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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8일 금요일

“중구청의 쌍용차 분향소 행정대집행, 행정권 남용”

이글은 미디어스 2013-03-08일자 기사 '“중구청의 쌍용차 분향소 행정대집행, 행정권 남용”'을 퍼왔습니다.
중구청, 대한문 분향소 강제 철거 시도…오후 재개 예정


▲ 8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문 앞 농성촌에서 중구청 관계자들이 농성장 강제철거를 위한 행정대집행에 앞서 농성자들과 대치하고 있다.ⓒ뉴스1

서울 중구청이 8일 오전 덕수궁 대한문 앞 쌍용자동차 분향소 행정대집행에 나섰으나 해고 노동자들과 시민들의 반발로 일시 철수했다. 구청은 오후 무렵 철거를 재개하겠다는 입장이다.

중구청 “시민들이 막아서 보기 안 좋으니 일단 철수”

구청은 이날 오전 6시 30분 무렵 직원 150여 명을 서울 광장에 집결시켰다. 해고노동자 40여 명과 시민 100여 명도 오전 6시부터 분향소 앞으로 모였다. 구청이 오전 7시 48분께 철거에 들어가자 이를 막아내려는 사람들과 구청 직원들 사이에 몸싸움이 일었다. 이 과정에서 전태일 열사의 동생인 전태삼 씨 등 3명, 구청 직원 3명이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 8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문 앞 농성촌에서 실시된 강제철거를 위한 행정대집행 중 중구청관계자들과 농성자들이 몸싸움을 벌이다 부상을 당한 농성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뉴스1

구청은 총 4차례에 걸쳐 분향소 철거를 시도했으나 거센 저항을 이기지 못하고 철수했다. 상황이 일시적으로 정리된 후 분향소에 모인 해고자들과 시민들은 분향소 앞에서 약식 집회를 열었다.

집회의 사회를 맡은 쌍용차 해고노동자 고동민 씨는 “(중구청 관계자 중) 직책이 높은 사람이 핸드마이크로 ‘시민들이 막아서 강제 집행하는 게 보기 안 좋을까봐 오전에는 일단 물러난다’고 했다는 말을 들었다”며 “시민들이 없으면 강제 철거가 보기 좋은가”라고 꼬집었다.

고동민 씨는 “(강제 철거를) 하고 싶어서 하는 분들은 많지 않았던 것 같다”며 “이런 역사는 늘 있었다. 늘 옳고 이겼던 것은 우리 같은 민중들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구청 측은 지난 3일 분향소 화재 발생 당시 그을린 덕수궁 담장 석가래 보수 공사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이유를 들며 오후 무렵 다시 철거를 시도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은 보수 공사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문화재청과 구청 측에 밝힌 바 있다.

“중구청 행정대집행, 절차적·실제적 문제 있다”

중구청은 지난 28일 쌍용자동차 범국민대책위원회 앞으로 “농성장을 자진 철거하지 않으면 3월 8일 농성장을 철거하겠다”는 내용의 행정대집행 영장을 보냈다. 이에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는 “행정대집행 대상은 기존 천막이었는데 천막이 화재로 전소됐다”며 “새로 세운 천막에 대한 계고장을 다시 제시해야 한다”는 입장을 구청에 전달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권영국 변호사는 미디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중구청의 행정대집행에 절차적·실제적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분향소 화재 이후 새로 설치된 천막에 대해서는 절차적으로 철거가 계고된 사실이 없으며, 철거 영장도 기존 천막에 대한 것이지 새 천막에 대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 8일 오전 덕수궁 대한문 쌍용자동차 분향소 앞에서 열린 약식 집회에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과 시민들이 모여 있다.ⓒ미디어스
또한 행정대집행은 공익을 해할 것이 인정될 때로 정해져 있다. 권영국 변호사는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이 대한문 앞에서 오랫동안 천막을 치고 생활했지만 공간이 넓기 때문에 통행에 불편을 주지는 않았다”며 “분향소가 공익을 해할 이유가 없으니 행정대집행의 실제적 요건을 만족시키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권 변호사는 “구청에서는 분향소가 미관을 해친다며 철거한다고 하는데, 노동자들은 그 자리에 그냥 앉아 있는 것이 아니라 집회 신고를 했다”며 “집회 물품인 천막을 철거하면 국민의 기본적인 표현 수단을 미관상의 이유로 없애버리는 것이니 오히려 중구청의 집행 행위가 공익을 해친다”고 비판했다.

