동물매개치료복지협회, 한국반려동물문화봉사단(KSHAB) 등이 꼽힌다.
김옥진 한국동물매개심리치료학회 회장(원광대 교수)은 “동물매개치료는 가장 효과가 빠른 자연치유로 최근 각광을 받고 있지만 이제 이론을 정립하는 시작 단계여서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 특히 치료에 쓰이는 동물의 복지 지침을 마련하고 동물의 질병이 사람에게 옮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미국 등에서 활발한 돌고래를 이용한 동물매개치료는 최근 돌고래에 대한 동물복지 논란을 부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민간기업이 도입을 추진중이다. 사진=스테판 티센, 위키미디어 코먼스

가축화나 애완동물로의 품종개량이 이뤄지지 않은 야생동물을 매개치료에 쓸 때는 특히 동물복지 문제가 중요하다. 돌고래와 함께 헤엄치거나 만지는 등의 활동으로 발달장애를 치유하는 돌고래 매개치료가 그런 예이다.

제주도에서 돌고래 쇼를 하고 있는 민간기업인 마린파크는 최근 돌고래 매개치료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도입하기로 하고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돌고래 매개치료는 선진국에서도 돌고래에게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강요한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조홍섭 한겨레신문 환경전문기자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로서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2012년 9월 15일 토요일

견공의 재능 기부 ‘야생동물 똥 찾기’


이글은 한겨레신문 조홍섭기자 블로그 물바람숲 2012-09-14일자 기사 '견공의 재능 기부 ‘야생동물 똥 찾기’'를 퍼왔습니다.

암 환자 가리는 후각으로 올빼미 펠릿, 범고래 배설물 찾아 보전에 기여
공놀이 집착하는 외곬 성격이 적합…배설물 찾은 뒤 보상으로 놀아줘

» 범고래 배설물 찾기의 '달인' 터커. 사진=워싱턴대 보전생물학연구센터

크낙새는 남한에서 20년째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는 가장 희귀하고 멋진 딱따구리이다. 광릉 수목원에 크낙새의 모형을 달아놓고 그 밑을 지나가면 ‘클락~ 클락~’ 하고 울도록 만들어 놓은 적이 있다. 부디 돌아오라는 염원을 담은 장치이지만, 만일 크낙새가 나타난다면 이 녹음 소리에 실제로 응답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딱따구리인 북부점박이올빼미를 조사할 때도 녹음된 울음소리를 이용한다. 미국 서북부 해안의 온대우림에 서식하는 이 딱따구리를 연방정부가 1990년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하자 벌목 일자리 3만개가 사라진다며 “새가 중요하냐 일자리가 중요하냐”는 사회적 논란이 불거졌다.

» 미국의 유명한 멸종위기종 북부점박이올빼미. 사진=위키미디어 코먼스

이 새를 보전하려면 서식지가 어디인지 아는 것이 먼저다. 연구자들은 번식기에 녹음된 북부점박이올빼미 소리를 들려주는 방법을 쓴다. 짝짓기 때 영역 지키기에 민감해진 올빼미는 이 소리를 들으면 곧바로 반응해 울음소리를 낸다.
과학자들은 이 소리를 추적해 올빼미를 발견하면 산 쥐를 내놓는다. 둥지를 튼 올빼미라면 둥지로 쥐를 가져갈 것이고 아니면 그 자리에서 먹어치울 것이다. 이로써 올빼미의 번식 여부와 둥지 위치 등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벌목이 이뤄지지 않는데도 이 올빼미의 수는 해마다 줄고 있다. 북미 동부에 사는 줄무늬올빼미가 외래종으로 들어와 토종 북부점박이올빼미를 밀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상황은 기존의 울음소리 조사 방법에 지장을 초래했다. 외래종 올빼미에게 들킬 것을 겁낸 토종 올빼미가 과학자가 들려주는 녹음 소리에 반응하지 않는 경향이 생긴 것이다.

