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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17일 일요일

“집에 가야지”에 혹하고 가르쳐준 대로 현장검증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3-03-18일자 제952호 기사 '“집에 가야지”에 혹하고 가르쳐준 대로 현장검증'을 퍼왔습니다.
[표지이야기] 무죄와 벌 ① 허위 자백영화 (7번방의 선물)을 통해 본 수사 절차상의 문제점… 지적장애인임에도 신뢰관계인 참석 없어, 피의자 ‘기망’으로 자백 유도하고 유리한 증거 무시돼

» 영화 '7번방의 선물'에서 누명을 쓴 6살 지능의 아빠 이용구는 딸 예승이를 위해 허위로 자백하고 사형을 당한다. 현실에서도 경찰의 무리한 수사로 피의자가 허위 자백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NEW 제공

장애인 보호규정 강제성 없어

영화에서 주인공 이용구는 평소 딸에게 사주고 싶어 하던 세일러문 가방이 있다는 얘기를 전해준 여자아이를 우연히 따라가게 된다. 그런데 여자아이는 앞서 뛰어가던 중 미끄러져 뇌진탕으로 죽는 사고를 당한다. 이때 아이를 구하려고 인공호흡을 하던 이용구를 제3자가 목격하고 그를 범인으로 오인한다. 경찰은 목격자의 그릇된 진술을 토대로 이용구를 살인 혐의로 체포한다. 그 뒤 경찰이 이용구의 자백을 얻어내는 수사 과정에서 여러 문제점이 나타난다.
첫째는 강압적 수사다. 수사의 구체적인 과정이 영화에서 세세히 표현되지는 않는다. 다만 이용구가 신문 과정에서 홀로 수사관에게 폭행당하는 장면이 보인다. 지금은 수사 실무상 피의자가 수사관에게서 폭행을 당하는 일은 찾아보기 힘들지만, 과거에는 폭행이나 고문이 피의자가 허위 자백을 하도록 만드는 주요 원인이었다.
오늘날 수사 과정에서 폭행을 찾아보기 어렵다 해도, 피의자가 허위 자백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피의자가 임의성(피의자나 피고인의 진술이 자유로운 상황에서 이뤄지는 것)이 완전히 보장된 상태에서 신문을 받는다고 단정짓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고문이나 폭행이 없었는데도 피의자의 허위 자백이 발생한 대부분의 경우, 강압적인 분위기의 피의자 신문이 원인으로 작용했다. 특히 미성년자나 지적장애인처럼 법에 무지한 사람들이 범행을 부인할 때 수사관이 중한 처벌의 가능성을 고지하거나, 무시하는 투의 반말을 하는 등 강압적 분위기가 형성될 가능성은 지금도 존재하고 있다. 이들에게는 낯설고 폐쇄된 공간에서 법적 권한과 지식, 권위를 가진 수사관을 홀로 대하는 것 자체가 자유롭게 진술하기 어려운 환경이 된다. 따라서 수사 절차에서 이들을 특별히 처우하고, 피의자 신문의 투명성과 임의성을 확보하는 것이 우리가 직면한 과제다. 대안으로는 신문의 전 과정을 의무적으로 영상녹화 또는 녹음하는 방안 등이 제시되고 있다.
둘째로 장애인 보호 규정의 미준수다. 영화에서처럼 지적장애인 이용구가 신뢰관계인의 참여 없이 홀로 조사를 받게 되는 상황은 실제 여러 허위 자백 사례들에서도 공통적으로 발견된다. 그러나 이는 장애인이나 미성년자에게 치명적이다. 이들은 수사관의 질문을 정확히 인식하는 능력이 떨어지고 의사표현 능력도 부족한 탓에 자신을 충분히 방어하기가 곤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에게는 심리적 안정과 의사소통을 도와줄 신뢰관계인이나 통역의 도움이 절실하다.
우리나라 형사소송법은 이 필요성을 인식하고 피의자가 장애로 인해 의사 능력이 미약한 경우 신뢰관계인을 동석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수사기관의 자체 규정(훈령)도 “장애 여부를 미리 확인하고, 의사소통을 도와줄 보조인을 참여시켜야 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 규정들에 강제성이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형사소송법 규정은 동석 여부를 수사기관의 재량에 따르도록 하고 있고, 훈령 규정도 준수하지 않았을 경우 수사관이 처벌이나 불이익을 받는다는 내용이 없다. 수사 절차에서 장애인을 보호하기 위한 핵심적 내용이 실행되도록 담보할 만한 장치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법규 개정으로 의무적 동석을 규정해 장애인 보호를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기망, 허위 자백 가능성 70% 높여

