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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월 14일 월요일

박근혜, 삼성 백혈병·쌍용차 자살은 팔자 탓인가?


이글은 프레시안 2013-01-14일자 기사 '박근혜, 삼성 백혈병·쌍용차 자살은 팔자 탓인가?'를 퍼왔습니다.
[서리풀 논평] 4대 중점 질환으로는 부족하다

(프레시안)은 시민건강증진연구소가 매주 한 차례 발표하는 '서리풀 논평'을동시 게재합니다. (사)시민건강증진연구소는 "모두가 건강한 사회"를 지향하는비영리 독립 연구기관으로서, 건강과 보건의료 분야의 싱크탱크이자 진보적 연구자와 활동가를 배출하는 연구 공동체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바로 가기) 4대 중점 질환으로는 부족하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인수위원회가 바쁘다. 그러나 일을 하는 사람이나 일을 하는 방식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꽤 높다. 혼란을 피한다는 이유로 문을 걸어 잠그고 무슨 군사작전 하듯 한다는 점이 무엇보다 아쉽다.

행정적인 사항을 인수인계하려는 것이면 굳이 인수위원회가 왜 필요할까. 필요한 보고를 받고 파악하면 그만이다. 복잡하게 조직을 짜고 기자들이 보는 가운데에 논의하는 모양을 보일 필요가 무엇인가.

인수는 행정이 아니다. 공약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다음 정부의 국정 방향을 논의하고 정하는 것이 인수위원회 기능의 핵심이다. 5년간 추진할 정책을 국민들에게 설명하고 의논할 것이 아니면 (당선인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는데) 인수위원회는 번거로울 뿐이다.

국정의 방향과 전략을 세우는 것이 핵심이고, 그것도 국민이 주인이 되어 참여하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언론 취재가 어렵고 예측이 어렵다는 것은 차라리 큰 문제가 아니다. 정권 인수가 무슨 동창회장 인수인계도 아니라면 국민이 알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지난 일을 평가하는 것도 그렇고 앞일을 계획하는 것 또한 국민의 눈이 필요하다.

정권을 인수한다고 하지만, 어느 개인이나 정파의 사사로운 것이 아니다. 따지자면 모든 이의 운명과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국정을 대상으로 한다. 만약 투표가 끝났으니 상관하지 말라는 것이라면 어떤 의미에서도 민주주의의 원리를 위반하는 것이다. 당선인을 지지하지 않은 유권자 또한 당연히 권리와 의무를 가진다. 국정이 찬성 투표를 한 51.6퍼센트만을 위한 것일 리 없다.

결국 현재의 인수위원회는 성격 규정을 잘못한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다. 사실 규정을 잘못했다기보다 정권을 인수한다는 것, 또는 국정을 운영한다는 것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 사사로움이 지나치다는 이런 걱정이 노파심으로 끝나길 바란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건강과 보건의료 정책도 새롭게 논의할 기회를 놓치고 있다. 더 두고 볼 일이지만, 지금까지 분위기로는 신통한 반전이 있을 것 같지 않다. 공약을 지키는데 돈이 남느니 모자라느니 하는 논의가 전부가 아닐까 싶다. 그나마 무슨 보고를 했는지 논의는 뭘 했는지 루머에 가까운 소문만 들린다.

 
ⓒ뉴시스

바꾸려고 해도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이 한계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인수위원회가 일하는 방식을 국민이 참여할 수 있는 것으로 바꾸어야 한다. 조금 시끄럽고 혼란스러워도 이게 더 (당선자가 좋아할 것 같은 말로 하면) '효율적'이다.

건강 정책 분야만 보면, 5년간의 국정목표와 전략을 다시 논의해야 한다. 무엇보다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 그것도 4대 중점 질환으로 맞추어져 있는 정부의 관심을 크게 넓히는 일이 필요하다.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은 물론 중요하다. 많은 사람이 여전히 고통을 받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라도 다시 희망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미완성인 국민건강보험을 더 발전시키는 책임은 다음 정부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사실 1989년(전 국민 의료 보험 제도가 시작된 해) 이후 한국의 건강 정책과 보건의료 정책을 지배해 온 주류 패러다임이 바로 국민건강보험과 의료 이용이다.

25년 가깝게 지속된 '1989년 체제'의 결과, 이제는 정부도 국민도 '건강=의료=국민건강보험'이라는 공식에 익숙하다. 그 덕분에 좋아진 것이 없다고 못한다. 그러나 부정적인 측면이 나타난 것도 사실이다.

건강 대책이 너무 좁아졌다는 것이 새로운 문제다. 앞으로는 더 큰 문제가 될 것 같다. 좀 심하게 표현하면 국민건강보험을 뺀 나머지는 부록이나 우수리 정도의 처지가 되었다. 그나마 '건강' 보험도 사실 건강 위주가 아니다. 이름과 달리 '의료' 보험에서 한 발자국도 더 나가지 못했다.

