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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7월 23일 월요일

“미군 헌병이 한국인 여성도 수갑 채웠다”


이글은 시사IN 2012-07-23일자 기사 '“미군 헌병이 한국인 여성도 수갑 채웠다”'를 퍼왔습니다.
주한미군 헌병이 민간인에게 수갑을 채운 사건이 이슈가 된 가운데 이전에도 미군 헌병이 수갑을 채운 일이 두 차례나 있었음이 취재 결과 드러났다.

7월10일 저녁, 경기도 평택시 신장동 K-55 미군기지 정문 앞 로데오 거리. 오른쪽 허리춤에 권총과 수갑, 왼쪽에는 무전기를 찬 주한미군 헌병이 두 명씩 짝을 지어 다니는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이들은 ‘SF(Security Force)’라는 글씨와 성조기가 박힌 완장을 팔에 차고 있었다. 한글과 영어 간판이 뒤섞인 이곳은 음식점·클럽 등 350여 가게가 밀집되어 있는 민간 상업 지역이다. 

저녁 8시가 가까워지자 주한미군 헌병은 볼라드(차량 진입을 막기 위해 도로에 박아놓는 말뚝)를 들고 와 도로에 장착했다. 도로 양 끝에 이미 뚫려 있는 볼라드 구멍에다, 들고 온 볼라드를 박고 자물쇠로 잠갔다. 차량 진입을 막기 위해서다. 주한미군은 차량 테러 방지라는 이유를 들어 주차 관리를 해오고 있다. 매일 저녁 8시부터 이튿날 새벽 1시까지 주한미군 헌병이 본국 군인에 대한 경찰 노릇뿐만 아니라 한국 도로 통제까지 하는 셈이었다. 

ⓒ시사IN 조남진 7월9일 저녁 평택시 신장동 오산비행장 입구 신장쇼핑몰 거리에서 실탄이 든 권총과 수갑을 찬 미군 헌병들이 단속을 다니고 있다.

원래 볼라드 관리는 평택시 소속 송탄출장소가 했지만 올해 5월부터는 주한미군이 맡게 됐다. 평택시 송탄출장소의 한 관계자는 “1996년 평택시가 로데오 거리를 보행자 전용도로로 지정하면서 볼라드가 설치되었다. 물품을 자주 싣고 내리는 상인들의 요구로 볼라드를 치우고 차를 세우게 하는 일도 많았다. 그런데 9·11 이후 차량 테러에 예민해진 미군이 볼라드를 자기네가 관리하겠다고 요청해왔다. 우리도물리적 거리 문제로 계속 관리하기 힘들어 상인들과 협의하에 미군에 관리를 일임했다”라고 설명했다. 두 달가량 미군이 관리하던 볼라드 열쇠는 7월11일 다시 평택시로 돌아왔다. 엿새 전에 일어난 한 사건 때문이었다. 


비판 여론 일자 이례적으로 사과

7월5일 저녁, 주한미군 헌병은 로데오 거리에 주차된 차를 문제 삼으며 민간인 세 명에게 수갑을 채웠다(18쪽 상자 기사 참조). 이 소식이 보도되면서 비판 여론이 일었다. 주한미군이 한국 민간 영역에서 한국인에게 공무 수행이라는 이유로 수갑을 채우는 행위는 근거 없는 일이라는 지적이 주를 이뤘다. 또 미군의 주차 단속도 권한 밖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주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제22조 10항은 ‘미 헌병은 사용하는 시설이나 구역에서 경찰권을 행사할 권리를 가진다. 그 외 시설 및 구역에서는 미군 헌병의 경찰권은 반드시 한국 당국과의 연결하에 행사되어야 하며, 그 범위는 주한미군 구성원 간의 규율과 질서 유지 및 그들의 안전보장을 위하여 필요한 범위 내에 국한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애초 미군은 공무 수행 중 한국인이 위협을 느낄 만한 행동을 해 내부 매뉴얼에 따라 수갑을 채웠다며 정당방위를 주장했다. 하지만 당시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후폭풍이 더 세졌다. 동영상에는 순순히 미군의 요구에 따르는 한국인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일이 커지는 모양새가 되자 주한미군은 사흘 만에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문제를 일으킨 헌병이 소속된 미 7공군의 잔 마크 조아스 사령관은 “미군 헌병의 과잉 대응을 인정하고 관련자 7명 모두를 정직 처분하겠다”라며 허리를 숙였다. 제임스 서먼 주한미군 사령관도 보도자료를 통해 사과하고 철저한 자체 조사를 약속했다. 