이어 권 변호사는 “분향소는 노동자들이 자기주장을 할 수 있는 유일한 근거지”라며 “구청이 국민의 편의를 위해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문제를 조화롭게 해결하려는 시도를 해야 한다. 이번 행정대집행은 구청의 행정권 남용”이라고 꼬집었다.

▲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권영국 변호사.ⓒ뉴스1

미디어스 : 중구청의 대한문 분향소 행정대집행에 어떤 점에서 문제가 있는지.

권영국 : 지난해 11월과 올해 2월 28일, 총 2차례 철거 계고가 있었다. 당시 대한문 앞에는 천막이 3동 있었는데 화재가 일어나 전소되었다. 기존에 철거 대상으로 특정된 천막은 다 사라진 것이다. 새로 만들어진 천막 1동은 계고 당시 지정한 천막이 아니다.

행정대집행의 철거 대상은 공간이 아닌 대물, 즉 물건이다. 천막을 집에 비유할 수 있겠다. 어떤 이유로 집이 없어지고 새로 집을 지었을 경우, (구청이) 옛날 집을 철거하겠다고 했다면 새 집을 철거할 수는 없다. (철거 대상인) 물건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새로 설치된 천막에 대해서는 절차적으로 철거가 계고된 사실이 없다. 철거 영장도 기존 천막에 대한 것이지 새 천막에 대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다.

그렇다면 구청 측에서는 다시 철거 계고를 하면 된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실제적으로 행정대집행 요건에도 문제가 있다. 행정대집행은 공익을 해할 것이 인정될 때로 정해져 있다.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이 대한문 앞에서 오랫동안 천막을 치고 생활했지만 통행에 불편을 주지는 않았다. 공간이 넓기 때문이다. 일전에 남대문 경찰서가 분향소 공간에 대한 집회 신고를 금지한다고 통고한 적이 있다. 행정법원은 이에 대해 집회를 하더라도 인도가 넓어 통행에 지장을 끼치지 않으므로 금지 통고가 위법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분향소가 공익을 해할 이유가 없으니 행정대집행의 실제적 요건을 만족시키지 못한다. 오히려 노동자의 생존과 해고, 노조 탄압과 관련된 문제가 더 공익적이다. 구청에서는 분향소가 미관을 해친다며 철거한다고 하는데, 노동자들은 그 자리에 그냥 앉아 있는 것이 아니다. 집회 신고를 했고, 천막을 집회 물품으로 신고했다. 그것을 철거하면 국민의 기본적인 표현 수단을 미관상의 이유로 없애버리는 것이다.

오히려 중구청의 집행 행위가 공익을 해친다. 분향소는 노동자들이 자기주장을 할 수 있는 유일한 근거지이다. 통행에 지장을 주지도 않는다. 구청이 국민의 편의를 위해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문제를 조화롭게 해결하려는 시도를 해야 한다. 이번 행정대집행은 구청의 행정권 남용이라고 볼 수 있다.

미디어스 : 문화재청에서 덕수궁 담벼락 보수 공사를 이유로 도로점용허가신청을 했다는데.

권영국 : 노동자들은 문화재청에 협조한다고 말했다. 그을음이 있을 뿐인데 숭례문처럼 덮개로 둘러싸고 재건축을 할 필요는 없다. 순차적으로 보수하면 된다. 천막 뒤에도 공간이 있다. (문화재 보수는) 서로 조화롭게 해결할 수 있다. 화재를 빌미로 삼아 분향소를 일방적으로 철거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개입되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윤다정 기자 | songbird@mediaus.co.kr

2012년 6월 30일 토요일

지젝 “나는 당신들의 좋은 벗… 언제든지 활용해달라”


이글은 미디어스 2012-06-29일자 기사 '지젝 “나는 당신들의 좋은 벗… 언제든지 활용해달라”'를 퍼왔습니다.
기자들을 이끌고 쌍용차 대한문 분향소를 찾은 슬라보예 지젝

