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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 16일 금요일

일베 유해사이트 논란 왜?


이글은 프레스바이플 2012-11-15일자 기사 '일베 유해사이트 논란 왜?'를 퍼왔습니다.
진보·민주화 세력에 적대감 품은 가짜 보수 '네오라이트'


보수성향의 인터넷 유머사이트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 유해사이트 논란이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가운데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 청원이 15일(현재시간 오후 3시 25분) 서명인원이 5800여명을 넘어섰다. 이대로 오늘 저녁 12시까지 200명이상 서명할 경우 9일부터 하루 1000여명이 넘는 시민들이 "일베를 유해사이트로 지정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이 청원은 또 다른 유머사이트 '오늘의 유머(오유)'의 한 회원이 제안해 처음에는 서명인원 100명을 목표로 했지만 불과 수십분만에 서명인원 달성에 성공하자 다시 천명으로 목표인원을 변경했고, 이 목표도 20시간만에 달성했다. 처음과 두번째 목표까지 달성하고 이천명으로 서명인원을 늘렸으나 다음날 달성하자 이어 만명으로 서명인원을 늘려갔다.


파워트위터리안도 가세했다. 나는 꼼수다의 공동진행자인 김용민 교수는 "성기인증한 일베 청소년 유해사이트로 지정해주세요"라는 청원에 대해 "정치성향 차이의 문제가 아니군요. 입이 다물어지지 않습니다"라고 리트윗했다.
허재현 한겨레신문 기자도 21일 '일베' 유해사이트 지정 청원 서명운동을 리트윗했고, 서영석 전 서프라이즈 대표도 "방통위가 수꼴의 토론커뮤니티 '일베'를 유해사이트로 지정하는걸 검토중이라네요"라며 "미디어 다음 청원 보니까 애잔하당. 나도 눈팅 오유인인뎅~"이라며 글을 올렸다.
 진중권 동양대학교 교수 역시 다음아고라 청원이 시작되기 전이지만 지난달 일베의 '학력인증' 대란이 일어나자 "찌질함에는 학력의 고하가 없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청원에는 오늘의 유머 사이트 회원을 비롯해 다른 커뮤니티 회원들도 가세했다. 대표적으로 루리웹, 엠엘비파크, 아이러브사커, 쭉방클럽, 뽐뿌, 고파스,네이트 판 등이다. 이들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회원들이 일베 유해사이트 청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건 그동안 일베 회원들의 조직적으로 이루어진 사이버 테러 때문이다.


일반적인 커뮤니티 회원들이 한 사이트 내에서 머무는 반면에 일베의 경우는 노골적이고 조직적인 사이트 테러를 보인다. 대표적으로 유머사이트 오늘의 유머 사이트에 들어가 진보성향의 게시물에 '반대'를 누르는 방법이라던가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 기사 댓글에 "운지""홍어"등 지역감정 유발 발언으로 도배를 하는 방식이다. 또 그런 도배행위를 하면서 "오유에서 왔습니다~"라는 등의 타 커뮤니티를 언급하기도 한다.
다시 말해서 '흙탕물' 안에서 노는 것이 아니라 '흙탕물'이 넘쳐 멀쩡한 다른 '우물'을 오염시키는 것이다. 한 트위터리안이 게시한 목적을 보면 일베의 태도는 분명하다. 
"좌파진영의 커뮤니티에 선동과 유언비어를 조기에 진압, 동시에 좌파진영에 대한 공세를 펴는 여론화를 진행한다"  더구나 "더 이상의 여론의 생성과 조직이 안되도록…"을 보자. 결국 민주·진보진영에 대한 여론이 조성되는 커뮤니티를  그들이 말하는 '산업화' (이 사이트의 반대버튼은 '민주화'다)를 시키기 위해서 들어가 진보진영 여론형성을 주도하는 네티즌을 공격하거나 반대버튼 조작, 또는 돌아가신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하는 게시물을 올리는 방식이다.
또 이들은 여러 사이트에 아이디를 만들어 두거나 하는 방식으로 여론을 조작하고 선동한다. 이것이 각종 커뮤니티의 회원들이 '일베' 회원들에 대한 유해사이트 지정 청원에 적극적인 이유다. 특히 게임정보사이트 루리웹의 경우 '일베 회원'이라는 것이 알려질 경우 사이트 이용정지까지 시키고있다. 일베 회원의 타 사이트 테러 행위에 대한 감정이 드러난 셈이다.


