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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6일 토요일

새벽 2시 출근하는데 밤샘 근무 사라졌다니


이글은 프레시안 2013-04-05일자 기사 '새벽 2시 출근하는데 밤샘 근무 사라졌다니'를 퍼왔습니다.

[기고] 현대·기아차 주간 2교대제, 식당·버스 노동자 심야 노동 증가


"밤샘 근무 역사 속으로"
지난달 4일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됐던 현대와 기아자동차의 주간 연속 2교대제 시행이 한 달을 맞았습니다. 40년 이상 주야 맞교대로 진행되던 밤샘 근무가 사라지면서 노동자들의 생활이 달라졌습니다. 주말과 휴일 특근에 대한 임금 보전 문제가 남아 있지만 새로운 노동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현대차 노동자들의 근무시간은 1조가 오전 6시 50분에서 오후 3시 30분까지이고, 2조는 오후 3시 30분에서 새벽 1시 30분까지입니다. 기아차는 현대차보다 10분 늦게 시작해 새벽 1시 40분에 끝납니다. 주야 10시간씩 하던 근무가 주간 8시간, 야간 9시간으로 줄어들면서 1조는 오후 시간이, 2조는 오전 시간이 여유로워졌습니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는 주간 연속 2교대제에 따라 조합원들의 생산적이고 문화적인 삶의 대안과 건강한 가족 공동체를 마련하기 위해 '생태문화학교'를 엽니다. 황토 집짓기, 도시농부학교, 가족기행, 산촌 생활 가족캠프 등 다양한 문화 활동이 진행됩니다.출퇴근 시간이 바뀌면서 노동자들이 모이는 집회 시간도 달라지고, 지역의 상권도 큰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아무런 손해도 보지 않은 회사
노동자들은 심야 노동을 하지 않게 됐고, 노동시간이 단축됐으며, 일정하게 임금이 보전됐습니다. 노사는 심야 할증 수당 대신 연속 2교대 전환 수당과 근무능률 향상수당 등으로 평균 임금이 보존되도록 합의했고, 주말과 휴일 특근에 대해서도 임금 보전 방안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전혀 손해를 보지 않았습니다. 노동시간이 줄어들면 생산량이 줄어들고, 생산량을 맞추려면 인원을 늘리거나 노동강도를 높여야 하는데, 노사 간에 생산량을 맞추기 위해 노동 강도를 높이기로 합의했기 때문입니다.

주간 연속 2교대가 시행된 3월 현대차는 당초 13만6000대 생산을 예상했으나 14만3000대로 7000대를 초과 생산했고, 기아차는 예상보다 4000대 많은 13만4000대를 생산했습니다. 새벽 시간 하루 5시간씩 공장을 가동하지 않아 비용을 줄이고도 생산량을 맞췄으니 회사는 '남는 장사'를 하게 된 것입니다.

▲ 작업 중인 현대차 노동자 ⓒ연합뉴스


노동 강도, 임금 보존, 인원 충원, 안전 교육 등 문제 곳곳에서
그러나 생산량을 맞추기 위해 노동 강도가 강화되고, 생산량이 증가한 만큼 인원이 충원되지 않아 노동자들의 고통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신설된 수당은 새로 입사하는 노동자들에게는 적용되지 않아 노동자 간의 차별이 생기는 문제점도 드러났고, 안전 교육 시간, 휴게시간, 축소된 점심시간 등으로 여기저기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심야 노동을 없앤다는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1조와 2조 모두 8시간 근무를 해서 밤 12시에는 일을 끝내야 하는데 지금은 2조가 잔업 한 시간을 포함해 9시간을 근무합니다. 그래서 새벽 2시가 되어서야 노동이 마무리되고, 집에 가면 3시가 넘게 됩니다. 자녀들의 등교시간 때문에 숙면을 취하기 힘들고, 가족들과 한 끼의 식사도 같이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이런 주간 연속 2교대를 할 것이었으면 10년 전에도 할 수 있었다"며 불만의 목소리가 계속 들려옵니다. 임금이 삭감되지 않고 보존되었는지 정규직노동자들은 4월 10일,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15일 월급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새벽 2시에 일어나 출근해야 하는 식당노동자
더욱 심각한 문제는 바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입니다. 기아차 화성공장 식당에서 일하고 있는 정정자 조합원은 심야 노동이 없어져서 삶이 질이 향상됐다는 얘기에 분통이 터집니다. 그는 정규직 노동자들의 아침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새벽 2시에 일어나 출근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기아차 화성공장에는 7시에 시작되는 1직의 일과 때문에 아침식사를 공장에서 해결하는 노동자들이 많습니다. 이를 위해 회사는 주요 거점 식당에서 아침 식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아침식사를 만들어야 하는 현대푸드 노동자들은 이를 위해 새벽 4시까지 출근합니다. 외떨어진 곳에 있는 화성공장까지 출근하기 위해서는 2시에 일어나 준비를 해야 합니다. 회사는 3시 40분에 식당노동자들이 공장에 도착하도록 버스 3대를 배차했습니다.