현장검증은 허위 자백을 한 피의자가 ‘실체적 진실’로 되돌아오게 하는 ‘황금의 다리’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유명한 허위 자백의 사례가 된 ‘수원 노숙소녀 상해치사 사건’의 현장검증과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
셋째, 신문 기법상의 문제다. 영화에는 현장검증 과정에서 수사관이 이용구에게 “빨리 끝내고 (집에) 니 딸내미 보러 가야지”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말은 지적장애인이나 미성년자에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집에 가는 것’이야말로 고통스러운 현재의 상황에서 벗어나는 것이요, 무죄로 석방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미성년자나 지적장애인의 허위 자백 사례들을 보면 이처럼 ‘집에 보내주겠다’는 말에 속아 허위 자백을 해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실제 중범죄를 저지른 피의자가 자백을 했더라도 집으로 돌려보내지는 일은 거의 없다. 오히려 진범으로 단정돼 처벌이 무거워지고 구금 기간이 길어진다. 즉, ‘집에 보내주겠다’는 수사관의 말은 명백한 기망으로 국가기관이 지켜야 할 법 집행의 청결함을 저해하는 행위인 것이다. 형사소송법상 규정된 자백배제 법칙에서 이런 수사 방법을 금지하는 건 이 때문이다. 외국의 한 연구에서는 이런 기망이 이뤄지면 허위 자백의 가능성을 70% 이상 높인다는 결과도 있다.
넷째, 현장검증의 문제다. 현장검증은 말 그대로 수사 내용을 범죄 현장에서 재현해 피의자의 자백이 진실한지, 수사에서 누락된 증거는 없는지 다시 검토해보는 절차다. 수사 절차상의 오류를 바로잡는 것은 물론, 허위 자백을 한 피의자가 ‘실체적 진실’로 되돌아올 수 있게 ‘황금의 다리’ 역할을 해주는 게 현장검증인 것이다. 그러므로 현장검증은 수사관의 강압이나 지시 없이 피의자의 자유로운 의사가 철저히 보장된 상태에서 실시돼야 한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수사관이 이러한 원칙을 무시하고 이용구에게 특정 행위를 가르쳐주거나 지시하고 있다. 이런 방식은 허위 자백의 사례로 유명해진 ‘수원 노숙 소녀 상해치사 사건’의 현장검증 영상에서도 발견된다. 진실을 발견하는 데 중요한 수사 절차인 현장검증이 강압적 분위기에서 그저 피의자를 상대로 자백을 재현하는 요식행위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다섯째, 피의자에게 유리한 증거를 무시하는 문제다. 영화에서 이용구의 혐의 사실은 여자아이의 목을 졸라 살해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혐의 사실을 부인하는 부검 결과(피해자의 목에 압력이 가해진 사실이 없다)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의견(뒷머리에 가해진 충격이 사망 원인이다)은 수사·재판 과정에서 무시된 것으로 나온다. 현실에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의 ‘과학적 소견’을 공개적으로 무시하는 사례가 드물다. 그러나 피의자나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황증거 등이 무시되는 예는 허위 자백의 사례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여기엔 자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수사 관행도 영향을 끼친다. 허위일지라도 자백은 수사관에게 ‘수사 종결’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자백이 지닌 강력한 힘, 즉 ‘죄짓지 않은 사람이 자백을 할 리 없다’는 자백에 대한 강한 신념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단 자백이 이뤄지면 그에 반하는 정황이나 증거는 무시되기 쉽고, 자백에 부합하는 수사의 종결을 향해 급진전되는 경우가 많다.