 ▲ 슬라보예 지젝이 쌍용차 해고 노동자 분향소 앞에 마련된 방명록에 글을 적고 있다.ⓒ미디어스
“기자들이 많이 왔다가 싹 빠져나가니까 허전하네.”
한산해진 분향소를 바라보는 한 쌍용차 해고자의 눈에 쓸쓸함이 묻어났다. 슬라보예 지젝이 분향소 방명록에 글을 남기고 다음 일정을 챙기러 떠난 직후였다. “그래도 지젝이 이렇게 와 줘서 (쌍용자동차 해고사태가) 많이 알려지니까 좋지 뭐.” 그의 허허로운 뒷모습에 지젝이 남긴 방명록 문구가 겹쳐졌다.
‘투쟁을 멈추지 마세요. 그대들이 우리 모두의 희망입니다(Continue with your struggle. You are the hope for us all).’
슬라보예 지젝이 29일 오전 11시 덕수궁 대한문 앞에 마련된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분향소를 찾았다. 슬라보예 지젝은 슬로베니아 출신의 세계적인 석학이다. 지젝은 라캉과 마르크스, 헤겔을 접목한 철학으로 서유럽학자들에게는 ‘동유럽의 기적’이라 불린다. 지젝은 지난 2011년 10월 8일에는 월가 점령 시위대를 찾아 연설하기도 했다.
지젝이 도착하기 전부터 그를 기다리는 한 무리의 기자들이 분향소 앞에 모여 있었다. 이를 지켜보던 이창근 와락 기획팀장은 “지젝이 대세인가 보다”라며 동료를 향해 웃었다. 이윽고 지젝이 분향소에 당도하자마자 그를 향해 카메라 플래시 세례가 쏟아졌다.
좁은 분향소 안쪽은 이내 기자들의 뜨거운 취재 열기로 가득 들어찼다. 이를 지켜본 이창근 기획팀장은 트위터를 통해 “기자들이 지금껏 최고로 많이 왔습니다”라는 말을 전했다. 쌍용차 해고자들은 “우리가 언론의 조명을 받는 데 당신(지젝)을 이용하는 것은 아닌가”라며 걱정했지만 지젝은 개의치 않았다. 지젝은 오히려 “나를 활용하라. 당신들이 나를 활용하는 데 죄책감을 느끼지 않아도 되는 좋은 벗이 되고 싶다”는 말로 쌍용차 해고자들의 염려를 붙들었다.

 ▲ 슬라보예 지젝이 쌍용차 해고 노동자 분향소에서 향을 올리고 있다.ⓒ미디어스

김정우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장에게 “정리해고는 경영위기 때문이 아닌 착취를 위해 일어난다”며 “신자유주의의 표본이 되고 있는 한국의 모습을 바깥에 알려달라”고 청했다. 지젝은 김정우 지부장의 말에 동의하며 “정부와 대자본은 국제 사회에서의 이미지를 위해서라도 (쌍용차 해고자들의 목소리에) 반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김정우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장(왼쪽)이 슬라보예 지젝(오른쪽)에게 '해고는 살인이다!'라고 적힌 스카프를 매어 주고 있다.ⓒ미디어스
지젝은 “이 사회에 문제가 있음을 사람들이 끊임없이 인식할 수 있도록 ‘작지만 꾸준히 아픈 상처’가 되어라”라며 해고자들의 투쟁 의지에 힘을 실었다. 또한 지젝은 “당장 문제가 해결되지 않더라도, 작은 눈덩이가 산을 내려가며 커지듯 투쟁의 성과는 사회에 남을 것”이라고 격려하였다.
기자들이 구름떼처럼 모여든 모습은 지나가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행인들과 외국인 관광객들이 쌍용차 분향소를 기웃거렸다. 더러는 잠시 멈추어서 지젝의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그러나 지젝이 김정우 지부장과의 대화를 끝마치자 기자들도 저마다 짐을 챙겨 들고 분향소를 떠났다. ‘지젝이 찾은 쌍용차 분향소’가 아닌 ‘쌍용차 분향소를 찾은 지젝’을 담으러 온 기자들이 떠나자, 분향소는 다시금 지젝이 방문하기 전의 한산함 속으로 잠겨들었다. 쌍용차 해고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내용의 현수막만이 바람에 나부꼈다. 점심시간을 맞은 행인들도 바삐 걸음을 옮겼다. 대한문 앞에 쌍용차 분향소가 설치된 지 86일 째 되는 날의 점심 풍경이었다.

윤다정 수습기자  |  lindalmemory@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