ⓒYTN 화면 캡쳐 7월5일 신고를 받고 사건 현장에 출동한 한국 경찰이 수갑을 풀 것을 요구하자 미군 헌병들이 이를 무시하고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미군의 태도 변화에는 여론의 힘이 컸다. 피해자 양 아무개씨(35·악기상 운영)의 말에 따르면, 사건이 일어난 1시간 뒤 미군이 양씨를 찾아왔을 때는 사과 한마디 없었다고 한다. 사건 다음 날 경찰의 출석 요구에도 응하지 않았다. 그러던 미군이 7월7~8일에는 이틀에 걸쳐 조사를 받았다.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 박정경수 사무국장은 “전례에 비춰봤을 때 미군의 조치가 이례적일 정도로 빨랐다. 현재 한·미 간 무기 구매 협상이 진행 중이다. 또 올해 12월 대선이 치러진다. 이런 정치적 상황이 미국에게 부담된 측면이 있어 보인다. 게다가 올해는 ‘효순이·미선이 사건’이 일어난 지 딱 10년이 된 해이다. 당시 끓어오르던 반미 감정을 경험한 미국으로서는 다시 그런 일을 반복하고 싶지 않은 심정이 클 것이다”라고 말했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분위기이다. 취재 과정에서 ‘수갑 사건’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얘기도 접할 수 있었다. 7월5일 상황을 동영상으로 찍어 언론사에 제보한 한 평택 시민은 “자꾸 이런 일이 벌어지니까 더 이상 참아서는 안 되겠다는 마음에 알리게 되었다. 총을 차고 다니는 미군 헌병이 수갑을 꺼내 드는 일이 반복되는데, 이걸 막지 못하면 그다음에는 총을 꺼내지 않을까 하는 공포심이 생겼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건이 세 번째라고 전했다. 지난해에도 올해에도 수갑을 채운 일이 있었지만 조용히 넘어가자는 분위기 때문에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라는 것이다.

ⓒ뉴시스 7월8일 잔 마크 조아스 미 7공군 사령관이 미군 헌병대가 한국 민간인에게 수갑을 채운 사건에 대해 고개를 숙이고 있다
“한국 여성에게도 수갑 채웠다”

그의 말을 확인하기 위해 당사자를 찾았다. 수소문 끝에 7월11일 저녁 로데오 거리에서 만난 김 아무개씨(52·자영업)는 지난해 봄, 미군 헌병에 의해 수갑이 채워진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 클럽에서 알고 지내던 미국인(민간인)과 당구를 치다 시비가 붙었다. 게임을 자꾸 지연시키기에 화가 나서 당구공을 던졌는데, 어디선가 나타난 미군 헌병이 내게 다가와 수갑을 채웠다”라고 말했다. 한국 경찰이 올 때까지 김씨는 20~30분 동안 수갑을 차고 있었다고 한다. 당시 사건 현장에 있었던 최 아무개씨(49)도 “김씨가 영어를 잘 못해서 내가 대신 미군에게 영어로 ‘왜 민간인에게 수갑을 채우냐, 빨리 풀어줘라’ 하고 항의했다. 미군은 내 말을 들은 척도 안 하고 김씨를 땅바닥으로 밀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신장동 주민들이 암암리에 알고 있는 두 번째 사례도 한 클럽에서 일어났다. 당시 사건을 목격한 해당 클럽 사장은 7월12일 과의 전화 통화에서 “석 달 전쯤 밤에 술 취한 여자 손님에게 미군 헌병이 수갑을 채웠다. 손님이 취해서 미군 헌병을 민 건지 아니면 부딪친 건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민간인 한국 여성에게 그런 식으로 수갑을 채워서 그 자리에 있던 사람 모두가 놀랐다”라고 말했다. 또 그는 그날 수갑 채워진 사람이 한 명 더 있다는 말도 했다. “그 손님이랑 미군 헌병이 같이 나갔는데, 수갑 찬 걸 보고 행인이 항의를 했다고 한다. 그러자 또 미군이 그 사람에게도 수갑을 채웠다고 한다. 나는 가게 안에 있어서 그 장면은 못 봤는데, 본 사람에게 들었다.” 