유죄의 편견을 가진 수사관

‘무죄추정의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는 법리는 ‘무고한 사람을 처벌해서는 안된다’는 대전제 외에 수사관이나 법관이 그만큼 무죄추정의 자세를 갖기 어렵기 때문에 강조되는 법리라고도 볼 수 있다.
여섯째, 유죄 편견(또는 유죄 선입견)이다. 현실에서도 수사관의 유죄 편견은 종종 나타난다. ‘무죄추정의 원칙’이 강조되는 건 ‘무고한 사람을 처벌해서는 안 된다’는 법리가 형사법의 대전제이기 때문이지만, 어찌 보면 여기엔 수사관·법관이 그만큼 무죄추정의 자세를 갖기 어렵다는 현실적 고민이 담겼다고 할 수 있다. 수사 실무상 무죄추정의 원칙이 지켜지지 못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우선 피의자나 피고인은 사건과 완전히 무관한 사람이 아니다. 목격자에 의해 범인으로 지목됐거나, 범행 현장에 있었거나, 피해자와 원한이 있는 등 갖가지 혐의 사실을 가졌다. 이런 상황에서 수사관은 기본적으로 피의자가 유죄일 가능성이 있다는 전제 아래 신문을 하게 된다. 더군다나 피의자가 알리바이(현장 부재 증명)를 제시하지 못하거나 앞뒤가 맞지 않는 진술을 한다면 수사관은 유죄의 심증을 굳힐 가능성이 높다. 이런 이유로 의사표현 능력이 떨어지는 장애인이나 미성년자 등 이른바 ‘사회적 약자’는 죄가 없어도 일반 성인보다 쉽게 유죄로 추정될 취약성이 있다. 수사 절차에서 이들을 특별히 처우해야 하는 건 이 때문이다. 사건 해결에 대한 수사관의 열망도 잘못된 유죄 편견을 강화하는 기제가 될 수 있다.
이는 수사관 개인이 지닌 정의감 때문일 수도 있지만, 수사관이 받는 사건 해결에 대한 여론과 조직 내부의 압력 때문일 수도 있다. 일반인들은 쉽게 상상하기 어렵지만, 수사관들은 조직 내부와 여론의 압력에 자주 부담을 느낀다. 이런 압력은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에게 전가되기 쉽다. 실제 사회의 이목을 끄는 중요한 사건일수록 허위 자백의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렇게 유죄 편견을 가진 수사관이 일으키는 문제는 아주 심각하다. 무엇보다 피의자의 무죄 가능성에 대한 공간을 남겨두지 않기 때문에 무죄의 가능성을 접하더라도 무시하고 유죄의 한 방향으로만 몰고 가는 수사를 진행할 위험이 크다. 이때 피의자에게 유리한 증거는 무시되고 불리한 증거만 탐색 대상이 된다. 결국 허위 자백이나 누명으로 억울한 피해자가 생길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이는 수사가 형사 절차에서 발생할 수 있는 최악의 실패로 귀결되는 것을 의미한다.

중요한 사건일수록 허위 자백 많아

영화 (7번방의 선물)을 통해 수사 절차상 문제점을 살펴봤다. 수사상 문제점들은 범죄자 처벌을 통한 사회정의 확립과 함께 수사기관이 풀어야 할 숙제다. 물론 수사기관이 직면하는 말 못할 고충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국가와 사회가 발전하는 속도에 비해 수사 절차상의 문제점은 충분히 개선되지 못했고, 이로 인해 수사 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높지 않다는 비판을 완전히 부인하기는 어렵다. 적법 절차를 준수하고 인권을 보장하는 것이 ‘실체적 진실의 발견’이라는 형사 절차 최고의 목적에 다가가는 지름길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기수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 경찰연구관·서울대 법학전문박사 

