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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17일 수요일

朴대통령, 야당 의원들 앞에서 '윤진숙 강행' 천명


이글은 프레시안 2013-04-16일자 기사 '朴대통령, 야당 의원들 앞에서 '윤진숙 강행' 천명'을 퍼왔습니다.

"경제민주화 역작용 우려…남북관계 야당 경험 참고"


박근혜 대통령이 야당 의원들에게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임명을 철회할 뜻을 없음을 다시 한 번 내비쳤다.

박근혜 대통령은 16일 오후 국회 상임위원회, 특별위원회의 민주통합당 소속 간사들과 청와대에서 초청만찬을 가졌다. 지난 12일 민주통합당 지도부와의 만찬에 이은 '야당과의 소통' 2탄이다.
▲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국회 상임위원회 및 특별위원회의 민주통합당 소속 간사 초청 만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자리에서 민주통합당 간사단은 현 정부 들어 계속되는 인사난맥상 문제와 경제민주화 후퇴 논란, 남북 관계 단절, 진주의료원 사태 등에 대한 입장을 전달했다. 이들은 특히 윤 장관 후보자와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임명 철회를 강력하게 촉구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시종일관 묵묵히 경청했고 구체적인 답변을 주진 않았다"며 "청문회 과정에서 실망을 많이 드렸지만 해수부에 드문 여성인재라 발탁했다"며 되려 간사단을 회유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민주통합당 윤관석 원내대변인이 전했다.

윤 원내대변인은 "7~8명의 의원이 집중적으로 윤진숙 장관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력히 요청했다"며 "윤진숙 질문이 가장 많이 나왔지만 답변은 거의 없었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은 그러나 경제민주화 부분에선 "본인의 공약이기도 하고, 반드시 지켜나가도록 하겠다"며 실천 의지를 드러냈다. 특히 중소기업 뿐 아니라 하도급업체에 대한 관심을 거론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다만 "도가 넘는 경제민주화 정책에 대해서는 역작용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관계와 관련해서는 "기회가 있으면 야당의 경험을 참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통합당 측이 줄곧 제기한 대북 특사와 관련한 언급은 양측 모두 없었다.

또 박 대통령은 진주의료원 사태 관련해선 "사실을 중심으로 해야 수습책이 나온다. 관심 있게 챙겨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날 만찬에 앞서 인사말을 통해 "국정이 이제 틀을 잡고 속도를 내려고 하고 있다. 국민의 행복과 희망으로 나아가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국정운영의 성공에 야당의 역할이 필요함을 알고 있다"며 야당의 협조를 당부했다.

그러나 윤 원내대변인은 "대통령과 야당 간사단 간의 첫 소통의 자리라는 점에서 소통의 자리로 유의미했지만 인사문제 대해선 소통됐다는 느낌이 없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만찬은 오후 6시부터 2시간여 동안 진행됐으며, 청와대 측에서는 허태열 비서실장, 유민봉 국정기획수석, 이정현 정무수석, 김행 대변인 등이 참석했다. 민주통합당 측에서는 상임위 간사 16명과 예결위, 윤리위 등 특위 간사 2명, 윤관석 원내 대변인이 참석했다.

2013년 4월 4일 목요일

"개성공단 폐쇄하려 했으면 철수하라 했을 것" "달러박스 포기 못해? 자존심은 건드리지 말자"


▲ 빨간불 켜진 개성공단 가는 길 북한이 개성공단 출입을 통제하기 시작한 3일 오전 개성공단으로 들어가려던 화물차량들이 모두 되돌아간 뒤 차량통행로가 텅 비어 있다. ⓒ 권우성


남북관계 전문가들은 북한의 개성공단 출입 제한 조치에 대해 폐쇄 조치로 연결될지 여부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 정부의 차분한 대응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봉현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3일 와 한 전화통화에서 북한의 이번 조치를 "미국 등에 '우리가 (그동안 강경의지를 보인 것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 정도를 보여준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북이 개성공단 폐쇄를 염두에 뒀다면 '언제까지 철수하라'고 말할 텐데, 그렇지 않다"며 "남쪽의 변화 등을 살피려는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김용현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교수는 개성공단 폐쇄 가능성을 더욱 낮게 봤다. 그는 "살라미 전술식(하나의 과제를 여러 단계별로 세분화해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협상전술- 편집자 주)으로 쪼개가면서 (대남 공세) 수위를 높일 가능성은 있지만 (개성공단) 폐쇄는 말도 안되고, 있을 수도 없다"고 얘기했다. 북한이 개성공단 문을 닫는다면 '달러박스'를 포기하는 것일 뿐 아니라 앞으로 대외투자를 유치하는 데 있어 나쁜 선례로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북, 공세 수위 더 높일 수 있으나 개성공단 폐쇄는 있을 수 없어"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사람은 물론 자재도 못 들어가는 상황이 계속되면 공장 가동이 중단될 수 있지만, 지금까지 볼 때 폐쇄 수순 밟기는 아니다"며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박근혜 정부에는 '대화냐 대결이냐', 미국 오바마 정부에는 '핵전쟁이냐 평화협정이냐'란 양자택일을 촉구하고 있는 모양새여도, 실질적으로는 '대화에 호응하라'는 메시지가 더 강하다"고 진단했다. 북한의 최근 행보에 담긴 속뜻은 '협상 테이블에 앉자'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긴장이 고조된 국면에선 작은 충돌도 악재가 될 수 있다. 김창수 한반도평화포럼 기획운영위원은 "북한은 남한의 반응을 보며 (앞으로 행동) 수위를 조절할 것"이라며 "북한이 자존심 상하는 말을 하면 안된다"고 조언했다. 또 "이번을 계기로 '어떤 상황이든 개성공단만큼은 멈추지 않는다'는 사례를 만들어야 한다"며 "통일부가 지금껏 안정적으로 개성공단을 관리해 온 만큼 앞으로도 신중하고 현명하게 대응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대화 재개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상황은 개성공단 단위로만 풀 수 없고 큰 틀에서 해결할 수밖에 없다"며 "대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고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위기감이 높아지는 속도는 늦출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정부가 북한에 '만나서 얘기하자'는 말을 왜 못하냐"며 "대화에 나서는 시늉이라도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북한경제 전문가는 "현 상황을 통제할 권한은 남한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체제 특성상 (한반도 긴장이 높아질 때) 제동을 걸 사람이 없다"며 "남한이 강공하면 한없이 강하게 가는 게 북한"이라고 지적했다. 또 앞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오바마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주석과 정상회담하는 자리에서 어떤 그림을 그리느냐를 중요하게 봤다. 그는 "미국과 중국의 대북정책 또한 남쪽 행보에 따라 꿈틀댈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아래는 전문가들의 진단을 정리한 내용이다.

▲ 통제되는 남북출입사무소 입경장 3일 오전부터 북한이 개성공단 출입을 일부 금지한 가운데 오후 5시경 개성공단을 출발한 입주업체 직원들의 차량이 이날 마지막으로 경기도 파주시 도라산출입사무소에 도착하자 한 사무소 직원이 입경전용 출입구를 막은 뒤 떠나고 있다. ⓒ 권우성


[조봉현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 연구위원]
"북, 경제에 방점찍은 상황... 개성공단 출입제한 오래 안 갈 것"

북한이 개성공단의 완전한 폐쇄를 염두에 둔 것 같진 않다. 그럴 생각이었으면 과거처럼 '언제까지 철수해라' 이렇게 할 텐데, 그건 안 하고 나왔다. 남쪽을 압박하려는 목적도 있고, 이걸 계기로 남쪽의 변화를 보려는 것일 테니, 상황에 따라 관계를 회복할 것으로 생각한다. 

개성공단 출입제한 상황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여러 가지로 볼 수 있지만, 북한이 (남한을) 압박하고, 한반도 긴장을 높이는 목적은 여러 강경파들의 입지를 강화하고, 김정은이 대내외에 과시하려는 차원이다. 말만 있고, 실행은 안 한다. 또 개성공단을 완전히 폐쇄한다면, 북한 부담도 굉장히 크다. 경제에 방점을 찍고 정책을 펼치려는 시기에 개성공단 문을 닫으면 외자 유치에도 타격을 주고, 경제 회생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번 조치가 '우리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 정도의 메시지를 줄 수는 있다. 개성공단이 가진 상징적 의미가 있다. 남북 긴장이 높아져도 (개성공단) 가동됨으로써 다른 긴장을 완화시킨다. (북한이) '남아있는 완충제를 없앨 수 있다'는 신호만 줘도, 주변국에 '상황을 우호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성격의 메시지를 준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이번 일은 저강도 시위... 신중히 대응해야"

북한의 개성공단 출입 제한은 그동안 북한이 말로 남북 긴장을 조성해온 데에 이어 행동을 시작했다고 본다. 어제 미국을 향해 핵시설 재가동을 했다면, 오늘은 (개성공단으로) 남한을 향한 행동을 시작한 것이다. 