해당 사건에 대해 평택경찰서와 송탄파출소에 문의했지만, 평택경찰서 외사계 관계자는 “잘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공보를 담당하고 있는 평택경찰서 경무과의 한 관계자는 “확인된 바가 없다”라고만 말했다. 해당 사건이 일어난 지역을 맡은 송탄파출소에서는 “담당자가 아니라서 자세한 내용은 모르지만, 수갑을 채운 것까지는 잘 모르겠고 (비슷한 사례로) 경찰이 출동한 적은 있다”라고 말했다. 

‘수갑 사건’에 대해 증언을 한 이들은 모두 익명을 요구했다. 혹시 있을지 모를, 미군으로부터의 불이익을 걱정해서였다. 지난해 수갑이 채워진 김씨는 당시 문제 제기를 하지 않은 이유를 ‘오프 리미트(off limit·출입금지구역)’ 제도에서 찾았다. 오프 리미트는 한국인의 가게에서 폭력·성매매 등이 벌어지면 주한미군이 해당 가게에 대한 미군 출입을 금지시키는 미군 자체 규정이다. 오프 리미트 처분을 받은 업소를 출입하다 걸린 미군에게 벌점·징계 등을 주는 방식으로 불이익을 준다. 업주에게는 사실상 영업정지 처분과 같은 조치이다. 

지난해 5월 평택 미군클럽 업주들이 미군의 업소단속 행위를 중지하라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미군 눈치 봐야 하는 오프 리미트


김씨는 “내가 업주는 아니지만, 당구 치다 시비가 붙었던 가게가 괜히 오프 리미트를 받아 피해를 볼까 싶어 더 이상 아무 말 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여자 손님이 수갑을 찬 사건이 일어났던 클럽의 사장은 사건 자체에 대해 기자에게 언급하기를 망설였다. 미군에게 밉보여 영업에 차질이 생길까 걱정해서다. 그는 “오프 리미트의 기준이 없다. 미군끼리 싸웠다는 이유로 걸리기도 한다. 씁쓸하지만 미군 눈치를 안 볼 수가 없다”라고 말했다. 


오프 리미트는 1992년 송탄시와 미군이 맺은 ‘기지 외 업소를 위한 규범·안내서’에서 시작되었다. 위생·의료·소방·안전·동등 대우법 등을 위반한 업소에 대해 미군 사령관이 미군의 출입을 금지한다는 통보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안내서는 5년 후 평택시가 불합리함을 지적하면서 폐기된 문서라고 밝혔지만 지금까지 사실상의 효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2005년 미군 헌병이 특정 가게에 오프 리미트를 걸지 않는 대신 성상납과 더불어 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현재는 송탄 지역 51개 클럽 중 3개에 대해 미군 장병들의 출입이 금지되어 있다. 오프 리미트 조치를 받은 한 업소는 한동안 아예 가게를 열지 않은 듯 고지서가 대문에 잔뜩 끼여 있었다. 


