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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13일 수요일

사퇴하지 않겠다는 김병관… “벌써 취임사 하나”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3-12일자 기사 '사퇴하지 않겠다는 김병관… “벌써 취임사 하나”'를 퍼왔습니다.
청와대 임명 강행 정면 돌파 시도한 듯…국회 무시하고 반대 여론에 불 당기나

김병관 국방부 장관 내정자가 기자회견을 자처해 자진사퇴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김 내정자는 12일 국방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개인적 사심을 버리고 나라를 위해 헌신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실 것을 간곡히 호소한다"며 "제 명예와 모든 것을 걸고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김 내정자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의혹에 대해서도 "답답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그런 의혹이 제기되는 것 자체가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면서 "앞으로는 그런 의혹이 생기지 않도록 제 자신을 철저히 관리하고 나라를 위해 헌신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내정자는 그러면서 "제 40년 군 경험을 최대한 살려 물샐틈없는 안보 태세를 갖춰 우리 국방에 조금도 빈틈이 없도록 하겠다. 국민 여러분께서 안보를 걱정하지 않도록 해드리겠다"며 "오로지 국민과 국방만을 생각하면서 저의 충정과 혼을 조국에 바칠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께서 기회를 주시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정부 장관 내정자가 기자회견을 통해 자진사퇴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은 이례적이다. 특히 국회에서조차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았는데도 공식석상에서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 물러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은 오히려 국회의 뜻을 정면으로 거스른 행위라는 비판이 나온다.
청와대가 국가 안보를 이유로 김 내정자의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긴 했지만 논란이 되고 있는 당사자가 직접 자진사퇴를 하지 않겠다고 나선 것은 임명 강행을 반대하는 국민 여론을 뚫고 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워낙 돌발적이어서 현장 기자들 사이에서는 김 내정자가 자진사퇴를 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놨지만 정반대의 내용을 듣고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장 누리꾼들은 "김병관이 헌신하는 나라에 살고 싶지 않다", "김병관 후보자 취임사를 먼저 해버렸다" 등의 냉소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 김병관 국방부 장관 내정자

일개 장관 후보자가 임명도 되지 않았는데 '국방부 청사'에서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는 것은 절차에도 맞지 않고 국민을 무시한 행동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기자회견은 청와대가 김 내정자를 앞세워 정면 돌파를 시도한 것으로 보이지만 반대 여론을 상승시키는 ‘역풍’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의 김 내정자 임명 강행 움직임에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반발 기운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국회 국방위원장을 맡고 있는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은 12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여야는 물론 새누리당 안에서도 적격과 부적격 의견이 나뉘어 결국 보고서가 채택되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미 지난 청문회에서 불거진 30여가지가 넘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은 물론 고조되고 있는 한반도 전쟁 위기를 극복하는데 ‘위험한 인물’이라는 평가까지 받았다.
참여연대는 "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북한 핵무기 사용 징후가 명백하면 ‘선제타격’을 포함한 모든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면서 "선제타격이 결국 전면전으로 확대되어 한민족 전체의 공멸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김 후보자의 선제타격 발언은 그 자체로 부적절하다. 한반도에서 무력충돌 가능성을 최대한 방지하고 어떠한 경우에도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국방장관 본연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이밖에 김 내정자는 ‘전면전 도발 시 북한 정권교체 또는 정권붕괴로 대응’하겠다고 밝힌 이후 북에서 사과를 요구하는 등 남북관계 긴장을 높이면서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이재진 기자 | jinpress@mediatoday.co.kr

2013년 3월 6일 수요일

대통령의 승부수가 잦아지면 국민은 짜증낸다


이글은 미디어스 2013-03-05일자 기사 '대통령의 승부수가 잦아지면 국민은 짜증낸다'를 퍼왔습니다.
[기자수첩] ‘대통령 정면돌파’로 할 수 있는 일은 한계 있어

4일 오전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 첫 대국민담화문은 일단은 의도했던 바를 얻은 것 같다. JTBC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담화문 발표 직후 전국 성인 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긴급 여론조사에서 담화문에 공감한다는 여론이 과반 이상(57.3%)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고저장단 없는 밋밋한 연설 스타일을 벗어나 최대한 격앙된 감정을 드러내려고 했던 대통령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 여론조사 결과를 담은 오늘자 중앙일보 1면 기사

하지만 보수언론들조차 박근혜 대통령의 ‘초강수’를 온전히 옹호하지는 못한다. 여의도에서 야당과 타협하지 않고 국민여론을 쳐다보며 정치를 하는 태도는 유권자들이 선거 결과에 따라 대통령을 밀어줄 때라 여기는 임기 초반에는 효력을 가질 수 있지만 당장 임기 중반만 가도 상황이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 오늘자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1면 탑 기사. 정국 파행의 우려를 담았지만 대통령을 맹목적으로 옹호하지는 못한다.