또 그동안 한미 두 나라가 보인 대북강경방침을 두고, 자신들의 단호한 의지를 표현한 것 같다. 일종의 '저강도 시위'다. 앞으로 살라미식 전술로 (대응 방법을) 쪼개가며 수위를 높일 가능성은 있다. 그렇다고 해도, 폐쇄는 말도 안 되고 있을 수도 없다. 북한에 개성공단 폐쇄는 달러박스 기능과 주민 약 5만 4천 명의 일자리가 걸린 일이다. 또 앞으로 외부에서 북한에 투자하는 데 있어서 나쁜 선례로 남을 수 있다. 상당한 부담을 감수해야 할 일이라 그런(폐쇄) 조치까지 가긴 어렵다. 

다만 단계적으로 대남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것 같다. 만약 출경 제한이 길어진다면 물품이 안 들어갈 테고, 그럼 기업인들이 남북 양쪽에 상당한 불만을 표시할 것이다. 일종의 남남갈등 같은…. 북한이 우선 이걸(출입 제한) 날짜를 끌고 가느냐 아니냐 이런 게 수위 조절일 것 같다. 남측에 '개성공단을 자동으로 폐쇄할 수 있다'는 사인을 강하게 보내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정부는 우선 북핵 문제를 풀어가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그래야 다른 게 풀린다. 또 박근혜 대통령이 말하는 신뢰프로세스, 특히 인도적 지원이나 이산가족 상봉 등은 우리 정부 입장을 더 명확히 해서, 유연성을 최대한 확보하는 일과 북핵 해결을 병행해야 한다. 

한국이든 미국이든 대통령, 정부당국자 등이 발언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우발적 사태가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 그걸 막도록 잘 관리하는 능력이 대단히 중요한 때다. 발언 수위 등 신중한 접근이 대단히 중요하다.

[익명의 북한 전문가] "통제권은 남쪽에 있다... 미·중도 그에 따라 꿈틀댈 것"

역대 정부를 보면, 김대중 대통령 때도 남북관계를 푸는데 시간이 걸렸다. 북쪽 대화 제의에 바로 응답한 정부는 없었다. 초반에 기세 싸움이 벌어지기 마련이니 작은 사건들에는 덤덤하게 넘어가야 한다.

북한이 (개성공단 출입제한 등을) 언제 풀 생각 있을까? 김일성 주석 생일(4월 15일) 전후인지, 아니면 여름까지 갈지를 볼 때, 현재 상황으론 좀 오래 걸릴 것 같다.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제1비서는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보다 경험이 적고, 덜 조심스러워 보인다. 김정일 위원장은 상황을 주도하며 예쁜 그림을 그렸다면, 김정은 비서는 투박한 그림을 그리고 있다. 또 북한 체제 특성상 '싸우지 말자'고 말하는 사람이 없다. 남한이 강공하면 한없이 강하게 가는 게 북한이다.

북한은 불같다. 불은 물 말고 다른 걸로 다스릴 수 없다. 그럼 교류·협력해야 한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로 돌아가자는 게 아니다. 다른 식으로 해야 한다. 한미, 한중 간에 조율해야 한다. 특히 지금 북한은 북미관계 푸는 데에 초점을 맞췄다. 남북관계에 있어서 박근혜 정부가 아직 어떤지 모르니, 실험하는 단계다. 결국 정상이 아니면 해결할 수 없다.

개성공단은 통일부가 할 수 있는 게 없다. 상층부가, 정상이 풀어야 한다. 예전에는 현대란 주체가 양쪽 정부를 오가며 채널 역할을 했는데, 지금은 창구가 없다. 단 남쪽이 어떤 그림을 그리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바뀐다. 또 북한이 볼 수 있는, 대통령이나 언론, 장관 발언이 어떤 분위기인지에 좌우된다.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은 김정일 위원장을 한 번 만났기 때문에, 북한이 보기엔 이명박 대통령과 다를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대북정책 또한 남쪽 행보에 따라 꿈틀댈 것이다. 특히 사람들이 중요한 점을 놓치고 있는 게, 시진핑은 후진타오보다 북한에 더 우호적이다. 과거와 상황이 변해서(북핵 실험 강행) 중국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에는 동참 안 할 수 없어졌지만, 개별 제재는 안 하고 있다. 결국, 정상회담에서 남쪽이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에 따라 바뀐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폐쇄 아니라 생산중단 우려"

▲ 발길 돌리는 개성공단행 화물차량들 북한이 개성공단 출입을 통제하면서 3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도라산출입사무소에서 개성공단에 들어가려던 화물차들이 개성행을 포기하고 차량을 돌리고 있다. ⓒ 권우성


북한의 최근 조치들이 개성공단 폐쇄 쪽으로 가는 수순 밟기인지, 아니면 한반도 긴장을 높이는 연장 선상에서 단순히 우리 쪽을 압박하기 위한 것인지는 두고 봐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볼 때는 압박이다. 

다만 들어가는 걸 막으면, 사람뿐 아니라 자재도 못 들어가는 건데, 그럼 생산이 안 되지 않나. 일주일 분량이야 버틸 수 있어도, 물품 생산에도 적기가 있는 만큼 (출입 제한이 계속된다면 생산에 차질을 빚을까봐) 우려스럽다. 계속 봐야 한다. 언제까지 들어가는 걸 막을지…. 길어지면 가동이 중단된다. 이건 폐쇄하고는 다르다.

북한이 그동안 박근혜 정부에는 '대화냐 대결이냐', 미국 오바마 정부에는 '핵전쟁이냐 평화협정이냐'며 양자택일을 촉구했다. 실질적으로는 '두 정부가 (입장을) 전환해 대화에 호응하라는' 뜻이 더 강하지 않겠나. 

정부도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게 가장 중요한 책무이지만, 너무 일희일비(一喜一悲) 말고 차분히 대응하는 게 필요하다. 적절한 수준에서 사실관계를 다루고, 언행에도 신중해야 한다. 언론도 이 일을 차분하게 다뤘으면 좋겠다. 북한 역시 한국 일부 언론보도에 일희일비할 게 아니라 우리 정부가 개성공단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반응해야 한다.

[김창수 한반도평화포럼 기획운영위원] "북한 자존심은 건드리지 말자"

약간의 변화가 생기고 있다. 2~3월까지는 군사적 위협이 중심이었는데, 북한은 지난달 31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경제건설과 핵 무력 건설을 병진하겠다'는 노선을 정했다. 4월 1일 최고인민회의에선 (개혁파 경제관료로 알려진) 박봉주를 내각 총리로 하면서 내부적으로 경제건설을 하겠다는 의지를 행동에 옮겼다. 하지만 4월 들어 아직 군사적 위협은 없다. 영변 원자로를 재가동하긴 했지만, 군사적 위협의 직접적 표현이라기보다는 '핵 무력 건설' 방침에 따른 후속조치다. 

개성공단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단편적으로 본다면, 남한에서 '개성공단은 달러박스여서 북한이 포기 못 할 것'이라고 말한 데에 북이 약 오르고 자극받아서 '개성공단이라고 못할 게 없다'며 호기부리는 것일 수도 있다. 개성공단에 남한 기업이 125개 정도 있다는 점에서 '한 번 문 닫으면 남쪽도 손해'란 걸 보여주려는. 남북 양쪽이 개성공단을 두고 서로 신경전을 벌이는 셈이다. 그럼 북한이 보기에 '남한이 골탕 좀 먹었다'고 생각하면 (출입 제한 조치를) 풀 것이다. 그런데 우리 쪽에서 이번 일을 두고 계속 뻣뻣하게 대응한다면, 점점 더 개성공단 기업들을 압박하고 군사 시위에 나설 수 있다. 

결국, 남한의 반응을 보면서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한다. 북한 자존심을 건드리는 소리를 하면 안 된다. 약 올리지 말고, 오히려 이번 계기로 남북 상황이 어떻든 간에 개성공단은 계속 굴러가게끔 하여야 한다. 개성공단만큼은 '평화의 마지막 보루'가 되도록 말이다. 그동안 남북 위기 상황이 있었지만, 통일부가 그래도 안정적으로 개성공단을 관리해왔다. 매우 바람직한 태도였다. 이 상황에서도 신중하고 현명하게 조치해서, 개성공단이 평화의 마지막 보루가 되도록 하는 노력을 기대한다.

[김연철 코리아연구원 원장] "큰 틀에서 풀어야... 정부, 대화 제스처라도"

(현재 상황을 어떻게 봐야할지) 모르겠다. 끝이 안 보인다. 돌파구를 찾으려면, 국면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계속해서 서로 대응강도를 높여갈 수밖에 없다. 

이 상황에서 북한이 할 수 있는 행동이란 게, 한미 양국이 군사적 억제력을 강화하고 있어 도발은 쉽지 않다. 말 수준에선 더 위협적인 말이 없다. 최고 단계까지 갔다. 그럼 행동으로 넘어가야 하는데 그 방법이 많지 않다. 그러니까 개성공단이라는, 자기들한테도 굉장히 아픈 부분을 쪼개서 (대응)하는 것이다. 만약 상황이 해결되지 않으면, (대응 수위를) 더 높여갈 수밖에 없어 보인다. 다른 국면을 만들지 못하면 개성공단 폐쇄 등이 예정된 코스인데, 아마 하나하나 잘게 쪼개서 대응할 것 같다.

