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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31일 금요일

“일베충도 넷우익도 우리 옆의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3-05-30일자 기사 '“일베충도 넷우익도 우리 옆의 평범한 사람들이었다”'를 퍼왔습니다.
[도넘은 청년극우④] [인터뷰] '거리로 나온 넷우익' 저자, 야스다 고이치(安田 浩一) 씨

일본의 ‘넷우익’과 우익 성향 인터넷 사이트 ‘일간베스트 저장소’(이하 일베)는 많이 닮아있다. 일본에서는 다소 과격하고 국수주의적인 면을 보이는 네티즌들을 ‘넷우익’이라고 총칭한다. 이들은 재일조선인이나 한류, 일본에서 오래 거주한 외국인 등을 비하하거나 정신적, 물리적으로 공격을 일삼는다. 위안부 할머니들을 ‘매춘부’라고 공공연히 말하고 다닌다. 최근 5.18 민주화 운동 기념일에 맞춰 역사를 왜곡하고 ‘호남’과 ‘좌파’를 ‘홍어’, ‘좌좀’(좌파좀비)라는 신조어를 유포시켰던 ‘일베’와 다를 게 없다. 

국내에 ‘넷우익’을 취재해 르포 형식으로 엮은 책이 번역되어 나왔다. ‘거리로 나온 넷우익’(원제 인터넷과 애국:재특회의 '어둠'을 쫓아서-ネットと愛國:在特會の闇を追いかけて-2012.04)이라는 제목의 책이다. 일본 학자들 사이에선 넷우익에 대한 연구가 한창이다. 거리로 나온 넷우익의 저자, 야스다 고이치(安田 浩一)씨도 그런 ‘연구인’ 중 하나다. 

경력 20년의 베테랑 기자인 야스다 씨는 지금은 프리랜서로 노동,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을 두고 글을 쓰고 있다. 야스다 씨는 넷우익의 조직적인 결성체인 ‘재일(在日) 특권을 용서하지 않는 시민의 모임’(재특회)을 취재해 책에 옮겼다. ‘재특회’는 2012년 2월 기준으로 1만 여명의 회원이 가입한 일본 최대 규모의 우익단체로 부상했다. 2007년 네티즌 100명 정도가 모여 단체를 만든 지 5년여 만에 100배 이상 성장한 셈이다. 그렇다면 ‘일베’의 미래는 어떠할까. 


'거리로 나온 넷우익' 저자 야스다 고이치 씨ⓒ야스다 고이치

야스다 씨는 30일 (민중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넷우익이나 일베 회원(일명 일베충)들의 행동을 ‘편협한 내셔널리즘’에 빠져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넷우익이나 배외주의자(외국 사람이나 외국의 문화, 물건, 사상 따위를 배척하는 주의자), 인종 차별 주의자는 결코 ‘요괴’, ‘괴물’이 아니라 우리 옆에서 ‘평범하게 살고 있는 사람들이었다’는 것을 가장 먼저 주장하고 싶었다”면서 “이들이 무섭다(혹은 껄끄럽다)고 해서 방치해서는 안 된다” 고 강조했다. 

또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이민 노동자 문제나 경제 격차는 피할 수 없는 문제” 라면서 “그런 분위기 속에서 편협한 내셔널리즘이 기세를 더해 가는 것은 깊게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다른 사람을 배제하는 감정과 결합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진단했다. 

야스다 씨는 ‘ 넷우익’, ‘재특회’에 공감하는 일반인들이 늘어나는 게 가장 우려스럽다고 했다. 그는 “재특회의 과격 시위 등이 싫어져 탈퇴하는 사람도 있지만, 오히려 문제는 재특회에 그치지 않고 비슷한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이라며 “재특회에 가입하긴 싫지만 재특회의 주장에는 공감한다는 사람이 조금씩 늘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일본 사회에는 아직 추악한 차별과 배외주의를 없앨 수 있는 자정 작용이 있다고 믿는다. 한국에서도 편협한 내셔널리즘과 싸우는 사람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며 “각각의 나라에서, 각각의 입장에서 스스로 배외주의와 싸워 나감으로써 차별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동참하겠다”고 전했다. 

다음은 야스다 고이치 씨와의 인터뷰 전문을 번역한 것이다.

'재특회' 취재를 하면서 느낀 점은 무엇이었나? 재특회 구성원들의 특징이 있다면?

취재를 하면서 일부 일본인의 불안과 불만이 편협한 내셔널리즘(애국심)에 빠지고 있는 것에 겁이 났다. 내셔널리즘은 매우 ‘편리한 도구’와 같다. 자신의 존재를 증명해 줄 수 있고, 아무 직함도 없는 무명의 사람들에게 자존심이라는 훈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배외주의를 낳을 수도 있다. 즉 차별을 낳게 된다.

‘재특회’ 회원들은 자신들이 전후 민주주의의 ‘피해자’라고 믿고 있는 듯이 보였다. (이들은) 일본의 언론 공간은 좌익적이어서, 발언할 장소가 없다고 개탄하고 있었고 또 역대 (일본) 정권은 한국이나 중국의 꼭두각시가 되어 있다며 화가 나 있었다. 즉, 자신들이 ‘있을 곳’이 없는 것에 분노하고 있었다. 구성원은 10대에서 70대까지 있고, 여성도 적지 않다. 현재 회원 수는 1만 3천명이라고 발표되어 있다. 학생도 있고, 회사원도 주부도 있다.

(재특회 회원들이)‘가난한 젊은이들’이라는 이미지가 있지만 결코 그것만은 아니다. 회사를 경영하는 오너 등도 있다. 공통된 점은 정치적 문제에 대해 과잉으로 민감하고 그리고 불안과 불만을 제어할 수 없는 곳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들이 열이 받으면 예를 들어 “없애버리자”, “죽어라” 등을 외치며 거리를 행진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온라인상에서나 집단으로 있을 때는 그 위세가 하늘을 찔러도, 한 사람 한 사람은 보통의 ‘얌전한 인간’이기도 하다.


