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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5월 28일 월요일

KBS 교향악단 거리에서 진실에 눈 뜨다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5-28일자 기사 'KBS 교향악단 거리에서 진실에 눈 뜨다'를 퍼왔습니다.
[김상수 칼럼] 쌍용차 희생자들을 위로한 가슴 뜨거웠던 거리 연주회

5월 26일 오후 7시 50분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와 함께 하는 KBS교향악단 연주회+시(詩)가 서울시청 대한문 앞 쌍용차 희생자 분향소 앞에서 열렸다. 이창형 KBS 노동조합 교향악단 단원 대표의 연대의 인사가 있고, 이어서 모차르트의 소야곡 (Mozart, Eine kleine Nachtmusik) 중 1악장 선율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서곡은 힘차게 연주됐다. 첼로와 바이올린 협주로 시작된 음악회는 운명한 쌍용자동차 22인을 추모했지만, 모차르트의 음악을 연주하는 첼로와 바이올린 활은 거침없고 당당했다. 

비록 이 지상에서는 다시 볼 수 없는 22명의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지만 하늘나라에서는 힘차게 씩씩하게 생을 살겠다는 그들의 의지가 음악으로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곧이어 바하(Bach)의 현악 오케스트라를 위한 조곡 제 2번이 연주됐다.  22번째 희생자인 고 이윤형씨는 이제 36세였다. 지난 3월 30일 임대아파트 23층 꼭대기에서 몸을 던졌다. 유서는 없었다. 2009년 쌍용차 사태 때 끝까지 남아 파업투쟁을 했던 이씨는 해고된 뒤에 3년간 직장을 구하기 위해 면접을 봤지만 다시는 취직하지 못했다.

25일 서울광장 맞은 편 대한문 앞 광장에서 열린 KBS 교향악단의 거리 음악회. KBS 교향악단 제공.

이렇듯 쌍용차 노동자들 2600여명이 어느 날 갑자기 일터에서 쫓겨나 이후 많은 노동자들이 상처를 자기 가슴에 묻어두고 사회에 적응하려고 무던 애를 썼지만, 그 중에 22명은 이 세상에 막막한 벽을 느꼈다. 치유 받지도 못하고 죽음으로까지 이어졌다. 


지금 한국 사회에선 인간이 존중받지 못하고 사는 것이 일상화됐다. 많이 가진 자들은 여전히 허기(虛飢)져서 염치없이 지나치게 탐하는 걸신(乞身)이 들렸고, 거의 걸신(乞神)까지 됐다. 


반면에 착한사람들은 삶 자체가 여지없이 무너져 내렸다. 


정리해고는 없어져야 한다. 


정리해고는 약자에게 일방으로 일터를 떠날 것을 강박하는 폭력이다. 약자인 노동자는 힘이 없다. 상대가 힘이 세니 덤비지도 못하고 어떻게 닥친 상황을 풀어야 할지 난감해진다. 더군다나 가족이, 자식들이, 분하고 답답한 억울(抑鬱) 병에 걸린 자신을 바라보는 눈길은 차마, 참담하다.


지금 KBS에서는 교향악단을 졸속 법인화시켜 단원들을 KBS 밖으로 내치려하고 있다.  KBS교향악단의 경우도 바로 정리해고의 징후가 다분하다. KBS 김인규 사장체제부터 KBS 경영상태가 날로 망가지면서 KBS교향악단을 희생양 삼겠다는 얘기가 들려온다. KBS 자신들의 무능을 교향악단을 통해서 은폐하려는 듯하다.  


25일 서울광장 맞은 편 대한문 앞 광장에서 열린 KBS 교향악단의 거리 음악회. KBS 교향악단 제공.

마구잡이 무차별로 징계를 때려 벌써 단원들 중엔 월급도 안 나오는 단원도 있다. KBS 시청자사업부 부장 이재숙과 함신익이 공모, 이제 단원들 가정까지 파괴하겠단 작정인가? 이는 벌 받을 짓이다. 반드시 악행은 되돌아 자신들 정수리를 정통으로 겨눈다. 세상 이치(理致)다.    

진실에 눈을 뜬 KBS교향악단 지난 57년간 국립교향악단의 전통을 이어 온 KBS교향악단은 국내최고수준의 교향악단이다. 국내 최고의 오게스트라인 KBS교향악단은 지금의 세대뿐 아니라 다음의 세대에까지 물려주어야 할 우리시민들의 문화유산이기도 하다. 그동안 KBS교향악단은 아름다운 음악을  시민들께 들려드리는 일이 자신들의 소명이라고 생각하며 그 일에만 최선을 다하며 살아왔다. 