(현 상황을 풀려면) 큰 틀에 맡겨야 한다. 개성공단 단위로만 풀 수 없다. 상호억제력 강화하는 것, 이건 서로 대화를 해야 한다. 협상해야 한다. 물론 협상을 시작한다고 한꺼번에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겠지만, 최소한 위기감이 높아지는 속도는 늦출 수 있다. 그걸 중단한 뒤 해법을 모색해보는 일도 괜찮다. 대화가 시급하다. 정부가 (북한에) '만나서 얘기하자'는 말을 왜 못하는가. 물론 지금 당장은 답이 없다. 그렇지만 제스처라도 적극 취할 필요가 있다. 현재로선 끝이 안 보여서 답답하다.
박소희(sost)

2013년 3월 25일 월요일

"현재까지 박근혜 정부 대북 대응은 긍정적 대포 쌓이면 저절로 터져, 지금 메시지 보내야"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3-03-24일자 기사 '"현재까지 박근혜 정부 대북 대응은 긍정적대포 쌓이면 저절로 터져, 지금 메시지 보내야"'를 퍼왔습니다.
(오마이뉴스)-코리아연구원 공동기획: '한반도 위기 해법' 전문가 좌담회

▲ '<오마이뉴스>-코리아연구원 공동기획 좌담회: 한반도 위기를 점검하고 해법을 묻는다'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코리아연구원에서 열리고 있다. ⓒ 권우성

북한이 또 다시 '벼랑끝 전술'을 구사하면서 한반도가 다시 들썩이고 있다. 특히 북한의 3차핵실험 이후 '한국도 핵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22일 오전 (오마이뉴스)와 코리아연구원이 공동기획한 '한반도 위기를 점검하고 해법을 묻는다' 좌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총'보다는 '말'이 해법임을 강조했다. 이들은 "이명박 정부 때 (남북관계가) 바닥을 찍은 만큼, 박근혜 정부가 이보다 더 못할 이유가 없다"며 "북한과의 소통창구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박근혜 대통령이 대북정책에 있어 '신뢰'를 열쇳말로 삼은 만큼 "정부가 국내정치에 발목 잡히지 말고, 진보-보수 진영의 대화를 주도하라"고 주문했다.

사회를 맡은 김연철 코리아연구원 원장은 "한반도 위기 상황을 보는 의견들이 엇갈리고 있다"며 "한반도 정세, 북핵, 남북관계 등의 현재 수준을 진단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입을 뗐다.

김창수 한반도평화포럼 기획운영위원장은 "지금 한반도 상황은  예측이 어렵다"고 분석했다. '위기 조성 → 타협 → 대화 → 합의 채택 → 국가별 의견차로 불이행 → 다시 위기'란 공식이 반복되던 것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한반도 위기를 안정시킬 환경이 없다는 게 첫 번째 이유다. 

최근 몇 년간 미국은 '전략적 인내'를, 한국은 '비핵개방 3000'을 이유로 북한의 도발이나 대화 제의에도 별 다른 반응을 하지 않았다. 지난해부터 6자회담 참가국 지도부가 모두 교체된 탓에 한반도 문제를 전담할 체계도 갖춰지지 않았다. 미국은 동아시아태평양차관보 인준도 아직 안 된 상태이고, 한국은 이날에야 정부조직법이 국회를 통과해 국가안전보장회의 공식 소집이 가능해졌다.

최종건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김 위원장의 의견에 동의하면서 여기에 "한반도 상황은 '안보 딜레마'의 전형"이란 분석을 덧붙였다. 한미 양국은 계획에 따라 키 리졸브 훈련을 진행한다고 하지만, 북한에겐 충분히 위협적인 상황이고 북한이 핵 무기 개발 등을 '방어용'이라고 하는 것 또한 한국 등 다른 나라에겐 공격 목적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이 안보 딜레마는 사실 소통하면 괜찮은 것인데, 현재는 그런 상황이 아니"라며 "우발적 사고 하나로 소용돌이에 휘말리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대화 창구가 없다보니 한미 모두 중국만 바라보고 있는 현실인 점도 지적했다.

중국 전문가인 박홍서 동덕여대 연구교수는 북한의 도발을 중국과 연관 지었다. 중국은 북한의 지정학적 가치와 안정적인 대미 관계를 모두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북한 입장에선 가장 중요한 나라가 중국이기에 박 교수는 현재 상황 또한 과거와 유사하다고 봤다. 그는 "1990년대 초반부터 북이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하기 직전 북중관계를 보면, 북한이 뭔가 서운한 일이 있었다"며 "이번에도 그런 의도가 작동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 왼쪽부터 최종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창수 한반도평화포럼 기획운영위원장, 김연철 코리아연구원 원장, 박홍서 동덕외대 연구교수. ⓒ 권우성

"대포가 쌓이면 저절로 터진다" - "이럴 때 대북 메시지 보내야" 

최대 문제는 역시 남북의 군사적 충돌이다. 김창수 위원장은 "'대포가 쌓이면 저절로 터진다'는 서양 속담처럼, 긴장이 고조되면 의도치 않아도 충돌이 일어날 수 있고, 고의적 충돌도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여러 차례 긴장이 반복된 서해5도에서의 충돌가능성은 물론이고, 북이 정전협정 백지화를 선포한 만큼 판문점이나 군사분계선을 무력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지금껏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다' 식으로 알려진 건, 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장거리 로켓이고, 북한이 진짜 미사일을 발사한 건 2006년 7월뿐"이라며 "이번에 다시 한 번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종건 교수 역시 "저쪽이 무엇을 하든 우리가 반응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고, 북한도 마찬가지"라며 "이럴수록 서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고 얘기했다. 특히 한국이 민주주의 국가인만큼 더 주도적 역할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한국 정부가 내부를 안정시키는 한편 (북한에)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여지를 줘야 한다"며 "현재 방식은 한쪽이 완전히 무릎을 꿇으라는 건데, 그 상황에선 양쪽 모두 군사력 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그가 '한국이 나서라'고 하는 이유는 하나 더 있다. 모든 상황의 최대 피해자는 대한민국이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똑같은 파괴력을 가진 포탄 한 발이 평양에 떨어질 때보다 서울에 떨어질 때 더 피해가 심하다"며 "이걸 최소화하려면 우리가 더 위기관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똑같은 수준으로 게임을 하면, 북한보다 남한이 더 큰 피해자가 된다는 뜻이다.

최 교수는 또 남북 관계가 나빠지면서 "한반도가 다시 강대국의 국제정치에 좌지우지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한반도 상황이 좋으면 우리가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넓어질 텐데, 오늘 좌담회에서조차 '미국이, 중국이' 하면서 외국만 바라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울에 있는 사람이 마치 시카고에 있는 것처럼 '북에 선제타격해야 한다'고 '유체이탈화법'을 쓴다"며 한국의 피해를 고려하지 않은 선제공격론을 비판했다. 

박홍서 교수는 강경파들이 '아전인수' 태도를 꼬집었다. 박 교수는 "최근 시진핑 주석이 박근혜 대통령과 통화하며 '한국을 더 도와주겠다'는 식으로 말했다고 알려졌지만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지난 20일 "시진핑 주석이 한국과 의사소통을 강화해나가겠다고 말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박 교수는 중국 외교부 자료를 가져와 "시 주석은 '한반도 평화는 한반도인들에게도, 중국 인민에게도 중요한 일이므로 중국 또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비핵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대화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중국은 남북 화해와 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필요한 도움을 주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태도는 '원론적 수준'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이다. 박 교수는 좌담회 중간 기자에게 "(청와대 발표나 관련 보도는) 우리 희망대로 중국을 바라보는 것"이라며 "너무 (전체) 구조를 읽지 못한다"고 말했다.

▲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최근 지난 2010년 11월 연평도에 포격을 가했던 '장재도방어대'와 '무도영웅방어대'를 시찰하고 있다. ⓒ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박근혜 대북정책, 바닥 친 MB보단 괜찮을 것"

이들은 현재까지 박근혜 정부가 나타낸 북한에 대한 대응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박홍서 교수는 "이명박 정부는 처음부터 '(한반도 문제 해법이) 묻지마 친미'였지만, 박근혜 정부는 첫 방향은 잘 잡은 것 같다, 중국의 중요성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눈에는 중국에게 미국과 북한 모두 중요한데도, 북한 문제가 터질 때마다 무조건 '중국이 먼저 해결하라'고 하는 건 중국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일로 보인다. 박 교수는 "제대로 된 대중정책을 하려면 중국 입장을 생각해봐야 한다"며 "동북아와 한반도의 평화를 말하면 중국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충고했다.