'거리로 나온 넷우익'의 원작 '인터넷과 우익'ⓒ민중의소리

Q.일본 내 '재특회'가 만들어지게 된 근본적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나?

A.여러 원인이 있다고 본다. ‘넷우익’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우리는 ‘피해자’라고 대답한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답들이다.

“역사 문제와 관련 한국이나 중국에 말만 하지, 정부는 제대로 반박도 않는다. (이 때문에)일본인은 상처 받고 있다”

“일본 언론은 이웃 국가들과의 우호만 주장하지, 일본의 입장을 말하지 않는다”

“한국은 다케시마(독도)를 부당하게 점거하고 있는데, 일본은 무엇 하나 손 쓰지 않는 게 분하다”

“재일 교포는 외국인인데 일본의 복지 제도에 의존하고 있다”

“소수파에 불과한 재일코리안이 일본에서 많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일본의 미디어와 자본 권력을 지배하고 있다”

이러한 피해의식과 망상이 넷우익을 침식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들이 “한국이나 재일 교포에게 여러 가지를 빼앗기고 말았다”라는 생각이 사고의 기반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사고에 이들을 몰아넣어 버린 것은 분명히 일본 사회다. 경제 격차와 고용 불안도 그 한 원인일지도 모른다. 게다가 인터넷 보급이 확대되면서 다양한 불안과 불만이 한꺼번에 폭발해 ‘신문이나 TV 등 언론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 진실은 인터넷 속에 있다’라는 주장이 많다. 또 ‘인터넷 덕분에 우리가 재일 교포와 한국한테 얼마나 시달리고 있는지를 알았다’고 말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일종의 음모론이지만, 언론이 신뢰를 잃고 있는 선상에서 그러한 황당한 주장이 유통된 것으로 보인다. 

범죄도, 고용 불안도, 경제 격차도, 복지의 빈곤도 “모든 원인은 한국이나 재일 교포에 있다”라는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이는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그러한 음모론을 일축할 수 없는 것은 곧 언론의 힘이 약해진 탓도 있다. 또한 일본 사회의 국제적 위상이 떨어지면서 일부 일본인들에게 ‘초조’, ‘부담’, ‘불만’을 주고 있다. 경제적으로도 한국이나 중국에 ‘위협’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 그러한 ‘침체 분위기’가 배경이 되고 그로 인해 ‘강한 일본’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이다. 

나 자신은 나라가 강해지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나 싶지만, 일부 일본인(넷우익 등)은 ‘강함’을 동경하고 있다. 옛날처럼 “아시아에서 가장 번영했던 일본”을 그리워하고 지금의 일본에 분해하고 있다. 넷우익의 주장은 “(일본의) 강함을 되찾자”는 의미도 있다.

Q.보수화 된 일본 사회, 인터넷 때문만은 아닐 것 같다.

A.보수화 된 사회는 정치인들의 영향도 크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과거에는 정치가의 폭언, 망언에 대해 언론도 강력히 비판하였고, 시민들의 큰 반발도 일어났었다. 뭔가 잘못된 발언을 하면 정치인은 대개 사임을 했었다. 그러나 지금의 일본 사회에는 그러한 ‘반발’ 에너지가 이전보다 줄어드는 것처럼 보인다. 사회 일각에서는 “한국이나 중국에 당하고만 있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고, 그런 사람들에 의해 정치가의 폭언이나 망언이 지지받는 게 현실이다.

Q.'재특회'에 소속된 20, 30대의 젊은층은 얼마나 되나?

A.회원은 1만 3천명인데 연령 구성이 어떻게 되는지 파악할 수 없다. 발표된 적도 없다. 하지만 내가 취재한 느낌으로는 10대~ 30대 정도가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Q.한국의 '일베'로 불리는 극우화된 젊은층들의 경우, 호남과 북한에게 분노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의 경우 역사마저 왜곡하는 경우도 있다. '재특회'는 왜 재일조선인과 중국인 등에게 분노를 쏟는 것일까?

A.앞서 말한대로 재특회 등 넷우익이나 배외주의자들은 “일본은 일본인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사회 보장 등 복지 부분에서 ‘재일(교포)’ 등으로 향하는 것에 분노를 갖는 것이다. 또 ‘재일’이 일본의 미디어나 자본을 컨트롤 하고 있다는 음모론을 철저하게 믿고 있다. 그러므로 분노의 화살이 가장 먼저 ‘재일’을 향하는 것이다. 또한 중국이나 한국의 경제 발전도 마음에 안 든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제일 센 경제력을 갖고 있었다는 ‘과거의 영광’에 목메고 있는 것이다.

Q.현재도 '재특회' 구성원의 수는 점점 많아지고 있는 추세인가?

A.급격히 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과격 시위 등이 싫어져서 탈퇴하는 사람도 있다. 오히려 문제는 재특회에 그치지 않고 비슷한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재특회에 가입하긴 싫지만 재특회의 주장에는 공감한다는 사람이 조금씩 늘고 있는 듯하다. 다만 그런 사람들은 온라인에서 글을 쓸 뿐이다. 하지만 이 역시 사회적 영향력이 아예 없진 않다.


'거리로 나온 넷우익' 저자 야스다 고이치 씨ⓒ야스다 고이치 씨 트위터

Q.'재특회'를 바라보는 일본 국민들의 시각은? 한국의 경우, '일베'는 일부 젊은층의 철없는 행동으로 보고 있지만 심각성에 공감하고 있는 분위기다.

A.일본 국민의 대다수는 “재특회는 곤란한 존재다. 그러나 그들의 주장 일부는 공감할 수 있다”라는 생각인 것 같다. 한일 간 ‘다케시마(독도)문제’, 중일 간의 ‘센카쿠 문제’등 영토와 관련해서 대부분의 일본 국민이 불만이나 불안을 가지고 있다. 그러면서도 대부분의 일본 국민은 “재특회를 허용해선 안된다”, “인종 차별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한다. 