한 업주는 “미군은 주민들 재산권·생명권을 함부로 간섭하고 제압하면서 월권을 행사한다. 한국 공권력은 이것을 못 본 척한다. 이번 수갑 사건도 처음부터 끝까지 현장에서 다 지켜봤는데, 한국 경찰에게 미군이 어떻게 한국 사람을 체포하느냐고 따지니까 자기네들은 힘없으니 국회에 가서 이야기하라고 했다. 어이가 없었다. 차라리 여기가 미국의 한 카운티였으면 좋겠다. 정당한 법 집행이라도 받을 수 있게 말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평택참여자치시민연대 손현식 사무국장은 “미군 부대 앞 공간은 엄연히 한국 땅이다. 그런데 법적 근거 없이 통제를 하고 주민과 상인들은 불이익 때문에 입을 다문 채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이번 기회에 문제를 되돌아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취재 도움:차성준 인턴 기자

김은지 기자 | smile@sisain.co.kr 

2012년 7월 13일 금요일

엄연히 한국땅인데, 미군 헌병들끼리 총차고 순찰돈다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7-12일자 기사 '엄연히 한국땅인데, 미군 헌병들끼리 총차고 순찰돈다'를 퍼왔습니다.


 
합동순찰에 나선 주한미군 헌병과 경찰이 9일 저녁 경기 평택 신장동 ‘주한미군 민간인 수갑 사건’현장인 부대앞 신장쇼핑몰 거리를 지나고 있다.주한미군과 경찰은 이 사건 이후 평일에도 합동순찰에 나서고 있다.평택/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뉴스쏙] 치외법권 지대 ‘평택 로데오거리’ 
지난 5일 경기도 평택의 미군기지(K-55) 앞 로데오거리에서 주한미군이 한국인 3명에게 수갑을 채워 연행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사흘 뒤 제임스 서먼 주한미군사령관이 사과했지만, 평소 미군의 통제에 억눌려 있던 지역 주민들의 불만은 여전하다. 한국인이 인권침해를 당해도 공권력이 막지 못하는 곳, 치외법권 지대의 속살을 들여다봤다.양아무개(35)씨는 그 사건을 떠올리는 일 자체를 힘들어했다. “기억하는 것부터 괴로워요. 당시 동영상도 일부러 안 봐요. 보면 그들 전부를 그냥….”지난 9일 경기도 평택시 신장동 신장쇼핑몰의 악기상가에서 만난 양씨는 분노를 삭였다. 5일 저녁 8시30분께 양씨는 짐을 옮기기 위해 차량 두 대를 가게 앞에 대고 저녁을 먹고 있었다. 이를 본 미군 헌병이 “주·정차 금지구역이니 차량을 빼라”고 요구했다. 양씨는 밥을 마저 먹고 옮기겠다고 했다. 옥신각신하는 과정에서 미군이 양씨를 바닥에 쓰러뜨려 수갑을 채웠다. 시민들이 모였다. 신고를 받은 경찰이 출동했을 때, 미군은 이미 양씨를 부대 쪽으로 연행한 뒤였다. 이를 저지하던 시민 신아무개(42)씨도 미군에 의해 제압당해 수갑을 찬 채 바닥에 엎드려 있었다.양씨와 신씨가 수갑을 찬 곳은 ‘로데오거리’다. 미7공군 사령부와 제51전투비행단이 배치된 오산 공군기지(K-55) 정문을 마주보고 있다. 400m가량 이어진 길 양쪽으로 미군과 군무원, 그 가족들을 주로 상대하는 음식점, 술집, 상점 등 350여 가게가 들어서 있다.평택시청은 상권 활성화를 위해 1996년 이곳을 보행자 전용도로로 지정했다. 길 곳곳에 차량 진입을 막는 시설물인 ‘볼라드’가 설치됐다. 오전 6~11시 사이에만 볼라드를 해체해 차량 진입을 허용했다. 그러나 물품을 가게로 들여야 하는 상인들의 민원이 제기됐고, 관리는 느슨해졌다. 일부 상인들은 필요할 때마다 볼라드를 해체하고 차량을 가게 앞으로 들였다.