최종건 교수는 "현 정부가 이명박 정부보다 (대북정책을) 못할 이유가 없다, 이명박 정부가 워낙 (점수를) 까먹어서 바닥을 쳤다"며 웃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계속 '신뢰'란 표현을 쓰고, 류재길 통일부 장관이 '필요하면 대북 인도적 지원을 하겠다'고 밝힌 점은 긍정적"이라며 "북한에 계속 신뢰를 줄 수 있는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강경파들을 설득하는 것 역시 그 메시지 중 하나다. 최 교수는 남북 간 신뢰를 강조하며 "계속 전화해야 한다, 최소한 사고가 났을 때 북에 전화해 '누가 했냐'고 물어볼 수는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창수 위원장 또한 "비공식 접촉이든, 특사든 여러 가지 창구로 북한에 계속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정부가 국내에서도 적극적으로 움직일 것을 주문했다. 박홍서 교수는 더 나아가 한국이 북한에 '우리가 대미관계 정상화를 돕겠다'는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북이 가장 원하는 건 대미관계 정상화"라며 "결국 북한과 미국의 관계가 나아지지 않는다면, 북한은 계속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연철 원장은 "중요한 건 해결 의지"라며 "출구를 찾아야겠다고 생각하면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과거보다 어려워지고 복잡해진 상황이긴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초당적 협력이 중요하다"며 "여러 사람이 참여할수록 국민이 강력히 지지할 텐데, 이명박 정부는 거기에 너무 소홀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더 상황이 힘들어진 만큼 책임을 공유할 필요도 있다"며 "(박 대통령이) 과거 정부에서 (대북정책을) 경험한 사람들의 지혜를 모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창수 위원장도 "통일부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며 "정부가 보수와 진보의 대화를 주도한다면, 다른 어느 때보다 두 진영이 뜻을 모을 수 있다"고 했다.

권우성(kws21)
박소희(sost)

2013년 2월 13일 수요일

"北, 핵 기술 자체 조달…제재만으로 해결 안 돼"


이글은 프레시안 2013-02-12일자 기사 '"北, 핵 기술 자체 조달…제재만으로 해결 안 돼"'를 퍼왔습니다.
[전문가 진단] 북핵문제와 남북관계, '투 트랙'으로 접근해야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감행함에 따라 당분간 한반도 정세는 긴장 국면을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프레시안)은 북한 핵실험으로 인해 요동치는 정국 속에서 북한이 얻을 득과 실은 무엇인지, 향후 전개되는 북핵 국면 속에서 우리 정부가 취해야 할 바람직한 방안은 무엇인지 북한 전문가 3인의 긴급 진단을 게재한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번 핵실험으로 핵 보유국 지위에 한 발짝 더 다가갔고 이를 통해 대미 협상력을 높였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국제적인 고립으로 인해 경제난을 극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북한이 핵실험 전에 한반도 비핵화 논의는 없다고 공언했고 미국과 한국도 강경한 자세를 보이면서 한반도 비핵화 회담이 수면 위로 올라오기는 힘들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북핵문제를 풀기 위해서라도 차기 정부는 북핵과 남북문제에 동시에 접근하는 이른바 '투 트랙'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래야 핵 문제도 해결할 수 있고, 핵 국면을 벗어나서라도 한국정부가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편집자) 

▲ 북한 조선중앙방송은 12일 제3차 핵실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발표했다. ⓒ연합뉴스

■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수

이번 핵실험으로 북한은 우선 내부 체제를 결속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또 핵보유국 지위에 한 발짝 더 다가감으로써 미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할 수 있다. 김정은 역시 카리스마 있는 지도자의 모습을 국제적으로 과시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국제사회로부터의 고립으로 인해 경제난 극복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핵실험 과정에서 중국과 북한의 국지적인 갈등이 있었다. 또 중국이 핵실험을 반대한다고 수차례 밝혔음에도 북한은 실험을 강행했다. 이런 정황으로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중국도 국가 이익의 측면에서 움직인다고 보면 중국 입장에서는 북한의 안정이 가장 중요하다. 북한에 다소 불편한 심기는 있을지라도 북한을 버리고 가지는 못할 것이다.

차기 정부는 당선인이 공약했던 신뢰 프로세스를 이어가야 한다. 신뢰와 균형의 대북정책으로 북핵과 상관없이 인도적 지원은 이어가겠다는 공약을 지켜야 한다. 북한의 비핵화와 남북관계 모두가 중요하다면 병행전략을 취해야 한다. 국제사회와 함께 북핵을 규탄해야 하지만 한편으로는 인도적 지원도 망설여서는 안 된다고 본다.

■ 경남대학교 김근식 교수

북한은 이번 핵실험으로 소형화, 경량화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광명성 3호 발사 성공으로 장거리 운반 수단 능력도 확인된 상태에서 진행한 이번 핵실험은 과거와는 다르다. 미국을 압박할 수 있는 핵 카드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고 볼 수 있다. 질적으로 과거와 다르게 대미 위협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국제적 제재로 인한 고통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북한도 나름대로 판단해서 결정했다고 본다. 우선 제재의 실효성 여부 문제가 있는데 중국이 제재를 이행하지 않으면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 중국은 동북아에서 미국과의 관계 때문이라도 북한을 버리고 가기 힘들다. 따라서 국제적 제재가 북한의 완전한 고립을 초래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6자회담과 같이 다자가 참여하는 비핵화 대화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도 한반도에서 비핵화 논의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지 않았나.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북미간의 담판 외에는 별로 남은 것이 없다. 북한도 미국이 선택할 수 있는 수단이 별로 없기 때문에 몸값을 최대한 올려놓고 협상에 나서려는 것이다. 이 상황에서 한국의 차기 정부도 당장 '신뢰 프로세스'를 만들기는 쉽지 않게 되었다. 물론 박근혜 당선인의 북핵 비판과 제재는 타당하나 그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북핵 문제와 남북관계를 병행해서 개선하려는 의지를 보여야 핵 국면 이후에 우리의 북한 관리 능력이 생기고 레버리지가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 기상청은 12일 오전 11시 57분경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에서 규모 4.9의 인공지진이 감지됐다고 밝혔다. 유용규 기상청 지진감시과 사무관이 12일 오후 서울 대방동 기상청 기자실에서 지진 관측소가 표시된 한국과 일본 지도를 보여주며 지진 분석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 세종연구소 백학순 수석연구위원

이번 핵실험으로 김정은이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강력한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또 실질적 핵보유국이 됐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 하지만 동아시아 및 미국의 권력이 바뀌는 타이밍에서 미국의 북한에 대한 적대정책 폐기를 유도하고 개혁개방을 통해 경제도 살려야 하는 국가적 이익 추구는 당분간 힘들게 됐다.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 것이다.

중국이 핵실험 과정에서 북한에 대한 레버리지를 상당 부분 잃었고 이로 인해 중국과 북한의 갈등을 전망하기도 하는데 중국 입장에서는 전략적으로 북한이 필요하다. 동북아에서 미국과 중국 등 강대국 중심으로 질서를 짜는 데 있어 북한의 안정이 중국에 필수적이다. 또 핵문제는 북한과 미국이 풀어야 할 문제로 중국이 개입할 여지가 적다. 북한은 핵문제에 있어서는 중국이 당사자가 아님을 분명히 했다.

비핵화를 위해서는 투 트랙 전략을 써야한다. 유엔 안보리 제재는 제재대로 마련하되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 간 현안 해결을 위해서라도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지난 5년간 남북대화 끊어지면서 결국 북한의 핵실험, 미사일, 로켓 능력만 키운 꼴이 되지 않았나. 물론 대결정책, 압박정책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면 좋겠지만 북핵은 그렇게 해서 해결될 성질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더 강한 제재를 한다고 해서 북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유는 북한은 핵, 미사일, 로켓 등을 만드는 기술과 자원을 전부 자체조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엔의 제재가 핵문제를 해결하는데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결국 협상으로 갈 수밖에 없는데, 이를 위해서는 우리가 먼저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보일 필요가 있다.


 /이재호 기자

2013년 1월 17일 목요일

"박근혜 정부 성패, 남북관계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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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와의 인터뷰] 베이징대 진징이 교수

조선족 출신인 진징이(김경일, 金景一) 교수는 한국에도 잘 알려진 중국의 대표적인 북한 전문가이다. 일각에서는 '친북적'이라고 평가하지만, 인터뷰 내내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균형적인 시각을 바탕으로 한반도의 현실에 대한 우려와 대안적 미래에 대한 확신이었다.

그는 박근혜 후보의 당선에 너무 낙담할 필요가 없다고도 했다. 미국-중국 데탕트의 문을 연 당사자도, 소련과 총성 한 방 울리지 않고 냉전을 종식시킨 당사자도 모두 미국의 보수 정권이었던 것처럼, 박근혜 당선인이 확고한 철학과 신념을 바탕으로 대북정책을 설계하고 실천에 옮긴다면 한반도의 새로운 역사를 열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중국의 한국전쟁 참전 문제를 오랫동안 연구해온 진징이 교수는 정전 60주년을 맞이해 한반도도 전쟁을 공식적으로 끝내고 평화체제로의 전환을 진지하게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뷰는 2012년 12월 11일 서울에서 평화네트워크의 정욱식 대표와 이제영 간사가, 올해 1월 7일 베이징에서는 정 대표가 만나 두 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아래는 그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정욱식(왼쪽) 평화네트워크 대표와 진징이(오른쪽) 북경대 교수 ⓒ평화네트워크

김정은 체제가 등장한 지 1년이 지났다. 다양한 평가들이 나오고 있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김정은 체제가 선군정치에서 경제를 우선시하는 선경(經)정치로의 노선 전환을 꾀하고 있는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진단하고 있다. 선생님께서는 이러한 진단이 정확하다고 보시는가?