올해 들어 재특회가 시위를 하면 ‘카운터’(counter, 반(反)재특회 활동)을 하는 사람도 많아지고 있다. 이 ‘카운터’에 참가하는 사람은 재특회의 수와 맞먹는다. 젊은층부터 노인들까지 많은 사람들이 “차별은 용서할 수 없다”, “재특회는 돌아가라”, “한국인과 친하게 지내라”, “쇼비니즘은 허용할 수 없다”라는 피켓을 들고 재특회의 시위에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이들은 인터넷 SNS 상에서도 같은 주장을 한다. 

카운터에 참가하는 사람은 좌익과 인권 단체의 사람만이 아니다. 보수, 우익의 사람들도 모여 함께 “쇼비니즘을 용서치 말라!”, “차별을 용서치 말라!”고 말하고 있다. 우익 사람들마저도 그 일부는 “재특회 같은 차별 단체는 일본의 적”이라고 말하면서 카운터에 참가해 좌파들과 함께 행동하고 있다. 

그런 운동이 있음을 한국 사람들에게도 알리고 싶다.

Q.'거리로 나온 넷우익'이라는 책을 통해 말하고자 했던 건 무엇이었나?

A.넷우익이나 배외주의자, 인종 차별 주의자는 결코 ‘요괴’, ‘괴물’이 아니라 우리 옆에서 ‘평범하게 살고 있는 사람들이었다’는 것을 가장 먼저 주장하고 싶었다. 이들이 무섭다(혹은 껄끄럽다)고 해서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일부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은 곧 지금의 사회를 여실히 반영한 것이라는 인식을 갖고, 그것에 어떻게 맞서야 하는지를 모두가 생각해봤으면 하는 기회가 되길 바랐다.

Q.한국, 일본 말고도 젊은층의 이러한 경향은 향후 세계화되지 않을까

A.유럽에서도 ‘신(新)나치주의’ 등의 문제가 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이민 노동자 문제나 경제 격차는 피할 수 없는 문제다. 일본이나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편협한 내셔널리즘이 기세를 더해 가는 것은 깊게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다른 사람을 배제하는 감정과 결합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거리로 나온 넷우익ⓒ후마니타스

Q.한국의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나는 내셔널리즘의 질주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인종 차별은 분명 잘못됐다는 사회적 합의를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일본 사회에서 차별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분명한 소리를 내야 한다. 일본과 한국은 지정학적으로도 뗄 수 없는 관계다.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일본은 과거를 진지하게 바라보며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것을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논의를 거듭해 가면서, 때로는 싸움을 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 일본인은 우선 일본 사회 속에서 추악한 차별과 배외주의를 없애도록 노력을 해야 한다. 나는 일본 사회에는 아직 그러한 자정 작용이 있다고 믿고 있다. 동시에 한국에서도 편협한 내셔널리즘과 싸우는 사람이 분명히 있다고 믿는다. 각각의 나라에서, 각각의 입장에서 스스로 배외주의와 싸워 나감으로써 차별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동참하고자 한다.


박상희 기자 psh@vop.co.kr

2013년 5월 27일 월요일

"'일베충'도 자신들 주장이 거짓인 것 알고 있다"

이글은 프레시안 2013-05-26일자 기사 '"'일베충'도 자신들 주장이 거짓인 것 알고 있다"'를 퍼왔습니다.
[이철희의 이쑤시개](19) 한홍구·서해성, '일베'와 '5.18'을 논하다

지난 22일, 형사들이 서울 종로구 조계사 앞 아주 작은 박물관에 들이닥쳐 압수수색 영장을 들이밀었다. '정의로운 시민행동'이라는 이름의 단체 대표를 자처하고 있는 정 모 씨가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기부금법)' 위반 혐의로 평화박물관을 고발한 사건 때문이었다.

평화박물관은 지난해 유신을 기억하자는 취지로 홍성담 화백의 이른바 '박근혜 풍자 그림'을 전시했다. (골든타임-닥터 최인혁, 갓 태어난 각하에게 거수경례하다)라는 제목의 이 그림은 박근혜 대통령 지지 단체 및 새누리당으로부터 십자포화를 맞았다. 평화박물관을 고발한 정 씨는 '고발 전문가'인 것처럼 보인다. 정 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에는 그간 정 씨가 고발했던 단체들과 관련된 '고발 접수증 인증샷'들이 다수 올라와 있다. 노무현재단, 아름다운재단, 희망제작도 등도 역시 정 씨의 '고발'을 피해 가지 못했다. 그는 이 같은 시민사회 단체들을 "종북 좌파" 세력으로 규정하고 '척결해야 할 대상'으로 보고 있다.(☞관련 기사 : '박근혜 출산' 풍자 그림 논란)


▲ 홍성담_<골든타임-닥터 최인혁, 갓 태어난 각하에게 거수경례하다> 194×265cm, 캔버스에 유채, 2012. ⓒ평화박물관

평화박물관의 상임이사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그는 지난 24일 (프레시안)이 제작하는 팟캐스트 (이철희의 이쑤시개)에 소설가 서해성 성공회대 외래교수와 함께 패널로 출연해 "평화박물관 압수수색은 박근혜 정부 하 사정기관의창조적 압수수색"이라고 비판했다.

