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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8월 20일 월요일

김훈 중위, 14년만의 명예 회복


이글은 2012-08-20일자 기사 '김훈 중위, 14년만의 명예 회복'을 퍼왔습니다.
국민권익위가 10개월에 걸친 정밀 조사 끝에 국방부의 ‘자살’ 발표를 수용하지 않고 순직 권고 결의안을 냈다. 이번 결의로 48명의 유사한 군 의문사 사건을 해결할 길도 열렸다.

“14년 만에 비로소 아들과 우리 가족의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첫 단추를 끼웠다는 데 의의를 두고 싶다.” 김훈 중위의 부친 김척씨(67·예비역 육군 중장)는 8월8일 (시사IN) 편집국을 찾아와 이렇게 말했다. 하루 전날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 위원장 김영란)가 김훈 중위 사건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국방부를 상대로 ‘순직 권고’ 결의안을 낸 데 대한 소회다. 기자는 이 사건이 발생한 1998년 봄부터 14년 동안 김훈 중위 사망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연쇄 추적 보도를 해왔다.

군대 의문사의 상징적 사건으로 꼽히는 김훈 중위 사망 사건을 놓고 권익위는 지난해 9월부터 약 10개월에 걸쳐 정밀 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초동수사 잘못으로 사망의 진실을 알 수 없게 만든 진상규명 불능 사건’으로 결론을 내린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 권익위는 군 수사기관이 세 차례에 걸쳐 내놓은 ‘자살’ 발표를 수용하지 않았다. 수사권이 없는 권익위로서는 범인을 특정하는 등 별도 수사를 펼 수 없어 형식상 ‘진상규명 불능’으로 표현했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타살’ 판단에 더 무게가 실려 있다. 

권익위의 이번 결정은 일견 과거 김 중위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나 대통령 소속 군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군 의문사위)의 결론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2006년 대법원은 김 중위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배소송 판결에서 “초동수사를 엉망으로 해서 자살인지 타살인지 알 수 없게 만들었다”라고 판시한 뒤 국가에 일정한 배상 책임을 물었다. 2009년 군 의문사위도 3년여의 조사 끝에 김훈 중위 사건에 대해 ‘진상규명 불능’ 결정을 내렸다. 당시 군 의문사위는 군 수사당국이 내세웠던 김 중위의 자살 징후와 동기 등 자살 판단 근거 일체가 무리한 꿰맞추기나 허위사실에 기초한 것이라는 점을 낱낱이 밝혀냈다. 다만 타살로 볼 경우 핵심 사항인 ‘권총 발사자가 누구인가’에 대해 별도의 검증 조사를 벌이지 못하면서 자살·타살 모두 이론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모호한 태도를 취했다. 

ⓒ시사IN 자료 14년째 벽제 1군단 보급대 창고에 방치된 김훈 중위의 유골함 앞에서 오열하는 그의 어머니.

‘타살’ 판단에 더 무게 실려반면 이번 권익위 조사는 과거 어느 국가기관의 조사보다 공정하고 치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훈 중위 사인 규명에서 핵심 사항인 ‘권총 발사자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직접 총기발사 시험까지 벌였다. 지난 3월22일 군부대 사격장에서 실시된 발사 시험에는 12명이 참가했는데, 12명 모두의 왼손등과 11명의 오른손등, 그리고 10명의 왼손바닥과 8명의 오른손바닥에서 뇌관화약흔이 검출됐다. 사망 당시 오른손잡이인 김 중위에게는 오직 왼손바닥에서만 다량의 화약흔이 검출됐다. 이는 타살 시 ‘방어흔’을 강력히 시사했지만 군 수사당국은 이에 대한 과학적 검증절차를 철저히 외면한 채 자살로 꿰맞추기에만 급급했던 것이다. 