북한 선군정치의 첫째 목적은 "미제의 침략책동에 주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것이고 둘째 목적은 사회주의강성대국을 건설하는 것이라고 한다. 선군시대 때 '경제건설로선'도 내놓았다. 선군시대 경제건설 노선은 국방공업을 우선적으로 발전시키고 경공업과 농업을 동시에 발전시킨다는 것이다. 김정은 체제 출범 후 경공업과 농업이 강조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국방공업의 순위가 바뀐 것은 아니다. 이 순위가 바뀔 때에만 선군정치의 내용이 실질적으로 변화될 수 있을 것이다.

선군정치는 역시 체제수호를 우선으로 한다. 북한이 처한 대내외환경을 보면 북한은 선군정치를 버릴 수 없다. 김정은 체제 출범 후 내각중심제, 내각책임제를 강조하는 것을 두고 제2경제가 내각에 이전한다는 평가가 있는데 사실 내각중심제는 그전에도 강조해왔던 것이다. 개혁과는 별개다. 내각은 계획경제를 총괄·제정하고 집행하는 기구다. 내각의 역할을 강조하는 것은 어찌 보면 계획경제를 강화하겠다는 의미로도 보인다.

김정일의 2011년과 김정은의 2012년 시찰을 비교해 보면 김정일은 공장, 기업소, 농촌 등 경제 제1선의 시찰이 80여 번이나 되었다. 만년에 강한 변화의 의지를 보였던 것이다. 그렇지만 김정은의 공장, 기업소, 농촌시찰은 4-5차례 밖에 되지 않았다. 군부대시찰은 거의 30번이 넘는다. 역시 선군정치와 체제구축이 중심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김정은의 파격적인 행보에도 관심이 많은데 어떻게 보는가?

지난해 김정은의 행보를 세 측면에서 살펴보았는데, 첫째는 이른바 김정은의 노작이고, 둘째는 김정은의 시찰에서 보여준 시각이며, 셋째는 김정은 관련 북한의 풍문이다. 그중 김정은 관련 풍문이 개혁개방 쪽에 가장 가깝다. 시찰할 때 보여준 행보는 가히 파격적이다. 김정은의 노작을 보면 변화를 살펴보기 어렵다. 중국의 경우 개혁개방에 앞서 이념의 변화가 선행했다. 북한에는 그런 변화가 아직은 없다.

김정은의 파격적 행보가 변화의 의지를 보여준 것은 사실이지만 중국의 개혁개방과 비교할 때 북한은 초기 조건이 너무 다르다. 흔히 중국 개혁개방의 일등공신은 덩샤오핑(鄧小平)이라고 하지만, 사실 일등공신은 문화대혁명이다. 문화대혁명이 없었으면 기득권 세력이 개혁개방에 강하게 저항했을 것이다. 지난 역사에 대한 일부 부정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김정은이 개혁개방의지가 강하다고 해도 이 두개의 산, 즉 기득권 세력의 저항과 기존 이념을 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 북한의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1일 오전 조선중앙TV와 조선중앙방송 등 방송을 통해 육성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렇지만 북한도 이제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에 왔다. 경제발전과 민생 챙기기를 강조하는데 그 자체가 변화 없이는 불가능하다. 북한은 북한식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계획경제를 근간으로 하면서 국가주도하에 중점 기업이나 첨단과학분야에 집중투자하면서 도약식발전을 꾀할 수 있을 것이다. 일반 기업과 농촌에서 어느 정도 자율화를 허용하면서 생산력을 향상하려 할 수도 있다. 농촌의 경우 1960년대 중반에 내놓은 분조관리제를 1996년, 2002년의 분조도급제로 하면서 분조의 단위를 최소한으로 줄여 사실상 중국의 가정도급제와 비슷하게 하는 것이다. 명목은 여전히 분조관리제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분배방식이다. 북한은 지난해부터 농촌에서의 분배방식을 시범적으로 바꾸고 있다. 거두어들이고 배급해 주던 방식에서 초과 부분까지 일차적으로 배분하고 자율적으로 처분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렇다면 선생님께서는 분배 방식의 변화들이 앞으로 전국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시는가?

분배방식의 변화를 통해 농민들의 생산의욕을 높이려 할 것이다. 북한 내부통계에 따르면 2011년 곡물생산량목표를 650만 톤으로 잡았는데 자연재해 때문에 513만 톤을 생산했다고 한다. 지난해 내부통계는 잘 모르겠지만 유엔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490만 톤을 생산했다고 한다. 그런데 북한내부통계로는 2012년 생산량이 2011년의 513만 톤을 초과했을 가능성이 있다. 차이는 있지만 증산한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 그것을 바탕으로 분배방식이 변화하고 농민들에게 처분권이 주어진다면 시장을 통한 유통이 강화되면서 식량의 어려움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군부 실세 리영호 총참모장 숙청은 어떻게 해석하는가. 군부의 대표적 실세가 리영호였는데, 모든 지위에서 해임이 됐고, 최근에 나오는 얘기들에 의하면 사실상 북한도 숙청을 인정하는 것 같다. 어떻게 보면 그런 것이 군 개혁의 신호탄으로 해석할 수 있는 건지, 선군정치 시대에서 경제는 내각이 맡고, 실질적으로 군보다 당을 우선시하는 북한체제의 정상화 일환으로 해석할 수 있는 건지, 일종의 권력투쟁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인지, 어떻게 보시는가?

체제구축 단계에 걸림돌을 제거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그전에도 그렇게 해왔다. 다른 신호는 아닐 것으로 본다. 북한체제 특성상 최고 권력을 둘러싼 권력투쟁은 있을 수 없다. 확대해석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그리고 북한이 선군정치를 한다고 하여 군이 당을 지휘하는 것은 아니다. 군 안에 당이 있고 당이 총대를 지휘하는 데에는 변화가 있을 수 없다.

북한과 중국은 여러 가지 조건과 환경이 다르지만, 잘 아시다시피 중국같은 경우는 개혁개방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마오쩌둥(毛澤東)의 '양탄일성(兩彈一星)'을 많이 강조했다. '원자폭탄과 수소폭탄, 위성을 갖게 됨으로써 중국이 군사적으로 강대국의 반열에 올라서서 경제발전에 매진할 수 있게 됐다' 이런 식의 화법 들이 많이 동원됐다. 덩샤오핑도 그랬고, 장쩌민(江澤民)도 그랬던 걸로 기억한다. 북한의 김정은 체제도 그런 것을 염두에 두고, 북한식의 일종의 '양탄일성'을 통해서 핵 억제력은 유지하고 대신 병력감축을 포함해서 재래식 군사력은 좀 줄여가는 방향에 대한 전망이나 예상은 어떤가?

중국은 마오쩌둥 시대에 제국주의 침략전쟁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았다. 국력의 많은 부분을 전쟁준비에 돌렸다. 원자탄이나 수소탄을 전쟁을 억제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보았다. 그렇다고 원자탄, 수소탄을 성공시키고 곧바로 경제발전에 들어간 것은 아니다. 오히려 문화대혁명을 일으켜 경제를 붕괴의 변두리에 빠뜨렸다. 중국이 개혁개방을 할 수 있던 것은 핵 억제력의 요소보다도 미국 및 서방세계와 관계개선을 하면서 이룬 주변 환경의 요소와 평화와 발전이라는 시대적 환경이 더 중요한 것이다.

북한은 냉전이 종식되면서 한미일 대 북한이라는 새로운 냉전구도에 갇히게 되었다. 북핵 문제의 발단은 이 냉전구도를 탈피하려는 북한과 그것을 유지하려는 미국과의 충돌이었다. 핵 문제는 미국이 키운 면이 없지 않다. 북한은 '핵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안보문제를 해결했고 이제는 경제에 매진할 수 있다'는 논조를 펼치고 있다. 그렇지만 북핵문제가 철저히 해결되지 않으면 북한은 오히려 불안정 요소와 안보 문제에서 자유스러울 수 없을 수 있다. 지난 역사가 그랬다. 북핵문제의 본질을 보면 병력감축이나 재래식 군사력 감축과는 큰 관련이 없을 것이다.

북한이 '핵 억제력'을 확보하게 되면 중국이 70, 80년대에 보여주었던 것처럼 재래식 군사비 부담을 좀 줄여나가는 선택을 할 가능성은 어떻게 보는가?

북한이 진정 경제를 발전시키겠다고 결심하면 그것이 계획경제든 시장경제든 관계없이 군수공업의 많은 부분을 민수공업으로 전환시킬 수밖에 없을 것이다. 중국이 그랬다. 북한 경제에서 군수공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기에 더 그러한 것이다. 단순히 핵 억제력이 있기 때문인 것만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만약 북한이 핵 억제력은 당분간 유지, 강화하는 노선을 취하되 군수산업은 비중을 줄여가면서 민간용으로 전환한다면, 이것이 한국이나 중국에 대북정책의 딜레마를 가져올 수 있지 않은가. 한국의 경우, 북핵 문제 해결을 굉장히 중요한 원칙으로 삼고 있는데 핵은 당분간 유지하면서 중국이나 한국이 요구해 온 것처럼 경제발전에 좀 더 신경을 쓰게 될 경우에 한국은 어디에 우선순위를 둬야 될지 고민해야 할 텐데 어떻게 보시는가?