서해성 교수는 "평화박물관은 평화 운동과 문화 운동을 겸하는 조직인데, 그 중 가장 중요한 게 표현 활동이다. 몇십 만 명 동원해 데모하는 곳도 아닌데, 압수수색을 하는 것은 결국 표현 활동 위축시키고자 하는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 교수는 관련해 "법적인 대응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씨는 왜 고발했고, 경찰은 왜 압수수색을 했을까. 사실상 그 단초를 제공한 것은 대선 기간에 전시됐던 홍성담 화백의 그림이다. 한 교수는 이 그림을 전시하게 된 배경과 관련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유신에 대한 여러 가지 문제와 관련해 전시회 기획을 했다. 당시 홍성담 화백에게 '그런 그림을 그려달라'고 한 것도 아니다. 다만 '대중들에게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이 된다면 그것은 유신의 부활을 알리는 것이라는 의미의 그림이 있으면 좋겠다'고 얘기는 했다. 그리고 그림을 전시했다. 이후 나는 그 (그림 속에 담긴) 컨셉을 가지고 무수히 많은 강연을 했다. '박근혜의 당선은 유신의 부활이고 박정희가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박정희가 부활하는 시대로 돌아가고 싶은가' 그런 말들을 했는데 (그 그림의 의미를 말로 한 나는) 아무 일이 없었다. 제 생각에 예술작품을 전시 공간에 건 것을 선거법으로 도저히 걸수 없으니까 그 사람이 엉뚱한 것으로 저희 단체를 걸게 된(고발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한홍구 교수는 이어 "이 정권(박근혜 정부)이 출발할 때도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등) 엄청난 범법 의혹들이 나와서 고발되고 했는데, 그에 합당한 정도의 압수수색 조치가 있었나"라고 반문한 후 "우리는 재정과 관련해 홈페이지에 다 공개하고 있다. 이미 공개돼 있는 것을 두고 압수수색을 하니까 과잉수사라고 하는 것이다. 앞으로 법의 형평성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눈을 크게 뜨고 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 교수는 "경찰이나 검찰은 (기부금법을) 아주 악의적으로 해석하고 있는 것 같은데 우리는 투명하게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그것 자체로 (수사 과정에서) 무슨 일이 있을 것으로 생각은 하지 않는다"면서 "다만 회원 여러분께 송구하다. 저희는 더 열심히 표현의 자유를 지키고 위축되지 않고 평화와 민주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아주 창조적인 압수수색이었다. 세상이 너무 좋아져서 컴퓨터 뜯어가지 않고 서랍을 다 열어보고 그렇지는 않더라"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서해성 교수는 "이 일로 한 교수나 평화박물관이 법원에 가리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것(고발 및 수사)을 통해 평화박물관에 회원 가입을 못 하도록 하는 것을 노리는 것 아니겠느냐. 박근혜 정부 출범하고 좋은 일만 있으면 좋겠는데, 시민단체에 대한 첫 번째 선물이 압수수색이었다. 시민사회 단체도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의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해성 교수는 "만약 경찰 등 사정기관의 논리라면 (회비 받고 있는) 보수단체들 뿐 아니라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계 모임 등 다 고발당해야 한다. 앞으로 등산 갈 때도 돈 걷으면 안된다"고 지적하며 "그분들의 정치적 해프닝으로 생각할 수 있는데 공권력이 움직였다는 게 문제다.

"'일베충'도 자기 주장이 '거짓'인 것 알고 있다"?

한 교수와 서 교수는 (이철희의 이쑤시개)에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일베(일간베스트)' 문제에 대한 분석과 함께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뒷이야기'를 풀어놓았다. 특히 서 교수는 '일베'에 대해 "'일베'의 중요한 특성은 그렇게 하고 있는 사람도 그게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재밌다"라고 말했다.

"87년, 광주항쟁의 진실이 대선의 중요한 화두가 됐었다. 당시 야당은 노태우 후보가 광주 학살의 주범이라고 공세를 폈다. 그때도 (노태우 지지자) 사람들은 '에이 그랬겠느냐'고 했다. 노태우 지지자는 안 믿고자 애를 쓰는 것이다. 그러나 당시 광주 이야기는 전 국민이 알고 있었다. 하지만 노태우를 지지해야 하니까, 그런 사람들은 광주를 알면서도 처음에는 '아닐 거야' 하는 것이다. '아닐 거야'가 '아닌 거야'로 됐다가 '아니잖아' 이렇게 바뀌는 거다. (일베) 사람들도 광주에 대해 알고 있지만 비아냥거리는 행위 자체를 (서로) 인정을 한다. 최초에는 죄를 부정하고, 그다음에는 재밌어한다. 그러다 보면 사실이 아닌 것을 믿어주는 사람이 생긴다. 그러면 본인도 믿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일베' 사람들도 자기가 주장하는 것이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한 것이다."

서 교수의 분석이다. '일베', '5.18', '임을 위한 행진곡' 등 5월을 맞아 논란이 됐던 '역사 논쟁', 보다 자세한 내용은 팟캐스트 (이철희의 이쑤시개)에서 들을 수 있다.

(이철희의 이쑤시개) 바로가기 클릭! http://pressian.iblug.com/index.jsp


/박세열 기자

2013년 5월 25일 토요일

오프라인에 얼굴 못내미는 ‘일베’...잠복 가능성 높다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3-05-24일자 기사 '오프라인에 얼굴 못내미는 ‘일베’...잠복 가능성 높다'를 퍼왔습니다.
[도넘은 청년극우③] 장기불황과 불투명한 미래가 ‘일베충’의 토양


5월 20일 일간베스트(일베) 사이트 메인 화면.ⓒ민중의소리

극우 성향 온라인커뮤니티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를 향한 사회적 지탄이 쏟아지자 일베의 확장세는 한풀 꺾인 분위기다. 그러나 ‘일베 현상’은 단순한 해프닝이라기 보다는 악화되고 있는 사회경제적 상황에 기인하고 있어 언제든 다시 고개를 들 가능성이 높다.

장기화 된 경제불황, 불안감 고조···사회가 낳은 청년 극우

일베와 같은 극우 성향 청년들의 등장은 단편적인 현상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보통 장기적인 경제 불황과 불안정이 심화되는 사회 속에서 나타난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한국보다 앞서 청년층에서 ‘극우 바람’이 불고 있는 일본도 그런 면에서는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전통적인 일본 우익에 대해 대부분의 젊은 세대는 부정적인 시각을 보여 왔다. 그러나 일본의 경제 불황이 20여 년간 지속되고, 이에 따라 청년실업 등 사회적 불안감이 깊어지면서 일본 사회에서는 젊은 세대의 우익화가 온라인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는 양상이다. 