세상을 이롭게 하는 데는 아름다운 음악을 잘 연주하는 것이 자신들의 역할이라고 알았다. 그러나 단원 93%가 반대한 지휘자 함신익이 ‘낙하산상임지휘자’로 오면서 KBS교향악단은 절단나기 시작했다. 

개인의 음악권력을 탐하기 위해서 자신의 처지나 주제와는 전혀 무관한 국립교향악단의 현신인 KBS교향악단의 상임지휘자 자리를 부당하게 ‘낙하산 투하’로 침탈해 들어온 것이다. 

KBS교향악단 단원들은 2010년 초부터 함신익이 상임지휘자로 취임한다는 소문이 들려올 때 너무나 어처구니없어했다. 음악적 경력이나 이력을 볼 때 그는 국립교향악단의 현신인 KBS교향악단의 상임지휘자로 전혀 올 수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의 음악적 수준이나 이력 경력이 합당하지 못하다고 알고 있던 전 단원 절대다수의 반대투표로 그의 부임을 반대하였다. 

뚫고 들어온 ‘낙하산지휘자’ 함신익은 거칠게 없는 것처럼 마구 행동했다. 20년에서 30년, 40년 넘게 평생 음악을 연주해온 음악예술인들에게 자신의 부임을 반대했다는 이유로 자기 앞에 줄 세우기를 강요했고, 징계와 해촉(파면) 등으로 단원들을 겁박하기 시작했다. “단원들 기강을 잡아달라”고 KBS에서 자기한테 주문했다고 했다. 교향악단 운영부서인 KBS 시청자사업부는 덩달아 함신익 편에서 같이 ‘안달’하기 시작했다. 터무니없는 경우가 시작됐고 단원들의 몸과 마음이 다치기 시작했다. 

단원들은 말하기를, “탄압받으며 눈물 흘리고 난 후에야 세상이 보였습니다. 찢긴 가슴으로 매일같이 눈물 흘리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우리 사회 곳곳에 넘친다는 현실에 비로소 눈이 떠졌습니다.”라고 했다.  

지금 전국의 교향악단 단원들 절대다수와 음악대학 교수 등 1224 명이 함신익 음악계퇴출과 KBS교향악단 징계철회에 서명했다.  

KBS교향악단은 시민의 국민여러분의 교향악단입니다.“저희는 이번 ‘낙하산 상임지휘자’와 그를 호위하는 KBS 시청자사업부의 횡포를 보면서, 보다 세상을 잘 들여다보아야 하고, 더 현명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 사회 어둠속에서 외치는 슬픈 소리들에 우리의 귀가 열렸고 대책 없는 고통들에 우리의 눈도 떠졌습니다. 

우리는 음악의 힘을 믿습니다. 우리 KBS교향악단은 시민의, 국민의 편에서 음악을 들려 드리는 교향악단으로 거듭나겠습니다.”

시민들의 환호성과 연이어 앵콜 요청, 그리고 합창, 마지막 연주가 끝나자 대한문 앞은 환호성이 일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차가운 바닥에 앉아 박수를 치던 백기완 선생과 정동영 의원의 모습도 보였다. 연주가 끝나고 L단원이 말했다. 

“아, 조금 더 일찍 찾아뵈어야 했었습니다. 너무 늦게 찾아 죄송합니다. 정말 좋은 관객 분들을 뵐 수 있어서 연주하는 저희들도 기뻤습니다.” 

서울대 대학원에 재학 중인 H여학생은 연주회가 끝나자 희생자 분향소에서 분향을 막 마치고 나오면서 말했다. 

“감동이었어요. 왜? KBS교향악단이 국립교향악단인지 알겠어요. 최고의 테크닉을 봤고요. 마음이 관객 모두와 만났어요. 인터넷으로 보니까 교향악단 단원 분들이 많은 어려움에 처해 계시더군요. 동영상은 끔찍하기도 했고요. 그런데도 쌍용자동차 노동자 분들을 위로하기 위해 연주를 해서 더 감동받았어요.” 