결국 우선순위는 경제에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한반도 문제에 대한 접근법은 굉장히 지정학적이었다. 한반도문제 연구에서 사용빈도가 가장 높은 단어가 아마 지정학이라는 단어일 것이다. 지정학의 뜻에는 지리적 위치, 시대적 상황, 강대국들의 전략이 있다. 지리적 위치는 상수이지만 시대적 상황과 강대국들의 전략은 변수이다. 시대적 상황이란 제국주의, 식민지 시대와 지금의 시대는 다른 것과 같은 것이다. 강대국들의 전략이란 어느 나라나 지역에 대국들의 전략이 머물면 그 지역과 나라의 지정학적 중요성이 부각될 수밖에 없다. 한반도가 지금까지 그래 왔다. 청일전쟁, 러일전쟁, 한국전쟁이 그 결과였다.

지금은 미국이 한반도를 기점으로 동아시아 전략을 펼치고 있다. 결국 지금도 지정학적 접근을 하고 있다. 정치적으로, 전략적으로 접근하면 지난 시기의 패턴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이제는 지경학적 접근을 시도해야 할 것이다. 경제는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 중국의 모든 변화는 경제 때문에 이루어진 것이다. 북한문제도 결국 경제로 풀 수밖에 없다. 경제로 얻는 이익이 핵 개발로 얻는 이익보다 훨씬 크면 북핵 문제 해결도 가능해질 수 있을 것이다. 목표는 지경학적 접근으로 한반도 경제블록화를 실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거듭 강조하지만 북핵에만 집착해서는 문제 해결이 어려울 수 있다. 제재와 압력을 가하면 가할수록 북한은 핵 개발의 필요성을 더욱 느끼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한미일은 그렇게 해왔다. 세계 제1, 제2와 10위권의 세 나라가 가한 압력은 북한에는 엄청난 압력인 것이다.

문제는 미국이 실제로는 북한을 명분으로 삼아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중국과 미국의 관계가 아직 정립되지 않았고, 앞으로 정말 대결로 나가면, 북핵 문제, 한반도 문제 해결은 더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그런데 중·미 관계를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사실 남북관계라고 할 수 있다. 남북관계가 잘 돌아가면 중국과 미국은 따라갈 수밖에 없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 그랬다. 중국도 호응했고, 미국도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중·미 관계 역시 한반도 문제에서 크게 마찰음을 내지 않았다. 결국 한반도 문제 해결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남북관계라는 내적요소인 것이다. 남북관계가 풀리면 대국들이 개입할 틈새가 없어진다. 그렇게 되면 한국은 중·미 간에 균형자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는 것이다.

한국은 지난 역사의 기억에서 피해의식이 강하다. 지금도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고 하는데 세계적으로 10위권의 새우가 어디 있는가. 한국은 이미 고래가 됐다. 고래 싸움을 말릴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이명박 정부가 지혜롭지 못했던 것은 한쪽으로 치우쳐서 이러한 역할을 제대로 못했다는 점이다. 오히려 중국과 한국과의 관계가 매우 껄끄러워졌다.

중요한 말씀이다. 지금까지는 한반도 문제를 지나치게 지정학의 관점에서 접근을 해왔다고 한다면, 이제는 좀 지경학의 패러다임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고, 지나치게 외적 요소를 강조하는 바람에 한국이 가진 내적 역량을 무시, 간과해왔던 측면이 있다고 말씀해주셨다. 그런데 최근의 몇 년 상황을 보더라도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 예를 들면 한국의 노무현 정부 경우에도 햇볕정책 추진과 동시에 한미관계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시도들이 상당 부분 좌절되었다. 일본의 경우에도 하토야마(鳩山由紀夫) 정권에서는 대등한 미·일 관계와 동아시아 공동체 등을 이야기했다가 천안함 침몰 등으로 미·일 동맹 강화론이 일본 내에서 득세하면서 사실상 쫓겨나다시피 하지 않았나. 그래서 한국보다 훨씬 더 국력이 강한 일본만 보더라도 미국이 가진 지정학과 전략적인 틀을 벗어나기가 어렵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노무현의 부분적인 실패와 하토야마의 큰 실패를 보면서 한국의 차기 정부에게 지정학보다는 지경학을 우선하면서 미국과의 관계에서도 큰 마찰을 일으키지 않고 잘 풀어나갈 수 있는 전략적 지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어떤 부분을 좀 강조하고 싶은가?

▲ 베이징대 진징이 교수 ⓒ평화네트워크

일본도 한때 경제호황기에 미국에 맞서 다른 한 극을 이루려 했다. 그렇지만 경제가 20년간 침체되면서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다. 하토야마 정부도 취약해지는 경제를 기반으로 미국과 새로운 관계를 정립하려고 했는데 기반이 약하니 금방 무너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일본경제가 잘 풀려나가고 역내 경제협력이 강화된다면 미국과의 관계에도 변화가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일본이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국난을 타개하려 한다면 경제발전에 앞서 국가적 자살로 나갈 수 있다.

한국경제도 이제는 어느 한계점에 도달했다고 본다. 세계경제가 내리막길을 걸으면 걸을수록 더욱 그럴 것이다. 중국이 세계경제의 불황기에도 계속 성장세를 유지하는 데에는 중국이 가지고 있는 자원, 인구, 영토, 내수시장이 중요한 원인일 것이다. 한국도 크게 재도약하려면 그에 걸맞은 자원, 인구, 영토, 내수시장이 필수적일 것이다. 결국 한반도 경제블록화가 유일한 길이다. 그러자면 남북경제협력과 중국, 러시아, 일본과의 협력도 병행해 나가야 할 것이다. 지경학적 요소가 강화되어야 지정학적 요소가 약화될 수 있을 것이다.

말씀하신 것과 같이, 의도를 겉으로 드러내든 드러내지 않든, 남북 간의 힘의 차이 등을 볼 때, 통일을 하게 되면 아무래도 한국이 주도하게 될 텐데, 여전히 한국의 주류적인 성향을 보면 미국이 중요하고, 통일 이후에도 한미동맹을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굉장히 크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은 당연히 한반도의 통일을 반대하지 않겠느냐 이런 얘기들이 있다.

왜 통일된 이후에도 반드시 한미동맹을 유지해야 하는가. 중국을 위협으로 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정말 중국이 한반도 통일 과정이나 통일 후에 패권주의, 대국주의로 나아간다면, 한국은 중국에서 가지 말라고 해도 한미동맹 쪽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것이 아니고 중국이 책임감과 도덕성 있는 나라로 한반도와 평등한 관계를 유지하거나 경제블록화를 이룬다면 한미동맹이 꼭 필요할지 묻고 싶다.

다른 한편으로 중·미 관계가 확실한 협력관계로 자리 잡는다면 미국이 꼭 중국을 겨냥한 한미동맹을 필요로 하겠는가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역사에서 강대국들의 부흥은 모두 패권을 목표로 했다. 그러기에 중국도 패권을 할 수밖에 없다고 보는데 그 패권이 지금 가능한가 질문하고 싶다. 1950년대 중반에 마오쩌둥이 외국 손님들을 만나면서 '이제 50년이 지나면 중국이 강대국이 될 것인데, 그때에 가서 중국이 대국주의를 하면 당신들은 중국이 대국주의를 못하게 반대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마오쩌둥은 문화혁명 때에도 늘 중국이 패권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했다. 전쟁준비도 방공터널을 파는 등 방어책을 강구하고, 쌀을 비축하는 것이었다. 덩샤오핑 역시 패권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늘 강조했다. 결코 빈말이 아닐 것이다. 물론 중국도 신흥대국인 만큼 패권에 대한 욕망이 있을 수는 있다. 패권을 하지 않는다는 자체가 그런 욕망을 억제해나가는 과정이기도 할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패권에 대한 해석이 서로 다를 수 있다. 중국에서는 일반적으로 다른 나라에 대한 지배권, 간섭, 주권침해 등을 패권이라고 한다. 강압적으로 다른 나라를 자국의 의지대로 몰아가는 것을 패권이라고 한다. 중국문화의 특징상 중국은 중용을 강조하고 조화로움을 강조한다. 중국의 개혁개방은 주변국과 국제사회와의 협력이 잘되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 패권을 추구했다면 이룰 수 없는 것이다. 앞으로의 발전도 마찬가지이다. 윈-윈(win-win)할 수밖에 없다.