미7공군 사령부가 있는
오산 미 공군기지(K-55)
정문을 마주보고
길 양쪽 400m
미군과 가족들을
주로 상대하는
350여 가게가 들어서 있다

미군은 이런 상황이 불만이었다. 차량 테러 방지를 이유로 들어 볼라드 관리 권한을 달라고 평택시에 요구했다. 평택시가 이를 받아들여 지난 5월 미군에 볼라드 잠금·해체 열쇠를 건넸다. 매일 저녁 8시부터 다음날 새벽 1시까지 미군이 로데오거리의 차량을 통제하기로 미군과 평택시는 합의했다.평택시 송탄출장소 관계자는 “인력·예산 부족 등으로 24시간 내내 (차량 진입 통제를) 구청에서 관리하기가 사실상 어렵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미군한테 볼라드 열쇠만 준 것이지 단속 권한까지 준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정해진 시간 외에 진입하려는 차량을 막을 수 있도록 볼라드를 설치할 권리를 미군에 허용했지만, 이미 주차해 있는 차량을 단속할 권한을 준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미군 부대 영내는 한국의 주권이 미치지 못하는 ‘치외법권’ 지대이지만, 부대 앞 로데오거리는 엄연히 한국의 영토다. 평택시 스스로 한국 영토를 오가는 한국인 및 그 소유의 차량을 통제할 권한을 미군에 넘긴 셈이다.미군은 일단 넘겨받은 권한을 확대 적용했다. 지난 5일 저녁, 주·정차 금지 구역에서 주차 차량을 발견한 미군 헌병들이 한국 경찰에게 견인 등 적절한 조처를 요청했다면 이번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미군은 평택시와 합의한 권한을 넘어 한국인에게 직접 차량을 빼라고 요구했고, 이를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한국인에게 수갑을 채워 연행했다.이날 미군의 월권은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소파)까지 넘어섰다. 소파 규정상 미군은 위급상황에서 한국인을 체포했더라도 한국 경찰이 요구하는 즉시 신병을 인계해야 한다. 사건 당시 미군은 현장에 도착한 한국 경찰의 요구를 무시하고 신씨를 부대로 끌고갔다. 부대 정문 앞에서는 한국 경찰이 지켜보는 가운데 연행에 항의하는 양씨의 동생(32)마저 수갑을 채웠다. 신씨는 “내가 미군에게 끌려가는 동안 한국 경찰은 아무런 손을 쓰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국 경찰은 엄연한 소파 규정의 권한조차 행사하지 못했다.소파 규정에 따라 미군은 부대 바깥을 순찰할 수 있지만 반드시 한국 경찰과 동행해야 한다. 그러나 평일에는 경찰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미군 헌병들만 순찰한다. 5일 저녁에도 규정대로 한국 경찰이 미군 헌병과 함께 순찰했더라면 한국인이 미군에게 연행되는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로데오거리에서 노점상을 운영하는 젊은 여성은 “이곳에선 한국 경찰이 무용지물이라는 인식이 높다”고 말했다. 술집을 운영하는 또다른 여성도 “예전에 소동이 생겨 경찰을 불렀는데 경찰이 오히려 ‘쟤들(미군)은 무서운 애들이니, 일단 잘못했다고 해라’라고 말해 황당했다”고 전했다.

기지야 치외법권이라지만
이곳은 기지도 아닌데
주민을 수갑 채워 연행?
상인들은 전전긍긍
사실상 영업정지나 같은
‘미군 출입금지’ 처분이
무섭기 때문