2012년 5월 12일 토요일

“천안함 가스터빈 외판에도 10m 스크래치”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5-11일자 기사 '“천안함 가스터빈 외판에도 10m 스크래치”'를 퍼왔습니다.
[재판부 현장검증] 연골·프레임 벗겨져…스크루도 깨져 “폭발흔적” “좌초등흔적”

법원이 천안함 침몰 원인 규명을 위해 실시한 선체 현장검증에서 가스터빈 외판과 스크루(프로펠러), 선저 스크래치, 함수·함미 절단면의 밀려올라간 형태 등을 두고 검찰과 변호인측이 각각 폭발의 흔적, 좌초 또는 물리적 충돌의 흔적이라며 공방을 벌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재판장 박순관 부장판사)는 11일 오전부터 2시간 여 동안 평택 해군2함대에 보관 중인 천안함 선체를 현장검증하기 위해 재판부측 7명, 검찰 2명,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전 민군합조단 민간위원) 등 변호인측 7명, 이재혁 대령 등 군측 관계자와 함께 현장검증을 실시했다.
이번 현장검증에서는 함미 선저 중앙과 왼쪽에 나타난 스크래치 뿐 아니라 가스터빈 외판의 용골과 오른쪽 프레임(골격)에 약 10m 길이 방향의 스크래치로 페인트가 벗겨지고, 부식돼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스터빈 외판은 함수-함미가 절단돼 떨어져 나갔고, 좌현 가운데 부분이 움푹 들어간 형태로 남아있어 어떤 원인에 의해 이런 형태가 됐는지를 밝히는 것이 천안함 사고원인을 규명하는데 핵심 열쇠가 될 전망이다.
변호인단의 이강훈 변호사(법무법인 덕수)는 이를 보고 “용골과 프레임 등에 나타난 것은 스크래치”라고 지적했다. 신상철 대표는 “용골과 프레임에 길이방향으로 난 스크래치는 돌출된 부분 위주로 페인트가 다 벗겨졌다”며 “이는 좌초에 의한 손상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천안함 가스터빈 외판. ⓒ국방부 합조단 천안함 최종조사보고서


지난 2010년 6월 22일 이종인 대표 등이 촬영한 가스터빈 외판 좌현. 동영상 캡쳐

스크래치에 대해 검찰과 군은 별다른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다. 대신 검찰은 “가스터빈을 보호하기 위해 감싸고 있는 파운데이션(철제 내부 구조물)까지 덩어리째 날아갔다”며 강력한 폭발에 의한 흔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변호인 측은 움푹 들어간 흔적에 대해 오히려 비접촉이 아닌 직접적인 충격에 의한 흔적이라고 지적했다. 신상철 대표는 “프레임과 프레임 사이가 들어가 주름이 잡혀있는 모습이 나타나는데 이는 무언가가 뚫고 들어가면서 외판이 같이 말려들어간 형태”라며 “직접적인 충돌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신 대표는 “폭발에 의한 충격이라면 데미지가 훨씬 더 커야 한다”며 “움푹 들어갈 것이 아니라 완전히 찢겨진 상태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좌초의 정황으로 제시된 함미 스크루(프로펠러)의 휘어진 상태도 관심이 모아졌다. 휘어진 상태가 심한 왼쪽 스크루에 대해 김형태 변호사는 “S자 형태로 휘어진 것이 시계방향으로 돌다가 정지해서 관성에 의해 생긴 형태라고 군이 주장하지만 그 말대로 하더라도 오히려 정반대로 휘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 변호사는 휘어진 부분 외에도 스크루 날개 끝부분 곳곳이 반원 형태로 깨져있는 상태를 지목하면서 좌초에 의해서 생긴 것이라고밖에는 설명하기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른 현장 검증에서는 서로 양측의 주장에 대한 해석이 다른 부분이지만 프로펠러 훼손 부분은 검찰과 군 측이 해석상 설명할 수 없었던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검찰과 군은 “S자 모양으로 휜 것은 프로펠러가 정지해서 한 번 휜 뒤에 물살에 의해 한 번 더 휜 것”이라고 주장했다.
천안함 함수 우현에 무언가에 의해 긁혀진 것으로 보이는 흔적에 대해 변호인 측은 “(도장이 벗겨진) 붉은 줄은 스크래치 양상”이라며 좌초의 의한 흔적이라고 주장했다. 검찰 측은 “사진상 음영으로 그런 것이지 실제 보니 다르다”며 스크래치 흔적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천안함 함미 스크루(프로펠러)