권익위는 또 이번 조사에서 김 중위 사망 현장에 있던 클레이모어 스위치 박스가 파손돼 있고, 손목시계가 둔탁한 물체에 맞아 깨져 있는 등 격투나 방어흔이 보이는 점을 군 수사기관이 외면했다고 지적했다. 김 중위 사망에 사용된 M9 베레타 권총이 길이 약 22㎝에 달하는 비교적 큰 총기인데도 김 중위 머리로부터 총구가 3㎝ 정도 떨어진 상태에서 격발된 점 등도 자살로 보기 어려운 근거로 제시했다. 권익위의 결의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국방부 조사본부에서 김훈 중위 사망에 직무 관련성이 있는지 검토한 뒤 그 결과를 육군본부에 통보해 원만하게 해결되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권익위의 김훈 중위 순직처리 권고 결의는 유사한 군 의문사 문제를 해결할 합리적 단초를 제공했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 2009년 활동을 종료한 대통령 소속 군 의문사위가 김훈 중위처럼 ‘진상규명 불능’ 결정을 내린 사건은 모두 49건에 이른다. 당시 군 의문사위는 진정을 낸 군 사망자 유가족들에게 ‘자살을 인정하면 순직 권고를 할 수도 있다’라는 견해를 전달했다고 한다. 이에 반발해 진상규명이 먼저라며 유가족이 이를 거부한 경우가 48건이었다. 이들 대부분이 ‘진상규명 불능’으로 처리돼 사실상 명예회복의 길이 막힌 상태였다. 김훈 중위 순직처리 권고 결의로 군 의문사 해결의 물꼬를 튼 권익위는 조만간 나머지 48명의 유사한 군 의문사 사건에 대해서도 김훈 중위와 같은 방향으로 일괄 결의안을 낼 예정이라고 한다.

정희상 기자 | minju518@sisain.co.kr 

2012년 8월 17일 금요일

[사설] 공직자 부패 근절 기대 높이는 ‘김영란법’ 제정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8-16일자 사설 '[사설] 공직자 부패 근절 기대 높이는 ‘김영란법’ 제정'을 퍼왔습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어제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일명 김영란법)을 22일자로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이 법안은 대법관 출신인 김영란 권익위원장이 공직사회의 청탁·부패 행위 근절을 위해 지난해 6월부터 역점을 두고 추진해온 것이다. 하지만 공직사회 내부의 반대의견이 만만치 않아 18대 국회가 끝나도록 법안을 제출하지 못하다 이제야 제정 단계에 들어섰다.이 법안은 기존의 부패방지 관련법이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점을 보완해 실효성을 크게 높였다. 공직자가 100만원이 넘는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 여부와 관계없이 형사처벌하도록 한 것 등은 좋은 예다. 대가성 문제는 그동안 정치인과 공직자들이 뇌물수수죄의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가는 좋은 변명거리였다. 당장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만 해도 저축은행과 기업 등으로부터 거액을 받은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대가성이 없다고 강변하고 있다. 제3자를 통한 부정청탁 행위를 엄격히 금지한 것이나,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를 위해 자신 또는 가족의 이해관계가 걸린 직무를 맡지 못하게 한 것 등도 의미있는 진전이다.이 법안이 어렵사리 입법예고됐지만 공직사회 일각의 반대 기류가 완전히 가라앉지는 않은 모양이다. “현실을 너무 무시한 법안이다” “금품이 오가지 않았는데도 부정청탁을 했다고 처벌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등의 불만이 적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국민이 이런 불평을 어떻게 느낄지 생각해보면 참으로 터무니없는 반대 논리다. 이런 느슨한 태도가 바로 공직사회가 부패와 온정주의, 봐주기, 직권남용 등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다.국제투명성기구가 지난해 발표한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를 보면 한국은 전년도보다 네 단계나 떨어져 183개국 중 43위에 머물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4개국 중에서는 27위로 완전히 바닥권이다. 아시아 지역의 다른 나라들은 청렴도가 점점 높아지는데 한국은 2008년 이후 오히려 악화일로에 있다. 우리 사회가 부패의 고리를 끊어내고 한 단계 전진하기 위해서는 김영란법 제정이 오히려 너무 늦은 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