» 올빼미 펠릿을 찾아내고 자랑스러워하는 탐지견 맥스. 왼쪽 위에 올빼미가 보인다. 사진=워싱턴대 제니퍼 하트먼

이에 미국 워싱턴대 보전생물학센터가 내놓은 대안이 바로 탐지견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암에 걸린 사람의 미묘한 체취 차이도 가려내는 개의 후각을 이용해 북부점박이올빼미가 게워내는 먹이 찌꺼기인 펠릿을 찾아내는 것이다.
이 센터 사무엘 와서 소장은 최근 미국 공공과학도서관이 발행하는 온라인 공개학술지 에 실린 논문에서 탐지견을 이용해 실제로 북부점박이올빼미를 조사했더니 녹음을 이용한 것보다 뛰어난 결과를 얻었다고 소개했다.
조사에는 라브라도 리트리버 잡종견인 슈렉과 호주 소몰이개 잡종견인 맥스가 나섰는데, 세 번의 조사에서 87%의 확률로 점박이올빼미를 탐지해 냈다. 울음소리를 이용한 조사에서는 탐지 성공률이 59%에 지나지 않았다.

» 회색곰의 배설물을 탐지하는 탐지견과 연구원. 사진=보전생물학센터

이 센터는 1997년부터 개의 후각을 이용한 야생동물 배설물 조사를 광범하게 해오고 있다. 조사 대상은 호랑이, 회색곰, 퓨마, 재규어, 늑대 등 다양한데, 특히 범고래의 배설물 추적이 유명하다.
야생동물의 배설물 탐지견은 유난히 집중력이 강하고 지치지 않고 놀이에 몰두하는 성격을 지닌 개에서 선발한다. 지나치게 공에 집착해 가정에서 기르지 못하고 보호소로 보낸 개가 그런 예이다. 그런 개만이 하루 종일 평원을 가로지르고 산을 오르고 눈밭을 헤치고 다녀도 마침내 주인과 공을 가지고 노는 보상을 기대하며 즐겁게 일할 수 있다.
이 센터에서 범고래 배설물 추적의 ‘달인’인 터커가 바로 그런 개였다. 래브라도 레트리버 잡종견인 터커는 공놀이를 미친 듯이 좋아한다. 연구진은 조사선에 터커를 태우고 범고래 조사에 나선다. 연구진은 조사선에 터커를 태우고 범고래 조사에 나선다. 이때 가장 중요한 건 바람에 수직방향으로 운항하는 것이다. 그래야 터커가 고래 배설물을 찾아낸다.

» 범고래의 배설물. 물에 뜨지만 곧 흩어져 버린다. 사진=보전생물학센터

» 범고래의 배설물에 접근하자 흥분한 모습을 보이는 터거. 사진=보전생물학센터

범고래의 배설물은 물에 뜨는데 30분쯤 지나면 물에 풀려 사라져 버린다. 연구자들은 배설물을 수거해 분석함으로써 고래가 무얼 먹었는지, 스트레스와 영양 상태는 어떤지, 성별은 무언지, 어떤 개체인지를 알아낸다.
터커가 벌떡 일어나 꼬리를 쳐들면 전방에 배설물이 있다는 뜻이다. 이 개는 2㎞ 가까운 거리에서 배설물을 탐지할 수 있다. 배가 목표물에 접근할수록 개의 반응은 강해지는데, 반대로 멀어지면 개는 “뱃머리를 돌려라”라고 외치듯 뒤를 돌아본다. 물론 배설물을 수집하자마자 연구진은 터커와 공놀이를 해준다.
가축화 역사가 가장 긴 개는 야생동물보다 사람 편이다. 야생동물 사냥을 돕고 가축이 그들의 식사거리가 되지 않도록 헌신한다. 야생동물 시각에서 보면 일종의 배신이다. 이제 똥을 찾아내는 그들의 후각 덕분에 개는 야생동물 보전에 기여하는 역사적 변신을 하고 있는 셈이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Wasser, Samuel K, Lisa S. Hayward, Jennifer Hartman, Rebecca K. Booth, Kristin Broms, Jodi Berg, Elizabeth Seely, Lyle Lewis, Heath Smith. 2012. Using Detection Dogs to Conduct Simultaneous Surveys of Northern Spotted (Strix occidentalis caurina) and Barred Owls (Strix varia)PLoS ONE 7(8): e42892.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2012년 6월 23일 토요일

개와 고양이한테 사람음식 주면 안돼?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6-22일자 기사 '개와 고양이한테 사람음식 주면 안돼?'를 퍼왔습니다.