사실 ‘정치가 아니라 통치’라고 비판받은 이런 식의 태도에선 야당인 민주당 뿐 아니라 여당인 새누리당조차 소외된다. 비록 박근혜 대통령이 여대야소와 보수언론의 지원이라는 ‘좋은 구도’ 속에서 시작하고 있다고 하나, 대통령의 승부수가 잦아지면 어느 순간 유권자는 짜증을 내기 시작한다는 것을 우리는 참여정부 시절 목도한 바가 있다. 그런 점에서 의회정치의 중요성을 역설한 며칠 전 조선일보의 사설을 박근혜 정부 사람들은 유념할 필요가 있다.
“또 설사 야당이 발목을 잡는다 하더라도 그런 야당을 상대하며 나랏일을 이끌고 가야 할 최종 책임은 대통령과 여당에 있다. (...) 박 대통령은 얼마 전 취임 후 6개월 내에 공약 대부분을 이행해야 한다는 각오를 밝혔다. 박 대통령의 공약은 복지 규모를 대폭 확대하는 것을 비롯해 국가 운영 틀을 바꾸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런 공약들을 실천에 옮기자면 국회가 입법을 통해 뒷받침해주지 않으면 안 된다”(2월 27일자 조선일보 사설)
또 박근혜 대통령의 태도는 ‘정면돌파’란 측면에서 본인에게는 일관성을 가지지만 바뀐 입장으로 판단해본다면 모순적이다. 국회의원 시절에는 의회정치를 강조하며 ‘정면돌파’를 택했고, 대통령이 되자 ‘국민’을 거론하며 의회의 반대를 ‘정면돌파’하고 있다. 한겨레 사설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통치까지 비판의 전거로 끌어들이며 박근혜 대통령에게 충고를 하는 세태는 박근혜 대통령이 매우 편협한 길을 가는 상황에 대한 한겨레의 여유를 보여주는 것이다. 
“자신은 사심이 없고 올바른데 왜 몰라주느냐는 식이다. 정치는 협상과 타협으로 하는 것이지 진정성만 가지고 하는 것은 아니다. 나만 옳다고 우기면 그것이 독재요 아집이다.
박 대통령이 정부조직법이 통과되지 못한 것을 야당의 일방적 발목 잡기로 돌린 것도 문제다. 부실 인선과 지각 인선으로 정부 출범을 지연시킨 장본인은 박 대통령이다. (...)
박 대통령의 집권 초 행태는 정치가 실종됐다는 점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이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집권 초와 닮았다. 이 전 대통령은 대선 승리에 취해 고·소·영 인사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등을 막무가내로 밀어붙였다. 노 전 대통령은 무슨 일만 있으면 춘추관을 찾아 국민에게 일방적으로 설명하기 바빴다. 이 전 대통령은 촛불시위로, 노 전 대통령은 재신임과 탄핵 파문으로 집권 초에 된서리를 맞았다.
박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들의 실패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집권 초반 의욕이 앞서 주변을 돌아보지 않고 독주하다가 낭패한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야당은 대통령을 견제하라고 있는 것이다. 야당이 대통령 뜻대로 모두 협조해 준다면 정치가 무슨 필요가 있나. 야당을 설득하고 대화하고 타협하는 상생의 정치는 말보다 실천하기가 백배는 어렵다.“(3월 5일자 한겨레 사설)
정치인에게 “정치력을 발휘하라”고 조언하는 건 사실 “잘 좀해라”고 조언하는 것과 큰 차이 없다. 이는 뾰족한 수를 찾을 수 없을 때 정치평론가들이 하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치는 기본적으로 활동이요 실천이기 때문에 실제로 ‘정치력’을 발휘해야 하는 상황들이 있다.
특히 하나도 타협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의 경우 ‘뭐라도 하려고만 하면’ 지금보다는 ‘정치력을 발휘하는’ 상황이 올 것이다. 지금은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서 본인들의 판단이 옳다고 믿을 수 있겠지만 ‘87년 체제’ ‘5년 단임제’ 정권에서 그런 시기는 길게 가지 않는다.
길어야 2년, 짧게는 1년만 지나도 ‘대통령의 정면승부’에 유권자들이 피곤해하는 시기가 온다. 현행 헌법에는 ‘아버지’께서 전가의 보도처럼 내미셨던 긴급조차 발동권은 없다. 의회와 협력하고 협상의 묘를 익히는 것이 대통령 본인에게도 득이 되는 길이다. 

한윤형 기자  |  a_hriman@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