이른바 ‘넷(NET)우익’으로 불리는 이들은 한국의 일베처럼 익명으로 온라인커뮤니티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개별 이용자가 특정되지 않지만, 저학력 또는 저소득층의 청년들이 대다수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일본 사회에서 소외된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가 늘어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이들은 자연스레 사회와 멀어지고 가족·친구들과의 대화를 거부하며, 대신 인터넷이나 비디오게임에 몰입한다. 그러면서 사회에 대한 불만과 불안감을 극우적 성향으로 표출하고 있다. ‘넷우익’을 비롯한 일본의 극우주의자들은 자신들이 처해있는 불안한 상황에 대해 재일교포가 자신들의 자리를 빼앗고 있다고 주장하며 공격적인 행태를 보이고, 반한국·반중국 감정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한국의 젊은 세대 일각에서도 경제 불황과 청년실업난, 경쟁 구도로 내몰리면서 ‘넷우익’처럼 온라인을 중심으로 극우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신광영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일베에 대해 “젊은 층들이 갖고 있는 좌절감이나 불만 등을 가감 없이 배출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부분 10~30대 남성인 일베 이용자들이 명품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한국 여성들을 ‘김치녀’라고 비하하고, 서로 ‘병신드립’(스스로 못난 것을 증명하는 놀이)을 즐기는 모습 등은 이들이 경제적으로 불안한 위치에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고도 볼 수 있다. 또한 김대중 전 대통령을 향한 “군가산점 폐지, 여성부를 창설해 남성들을 무자비하게 탄압했다”는 식의 글은 여성 때문에 남성들의 입지가 줄어들었다는 왜곡된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오프라인에 얼굴 못내밀어 확장성에 한계···잠복일 뿐 언제든 다시 고개들 가능성

최근 여론의 비판이 집중되고 줄소송이 예고되자 일부 일베 회원들은 사이트에서 탈퇴하거나 그동안 게재한 글을 지우는 등 활동이 위축되고 있다. 그동안 익명의 뒤에서 ‘극우 막말’을 쏟아냈지만, 정작 본인이 일베 회원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꺼리고 있다. 이들의 확장성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음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온라인 극우 집단이 오프라인의 조직으로 확대되면서 세력을 계속 확장하고 있는 일본과는 다른 양상이다. 

배문정 우석대 교수(심리언어학)는 “광주시장이 (5.18을 왜곡한 일베 회원들에 대해) 소송하고 이런 게 힘을 갖고 언론에 공개되면 될수록 합리적 보수도 굉장히 불편해 할 수밖에 없다”며 “극단적인 행태는 어느 정도 선에서는 멈출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반문화, 즉 하위문화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며 “계속해서 이슈를 만들어내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청년층의 불안정한 사회·경제적인 조건이라는 ‘토양’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으면 일베와 같은 극우주의자들은 언제든 다시 수면 위로 머리를 내밀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이미 ‘최소한의 선’을 넘어버린 만큼 쉽사리 잦아들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준영 한림대 일본학연구소 연구교수는 “최근 한국과 일본 모두 공동체적인 룰 또는 감수성이 붕괴된 신자유주의적인 모습이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보수화 되고 인종주의적인 편견이 강한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것까지는 하면 안 된다’는 암묵적 합의나 ‘자제하자’는 룰이 일본이나 한국에서 모두 깨졌다”면서 “이미 한 번 뚜껑이 열려버린 상황에서 경제 불황이나 청년실업난이 해결되고 일베와 같은 사이트가 폐쇄된다고 하더라도 (극우적인 경향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지현 기자 cjh@vop.co.kr

2013년 4월 24일 수요일

일베충? 우습게 보다간 큰 코 다친다!


이글은 프레시안 2013-04-23일자 기사 '일베충? 우습게 보다간 큰 코 다친다!'를 퍼왔습니다.

[기고] 러시아 스킨헤드, 일본 넷우익, 그리고 일베


구(舊) 소련 붕괴 이후 나타났던 끔찍한 사회적 흐름 중 하나가 '스킨헤드(skinhead)'의 등장이었다. 이들 '10대' 보수들의 외국인을 상대로 한 무자비한 폭력은 2010년 '한국인 유학생 살해사건'으로 우리에게도 알려졌다.(☞러시아 스킨헤드와 당시 사회상황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2페이지 하단 박스 참조)
러시아 스킨헤드처럼 끔찍한 공격행위는 아니지만, 한국 온라인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그 보다 심각한 우려를 낳는 광범위한 토대가 마련되고 있다. 바로 최근 수차례 언론에서 주목을 받았던 '일베(일간 베스트 저장소 www.ilbe.com)'이다. '디시 인 사이드'의 부문별 갤러리에서 추천을 많이 받은 글이 '일간 베스트' 글이 되면서 시작됐다. 당시 추천 글 대부분이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관리자들에 의해 삭제를 당하곤 하자, 일부 이용자들이 카페를 따로 개설해 베스트로 올라온 글을 복원했다. 이를 토대로 '일간 베스트 저장소'라는 독립 사이트가 시작된 것. 이후 무서운 속도로 성장한 일베는 동 시간 접속자 수가 2만여 명에 이르며, 하루 접속 횟수만 무려 3300만 건에 달할 정도로 거대한 사이버 공간이 됐다.
▲ 4월 23일 자 일간 베스트 저장소 홈페이지 캡쳐.