어제 밤에는 시인 신용목의 ‘학살 미사’, 유희경의 ‘봄밤’, ‘참담’, 김소연 시인의 ‘고통의 신비로부터’ 제목의 시낭송이 있었고 KBS교향악단의 연주곡목은 다음과 같다. Mozart - Eine kleine Nachtmusik, Vivaldi -‘사계’ 중 ‘여름’ 2,3악장, Franck - Panis Angelicus ‘생명의 양식’, Popper - Polonaise, Schindler's list (Flute 협연), Gabriel's Oboe (Oboe 협연), Kazabue (Oboe 협연), Warlock - Capriol Suite 중 1악장, Grieg -'Holberg' Suite 중 1악장

(계속)

김상수 작가·연출가 | media@mediatoday.co.kr  

나가수2. 대통령 외면한 5월광주 박완규가 위로했다


이글은 미디어스 2012-05-28일자 기사 '나가수2. 대통령 외면한 5월광주 박완규가 위로했다'를 퍼왔습니다.
[블로그와] 탁발의 티비 읽기

나는 가수다2에 치유라는 새로운 감동 코드가 만들어졌다. 노래라는 것이 본디 치유의 본성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왼팔목에 긴 광목천을 매고 나와 마치 살풀이의 춤사위를 연상시켰던 박완규의 ‘부치치 않은 편지’는 30년 세월이 덮어가고 있는 80년 5월 광주를 위로하기에 충분했다. 이 노래는 시인 정호승의 시에 백창우가 곡을 붙이고 김광석이 부른 것으로 5월민주항쟁을 추모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내용이다.
‘부치지 않은 편지’는 딱히 민중가요라고 하기도 어렵지만 그렇다고 유행가라고 하기에는 많이 무거운 노래임에 분명하다. 게다가 이 노래를 부르기 위해 준비한 박완규의 의상과 말도 결코 심상치 않았다. 박완규는 디자이너 이상봉이 지은 독특한 수트를 입고 나왔다. 하얀 광목 같은 옷감에 한글로 뭔가를 적은 옷이었는데, 그 자체로 상복의 느낌이 배어나왔고, 왼 팔목에는 하얀 천을 묶고 나와 살풀이의 한삼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했다.


5월의 노래에 상복에 한삼까지 갖췄으니 박완규가 아무리 1%의 사심도 들어가지 않게 하고자 애썼다고는 하더라도 듣는 이의 가슴은 잊고 있었던 5월 광주를 떠올리게 되고, 요즘 더욱 간절한 고 노무현 대통령을 그리워하게 되는 것은 너무도 당연했다. 그래서 박완규의 노래는 더욱 의미 있었고, 이은미가 애써 그런 의미를 가리고자 농담을 보탰지만 현명한 시청자들은 박완규의 의지(?)를 열렬히 지지했다.
언제나처럼 결과를 전달하기 위해 무대에 오른 김영희 PD는 이번 1위가 압도적인 결과를 보였다고 했다. 그리고 JK김동욱과 함께 두 명의 후보에 오른 박완규가 그 주인공으로 밝혀졌다. 빨리 나가수2를 탈출하고 싶다던 박완규의 뜻대로 이뤄진 것이지만, 그보다는 박완규가 부른 ‘부치지 않은 편지’를 위해서도 잘 된 일이었다.
이번 주에 이토록 뜨겁고 사무치는 시대의 노래를 부른 박완규가 다음 주에는 또 전혀 다른 노래를 부르게 하는 것이 얼마나 어색한 일이겠는가. 그렇다고 박완규가 계속해서 비슷한 노래를 부르기도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런데 박완규가 이처럼 나가수2라는 예능무대에서 5월광주와 노무현 대통령을 추모한 것은 아주 특별한 의미가 있다. 32년이 지난 올해 5.18 기념식에는 대통령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물론 올해만의 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총리가 대독하게 했던 기념사까지 생략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다른 해보다 광주는 더 외롭고 분노했을 지도 모른다. 그 상한 마음을 대통령 대신 한 가수가 목놓아 위로했다는 의미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우연이겠지만 묘하게도 이번 주 무대에는 박완규처럼 대놓고 시대의 노래를 부른 것은 아니지만 다른 가수들의 선곡도 묘하게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김건모는 이제 방송가에서 잊힌 이름 정태춘의 노래 ‘시인의 마을’을 불렀고, JK김동욱도 ‘찔레꽃’을 선택했다. 그리고 이은미의 ‘한계령’까지 그 흔한 사랑이 아닌 다른 의미를 담은 노래들로 전체적으로 박완규의 추모가 너무 튀지 않는 분위기를 만들었다는 점도 인상적인 부분이다.
그렇게 뭔가 진지하고 숙연한 가운데 탄식처럼 노래를 부른 박완규의 모습은 마치 데뷔 전 김광석이 ‘이 산하에’를 목놓아 부르던 모습이 오버랩되기도 했다. 그리고 아름다웠다. 그리고 박완규는 마지막에 소감을 통해 이 노래를 부르게 동의해준 제작진에 감사하다는 말을 남겼다. 김영희 PD는 이 노래를 아직도 포기하지 않고 싸우는 후배 노조원들에게 들려주고 싶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탁발  |  treeinu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