아침 식사를 제공하고 나면 11시에 시작되는 점심식사를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오후 3시 40분 하루의 노동을 모두 마치고 나서 집에 돌아가면 5시가 넘습니다. 아이들이 돌아와 가족끼리 식사를 같이하고 나서 10시에 잠들어도 4시간 만에 다시 일어나야 하는 실정입니다.

오후에 출근하는 노동자들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식당노동자들도 심야노동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오후 3시 40분까지 출근해 새벽 2시 40분까지 일하고 새벽 4시가 되어서야 집에 도착하면 아이들이 등교하는 시간 때문에 세 시간도 잠을 잘 수 없게 됩니다.

야간 노동을 줄이기 위해서, 노동자의 건강권을 지키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주간 2교대가 시행됐는데 비정규직인 식당 노동자들은 이중의 차별과 고통을 떠안고 있는 것입니다.
▲ 기아자동차 식당노동자 근무시간(노동시간은 식사시간 제외)


버스에 침낭 깔고 자야 하는 버스노동자

버스노동자들의 고통도 마찬가지입니다. 2조 노동자들이 새벽 1시 40분 일과를 마치면 새벽 2시 퇴근버스를 운행해 3시경 일을 마칩니다. 버스 안 바닥에 침낭을 깔고 잠깐 눈을 부친 후 다시 1조 출근을 위해 배차 장소로 이동해 새벽 5시 30분 회사로 출발합니다.

아침 7시 차고지로 돌아와 조금 쉬었다가 다시 오후 1시부터 2조 출근과 1조 퇴근시간을 마치는 5시까지 버스를 운전합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는 시간이기 때문에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다시 운행을 위해 일어나야 합니다.

임금도 열악합니다. 하루 7시간 기준으로 근무해서 받는 임금이 130만 원 정도입니다. 새벽 2시 근무까지 하면 야간 할증수당이 붙어 4월부터는 30만 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해 몸이 견뎌내기 힘들 뿐만 아니라 가족과 함께 저녁시간조차 보낼 수 없는 '뒤죽박죽 근무시간'으로 고통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대부분의 버스노동자들이 기아나 현대차 소속도 아니고, 관광회사의 직접 고용도 아닌 지입차주로 일하고 있기 때문에 주간 연속 2교대제 시행으로 삶의 질이 나아지기는커녕 더욱 고통스런 밤샘 노동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 기아자동차 통근버스 운전 노동자 근무시간


현대자동차는 식당, 청소, 운전노동자들이 자기들의 직원이 아니라고 합니다. 그러나 현대자동차의 근무시간에 따라 식당의 운영시간이나 청소시간, 통근버스의 운행시간이 전면적으로 변화되고, 정규직 노동자들의 심야노동을 없애기 위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심야노동을 해야 하는 이중의 차별이 벌어지고 있는데 어떻게 현대, 기아차와 무관한 노동자들입니까?

버스 노동자들이 운행을 중단하면 자동차를 만들 수 없습니다. 식당 노동자들이 음식을 만들지 않으면 공장이 제대로 가동되기 어렵습니다. 더구나 정규직보다 훨씬 낮은 임금과 노동조건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주간연속 2교대로 더욱 고통을 받고 있다면 당연히 현대와 기아차에서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정규직노조도 마찬가지입니다. 주간 연속 2교대제 시행에 따라 식당, 청소, 시설, 경비, 운전을 담당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과 노동 시간, 노동 강도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에 대해 제대로 된 조사조차 되지 않고 있습니다.

노동운동은 낮은 곳을 향해야 합니다. 더 열악한 조건에서 더 힘들게 노동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통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회사가 해결하지 않는다면 정규직 노조가 나서야 합니다. 무엇보다 정규직과 같은 공장에서 같이 일하고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신속한 실태 조사와 대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정규직 노동자의 밤샘 노동을 없애기 위해 비정규직 노동자가 심야 노동을 해야 하는, 이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는 노동조합을 어느 누가 민주노조라고 부를 수 있겠습니까?

* 이 글은 (레디앙), (오마이뉴스), (참세상)에도 송고했습니다.
 

2012년 8월 23일 목요일

현대차 해외생산 늘리며 10년째 비정규직 해결 눈감아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8-22일자 기사 '현대차 해외생산 늘리며 10년째 비정규직 해결 눈감아'를 퍼왔습니다.