문제는 이 공간의 반동성과 폭력성이다. 일반적으로 일베를 보수 우파들의 해방 공간이라고도 하지만, 실제 그 심각성은 폭력과 범죄적 행위들이 마음 놓고 자행되고 있는 반인간적, 반동적 무법지대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 공간에 글을 쓰는 수많은 이들을 하나의 특징으로 묶을 수는 없는 것은 사실이고, 문제가 되는 일은 상대적으로 소수가 벌이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추악한 궤변, 또는 본질을 감추려는 기도에 불과하다. '추천'의 반대 버튼이 '민주화'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우리가 피로써 얻고 지켜온 인간 역사의 가장 중요한 성과물인 민주주의가 현재 무참하게 짓밟히고 있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일베를 논하기 전에 강조해 둬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우리가 상상하는 서구식 보수 세력이란 적어도 지구상 대부분의 비(非) 중심부와 주변부 국가에서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아니, 사실 서구에서조차 보수 세력이란 끝없는 특권·기득권·탐욕 추구 집단을 의미한다. 단지 서구에서는 보수 세력에 저항해 인민 대중이 피로 이룩해 놓은 제도적 제약으로 그들만의 독점적 이익 구조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하물며 오랜 식민지 경험과 독재로부터 벗어난 지 불과 얼마 안 된 정치적·절차적 민주주의조차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한 한국. 그리고 비중심부 사회 대부분의 보수 세력은 서구지향적 지식인의 '건전한 보수와 건전한 진보' 운운하는 순진한 바람과 달리, 거의 모든 분야에 걸친 모든 종류의 범죄적이며 반동적인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바로 '일베'와 같은 공간은 보수의 적나라한 '쌩얼(민낯)'을 거침없이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일베 만세를 위해 초등학생을 때리는 행위, 개와 수간하는 내용, 성기 인증쇼핑몰CEO 성희롱 사건, 미스에이 수지 성희롱 사건, 울랄라 세션 고(故) 임윤택 씨의 사망과 그 아내에 대한 악플 등 선정적·폭력적 내용이 아무런 제재 없이 게재되고 있다. 또 보수와는 아무 상관없는 범죄적 수준의 반인간적·반여성적·반민주적·지역차별적·인종주의적 폭력에 대한 글이 이 난무하는 것은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수준에 도달했다. 이들은 전두환과 같은 독재자를 찬양하고, 전라도 사람들을 '홍어'로 표현하며, 여성은 3일에 1번은 패야 한다는 '삼일한'과 같은 용어를 공용어로 사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5.18 희생자들의 사진을 가리켜 '홍어 말리는 중'이라는 막말을 올렸고, 자살한 민주통합당 의원의 아들에게 '노무현을 추종하다 자살까지 따라 했다'는 식의 천인공노할 망언을 싣기도 했다.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의 딸 테러 기도 글, 조선족 여성 강간 계획 글 등 하나하나 나열할 수 없을 정도의 도저히 사회적으로 용인할 수 없는 폭력 범죄 행위, 그것도 아주 반동적인 행위를 태연히 자행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사이트를 두고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의 말일 뿐이니,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사회과학자들 대부분 이러한 공간에 대해 큰 관심을 갖지 않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심지어 진보적인 지식인조차 이들에 대해 관심 받고 싶어 하는 철부지들의 불만을 배설하는 공간일 뿐, 폄하하거나 사회 내 주변화 된 집단의 일시적인 일탈 공간 정도로 간주해 온 것이 사실이다. 오히려 여론화하는 것이 그들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도움을 줄 뿐이라고도 한다. 안타깝지만, 이런 주장은 아직도 온라인이라는 공간의 특성을 잘 알지 못하는 데에서 비롯된 잘못된 주장이다.

일본의 소위 '신(新) 우익'의 영향력 확대는 바로 이런 낙관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로 이어지는지를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전통적인 일본 우익에 대해 대부분의 젊은 세대는 매우 부정적인 시각을 보여 왔다. 그러나 일본 경제의 장기 불황 속에 신자유주의적 사회 개조로 인한 불안정 고용과 구조적 청년 실업이 만연하면서 일본 사회 내에서 구(舊) 우익과 구별되는 젊은 우익들이 온라인에서 세를 확산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주로 온라인에서 활동했기 때문에 '넷(NET) 우익'이라고도 불린다. 
이들은 전통적 우익의 주장과는 다른 맥락에서 일본 내 소수 민족화 된 재일교포는 물론, 일본계 브라질인과 중국·동남아시아 국가 출신 이민자들이 자신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주장을 한다. 더불어 이들에 대한 적개심을 '2ch(www.2ch.net)' 등을 비롯한 온라인에서 키웠다. 국가와 자본에 대한 불만은 역사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듯 소수자에게도 향했다. 이들은 소수민족과 이민자의 출신국에 대한 근거 없는 비하와 더불어 애국주의·민족주의적 감정을 키웠으며, 자연스럽게 왜곡된 역사와 맞닿았다. 거짓과 왜곡이 범람했지만, 점차로 이들의 주장은 인터넷 정보에 민감한 어린 학생들에게 진실로 믿게 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많은 이들이 '찌질한 오타쿠'라며 온라인에서 욕구를 배설할 뿐이라고 폄하했지만, 결국 이들은 예상을 깨고 어느 시점부터인가 보란 듯이 오프라인에서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게 됐다. 그 계기는 바로 정치 권력과 경제 권력은 있으나, 젊은층의 지지를 얻지 못해 세가 약화한 전통적인 '구 우익'과의 결합이었다.
▲ 지난해 3월 10일 자 SBS <그것이 알고 싶다 - 누가 김태희를 쫓아냈는가>에 출연한 사쿠라이 마코토. 그는 "일본에서 독도를 한국땅이라고 주장하는 배우의 광고 촬영을 반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한국인이라면 그런 배우를 광고에 기용하는 기업에 불이라도 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캡쳐


이 같은 결합의 상징적 인물이 바로 '재일교포의 특권을 반대하는 모임(재특회)'을 비롯한 여러 우익 연합 단체를 이끌고 있는 사쿠라이 마코토이다. 평범한 학생이었던 그는 졸업 후 비정규직을 전전하다가 집안에 틀어박히게 된 상황이 '재일교포를 비롯한 외국인들 때문'이라는 온라인에서의 거짓 선동에 휘말렸다. 이후 과격한 우익 논객으로 유명세를 타면서 그는 아베 총리 등이 소속된 구 우익 조직과 접촉하게 된다. 결국 그는 우익 조직의 연대를 도모하며 이들과 함께 오프라인으로 진출한다. 여기에 한류 확산에 불만을 가진 집단까지 포섭해 이들은 온 라인에서 급속하게 세력을 확산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잠잠했던 일본 시민 사회의 불만이 공론의 장으로 표출되기 시작하면서 더불어 이들의 활동도 활발하게 전개되었다. 갈수록 심화되는 양극화와 불안정한 사회는 불만에 가득 찬 청년을 양산했고, 이들 중 상당수는 우익적 선동에 쉽게매료되면서 우익 집단에 동조했다. 결국 소수민족 상권 및 거주 지역에서 해당 소수민족에 대한 반대 시위라는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대중 시위를 조직할 정도로 이들의 세력은 크게 성장했다. 러시아 스킨헤드의 폭력적인 공격보다 온라인에서의 광범위한 선동을 바탕으로 한 대중의 지지를 기반으로 한 시위가 어떤 면에서는 더 위험하다.