이번 현장검증을 통해 제3자에게 처음 공개된 선체 내부는 취재진에게는 군 안보상 이유로 참관이 불허돼 군·검찰측과 변호인측만 둘러봤다. 양측은 사망자가 다수 발생한 함미부터 시작해 승조원 식당, 기관실, 함교, 견시병 위치 등을 두루 살폈다. 선체 내부를 보고 나온 이강훈 변호사는 비교적 온전하고 깨끗한 형태로 남아있었다고 평했다.
검찰 측은 함수쪽 지하 1층 부분이 충격을 받아 객실의 바닥면이 깨져 있는 것을 폭발에 의한 흔적이라고 주장했다고 이 변호사는 전했다.
이를 두고 신상철 대표는 “수중 폭발과 같은 규모라면 함수-함미 절단면 양쪽 내부의 모습도 심하게 흐트러져 있어야 하는데 깨끗이 보존돼 있었다”고 전했다.
천안함 함수와 함미, 가스터빈 외판 등에 광범위하게 존재하는 스크래치를 두고 검찰과 군 측은 이런 스크래치가 좌초의 흔적이라면 선체(함수)의 가장 아래쪽에 위치한 소나돔 장비(물체 음파 탐지 장치)가 원형 그대로 보존될리 없다고 주장했다. 변호인 측은 “항해 중에 원래 천안함 함수가 들린 상태로 운항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반박했다.
함미 절단면 하단의 철재 일부가 말아올려진 형태로 남아있는 것에 대해 검찰과 군은 수중 폭발이 아니면 이런 식으로 말아올려졌을 리가 없다고 강조했다. 신상철 대표는 “100m 높이의 물기둥을 낳은 폭발이라고 한다면 함수 함미 상부의 얇은 철판은 왜 고스란히 남이있느냐”며 “온전하게 남아있는 형광등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고 지적했다.


천안함 함미

이와 함께 검찰측과 변호인측은 천안함 절단면의 폭발 물질 파편 유무를 두고는 목소리를 높이며 신경전을 펼쳤다. 변호인 측이 버블에 의한 폭발이라고 한다면 어뢰에서 나온 파편 금속물질이 선체에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자 군 측은 “직접 타격이라고 한다면 남을 수 있지만 버블에 의한 폭발이라면 선체에 남아있을 가능성이 낮다”고 반박했다. 이에 변호인 측은 재차 폭발 금속물질의 파편이 조금이라도 남아있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검찰은 군 측에게 ‘확인이 불가능하다고 말하라’고 지시하면서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치열한 공방이 오고간 현장 검증은 오전 11시부터 12시 50분까지 진행됐다.  2시간 가까이 현장을 둘러보며 양측의 주장을 들은 재판부(박순관 부장판사)는 현장 검증에서 쟁점이 된 부분을 사진 촬영하고, 양측의 주장을 조서로 남기겠다고 밝혔다.

이재진·조현호 기자 | jinpress@mediatoday.co.kr 

2012년 4월 30일 월요일

미국 간 광우병 조사단, 농장 주변 맴도는 ‘굴욕’ 조사하나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04-30일자 기사 '미국 간 광우병 조사단, 농장 주변 맴도는 ‘굴욕’ 조사하나'를 퍼왔습니다.
농림수산식품부, 30일 정부 조사단 미국으로 파견


ⓒ양지웅 기자 28일 저녁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한대련이 연 광우병 미국 쇠고기 수입 중단 촉구 4.28 촛불문화제에서 한 참가자가 광우병 소 가면을 쓰고 정부의 미국 쇠고기 수입을 규탄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미국 광우병 젖소'에 대한 정부 조사단을 30일 미국으로 파견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조사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지 않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조사단은 미국 농무부를 방문해 지난 24일 캘리포니아주에서 발생한 광우병에 걸린 소와 관련한 역학조사 및 정밀검사 상황, 예찰 현황을 확인하고, 광우병 판정을 받은 소의 연령이 10년7개월이라고 밝힌 경위를 조사한 뒤 5월 9일 귀국할 예정이다.

