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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31일 금요일

박원순, 올해만 500억 'MB 대못' 뽑나

이글은 프레시안 2013-05-30일자 기사 '박원순, 올해만 500억 'MB 대못' 뽑나'를 퍼왔습니다.
서울시, '9호선 요금 소송' 1차전 승리…MRG 손볼 수 있을지가 관건

지하철 9호선의 요금 기습 인상으로 시작된 '맥쿼리인프라 VS 박원순' 대결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1차전 승리를 거뒀다. 서울행정법원은 30일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맥쿼리인프라)가 주요 주주인 서울시메트로9호선(주)이 제기했던 운임 신고 반려 처분 취소 소송에서 "서울시의 운임 신고 반려 처분이 적법하다"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그러나 '9호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앞으로가 중요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2005년 서울시장 시절 체결했던 불공정 계약, 즉 이 전 대통령이 박았던 '대못'을 박원순 시장이 뽑을 수 있을지 여부가 주목된다.

'9호선 전쟁' 1차전 승리, 내친김에 MRG도 손볼까?

이번 사건은 작년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9호선 측은 지난해 2월 15일과 21일 서울시에 요금 인상 신고를 했다. "운임 원가 상승" 등의 이유였다. 서울시는 "미흡한 부분이 있다"는 이유로 9호선 요금 인상 신고를 반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9호선 측은 같은 해 4월 14일 "기본 요금 500원을 인상하겠다"고 기습적으로 요금 인상 안내문을 게시했다.

서울시가 강하게 항의하자 9호선 측은 "9호선 고객님께 드리는 사과의 말씀"을 게시해 운임 인상을 보류하고 서울시와 원만한 협상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른 한편으로 운임 신고 반려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이 때문에 "이중 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매년 세금으로 운영 수입을 보장받으며 요금까지 올리려 하는 9호선에 대한 비난도 쏟아졌다. 법원은 결국 서울시의 손을 들어줬다.


▲ 박원순 서울시장은 '9호선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서울시

이날 판결과 관련해 윤준병 서울시 도시교통본부장은 "환영한다"면서 "공익적 차원에서 서울시메트로9호선(주)의 일방적인 요금 신고는 잘못된 것이므로 당연한 귀결"이라고 밝혔다. 9호선 측에서 항소를 할 경우 "1심 판결의 타당성을 주장하며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승소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6월 중순을 최종 시한으로 정해 9호선 측과 운임 요금 등과 관련된 협상을 재개하기로 했다. 협상 진행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계약 해지를 통해서라도 메트로9호선의 잘못된 구조를 바로잡겠다"는 입장이다. 맥쿼리인프라 등이 운영하는 민자 사업의 대표적인 사례가 지하철 9호선인 만큼, 이번 기회에 혈세를 축내는 불합리한 민자 사업 구조를 바로잡겠다는 것이다. 계약을 해지할 경우 소송전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지만, 그 역시 "자신감이 있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서울시가 언급한 '잘못된 구조'는 어떤 것일까? 현재 9호선은 맥쿼리자산운용의 관계 회사인 맥쿼리인프라가 24.5%를, 현대로템이 25%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이들이 9호선을 운영하는 주요 주주인 셈이다. 맥쿼리는 9호선에 후순위 대출 330억 원을 빌려주고 15%에 달하는 높은 이자 수익을 내고 있기도 하다.

특히 문제는 최소운영수입보장(MRG) 조항이다. 서울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을 지내던 2005년 5월, 맥쿼리 측과 9호선 실시 협약을 맺으면서 MRG 조항을 삽입했다. 이 때문에 서울시는 맥쿼리에 매년 적자를 보전해 줘야 한다. 9호선은 이미 지난 3월 말, 540억 원의 지난해 운영 적자 보전금 지급을 서울시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소운영수입보장금 500억 원과 무임 승차 지원금 40억 원이다. 가만히 있으면 수백 억의 혈세가 줄줄 샐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런 부분 때문에 박원순 시장은 지난해 7월 이 협약에 대해 "굉장히 불합리한 내용의 계약이 체결됐다고 생각한다. 원천적으로는 계약 내용이 잘못됐다"고 밝힌 적이 있다.

서울시는 향후 맥쿼리인프라와 협상을 통해 지하철 9호선의 수입 보장률을 현행 8.9%에서 대출 금리 수준인 5%대로 낮추겠다는 방침을 정한 상태다. 이와 함께 서울시는 요금 결정권을 서울시로 이전하는 등 사업 재구조화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 측은 "사업 재구조화는 지하철 9호선을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서비스를 제공함과 동시에 시의 재정 부담을 최대한 줄여가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또 1000억 원 규모의 시민 펀드를 조성해 9호선 운영에 참여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도 세웠다. 일각에서는 맥쿼리인프라를 운용하는 맥쿼리자산운용이 주식을 팔고 손을 뗄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맥쿼리 측은 이 같은 관측에 대해 손사래를 치고 있다.

서울시는 올해 500억 원의 혈세 중 얼마나 아낄 수 있을까. 박 시장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박세열 기자

2013년 4월 18일 목요일

“우리 가족에게 지옥이 된 편의점”


이글은 시사IN 2013-04-17일자 기사 '“우리 가족에게 지옥이 된 편의점”'을 퍼왔습니다.
높은 매출을 장담하는 본사 직원만 믿고 편의점을 연다. 가게 바로 옆에 또 편의점이 들어선다. 24시간 영업을 강요당하며 빚만 늘어가는데, 폐점하면 엄청난 위약금을 내야 한다. 편의점주가 당하는 불공정 계약의

소박한 꿈은 100일 만에 악몽으로 변했다. 지체장애가 있는 서른 살 큰딸, 갓 대학생이 된 둘째 딸 그리고 열두 살 막내딸을 뒷바라지하기 위해 큰맘 먹고 뛰어든 편의점 창업이었다. 혼자 세 딸을 키우는 공아무개씨(48)는 지난해 9월 대구 달성군에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차렸다. 부동산 실장, 분식점 운영을 하며 평생 모은 돈 5000만원을 투자했다. 소상공인센터에서 3000만원 대출도 받았다. 주변에 이미 편의점 3개가 있었지만 하루 120만~130만원의 매출은 어렵지 않다는, 세븐일레븐 모기업인 롯데 본사 직원의 말을 믿었다. 첫 달 영업은 나쁘지 않았다. 열심히만 하면 장밋빛 미래가 곧 열릴 거라는 생각에 가슴이 부풀었다.