박정윤의 P메디컬센터

디스크로 내원한 12살 시추 달봉이는 체중 감량이 중요한 걸 알면서도 살이 빠지지 않아 고민이다.“사료만 주면 절대 먹지 않는데 걱정이에요. 어찌나 고집이 센지 며칠을 굶어도 입도 안 댄다구요. 뭘 섞어줘야 먹어요…. 스팸이나 소시지 같은 게 없으면 안 돼요.” “스팸, 소시지 대신 고구마나 단호박, 브로콜리 같은 것을 삶아서 섞어주세요”라는 나의 말에 깜짝 놀라는 보호자. “아! 그런 걸 먹어도 되나요? 사람 먹는 것은 안 된다고 해서… 사료만 먹여야 하는 줄 알았어요.” 요즘 달봉이는 사료를 줄이고 채소를 늘려주는 방법으로 체중 감량에 성공해 5살은 어려진 것 같다며 가족들이 좋아하신다.우리 병원은 늘 보호자와 아이들이 먹는 것 때문에 전쟁이다. 나이 많은 애들이 많이 오는탓에 심장병이나 신부전, 호르몬 질환인 아이들이 대다수이고 그중에는 디스크나 관절 질환 때문에 수술을 받거나 침 치료를 받으면서 체중 관리를 하는 아이들도 많다.많은 보호자가 동물에게 사람 음식을 주면 안 된다는 말을 잘못 이해한다. 이는 식재료로 쓰이는 채소나 과일, 곡류, 고기를 무조건 주지 말라는 의미가 아니다. 사람을 위한 조리법으로 조리된 음식을 주지 말라는 것이다. 사람이 먹는 음식에는 대부분 양파나 마늘 등이 들어간다. 예를 들어 닭을 삶아도 잡냄새를 없앤다고 양파를 넣는 것이 상식이라 ‘양파 중독’에 걸릴 위험이 따른다. 양파 없이 닭만 삶아서 주는 것은 동물에게 해롭지 않다.이처럼 사람에게는 문제가 없지만 개나 고양이에게 치명적인 음식 몇 가지 때문에 사람이 먹는 음식을 주의해서 주라는 것이고, 우리가 먹는 식재료를 잘 선택해서 적당한 조리법으로 주는 것은 해롭지 않다는 것이 나의 의견이다.사료 역시 곡물과 육류, 채소 등을 재료로 만든 것이다. 사료는 영양소가 균형있게 들어있고 먹이기 편한 이점이 있지만 건조하기 때문에 충분한 수분 공급이 필요하다. 이 점을 생각할 때 나이 든 아이들에게 억지로 사료만 고집하기보다는 신선한 채소나 과일을 함께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신부전이나 심부전 때문에 약을 먹는 아이들의 경우 특히 많은 수분 공급이 필요하다. 사료나 물만으로 충분하지 않은 수분 섭취를 채소나 과일로 보충해보시길.또한 사료를 안 먹는다고 간식을 사료 대신 먹이기보다는 집에서 신선한 먹거리를 조리해 약간의 사료와 섞어주는 것도 추천한다. 육포 대신 집에서 고구마를 잘라 말려서 준다거나 단호박을 주는 식으로 간식거리를 바꿔준다. 살이 많이 찐 아이에게 고기 대신 두부나 완두콩, 브로콜리, 감자 등을 삶아 섞어주는 것도 좋다. 양상추, 바나나, 사과, 배, 수박, 딸기 등 생채소·과일도 함께 주자. 씹는 것을 좋아하는 강아지들에게 시원한 오이나 생당근을 줘보자. 알레르기 때문에 껌을 못 씹거나 간식을 못 먹는 아이들에게 우선적으로 권장한다. 씹는 즐거움도 있고 치아 관리나 턱 운동에도 도움이 될 테니 말이다.물론 사료를 완전 배제하고 신선한 자연식만을 주는 보호자들도 종종 있다. 우리가 밥을 차려먹듯이 아이들에게도 좋은 식재료로 음식을 해준다면 좋겠지만 솔직히 시간이나 금전적인 면에서 힘든 부분이 크다. 그래서 대안적인 방법으로 우리가 먹는 먹거리 중에서 신선한 채소나 과일 등을 질 좋은 사료에 섞어주는 방법을 제안해본다. 먹는 것 때문에 아이들과 실랑이는 그만하자.

박정윤 수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