조사단은 광우병에 걸린 소를 1차 검사한 캘리포니아 대학과 사체를 보관하고 있는 사체처리 시설(렌더링 공장)에 들러 관련 자료를 검토하기로 했다. 도축장과 가공장 및 사료공장도 방문해 미국의 일반적인 쇠고기 안전관리 실태도 점검할 방침이다.

정부는 조사단이 귀국하는 대로 가축방역협의회를 열어 조사 결과에 대해 평가를 받은 후 조치 방향을 결정할 방침이다. 정부는 그동안 '수입중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수입중단은커녕 검역 조차 중단하지 않았다. '선 조치'는 그저 검역강화가 전부였다. 그러나 조사단이 실질적인 조사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어 향후 광우병에 대한 '후 조치'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조사 권한도 없어 현장 검증 불투명

조사단은 미국으로 파견됐지만 현장에 들어가 조사를 할 수 있는 권한이 없어 신뢰가 높은 조사 결과를 도출해내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보건의료단체연합 우석균 정책실장은 “수입위생조건상 현지조사 권한 자체를 가지고 있지 않다. 조사를 하려면 미국 측이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우리 정부가 미국을 압박해야 하는데, 수입중단과 같은 압력 행사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상태로 가면 아무 것도 얻어내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조사단은 이번 광우병이 발생한 해당 농장을 직접 방문하는 것이 어렵게 되면서 제대로 된 조사를 하는데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농장 주인이 우리 조사단의 방문을 아직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농장 주인의 동의 없이는 방문이 불가능해 조사단의 현장 검증은 불투명한 상태다. 

이 때문에 수입위생조건 재협상에 대한 목소리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우 정책실장은 “문제가 생겨 조사를 해야 하는 사람들이 조사하러 들어가도 되냐고 미국에 사정하고 애원하는 상황”이라며 “수입위생조건이 얼마나 굴욕적인 것인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조사는 무슨 문제가 있어 하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먼저 수입중단을 하고 해야 한다”며 “하지만 지금은 선후가 뒤바뀌어 있다”고 비판했다. 

조사단, 친정부 인사로 구성돼

조사단이 지나치게 정부 편향적으로 구성돼 있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조사단은 검역검사본부 주이석 동물방역부장을 단장으로, 농식품부 소속 5명과 주미 한국대사관 소속 1명을 비롯해 학계와 소비자단체 대표 등 총 9명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정부 측 인사뿐만 아니라 학계 대표인 유한상 서울대 교수는 수입중단이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으며, 유관단체 대표인 김옥경 대한수의사회장은 국립수의과학검역원장(현 검역검사본부장) 출신의 전직 공무원으로 모두 친정부 성향을 가진 인물로 구분되고 있다. 또 소비자단체 대표인 전성자 한국소비자교육원장 역시 서규용 농식품부 장관과 가까운 인물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 정책실장은 “조사단의 대부분은 현·전 농심품부 공무원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수입위생조건 협상 실무자로 참여하는 등 국민의 신뢰성을 얻기 힘들게 구성되어 있다”며 “주이석 단장은 2008년 6월 농식품부를 대표해 ‘PD수첩’의 명예훼손 수사 의뢰서를 작성한 인물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미국 농무부는 지난 27일 한국 정부가 보낸 광우병 정보 요청 질의서에 대한 답변서에 "광우병이 발생한 소가 10년7개월 된 암컷 젖소로 미국 내 3차례 검사 결과 비정형 광우병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또 광우병 젖소와 같은 농장에서 지낸 다른 가축에 대한 정보 요구에 대해서는 "역학조사를 진행하고 있어 추후 제공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최지현 기자 cjh@v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