22일 오전 울산 북구 양정동 현대자동차 공장에서 열린 노동자 집회에서 김응효 비정규직지회 조직차장(맨 앞)이 동료들의 발언을 듣다가 눈물을 훔치고 있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현대차의 사내하청 정규직 채용안은 불법파견을 축소·은폐하는 사기 안”이라고 규탄하고 “사내하청 비정규직 문제는 비정규직지회가 정규직 노조와 함께 참여하는 불법파견 특별교섭에서 처리돼야 한다”고 밝혔다. 울산/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불법파견’ 폐해 원인

현대자동차가 행정기관(노동부)과 사법기관(법원)에서 잇달아 불법적 파견근로(비정규직)를 사용한 사실이 인정을 받았음에도 지난 10년간 이 문제를 풀지 못한 배경에는 해외생산 비중 증대에 따른 고속성장과, 이에 바탕한 정규직 노조 간의 암묵적 담합이 자리잡고 있다.현대차는 2005년 미국 앨라배마주에 연간 30만대 생산 능력을 갖춘 대규모 조립공장을 세운 이후 공격적으로 해외생산 비중을 키워왔다. 2000년 초반 한자릿수에 머물던 해외생산 비중은 올 상반기(1~6월) 54.7%까지 치솟았다. 여기에 조만간 가동되는 중국 베이징 3공장과 올해 말 준공되는 브라질 1공장까지 완성차를 생산하기 시작하면 해외생산 비중은 더욱 높아질 예정이다.이러한 변화는 국내 공장 노무관리에 대한 비중 약화로 나타났다. 과거엔 경영의 핵심사안이 국내 공장의 안정적인 노사관계 구축이었지만, 해외 공장의 중요성이 커진 상황에서는 회사 쪽이 적극적으로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나설 유인이 약화됐다.올해 초 현대차 고위 임원 인사는 이런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현대차는 지난 1월 10여년간 현대차그룹 노무관리와 노사협상을 책임졌던 윤여철 부회장을 퇴진시켰다. 윤 전 부회장은 공격적 노무관리자로도 유명하지만, 현대차그룹 내에선 노무로 잔뼈가 굵은 인물로 손꼽혔다. 현대차는 윤 전 부회장 후임에 노무보다 생산관리에 더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는 김억조 현대차 울산공장장(현 부회장)을 발탁했다.현대차그룹 고위 관계자는 “불과 수년 전만 해도 울산공장에 (파업 혹은 점거 등으로) 생산 차질이 있으면 정몽구 회장 지시하에 여러 차례 비상회의가 소집됐는데…(지금은 그렇지 않다)”라며 “그룹 내 무게중심이 노무에서 생산관리와 품질, 디자인 등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사 대립 와중이던 지난 20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북미시장 점검 등을 이유로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정규직 
임금·복지 ‘당근’에 소극적 태도 
사쪽과 ‘암묵적 담합’ 태도 유지 

사쪽 
비정규직·밤샘근무·주간2교대 등 
중요 이슈 문제 애초 의지 없어

이러한 구조적 생산 환경 변화에다 전근대적인 노사관계 문화도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걸림돌로 꼽힌다. 이번 임협에서 비정규직 문제와 더불어 또다른 쟁점인 ‘밤샘근무 폐지와 주간연속 2교대 도입’도 10여년 전부터 논의돼온 사안이다. 현대차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국내 공장에서 제기된 주요 사안 중 순조롭게 풀린 건 임금과 복지 관련 이슈밖에 없다”며 “비정규직 등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선 노사 모두 문제해결 능력의 부재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현대차 노사가 ‘문제 해결 능력의 불구’ 상태에 빠진 이유를 ‘노사 담합주의’에서 찾는 전문가들도 있다. 비정규직 문제는 노사 담합의 폐해가 극명하게 나타난 예에 속한다. 조직력과 자금력을 갖춘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 문제에 관한 한 소극적 태도를 견지하고, 사쪽은 그 대가로 정규직 노조에 임금과 복지 혜택을 안겨주면서 비정규직 문제 해결은 매번 뒷전으로 밀려났다. 비정규직 문제가 종종 노-노 갈등 양상으로 번지는 게 이 때문이다.현대차 정규직 노조를 놓고 일부에선 ‘전투적 노조’라고 평가하지만, ‘파업 후 높은 보상과 비정규직 외면’이 반복되는 현상을 관찰한 박태주 고용노동연수원 교수는 현대차 노조의 전투성을 ‘의사(擬似·가짜)전투주의’라고 이름 붙이기도 했다. 조성재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회사는 불법파견(불법적 비정규직 사용) 논란 속에서도 막대한 성장을 해오니 굳이 이 판을 바꿀 필요가 없다고 느꼈고, (정규직) 노조도 판을 바꿀 적극적인 의지가 없었다”며 “10년간 담합주의가 유지되면서 노사 모두 이런 관행에 익숙해진 것 같다”고 진단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