차분히 생각해 보면 대부분 사람이 동의한다. 건강은 의료 서비스만으로 이룰 수 없고 건강보험만으로 다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그러나 현실에서는 의료가 더 급하고 건강보험이 이를 뒷받침한다. 건강보험과 의료에 일차적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건강보험은 거기까지, 병이 생긴 이후에 작동하는 것이 본래의 사명이다. 조금씩 혜택의 범위를 넓혀 왔지만, 건강 검진이나 예방 접종 같이 치료에 비교적 가까운 역할 이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문제는 이제 그 모순이 점점 더 뚜렷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의료나 건강보험이 '건강'이라는 인간 사회의 목표를 모두 감당하지 못하니 당연하다. 최근 몇 년 사이 많은 사람이 고통 받고 있는 중요한 건강 문제만 봐도 그렇다.

암, 심장병, 치매의 치료비를 줄일 수는 있지만 병을 피하는 것은 딴 일이다. 의료 보험의 틀로는, 집합적 방식으로 표현하면, '질병 부담'을 줄이기 어렵다.

'사회적' 원인에 대처하는 데에는 더 무력하다. 자살과 교통사고, 산재 사망을 줄이는 것은 의료 보험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보험이 문제가 아니라 보건이나 의료보다는 훨씬 더 넓은 시각에서 봐야 무언가 할 수 있는 틈이 생긴다.

생물학적 특성이 강한 병은 그나마 좀 나을 수도 있다. 결핵은 결핵균을 없애면 문제가 해결될 것 같다. 그러나 모든 질병은 생각보다 훨씬 더 사회적이다. 영양, 주거, 환경, 더 나아가면 빈곤이라는 사회적 요인을 손대지 않고는 결핵은 그대로다. 콜레스테롤을 낮추면 심장병이 줄어들겠지만, 운동과 음식, 노동과 소득은 서로 맞물려 돌아간다.

결국, 건강 정책의 틀을 확대하지 않는 한, 정책은 건강의 아주 일부만 다루는 셈이 된다. 건강 정책의 협소함은 단지 추상이나 이론이 아니라 매일 부닥치는 문제이다. 틀과 범위를 '건강=의료=건강보험'에 두는 한, 삼성전자의 백혈병과 쌍용자동차 노동자의 자살을 막을 길이 없다. 쪽방 노인의 고혈압과 심장병, 고독사도 마찬가지다.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국가 건강 정책의 틀을 다시 짤 것을 제안한다. 이럴 때마다 다른 나라 예를 동원하는 것은 마뜩잖지만, 우리와는 달리 생각하는 나라가 있다는 정도는 소개하는 것이 좋겠다. 바로 스웨덴이다.

스웨덴 국가보건위원회는 2000년에 19가지 건강 정책의 목표를 제안했다(☞바로 가기). 언뜻 봐서는 노동부나 교육부가 해야 할 법한 목표가 꽤 많다. '전통적' 의미에서 보건부 소관이랄 수 있는 것은 절반도 안 된다.

몇 가지만 보면 이런 식이다.

- 소득 불평등을 나타내는 지니계수를 0.25 미만으로 낮춤.- 빈곤율을 4퍼센트 미만으로 낮춤(유럽연합 기준).- 1998년 당시 총선에서 투표율이 60퍼센트에 미치지 못했던 지역의 투표율을 5퍼센트 이상 올리기.- 고용률을 85퍼센트 이상으로 증가시키고, 장기 실업률은 0.5퍼센트로 낮춤.- 취약한 지역에서 자라는 어린이의 비율을 10퍼센트 미만으로 줄임.- 모든 학생들이 중등 학교 교육 과정을 마칠 수 있게 함.

격렬한 논쟁을 거쳐 수정된 후 정부의 공식 목표가 되었는데 처음 모양은 많이 달라졌다. 주목할 것은 지표나 목표치가 아니라 이들이 건강 정책을 바라보는 눈이다. 또한 참여와 사회적 토론을 거쳐 국가 목표로 만들어가는 과정 역시 배울 만하다.

교훈으로 삼을 수는 있어도 한국에서 당장 이렇게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 달 남짓 활동 기간이 남은 인수위원회가 제대로 할 수 있는 일일까도 싶다. 그러나 새 정부 출범이 건강 정책의 새로운 틀을 논의할 계기 정도는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완전히 접고 싶지는 않다.

물론 보수 정권으로서의 한계를 충분히 예측한다. 사회적 요인까지 포함하는 것은 더더구나 내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새 정부로서도 건강 정책의 지평을 넓히는 일이 꼭 손해가 되지는 않으리라 생각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강조하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 정책의 기술적 효율성을 달성하는 데에도 언젠가는 거쳐야 할 과정이기 때문이다. 현장의 소리를 더 많이 듣고, 진지하게 고려하고 논의할 것을 당부한다.