일베의 유해성은 단순히 정치적 성향 문제는 아니다. 일베 사이트에는 '지역감정 조장'과 '전직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등의 문제 뿐만 아니라 사이트 자체의 음란성과 '미성년자 강간' 등의 모의 사건으로 실제 범죄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좀더 재미있고 좀더 자극적인 것을 본 네티즌들의 추천을 받아 일간베스트 게시판으로 게시물이 이동되면서 경험치를 모아 레벨이 올라가는 시스템이다 보니 일베 회원들 스스로 남들이 하지 않는 것, 재미있는 것을 찾게 되고 그것이 도가 지나쳐 누군가에 대한 신상털기와 마녀사냥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지난 8월 일베 커뮤니티에 "조선족 6세 여아를 강간하겠다"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게시물은 많은 사람들의 추천을 받고 일간 베스트 게시물로 갔고 댓글에는 "같이 하자"는 등의 범죄모의성 게시물이 올라왔다. 이 같은 강간 모의는 한번에 그치지 않고 9월에도 반복됐다. 최근에는 '화장실 몰카테러'가 구설수에 올랐다.
한 일베 회원이 피시방 화장실에서 대변을 보고 있던 '익명의 남성(모르는 관계)'을 찍어 인터넷상에 게시한 것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또 다른 회원은 "따라했다가 XX될뻔했다"며 이를 모방해 똑같은 행동을 해 빈축을 샀다.미성년자 강간을 하겠다는 등  범죄예고 게시글을 비난하기는 커녕 오히려 동조하고 추천하며 범죄를 모방하고 그대로 따라가고 있는 것이다.


뉴데일리는 일베저장소를 ‘대한민국 커뮤니티 사이트 중에서도 애국적 시각이 강한 곳’으로 보았다 .반면에 주간경향은 일베저장소의 정치적 성향은 극우에 속하며이러한 성향은 ‘혐오’에서 비롯된다고 평가했다.  은 일베에 대해 '네오라이트'라고 정의했다. 네오콘과 뉴라이트의 합성어다.
시사인은 "일베에서 노는 청년들은 실제로 ‘바닥정서’와는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정말로 바닥에 있는 사람들은 하루하루 연명하기 바빠 인터넷에서 ‘잉여롭게’ 게시판을 들여다볼 시간이 없기 때문에 일베의 회원들이 바닥일리 없다"고 전제했다.
또 "기성 정치세력에 대한 반감, 반인권주의, 반엘리트주의, 인종주의, 시장주의 등이 네오 라이트의 특징이다"라고 덧붙였다. 일베의 행보는 기존의 보수 중심의 커뮤니티 담론과는 명백하게 다르다.
겉으로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 전두환 등 독재정권을 찬양하는 듯이 보이지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태도가 그들이 '보수'이기 때문이 아니라 진보 그리고 좌파에 대한 막연한 적대감에서 나온 것이라고 분석한다. 그리고 그것을 누군가에 대한 신상테러와 공격 그리고 마녀사냥으로 이어간다.
일베에 대한 평가가 어떠한가를 뒤로 하더라도 일베는 매일 같이 논란의 중심에 서 있고, 좌파 커뮤니티오  일반 커뮤니티에 일베 성향 아니 '네오라이트' 성향의 유저들이 골수까지 뻗쳐있다. 이들에게는 인권도 계급투쟁도 중요하지 않다. 오로지 성적인 것, 특정 지역에 대한 비하 등 적대할 사람들이 필요한 것 뿐이다.
한편,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이례적으로 일베 사이트 전체에 대한 '유해성 심의'에 들어갔다. 정보통신망의 암적인 존재가 된 일베에 대해 방통위가 어떻게 판단을 내릴지는 모른다. 일베가 없어지더라도 각 커뮤니티 사이트에 잠입한 '네오라이트' 성향의 유저들을 뿌리뽑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방치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다음 일베 유해사이트 지정 청원
성기인증한 일베 청소년 유해사이트로 지정해주세요 http://durl.me/3tj9y8

이계덕 기자  |  dlrpejr@hanmail.net

네오 라이트의 탄생


이글은 시사IN 2012-11-15일자 기사 '네오 라이트의 탄생'을 퍼왔습니다.
최근 진중권과 토론 배틀을 벌여 화제가 된 ‘일베’는 네오 라이트의 전위다. 산업화 세력 대 민주화 세력이라는 낡은 적대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들이 탄생했다.