사건 이후, 경찰은 미군 헌병 7명을 불법체포 혐의로 입건하겠다고 밝혔다. 뒤늦게 주권 행사를 공언한 셈인데, (한겨레) 취재 결과 한국 법원이 이들을 직접 처벌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군 헌병들은 기지 주변 주·정차 단속을 ‘정당한 공무집행’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미군의 공무중 일어난 사건에 대해선 재판권을 미국 쪽이 갖도록 소파에 규정돼 있다. 한국 경찰이 미군들에게 어떤 혐의를 적용하든, 이들의 행위를 ‘공무’로 볼 경우 그 재판권을 미국에 넘겨줄 가능성이 높다.박정경수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 사무국장은 “여태껏 미군의 공무 수행중 사건에 대해 한국이 재판권을 행사한 사례가 없다”며 “미군 헌병들이 주·정차 단속 업무를 ‘테러 예방을 위한 정당한 공무집행’이라고 주장하고, 주한미군 수뇌부가 ‘자체 조사’를 강조한 것은 이 사건의 재판권 행사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지적했다. 2002년 미군 장갑차에 깔려 숨진 효순·미선양에 대한 재판도 ‘공무상 범죄’라는 이유로 미국에서 이뤄졌고, 사건 관련 미군은 무죄 판결을 받았다.

경기도 평택시 신장동 미군기지(k-55) 정문 앞’에서 지난 9일 일과를 마친 미군들이 시내로 나가기 위해 정문을 나서고 있다. 평택/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이 때문에 한국 정부가 미국에 재판권 포기를 요청해 관철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권정호 변호사는 “중요 범죄나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빚은 사건에 대해선 우리가 적극적으로 재판권을 가져와야, 재발 방지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무기력한 한국 주권을 ‘체험적’으로 알고 있는 로데오거리의 상인·주민들은 부당한 일을 겪으면서도 미군의 눈치를 본다. 잡화 가게 주인 엄아무개(50)씨는 “수갑 채우고 연행한 것은 분명히 잘못된 일이지만, 이번 일로 괜히 반미 감정이 생기면 안 된다”고 말했다.미군은 ‘오프 리미트’(off limit)라는 정책을 로데오거리에 적용하고 있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가게에서 폭행·성매매 등 불법 행위가 벌어지면 미군 당국이 미군들의 출입을 금지한다. 미군을 주로 상대하는 상인들의 입장에서 이는 사실상 ‘영업정지’ 처분이다.지난달 말, 가방에 술을 담고 클럽에 들어간 미군이 이를 제지하는 한국인 직원과 싸웠다. 미군은 이 클럽에 열흘 동안의 ‘오프 리미트’ 조처를 내렸다. 미군끼리 춤추다 서로 싸움이 일어난 또다른 클럽에 대해서도 미군은 똑같이 조처했다.미군은 ‘문제가 발생한 장소는 위험하므로 미군 출입을 제한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과거 폭행 사건으로 ‘오프 리미트’ 조처를 당한 적 있는 술집 주인은 “업소에도 소명 기회를 주긴 하지만 형식적인 절차일 뿐이고, 결정은 미군의 진술에 의존한다”고 말했다. 이런 사정을 아는 일부 미군은 행패를 부리고도 업주에게 “아이 캔 클로즈 유어 바”(I can close your bar)라며 협박성 발언을 한다고 상인들은 증언했다.

한국경찰을 불러봐도
“쟤들은 무서운 애들이니
일단 잘못했다고 해라”
황당한 소리 하고
가게서 행패부리는 미군이
오히려 협박한다
“당신 가게를 문닫게 할수있어”

1992년 당시 송탄시와 미군은 이 지역 업소가 위생·의료·소방·안전 등 법령을 어겼을 때 미군 출입금지를 통보한다는 내용의 ‘오프 리미트’ 협약을 맺었다. 미군의 부당한 공권력 집행이라는 지적이 계속되자 1997년 평택시가 미군 쪽에 파기를 요구했다. 하지만 미군은 지금까지도 이 제도를 일방적으로 운용하고 있다. 또다른 주권 침해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현재 미군의 정확한 오프 리미트 적용 기준은 아무도 모른다. 로데오거리에 둥지를 튼 한국인 주민·상인의 생존권은 오직 미군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 평택시 송탄출장소 집계를 보면, 2009년에 2곳, 2010년에 3곳, 지난해 4곳이 짧게는 한달, 길게는 8개월가량 출입금지 조처를 당했다. 올해도 3곳이 출입금지 상태다.평택참여자치시민연대 손현식 사무국장은 “이곳에서 발생하는 불법행위는 국내법으로도 충분히 막을 수 있는데 미군이 법적 근거 없이 통제를 계속하고, 상인들은 이의제기도 못하는 상황이 만연돼 있다”며 “이제라도 한국 땅에서 미군이 총기로 무장하고 걸어다니는 게 적법한 일인지 제대로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이곳 상인들은 11일 이번 사건 관련 대책회의를 열었다. 김동민 외국인관광시설협회 송탄지부장은 “재발방지와 개선 대책을 요구하기 위해 미군부대 지휘관 면담을 요구하고, 조만간 이번 사건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 예정”이라고 말했다.