 /시민건강증진연구소

2012년 6월 21일 목요일

삼성 바리케이드 뚫은 반도체 노동자의 '눈물'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2-06-20일자 기사 '삼성 바리케이드 뚫은 반도체 노동자의 '눈물''을 퍼왔습니다.
[현장] 국제 NGO 활동가들 "노동자 피눈물로 갤럭시S 만들어"

▲ 삼성전자 직업병 피해자들과 국제 NGO 활동가들은 20일 오후 서초동 삼성전자 본사 앞에서 전자산업 노동권과 환경정의를 위한 국제운동을 선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직업병 노동자 산재 인정 등을 요구하는 노란색 피켓을 삼성 로고에 붙이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 김시연

"제품보다 인간이 더 중요하다!"

20일 오후 서초동 삼성전자 본사 앞에 30명이 넘는 외국인들이 모여들었다. 이들은 지난 18일부터 천주교 수원대리구청에서 열린 '전자산업 노동권과 환경정의를 위한 국제회의'에 참석한 다국적 시민단체 활동가들이었다.

국제NGO 활동가들 삼성전자에 '경고 카드'

세계 10여 개 국 36개 단체에서 모인 노동, 환경,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굳이 삼성전자를 마지막 기자회견 장소로 택한 건 최근 반도체 노동자 사망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도 삼성전자 앞에선 삼성 반도체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사망한 고 황유미씨 아버지인 황상기씨를 비롯한 직업병 피해자 가족들이 1인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중국, 인도네시아, 멕시코, 미국 등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활동가들은 저마다 자신들의 언어로 쓴 노란색 피켓을 들었다. 이 피켓들은 삼성전자를 향해 "노동자를 더 이상 죽이지 말라"고 한 목소리로 외치고 있었다. 지금까지도 직업병 피해 노동자들의 '산업 재해'를 인정하지 않는 삼성을 향한 '경고 딱지'였다.

기자회견을 마친 이들은 삼성 로고가 선명한 현수막 앞에 자신들이 쓴 경고 메시지를 붙였다. 삼성전자 공장이 있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온 한 활동가는 영어로 "우린 킬러폰이 아닌 진정한 녹색폰을 원한다"고 썼고, 멕시코에서 온 활동가는 스페인어도 "삼성 노동자를 죽이지 말라"고 썼다. 언어는 모두 달라도 메시지는 분명했다.

대만 '지구의 시민들' 활동가인 웬링 투는 "세계 각지를 다니다 갤럭시S 광고를 보면 젊은 노동자들의 피눈물이 들어가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면서 "삼성이 창의적이고 지속가능적인 비전을 갖고 휴대폰을 만들려면 더 이상 반도체 산재 문제를 부정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RCA(미국의 다국적 무선 전기회사)는 노동자들에게 독극물이 든 물을 마시게 했고 폭스콘은 대표적인 전자산업 노동자 착취 사례로 꼽힌다"면서 "삼성도 RCA와 폭스콘 뒤를 따를 거냐"고 꼬집었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 활동가인 이종란 노무사는 "지난 3일간 전세계 전자산업 노동자들이 막강 자본 앞에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면서 "전자산업 직업병 문제는 과거 실리콘밸리에서 발생했고 지금 삼성에서 나타나고 있으며 앞으로 중국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라며 국제 노동자 연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이번 국제회의를 통해 삼성전자 노동자들의 죽음을 전세계에 알려나가기로 결의했다"며 "삼성이 피해자의 고통을 계속 외면하면 전세계 민중들의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산업재해 입증책임 사업자에"... 인권위 권고 '단비'

박유순 금속노조 미조직비정규직사업국장은 "어제 인권위에서 산업재해 입증 책임을 사업자가 하도록 권고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면서 "반올림과 피해자 가족의 투쟁은 힘은 작더라도 강한 의지만 가지면 권력에 맞서 이길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19일 산업재해 인정 기준을 개선하라고 고용노동부에 권고했다. 지금까지 산업재해 입증 책임이 피해 노동자에게 있었지만 앞으로는 국가나 사용자가 질병과 업무 무관성을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삼성전자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산업재해 인정을 요구해온 반올림과 직업병 피해자 가족들에겐 단비 같은 소식이었다.

"이렇게 지나가는 비를 우리나라에선 호랑이가 장가가는 비라고 한다. 이 비처럼 노동자들이 겪는 고통도 곧 지나가고 눈물도 말랐으면 좋겠다."

이날 기자회견 도중 갑자기 비가 쏟아지자 사회자인 공유정옥 반올림 활동가는 "누군가 흘리는 눈물 같다"며 눈물을 훔쳤다. 이날 삼성 사옥 주변은 버스와 바리케이드에 둘러싸여 '물 샐 틈' 없었지만 하늘에서 내리는 '눈물'까지 막진 못했다.

▲ 삼성 반도체 반올림 국제 활동가의 기자회견을 앞두고 삼성 서초사옥 주변을 삼엄하게 경계하는 삼성 직원들 ⓒ 김시연

 김시연 (star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