아직 한국에서는 유럽과 미국, 러시아 등에서 일어난 인종주의 집단의 조직화 또는 그들에 의한 조직적 공격은 없다. 또한 일본처럼 온라인 우익 집단이 오프라인의 조직화까지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구 우익과 신 우익 간의 결합도 아직까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일베와 같은 온라인 사이트의 등장은 오프라인에서도 오래 전부터 사회적 이슈에 대한 각양각색의 보수적, 극우적 분위기가 확산되어 가고 있음을 증명한다. 우리는 이를 직시할 필요가 있다. 신자유주의적 국가로의 개조 속에 우리 사회도 정권에 대한 불만이 여성이나 이주민에게 향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주민과 여성 관련 기사에 달리는 댓글을 볼 때 이런 극우적 흐름의 저변은 이미 크게 확산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 현상은 과거 보수정권에 비판적이었던 하층 계급에서 더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비록 오프라인 조직화에 성공한 몇몇 이주민의 반대 카페 활동은 신 우파들 중 인종주의적 측면이 드러난 단체 활동이기는 하지만, 소위 '민주 정권' 아래에서 이주노동자와 여성에 대한 인권이 상대적으로 강조된 사실은 아주 쉽게 여타의 보수적 의제와 결합하는 계기가 되었다.

더욱이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가 일베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의 공신 중 하나로 꼽았듯, 낡은 반공주의와 왜곡된 민족주의, 애국주의, 가부장제적 이념으로 젊은 층에서 외면 받은 구 우파 정치 세력이 이들 젊은 극우 집단의 등장을 내심 환영하고 있다. 저임금 노동 유지라는 자본의 입장을 대변해 (그 본래의 의미와는 전혀 다르지만) 다문화정책을 앞 다투어 홍보했던 구 보수 우파와 달리, 신 우파는 이에 대해 매우 적대적인 인종주의적 면모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부분에 대한 합의만 이루어진다면 양성평등·(사회)경제 민주화·복지 국가 등에 대한 반대에 있어서 서로 방향이 일치하기 때문에 얼마든지 수위만 조절해 서로가 서로를 이용하는 단계로 나아갈 수도 있다.

특히 중요한 점은 일베와 같은 집단의 구성원은 '찌질한 집단', '주변화 된 집단'이 아니라는 점이다. 다수는 젊은 층이고 주변화 된 집단일 수 있으나, 여느 보수 반동 우파들과 마찬가지로 이데올로기는 반드시 그렇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이용자들은 스스로 SKY 대학에 다니고 있다고 증명한 사례도 있으며, 의사· 교수·변호사 등 자신의 직업 인증까지 벌인 적이 있다. 최근 낸시 랭의 BBC 인터뷰를 좌절시키기 위해, 그리고 '보스턴 테러'가 북한의 소행이라는 것을 강요하기 위해 그 내용을 영어로 타전한 작자들이 넘쳐 났다. 러시아의 스킨헤드 조직의 이념 확산에서 보듯 이런 미래의 지배 집단이 사회 전 영역에 있어 보수 반동화를 주도하는 이데올로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도 우리는 눈여겨봐야 한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이들의 세련된 보수 반동화 선동이 아직 가치관·세계관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어린 청소년을 세뇌해 거짓 확신을 갖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사회는 심각한 보수화를 겪고 있다. 보수 일색의 언론 지형으로 인해 여전히 무상급식을 포퓰리즘이라고 믿는 국민들도 상당수이고, 국민연금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의 서명 역시 10만 여 명에 이른다. 최근에는 '차별금지법안'에 반대하는 이들의 억지로 법안 상정이 좌절되기도 했다. 이같은 왜곡된 여론 형성의 주요 근거지가 일베이기도 하다. 그리고 일베는 이미 '온라인에서만 활동하는 소수의 공간'이 아니다. 여성 대통령 박근혜를 지지하면서도 여성을 극도로 혐오하고, '종북'과 '동성애'를 연결시키는 우리네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해괴한 조합이 얼마든지 이루어지는 전범을 보여주고 있다.

무상의료·무상교육 등의 정책을 지지하는 우리네 '좌파'보다 더 좌파적인 서구의 보수 세력은 겉으로는 문명사회에서 허용한 수위를 넘는 인종주의적·반여성적·반인권적 폭력에 반대하며, 이런 범죄적 행위에 대해 보수 정권일지라도 단호하게 처벌하고 있다. 올림픽 당시 일베의 표현과는 비교도 안 되는 수준의 인종주의적 표현만으로도 스위스축구 선수와 그리스 육상 선수가 자국 국가대표를 박탈당한 일이 있다. 이제 우리도 국제적 기준에 맞는 법을 제정해 보수라는 탈을 쓰고,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범죄행위에 철퇴를 가해야 할 때다. 또한 이러한 범법 행위를 자신들의 특권과 기득권 유지를 위해 '보수'라는 이름으로 포장해 주고, 사실상 지지·후원·연대하고 있는 보수 세력의 결합 기도에 대해 엄중히 경고해야 할 것이다.

러시아 스킨헤드, '일베'의 미래?