 
최근 유명 논객 진중권과 ‘일베’ 유저 간에 ‘토론 배틀’이 벌어져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었다. ‘일베’란 ‘일일 베스트 저장소’라는 인터넷 게시판 사이트이다. ‘젊은 우파들의 놀이터’라 표현할 정도로 우파 담론이 지배적인 곳이다. 게시판 글에 대한 비추천을 가리키는 명칭이 ‘민주화’인데, 여기서 그 말이 최악의 비난이기 때문이다. 민주화 세력에 대한 극도의 증오, 특정 지역에 대한 인종주의적 반감, 된장녀라는 말로 대표되는 여성혐오주의가 일베의 표면적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일베를 두고 ‘인터넷의 하수구’라 비난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거기서 노는 이들 스스로도 자신들을 바닥정서라고 표현한다. 그러나 그들은 동시에 학력인증 사진을 올리면서 자신들이 실은 명문대에 다니는 ‘멀쩡하고 능력 있는 청년’임을 입증하려 애쓴다. 이런 자기 지시의 메커니즘은 그저 비웃고 끝낼 일은 아니다. ‘우리가 곧 민중이며 엘리트’라는 어법은 ‘가장 억압받지만 가장 강력한 노동계급’이라는 급진 좌파의 어법에 조응한다. 그것은 담론 투쟁의 장에서 자신들이 어떻게 인지되는지 민감하게 의식하고 있다는 것이고, 권력의지의 명백한 표출이다.

 
ⓒ난나 http://www.nannarart.com/sisain.html ( '까칠거칠 삽화를 구매하고 싶으면 클릭하세요')

일베에서 노는 청년들은 실제로 ‘바닥정서’와는 거리가 멀다. 정말로 바닥에 있는 사람들은 하루하루 연명하기 바빠 인터넷에서 ‘잉여롭게’ 게시판을 들여다볼 시간이 없다. 가장 88만원 세대에 가까운 청년은 88만원 세대라는 단어조차 읽은 적이 없는 경우가 많다. 저 정도의 담론 투쟁을 하고 저 정도의 대자적 자기인식을 보여주는 이들이 ‘바닥’일 리가 없다. 그들은 기성세대 우파에 동원되는 꼭두각시가 아니다. 추상적이고 체계적인 이념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적은 반면, 일상에서 드러나는 계급적·젠더적 코드에 대해서는 경이로울 정도로 예민한 촉을 지니고 있다. 이들은 내가 ‘네오 라이트’라 명명한 어떤 ‘덩어리’의 일부이자 전위다. 

나는 2010년 ‘뉴 라이트에서 네오 라이트로? 한국의 반이주노동 담론 분석’이라는 짤막한 글에서 인터넷의 반이주노동자 담론을 분석해 유형화하고, 새로운 우파의 탄생 가능성을 시사한 적이 있다(이 글은 좀 더 다듬어져서 2012년에 [우파의 불만]이라는 책으로 묶여 나왔다). 이른바 ‘넷 우익’ 반이주노동 담론에 대한 국내 최초의 분석이다. 기성 정치세력에 대한 반감, 반인권주의, 반엘리트주의, 인종주의, 시장주의 등이 네오 라이트의 특징이다. 이들은 민주화 세력뿐 아니라 한나라당-새누리당도 믿지 않는다. 낡은 이념투쟁에 연연하고 다문화주의를 주장한다는 점에선 ‘그놈이 그놈’이기 때문이다. 

극우가 발현할 최적의 토양

네오 라이트는 기본적으로 탈정치적이지만, 한편으로 자신들을 대변해주는 정치세력이 없다는 것에 대한 분노 또한 크다. 노동시장에서 중국·방글라데시 노동자와 직접 경쟁해야 하는 저임금 블루칼라 노동자에서부터 계층 하락의 위협에 직면한 중산층에 이르기까지, ‘기층 우파’의 계급적 스펙트럼은 꽤 넓다. 더 이상 대학에서 ‘진보의 세례’를 받지 않는 대학생 상당수도 이 덩어리에 자연스럽게 포함되었다.

네오 라이트의 탄생은 기존 우파와 좌파에 대한 불만, 즉 ‘산업화 세력’ 대 ‘민주화 세력’이라는 낡은 적대가 더 이상 현실의 모순을 반영하지 못하고 ‘그들만의 밥그릇 리그’가 되어버린 상황에서 기인한다. 중간계급이 붕괴하면서 극소수 상층부와 대다수 하층부로 사회가 고착되어버리면 현실정치는 사회경제적 불만을 해결하기보다는 어떻게 위무하고 해소해주느냐의 게임, 다시 말해 포퓰리즘 경쟁이 되기 쉽다. 그리고 이런 상황이야말로 극우정치가 피어날 최적의 토양이다. 낡은 적대를 폐기하고 새로운 적대에 걸맞은 정치 지형을 구성하는 데 실패한 사회는 정치 참여를 희생양 찾기로 대체하게 된다. 일베의 출현은 바로 그 신호 중 하나이다. 서유럽 극우 정당의 확산, 일본의 하시모토 열풍은 이제 더는 남의 나라 일이 아니다.

박권일 ([88만원 세대] 공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