이런 믿음은 채 한 달도 가지 못했다. 공씨 가게에서 25m 떨어진 거리에 새로운 마트가 문을 열었다. 편의점과 똑같이 24시간 운영을 했다. 공씨 가게의 매출은 급격히 떨어졌다. 당장 인건비라도 줄이려고 아르바이트생 대신 자신의 근무시간을 늘렸다. 주말에도 하루 15시간씩 근무를 했다. 지하철로 왕복 2시간이나 되는 출퇴근 시간도 아까워 편의점 한구석에 마련된 5㎡ 남짓한 창고에 이불을 가져다놓고 쪽잠을 잤다. 큰딸과 막내딸은 친정에 맡겼고, 지난해 고3이던 둘째 딸은 야간자율학습을 마치고 도와주러 왔다.

ⓒ시사IN 이명익 서울 도심의 풍경. 길 하나를 사이로 두 개의 편의점이 마주 보고 영업을 하고 있다.


그래도 월매출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 하루 50만~60만원씩 벌어서는 빠져나가는 돈을 감당할 수 없었다. 물건 원가를 정산하고 남은 돈은 평균 450만원가량. 그중에 35%를 본사가 가져갔다. 남은 돈에서 전기세 등을 내면 공씨 손에는 225만원 정도가 쥐여졌다. 이 중 가게 월세 125만원을 내면 남는 돈은 100만원이었다. 여기서 야간·주말 아르바이트생에게 나가는 인건비 150만원 정도를 제하면 오히려 마이너스였다. 자기 인건비는커녕 일을 돕는 둘째 딸 용돈도 줄 수 없었다. 벌이가 시원찮은 야간에는 잠깐 문을 닫아서 인건비를 아껴볼까 생각도 했지만, 롯데와의 계약상 24시간 영업을 해야만 했다.

석 달을 버티다 대출 빚도 못 갚겠다는 불안감이 엄습해 폐점을 알아봤다. 그랬더니 더 기가 찬 대답이 돌아왔다. 7900만원이 계약해지 위약금으로 청구된다고 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던 공씨는 지난해 12월26일, 가게 문을 연 지 딱 석 달째 되던 날 유서를 썼다. “너희 대학등록금 마련한다고 시작한 편의점이, 수능일에 도시락도 못 챙겨주고 수능 다음 날부터 오늘까지 야간근무에 투입되고… 잘살아보려고 한 게 모두에게 지옥이 되어버렸구나.” 유서를 남기고 그녀는 농약을 마시려 했지만, 남겨질 아이들이 눈에 밟혔다.
자료:공정거래위원회


세븐일레븐, 점주 입단속 나서
공씨는 어떻게든 해결책을 찾으려고 발버둥 치는 중이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 “빚까지 내면서 편의점을 차린 이유는 열심히 하는 만큼 먹고살 수 있다고 생각해서다. 막상 현실은 노예처럼 이용만 당하고 일을 그만둘 자유조차 없다. 누구든 편의점 한다는 사람이 있으면 말리고 싶다.” 그녀는 눈물을 흘렸다.

공씨 사례에서 알 수 있듯, ‘편의점 사장=부자’는 이제 옛말이다. 지난 1월, 적자에 시달리다 편의점에서 자살한 30대 주인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대기업인 편의점 본사의 횡포와 불공정 계약 사례 등이 봇물 터지듯 터져 나왔다. 공씨와 같은 근접 출점(가까운 곳에 비슷한 편의점을 내주는 것)뿐만 아니라 과도한 해지 위약금, 24시간 심야영업 강요, 허위·과장 정보 제공으로 인한 피해 등이 그 내용이다.

국회에서도 가맹사업법 개정안이 발의되었다. △가맹계약서 사전등록 의무화를 통한 정보 투명화 △영업지역 보호 △24시간 심야영업 강요 금지 △과도한 위약금 설정 금지(현행 위약금 산정 방식은 실제 손해액이 아닌, 10~12개월분의 기대 이익을 요구한다) 등을 담고 있다.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민주통합당 민병두 의원은 “대기업과 자영업자 간의 갑을 관계가 불공정한 점은 반드시 시정되어야 한다. 편의점 문제도 이제 동네에서 실천하는 경제민주화 이슈가 되었다”라고 말했다.

프랜차이즈별 대응은 제각각이다. CU는 4월2일 가맹 계약 절차에서 투명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허위·과장 광고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 좀 더 명확하게 점주에게 정보 공개서를 보여주고 점주 입문교육까지 철저히 하겠다는 내용이다. 개정안 내용 가운데 ‘계약 진입 과정에서의 불공정’ 문제 중 일부를 받아들인 것이다. 반면 세븐일레븐은 4월4일 오명석 세븐일레븐·바이더웨이 가맹점주협의회 회장을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본격적인 입단속에도 나섰다. 점주들을 대상으로 대외활동(방송 인터뷰 등)을 전면 금지한다는 새로운 확약서를 받고 그 대가로 폐점 위약금을 할인해주기도 했다. 

김은지 기자  |  smile@sisa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