소련 붕괴 이후 신자유주의적 방식에 의한 급격한 체제 전환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경제 상황 악화와 보편주의적 국가 주도의 사회 복지 시스템 붕괴는 실업과 빈곤이 만연하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사실은 너무나 잘 알려졌다. 급격한 체제전환이 가져온 극단적인 사회양극화 현상 속에서 1990년대 내내 자살, 범죄, 질병, 고아, 노숙자, 유아사망률 급증 등 거의 모든 지표상에서 전시 수준을 넘는 끔찍한 현상이 이어졌다. 가장 심각한 타격을 입은 사회 하층 계급과 그 자녀를 중심으로 소수민족과 외국인에 대한 적개심이 급속도로 퍼져 나갔다. 처음에는 불법적으로 부를 축적한 대표 재벌들이 유대계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러시아 사회에 잠재되어 있던 반유대주의가 확산되었다. 이렇게 시작된 민족주의적, 인종주의적 움직임은 점차 외모상 확연히 구별되는 러시아 내 여타 소수민족이나 구(舊)소련 타 공화국 출신들, 그리고 중국인 같은 아시아계나 아프리카계 외국인에 대한 적대감과 그에 기반을 둔 물리적 공격으로 이어졌다.
▲ 러시아 스킨헤드 ⓒwww.stormfront.org


소련 붕괴 이후 신자유주의적 방식에 의한 급격한 체제 전환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경제 상황 악화와 보편주의적 국가 주도의 사회 복지 시스템 붕괴는 실업과 빈곤이 만연하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사실은 너무나 잘 알려졌다. 급격한 체제전환이 가져온 극단적인 사회양극화 현상 속에서 1990년대 내내 자살, 범죄, 질병, 고아, 노숙자, 유아사망률 급증 등 거의 모든 지표상에서 전시 수준을 넘는 끔찍한 현상이 이어졌다. 가장 심각한 타격을 입은 사회 하층 계급과 그 자녀를 중심으로 소수민족과 외국인에 대한 적개심이 급속도로 퍼져 나갔다. 처음에는 불법적으로 부를 축적한 대표 재벌들이 유대계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러시아 사회에 잠재되어 있던 반유대주의가 확산되었다. 이렇게 시작된 민족주의적, 인종주의적 움직임은 점차 외모상 확연히 구별되는 러시아 내 여타 소수민족이나 구(舊)소련 타 공화국 출신들, 그리고 중국인 같은 아시아계나 아프리카계 외국인에 대한 적대감과 그에 기반을 둔 물리적 공격으로 이어졌다.

'러시아 스킨헤드'로 상징되는 러시아의 외국인 혐오증은 한국인 사망사건으로까지 발생, 우리에게도 너무나 잘 알려졌다. 그러나 빡빡 깎은 머리에 검은 옷과 군화를 착용한 특정 스킨헤드 그룹이 10대 조직원이라는 데에만 초점을 맞춘 기사, 자신들의 조상들이 2차 대전 때 독일의 나치에 의해 대규모 학살을 당했는데도 철없이 독일의 철 십자가를 들고 히틀러를 찬양하며, 히틀러 생일에 외국인들을 공격한다는 식의 선정적 보도는 사태의 본질을 파악하는 데 방해가 된다. 실제로 히틀러나 나치를 찬양하는 집단보다는 러시아와 슬라브 민족의 순수성을 찬양하는 인종주의 집단이 훨씬 더 많다. 뿐만 아니라, 이런 조직들의 이데올로기와 조직자들은 10대가 아니라 성인들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외국인 혐오 범죄는 특정 조직의 조직원들만이 저지르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즉, 매우 놀랍게도 스킨헤드 조직의 과격한 방식에 대해서만 이견(異見)을 보일 뿐, 상당수의 러시아인은 스킨헤드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

경제적으로 심각한 고통을 받고 있었던 다수의 민중은 스킨헤드의 조직원이 아니더라도 외국인들이 자신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선동에 빠져있다. 이런 분위기를 바탕으로 권력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기득권을 확장하려는 지배 엘리트는 민중의 불만이 왜곡되어 분출하는 것을 굳이 막으려 하지 않았다. 동시에 소수민족이 장악하고 있던 상권과 그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국가는 오히려 이 같은 사실을 방조했다. 심지어 정치권력에 대한 타격을 가하는데도 말이다. 결국 애국주의, 민족주의적 분위기가 사회전반적인 분위기로 자리 잡으면서 대중은 당시 불거지고 있던 서구와의 대립 구도 속에서 비판의식을 마비시켜 권위주의적 정권에 대한 지지 기반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전세계에서 인종주의적 공격과 살해와 같은 끔찍한 상황을 방치 혹은 방조하던 러시아 정부를 향해 질타가 시작됐다. 러시아는 뒤늦게나마 이 문제에 대한 논쟁을 여러 방송국 채널에서 열띠게 진행했다. 대부분의 논자들은 황당하게도 이들 스킨헤드 구성원 대부분이 10대인 점을 들어 이 문제는 파시즘이나 인종주의 문제가 아니라, 빈곤과 같은 경제적 문제로 봤다. 따라서 청소년 문제이며, 어느 사회에서나 있는 청소년들의 일탈의 한 형태라고 주장했다. 심지어 어떤 논자는 급격한 개방으로 서구의 자유분방한 문화가 유일돼 마약과 섹스, 폭력이 확산됐다며 전 사회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현상으로 치부했다. 따라서 소수민족뿐 아니라 러시아인도 당하고 있는 문제이며, 인종주의적인 범죄는 아니라고도 주장했다.

어느 경우든 설사 인종주의적 측면이 있다고 해도 이는 '인종주의' 문제가 아니라 '청소년' 문제라는 것이 그들의 공통적인 주장이었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은 이런 인종주의적 분위기 속에서 무고한 소수민족과 외국인들이 공격당하고, 살해당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특정 집단의 범죄행위가 아니라, 집단의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 내 동조 세력 또한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본질적 측면이 쉽게 간과되었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정재원 국민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