말씀하신 것처럼 19, 20세기 식의 패권주의는 아닐 것이고, 중국 역시 패권을 추구할 의사도 능력도 없다고 하지만, 단순히 '중국위협론'을 강조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중국에 우호적인 사람들조차도 중국이 갈수록 공격적으로 바뀌고 있는 것 같다고 우려한다. 최근 2~3년 동안 중국을 바라보는 외부의 인식과 중국이 주장하는 바의 간극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도 많이 받았다. 이러한 간극을 해소하는 데 있어서 어떠한 노력이 필요하겠는가? 또한 중국으로서는 외부의 오해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낼 수 있는 반면, 주변국들은 중국이 그들을 위한 충고를 너무 적대시하는 경향이 있지 않나 얘기하기도 한다. 특별히 한국인들 사이에서 만연해 있는 중국에 대한 막연한 불안과 위협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인식론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최근 수년간 중국이 대외관계에서 공격적으로 나아간다고 하는데, 하나씩 따지고 보면 대부분이 주권 문제와 연결된다. 옳고 그름을 떠나서 중국이 이 문제를 주권 문제로 간주할 때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주권문제에 한해서는 어느 나라나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 주권문제에 한해서 중국은 문화혁명 때도 같은 태도였다. 그렇지만 지금의 중국에 더욱 신경을 쓰는 이유는 바로 중국이 강대국이 되어서일 것이다. 국력의 강약에 따라 보는 시선이 달라질 수 있다. 지난 시기 중국은 주변국과 영토분계선을 확정할 때 양보가 더 많았다. 양보로 안정을 찾았다. 그런데 지금은 이런 양보는 없다. 중국이 강경하다고 보는 다른 하나의 이유일 것이다.

결국 중국과 주변국들이 겪고 있는 일부 갈등은 과도기에 필연적으로 겪어나가야 할 갈등일 것이다. 돌이켜 보면 중국은 1840년의 아편전쟁 후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지금처럼 강대해진 적이 없었다. 주변국들 역시 이렇게 강대한 중국을 상대해 본 적이 없다. 위협을 느끼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 새로운 관계정립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중국 역시 이 과정에서 자신을 부단히 갱신해야 할 것이다.

한국에는 중국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있지만 현실에서 중국을 가장 많이 찾는다. 중국인들의 한국방문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이제 양국은 서로 떨어질 수 없는 관계이다. 결국 앞으로의 양국관계도 양국이 함께 오늘의 현실에서 만들어가는 것이다.

중국의 문제는 역시 국내문제가 급선무이다. 최근 들어선 시진핑(習近平) 체제도 국내문제에 주력하고 있다.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전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제2의 개혁이 시작되었다고 본다. 그런 개혁이 중국에 대한 주변국의 우려를 해소할 수도 있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시진핑이 어떤 부분에서 중국 인민들의 지지를 얻고 있는가?

중국인들이 제일 증오하는 문제에 메스를 들이대고 있다. 예를 들어 예전에는 중앙뿐만 아니라 지방관료도 시찰을 나갈 때면 길을 봉쇄하고 경찰차가 앞뒤를 동행하면서 백성들에게 불편을 주었다. 그런데 얼마 전 시진핑은 광저우(广州) 방문에서 길도 봉쇄하지 않았고 보통 차량과 같이 가면서 차창의 커튼도 치지 않았다. 중국의 어느 경우에도 볼 수 없었던 풍경이다. 중국인들에게 굉장히 신선하게 다가온 것이다. 총서기가 솔선수범하면 다른 관료들도 따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관료사회에는 큰 지각변동이다.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에서 정치 쇄신을 위한 8개 조항을 채택했는데, 백성들이 가장 바랐던 것들을 포함하고 있다. 물론 지켜봐야겠지만 현재로서는 매우 희망적이다.

그렇다면 시진핑 체제가 인민 위에 군림하려고 하지 않고, 권위를 지나치게 앞세우지 않는 부분들이 대외 관계에도 반영될 것이라고 보는가?

대외정책은 대내정책의 연장선에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시진핑이 추진하는 개혁은 중국의 발전이 기회이지 위협이 아니라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주게 될 것이다.

대외적 정치는 좀 더 두고 봐야 하겠지만, 내부 통치에 있어서 스타일의 변화는 분명 존재하며, 중국 내에서 도덕, 정의, 안정, 조화 등의 요소들이 강화된다면 훨씬 더 평화로운 대외관계가 가능해진다는 말씀인 것 같다.

그렇다. 다른 한편으로 중국은 17대 당 대회부터 '문화강국'을 내세우며 문화를 강조하고 있다. 중국은 사실 경제적, 정치적, 군사적인 측면에서는 강국이 되었지만 문화강국은 아직 거리가 있다. 중국은 문자 그대로 문화대혁명 때 문화를 혁명해 버렸다. 중국이 세계를 주도하며 대국의 역할을 하려면 무엇보다 문화강국이 되어야 할 것이다. 문화란 한마디로 한 나라의 국민이 어디를 가서도 존경받는 국민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문화건설은 경제건설과 달리 금방 효과를 보는 것이 아니다.

선생님께서 최근에 쓰신 글을 통해 '신형 대국관계'를 강조하셨다. 미국이 얘기하는 G2와 같은 개념으로 보면 되는가, 아니면 차이가 있는 것인가?

미국이 'G2' 개념을 반복해서 이야기하는 데는, 세계를 지배하는 그들의 방식에 중국이 합류하라는 의도도 깔려있다. 중국이 '신형대국관계'를 이야기하는 것은 앞으로 중·미 관계를 과거의 신흥대국과 기존 강대국 간의 경쟁과 전복 관계로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양국이 공존하면서 세계를 주도해 나아가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러니 미국이 계속 중국을 견제하려 해도 중국은 미국의 지위에 도전장을 내밀지 않을 것이다. 중국은 미국과 중국이 세계문제에서 상호 책임을 가지고 협력할 수 있는 관계를 이룰 것을 바란다. 중국은 이 신형대국관계가 중국과 미국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나라와의 관계에서도 적용되기를 바란다. 범세계적으로 새로운 대국관계가 이루어질 것을 바라는 것이다. 어찌됐든 중국은 미국과 소련이 벌였던 '대결'로는 가지 않을 것이다.

말씀하신 대로 미국이 말하는 G2와 중국이 강조하는 신형대국론이 앞으로 조화를 이루면서 나아가야 하지 않겠나?

미국도 신흥대국관계에 대해서는 동감을 표시하고 있다. 앞으로 그렇게 나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미국도 사실 중국과의 관계에서 견제와 협력의 딜레마를 안고 있다. 지금 이 두 가지가 반반이라고 한다면 점차 협력이 증가되고, 견제의 측면은 감소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상당한 기간 갈등과 충돌로 과도기의 진통은 겪을 것이다.

▲ 버락 오바마(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공산당 주석 내정자 ⓒAP=연합뉴스

미·중 관계의 앞날을 낙관하시는 편인가?

낙관이라기보다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세계는 늘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그래서 우리는 세계화, 지역경제 블록화를 이야기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인류사회가 상당한 수준까지 발전한 것이다. 야만시대를 거치고 제국주의 시대를 벗어나 이 시대까지 왔다. 지금은 어떤 나라도 마음대로 세계를 요리할 수 없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왜 실패를 했는가. 시대에 역행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힘으로 이라크를 쉽게 휘두를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주권의 문제를 많이 강조하셨다. 과거에는 중국이 영토 문제 등에 있어서 관대했다고 한다면, 시간이 지나고 국력이 성장하면서 주권 문제에서 사활적 이익을 지키기 위한 원칙을 고수하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고 보는데, 어떤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주권과 자원 주권은 차이가 있다. 자원 문제는 이제 가장 중요한 세계적인 문제로 대두할 것이다. 모든 나라들이 자원 확보에 사활을 걸 것이다. 그러니 어느 나라나 자원을 확보할 수 있는 지역에서 물러서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지난 시대처럼 전쟁으로 해결할 수도 없다. 가장 좋은 방안이 공동개발이다. 결국 남중국해나 댜오위다오(釣魚島, 일본명 센카쿠 열도) 등 문제도 그렇게 해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 지역의 자원 분쟁, 도서 분쟁 등을 보면 항상 그 뒤에는 미국의 그림자가 있다. 문제 해결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미국이 아시아로 중심축을 이동(pivot to Asia)하고 영토 분쟁에도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과정에서 중국이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 아시아의 많은 친구들을 잃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래서 중국의 이런 공격적 자세가 미국으로 하여금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아시아에서의 재균형(rebalance) 정책을 펼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는 지적들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그리고 중국 내에서 이와 관련해 자성론이 존재하는가?

중국 내에서는 오히려 '왜 영토 분쟁에서 더 강하게 나가지 못하는가' 라는 여론이 강하다. 여론대로 따르면 중국도 이런 민족주의로 나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일본은 여론이 국수주의화하면서 우경화 움직임을 강하게 보이고 있다. 중국은 다르다. 중국이 주변국과 겪고 있는 일부 갈등은 중국이 공격적으로 나와서가 아니다. 오히려 중국이 피동적으로 당하면서 나온 면도 없지 않다. 일본과의 도서분쟁이 그렇다. 중·일 수교 당시 양측이 묵인한 룰을 깬 것은 중국이 아니라 일본이다. 일본이 중국에 도발한 것이다. 물론 큰 틀에서 보면 중국과 주변국들이 겪는 진통은 중국의 부상에 따른 새로운 관계정립에서 겪어야 할 진통이다.