평택/이경미 김기성 기자 kmlee@hani.co.kr

2012년 7월 9일 월요일

[사설]미군 ‘수갑 사건’이 한·미관계에 던지는 교훈


이글은 경향신문 2012-07-08일자 기사 '[사설]미군 ‘수갑 사건’이 한·미관계에 던지는 교훈'을 퍼왔습니다.

미군 헌병이 한국 민간인에게 수갑을 채워 주한미군 사령관이 사과하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 5일 오후 경기 오산의 미 7공군기지 앞에서 미군 헌병대 7명이 주차 문제로 시비를 벌인 시민과 이를 제지하는 행인 3명을 수갑을 채운 채 부대 앞까지 끌고 갔다. 출동한 한국 경찰이 수갑을 풀도록 요구했으나 이들은 한동안 이를 무시하다 수갑을 풀어줬다고 한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민들 사이에 비난이 거세게 일었고, 결국 주한미군 측이 사과성명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이번 미군의 ‘수갑 사건’은 명백한 월권 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은 미군 시설 및 구역 밖에서 미군 헌병은 반드시 한국 당국과의 약정에 따라 조치하고 행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SOFA에 의거한 ‘한·미 합동순찰’도 ‘미국 법집행당국(주한미군 헌병대)은 미군 구성원이 관련된 것 외에는 대한민국 법률을 집행하는 데 있어서 아무런 권한이나 책임이 없는 것으로 이해한다’고 돼 있다. 이번 경우 미군은 한국 경찰을 불러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따라서 미군이 다짜고짜 민간인에게 수갑을 채우고, 한국 경찰의 시정 요구마저 외면한 것은 한국에 대한 그릇된 인상을 반영한 것이거나 SOFA에 대한 인식 부족에서 비롯됐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례적이고도 신속한 우리 외교부와 미군의 대응이다. 사건이 알려진 직후 SOFA 합동위원회 한국 측 수석대표는 미측 수석대표를 불러 엄중한 항의와 함께 주한미군 최고 지도부의 사과를 촉구했다. 이례적으로 신속하고도 단호한 조치다. 이 자리에서 미군 측은 유감 표명과 수사 협조를 약속했고, 이에 따라 한국 경찰서 출두를 거부하던 미군 헌병들이 평택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다. 그리고 어제 오전 주한미군 사령관의 사과 성명에 이어 오후에는 미 7공군 사령관이 기자회견을 열어 사과 표명 및 재발 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주한미군 연루 사건들이 대개 미온적 대처로 일관하면서 한국민의 정서를 자극하는 바람에 반미와 같은 극단적 반응을 자초하곤 했던 학습효과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이번 사건은 결코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었지만 신속한 사후 대처는 평가할 만하다. 동시에 유리그릇처럼 깨지기 쉬운 민감한 한·미관계의 실상은 물론, 이를 유지·보전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를 보여줬다. 같은 맥락에서 주한미군이 SOFA와 같은 법적 절차에 의존하기에 앞서 한국 문화를 이해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금 입증했다. 이는 존중받고 싶을수록 상대를 더 존중하고 배려해야 하는 인간사나 다를 바 없다. 한·미 양측은 다시는 이 같은 불미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머리를 맞대고 근본적인 재발방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궁극적으로 한·미관계를 숙성시키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