한국전쟁과 관련해서 여쭙고자 한다. 2010년 시진핑이 '항미원조전쟁(한국전쟁)은 침략에 맞선 정의로운 전쟁이었다'고 발언한 것이 한국에서 크게 보도된 바 있다. 그 발언을 하기 전에는 일반인들이 시진핑이 어떤 인물인지 잘 몰랐는데, 그때 한국에서 이를 크게 보도하고 비판하기도 하면서 그에 대해 부정적 이미지를 갖게 되었다. 그러한 발언이 나온 맥락과 선생님의 평가는 어떠한가?

중국의 지도자들 중 시진핑과 같은 말을 안 하는 사람은 없다. 일반적 인식이다. 그리고 한국전참전기념일이나 정전기념일과 같은 때에 중국의 입장을 밝히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이는 시진핑의 입장이 아니라 중국의 입장이고, 중국은 침략전쟁에 대항하기 위해 나갔다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 6.25전쟁기념일이 되면, 한국도, 북한도, 미국도, 중국도 모두 자기들이 이겼다고 이야기한다. 한국전쟁은 승자도 패자도 없는 전쟁이다. 그 전쟁의 기원은 복잡하게 엮어진 것이다. 한 두 마디로 규명되지 않는다. 중국의 참전 역시 당시 시대적 상황에서 보아야 할 것이다.

얼마 전 연세대 박명림 교수가 G2의 거시적인 맹아는 한국전쟁에 있었다는 흥미로운 말씀을 하셨다. 즉,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중국이 먼 훗날 강대국화를 예약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중국에 있어 한국전쟁은 오늘날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는가?

일리가 있다. 한국전쟁을 겪고 중국이 대국으로 태어났다는 견해도 있다. 1840년 아편전쟁부터 한국전쟁 이전까지 사실 중국은 '동아병부(東亞病夫)'로까지 불리면서 위축돼 있었다. 한국전쟁에서 세계 제1의 미국에 대항했고 이겼다고 평가하며 세계에 중국의 자존심을 각인시켰다고 평가한다. 한국전쟁으로 중국은 반세기가 넘는 평화적 환경을 조성했고 국제적 지위도 부상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중국이 다원화로 나가는 현시점에서는 부정적인 견해도 많다. 한국전쟁으로 미국과의 관계개선이 수십 년 늦어졌다는 것 등이다.

안타깝게도 한국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은 전쟁이다. 멈춰진 상태에서 2013년은 정전협정 60주년이 되는 상황이다. 한국전쟁 연구의 권위자로서,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것이 한반도나 중국 등 동북아 차원에서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는가?

세계 역사에서 이렇게 오래된 정전은 없다. 정전체제가 평화체제로 전환하지 않으면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는 불안한 평화일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평화체제란 단순히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만 전환시키는 것이 아니다. 복합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핵심은 실질적인 평화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평화체제가 구축되었다는 것은 거기에 걸맞은 국제관계가 형성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미, 북·일 간의 관계정상화도 필수적일 것이다. 결국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과정은 동북아의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는 과정이기도 한 것이다.

중국이 대국으로 부상하는 데 있어서 한반도 문제 해결에 중국이 적극적 역할을 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하셨는데, 부연 설명을 부탁드린다.

한반도 문제의 궁극적 해결은 평화통일이다. 한반도 통일이 중국에 미칠 영향을 다시 한 번 되새겨보면 굉장히 고무적일 수 있다. 대륙과 해양이 한반도에서 접목되면서 이 지역이 세계경제의 중심으로 거듭날 수 있다.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동북진흥 목표의 성패가 남북경협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한국과 중국 모두 재도약하는 기회를 맞이하게 될 수 있다. 중국은 자기 국가이익을 위해서라도 한반도 문제 해결에서 긍정적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한반도 문제라는 것이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하나의 카드로 활용되는 측면도 있지만, 역설적으로 북한이 미국과 중국의 대결을 완충시키는 역할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지 않겠는가. 예를 들면 미국이 미사일방어체제(MD)를 구축하려는 것도 북한 때문이라고 하는데, 만약 한반도의 평화체제가 구축되면 그 명분은 줄어들겠지만, 그렇다고 미국이란 나라가 MD를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평화체제를 구축했다고 해서 주한미군을 쉽게 철수하거나, 미·일 동맹을 쉽게 조정하려 하지도 않을 것이다. 어찌 됐든 미국의 패권전략에서 군사력은 굉장히 중요한 수단인데 지금은 북한이란 나라가 존재하므로 북한이 미국에 일종의 구실 역할을 하면서 미·중 간의 전면적 대결을 억제하는 효과도 있다고 보여진다. 그런데 한반도 문제의 해결 과정에 있어서 북한이라는 적이 없어지면 미·중 갈등이 자칫 전면화되는 우려도 있을 것 같은데, 이런 방향으로 가지 않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중·미 관계와 남북관계라고 생각한다. 중·미 관계나 남북관계가 적대적 관계이면 평화체제도 구축될 수 없을 것이다. 평화체제가 구축된다는 것은 중·미 관계, 남북관계가 새롭게 정립되었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중·미 갈등이 북·미 갈등을 대신한다고 볼 수 없는 것이다. 중·미 관계는 이제 전 세계를 무대로 이루어지고 있는 관계이다. 협력할 분야가 너무 많다. 한반도 평화체제가 이루어지면 미국의 MD체제구축도 명분을 찾기 쉽지 않을 것이다. 한반도 평화체제가 구축되고 남북관계가 순조롭게 발전하면 한미동맹, 미·일 동맹, 주한미군, 주일미군 등도 점차 성격이 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평화체제를 이룬 한반도라면 중·미 간에 충분히 균형자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북한이 줄곧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려고 했으나, 잘되지 않았다고 말씀하셨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앞으로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과거만큼 목을 매달지는 않을 것이고, 오히려 대외관계의 우선순위를 미국보다는 중국으로 옮기고 있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는데 어떻게 보시는가?

북한은 미국과의 관계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국제사회의 정상적 일원이 될 수 없다. 북한은 여전히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우선순위에 놓고 추진하려 할 것이다. 북한 외무성의 주요 책임자는 거의 다 미국통이다. 20년간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위해 처절하게 노력했다.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흔히 북한과 중국이 만나면 우리는 혈맹이라고 했다가, 헤어지면 서로 욕한다는 말을 하기도 하는데?

이전에 북한을 다녀온 중국인들은 거의 모두가 북한이 중국과 같은 개혁개방정책을 실시하면 중국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발전할 것이라고 하였다. 교육수준과 문화자질, 예의범절, 위생습관, 질서의식 같은 것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중국의 네티즌들이 대부분 북한을 비웃는다고 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네티즌들은 젊은이들 위주고 한국전쟁을 겪은 세대는 다르다. 물론 지금은 만나도 혈맹이라고 하지 않는다. 양국관계는 정상적 국가관계로 나아가고 있다.

▲ 베이징대 진징이 교수 ⓒ평화네트워크

중국 군부의 영향력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또한 현재 중국의 군사비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고, 이런 속도로 늘어나면 필연적으로 중국 군부의 영향력 강화를 가져와 미국 군산복합체처럼 군부와 군수산업, 관료들이 특수한 관계를 형성하여 미국과 같이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갈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있다. 지금도 중국 사람들은 그래 봤자 중국의 군사비는 미국의 7분의 1 수준밖에 안 된다고 하지만, 80년대에는 미국의 수십 분의 1밖에 안 되지 않았다. 한 마디로 중국의 군사비 증액이 너무 높다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중국 군부의 영향력이 강해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는데 어떻게 보시는가?

중국은 군부와 당을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 한국이나 미국과 다르다. 군부 안에도 당이 있고 당이 군을 절대적으로 통제한다. 군부가 당의 통제를 벗어나 독자적으로 군수산업과 관료들과 특수한 관계를 형성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것이다. 중국의 군사비 증가는 국력의 증강에 따른 것이다. 군사비가 증가한다고 군부의 영향력이 강해지는 것은 아니다.

끝으로 박근혜 당선자에게 강조하시고 싶은 내용이 있다면 말씀해달라.

한반도 문제를 푸는 열쇠는 한국이 쥐고 있다. 남북관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한국의 새로운 도약은 남북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가는가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남북관계는 거시적 시각에서 풀어야 할 것이다. 철학과 신념을 강조하는 이유이다.

박근혜가 당선된 것을 너무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박 당선자가 확고한 철학과 신념을 바탕으로 대북정책을 설계하고 실천한다면 남북관계에 새로운 문을 열 수 있다고 본다. 미·중 데탕트의 문을 연 사람은 미국 공화당의 닉슨 행정부였다. 소련과의 냉전을 종식시킨 당사자도 공화당의 레이건과 아버지 부시였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이다. 오히려 보수 정권이기 때문에 국내외에 저항을 덜 받으면서 전향적인 대북정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과거 중국도 그랬던 것처럼 북한 역시 박정희식 개발 모델에 관심을 갖고 있다.

박 당선자가 거시적 시각에서 확고한 철학과 신념을 가지고 남북의 화해와 협력을 이루기 바란다. 흔들림 없기 바란다. 그 목표를 위해서는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유능한 사람들을 대담히 기용하기 바란다. 이는 대 탕평책을 실천하는 것이자 북한에도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기원한다. 그리고 그 성공의 열쇠는 남북관계에 있다는 점도 거듭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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